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람이다
강경옥
널 죽이러 올 사람은 네 주변의 두사람이다! 조심해, 그 중에 있어!
<두사람이다>는 섬뜩한 공포 만화다. 선조들이 저지른 잘못에 대한 저주가 대대로 되물림되면서 후손들을 위협한다. 승천을 앞둔 이무기를 죽인 탓에 이무기의 저주가 자손들에게 내려져 그들은 한 대에 한 명씩 반드시 죽음을 당한다. 바로 평범한 여고생 지나의 집안이다. 그리고 이번 대에 죽을 사람은 바로 지나 자신이다. 더욱 놀라운 비밀은 그녀의 목숨을 거두어 갈 사람이 바로 그녀가 잘 아는 주변의 인물들 중 두사람이라는 것이다. 친근하게 웃으며 정답게 지내던 가족, 친척, 이웃, 친구들 중 두 명이 어느 순간 살인마로 돌변한다는 것이다. 즉 지나는 가까운 사람에게 목숨을 잃을 운명에 처한 것이다.
이보다 더 잔인하고 무서운 상황이 또 있을까?
강경옥의 <두사람이다>는 필자가 국내 호러 만화 중 가장 무섭게 본 작품이다. 순정만화지만 그 속에 녹아든 미스테리가 정말 장난이 아닐 정도로 치밀하고 긴장감 넘친다. 거의 한국 호러 만화 중 독보적이라고까지 할 만하다.(일본 호러 만화와 비교해도 빠지지 않을 정도니)
소문은 익히 들었지만 사실 큰 기대는 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건 완전히 기대 이상이었다. 잘 짜여진 심리 퍼즐을 푸는 듯한 치밀한 긴장감과 순간 순간 등골이 오싹해지는 공포감을 동시에 느끼며 정말 제대로 된 호러물이다, 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기발하면서 섬뜩한 설정과 오싹한 전개가 일품이며 곳곳에 묻어둔 복선의 묘미와 주변 인물들의 미묘한 심리변화가 책 속으로 완전 몰입하게 만든다. 독특한 캐릭터들과 그들의 심리묘사가 정말 탁월하다.
이 작품의 묘미는 뭐니뭐니 해도 지나의 목숨을 위협하는 두사람이 과연 누구냐 하는 것이다. (나름대로 유추를 해 보았지만 둘 다 맞추지는 못했다. 둘 다 맞추기는 힘들 듯) 지나의 주요 주변 인물도를 그려보면 사실 그리 많은 것이 아니다. 하지만 그들은 복잡하고 미묘한 감정의 교환과 대립을 보이며 보는 이로 하여금 굉장히 혼란스럽게 만든다. 그래서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늦출수가 없다!
스토리의 전체를 완전 뒤집어 버리는 반전 같은 것은 없지만(사실 마지막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숨막히는 과정 속의 치밀한 심리전이 압권이다) 보는 내내 뒤를 돌아보게 만드는 강도높은 심리적 압박감과 공포감이 일품이다! 공포만화 매니아라면 필견의 가치가 있는 초강력 추천작~! (이토 준지 식의 호러물과는 전혀 분위기가 틀림. 굉장히 한국 적이면서도 순간 순간 소름이 확 돋을 정도로 오싹한 공포를 느끼게 했음. 필자가 밤에 이 작품을 읽어서 공포감이 배가 된 것인진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