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첫사랑 그아이의 이름을 소리내 불러본다.
˝건우야 살자˝
그립고 애잔해서라기 보다
너를 잃고도 내가 이만큼 살았는데
버틸수 있다는 확인으로.

심야식당은 내게 딱 그렇다.
딱히 별다른 삶이란 없다.

사랑해도 도저히 함께할 방법이 없고
너무 힘들다면 헤어지고 새출발해도 좋다.
또 사랑이 오고 살아진다.

스트리퍼인 그녀에게 이혼후 두고온 아이는
여전히 받아들이진 못하지만
낳아줘서 고맙다고 말해준다.

여생이 2년 남은 남자를 선택해도
오늘은 행복하다.

사람은 다 이야기가 있고
좀 남다른 짓 해도 그렇게 큰 일이 생기지 않는다.

미련과 작은 소망이 버무려진 평범한 삶.
너무 버겁게 버티진 말고 너무 절망도 말라고.
다살아진다.
살아진다고.

아베 아저씨가 또 편지를 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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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7-12-09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심야식당 전 10권까지 읽었는데 벌써 19권이 나왔네요^^

2017-12-20 19: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이트 스쿨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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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프란치스코 수도사 못지 않은 무소유의 삶을 사는 리처. 이번엔 액션은 조금줄고, 지성미를 좀더 뽐낸다. 짐승만도 못한 놈들의 머리에 총을 박으면서. 다행이다 그런꼴 안보고 살아도되서. 그리고 재주는 곰이 부리고 상은 높은놈이 받는건 미국도 그렇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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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7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오늘의 네코무라 씨 아홉
호시 요리코 지음 / 조은세상(북두)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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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코는 오늘도 열심히 집안일을 하고, 맛난밥을 지으며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린다. 사모님은 오늘도 스스로를 가꾸고, 다른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며, 가족의 등만 보며 불행하다. 꽤나 흔하면서도 슬픈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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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결혼을 할 때 커다란 이인용 책상을 구매했다. 그런데 그 결정은 꽤나 잘못된 것임이 곧 밝혀졌는데, 나는 컴퓨터 본체 돌아가는 소리를 아주 싫어하고, 남편의 컴퓨터를 거기에 놓고 나자 나는 그 책상에서 책을 읽을 수 없게 됐다. 큰 책상과 그 책상이 놓인 서재는 남편 차지가 되었다. (아이가 아빠방이라고 한다. 내방은 없다)


드라마에 도리스 레싱의 <19호실로 가다>가 소개되었다. 아주 예전에 읽어 기억이 가물한데, 드라마 대사를 보니 아예 이해를 못했었구나 싶다. 한 여자가 혼자만의 공간을 위해 허름한 여관방을 빌려 때로 머문다. 남편이 그 사실을 알자 그녀는 외도를 했다고 거짓말을 한다. 그러니까 그녀는 혼자이고 싶은 그녀의 욕망을 남편이 이해하지 못할 것을 알고, 그가 이해할 수 있는 외도라는 이유로 설명한다. 인간은 놀랍도록 서로를 오해한다. 그런데 더 괴로운 건, 또 때로 미치게 서로에게 가 닿고 싶다.


<섬에 있는 서점>은 엄청난 범작이다. 읽는 도중 그만 읽을까하는 유혹이 자주 찾아왔다. 그래도 저 도레이 레싱이 그린 그녀의 실존적 불행에 비해, 사랑하는 사람을 두 번에 걸쳐 찾아냈으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는 이 기적같이 운좋은 사내-너드 주제에 오지랍이 넓은? 형용모순인가-의 짧지만 따뜻했던 삶에 곁드려진 몇몇 재치있는 문장들을 크리스마스쯤 한편 읽고 잠드는 것도 괜찮겠다.



형사시리즈물의 전범이라 할 작품이다. 최근 만들어진 무수한 티비형사시리즈물 중 이만 못한 것이 수두룩하다. 작가는 무미건조하게 이야기를 하는데 나는 살짝 등장인물들에게 정이 든다. 군더더기라곤 없다. 분량마저 적당하니, 여행길 친구나 화장실 친구로 그만이다.


 회사에서 알라딘이 업무시간중 로그인이 안된다. 최근에야 업무시간외에 로그인 해놓으면 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업무시간 전에 로그인해서 오랜만에 소식을 적어본다.


<섬에 있는 서점> 밑줄긋기


대략 십오 년의 세월 동안 알고 지내면서 에이제이는 이즈메이가 여배우의 정석대로 나이들어간다고 생각했다. 줄리엣에서 오필리아에서 거트루드에서 헤카테로. (71~72)


골룸처럼 말하는 군”. 에이제이가 말했다. “골룸이 누구예요?” 마야는 알고 싶어 했다. “네 아빠가 좋아하는, 상태 심각한 너드 친구 하나 있어.” 어밀리아가 말했다.


“p.s. 네 단편에서 가장 발전가능성이 엿보이는 부분은, 이야기에서 공감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야. 사람들은 왜 지금 그런 행동을 하는가? 위대한 글쓰기의 특징이지. (231~232)


명절이 주는 진짜 선물은, 그게 끝이 있다는 거라고 에스제이는 생각한다. 그는 반복되는 일상이 좋다. 아침에 식사준비를 하는 게 좋다. 가게까지 달리는 게 좋다.” (268)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 레이먼드 카버, 1980


내가 한참을 골똘히 생각해온 문제는, 어째서 싫어하는/혐오하는/결함이 있다고 인정하는 것들에 관해 쓰는 것이 사랑하는 것들에 관해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쉬운걸까 하는 거야. (물론 이것으로 인터넷에 올라온 많은 글들이 설명된다.) 이 소설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단편인데도, 마야, 아직 그 이유에 대해서는 뭐라고 운을 떨 수가 없구나.


(또한 너와 어밀리아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람이다.)


-A.J.F.

(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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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7-11-24 09: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간 소식이 뜸하시다 했더니 회사에서 로긴이 안되었었군요. 그러보면 저는 그거 하나만큼은(!!) 좋은 회사에 다니는군요. 아무때나 로긴이 가능하다니..

생각해보면 여자들은 누구나 ‘자기만의 방‘ 을 욕망했던 것 같아요. 굳이 버지니아 울프의 책 제목을 가지고 오지 않더라도, 일전에 ‘앨리스 먼로‘의 단편에서도 여자가 따로 작업실을 얻는 단편 소설이 있었고요, [내 영혼이 깨어나는 순간]이었나, 그 소설에도 보면(이거였나, 여자작가가 쓴 소설이었어요), 남편과 아이들이 있는데조 본인의 집을 따로 얻는 여자가 나오거든요. 우리는 누구나 혼자가 되는 시간이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섬에 있는 서점] 재미있게 읽었고 팔려고 했는데, 오늘 휘모리님의 이 페이퍼를 읽으니, 팔지말고 가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하핫.

무해한모리군 2017-11-24 10:13   좋아요 0 | URL
네 글을 쓸 공간이 없어서 ^^ 읽기는 이것저것 읽고 있어요.

섬에 있는 서점 나쁘지 않았는데, 너무 평범한 느낌이었어요. 심지어 내가 읽어봤고 좋아했던 책이 이렇게 대거 거론되는 경우는 진짜 드문데 이야기가 제게는 재미가 없었어요. 어쩌면 올해읽은 세번째 서점에 대한 책이라는 게 나빴을지도.
 

아아, 기쁨 아닌 모든 감정들은 허공으로 사라졌다! 수많은 의구심도 성급한 절망도, 치떨리는 불안과 녹색 눈의 질투도. 아, 사랑이여, 제발 진정하거라. 황홀감은 약하게, 기쁨의 비는 조용히 내리고, 정도를 지켜다오! - 132쪽 [베니스의 상인] 인용

지금 나는 내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으니까 - 185쪽 [십이야] 인용

엄마는 마음 한구석으로 언니가 기다리는 ‘누군가‘가 되고 싶었던 거죠? ‘환하고 멋진 무언가‘가 되어 언니와 함께 어딘가에 가고 싶었던 거죠? - 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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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최대 미스테리는 어느날 갑자기 여주인공의 엄마는 왜 집을 나갔을까이다.
책탐험가로서의 자신의 욕망을 본 순간, 그녀는 엄마로 아내로 사는 것이 '자기답지 않다'고 느끼고 길을 나선 것인지도 모른다. 

분명한 건 저마다의 욕망이 있지만,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서는 그보다 더 많은 선택지가 있다는 것. 
저마다의 삶에 대한 답안지를 달라지게 하는건 내 옆의 사람들이라는 것.

귀여운 이야기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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