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다운
B. A. 패리스 지음, 이수영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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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내리는 밤, 캐시는 갓길에 세워둔 차 속의 여자를 본다. 스치듯 지나간 만남이었지만 묘한 공포감을 느낀다. 그리고 다음날 그 여자는 시체로 발견된다. 어쩌면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에 시달리는 캐시. 그날 이후 매일 의문의 전화가 걸려오고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연이어 벌어진다. 어딘가에 살인마가 숨어서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망상에 사로잡히며 캐시의 일상은 무너진다. 그러나 그녀는 작은 우연을 계기로 모든 것을 깨닫는다.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숨막힐 듯한 공포의 본질을...


B. A. 패리스의 '브레이크 다운'은 일단 책장을 펼치기 시작하면 마지막까지 단숨에 읽힌다. 충격적인 도입부를 지나 주인공의 불안한 내면을 파고드는 중반부, 그리고 반전을 거듭하는 라스트까지- 제트코스터를 타는 것처럼 짜릿한 흥분을 만끽할 수 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서 S. L. 그레이의 '아파트먼트'와 일면 닮은 점이 있다. 두 작품 모두 주인공이 겪는 불가해한 사건과 그것 때문에 빚어지는 내면의 불안과 공포를 다루고 있다. 다만 '아파트먼트'는 초자연 공포를 다루는 호러소설이고, '브레이크 다운'은 사악한 인간의 음모가 도사린 스릴러소설이다.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라스트 비밀이 밝혀지는 대목에서 주인공이 중요한 단서를 얻게 되는 과정이 너무 쉽게 처리됐다는 점이다. 우연히 얻게된 단서로 복잡하게 얽혀 있던 사건이 너무나도 쉽게 풀린다. 물론 그 우연조차 삶의 한 부분이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삶은 매 순간 무수한 선택으로 이뤄지고 그 선택에 '우연'이 개입하는 경우는 너무나도 많다. 작은 우연이 때론 가려있던 거대한 삶의 진실을 꺼내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원하든, 원치 않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우연과 운명에 연연할 게 아니라 자신의 의지를 믿고 매 순간을 충실히 살아야 한다. 때론 내가 무엇을 어떻게 하든 바꿀 수 없는 것도 있고, 또 계획한 것과는 전혀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기에- 과거에 집착하기 보단 현재를 더 깊이 들여야봐야할 것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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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카르테 1 - 이상한 의사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채숙향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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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을 가진 의사란 뛰어난 의술을 가진 의사를 말하는 게 아니다. 힘들어하는 영혼을 따스하게 어루만져줄 줄 아는 손을 말한다. 나쓰카와 소스케의 '신의 카르테' 속 주인공 구리하라 이치토가 바로 그러한 의사다. 40시간 연속 진료가 일상이 되어버린 의사 구리하라 이치토를 중심으로 따뜻하고 정감 넘치는 에피소드가 잔잔하게 그려진다. 웃음과 낭만, 수채화처럼 풋풋한 삶의 정취 속에 우리가 잃어버린 진실과 생명의 가치라는 묵직한 주제를 함께 녹여낸다. 


현직 의사이면서 작가인 나쓰카와 소스케는 이미 '책을 지키려는 고양이'를 통해 특유의 운치 있는 필력을 경험한 바 있다. '신의 카르테'에서도 작가의 운치 있는 필력은 보석처럼 빛을 발한다. 치열한 의료 현장의 밑바닥을 리얼하게 그려내면서도 작가 특유의 감각적인 문장과 시처럼 무드있게 이어지는 서사가 깊은 여운을 남긴다. 


책 전체를 관통하는 굵직한 스토리는 없다. 이 소설은 의사 이치토와 그의 동료들이- 병원에서의 동료 및 한 지붕 아래서 사는 이웃 동료, 그리고 그의 아내까지- 만들어가는 소소한 에피소드들의 연속이다. 그 각각의 에피소드들이 어른들을 위한 동화처럼 아름답게 펼쳐지면서도 또 너무나 인간적이라 하루하루를 힘들게 살아가는 소시민들에게 깊은 공감을 자아낸다. 소설의 가장 큰 미덕은 바로 이 에피소드 곳곳에서 빛나는 휴머니즘이다. 죽음을 초연하게 기다리는 이즈미 씨의 사연이 특히 감동적이었다. 


의료 드라마나 소설을 보다보면 늘 같은 것을 희망하게 된다. '저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다' 허준, 대장금, 닥터X 그리고 '신의 카르테' 속 구리하라 이치토까지! 현실이 냉혹할수록 '허구 속' 이런 주인공들이 더 간절해진다. 생명을 진심으로 아끼는 의사. 어떻게 보면 가장 기본적인 마음가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기본을 지키는 의사 한 명이 그리운 것은 이 사회가 그만큼 팍팍해지고 있다는 반증일테다. 그러기에 우리는 더욱 희망한다. 우리의 너덜너덜해진 영혼까지 따스하게 감싸줄 인간적인 의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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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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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환은 곰탕 맛의 비밀을 알아내고자 과거로 시간 여행을 한다. 2019년 부산으로 온 우환은 한 곰탕집에 취직하지만 그곳엔 미래에 자신의 아버지가 될 소년 순희가 살고 있다.

2. 패싸움이 벌어지는 고등학교 교실에 느닷없이 시체가 나타난다. 시체의 한쪽 옆구리는 반원 모양으로 잘려나가고 없다. 시체가 어디서 갑자기 나타났으며 반원 모양으로 깔끔하게 살점을 도려낸 무기는 무엇일까?

3. 박종대는 과거로 시간 여행을 오기 전 근미래에 일어나게 될 주요 사건들을 세세하게 조사했다. 그 '미래 정보'를 바탕으로 그는 역사를 조금씩 바꿔나간다.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4. 시간 여행자는 정확히 13명이 한 배를 타고 이동한다. 그들의 감시를 맡은 소년 화영. 그에겐 감시자 외에 또 다른 임무가 있다. 13명의 시간 여행자 중 12명을 죽인 1명을 찾아서 제거하는 것.


소설 '곰탕'은 대략 위 네 가지 스토리가 서로 맞물리며 굴러간다. 이렇게 순번으로 정리한 이유는 그만큼 이 소설 속 스토리와 플롯이 커다란 조각보를 맞춰나가는 것처럼 복잡하기 때문이다. 작가 김영탁은 '헬로우 고스트', '슬로우 비디오' 등을 연출한 영화 감독이다. 그래서인지 소설은 카메라의 시점에서 인물의 동선과 액션을 묘사한 듯한 느낌이 많이 든다. 마치 영화 스크립트를 보는 것처럼. 


하지만 작가의 이러한 영화적인 서사법과 '타임슬립', '살인과 추적'이라는 다이내믹한 설정들이 더해졌음에도 묘하게도 소설은 정적이다. 많은 사람이 죽어나가고 비밀과 음모, 복선과 반전이 난무하고 심지어 레이저 총으로 추격전까지 벌이지만 소설은 시종 고요한 느낌을 준다. 마치 그 모든 서사를 곱게 우려내어 내놓은 한 그릇의 곰탕처럼.


상상할 수 있는 장르적 설정이 거의 다 나온다. 타임슬립, 대체역사, 연속 살인, 장기밀매, SF액션, 페이스오프, 순간이동, 테러 등등. 물론 순간순간 그런 장르적 쾌감을 따라가는 재미도 있지만 작가가 진짜로 얘기하고 싶었던 건 그러한 장르적 장치가 아니라 푹 우려낸 곰탕처럼 '진한 그리움'에 대해서였다. 그래서 소설을 읽다보면 어느 순간부터 눈을 현혹하는 그런 장르적 설정보다 우환 가족이 겪게되는 삶의 애환에 눈길이 간다. 


무수한 사건 사고 속에서 우환은 어린 아버지와 어린 엄마를 만나 '행복한 추억의 시간'을 가진다. 그리고 그 시간은 결국 우환이라는 인간을 완성시키는 소중한 에너지가 된다. 곰탕이라는 게 그렇다. 아롱사태를 푹 고와 만든 곰탕은 '시간의 음식'이다. 한데 어우러져 지낸 시간. 힘들고 팍팍한 하루하루를 버티는 힘은 우리 가슴 속 어딘가에 곰탕처럼 자리하고 있는 '그 시간'의 에너지가 아닐까 싶다. 


소중한 추억이 있다면, 현실의 고난도 견딜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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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2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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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면에서 전편을 뛰어넘는 속편! 뒤로갈수록 분량 줄어드는게 아까워지는 놀라운 서사의 힘! 아쉬운 건 ‘후항설백물어‘가 너무 늦도록 안 나오고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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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지키려는 고양이
나쓰카와 소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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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버전의 어린왕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게 될 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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