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라리 난장 1
김주영 지음 / 문이당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김주영이란 작가를 잘 모른다. 그의 책을 읽어보지 않았거나, 읽고도 기억에 와 닿을만큼 인상을 받은 적이 없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미디어에서는 그를 '훌륭한 작가'라고 연신 치켜세웠고, 밑바닥 삶을 풀어놓았다기에 많은 기대를 가지고 책을 집었다. 하지만, 나는 3권짜리 이 책을 반을 채 못 읽었다.

밑바닥 인생을 질펀하게 풀어놓겠다 해놓고, 어깨에서 힘을 빼지 않으면 어쩌자는 것일까. 잘 이해되지 않는 난해한 어휘들은 문장의 중간중간에서 톡톡 불거져 글 읽기를 방해했다. 어렵게 쓰지 않으면 소설이 아닌걸까. 게다가 소설 전반에서 느껴지는 투철한 마초정신(?)이 여자인 내 심기를 거슬렸다. 물론 밑바닥 삶에서의 여자의 역할, 남자의 위세가 어제 오늘 일일까마는 그 주인공들이 아닌 작가 자체가 그런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느낌이 들었다.

밑바닥을 재현해 보고자 했지만 작가는 자신을 밑바닥으로 끌어내리지 못한 듯 하다. 어딘지 삐걱이는 이 느낌...편견일지 모르니, 조금 진정하고(?) 다시 읽어봐야 하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넌 가끔가다 내 생각을 하지 난 가끔가다 딴 생각을 해
원태연 지음 / 자음과모음 / 2000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발간된 지 7~8년이 지났는데도, 아직도 이 책이 읽히고 팔린다는 것이 너무도 반갑습니다. 처음 나왔을 때, 시가 아닌 1회용 낙서로 폄하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몇 년을 두고 사람들의 마음을 간지럽힌다면 낙서라고 쳐도 대단한 낙서지요.

스무 살을 앞두거나, 치르거나, 되돌아보는 이라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시라고 생각합니다. 난해한 말로 이마에 주름을 만들지도 않고, 어이 없는 표현으로 창의성을 뻐기지도 않는 이 시들은 방대한 협연보다 피아노 소품이 빛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이후에 나온 그 어떤 시집보다도 이 시를 윗길에 둡니다. 노련하지 않은 참신함, 다듬지 않은 순수함이 원태연 시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보니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어두컴컴한 물밑에서
스즈키 코지 지음, 윤덕주 옮김 / 씨엔씨미디어 / 1999년 6월
평점 :
절판


환한 대로변에 구두 한 짝이 떨어져 뒹굴고 있는 모습은, 누구나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모습을 보면 언제나 그게 왜 거기에 있는지, 사연이 궁금해진다. 델마와 루이스처럼 오픈카를 타고 일탈 여행을 떠나면서 흥에 겨워 운동화를 벗고 만세를 부르다가 떨어뜨린 구두? 어젯밤, 남자친구의 외도를 목격한 아가씨가 해명하려고 따라오는 그에게 '가버려! 필요 없어!' 하고 던진 구두? 공상은 엉뚱하지만 유쾌하고, 꼬리에 꼬리를 물어 백일몽에 빠지게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는 그런 모티브에 대해 유쾌한 상상을 펼칠 수가 없게 되었다. 어떤 공상이든 그 끝은 어둡고 음산한 공포로 물들고 말았다. 일상에 흔히 섞여있는 평범한 것들에서 끌어낸 공포. 그것보다 더한 공포가 있을까. 이 책을 읽으면서 느끼게되는 공포는 피가 튀기고 괴물이 등장하는 영화에서 꺅꺅거리는 것과는 질이 틀리다. 좀 더 서서히 독자를 옥죄인다.

읽는 순간 당신도 엘레베이터가 두려워지고, 캄캄한 해변가가 더이상 낭만적으로 느껴지지 않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햇빛 찬란한 바다
스즈키 코지 지음 / 씨엔씨미디어 / 1998년 12월
평점 :
절판


스즈키 코지는 언제나 나를 흥분하게 했다. 링 모든 시리즈, 낙원, 어두컴컴한 물 밑에서를 읽으면서 어느새 나는 그를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가' 중의 한 사람으로 치고 있었다.

햇빛 찬란한 바다도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스즈키 코지 특유의 역동적인 힘은 좀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다른 작품과 유사한 느낌이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빈번하다. 사유리의 병력을 찾아 헤매는 부분은 링에서와 흡사한 분위기를 풍기고, 다케시의 항해와 표류 장면은 낙원의 2장의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스즈키 코지의 입문서로는 참 좋은 작품이 될 것 같다. <링> 이외의 작품들을 접해보지 않은 분들은 '햇빛 찬란한 바다'로 그를 맛보시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토파즈
무라카미 류 지음, 김지룡 옮김 / 동방미디어 / 1999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매우 역겨웠고 매우 충격적이었다. 제목에서 받는 이미지와 내용이 이렇게 어긋나본 것은 처음이었다.(하지만 나중에 그것보다 더 어긋나는 책을 만났다.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ㅎ,ㅎ,ㅎ)

도대체 어떻게 이런 책이 심의를 통과했는지 이해를 할 수 없었다.(장정일과 서갑숙이 법정에 선 것이 무색했다.) 하지만 그냥 성적인 흥분이나 환상을 제공하려고 쓴 글이 아닌 것은 분명했다. 보는 사람을 괴롭고 슬프게 했기 때문이다.

특이하게도 이 글의 주인공들은 모두 '추녀'이다. 게다가 SM play를 전문으로 하는 창녀라는 특이한 직업의 소유자들이다. 창녀 - SM - 추녀 뭔가 어긋나고 이그러진 것이 분명한 출발이다. 그런 시작점에서 연이어지는 과정 또한 범상치가 않다. 마치 눈 앞에서 펼쳐지는 듯한 적나라한 광경과, 그에 버금가게 뚜렷이 보이는 그녀들의 속내. 고개를 돌리고, 보지 않고 싶었다. 하지만 끝까지 읽었다. 그것도 단숨에.

책을 덮은 후의 비참한 기분은 그녀들에 대한 동정심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다. 단순한 내가, 어느 결에 일본 사회, 더 나아가 거대 자본주의 사회의 그늘을 넘본 것이다.

류는 묘한 소설가다. 그를 작가가 아닌 단순한 엔터테이너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엔터테이너라면 왜 쉽고 편안한 길을 버려두고 이런 방법을 택할까? 외면하고 싶은 책을 끝까지 접지 못하게 하는 힘은 아무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