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
아멜리 노통브 지음, 전미연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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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멜리 노통의 책들은 입 소문도 세고, 각종 매체 광고도 세게 하는 편이다. 그리고 항상 고맙게도 재미를 보장한다. 원제는 Metaphysique des tubes로 해석을 하자면 '튜브의 철학(?)'쯤 될 것 같다. 이런 제목이 '이토록 아름다운 세 살'로 바뀐 것에 대해선 좀 의아함이 있다. 번역에 있어서 아니, 제목을 붙이는 데 있어 너무 세 살만 조명했다는 생각이 든다.

신이 태어나서 처음 2년간 자폐적 성향이 있어 어떤 자극에도 반응을 보이지 않던 아기 시절. 무(無)에서 충만을 느끼며 스스로를 신(神)으로 느끼던 그 시절의 이야기, 즉 도입부가 더 흥미진진했고 아기가 나이를 먹어 세 살이 되어 갈수록 뻔한 스토리가 되어 갔다고 생각한면, 내 취향이 조금 남다른가.......

출생 후 2년이 지나서야 할머니가 건네준 화이트 초콜릿의 몰카당몰카당한 맛에 반해, 아기는 비로소 '삶'을 깨닫는다. “나야! 내가 살아 있는 거야. 난 너의 제일 친한 친구야. 너에게 쾌락을 느끼게 해주는 게 바로 나니까 말이야.”아기의 입을 통해 우리는 아주 단순하고도 명쾌한 진리를 알게 된다. 사람을 살게 만드는 건 바로...인생에는 초콜렛의 달콤함 같은 여러 가지 형태의 '쾌락'이 있기 때문이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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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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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속에는 아직도 무엇에 대한 '각오' 따위가 영글지 못한 탓인지, 유난히 다른 사람의 각오를 듣는 걸 좋아한다. 사회 생활 초년기에 우연찮게 흘러 들게 된 지금의 이 직종에 몸담으면서 비교적 한눈 팔지 않고 한 해 한 해를 보내고 있는 셈이긴 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이 길이 아닌가보다.'내지는 '이 길은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으면 좋겠다.'하는 생각을 문득문득 한다.

그리고 나는 마루야마 겐지에게 '소설가의 각오'라기보단 그냥 단순히 '각오'라는 것에 대해 듣고 싶었다. 이 책은 마루야마 겐지 십대 시절 이야기와 망해가는 통신사 회사원으로 생활하면서 업무 틈틈히 몰래몰래 써 내려간 소설로,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한 조금은 황당하면서도 화려한 등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전업 작가로서의 애환 등을 이야기한다.

'이 세상을 혼자 살아가겠다는 사고는 오만불손하기 짝이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일을 하는 이상은 무리가 되더라도 혼자 사는 방식을 추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 고독을 이길 힘이 없다면 문학을 목표로 할 자격이 없다. 세상에 대해, 혹은 모든 집단과 조직에 대해 홀로 버틸 대로 버티며 거기에서 튕겨 나오는 스파크를 글로 환원해야 한다. 가장 위태로운 입장에 서서 불안정한 발밑을 끊임없이 자각하면서 아슬아슬한 선상에서 몸으로 부딪치는 그 반복이 순수문학을 하는 사람의 자세인 것이다.'라고 하면서 그는 강인한 삶을 자처하며, 다른 세계를 동경하지 않는다.

그리고 일본의 등뼈인 북알프스 산맥 한 자락에 자리한 조그만 산 마을에서 시골 생활을 하면서 소설을 쓰는 그. 작품을 한편 쓰고 나면 소설에서 확실하게 멀어지기 위한 방법으로 몸을 격렬하게 움직인다. 개와 함께 산을 뛰어다니며 녹초가 될 만큼 지켜서 돌아와서는 씻고, 밥을 먹고, 잠을 청한단다. 이런 일과를 매일 반복한단다. 그러다보면 먼저 쓴 소설에 대해선 잊고 또 다른 새로운 소설을 쓸 여력이 생긴단다.

그가 쓴 각오의 글들을 읽으면서 그는 자연(산수)과 깊이 연결 관계를 갖는 작가이며, 넓이보다 깊이를 선호하는 작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것은 똑같은 일을 매번 반복하는 것. 하나의 생활 방식을 쉽게 바꾸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그것은 끝없이 다양한 생활 방식을 실험하기 보다 몇 가지 의식만으로 만족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는 동경 같은 대도시 지역에 살면서 얻을 수 있는 여분의 오락이나 기회가 자신이 뿌리 내리고 있는 대자연에서의 영원하며 심오한 연결 관계를 대신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정통성을 추구하는 작가일 것이다. 눈으로 보여지는 현란한 현실, 엄격한 규칙, 그리고 합리성 따위보다 더 깊은 곳에 뿌리를 두는 결합적인 연결성 안에서 영적인 문학의 뿌리를 내리려는 애씀의 결과이다.

물론 마루야마 겐지의 이 글 곳곳에 깊이 숨어 있는 편견은 무척이나 껄그럽게 느껴진다. 특히 그의 말 중에 '여자나 게이에게 인기가 있으면 끝장입니다. 그런 치들 덕분에 먹고 산다고 생각하면 나는 죽고 싶어집니다'라는 말과 '여자와 부모가 하는 소리에 일일이 상대를 해봐야 득 될 게 없다'는 발언은 정말 충격이었다. 밑도끝도 없이 싫은 건 죽어도 싫은 거고, 자신이 생각하는 엄격한 규칙 외에는 다 아닌거라는 식이니.....보통 독선이 아니다.

하지만 사실 이런 나의 생각조차 소설가는 이래야 한다는 편견일지도 모른다. 소설가는 보통 사람이 열을 가지고 있는 거보다 하나나 둘(높은 도덕성이나 인류애 등등)을 더 가지고 있을 거라는 편견말이다. 소설가는 마루야마 겐지처럼 보통 사람보다 하나나 둘 결여되기 십상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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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보스 - 디지털 시대의 엘리트
데이비드 브룩스 지음, 형선호 옮김 / 동방미디어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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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륭한 문장력으로 잘 쓴 책이다. 해박한 지식과 뛰어난 관찰력으로 일관한, 그리고 잘 읽히니까, 번역도 좋았다고 말해야겠다. 그런데 나의 이 불편한 속내는 어디서 오는건지 모르겠다. 저자는 클린턴도 보보스이고, 자신도 보보스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저자는 '그들 보보들은~ 한다'가 아니라, '우리 보보들은 ~ 한다.'라는 문장을 줄곧 사용하여 말한다. 하지만 '우리'라니, 독자인 나는 명명백백 보보스 족이 아닌 것이 문제이다.....

번역자는 이 책이 현대 사회의 핵심적인 사상적 태도와 인생살이의 잣에 대해서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이해를 돕는다고 말한다. 그래 그럴지도 모르겠다. 자기 계발을 중요한 미덕으로 꼽는다는 보보스 족의 견해는 내 생각과 일치한다. 하지만 나는 보보스가 될 수 없다. 아무리 예술적인 자유를 지향하고 답답한 일상에 얽매이지 않는 쿨하게 사는 척하고 싶어도, 고소득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고학력의 엘리트가 아니라면 해당 사항 없음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보보스들이 삶의 모습과 그들의 갈등 및 그들이 지향하고자 하는 삶의 스타일을 분석적이고도 내밀히 보여 주고 있는 책이다. 세속적인 성공과 내적인 덕목 사이의 갈등, 야망 때문에 영혼을 잃지 않으면서 어떻게 출세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골몰, 어떻게 물질적인 것에 노예가 되지 않으면서 원하는 어떤 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을 축적할 수 있을 것인가, 사회의 최상층에 살면서 어떻게 속물이 되지 않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자기 처세 보고서'가 바로 이 책이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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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의 유혹 - 합본양장본 - 재미있는 열세 가지 색깔 이야기
에바 헬러 지음, 이영희 옮김, 문은배 감수 / 예담 / 200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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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조위와 장만옥 기타 유수한 중국 배우들이 나오는 장예모 감독의 영화 '영웅'을 보면 눈이 짜르르해질 만큼 강렬한 색의 사용이 돋보인다. 아마도 이 책을 읽고 나서, 그 영화를 보았더라면 영화에 대해서도, 책에 대해서도 퍽 할 말이 많아졌을지도 모르겠다. 사람이 눈을 뜨고 살아가는 한 시선으로 포착되는 모든 사물은 색감으로 와 닿는다. 색은 말그대로 아는 만큼 보인다. 이 책이 색에 관한 한 백과 사전식의 지식을 충족하는데 손색이 없으리라는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

주로 독일을 중심으로 한 유럽 생활사와 염색의 역사를 바탕으로, 색과 관련하여 풀어간 책이다. 마치 일본의 독서광 다치바나 독서광처럼, 저자는 부지런히 자료를 모으고 색의 배합과 색의 선호도에 대한 설문 조사를 통한 통계를 열심히 내고 있어서 저자 에바 할러의 성실한 노력의 가상함이 엿보인다. 그러고보면 에바 헬러는 참 이것저것가지가지도 하는 사람 같다. 두꺼운 양장본의 그의 소설 <다른 남자를 만나면 모든 것이 달라진다>를 통해 처음 만났었는데, 사회학자에 이젠 이름 뒤에 색전문가라는 꼬리표까지 만들어내다니....... 아무래도 이 사람 '여자 다치바나 다카시'같다.

'파랑'은 그리움의 색이다. '파랑은 깊어질수록 우리를 무한한 것으로 이끌며, 순수 그리고 궁극적으로 초감각적인 것에 대한 그리움을 일깨운다.' 나는 파랑색하면 홍콩 배우 금성무가 생각난다. 파란 티셔츠를 입고 포즈를 취한 브로마이드 한 장이 내 머릿속에 깊이 각인되어서..... '빨강'은 광고의 색이다. 광고에는 언제어디서나 빨강이 들어간다. 그런데 의외로 광고에 쓰이는 빨강색 글씨는 읽기 어려워서 시각적으로 효과가 없단다.
'노랑'은 옛날 서양에서는 경고와 화를 의미하는 색으로, 상반되게도 옛 동양에서는 '황제'가 사용하는, 혹은 '좋은', '화해와 우회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쓰였다.

'검정'은 우아한 아름다움의 색으로 디자이너와 젊은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다. '흰색'을 뜻하는 서양 여자 이름은 다른 색을 뜻하는 이름보다 압도적으로 많다. 흰색이 주는 '쉽게 흥분하지 않는 조용한' 느낌을 여성의 기질에 반영시킨 것 같다. '녹색'은 평민과 시민의 색이다. 그리고 아랍 연맹(아랍의 모든 회원국은 국기에 녹색을 사용한다)의 색이기도 하다. '주황'은 보통 경망스럽고 진지하지 못한 색으로 인지되었다. 하지만 관습에서 벗어난 자유분방함을 주는 색임에도 분명하다.

개인적으로 '보라'색에 대한 쳅터가 가장 흥미롭고 재미있다. 보라색이 동성애 운동의 색으로 쓰였다는 것은 금시초문이었다. 또 개인적으로 연보라색을 가장 좋아하는데, 이 색이 노처녀들이 가장 좋아하는 색이라는 해석이 붙어 있다.(그래! 누가 아니래!!!) '분홍'은 흔히 피부색으로 통한다. 하지만 사람마다 피부색이 조금씩 다 다른데! 자신에게 가장 잘 어울리는 색이란 바로, 자신의 피부색과 잘 어울리는 색을 말한다.

 '금색'을 단순히 '색'속에 포함시켜 말할 수 있는걸까, 이 책에 나온 통계를 보면, 색 중에 유일하게도 금색을 가장 좋아하는 색이라고 말한 사람이 거의 없다시피한 0.5%였다. 금색은 '돈'이고 '행운'이며 '사치'이다.

'은'은 금보다는 우아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다. 은의 아름다움은 '절제'에서 나온다.

바삭바삭한 비스켓을 연상시키는 갈색은 옛상징에서 여성의 색이며, 땅의 색이며, 출산의 색이었다. 개인적으로 가구 목재에 쓰이는 갈색을 제외한 나머지 갈색은 게으른 느낌을 받기도 한다.

'회색'은 심리적으로 파악하기 가장 어려운 색이라 한다. 모호하고 특성이 없는 무색 무취의 마치 11월달을 연상시키는 그런 색이 회색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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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의 자기경영노트 - 80/20법칙 자기실현편
공병호 지음 / 21세기북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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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병호가 책의 절반 가량에 걸쳐 이야기하는 논리는 80/20식 자기 경영 노하우다. 80/20의 법칙이란 다음과 같다. 우리가 들이는 노력의 80%는 거의 낭비되어 버리고, 20%가 결과물의 대부분분인 80%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시간을 활용하는 데에 있어서 이 법칙이 적용되며, 심지어는 인맥과 지식, 건강, 심지어는 독서에서도 이 법칙이 적용된다고 말한다.

정말 이런 류의 실용서의 경우에는 20% 내외의 핵심은 저자 서문, 목차, 결어 및 초기의 핵심 문장에 숨어 있다. 이 책도 실용서이므로 이 법칙에서 예외일 수 없으리라. 즉, 20%만 건지면 된다는 이야기인데....... 예외가 없는 예외(?)도 있는지. 이 책 전체를 100으로 놓고 보았을 때 이 책 내용은 나에게 80% 정도의 활용도가 있는 것 같다.

이 책에서 정말 마음에 드는 챕터는 중간 부분에 나오는 '1분의 투자로 유쾌함을 유지하는 법'이라는 장이었다. 요점은 평상심을 잃지 않고 늘 쾌활함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들을 골라 놓고 독자의 서가나 직장의 한 켠에 이런 책들을 늘 준비해 놓으라는 것이었다. 직장은 다른 많은 사람들과 호흡을 맞추면서 일을 해야 하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느낄 때가 많다.

이 때 순간순간 자신의 의식의 흐름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시간 낭비를 겪게 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다른 사람들의 페이스에 말려들어 생활의 리듬을 잃게 되는 경우를 체험하게 된다. 이런 때는 단 몇 구절 몇 단어만으로도 사람의 평상심을 잃지 않도록 해 주는 좋은 책들을 들취 보는 건 정말 자기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 작은 노하우가 아닐까.

살다보면 '능력은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혹은 '유전자 코드가 노력에 앞선다.' 등등의 말들을 거침없이 하는 사람도 간혹 있다. 사실은 사실로 인정을 하라면서, 현실을 직시하라면서 언제까지나 허황된 꿈만 꿀 거냐면서 냉혹하게 하나하나 짚어 주는 말들 말이다. 그러나 공병호의 이 노트는 이와 다른 우회적인 방식으로 행복론을 설파한다. 노력하면 달라지지 않겠느냐는 다독거림의 방식이 공병호의 말하기 방식이다.

이 책은 마음을 다잡기에 좋은 책이다. 분야를 조목조목 나누어, 시시콜콜 자상하게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 주는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전략과 전술에 앞서, 일상 생활에 작은 변화를 시도해 보라는 일종의 동기 부여가 주를 이루는 책이다. 또한, 일반적인 자기 경영 기획서와 다른 점은 성공을 권장하며 그 실천 방법을 강박적이리만큼 권유하기보다는 자신의 내면 세계에서 일어나는 변화에 주의를 기울이고, 자기 자신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돌아보라고 자기 자신이 충분히 행복한지를 체크하라고 말한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이렇게 묻는다.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까? 당신은 현재를 미래를 가기 위한 수단으로 축소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스트레스는 여기에 있으면서 거기에 있기를 바라기 때문에 생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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