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뿔 - 이외수 우화상자(寓畵箱子)
이외수 지음 / 해냄 / 200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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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미디어에서 난리를 치고, 발매되자마자 베스트셀러가 되는 책을 보면 난 왠지 심사가 꼬인다. 사실 책 선택의 기준 중 큰 자리를 베스트셀러 목록과 작가의 이름이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그 이름이 작품보다 앞서나가면 왠지 그러면 안될것 같은 불쾌감이 앞서는 것이다. <외뿔>도 그냥 이외수가 써서 유명해진 것 같아 선뜻 손에 잡히지가 않았다. 우연히 손에 들어온 것을 그런 삐딱한 심사로 펼쳐들었는데, 그런 오해는 채 10p를 넘지 않아 스르르 풀려버렸다.

대부분의 책들은 읽는이에게 계속 깨달으라고 훈시를 한다. 무릎 꿇고 반성하면서 불편하게 다 읽고 나면, 깨달아야할 것 같긴 한데 당최 뭘 깨달아야하는지, 뭘 고민해야하는지 멍해진다. 하지만 외뿔은 쓸데 없이 가르치려들지 않는다. 킥킥거리며 읽어나가고 가끔 참 마음에 와 닿는 그림이 나오면 한 숨 쉬고...다시 웃고. 그렇게 수월하게 읽고 나면 그 때부터 꼬리를 문 고민이 시작된다. 그래, 사랑이 뭘까. 나는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할까. 내게 소중한 것들이 무어며, 잊고 있었던 것은 없는가...

이번 그림들은 이외수가 파지에 그린 것을 모았다고 한다. 쓸 모를 잃고 널린 이면지가 그런 아름다운 그림을 품다니... 그의 재능이 몹시 샘나는걸 보면, 난 아직 더 깨달아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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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자 the Closer 1
유시진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200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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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진다운 상상력에 유시진 다운 결말. 이제 무르익은 유시진의 '유시진 표 만화'이다. 미련한 나는 처음 이 만화를 빌려와서는 잠시 심각하게 고민했다. '앞의 뒤'와 '뒤의 앞'이라... 대체 뭣부터 읽어야 되는거지? (정말 미련했기 때문에 해야하는 고민이었지만, 독자 중 한 사람쯤은 그렇게 심각하게 생각해주기를 작가는 희망하지 않았을까? ^^;;;)
시작은 굉장히 단조로웠다. 아빠와 아이. 어딘가 독특한 아이의 내면 세계. 그런 종류의 만화는 요즘 흔하다. 하지만 곧 이야기는 숨가쁘게 달려간다. 이상한 사람들이 나오고, 새로운 세계로 빠져들고, 또 다른 이야기와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지고, 그 이유가 밝혀지고......결말을 향한 이 복잡한 구성은 여러번 꼬인 롤러코스터를 탄 것 같은 스릴과 흥분으로 가득하다.

차원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2권짜리 만화에 담다니, 대단한 실력이다. 유시진, 그 이름의 묵직함을 이 작품에서 다시 한 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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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남자 1
카미오 요코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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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유치하기도 하다. 뻔하다. 인물들은 전형적이고, 정말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인간들이 만화에서나 일어날법한 일들을 벌인다. 그런데......재밌다!!! '한 번 열면 멈출수가 없다'는 모 과자의 CF처럼 한 번 읽기 시작하면 그만둘 수가 없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사건들 모두 억지에, 우연에, 허황하기 그지 없는데 왜일까? 왜 재미가 있는걸까? 다 늙어서(?!) 주책이지, 츠카사를 보면 왜 가슴이 뛰는 걸까? 그건 아마도, '내숭을 떨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작품성 심오한 것처럼 폼 잡던 영화에서 신파적인 요소가 발견되면 그것처럼 꼴불견이 없다. 하지만 '나 신파요. 울고싶은 사람 다 오시오'하는 식의 영화는 한껏 울려주기만 하면 그것으로 좋다. 바로 이 만화가 그렇다.

애매하게 진정한 사랑이 어쩌고 하며 폼 잡지도 않고 어설프게 사회문제를 건드리려고도 하지 않는다. 재벌에, 키 크고, 잘생기고, 나밖에 모르는 남자!!! 모두가 한 번쯤 은밀히 꿈꿔봤지만 유치해서 감히 이야기도 못 꺼내본 사랑을 시원하게 풀어낸다. '꽃보다 남자'라는 제목부터가 그런 솔직함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사랑의, 사랑에 의한, 사랑을 위한 만화. 거기에서 얻는 대리만족은 참 배부르게 뿌듯하다.

언제건 도서대여점에 들리면 나는 또 '꽃보다 남자'를 기웃거릴 것이다. 그런데, 솔직한 것도 좋지만 제목 좀 바꿀 수 없을까. 누가 뭐 읽냐고 물어보면 부끄러워서 차마 대답할 수가 없다.T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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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 그 여자! 1
츠다 마사미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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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이 작품을 책보다는 케이블 TV의 만화로 먼저 만났어요.(나중에는 정규 방송에서도 하는 것 같더군요) 참 특이하다고 느꼈습니다. 화면이 빠르고 꽉 짜여진 기존의 만화들하고는 180도 틀리더라구요. 중간중간 한 박자를 쉬어가는 나레이션과 스케치, 가느다란 느낌의 맑은 캐릭터가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래서 대여점에서 이 제목을 본 순간 얼른 빼들었지요.

물론 만화가 먼저고 나중에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거겠죠? 그렇다면, 정말 원작에 충실한 좋은 작품인 것 같아요. 만화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여백'의 아름다움을 화면으로 절묘하게 옮겼으니까요. 순간순간 당면하는 등장인물들의 독백은, 보는 이의 가슴에 묘한 공명을 일으킵니다. 진지하게 고민하는 그들을 바라보다보면 어느 새 17살의 마음으로 돌아간 저를 발견하게 되더라구요.(에~ 참고로 저는 26살입니다.^^;;;)

순수하고 예쁘며, 또 용감한 그들의 진솔한 이야기... 그런 이야기들은, 배경이 일본이어서가 아니라 그것이 만화이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겠죠? 제가 보낸 학창시절, 그리고 지금의 청소년들이 치르고 있는 학창시절을 생각해보면 왠지 우울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 맑고 예쁜 이야기들이 힘든 현실에서 잠시 떠나는 Magic Key가 될 수 있을 거예요. 그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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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프리카 1
박희정 지음 / 서울미디어코믹스(서울문화사) / 199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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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같은 때, 몸만 지치는 것은 아니죠. 어쩌면 지금 우리는 몸보다 마음이 더 피곤한지도 모릅니다. 호텔 아프리카를 보고 있으면 아주 파랗고 맑은 물이 떠오릅니다. 한 권 한 권 읽고 있노라면 그 물이 바싹 타버린 가슴을 천천히 적시고 찰랑찰랑 차 오르는 것이 느껴지지요.

박희정의 그림은 참 감각적이예요. 'cool'이란 단어가 이렇게나 어울리는 작가는 처음입니다. 게다가 기교나 겉멋만 부리는 것이 아니라 기본도 충실한 것 같아요. 순정만화에서 할머니나 아기를 그리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는, 만화광이라면 다 알겁니다. 그런데 제대로 그릴 뿐 아니라 그 나름의 느낌과 아름다움까지 뽑아 내는 걸요. 어린 엘비스와 할머니를 보고 있노라면 절로 웃음이 배어나옵니다.

엘비스, 줄라이, 아델라이드, 지요, 트란, 이지 그 밖에 많은 등장인물들. 그들은 모두 사랑이라는 이름과 진지하게 마주보는 사람들입니다. 보는 사람을 감화시킬 정도로요. 저도 만화는 주로 대여점에서 빌려보지만, 이 만화는 정말 소장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유일한 단점은, 5권 밖에 안 된다는 거라구요. 10권이나 20권이라면 훨씬 좋았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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