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 뭔지 안다고 말할 수가 없었다. 그녀는 두 연인을 떠올렸다. 정중하고 불행했으며 코델리아를 '아빠의 어린 파시스트 딜리아'가 아닌 코델리아라는 진짜 이름으로 불러줬기에 같이 잤던 조지. 그리고 코델리아가 무척 좋아해서 그 사람이 중요하게 여기는 유일한 방식으로 좋아하는 감정을 보여주지 않는 것은 인색한 짓이라고 여겨졌던, 젊고 늘 화가 나 있었던 칼. 그녀는 처녀성의 의미를 일시적이고 불편한 상태이자 젊음이 가지는 막연한 불안감과 취약성의 일부분 이상으로 여겨본 적이 없었다. 조지와 칼을 만나기 전 그녀는 외롭고 미숙했다. 둘을 만난 후에는 외롭고 조금 덜 미숙해졌다. 연애는 아빠나 집주인 여자들을 대할 때 오랫동안 갈망해왔던 자신감을 주지도 않았고, 불편할 정도로 심장을 뛰게 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칼에게는 다정함을 느꼈다. 그러나 그와 사랑을 나누는 일이 지나치게 쾌감을 주거나 그가 그녀에게 너무도 중요한 사람이 되기 전에 그가 로마로 떠나버린 게 차라리 다행이었다. 그렇게나 이상한 체육 과목이 언젠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자 견딜 수가 없었다. 섹스는 고통이 아니라 기쁨이라는 생각은 지나친 과대평가라고 당시 그녀는 결론을 내렸다. 생각과 행동 사이의 괴리는 그토록 완벽했다. -140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카스피 2018-08-21 17: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P.D 제임스의 작품이네요.여자에게 맞이 않는 직업은 꽤 오래전(아마 30년 이상)에 국내에서 번역된 작품인데 추리 소설 붐을 타고 재 번역되었네요^^

무해한모리군 2018-08-21 17:23   좋아요 0 | URL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작품이 나온때를 생각하면 참신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책을 쓴다는 건 자신이 가고자 하는 길을 정확히 알아야 가능하다. 고로 이책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의 요약 역시 저자가 서문에 가장 잘 해두었다. 


 나는 용감하고 영리한 젊은 여주인공이 삶의 어려움에 직면 했을 때, 다들 해낼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일에서 기필코 성공을 거두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 P. D. 제임스

2014년 10월 옥스퍼드에서 


 영국식 블랙유머가 살짝 가미된 촘촘한 묘사로 시작되는 첫단락도 마음에 든다. 인간에 대한 첫인상 적중률과는 달리 책의 첫 단락 즈음의 느낌은 거의 맞는 편이다. 번역을 넘어 유려한 문장이 느껴진다. 원서로 읽어보고 싶다. 


 그녀 자신이 전쟁으로 정신병을 얻은 남편을 대신해 가족을 부양하기위해 일생 일하고 글을 쓴 강인한 여성이다. 마흔살 무렵엔 새벽 다섯시에 일어나 출근전까지 습작을 했다는 그녀가 만들어낸 유일한 여자탐정이라니 오늘 퇴근길은 그녀와 함께 제법 즐겁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램덩크 신장재편판이랑 우표를 지른다. 이런거 안모은지 한참이건만 손가락이 절로 결제를 눌러버렸다.


어린시절 모두가 강백호를 외칠때도 나는 채치수가 좋았다. 채치수 → 강동희(오빠 왜때문에 그랬어 ㅠㅠㅠㅠㅠ)로 내 이상형은 그로인해 고릴라로 고정이다 ㅋㅋㅋㅋㅋ 사람의 마음을 모은다는 것의 가치를 아는 사람, 조직을 사랑하는 것이 폄하되는 세상이지만, 켜켜이 이어져내려오는 마음의 끈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여튼 배송되면 우표세트를 회사 책상에다 전시해 둬야지. 


이번주에 <서른이지만, 열일곱입니다>란 드라마를 봤다. 주인공인 양세종이라는 배우가 떠오르는 신예라더니 연기톤이 독특하다. 말투나 목소리가 느낌있다. (샤이니의 온유군이랑 비슷해서 구분을 못했는데 표정과 말투가 전혀 다르다. 이제 구분할 수 있을듯) 여튼 이드라마는 잔잔하고 착한 사람들이 나온다. 주인공은 말없이 자기일 열심히 한다. 드라마는 나쁜 사람들이 많이 나오는 걸 잘 보지 않는다. 그런건 뉴스만으로 충분하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18-08-16 16: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나쁜놈들이 많이 나오는 왕좌의 게임을 보고 있어요. 시즌 4를 볼 차례에요. 그만큼 열심히 보고 있네요. ^^;;

무해한모리군 2018-08-16 17:03   좋아요 0 | URL
그게 그렇게 명작이라면서요? 시리즈가 막 긴거는 언제다볼까 싶어서 엄두가 안나요. 제가 다섯시에 일어나는데 열시면 자는 새나라 어린이예요 ㅋㅋㅋㅋㅋ

stella.K 2018-08-16 18:1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맞아요. 온유하고 비슷하죠.
근데 온유가 요즘 TV에 못 나오고 있죠?
그래서 구분이 더 가능해진 것도 같아요.
최근 1,2년 전부터 출연을 많이하더군요.
연기를 아주 잘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젊고 신선한
마스크잖아요. 정해인만 못하지만.ㅋㅋ

무해한모리군 2018-08-17 13:02   좋아요 0 | URL
저는 사실 두 남자는 사진만으로 구분 안될거 같고, 온유군 목소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동영상으로는 구분가능할 거 같습니다. 온유군 사고치기전에 캐스팅 됐던 청춘시대 그 역했으면 꽤 연기자로도 괜찮았을텐데, 다 지탓이죠뭐.

정해인군은 데뷰초에 백년의 신부인가 하는 로코에 나온적이 있는데 작은 조연이었는데도 ‘저친구 참 잘생기고 연기도 잘하는군‘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나요. 딕션도 좋고 연기를 잘하고 군대도 다녀왔고! ㅋㅋㅋㅋ

머큐리 2018-08-17 11: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나쁜 놈(?) 투성인 ‘라이프‘라는 드라마를 봅니다.
자신의 직분에 충실한데... 충실할 수록 나쁜 놈들이 되는 아이러니한 드라마?
그래서 더 매력적이지요...하긴 진짜 나쁜 놈들에 비하면 착한 드라마일수도 있겠네요

무해한모리군 2018-08-17 13:08   좋아요 0 | URL
저는 작가의 전작인 비밀의숲을 종영하고 몰아서 봤어요. 좋았어요. 황시목이 캐릭터는 오랜만에 드라마를 보고 좋아진 케릭터예요. 우리나라 추리수사물(?)로는 김강우씨가 했던 실종느와르m이후 몇년만에 기억할만한 작품이었고. 라이프도 끝나면 몰아볼려고요.

더운데 잘지내시죠?

카스피 2018-08-17 22: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른 일본 만화책이 쉬이 절판되는 것에 비해 슬램덩크는 참 끈질기에 여러 판본으로 나오는 것 같아요^^

무해한모리군 2018-08-21 12:23   좋아요 0 | URL
저희 또래한테는 엄청나게 인기였어서 꾸준히 구매하는 사람 많을거 같아요 ^^
 

사루비아 다방의 시서화를 점심시간에 한잔한다.

아주 트랜디하게 아보카도 덮밥을 먹고나니 촌놈인지라 느끼해서 차 맛이 더욱 좋게 느껴진다.


며칠전 출근길에 시배달어플을 읽다 제목에 꽂힌다.

'끝 간 데' 

시인은 참으로 놀랍다. 시제로 잘리어진 문장 모양새가 마음에 든다.

끝 간 데 없이 너를 향해가는 마음

끝 간 데 없이 돋아나는 슬픔...


죽음을 선택한 남자는 결론은 취향이 아니었다. 재미없지 않은데 주인공이나 사건자체도 취향이 아니다. 얼른 읽어 치워야지. 


생각해보니 어렸을 땐 스스로 취향이 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연애를 하면 애인이 좋아하는 것이 나도 좋아졌고, 그 녀석과 헤어져도 여전히 좋았다. 첫번째 애인은 내게 책를 남겼고, 두번째는 등산의 즐거움을, 세번째는 전라도 음식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런데 이제와선 어찌된 영문인지 싫어하는 것의 목록이 제법 길어져 슬프다. 지나치게 구체적인 나의 요구목록이 때로 나조차 짜증스럽다. 도전적이고 유연한 취향의 목록을 가지고 싶다. 입맛은 그른듯하고 책이라도 이리저리 찔러보자 다짐해본다.


 어제 도착한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좀 더 즐거운 퇴근길을 만들어 주길!


댓글(4) 먼댓글(0) 좋아요(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라로 2018-08-14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루비아 다방이 아직도 있나요? 삼청동근처인가요? 거기서 공연을 봤고 알라디너 두 명을 만난 장소라 그리운 이름이에요. ^^;

무해한모리군 2018-08-14 14:46   좋아요 0 | URL
그 다방일지 분명치 않네요 ㅋㅋㅋㅋㅋ 제가 가는 사루비아 다방은 연희동에 있습니다. 비싸고 맛있고 그렇습니다.

Forgettable. 2018-08-14 17: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나이 들 수록 취향이 확고해지더라구요. 괜히 싫어하는 거에 시간낭비 하지 말자, 싶기도 하고 이렇게 편협한 사고방식에 갇히게 되는 건가 무섭기도 하고..

무해한모리군 2018-08-16 12:5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 가끔 말하다가 나 너무 꼰대스러운가 하며 소름!

잘지내죠? 어휴 더워요.
 


내가 예전에 자네한테 인간의 사악한 면모에 대해서 얘기를 한 적이 있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소한 거짓말과 책임 회피가 어떤 식으로 엄청난 화마처럼 인간을 잡아먹을 수 있는지 말일세. - 161쪽


 내가 더 붙일 필요없이 작가가 정확히 자신의 이야기를 정리해뒀다.


그러나 나는 아마 이책을 다시 읽지 않지 싶다. 결말에 수전에게 생긴 불행이 마음에 들지 않고, (아무리 생각해도 호기심이 왕성한 것 말고는 - 그래, 이거야말로 소설이나 영화에서 희생자가 될 제일 품성이라도 말이다- 잘못이 없는데 일도 건강도 엉망이 된 채 남친의 고향마을행이라니!)  나는 고전의 재현을 읽기보단 그 고전을 다시 찾아 읽고 싶으니까. (물론 더이상 나오지 않을 시리즈의 재림엔 다시 손이 가고야 말테지만)


케이티는 왜 항상 자기 기준에 맞춰서 나를 판단할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이 나에게는 필요가 없고 나는 지금 이대로도 완벽할 수 있다는 걸 왜 알지 못할까? 내가 짜증을 내는 것처럼 들린다면 그녀의 생각이 맞을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내 안 어딘가에서는 그녀와 같은 질문을 했다. 나는 평생 아이를 낳을 일이 없을 것이다. 내 남자 친구는 여름 방학 내내 곁에 없었고 학기 중에는 주말에만 나를 만나러 왔다. 그것도 축구 시합이나 학교 연극 예행 연습이나 토요일 테이트 박물관으로 견학을 가는 일이 없을 때 얘기였다. 나는 책과 서점과 서점 사장과 찰스나 앨런처럼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평생을 바쳤다. 그 결과 책처럼 책꽂이를 벗어나지 못하는 신세가 됐다. - 86쪽



댓글(2) 먼댓글(0) 좋아요(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8-08-13 16: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8-14 1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