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루비아 다방의 시서화를 점심시간에 한잔한다.
아주 트랜디하게 아보카도 덮밥을 먹고나니 촌놈인지라 느끼해서 차 맛이 더욱 좋게 느껴진다.
며칠전 출근길에 시배달어플을 읽다 제목에 꽂힌다.
'끝 간 데'
시인은 참으로 놀랍다. 시제로 잘리어진 문장 모양새가 마음에 든다.
끝 간 데 없이 너를 향해가는 마음
끝 간 데 없이 돋아나는 슬픔...
죽음을 선택한 남자는 결론은 취향이 아니었다. 재미없지 않은데 주인공이나 사건자체도 취향이 아니다. 얼른 읽어 치워야지.
생각해보니 어렸을 땐 스스로 취향이 없는 놈이라고 생각했다. 연애를 하면 애인이 좋아하는 것이 나도 좋아졌고, 그 녀석과 헤어져도 여전히 좋았다. 첫번째 애인은 내게 책를 남겼고, 두번째는 등산의 즐거움을, 세번째는 전라도 음식의 세계로 이끌었다.
그런데 이제와선 어찌된 영문인지 싫어하는 것의 목록이 제법 길어져 슬프다. 지나치게 구체적인 나의 요구목록이 때로 나조차 짜증스럽다. 도전적이고 유연한 취향의 목록을 가지고 싶다. 입맛은 그른듯하고 책이라도 이리저리 찔러보자 다짐해본다.
어제 도착한 여자에게 어울리지 않는 직업은 좀 더 즐거운 퇴근길을 만들어 주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