바람의 나라 1
김진 지음 / 시공사(만화) / 199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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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나라를 처음 읽었던 때가 벌써 8년 전의 일이군요. 고3 시절, 야간 자율학습 시간에 짝꿍에게 빌려서 읽었던 그 때가 어제같은데 말입니다. 제 짝은 말 그대로 '매니아' 였어요. 바람의 나라를 이해한다고 삼국사기니, 한단고기니 하는 국사책에나 나올 법한 책을 뒤져서 읽을 정도였으니까요. 그 때는 짝꿍이 귀에 못이 박히도록 극찬을 해서 덩달아 나도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나중에 딸아이를 낳으면 연이, 아들은 무휼이라고 이름붙이리라고 다짐까지 했었어요.

8년 후 지금, 다시 읽은 바람의 나라는 아직도 그 빛을 잃지 않은 생생한 대작이었습니다. 세 번째인 지금에서야 인물들의 마음과 역사적 배경을 어렴풋이 깨닫게 되다니... 그 어떤 만화나 심지어 책에서도 이런 깊이는 발견하기 쉬운 것이 아니지요. 무휼과 연의 사랑도 절절하지만, 세류와 괴유, 가희, 이지, 호동, 사비, 운, 선우, 용, 남조... 셀 수도 없는 사랑의 마음들이 유사하면서도 제 각기의 빛을 잃지 않게 끌어나간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역량입니다.

아쉽게도 대여하기가 힘들어요... 이 기회에 만화산업도 살릴겸 한 권, 한 권 능력 닿는대로라도 장만해야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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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태자비 납치사건 1
김진명 지음 / 해냄 / 200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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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이 연일 보도될 때 내 반응은 '하긴, 자라나는 새싹들에게 어떻게 모국이 이런 만행과 죄악을 저지른 나라라고 가르치겠어. 그지?'였습니다. ......맙소사. 이 책을 접하고야 부끄러움과 분노로 볼이 달아오릅니다.

토토로를 좋아하고, 러브레터를 감명 깊게 봤으며, 하루키나 류를 흠모한다고 나쁜 것은 아니겠지요. 하지만 그 사람의 내면에 잘못된 것에 대한 분노의 마음이 없다면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겁니다. 그 수치를 제가 오롯이 느꼈습니다.

누가 김진명씨와 의논해서 정말 마사코 황태자비를 납치해줬으면 하는 철없는 공상에 빠져봅니다. 우리 나라에 김진명이 있어 참 다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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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유리로 만든 배를 타고 낯선 바다를 떠도네 1
전경린 지음 / 생각의나무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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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카로움과 예리함에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날카로운 것에 찔리면 문득 거슬리는 이물감이 느껴지겠지만, 예리한 것은 그것마져 느낄 틈이 없죠. 전경린의 소설을 읽고 있으면, 어떤 예리한 것에 쑤욱 찔린 것 처럼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틈에 주인공과 연결되어 있는 자신을 느낍니다.

유리배의 인물들은 하나같이 개연성이 부족합니다. 두 남자와 그런 사랑, 이 세상에 존재하기도 힘들 것 같고, 설령 존재한다해도 평생을 가야 나와는 닿을 것 같지가 않아요. 그런데 그런 사실적이지 못한 사람과 상황에서 묵직한 존재감이 느껴집니다. 금방이라도 책 밖으로 나와 내 곁에 설 것 같은 생생한 색감의 감정과 말들이 있습니다.

그녀에게 동화되어 똑같이 들뜨고, 아프고, 상처입다가 마지막 문장이 툭, 끊긴 순간부터 하루 이틀은 참 허허롭습니다. 레이스 커튼을 짜다 만 것 처럼 손이 겉돌고, 어이 없이 연인을 잃은 것처럼 쓴물이 넘어옵니다.

무엇보다도, 외양이 참 아름다운 책입니다. 표지를 바라보기만 해도 책의 느낌이 읽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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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에 꼭 하루뿐일 특별한 날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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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들 말한다. 내가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 불륜? 신나는 가십. 상황을 넘어, 사람까지 흠집 내고야 진정하게 되는 지독한 아집들의 주요 공격대상. 조물딱 조물딱 상상력을 덧붙여가며 형편없는 인종들의 비윤리적이고 저질스러운 춘화로 각색해가는 그 쾌감. 그 뒤의 은밀한 대리만족을, 나만이 느껴보는 것일까?

여기, 한 사랑이 있다. 작가는 그 사랑을 그냥 보여준다. 그 여자는 자기가 왜 그러는지 변명을 늘어놓지 않고, 그 남자 자체가 그녀의 단 하나의 변명이다. ...이해할 수 있다. 조용히 그들의 곁에 서서 편이 되어주고 싶다. 그런데, 이 사랑이 '불륜'이라 이름지어진다.

이제는 남의 사랑을 이야기할때 한걸음 멈칫하게 된다. 냄새나고 탐욕스러운 '불륜'들 중에, 혹여 그와 그녀처럼 곁에 가 서게 만드는 말간 속내가 섞여들어 있을지도 모를일이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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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올렛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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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금이 있던 자리'의 그녀는 얼마나 애잔했던가요. 그 책을 읽고부터 제 글에는 쉼표와 말줄임표가 한 껏 더 늘어났더랬습니다. 신경숙의 책은 언제나 한 템포 느리고, 뒤적이면 한숨, 누르면 눈물같은 것이 배어나올 것 같았습니다. 그게 참 좋았지요. 하지만 이젠... 눈물에 아주 푹~ 젖어서 작가 자신 안에 빠져버린 것 같습니다.

오산이, 이 여자, 당최 감당이 안되는군요. 왜? 왜? 왜? 도대체 왜 그러는지 누가 나서서 설명을 좀 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산이의 그런 여리고 불안정한 감성에 대한 기반이 너무 약했습니다. 무리한 인물 설정이라고나 할까요. 느리다 못해 속이 터지게 답답하고, 곁에 있다면 등짝을 철썩 때려 정신차리게 해주고 싶었습니다.

책에 쉬이 감정이입이 되어버리고, 한동안 말투나 글매무새마져 물들어버리는 저로서는, 답답한 그녀의 빛 바랜 한때와의 조우가 결코 유쾌하지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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