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페미니즘의 도전

정말 빠른 속도로 읽고 남친이랑 같이도 한번 읽고 했는데, 좀처럼 후기가 써지지를 않는다. 쟁쟁한 후기들을 너무 읽는 영향인 모냥이다.. ㅠ.ㅠ

2. 민중자서전 3, 7권

정말 멋진 구술자서전이다. 내가 읽은 두권은 장구잽이와 옹기장이에 대한 이야기인데, 경상도 출신인 내가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에 흠뻑 빠져들었다.. 워낙 판굿을 좋아하는지라 저런 좋은 장구잽이 가락 한구절이라도 들어봤으면 하는 마음이 절로 들었으나, 제대로된 레코딩 하나 남기지 못하도 또 한사람의 거장이 이렇게 갔구나 하는 쓸쓸한 마음이 든다.. 어디 기생방이나 상류층에 소비되던 것 말고 우리 민중들 사이에 날것의 풍류 문화가 자꾸만 사라져 가는 듯 해 마음 한 곳이 짠하다.. 옹기가 저 도자기에 비해 못할 것이 무엇인가.. 후기를 써보나 절판이니 그점도 아쉽다. 어느 뜻있는 출판인인 전 스무권을 다시 내주기를 목빠지게 기다리고 있다.

3. 세계를 뒤흔든 열흘

스펙타클.. 멋지고 흥기로운 글.. 아직 다 읽지 못했다.. 주말 새 읽고 후기를 올려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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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바람구두 > 복효근 - 어머니에 대한 고백

어머니에 대한 고백


복효근


때 절은 몸빼 바지가 부끄러워
아줌마라고 부를 뻔했던 그 어머니가
뼈 속 절절히 아름다웠다고 느낀 것은
내가 내 딸에게
아저씨라고 불리워지지는 않을까 두려워질 무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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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눈썹 밑 그 깊은 빛

                                                             안도현(시인)

복효근 시인을 생각하면 한 가지 꼭 찔리는 게 있다. 나는 복효근 앞에 서면, 천년만년 살고 지고 어쩌고 하면서 손가락 걸고 맹세하던 언약을 팽개치고 돌아앉은 사내의 심정이 된다. 복효근은 지금도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학교에 있는데, 나는 귀를 틀어막고 혼자 학교 바깥으로 걸어나왔기 때문이다. 나는 배신을 '때린' 것이다.

10년 전쯤, 일찍이 우리에게 시를 쓰는 일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 땅의 아이들을 잘 가르치는 일이었다. 그 당시 나는 정체가 드러나 학교에서 쫓겨난 해직 교사였고, 복효근은 정체를 숨기고 전교조 활동을 열심히 하던 현직 교사였다. 1989년 여름에 천오백명이 넘는 교사가 해직을 당했을 때, '잘린' 선생님들과 현직에 남아 있던 선생님들의 관계는 아주 미묘했다. 그것은 밥그릇을 빼앗긴 해직 교사들의 현실적인 아픔보다는 현장에 남아 있던 교사들의 상실감과 자괴감이 훨씬 더 농도가 짙었기 때문이다. 웃통을 벗어제치고 싸움을 하는 사람과 장갑 속에 주먹을 숨기고 싸움을 해야 하는 사람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될 것이다.

우리는 마치 비밀 결사대와도 같은 비장한 자세로 만나곤 했다. 누군가는 정세를 예리하게 분석하면서 시선을 모았고, 누군가는 시급한 문예운동의 방향과 구체적인 일거리를 제시했고, 또 누군가는 밤을 새워가며 토론에 열을 올렸고, 그리고 새벽 하늘이 부옇게 밝아올 때까지 술을 마셨다.

인천에서 왔다는, 구레나룻의 인상적인 선생님이 그때 있었다. 복효근이었다. 그는 내 시를 많이 읽었다고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그 무렵에 '시'보다는 '삶' 쪽에 더 무게 중심이 기울어져 있었다. 시는 그저 남루하고 허약해 보일 뿐이었다. 좀더 나은 삶, 세상을 바꾸는 데 기여하는 삶이 더 아름다운 거라고 생각했다. 시와 삶의 일치를 꿈꾸는 일은 우리들의 숙원 같은 것이었으나, 그것도 다만 꿈일 뿐이라고 여긴 적도 있었다.

복효근의 세 번째 시집 『새에 대한 반성문』은 일상적 삶에 의문부호를 던짐으로 해서 반성적 성찰에 이르는 시들이 그득히 들어 있다. 시가 반성의 양식이라는 고전적 명제에 충실히 응답하면서 독자를 또다른 깨달음의 공간으로 데려가는 기법이 이번 시집에서는 유난히 돋보인다. "제살 한 점 선선히 내어준"(「비누에 대한 비유」) 비누를 보면서 온전한 사랑을 떠올리는 시인은 얼마나 성실하고 진지한가? 새로 이사간 아파트의 변기에 앉아 "나의 천장은 또 누구의 바닥이었구나"(「소리 세례」)하고 이마를 치는 시인은 얼마나 착한가?

이렇듯 내가 아는 복효근은 성실하고 진지하고 착한 시인이다. 한 시인을 성실하고 진지하고 착하다는 형용으로 표현하는 일이 썩 합당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왜냐하면 시인이란 부정정신의 소유자이어야 하고, 그래야만 이 세계와의 한판 대결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때로는 게으르고, 때로는 거칠고, 때로는 삐딱하기도 해야 하는 사람이 시인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그를 성실하고 진지하고 착한 시인이라고 말해야겠다. 그것을 뭉뚱그려 진정성이라는 말로 요약할 수 있다면, 복효근의 진정성은 자신의 과오까지 드러낼 줄 아는 솔직함으로부터 출발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때 절은 몸빼 바지가 부끄러워/ 아줌마라고 부를 뻔했던 그 어머니"(「어머니에 대한 고백」)은 시인의 어머니인 동시에 우리 모두의 어머니가 되는 것이다.

복효근 시인이 부친상을 당했을 때 남원 대산면에 있는 그의 고향집에 간 적이 있다. 나는 거기 가서 문상도 문상이지만 그의 고향집 흙담에 마음을 빼앗기고 말았다. 돌과 황토를 섞어 만든 그 야트막한 흙담이 한 시인의 영혼을 오랫동안 껴안아 주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그런 흙담을 두른 고향집이 없는 내 영혼이 불쌍하게 여겨지기도 했다. 다음과 같은 시에는 고향을 잃어버린 인간의 눈으로는 도저히 찾아낼 수 없는 세계의 비밀이 담겨 있다.

그걸 내 마음이라 부르면 안되나
토란잎이 간지럽다고 흔들어대면
궁글궁글 투명한 리듬을 빚어내는 물방울의 그 둥근 표정
토란잎이 잠자면 그 배꼽 위에
하늘 빛깔로 함께 자고선
토란잎이 물방울 털어내기도 전에
먼저 알고 흔적 없어지는 그 자취를
그 마음을 사랑이라 부르면 안되나
―「토란잎에 궁그는 물방울같이는」전문

토란잎과 그 위에서 구르는 물방울의 관계를 이렇게 아름답게 그려 놓은 시를 나는 아직 보지 못했다. 토란잎도 둥글고 물방울도 둥글다. 너도 둥글고 나도 둥글다. 서로 둥글다는 것은 둘 사이에 갈등의 요소가 없음을 뜻한다. 그러나 갈등이 없다고 처음부터 긴장을 포기한 것은 아니다. 내가 너의 몸에 가 박혀 지워지지 않는 아픔이 되기 전에 나는 흔적 없이 사라지는 물방울 같은 존재다. 내가 머물렀던 그 자취를 굳이 사랑이라고 부르지는 않겠다. 그러나 그것을 사랑이라고 부르면 안되나? 여기에서 자취라는 말은 그 형상이 남아 있는 상태를 가리키기도 하고, 아예 아무 흔적도 남기지 않은 무형의 상태를 말하기도 한다. 형상과 무형 사이의 아슬아슬한 거리가 이 시를 빼어난 연애시로 끌어올린다.

「탱자나무 생울타리 지날 때」라는 시에서 "탱자나무 생울타리 그것은/ 아주 안 보여주지는 않고/ 다 보여주지도 않아서."와 같은 범상치 않은 발견도 그 아슬아슬한 거리의 긴장을 제대로 유지하고 있는 예라 할 수 있겠다.

복효근의 세 번째 시집을 읽은 주변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복효근이 깊어졌다"고 말한다. 나도 동감이다. 이전의 작품들은 시의 숙성의 편차가 좀 심했던 게 사실이다. 너무 익어버린 시와 풋것 그대로의 시가 한 솥에 들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새에 대한 반성문』은 그런 우려를 말끔히 벗어던진 좋은 시집이다. 시인은 생태학적 상상력과 불교적 사유를 배경으로 시적 자아의 보폭과 목소리의 크기를 조절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 세속을 벗어나지 못하면서도 세속에 동화되지 않으려는 자아가 부단히 자기 성찰을 행하는 모습은 곳곳에서 빛나는 시들을 낳는다.

짐작컨대 앞으로 복효근 시인은 종교의 신성함과 문학의 '건달끼' 사이에서 또 다른 방황을 하게 될지도 모른다. 상당수의 시편들이 불교 용어를 차용하고 있는 점, 반성이 지나치게 길어지면 종교로 귀결된다는 점을 여기쯤서 한 번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나는 복효근을 좀 안다. 그는 친구 같은 아내 김연경 선생과 절집을 자주 찾아 가기는 하지만 "네 속눈썹 밑/ 그 깊은 빛 몇 천리"도 사랑할 줄 아는 시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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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이드님의 "오랜만에 취향테스트 "

고상한 여성 취향, 품위와 우아함의 영역

돌무더기는 더 이상 돌무더기가 아니었다. 그 남자가 곰곰이 생각했을 때, 돌무더기로 대성당을 짓고 싶다고 생각했을 때.” – 생떽쥐베리

 

이곳은 길가의 미물을 보고도 낭만적인 상상에 잠길 수 있는, 혹은 그런 능력에 경의를 표할 수 있는 우아한 감수성을 위한 영역입니다.

 

문화와 예술에 무관심한 실용주의 숭배자, 갑갑하게 질서정연한, 꽉 막힌 합리주의자들의 출입을 통제합니다.

 

다음은 이 영역에 속하는 사람들이 보이는 특징들입니다  

  • 계획적이고 정교한 것보다는 비논리적이더라도 자유로운 것을 좋아함. 정리되지 않은 느슨한 콘텐트에 관대한 편. 직관적인 취향으로 너무 꽉 짜인 논리정연 함에 갑갑함을 느낌
     
  • 다소 주류 지향적이나 그 중에서 수준 높은 것을 취사 선택하는 편. 도에 벗어나지 않는, 상식적인 콘텐트 선호. 지나치게 파격적인 이미지와 언어에 거부감. 하지만 너무 노골적이고 뻔하고 흔해 빠진 것은 식상해 함.
     
  • 작위적인 것, 가식적인 것을 불편해 함. 선택의 기준을 자기 만족에 두는 편이라, 가격, 인기, 외모 같은 외적 요인엔 별 관심이 없음
     
  • 고급스러운 콘텐트에 관심이 있으며, 통속/세속적인 콘텐트를 싫어하는 편. 문화 예술에 대한 선천적인 안목, 진짜를 알아보는 직관을 가졌을 가능성이 높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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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09-02-06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상한척 해보는 거 아냐 휘모리!!

Kitty 2009-02-06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멋져요 ㅠ 제가 원하는게 이런거라구요!! 전 도대체 왜 이런게 안나오는거죠!!! 흐흑


무해한모리군 2009-02-07 13:28   좋아요 0 | URL
아하하 키티님 그닥 믿을만하지 안잖아요 ^^

2009-02-07 00: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09-02-07 13:28   좋아요 0 | URL
즐거우셨다니 다행입니다 ^^

바밤바 2009-02-11 0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저도 휘모리님이랑 같은거 나왔는데. 근데 난 남성인데 ㅠㅠ

무해한모리군 2009-02-11 07:57   좋아요 0 | URL
제일 앞에 성별 선택하는거 있는데 ㅎㅎㅎ
 
 전출처 : 작가와의만남님의 "연극 <김명곤 연출의 밀키웨이> 초대 이벤트"

(30일 6시)참 하루하루 고된 요즘입니다. 일상에서 벗어나서, 배우들의 호연속에 푹 빠져보고 싶네요. 이제 만으로 이십대도 끝나가는 11월에 벗과 함께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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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순오기님의 "이벤트 '엄마는 독서중' 6행시 짓기"

엄청나게 바쁜데 아는 울고, 마디마디 어디 안아픈데도 없는데 늑하게 티브이 보고 있는 신랑놈 독을 품고 어데 언제까지 그러는가 보자 하며 서슬을 품어봐도 중얼중얼 너 늙으면 보라지 하며 맘속으로 삼키는게 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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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8-10-28 0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훠~ 멋진 6행시를 이렇게 올리면 작품이 죽잖아요.ㅜㅜ
알라디너들의 몰표로 인기상에 선정됐어요. 보고 싶은 책과 주소 남겨주세요.^^

무해한모리군 2008-10-28 14:54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글썽글썽~~

로드무비 2008-11-04 0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행사가 있었네요.
휘모리 님 6행시 멋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