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팔로 하는 포옹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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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은 생맥주잔을 들고 겨우 한 모금 정도를 들이켜고 나서 접시에 있는 땅콩 껍질을 집으려다 멈칫하고는 옆에 있는 한치 조각을 집어서 이로 물었다. 부드럽게 생긴 한치는 질겼다. 질깃한 조직은 누군가의 피부였다. 질깃한 피부 덕분에 바다에서 버틸 수 있었을 것이다. 두껍고 질깃하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세상이었을 것이다. 정윤은 그런 생각이 들자 남은 한치 조각을 접시에 내려놓았다.

경관님, 고통 같은 것은 말입니다, 절대 얼굴에 드러나지 않습니다. 아십니까? 그게 다 어디 붙는지 아십니까? 알코올에 달라붙어서 말입니다, 살에도 붙고, 조각조각 나서 뇌에도 붙고, 또 내보내려고 해도 손톱 발톱 그렇게 안보이는데 숨어살면서요, 조용히 있다가 중요한 순간이 되면요, 제 뒤통수를 후려치고요, 그러는 겁니다.

맺힌다는 게 어떤 건지 아십니까? 자, 여기 술잔을 잡아봅니다.
규호가 헛손질을 하다가 겨우 술잔을 잡았다.
여기에 왜 맺히는지 압니까? 이것은 온도 차이 대문입니다. 나는 차가운데, 바깥은 차갑지 않아서, 나는 아픈데, 바깥은 하나도 아프질 않아서, 그래서 이렇게 맺히는 겁니다. 그래서 저는요, 술을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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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5-08-05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제나 주정뱅이 얘기에 공감하는 나.

웽스북스 2015-08-06 01:33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곳에 밑줄을 ㅎㅎㅎ

무해한모리군 2015-08-06 11:34   좋아요 0 | URL
역시 우리는 주통한 걸로 ㅎㅎㅎㅎ
 

박준 - 슬픔은 자랑이 될 수 있다 中

나는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한다

좋지 않은 세상에서
당신의 슬픔을 생각하는 것은

땅이 집을 잃어가고
집이 사람을 잃어가는 일처럼
아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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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날 흔히하는
차마시며 시집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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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07-29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중혁 보틀^^
오늘 시 읽기에 참 좋은 날씨네요~^^

네꼬 2015-07-30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휘모리님 멋있당 비 오는 날 시라니. (저는 비 오는 날 TV...)

무해한모리군 2015-07-31 20:20   좋아요 0 | URL
사실 비오는 날엔 지지미에 술이지만... ㅎㅎㅎㅎ
 

 뭔가 심장을 뛰게 할 거리가 필요해서 골라본 김중혁 작가의 단편선은 심장이 쿵하는 순간이 나오긴 하는데 김중혁 작가답게 독특하다. 그녀의 머리속에서 통통 거리던 탁구공이 그의 심장으로 쓱 밀고 들어와 통통 거린다.

 

 찬호께이의 13.67(어떻게 검색해도 안나와서 이미지를 못넣음 =.=)은 안락의자 탐정의 한 정점을 찍은 느낌. 간성혼수 상태에서 뇌파장치를 이용해 네, 아니요 만으로 범인을 잡는다. 당황.

 

 지지리 혼란스러운 세상에 찢어지게 가난한집 딸이 팔려가던 중에 다른 세계로 들어와 또 고생고생 하는 얘기. 이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너무나 고생스럽다. 좋은 부모 복보다 좋은 시절복을 타고나야한다는 교훈적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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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드 2015-07-28 13: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3.67은 딱 그부분만 지나면 무릎꿇고 읽게 됩니다. 전체적으로 안락의자 탐정과는 거리가 멀어요.

무해한모리군 2015-07-28 13:24   좋아요 0 | URL
저도 명성을 들었습니다 ㅎㅎㅎㅎ 오늘 아침 출근길에 읽기 시작했는데 하이드님 댓글을 보니 퇴근길이 기대됩니다~

하이드 2015-07-28 13: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일드44 다시 읽었는데, 무서웠어요. 연쇄살인범보다 무서운 시절. 시대.

무해한모리군 2015-07-28 13:27   좋아요 0 | URL
하이드님 동감입니다. 내 아이를 `잘`키우려고 내아이만 어화둥둥하는게 참 부질없다는 생각을 저는 요즘 많이합니다.
 

아이가 소파에 잠든 사이 휴일답게 쉰다

모두가 승산과 유효성을 말할때
이렇게 살겠다
이것이 진짜 삶이다
라고 말하는 시를
그 그에 대해 말하는 서경식을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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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5 17: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무해한모리군 2015-07-28 13:23   좋아요 0 | URL
아이를 보면 제가 좋은 어른이 되지 못한 것이 한스럽네요.
 

 미미여사의 현대물 신작을 주말에 읽는 중 국정원 직원의 자살 뉴스를 접했다. 


* 주의 : 아래 내용 스포이니 피할 분은 열지마세요.


접힌 부분 펼치기 ▼

 

마침 책에서 내가 읽고 있던 대목은 기업연수시 사원교육을 하는 컨설턴트에 대한 내용이었다. 이 컨설턴트들은 소규모 그룹 티칭을 하면서 상호비판, 체벌등을 활용해 교육생들의 심신을 극한으로 몰고 교묘한 논리로 상대를 조정해, 교육을 받는 동안 자살하는 교육생 마저 나타났다. 일본 불황기에 기업연수가 줄자 이 컨설턴트들은 다단계 교육 등 사기로 전업하게 된다.


 

 

펼친 부분 접기 ▲


으스스하니 뭔가 절묘하게 겹친다. 최근 자살한 최경위와 국정원 직원, 도대체 그들의 조직은 그들을 어떻게 몰았길래 '조직은 죄가 없다'는 유서를 남기고 처자가 있는 건장한 사람들이 자살에 이르렀을까? 자살테러, 이상한 종교집단이 떠오른다. 


http://www.pressian.com/news/article.html?no=128251&ref=nav_search

프레시안의 기사를 보면 국정원이 어떻게 해당 직원을 궁지에 몰았는지 단초가 보인다.


국정원이 17일 성명을 발표하면서 "담당하는 직원은 국정원 최고 기술자일 뿐" 이라며 책임자를 실무자 일인으로 특정했다. 참으로 조폭스럽다. 


스탈린이니 히틀러니 하는 자들도 다 저마다 국익을 위해서라는 염불을 외웠다. 국익, 박애, 돈 뭐라고 이름붙이든 그 목표를 이루려고 인류 보편가치에 어긋난 방법이 동원되는 것은 누군가의 희생을 요구하기 마련이다. 


사람 목숨값으로 여론몰이 하려는 꼴이 무섭고 메스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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