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놀라운 메시지
에모토 마사루 지음, 양억관 옮김 / 나무심는사람(이레)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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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휴가 기간이라서 모처럼 해가 머리꼭대기에 오르도록 늦잠도 자고, 뎅굴뎅굴 집에서 놀고먹는 즐거움을 만끽하고 있다. 그런데 오늘은 이른 아침부터 집 부근 공사 현장에서 지지징에엥~~뜨르르륵 하는 소리가 단잠을 깨우고 만다. 아침 잠만 깨운 게 아니라 온종일 머리가 지끈해지는 두통까지 남겨 놓았다. 얼마 전에 읽었던 <물은 답을 알고 있다>의 물의 심정이 되어버린다. 시끄럽고 날카로운 진동에는 '일그러진 결정체'를 만들던 물처럼. 이 책에서 말하는 내용은 두 가지 면에서 그럴듯하게 느껴지기도 했고, 거부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과거와 달리 현대인들에게는 물에 대한 외경심이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고대 그리스 문명에서는 물을 지키기 위해 다양한 그리스 신화를 만들기도 했건만, 오늘날은 그저 물을 물질로만 보고 기술적으로 정화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리고 이런 생각에는 경고를 해야 할 것임은 분명하다. 저자가 여기까지만 언급을 했더라면 좋았을 것을 그만 거부감이 드는 사족으로 이어지는 징후가 보인다. '인간의 몸이 70%가 물이며, 물은 생명을 낳는 어머니임과 동시에 생명 그 자체이며, 세상은 물이다.'라고. 자칫 물에 대한 숭배(?)로까지 나가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그리고 저자는 전세계에 강연을 다니는데, 전 세계 각지에서 많은 사람들이 물 결정을 보고 충격을 받기도 하고 무한한 감동도 받고, 하는 부분들을 좀 과하다 싶게 강조하여, 독자는 마치 자기 신념에 도취되어 흥분한 강연자를 보는듯한 인상을 받는다. 또한 이렇다할 합리적이고 과학적 설명보다는 '생각이 물질에 영향을 끼친다는 것은 비과학적이라고 하였지만, 지금 최첨단 과학은 정신이나 상념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까지 해명하려 하고 있다고. 그리고 '물의 결정'이 보여 주는 예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뿐이니.

이렇게 비판을 하고 있지만, 사실 나도 물 결정들을 보고 많이 놀랐다는 건 시인해야겠다. 방치하고 무심하게 버려둔 물 결정은 형편없이 일그러져 있고, '너 정말 예뼈'하고 자주 말을 건 물 결정은 형태가 아주 깨끗하다. 그런데 이것도 단순히 물 뿐이 아니라, 사람의 의식이 반영되어 변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식물'도 그렇고, 아무튼 세상에 모든 사물이 그러한 이치에 적용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누군가를 미워하면 아무리 티를 내지 않는다고 해도 미움받는 상대방에게는 내 마음이 느껴지듯이 말이다.

나는 그냥 이런 맥락으로 이 책을 읽었다. 조금 더 즐겁고 편안한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에게 그리고 주변의 사람에게 밝은 파장을 전달해 주면 좋겠다고. 그러기 위해선 말 한마디도 부드럽게 하고, 표정 하나도 기왕이면 밝게 갖는 게 좋겠다고. 좋은 게 좋은 거 아니냐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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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청소부 풀빛 그림 아이 33
모니카 페트 지음, 김경연 옮김,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 풀빛 / 200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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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아저씨를 만나기 전에는 아저씨의 앞에 붙은 '행복한' 이라는 수식어만 보고, '세상을 깨끗하게 해 주는 사람에 대해 찬사를 보내는 이야기인가 보다' 하며 선입견을 가졌지 뭔가요. 그런데 아저씨를 만나보고 아저씨의 동글동글 커다랗고 순박한 눈에 먼저 반했답니다. 아저씨는 남들이 대단찮게 생각하는 간판을 닦는 청소 일을 하면서도 행복해하셨어요. 그러다가 어떤 꼬마 때문에, 아저씨는 아저씨가 닦는 간판의 인물 이름을 읽을 수는 있지만 그 인물에 대해서는 하나도 알지 못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는 음악가에 대해 알기 위해 음악을 듣고, 작자를 알기 위해 책을 읽었습니다.

모르는 게 있으면 부끄러워하지 않고, 천천히 꾸준히 모르던 존재와 사물에 대해서 알아가며 기쁨을 느끼는 아저씨를 보며 저도 행복했습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공부'는 출세를 위한 수단이거나 남에게 과시하기 위한 무엇인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저씨가 하는 '공부(?)'는 세상을 깨닫고, 글로 쓰인 음악을 읽고, 말로 표현되지 않은 소리의 울림을 들으며 또다른 세상을 만끽하는 것이었어요. 사람들은 배움에는 꼭 때가 있고 그 시기를 놓치면 나머지 인생에서는 더 이상 기회가 없고 그리하여 실패한 이류나 삼류의 인생을 살게 되는 것처럼 말들을 하지요. 하지만 아저씨를 보고 꼭 세상 이치가 그렇지 않다는 걸 알게 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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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짜 점심, 점심 시간에 읽는 경제학
데이빗 스미스 지음, 형선호 옮김, 장재철 감수 / 이지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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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제목에서도 단출한 분위기를 풍기려니와 경제학 관련 서적 중에서도 뭐랄까, 단번에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허풍 같은 걸 떨지 않아서 좋다. 경제 쪽으로 능통한 사람이 되고 싶다면, 제일 먼저 밟아야 할 단계는 소화가 잘 되는 경제학 지식을 주어 듣는 게 순서라고 본다. 이 책은 경제학에 대해 에피타이저로 입맛을 돋구고, 코스요리를 맛보인 다음, 후식으로 커피를 내온다.

그리고 이 책이 다른 류의 경제학과 좀 다른 건 다음과 같은 점 때문이다. 다른 경제학관련 책에서 꼭 등장하는 머리 아프게 만드는 도표나 복잡한 방정식이 이 책에는 하나도 등장하지 않는다는 점이며, 조명받는 학문으로써 '경제학'이 탄생하기까지 그 역사의 과정에 기여한 아담 스미스와 칼 마르크스 등등의 인물이 생각한 개념들에 대한 것을 순차적으로 설명해 주고 있다는 점이다.

다만, 저자가 영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매체를 다루는 쪽의 종사자라 그런지, 실례를 들어도 영국과 주변국의 무역 관계에 대한 것들이 자주 등장하고, 영국이라는 나라 사정의 맥락 안에서만 이해되는 설명들이 종종 등장하고 있어, 집중력과 가독성을 느슨하게 만드는 결함이 있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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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작은 차이
알리스 슈바르처 지음, 김재희 옮김 / 이프(if)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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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는 세상일에 허덕이느라 남자들의 수명이 짧아져서 혼자 남은 과부가 많다고 했다. 그런데 이제는 이렇게 집과 직장 두 곳에서의 이중 노동에 시달리는 여자들이 수명을 다하지 못해 일찍 세상을 뜨는 바람에 홀아비가 많아지는 추세라고.'

좋은 책이다. 이 세상에 태어난 남자가 됐든, 여자가 됐든 누구나 한 번은 읽어야 할 책이 아닌가 한다. 젊을 때 읽고, 생각할 기회를 먼저 갖는다면, 그리고 생각의 변화에 따라 행동도 바뀐다면 더할나위 없고 말이다.

이 책은 특히 여성의 사례를 인터뷰 형식으로 보여 주고, 거기에 저자의 평이 붙는 방식이라 좋다. '이래야 한다 저래야 한다' 식의 개론적인 설명보다는 구체적인 생활을 예를 보고 듣는 게 아무래도 저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와의 공감대가 잘 형성이 되니까. 이 책이 많은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현재 독자인 나 자신이 앞으로 당면할 현실에 비추어 생각할꺼리를 끄집어내게 된다. '(아내나 엄마로서의) 여성의 역할과 일'에 대한 것 말이다.

20대 초,중반까지는 그랬다. 많이 늙어서 운신을 할 수 없을 때까지, 직업을 갖어야겠다고. 왜냐, 타인에게 경제적으로 의지하지 않고 내가 직접 땀흘린 댓가로 내 입에 풀칠할 수 있는 사람, 노동을 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20대 후반을 달려 30무렵이 되자, 단편적으로 판단할 수 없는 여러 가지 일들이 복합적인 실체를 띠고, 여성으로서 직장 생활을 유지하는 데 제동을 거는 문제들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소위 말하는 경력이라는 게 붙을수록, 일에 대해서 여유만땅일 줄 알았는데, 되려 이런저런 압박감이 가중되는 거 같아 힘에 부친다. 전직을 할까, 그런데 이제 와서? 라는 생각이 든다.....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육아 문제는 어떻게 할까. 직장일도 힘에 부치는데 여차하니, 들어앉아 아이 키우고 살림에나 공들일까? 하는 생각. 그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고, 아이를 위해, 남편을 위해 직장일을 그만두었다고 하자. 그 다음의 시나리오는?

그건 아마 이렇게 이어질 것이다.

아이가 자란다. 피아노학원도 보내야 하고, 영어 학원도 보내야 하고 하니 남편 월급으론 많이 쪼들릴 터. 그래, 푼돈이라도 살림에 보태야지 않겠어. 나름대로는 야무진 목표로 악착같이 일하러 다닌다. 직장에서건 집에서건 신통한 대접은 못 받을지라도.

가정을 돌보고, 아이를 돌보고, 여튼 누군가를 돌보는 일은 여자들이 하는 일로 굳어져 버렸다. 물론 가사 노동은 사회에서 대단히 가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그럼에도 사실은 이런 이들이 남자들 혹은 사회에서 보는 기준에 따르자면 저급한 일로 평가 절하되기 일수라는 데 문제가 있다. (정말 이런 평가는 부당하다. 부당한데 어쩌랴. 현실이 이런 걸...)

이 책을 읽고 그런 생각이 든다. 주부(아내가 엄마)가 어떠한 상황에서라도 자신의 일은 갖는 것이 독자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 아닐까하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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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말할 것도 없고
코니 윌리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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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에 가미된 영국식 코메디와 수다라는 것이 이런 것이었는 줄 진작 알았더라면, 이 책에 대한, 이 곳에 올라와 있는 솔깃하게 만드는 추천 서평이 없었더라면, 이 두꺼운 책을 읽겠노라고 용감하게 덤벼들었겠는가...

이 책의 중반까지, 도중 패대기치거나 하는 돌출 행동 없이 이럭저럭하게 읽어 낸 나의 인내심에 박수를 보낸다. 그나마 중간까지 꾸역꾸역 읽었기 때문에, 비로소 소소한 반전(특히...집사와 **가 엮어지는 결말이...아주 재밌었다...)이랄까 하는 것들이 등장하면서 비로소 재밌게 느껴지기 시작하였고,그리하여 나머지 절반도 읽어낼 수 있었기 때문.

역시 시작이 반인 것이다! 솔직히 아직도, 책 제목이 왜 <개는 말할 것도 없고>인지 잘 모르겠다. 책을 처음 잡고 읽을 때도 주인공과 모험을 같이 하는 또다른 등장 인물인 테렌스가 끔찍이 아끼며 데리고 다니는 불독 한 마리가 이 책의 줄거리에 대단한 역할을 하게 되는 줄로만 짐작했다. 그러나...그야말로 개는 언급할 필요가 없는 줄거리였던 것이다.

역자 후기를 보면, 이 책의 제목 <개는 말할 것도 없고>는 이 책의 작가 코니 윌리스가 좋아하는 작품 <보트를 탄 세 남자, 개는 말할 것도 없고>에서 따온 것이라고 한다. 도대체 <보트를 ~> 과 이 책 <개는 ~>에 무슨 연관성이 있길래, 제목을 따왔다는 것일까.
굳이 연관성을 찾자면, 두 작품 모두, 영국의 빅토리아를 시대 배경(개는 말할것도없고에서의 시간적 배경은 현재지만, 주교의 그루터기를 찾기 위해 빅토리아 시대로 시간 여행을 떠난다.)으로 하고 있으며, 보트를 타고 템즈 강을 거슬러 올라가는 여행기 형식을 갖추었다.

아무튼 이 책은 19세기 영국 사회에 대해 관심이 그리 많지 않더라도, SF는 웬만한 과학 지식이 있어야 읽어야 한다는 통념을 지키지 않고도 무람없이 읽어낼 수 있는 책임에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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