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의 High line park.

한때 기차길이 있었고 기차가 다니면서 인근 첼시 마켓의 상점에 식료품을 비롯한 물건을 대주던 곳.

트럭이 그 일을 대신하면서 기차와 기차길의 필요성이 점차 상실되어 가자 이곳 주민 중 몇사람이 주축이 되어 이곳을 되살리자는 취지를 살렸고 뉴욕 시장이 동의하고 도와주었다. 그렇게 하여 탄생한 제2의 공간 High line park. 이제 도시민들의 휴식 공간, 산책로 기능을 멋지게 해내고 있다.

시간과 함께 기능이 사라져 가는 시설이나 공간이 그대로 사라지거나 버려지지 않고 이렇게 재생되어 살아남아 있다. 기존의 기차길을 군데 군데 남겨 놓아 기억을 되살려주고, 현존하는 빌딩들 속에 불쑥 끼여들거나 단절하지도 단절되지도 않고 유기적으로 잘 어울려 존재할 수 있는, 좋은 예가 되고 있는 곳이다.

아침 일찍 그 길을 따라 주욱 걸었다. 나처럼 그곳을 일부러 보러 온 사람도 있고, 조깅하는 사람들도 있었고, 타이치 같은 운동을 하고 아시아인도 있었다. 기차길이었던 그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양 옆으로 가지각색의 건물들을 볼 수 있고 건물들 사이를 이 길이 통과해지나간다. 건물들 사이로 멀리 허드슨 강이 보이고. 길 끝까지 걸어오면 그 자리에 휘트니 뮤지엄이 자리잡고 있다.

 

 

 

 

 

 

 

 

 

 

 

 

 

 

 

 

 

 

 

 

 

 

 

 

 

 

 

 

 

 

 

 

 

 

 

 

 

 

 

 

 

 

 

 

 

 

 

 

 

 

 

 

 

 

 

 

 

 

 

 

 

 

 

 

 

 

 

 

 

 

 

 

 

 

 

 

 

 

 

 

 

 

 

 

 

 

 

 

 

 

 

 

 

 

 

 

 

 

 

 

 

 

지난 달에 느티나무 보러 가던 길에 들렀던 가수원역.

이제는 더이상 쓰이지 않는 곳이다.

 

 

 

 

 

 

 

 

 

 

 

 

 

 

 

 

 

 

 

 

 

 

 

 

 

 

 

건물도, 공간도, 그리고 사람도.

시간이 지나면 재생이 필요한 시기가 온다.

거듭날 수도 있고 쇠퇴해버릴수도 있는 그 시점이 온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페크pek0501 2019-08-25 1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여행 중이신가 봅니다.

저 사진 속 벤치의 파격적인 아이디어!!!

hnine 2019-08-25 21:57   좋아요 1 | URL
엊그제 돌아왔습니다.
다녀오니 더위가 많이 누그러져 있네요.
우리나라 서울역 고가 공원이 이 하이라인 파크를 벤치마킹 한 것이라고 하더군요. 뉴욕의 하이라인 파크는 다녀왔는데 우리 나라 서울역 고가 공원은 아직 못가봤어요.

Nussbaum 2019-08-28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트일지.. 뭔가 어딘가에 쓰시는 모습이 눈에 들어옵니다.

어제 오늘 음악 하나를 계속 반복해서 듣고 있는데, 참 이 사진들이랑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hnine님. 좋은 여행 되셨길 바랍니다 ^^

hnine 2019-08-28 20:28   좋아요 1 | URL
네, 아날로그 세대라서 아직도 노트에 펜으로 적는게 편해요.
걷다가 다리도 쉴겸 앉아서 노트에 메모를 하고 있는 중이랍니다.
어제 오늘 이틀 씩이나 어떤 음악을 반복해서 들으셨는지 궁금하네요. Nussbaum님 서재 가보면 올리셨을지 모르니 얼른 가봐야겠습니다. 저도 마음에 들어오는 음악이 있으면 한번으로 끝내지 않고 하루 종일 듣게 되더군요.
한국에 돌아오니 더위가 한풀 꺾여 얼마나 좋던지요.

Nussbaum 2019-08-28 20:41   좋아요 0 | URL
방금 만년필로 노트에 라디오에서 녹음해 둔 소리를 듣고 문장 하나를 적었습니다.
조금 촉촉한 것이, 타자로 뭔가 적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이 좋으네요.

여름이 아스라이 멀어져 갑니다.
누군가에게는 여름이 용서할 수 없이 많이 미웠겠지만, 저는 또 나이가 먹어갈수록 여름이 조금은 애처롭게 보이기만 하네요 ^^

 

 

 

 

 

 

 

 

 

 

 

 

 

 

 

 

 

 

 

 

 

 

 

 

건축가 Frank Loyd Wright 이라는 이름을 처음 알게 된 것은 우연히 뉴욕에 있는 구겐하임 미술관 사진을 보게 되었을때였다. 숫자 천구백으로 시작하던 옛날 옛적. 어떻게 이런 디자인의 건물을 생각할 수 있었을까. 전무후무할 것 같은 디자인의 건물 사진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몇년 후, 진짜 뉴욕땅을 처음으로 밟았을때 제일 처음 찾아간 곳이 구겐하임이었다. 실제 가보니 건물 디자인도 획기적이지만 그 디자인이 건물의 미술관이라는 목적에 맞도록, 잘 기능할 수 있게 설계되어 있다는 점에서 사진으로 볼때보다 더 큰 감동을 받았다. 그 안에 소장하고 있는 작품들 구경하면서 받은 놀람과 벅참은 또 다른 얘기이다.

 

Frank Loyd Wright 라는 건축가의 대표작이랄 수 있는 또다른 건축물 Falling water도 사진과 글로만 보고 알고 있다가 이번에 직접 눈 앞에서 보고 왔다. Pennsylvania 주의 Pittsburgh 시내에서 차로 1시간 반을 달려간 Mill Run 이라는 시골 마을 숲속. 거기서 떨어지는 폭포 소리와 함께 발견한 그곳.

1935년에 설계되었고 미국 건축가 협회에서 Best all-time work of American architecture로 지정되었으며 국제적으로 이름을 얻은 걸작물이다. 기존에 존재하고 있던 폭포수와 어울리게 설계된 이 집은 유기적 건축 (Organic architecture)이라는 Frank Loyd Wright의 평소 철학을 눈으로 확인시켜주는 것이며 인간과 자연 사이의 어울림을 보여주는 것이다. 디자인을 통해서.

 

미리 예약을 하고 가면 집 내부로도 들어갈 수 있는데 그걸 못해서 아쉽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Nussbaum 2019-08-28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유명한 낙수장 다녀오셨군요 !

저 사진 볼 때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거 참 많은데, 하는 생각을 했더랍니다. 그리고 실제로 가보면 다를지 모르지만 미국인들이 열광하는 그것이 어쩌면 우리나라에 참 많을 것 같다는 생각도 했었네요.

오랜만 들러 서재 기웃거리고 있는데 여행가서 찍으신 사진 보니 이상하게 참 정겹습니다. ^^


hnine 2019-08-28 21:35   좋아요 0 | URL
네, 그 전설의 낙수장을 다녀왔습니다.
맞아요. 우리나라에서는 새로울게 없을지도 모르는데 미국 사람들의 시각으로 보면 꼬불꼬불 산길 따라 올라가다가 폭포에 지은 집이 나타나는 것을 보며 정말 새로왔을 것 같아요. 집의 형태는 우리 나라에서 보는 집의 디자인과 전혀 다른데도 자연 속에서 참 어울리더라고요. 그게 전 놀라왔고요.
 
자전거로 유럽 도시 읽기 - 건축가 동생과 책벌레 누나 33일간 1800km 자전거 여행을 떠나다
이용수 지음, 이정은 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기혼의 남동생과 기혼의 누나가 함께 자전거로 유럽 4개국, 1800km를 33일 동안 자전거로 다니면서 관심있는 건축물 답사를 한 기록이다.

글을 쓴 이용수는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 설계일을 하고 있었고 사진을 찍은 누나 이정은은 건축과 무관한 직장인. 체력과 마인드를 고려할때 함께 여행하기에 좋을거라 생각하고 동생이 자전거 여행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 한달여 기간 맹연습을 거쳐 중고 자전거를 20만원 주고 구입해 떠났다니 체력과 마인드가 여행에 적합한 것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여행기를 읽어보니 자전거로 여행을 다니는 것이 아무나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길이 좋고 날씨 좋아도 하루 평균 70km를 달리기가 쉽지 않을텐데 비 오고 오르막길의 연속이고 체력 소모도 많은 과정이다보니 나중에 보람은 있겠지만 역시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순전히 여행과 휴가를 목적으로 떠난 일정은 아니고 출판사와 약속이 있었다니까 여정 계획이 어느 정도 세워져 있었을 것이다.

 

 

 

 

 

 

 

 

 

책제목만으로는 이러한 여행 목적이 드러나있지 않지만 읽어보면 들러볼만한 건축물 중심으로 일정이 짜여져 있고 그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 그 나라와 도시의 건축물 특징, 경향에 대한 내용이 많다. 많은 건축물과 건축가가 등장하고 이들이 우리 나라에 설계한 건물들도 소개를 해놓았다. 이 중엔 이름을 들어본 건축가들도 있지만 (도미니크 페로, 르 코르뷔지에, 이오밍 페이, 렌초 피아노,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 마리오 보타, 렘 콜하스, 노먼 포스터, 리차드 마이어 등)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리트벨트, 장 누벨, 요 코에넨, 벤 반 베르켈, 헤르조그 & 드 뫼롱 등). 또한 저자가 들른 유럽 4개국의 도시들은 관광지로 익숙한 곳도 있지만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조그마한 마을도 있었는데 저자가 주로 건축물 위주로 찾아다녔기 때문이다. 들른 건축물들 중에는 건축가보다 더 생소한 것들이 많았다. 아마 내가 유럽의 많은 곳을 다녀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전공자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이 꼭 세계적으로 큰 도시의 큰 건축물만 설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한 건축가들 소개를 하면서 이들이 우리 나라에 설계한 건물들을 예로 들어놓은 것만 봐도 그랬다. 이 건물들 중에는 공공 건물 (동대문 플라자) 도 있지만 학교 건물도 있고 (이화여대 ECC, 서울대학교 미술관) 리암 미술관은 세 건축가들이 각기 맡아서 설계를 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이 갔던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독일의 여러 도시들은 각각의 역사와 상황, 환경에 맞게 도시와 건축의 방향을 설계해왔는데 우리 나라는 효율성과 유행은 몰라도 그 지역의 역사와 내력을 무시하고 개발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세상을 신이 만들었다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인이 만들었다고 할만큼 환경을 극복해가며 국토를 일군 역사를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라서 그런지 효율성을 고려하여 실로담, 슈뢰더 주택 등 조립식 스페이스 형태의 주거시설이 발달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는 환경 보전에 특화된 도시 같았다.

현대적으로 설계된 건축물 사이에 수백년된 건물이 버젓이 버티고 있는 모습은 런던을 여행할때 목격한 바이지만 그것은 런던만의 경우는 아니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츠커상을 일본 건축가들만 해도 여럿 받았는데 왜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안나오고 있는지, 그것도 아쉽다.

건축물은 사람이 들어가서 살고 일하는 건물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이제는 그 도시와 그 나라의 랜드마크가 되어 그곳을 방문해야할 이유가 되고 그곳에 오래 오래 살아남으며, 그것을 설계한 건축가에게는 알게 모르게 아티스트의 자격이 부여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매력적이다.

이 책은 여행기의 성격도 분명 있지만 건축 답사에 관심있는 사람이 보면 더욱 반가울 책이다.

500쪽에 이르는 두께이지만 생각보다 금방 읽을 수 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페크pek0501 2019-08-16 13: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친구의 딸이 남편과 함께 유럽에서 한 달 동안 지내러 갔다는 소식을 듣고, 요즘 젊은이들은 참 멋있게 사는구나 했어요.
교사 부부라서 가능한 일이었지만 그런 계획을 세웠다는 것 자체가 경이롭더군요. 알찬 방학을 보내는 것 같았어요.
아직 아이가 없는 신혼 부부니 실컷 즐기라는 말을 해 주고 싶더라고요.

hnine 2019-08-17 2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떤 장소를 경험하려면 한달도 부족할지 모르죠.
젊은 나이 아니면서 저도 한번쯤 경험해보고 싶다니까요^^
위의 책에서 처럼 자전거 여행은 못하겠지만요. 저자는 꼭 여행 목적으로만 떠난건 아닌것 같아요 . 출판사와 약속도 있었고 저자의 직업상 필요성도 있었고요. 목적이 분명하면 실행력이 더해지겠지요.
(저도 지금 짧은 일주일이지만 집 떠나와있는 중이네요.)
 
판사유감 - 현직 부장판사가 말하는 법과 사람 그리고 정의
문유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4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문유석 판사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고 바로 이어 <쾌락독서>를, 다음으로 <판사유감>까지 내리 읽었다. 아마 어느 한 책이라도 재미가 없었으면 이렇게 연달아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판결문 조차 너무 어렵게 쓰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인데다가 책 읽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좋고, 글 쓰는 일을 억지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는 편에 속한다고 하는 사람이니, 그런 사람이 쓴 글이 지루할 리가 없다. 어렵고 복잡하게 쓰는 것으로써 부족한 지식과 사고력을 보충해야할 수준은 이미 넘어 섰다. 그러니 읽는 사람으로서는 아주 경쾌하게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읽어본 문유석 판사 글의 특징이 아닌가 한다.

세권의 책이 같은 듯 하지만 조금씩 다른 색깔을 지니고 있는데, 이 책의 내용은 주로 판사로 재직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소재로 한 것들과 하버드 로스쿨에서 1년 수학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나라 법학 교육과의 차이점에 대한 것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직도 이런 소리를 하는 남성들이 있습니다. '여자들은 다 입으로는 싫다고 말하는 내숭덩어리니까 남자가 좀 터프하게 밀어붙일 수 밖에 없다', '남자의 성욕은 본능이니 어쩔 수 없다'.

저 역시 분명하게 말해 주고 싶습니다. 입으로 싫다고 말하면 싫은 겁니다. 인간 사회에 살고 싶으면 본능을 억제하는 방법을 배우십시오. (120쪽)

 

이런 면에서 이번 사태에서 다른 어떠한 거대담론에도 귀를 기울이지 아니한 채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이 과학자의 할 일이라면서, 과학자체의 방법만으로 검토하고 논의했던 무명의 과학자들이야말로 우리를 질식하지 않게 해 주는 징표라고 생각합니다. (137쪽)

 황우석 사태가 어떻게 세상에 밝혀지게 되었는가. 저자는 법학을 전공했지만 과학 하는 자세에 대한 본질 역시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구절이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 것. 거대담론보다, 사람들의 비난 여부보다 훨씬 우위에 있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법학 교육은 학생들의 머리 위에 거대하고 복잡한 개념의 탑을 쌓아놓고 그 완결적 구조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도록 하고는 실제 지금 이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각자 일하면서 알아서 자기 머릿속에 들어 있는 개념들에 꿰어 맞추든지 뭐 알아서 하라는 방식인 것 같습니다.

하버드 로스쿨의 법학은 그야말로 '실사구시'하는 방법입니다. (153쪽)

법학 뿐 아니라 미국 교육은 현장에서 일어나는 실례 중심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으로서 저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저자는 실사구시라는 말로 잘 요약해주기까지 했는데, 실례로 쓰이지 않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 아니라 배운 것, 연구한 것을 실례로 적용시키는 것을 중시하고 가치를 둔다는 것이다.

 

우리 법학은 가상적인 '평균인'의 판단과 행동을 전제로 이론을 전개하는데, 여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인간의 행동을 인센티브와 레버리지로 설명하고 예측하려 합니다. (154쪽)

 

사람은 '논리'나 '당위'로 절대로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공감'해야 비로소 변화하지요. (206쪽)

 

 

책장이 술술 넘어가게 읽힌다. 더운 여름 날 부담없이, 하지만 읽을 만한 가치가 충분한 책이었다.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고양이라디오 2019-08-11 1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개인주의자 선언> 을 읽고 좋아서 <쾌락독서> 를 연이어 읽었습니다. 곧 <판사유감>을 읽으려 하는데 반가운 리뷰네요^^

hnine 2019-08-12 07:23   좋아요 1 | URL
저도 같은 순서로 읽었어요. 다락방님 서재에서 <쾌락독서> 리뷰 보고 읽어야지 했는데 집에 마침 <개인주의자 선언>이 있기에 그것부터 읽었고, 다음에 <쾌락독서> 읽고 나니 다른 저서도 더욱 읽어보고 싶어졌지요. 그래서 <판사유감>까지 읽게 되었어요.
동영상 찾아보니 이분 말씀도 글처럼 재미있게 잘 하시더라고요. 재미있기만 한게 아니라 중간중간 번뜩이는 통찰과 콕 집어 비유하시는 특징까지. 어렵지 않게 말하고 글 쓰는 건 실력이 바탕이 되어서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된답니다.
<판사유감>도 즐겁게 읽으실거예요.

고양이라디오 2019-08-13 10:43   좋아요 0 | URL
재밌기만 한 게 아니라 번뜩이는 통찰까지 있다는 말씀 공감합니다^^

Nussbaum 2019-08-11 13: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서점에 잠깐 들르러 하는데, 시간 되면 한 번 찾아봐야겠습니다. ^^

이제 더위가 곧 끝인데 조금만 힘내세요 ㅎ

hnine 2019-08-12 04:40   좋아요 1 | URL
나온지 꽤 된 책이라서 도서관에도 있을것이긴 한데요.
어제는 기온은 높은데 바람이 꽤 강하게 불어서 저녁땐 꽤 먼거리까지 산책도 다녀왔답니다.
더위가 언젠가 끝나긴 하겠지만 8월 말 까진 각오하고 있어야겠지요? 잘 참고 지내보겠습니다. 두 주먹 불끈! (^^)

단발머리 2019-08-11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 쾌락독서 읽고 있는데, 나머지 책들도 읽으려고요. 문판사 좋아하게 된 1인입니다^^

hnine 2019-08-12 04:46   좋아요 1 | URL
<개인주의자 선언>, <쾌락독서>에 비해 이 책이 제일 가볍게 술술 읽혔던 것 같아요.
<개인주의자 선언>은 평소에 개인주의라고 생각하면서 괜히 죄스러워서 함부로 내세워 말하지 못하던 제게는 첫 페이지부터 너무나 시원하게 읽힌 책이었고 <쾌락독서>는 책 읽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노력에 의한 것도 있지만 타고나는 것도 있나보다 생각하게 한 책이었어요.
이 책은 위의 두 책에 비해 제목은 좀 덜 독창적이지만 재미는 결코 떨어지지 않습니다. 즐겁게 읽으실거예요.

고양이라디오 2019-08-13 10:42   좋아요 0 | URL
전 판사유감이 가장 무거울 줄 알았는데 가볍다니 의외네요. 기대가 됩니다^^
 
좁은 방 - 내 빵 생활 이야기 보리 만화밥 7
김홍모 지음 / 보리 / 2018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좁은 방>이라는 제목 아래 '내 빵 생활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다. 그 위의 표지 그림엔 창살 안에서 밖을 내다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이는데 이들은 모두 창문 밖 한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며칠 전에 본 택배 종사자의 이야기 <까대기>를 읽고 좋아서 보리만화밥 시리즈에서 두번째로 고른 책인데 김홍모라는 만화가의 역시 자전 만화이다.

홀아버지 슬하 풍족하지 않은 형편에 어렵게 삼수 끝에 미술대학에 들어갔으나 기대와는 너무 다른 수업에 흥미를 못붙이던 중 학생운동에 가담하게 되었고 시위에서 피투성이가 되도록 맞고 끌려간 후배의 석방을 위해 이리 저리 뛰어다녔다. 이듬해 미술대 학생회장, 총학생회 부총학생회장이 되었고 지명수배자가 되어 구치소에 수감된다. 이 책은 작가가 영등포구치소에 수감되어 지낸 8개월 동안의 생활을 그린 만화이다.

그가 구치소에 들어가 만나게 된 사람들 모두가 범죄자의 얼굴을 하고 있는 건 아니었다. 초범방, 누범방, 조폭방, 여러 방을 경험하면서 과연 저 사람이 어떻게 이곳에 들어왔을까 싶은 사람, 자기와 같이 학생 신분으로 학생운동을 하다 들어온 사람, 심지어 아는 선배등, 여러 사람을 만난다. 아주 자세한 이야기를 다 담지는 못했겠지만 감시와 제재 속 그 제한된 환경에서도 같이 뜻을 모아 자신들의 처우를 개선하려는 시도는 성공 여부도 그렇지만 뜻이 모아져서 함께 행동하는 모습이 감동적이었다. 그곳이 어디든 사람 사는 모습은 기대하지 않게 비참하기도 하고 따뜻하기도 하다.

이 만화에서는 1990년대 학생운동 이야기를 주로 하고 있지만 그보다 더 학생운동의 절정기였다고 할 수 있는 1980년대에 대학 생활을 했던 나로서, 그냥 추억으로만 떠올리기에 아픈 이야기들이 많았다. 망각의 힘은 어쩔 수가 없어서 그 시절을 많이 잊고 살고 있다가 이렇게 만화로 다시 보게 되니 바로 내가 다니는 학교, 내 학우의 이야기들, 뉴스나 신문이 아니라 바로 현장에서 일어나는 것을 보면서 학교 다니던 때의 기억이 다시금 솟아올라 뭉클했다.

맘껏 먹이지 못했고 가르치지 못하여 가슴 아팠을 작가의 아버지가 수감중인 아들의 면회를 오셔서, 탈퇴서 안썼다는 아들에게 쓸것을 강요하기 보다 '그래, 잘 생각했다. 네가 뭘 잘못했다고 저놈들한테 그런 걸 쓰냐?' 라고 하신다. 옆에서 교도관이 면회 내용을 받아 적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가의 따뜻한 감성은 저런 아버지의 성품이나 응원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빵에서 만난 사람들은 대부분 따뜻했다.

이 만화를 작업하며서 지금의 나에 대해 생각을 안 할 수 없었다. 나는 지금 어쩌 살고 있나......

선배, 동료들의 죽음 앞에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가...... (223쪽)

 

만화에선 자기의 성격을 발랄하게 그린 감이 있지만 실제로는 아주 진지한 성격이었다고 후기에 쓰고 있다. 내가 찾아본 인터뷰 동영상에서 본 김홍모 만화가의 모습은 진지하면서도 재미있는 사람 같았다. 이 만화 외에 다른 종이 만화들이 꽤 나와있다. 동양화 전공이기 때문일까. 그림이 복잡하지 않고 편안하다.

지금은 제주에서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작가를 응원한다. 그가 그린 다른 만화도 몇권 더 구입해서 봐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