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동물대탐험 2 : 나무늘보의 노래 - 달라서 좋아, 동물들의 생존 전략 최재천의 동물대탐험 2
최재천 기획, 박현미 그림, 황혜영 글, 안선영 해설 / 다산어린이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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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를 기계에 비유할 순 없겠지만 그래도 비교한다면 생명체만큼 복잡하고 정교한 기계가 있을까?

생명 현상을 지켜나가기 위해 수억의 세포들이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과정을 이해한다면 소름이 돋을 정도이다. 이런 전체적인 조절은 세포보다 상위 레벨의 기관에 의해, 그 기관들은 그보다 더 상위 기관에 의해, 환경의 시그널을 해석하여 일어나는데 아직도 우리는 그 기작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최재천의 동물대탐험 2권에 담은 내용이 무엇이었든 간에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수많은 지구상의 생명체들에 대해 경이로움을 느끼고 마음이 움직일수 있다면 좋을 것 같다.


제목부터 최재천 교수의 이름을 넣긴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최재천 교수의 기획아래 황혜영이라는 작가가 글을 썼고 박현미가 그렸고 책 중간과 끝의 해설은 생태학 전공자인 안선영이 맡았다. 

등장인물로 생태학자이자 동물행동학자인 개미박사가 나온다. 아마 최재천 박사를 지칭하는 것일 것이다. 그는 하늘을 나는 비글호를 타고 아이들 (호야, 와니, 미리, 아라)과 함께 정글과 바다를 누비며 탐험을 다닌다. 이 비글호에는 인공지능 인격체인 다윈박사도 있고 닥스훈트도 두마리 타고 있어 제법 다양한 멤버 구성이다. 

그러던 어느 날 원래 코스타리카에 살던 나무늘보 한마리가 비글호가 통과하고 있던 인도네시아 상공에 나타나서 보호를 받게 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거의움직이지도 않는 이 나무늘보가 어떻게 여기까지 오게 되었을까?





나무늘보는 발가락 수에 따라 두발가락나무늘보와 세발가락나무늘보로 나뉜다.

그림의 나무늘보는 보다시피 세발가락나무늘보.




원래 그림 나오는 페이지는 대충 보고 넘어가곤 하는데, 이 책만은 그림의 구석까지, 글자 하나까지 다 짚어보고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살아있는 동물 몸에 이끼가 낀다니. 






아이들 네 명은 각자 임무를 나눠 비글호에서 나무늘보를 정성을 다해 보살핀다. 개미박사가 잠시 외부로 탐사를 나간 어느 날 아이들은 나무늘보를 데리고 비글호에서 나와 정글 속을 돌아다니다가 그만 비글호로 돌아가는 길을 잃게 된다.

날은 어두워지고 불안한 가운데 비글호로 돌아가는 길을 찾는 동안 동시에 정글 탐험을 하게 되고, 처음 보는 식물과 동물들을 만나게 된다. 

그중엔 라플레시아라고 하는 세상에서 제일 큰 꽃도 포함된다.







식물로 분류하는 가장 큰 특징이 광합성인데, 광합성을 하지 않는 식물도 있다는 것을 나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줄기도 뿌리도 없이 저렇게 거대한 꽃만 덜렁 피는 이유에 대해서는 책의 뒤에 설명이 나온다.

생물의 어떤 특이한 형태에는 모두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동물들은 생각보다 훨씬 다양하다.

동물들은 저마다 세상을 사는 방법이 있다

모든 살아남은 것들은 지혜롭다.

며칠 동안의 정글 탐험에서 아이들은 이런 것들을 알게 된다. 마지막 문장이 특히 의미있다. 모든 살아남은 것들은 지혜롭다. 즉, 생명체는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어떡해서든 살아남기 위해 모든 지혜와 지략을 동원한다는 뜻이다.


나무늘보가 비글호가 있는 곳까지 오기 전 에 있던 일. 코스타리카에서 나무늘보를 포획하러 다니던 수집가들은 그곳에 사는 소녀 알리사에게 나무늘보가 있는 곳을 물어보게 되고, 알리사는 이들에게 나무늘보가 있는 곳을 가리키지만 이들은 알려줘도 나무늘보를 보지못한다.



세상은 왜 이렇게 빠를까요?

사람들은 왜 이렇게 서두를까요?

빨리빨리, 더, 더, 더!

무엇을 위해? 어디로 가려고?

내 눈에는 나무늘보가 보이는데, 사람들은 나무늘보를 보지 못해요.

사람들은 한시도 가만히 있질 못하는데, 

나무늘보는 하루 종일 그냥 가만히 있거든요.

그냥 가만히 있는 거예요. (158쪽)






혹시 위 그림 속에서 나무늘보를 찾으셨는지?


3권은 언제 나오나.


예전에 가입해놓고 가끔씩만 들어가보고 있던 '생명다양성재단' (http://diversityinlife.org/) 사이트에도 이제 좀 더 자주 드나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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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23-05-09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나무늘보 보입니다ㅋㅋㅋ
아이들이 좋아할 것 같은 책이네요^^

hnine 2023-05-10 00:10   좋아요 1 | URL
찾으셨어요? ^^
이 책 재미있어요.
집에 이제 아이가 없어 읽혀볼 수 없지만 좋아할 것 같아요. 어른인 저도 재미있게 읽었고 책 참 잘 만들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재천 이분은 도대체 몸이 몇개나 되시는지, 어린이책 기획까지 이렇게 잘 해내시니 말입니다.
 



































































그리고, 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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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5-06 18: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리고 h님이시라니. 서글픕니다.ㅠㅠ ㅎㅎ
여기가 어딘가요?

hnine 2023-05-07 05:37   좋아요 1 | URL
오십년이 넘었으면 오래된 것 맞죠 뭐. 오래된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잖습니까? 친숙하고 정감 있고 편안하고 ^^
사진 속의 저 장소는 여울님 전시회가 있던 건물이랍니다. 예전에 교회 건물이었다던. 크지 않은 건물인데도 구석구석 눈길을 끄는 곳이 많았어요.

자목련 2023-05-07 16: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의 사진은 언제나 좋아요!
이 사진들도 정말 좋습니다.

hnine 2023-05-08 04:05   좋아요 0 | URL
자목련님, 제 사진 좋아해주시는 것 알아요 ^^
제가 사진에서 보여주고 싶던 걸 읽으시는거죠.
고맙고 기쁩니다!
 









































































창작 활동 하시는 분들이 세상에서 제일 부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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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3-05-01 14: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이게 다 여울님 작품인가요?
훌륭하네요. 전시장이 어딘가요?
근데 벌써 끝났군요.~

hnine 2023-05-01 15:10   좋아요 4 | URL
네, 어제가 마지막 날이었어요.
전시장은 대전이었고요. 저도 대전에 살긴 하지만 한번도 안가본 대전의 예전 도심에 있는 곳이라 지도 보며 찾아갔어요. 전시도 좋고, 전시장이 있는 고즈넉한 분위기도 참 좋았어요. 전시장이 예전 교회 건물인데 건물 자체를 둘러보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여울님 서재 가면 작품과 함께 설명까지 다 보실 수 있어요.

여울 2023-05-01 21: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녀가셔서 깜짝 놀랐습니다. 가족손님들과 식사하러 간 사이 들르신 듯요. 얼굴 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좀 아쉬웠어요. 고맙고 감사드려요^^

hnine 2023-05-02 01:55   좋아요 1 | URL
놓치지 않고 마지막 날이나마 갈수 있어서 좋았어요.
보여지는 것은 한정된 공간에 한정된 작품이지만 그 뒤에 여울님께서 들이신 시간과 노력을 생각해보며 보았답니다. 회화뿐 아니라 조각, 판화, 꼴라쥬에, 쓰신 재료도 다양하고, 정말 감탄했습니다.
 


봄에 피는 꽃이 한둘이랴마는

나는 이 꽃을 봐야 봄을 지냈다 싶다




지난 주 낙안읍성에서 본 할미꽃이다.



매년 봄이면 다시 들춰보는 시집으로 고영민의 시집 <공손한 손> 과 유영금의 시집 <봄날 불지르다> 가 있다.




    




































이번에도 이 시집을 꺼내다가 이번엔 옆에 꽂혀 있는 오태환의 시집을 대신 꺼내보게 되었다. 아마 시집 제목때문에 눈이 갔나보다. <복사꽃, 천지간의 우수리>
























오태환의 시는 우리 말의 숲속을 헤치며 걷는 기분으로 읽는다.

숲속을 뛰어가지 않고, 빠른 걸음도 아니며, 두리번 두리번 덩굴 헤치며 나가듯 읽어야 한다. 겨우 헤쳐나가야 한다. 언어 감각이 거의 묘기에 가깝다고 해야할까.







너밋골 달빛





하릅강아지 누렁강아지 귀때기처럼 돋는 달빛


양지머리 뒷사태 근 (斤) 가웃 맑은 국거리로 한소끔씩 뜨는 달빛


으슥한 도린결 도린결만 뒤지고 다니는 따라지 달빛


마른 장마 맞춰 벼르다 벼르다 듣는 감또개 같고 감꽃 새끼 같은 달빛


잘 잡순 개밥그릇이나 설거지하듯 살강살강 부시는 달빛






여기서 '감또개'는 꽃과 함께 떨어진 어린 감, '도린결'은 사람이 별로 가지 않는 외진 곳. '가웃'은 어떤 분량의 반 정도 양. 근 가웃이라고 했으니 양지 머리나 뒷사태 반근 정도 분량으로 끓인 맑은 국이라는 뜻일 것이다. 

네째 행의 '벼르다'는 방울져 떨어진다는 뜻.

달빛도 빛이되 몇 룩스의 밝기로 강렬하게 어두운 곳을 드러내게 하지 않고, 이렇게 있는 듯 없는 듯 하면서도 구석 구석 우리 눈에 잘 안띄는 곳으로 스며드는 빛이다



이왕이면 책 제목이 된 시도 읽고 넘어가야지 싶어.





복사꽃, 천지간의 우수리




삐뚜로만 피었다가 지는 그리움을 만난 적 있으신가 

백금 (白金)의 물소리와 청금 (靑金)의 새소리가 맡기고 간 자리 연분홍의 떼가, 

저렇게 세살장지 미닫이문에 여닫이창까지 

옻칠경대 빼닫이서랍까지 

죄다 열어젖혀버린 그리움을 만난 적 있으신가

맨살로 삐뚜로만 삐뚜로만 저질러 놓고, 

다시 소름같이 돋는 참 난처한 그리움을 만난 적 있으신가

발바닥에서 겨드랑이까지 해끗한 달빛도 사늘한 그늘도 없는데, 

맨몸으로 숭어리째 저질러 놓고 

호미걸이로 한사코 벼랑처럼 뛰어내리는 애먼 그리움, 

천지간의 우수리, 

금니 (金泥)도 다 삭은 연분홍 연분홍떼의





(원문은 행의 구분이 없다)


죄다열어젖힌 그리움, 소름같이 돋는 참 난처한 그리움이라고 할 만큼 복사꽃은 숨어서 필 수 없는 꽃, 무리 지어 만발하여 자태를 드러내고야 마는 꽃이 아닐까 한다. 숭어리째 저질러 놓듯 피어 드러내는 꽃.

다만, '호미걸이로 한사코 벼랑처럼 뛰어내리는' 이란 구절의 뜻을 확실히 알수 없어 읽어보고 또 읽어보고 있다.


물소리는 백금, 새소리는 청금이란다. 이왕 금에 비유를 했으니 복사꽃도 금과 연관을 지어 마무리 했나보다. 마지막 연 '금니도 다 삭은' 이라고 했다.




당신의 봄엔 무엇이 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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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23-04-30 09: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제 봄이 되면 이천 ‘화담숲‘이 생각날듯 합니다.
올 봄엔 두번 다녀왔거든요.
자작나무 새잎이랑, 수선화가 어찌나 곱던지요.
hnine님께 화담숲도 추천합니다.
앗! 시는 생각안나요.ㅎㅎ

hnine 2023-05-01 00:04   좋아요 2 | URL
화담숲은 들어만보고 가보진 못했어요. 올봄에만 벌써 두번 다녀오셨다고요. 저도 꼭 기회를 만들어보아야겠네요.
고영민 시인과 유영금 시인의 시집은 제가 다른 포스팅에서도 아마 소개했을거예요.
오태환 시인의 시들은 언어의 향연이라고 할 수 있지요. 저도 추천드릴께요.

Jeremy 2023-05-01 0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할미꽃 생각보다 너무 예쁜데요.
hnine 님, 시집 많이 읽으시는군요.
페이퍼에 언급해주신 시집들 둘러봅니다.
제가 한국소설책 표절 사건 이후로는 거들떠도 안 보면서
한국 시집도 관심을 끊었는데 올려주신 시들은 너무 좋네요.
봄은 역시 시인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계절인가 봅니다.

hnine 2023-05-01 12:03   좋아요 2 | URL
할미꽃은 피어도 일부러 찾지 않으면 눈에 잘 안띄더라고요. 키도 작고 색도 튀지 않고 꽃은 금방 저렇게 하얀 수염이 되어 버리고요. 할미꽃의 학명을 보면 종명이 koreana 인것도 특별하지요.
시집은 일부러 읽는다기 보다 그냥 좋아서 읽고 있네요. 다른 문학 장르와 구별되는 어떤 특별한 점이 있어서 어떤 시 한줄에서 책 한권 읽은 것 같은 깨우침을 얻기도 하고요, 저도 갖고 있던 무형의 생각을 어떤 시인은 이렇게 그들의 언어로 유형화 시키는구나 라고 알게되는 놀라움과 기쁨도 있고요.
 
겸손한 공감 - 정신건강을 돌보는 이의 속 깊은 사람 탐구
김병수 지음 / 더퀘스트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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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김병수는 정신의학과 전문의로서 병원 진료뿐 아니라 책도 여러 권 냈고 대외 활동도 꽤 활발히 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의 책을 읽지 않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얼굴을 보면 알만한 사람이다. 나는 이전에 그의 저서와 강의를 들어본 경험도 있고 특히 얼마 전에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 을 읽은 것이 계기가 되어 그의 최근작을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정신의학과를 찾아 진료를 받을 때 모든 병원이나 의사가 다 같은 것이 아니라 각자 자기와 잘 맞는 의사가 있다고 한다. 그럴 것이다. 의사 마다 전문 분야가 따로 있고 같은 연령의 같은 문제점을 가진 환자라 할지라도 그 상태를 해석하고 치료하는 방법이 같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저자는 내가 만약 정신의학과 진료를 받으러 간다면 이 의사와는 코드가 잘 맞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든 의사이기도 하다. 

자기의 MBTI 결과는 수년째 INFP라며 세속적 성공보단 이상을 좇고, 큰 성취를 바라기 보다는 화합하길 좋아한다는 고백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그의 예전 책들과 조금 다른 느낌으로 읽혔다. 환자들의 사례를 설명하고 그에 따른 전문의로서의 도움말을 다는 식으로 페이지가 넘어가던 기존의 양식에서, 저자 자신의 예가 많이 들어가 있다. 그래서 마치 일기장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지 모르겠다. 읽다보면 의사와 환자 사이에 존재하는 벽의 두께가 얇아지고, 정신과 의사란 아무런 정신의학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거나 발생한다 할지라도 능숙하게 제거할 수 있는 전문가가 아니라, 발생하는 문제들을 잘 보듬고 받아들이는 것을 할 줄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게 된다. 

내가 요즘 주의하고 있는 것 중 하나인데, 함부로 조언하려 들지 말자는 것이다. 나에게 어려움을 털어놓는 사람이 있다면 그가 원하는 것은 누군가의 공감이지 지시나 조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에게 문제점을 털어놓는다고 해서 내가 그보다 더 우위에 있거나 현명한 사람이라는 뜻은 아니기 때문에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조언하기 보다 그냥 옆에 존재함을 확인시켜주는 것이 오히려 좋은 위로가 된다고 했다. 정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겠다면 단정적인 말보다는 이렇게 말하라고 한다. "내가 도와주고 싶은데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라고. 

하루 종일 환자들의 문제점과 고민을 들어주다가 저녁 8시 무렵이나 되어 병원 문을 잠그고 나오는 그의 모습을 묘사한 곳을 읽어 보면 그 또한 우울한 또 한사람의 모습 다름 없어보였다. 그럴때 그는 마음의 온도를 다시 높이기 위해 헬스장으로 가서 걷고 뛴다고 한다. 별다른 처방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지친 몸을 더 지치게, 재미있지는 않아도 몸을 억지로라도 움직이게 하여 마음의 온도를 다시 높인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는 책의 여기 저기에서 마음을 치료하는데는 몸을 움직이는게 중요하고, 생각보다 행동이 효과 있다는 말을 여러 번 강조하고 있다. 

일상적이고 소소한 활동을 챙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일정한 시간에 자고 일정한 시간에 일어나기, 세수하기, 산책 5분 하기, 낮에는 누워 있지 않기, 하루 한 줄씩 성경이나 불경 읽기, 집에 있어도 손님이 찾아와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옷차림은 하고 있기, 배고프지 않아도 때가 되면 한 숟가락만이라도 밥 먹기. 이 정도의 활동이면 된다. 우울증 때문에 아무것도 못 한다고 해버리며 변화는 더디 찾아온다. 우울한 사람이 우울하지 않게 바뀌려면 마음이 아니라 행동이 변해야 한다.

위에 예시한 활동들을 꼭 하라는 것이 아니라 솔루션은 이렇게 소소한데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행동해보는 것 외에는 어떤 선택이 옳은지 미리 알아낼 방도가 없다. 멘토나 권위자 혹은 전문가에게 묻는 것은 결과가 두렵고 후회하게 될까 봐 회피하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상상력' 그리고 '용기'. 그것이 최근 자기의 화두라면서, 이것들이 나를 지탱하는데 어떻게 역할을 하는지에 대해서도 써놓았다. 

생각을 하는 것, 성찰을 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그것이 나를 잠식해버릴 수위에 오를때면 차라리 생각을 접고 무조건 뛰라는 말은 단순하고 명료해서 좋다. 인적없는 바닷가를 걸을 때, 왜 사는가, 인생이란 무엇일까 사유하지 않아도 "그래, 지금 내가 살아있구나." 라고 느낄 수 있었다면서.


그가 책 속에 인용한 시인 민병도의 <삶이란> 이란 시를 옮기면서 되새겨본다.



풀꽃에게 삶을 물었다

흔들리는 일이라 했다



물에게 삶을 물었다

흐르는 일이라 했다



산에게 삶을 물었다

견디는 일이라 했다



누가 나에게 삶을 물으면 뭐라고 대답할까. 

모른다고 하지 않기 위해, 나만의 대답, 나 다운 대답을 내 힘으로 찾기 위해, 오늘도 삶을 이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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