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못 버리는 사람 - 풍수와 함께 하는 잡동사니 청소
캐런 킹스턴 지음, 최이정 옮김 / 도솔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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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주변 사람들이 종종 하는 말 가운데 나는 잘 납득할 수 없었던 말이 하나 있다. 바로 이런 말, '이사다니는 데 큰 짐이 되기 때문에, 가급적 다 읽은(필요가 다한) 책은 다른 사람에게 줘 버린다.' 라는 말. 이 말엔 '소명을 다한 책은 이제 필요없는 짐짝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의미와 '내 인생 유전을 무겁게 하는 책들을 다른 사람에게 줘버림으로써 타인을 유용하게 만든다'는 홍익 인간 이념 같은 게 담겨 있다.

나에게 있어 책이란, 언제 어느 때고 필요하면 다시 들춰보고, 언제나 변치 않는 그 자리에서 오락거리와 지식과 영감을 주는 무엇, 소유하고 있으면 소중한 자산되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런 나의 고집스런 책 수집 계획에 약간의 수정 노선을 고려하게 만든 책이 이 책이다.

집안의 서가에 꽃혀 있는 책이란 기본적으로 자신이 갖고 있는 생각과 신념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 즉, 책꽃이에 낡은 책들이 많이 꽃혀 있다면 나의 생각과 신념은 그 속에 갖힌 것이 되며, 나를 에워싸고 있는 케케묵은 낡은 책들처럼 나의 에너지도 케케묵은 낡은 에너지가 된다는 것이다. 만일 사실이 그렇다면, 나는 굳이 오래된 책들과 읽다가 접어 둔 책들에 집착하며 연연할 필요가 없다. 독서의 목적은 즐겁고 의미 있는 인생을 위한 것이었는데, 그것이 지나쳐 낡고 정체된 에너지에 품으려 하는 습관으로 꼴지워진다면 아니될 말이다.

자신이 사는 공간에 물건을 쌓아두는 걸 좋아하는 걸 취향 문제로 본다면 누가 뭐랄 사람없다. 그런데 문제는 정리가 되지 않은 방식으로 물건들이 뒤섞여 있어 그런 취향을 고수한 본인 스스로가 항상 허둥대며 살아야하는 불편함과 혼돈이 있다면 그건 재고해 봐야 할 것이다.

저자는 사람들이 자기 소유물을 잘 버리지 않는데는 여러 가지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다고 말한다. 다음에 그 물건이 필요할지 모르니까 보관의 차원에서, 혹은 물건의 일부분이 자신의 추억과 관련이 된 경우, (예를 들어 소중한 친구에게서 받았던 선물 같은 것.) 혹은 왠지 빈 공간은 허전하다는 생각 들어서, 혹은 주변에 나를 바쁘게 하고 혹은 자극하게 만드는 잡동사니들로 가득 채우고 나서야 마음의 안정을 얻는 경우 등등 말이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사람들이 쓸모 없는 물건에 집착하는 것은 버리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다. 버리는 과정에서 그들이 부딪치게 될 감정이 두렵고, 나중에 후회하게 될까봐 두렵다. 그러나 그 물건들을 버려야만 더 많은 사랑이 햇살처럼 쏟아질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물건을 쌓아두고 사는 나 자신이 현명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리고 잡동사니를 청소하면 삶의 목적이 좀더 분명해질 것처럼 느껴졌다. 인생은 끊임없이 변화한다. 특히, 자기 수양에 힘쓰는 사람이라면 정기적으로 자신의 환경을 주기적으로 새롭게 창조하고,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잡동사니를 버림으로써 나는 자유로운 내가 될 수 있는데 어찌 이를 주저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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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대생은 바보가 되었는가 - 지적 망국론 + 현대 교양론
다치바나 다카시 지음, 이정환 옮김 / 청어람미디어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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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 내내 이기죽거리고 있는 내 입을 본다. 이 책에서 도쿄대생의 문제가 아니라 적어도 상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알아야 할 과학 지식으로 당연시하며 다카시가 언급한 과학적 상식들이, 나는 비로소 처음 듣거나 모르고 있었거나 한 것들이라서 무식을 절감하게 되었고, 바로 그 것이 내 입술을 씰룩거리게 만들었나보다. 하지만 이기죽거린다고 능사는 아니리라. 그의 치밀하게 준비된 자료를 보면 어쩔 수 없는 자극들을 받게 된다. 위약적이고 일시적인 플라시보와 같은 성격의 것이긴 해도, 그의 글은 평범한 우리 같은 사람들에게도, 무언가를 열심히 읽는다는 행위에 동기를 부여를 확실히 해 주곤 한다.

이 책에서 다카시는 일본의 교육 현실을 명문이라는 도쿄대를 중심으로 해서 비판하고 그 대안을 살펴보고 있다. 정말 자신이 독서광답게 다양한 자료들을 언급해가며 도쿄대의 몰락 원인을 이야기한다. 그는 말한다. 오늘날의 사회를 움직이는 것은 '스페셜 리스트'들이 아니라 '높은 수준의 제너럴리스트'라고. 전문 분야의 기술에 대한 이해력을 갖추면서 사회 전체를 보는 안목까지 갖춘 교양인을 양성할 수 있는 교육이 오늘날에 취해야 할 인재 교육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교양을 쌓는 데 요긴한 기술 중에 하나가 독서이다.

사회를 움직이는 핵이 되어야겠다는 거창한 야심 같은 건 없다. 헌데 다카시가 이 책 내내 논리적이고 분석적으로 입증하고 있는 학문의 필요성과, 열심히 독서하는 행위에 대한 권장은 독자로 하여금 다음과 같은 사실을 수긍하게 했다. 인생을 풍요롭게 살고 싶은 소인에게도 독서는 꼭 필요한 행위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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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남자
베른하르트 슐링크 지음 / 세계사 / 199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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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날개로 소설가의 약력을 본다. 법대 교수다. 법학 전공자가 소설이라니, 이거이거 혹, 범죄 심리물이 아닐까 하는 뚱딴지 같은 생각도 해 보았다. 얼핏 유사한 제목의 프랑스 소설 <밑줄 긋는 남자> 때문이었을까. 가볍게 통통 튀는 내용이 전개되리라 여겼는데, 독일 소설인 이 <책 읽어 주는 남자>는 황달에 걸려버린 병약한 15세 소년과 그보다 스무살 정도의 연상의 여인과의 정상적이라 할 수 없는 애정 행각부터 전개된다. 음 만만치 않은 이야기들이 쏟아질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지 그리 오래되지 않은 시점인 1950년대 말에서 60년대 즈음이다. 전쟁 세대와 전후 세대와의 갈등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는 하지만 중요한 것은 나치즘이나 역사적인 사건에 대한 회상의 문제이기보다는 인간의 자존심과 약점 그리고 한 사람의 인생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만남이란 무엇인가를 보여 주려 하는 것이 이 소설의 중심에 있다고 본다.

소년의 연상의 애인 한나는 자신이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문맹이라는 것을 소년에게 끝까지 숨기려 하였다. 모든 사건의 발단은 여기에서 시작된 것이 아닐까. 자신이 문맹이라는 것에 대해 그녀는 대단한 수치심을 갖고 있다. 그리고 훗날 자신의 인생의 결정적인 순간에 이 사실을 감추려 하다가 그녀는 종신형을 선고받기까지 한다.

제목이 책 읽어주는 남자인 것도 여인이 문맹이라는 사실과 관련된다. (소년은 그녀에게 사랑 행위의 일종으로 책을 읽어 주었던 것이다.)이 책은 3부로 나뉘어져 있고, 그 부분들은 각각의 큰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1부는 주인공 소년과 한나(그보다 훨씬 나이 많은 여인)의 사랑과 그녀의 사라짐, 2부는 한나가 소년을 만나기 전 과거와 관련된 기소 사건으로 몇 년 후 법정에 서게 된 것과, 그 법정을 참관하게 된 대학생의 소년, 3부는 교도소에 있는 그녀를 위해 책 내용을 녹음해 보내 주는 주인공.

소년일 당시의 여인에 대한 사랑은 무조건적인 헌신이었다. 그러나 이제 외적으로는 어느 정도 성공을 한 상태의 성인이 된 소년 남자는 교도소에 있는 첫사랑의 여인에게 책 내용을 녹음한 테이프만을 보내 줄 뿐, 면회는 고사하고 편지 한 장 보내지 않는다. 왜? 소년은 그렇게 함으로써 여인을 과거 속에 묶어놓고, 그 이상화된 모습만을 사랑하려 하는 것이다. 결국 여인은 석방 예정일 새벽에 목을 매달아 자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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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깊은 이성 친구 (작은책)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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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 도서 이벤트가 있을 때 쌍빼의 책 세트로 구입한 것 중 하나이다. 설렁설렁 읽은
상빼의 <뉴욕 이야기>가 좋았고, 그보다 앞서 읽은 <좀머씨 이야기>가 좋았기 때문에, 내심 기대 했던 게 너무(?) 컸던 거 같다. 물론 <뉴욕 이야기>보다 좋았던 점은 그림에 다채로운 색이 들어갔다는 점이다. 아무튼 파란색 책표지는 너무너무 예뻤다. 이 책은 제목에 이중성이 있다. 마치 동화 책을 연상시키는 제목인데 읽어보니, 이러한 그림 속의 현대인의 관계 맺기에 아연실색하여 이해를 잘 못해, 다 큰 성인이 읽어도 멍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그고 이 책의 내용은 비단 이성 친구와의 갈등과 관계 맺기에 국한되지 않은 것 같다. 동성 친구들과의 관계 맺기 뿐만하니라 사람들과의 관계에 두루두루 해당될 법한 내용의 그림들이 다반사이다. 상빼의 그림 속에 나오는 여성들은 도시적이며 하나 같이 우아 자체의 포즈이다. 그리고 여자 아이들은 양 갈래로 머리를 묶은 스타일의 귀여운 컨셉이다. 프랑스의 여성들은 한~ 우아 하나보다.

설 명절날 고향으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읽었다. 기차에 오르자마자 책의 첫 페이지를 펼쳤는데 고향역에 당도하기 전에 마지막 장을 덮다. 그렇다.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한번 슥~ 읽고 서랍장에 박아 둘 책은 아닌 것 같다. 읽을 때마다 그감상이 달라질 듯. 정말 속 깊은 이성 친구와 심한 마음의 갈등이 있을 때 읽으면 더 와 닿는게 클 것이고, 그게 아닌 평상심에서 펼쳐들 때는 아기자기한 그림의 나름대로 절묘한 상징과 인간의 잔머리 굴림을 잘 포착해 내는 작가의 능력에 적잖이 감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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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영의 중국경제산책 탐사와 산책 3
정운영 지음, 조용철 사진 / 생각의나무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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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 전부터 동대문 일대 의류 타운에 외국 상인들의 발길이 뜸해진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 붐비던 외국 상인들이 질좋고 값이 싼 중국 의류 시장을 찾아 대거 떠났다는 이야기. 뿐만 아니라 용산이나 T-마트 H-마트 같은 데서도 요즘은 유수의 중국산 가전 제품들을 볼 수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 경제는 전자와 철강 및 금융 산업 면에서 중국이 우리보다 한 수 아래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TV 뉴스 같든 데서는, 이러한 업종 면에서만큼은 중국에 따라잡히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자는, 한껏 격앙된 목소리로 기사를 전하곤 한다. 그런데 이 책을 보면 오히려 중국이 우리 나라 보기를, '작은 나라가 그럭저럭 버티니 기특하다 싶지만, 크게 배울 것은 없는 나라'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게다가 중국에게 우리 나라는 반면 교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한국은 성공 사례이기보다는 실패 사례라고 한다. 서양의 기술이든 제도든 한국이 실험해서 실패한 것은 피하려는 것이다.

이 책의 후반부, 정운영이 후안강 칭화 대학 교수와 인터뷰한 부분을 보면, 하나의 중국 속에는 네 개의 사회가 도사리고 있다고 지적한다. 1세계는 1000달러 이상의 고수입에 도달한 인구 대략 2퍼센트의 부유층, 2세계는 1000달러 미민의 상중등 수입을 올리는 20퍼센트의 인구, 3세계는 500달러 미만의 수입으로 사는 22퍼센트의 의식 만족형 인구, 그리고300달러 미만의 저수입으로 버티는 인구 50퍼센트 정도의 제 4세계가 있다. 그런데 제 4세계에서 출생하면 아무리 뛰어나도 출세하기 어렵다고 하는데 이 계층의 인구가 대략 7~8억쯤 된다고 한다. 4세계의 인구가 그럭저럭 먹고 살만해 지는 것이 아마 중국의 개혁의 최대 목표일테지만, 후안강 교수의 설명을 보면 개혁의 결과는 원하는 방향과는 다르게 흘러가는 듯 보인다. 개혁과 개방 정책 이래로, 빈부의 격차는 점점 벌어지고 있으며, 특히 중국의 2001년 WTO(세계무역기구)의 가입 이래로 농촌과 도시의 생활 격차가 현저해지고 있단다. 개혁과 개방에는 사회중의와 시장 경제라는 두 개의 축이 있다. 시장 경제는 효율을 추구하지만 사회주의는 평등을 추구한다. 중국이 추구하려하는 것은 이 둘의 균형이다.

이 책에서 보여 지는 경제적인 일면의 중국 모습에는 자뭇 무시할 수 없는 그 어떤 저력이 숨겨져 있는 것 같다. 특히, 인민들의 중국 공산당 지도부에 대한 신뢰가 그렇다. 지도부의 부패도가 우리 나라와는 비교가 안 될 만큼 투명하달까. 이렇게 소수 정예의 열정과 헌신 덕택으로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공산당 간판을 내리는 데도 중국은 유일하게 권좌를 지키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중국에서 국가의 핵심 사업을 담당하는 관리들이 소양과 전문 지식은 뛰어나다고 한다. 그리고 고위직일수록 휴일을 반납하고 일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처음 1년 쯤이면 되니까 중국을 다 안 것 같고, 그러나 그 뒤로 멍청해지더니 20년이 지난 지금은 아예 헤매고 있다는 어느 한국 기업가의 이야기가 있다. 그건 바로 정운영이 책의 시종일관 해온 중국 경제 산책의 핵심적인 이야기이기도 한 것 같다. 원체가 대국이라, 일면만 보고는 뭐라 단언하기 힘든 나라라는 것이 그 맥락일터이다.세계 경제는 날로 일체화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한국은 중국을 비롯해 동아시아와 더욱 밀접해질 것이다. 그런데 지금 현실은 과도하게 미국 시장에 의존하고 있고, 이것은 문제라고 본다. 불시에 미국 경제에 문제가 터지면 미국과 긴밀히 연결된 주변 국가들도 발등에 불떨어진 양 동분서주하는 꼴이니....

사족.......이 책은 컬러의 시원한 사진 자료가 풍부해서 참 좋지만, 오탈자가 눈에 많이 들어온다. 심지어 사진 캡션에도 탈자가 있는데....일례로 등소평의 생전 가족과 찍은 사진 밑에는 '등소평의 현재 모습'이라는 캡션 글이 붙어 있다. 이 책은 2001년 12월에 초판 발행되었고, 등소평은 1997년 2월경에 세상과 명을 달리했는데, 등소평 귀신의 현재 모습이라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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