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넘어 걷기 여행 - 인생의 절반쯤 왔을 때 한 번은 떠나야 한다
김종우 지음 / 북클라우드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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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제목에서도, 출판사의 짧은 소개글에서도, 내가 이 책에 대해 빠르게 받은 인상은 신체를 움직이는 걷는행위 보다는 걷기와 관련된 내면의 기록이었다. '인생의 절반쯤 왔을때 한번은 떠나야 한다', '어디든 걸을 수 있는 용기와 어디서든 멈출 수 있는 여유', '심장병을 안고 히말라야를 오른 후 걷기 여행에 푹 빠진...' 등등의 문구가 그렇지 않은가? 더구나 한창 여행의 욕구가 넘치는 2,30대가 아닌 마흔 넘어, 호화 여행이 아닌 걷기 여행이라니, 마음을 훅 뺏겨 구입하여 읽게 되었는데, 이런, 이 책은 그런 구구절절 사연과 성찰이 담긴 책이라기 보다는 오히려 걷기에 관한 실용적인 정보를 담은 책에 더 가까웠다.

첫장부터 내용이 걷기가 주는 '신체적 효용성'. 다음 장엔 올바른 걷기 자세, 배낭 꾸리는 법, 걷는 기술 등, 걷기에 대한 하드웨어적 내용들을 담고 있는데 그마저도 아주 새로운 내용들은 아니라서 좀 실망.

그 다음 일곱개 소제목으로 저자가 추천하는 세계 트래킹 명소 일곱 군데가 소개되어 있다. 네팔의 히말라야, 스페인 산티아고 물론이고, 제주올레를 표방하여 만들었다는 일본 규슈 올레, 이탈리아 아말피와 돌로미티, 터키 리키안 웨이, 프랑스 파리, 그리고 대한민국 둘레길과 지리산 둘레길, 서울 둘레길까지. 목차를 봐도 짐작이 되시리라. 각 트레킹 코스가 히말라야의 경우 높이가 3000m 이상, 산티아고가 120km 등, 만만치 않은 코스들인데 소제목 하나로 하나의 코스를 설명하기엔 아무래도 부족하지 않은가 싶다. 여행의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누구와 언제 갔는지, 정확하게 기술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어느 기관에서 (아마도 모 신문사?) 단체로 손님을 모집하여 떠나는 걷기 여행에 저자가 어떤 자격으로 (이것도 분명하지 않다) 초대되어 동행하는 형식으로 다녀온 것이 아닌가 추측될 뿐이다. 그런데 그 그룹 대부분이 연령대가 있는 분들이라서 코스를 전체 완주하기 보다는 짧고, 무리가 없게 조정한 경우가 많은 것 같았다 (예를 들어 산티아고도 120km정도, 6일 정도 일정으로 압축). 그러다 보니 그곳을 가보지 않고 읽는 독자들에게는 너무 건너뛰기 식의 여행기록으로 보이기 십상이고 내용이 허술해보일 수 밖에 없다.

프랑스의 파리도 세계 일곱개 트레킹 코스에 포함시켜놓았다. 파리에 트레킹 코스가 따로 있어서 갔다기 보다 오랜만에 모르는 사람들과의 여행이 아닌 아내와의 여행으로 택한 곳인데, 어차피 여행을 하다보면 많이 걷게 되니까 이것도 트레킹이랄 수 있다는 저자의 말씀. 틀린 말은 아닌데, 웬지 억지 같기도 하달까.

마지막 장 '우리도 산티아고 순례길을 만들수 있을까'에서는 세계 여러 트레킹 코스를 둘러본 후 우리 나라의 제주 올레, 서울 둘레길, 지리산 둘레길과 비교하여 우리의 걷기 코스도 산티아고 처럼 세계적인 명소로 만들 수는 없을까 되돌아본 내용인데, 내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산티아고 순례길이 유명한 것은 맞지만 우리나라의 둘레길이 꼭 산티아고 순례길과 비교가 되어 보강되고 업그레이드 되고, 그래야하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산티아고는 고사하고 우리 나라 제주 올레길에도 한번 올라보지 못한 나. 매일 트레드밀 위에서 제자리 걷기만 하며 땀도 안나는 운동이랍시고 하는 나로서는 오늘도 또 한숨만 쉴 뿐이다.

알찬 구성이라기 보다는 어딘지 이것 저것 막 끌어다 엮은 책의 느낌을 지울 수 없어, 저자가 그동안 이 많은 코스를 걸어오며 느끼고 얻은 생각들과 경험을 제대로 잘 담았다고 보기엔 아쉬움이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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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8 14:33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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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12-18 14:43   좋아요 1 | URL
원래 700km 되는 코스인데 이 책에서는 간편 코스? 를 택했더라고요. 저는 좀 실망 ㅠㅠ
해파랑길이 저에게는 지금 더 가능성이 커 보이네요. 그야말로 동해를 따라 아래에서 위로 쭈욱~~
꼭 가보고 싶어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1984 펭귄클래식 48
조지 오웰 지음, 이기한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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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카프카의 성에서도 그랬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도 딱히 특별한 인물은 아니다. 그 시대를 대표한다고 볼수 있는 평범한 시민. 그러니까 작가는 인물에 대해 얘기하려고 했다기 보다 그가 살고 있는 사회에 대해 얘기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이 책을 읽으며 새삼 이 사회에서 작가의 역할은 무엇인가 생각했다. 스토리 텔링도 소설을 쓰는 작가의 중요한 능력이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걸 조지 오웰의 이 사회성 높은 소설을 읽으며 다시 확인한다. 현 사회와 인간의 행동과 심리에 대한 관찰, 비판, 분석, 거기서 나아가 앞으로 올 미래에 대한 예견까지. 작가의 역량은 내가 아는 범위를 넘어서 있었다.

조지 오웰 자신이 평탄하고 부유한 생활을 해나갔다면 이렇게 사회의 드러나지 않는 면, 보이지 않는 힘, 권력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가 없었을지도 모르고 그런 경험을 작품 속에 고스란히 드러내지 못했을 지도 모른다. 영국인 부모를 둔 그는 인도 주재 영국 공관에서 일하는 아버지로 인해 인도에서 태어났다. 네살때 영국으로 이주, 명문 이튼 칼리지를 다녔고 그때부터 이미 정기적으로 글을 투고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다가 미얀마에서 경찰로 근무하면서 궁핍한 생활을 해나갔다. (그는 왜 미얀마에서 경찰로 근무하게 되었을까?) 이후 파리에도 잠시 머물렀고 영국으로 돌아와 여러가지 직업을 전전한다. 그의 나이 서른에 첫 소설이 출간되었으니 비교적 이른 성공이라고 볼수도 있지만 실업 사태가 발생한 지역을 돌아보며 가난의 참상을 보게 되었고 스페인으로 가서 내전에 가담하기도 한다. 이때 얻은 부상으로 건강을 잃은 그는 요양소에 들어갔고 이후 영영 건강을 회복하지 못한채 채 오십도 안된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이 책 <1984>는 그가 세상을 떠나기 일곱 달 전에 출판되었다고 한다.

인간은 과연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에 대해 길들여지고 싶어하는 본성이 있기라도 하는 것인가, 아니면 필사적으로 거기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 진짜 본성일까 혼동된다. 너무 쉽고 안일하게 집단주의와 전체주의에 길들여 사는 모습을 이렇게 소설에서 접하고 난후 현재 우리가 사는 모습, 우리 사회의 모습을 생각하면 어느새 오버랩되고 있는 오싹함을 느끼기 때문이다.

당에 의해 자행된 것들 주 가장 끔찍한 것은 사람들이 자신이 갖고 있는 충동들과 감정들이 아무런 가치가 없다고 믿도록 설득한 것이다. (228)

 

전쟁이 인간들의 이권을 채우기 위해 어떻게 이용되는가 하는 대목은 또 얼마나 두려운가.

그것은 잉여 소비재를 소진시킬 뿐만 아니라 계층 사회가 요구하는 특정한 정서를 유지하는데 유용하다. 뒤에서 보겠지만 이제 전쟁은 철저한 내국적인 상황의 일환이 되어버렸다. 실질적인 전쟁은 각 지배층과 그들이 이끄는 국민들 사이에서 벌어지며 이러한 전쟁의 궁극적인 목표는 새로운 영토를 확보하거나 상대국이 자국의 영토를 점령한는 것을 저지하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구조를 어떻게든 유지하는데 있다. (269)

 

나중에 오브라이언의 정체가 밝혀지고, 오브라이언이 언제 주인공을 처단하는지 드러나는 대목은 클라이막스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런 사회의 반대쪽 끝에는 무정부 사회가 있을까?

조지 오웰은 소설가이면서 예언자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요즘에는 드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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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14 21:2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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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12-16 12:55   좋아요 1 | URL
제가 그렇게 쓰긴 했지만 저도 잊고 살때가 많은데 이렇게 기억해주시고 저에게도 다시 되새길 수 있게 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저도 아직 자신있게 말할 경륜과 지혜가 부족하지만 분명한 것은 누구든 기쁜 일만 계속 있거나 슬픈 일만 계속 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는 것이요.
오늘도 춥지요? 아침에 실내에서 운동하던 중에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 가시는 우체부 아저씨을 창문 너머로 보게 되었어요. 얼마나 추우실까 생각하다가, 생업에 종사하시느라 추운 날씨에도 꿋꿋하게 일하시는 모습이 존경스럽고, 사람 사는게 저런 거 아닐까 하는 생각도 했답니다. 추우나 더우나, 기쁘나 슬프나, 계속 되어야 하는 것...
 

 

 

 




 

엄마라는 사람은, 오랫동안 미뤄오기만 하던 책을 아이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집어들수있는 사람이다.

아들 녀석이 학교 수업 시간에 이 책 <1984>를 읽고 있다는 말을 듣자마자 그동안 구경만 해오던 이 책을 집어들어 읽기 시작했으니까 말이다.


문장이 어렵고 복잡할 줄 알았는데 겁 먹고 있던 것보다는 그래도 수월하게 읽혀 다행이었다.

 

 

 

 



 

 

12월이다.  

반짝거리는 저 트리 말고도, 텅빈 복도.

낮에는 학생들로 붐볐을 공간이 비어있는 모습. 조용한 상태. 12월.

 

 

 



 

 

 

1년 동안 듣던 강좌들.

모두 종강하고 유인물만 남았다.

모아서 바인딩.

 

 

 

 

 

 

 


 

 

 

 

지금 이 시가 마음에 와닿는 이유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감사하고 싶은 마음일 것이다.

매일매일은 별로 즐겁지도 않았고, 기뻤던 일 보다는 아쉬운 일들이 더 먼저 생각나지만

그래도 다행이야, 잘 살았어 하는 그런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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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9 22:4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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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7-12-10 07:16   좋아요 1 | URL
네, 종강했답니다.
두개의 다른 강의였는데 내년에도 연속해서 들으려고요.
여러 가지 생각이 들어왔다 나갔다 하는 시즌인데, 마지막이 다른 시작과 연결되니 또 한번의 기회를 선물받는 것 같아서 다행이고 감사드리고 싶고 그래요.
제 손, 솔직히 예쁜 손은 아니지만, 그래서 얼굴 화장은 안하면서도 매니큐어는 열심히 바르고 손톱 케어 열심히 받으러 다닌 적도 있었지만, 이젠 그냥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로션만 열심히 바르고 있습니다 잘 갈라지고 터지는 손이라서요.
어제는 그나마 덜 추웠는데 강아지 산책을 못시켰어요 제가 게으름 피우느라.
오늘은 잘 입혀서 잠깐이라도 데리고 나와야겠어요.
좋은 날 되세요~

페크pek0501 2017-12-10 18: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오래전에 읽었죠. <1984>를.
저, 자랑질했습니당~~~

hnine 2017-12-10 19:43   좋아요 0 | URL
pek님께선 1984 어떠셨는지요.
바로 전 빌러비드 읽고나서도 한동안 마음이 무거웠는데 1984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지 않아요 ㅠㅠ
리뷰에도 쓰겠지만 조지 오웰은 작가이면서 마치 예언자 같아요.
지금 읽기 시작한 책 <우리가 고아였을 때> (가즈오 이시구로) 는 또 어떤 앙금을 남겨줄지 기대도 되고 망설여지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페크pek0501 2017-12-10 21:58   좋아요 0 | URL
아, 1984년 책을 생생히 기억합니다. 끝에 반전이 일어나는데 기가 막힌 반전이었어요.
좀 더 잘 관찰하고 읽었더라면 눈치챘을 그런 거였기 때문에 무릎을 치게 만들었죠. 억지가 없어요.
그 당시 읽을 때엔 꼭 북한을 보는 것 같았는데 지금 생각하면 CCTV에 의해 촬영되는 우리 현실 같지요.
작가는 예언자 맞아요. 그리고 심리학자예요. 시대로 볼 때 프로이드 이론이 출현하기 이전인데 이미 인간의 심리를 꿰뚫은 작가들을 보면 존경스럽지요. 예를 들면 도스트예프스키가 그렇죠.

저는 고전을 읽으면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걸 느낄 때 참 재밌더라고요. 1984년도 그랬어요.
가즈오 이시구로는 아직 접해 보지 않았어요. 관심이 가서 눈독은 들이고 있답니다.

hnine 2017-12-11 12:39   좋아요 1 | URL
저는 읽기 전에 결말을 알고 있기는 했어요. 그런데도 거의 충격이었지요. 그것은 주인공의 결말이라기 보다 현대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의 종결점인 것 같은 느낌이랄까요.
가즈오 이시구로 책도 한번 시도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제게는 꽤 술술 읽히는, 코드가 맞는다고 해야하나요? 그런 작가인것 같네요.

2017-12-12 1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2 18: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2 18:5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12-12 19: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감은빛 2017-12-18 21: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저 텅빈 복도를 보니 12월이란 단어가 잘 어울리는 느낌이네요.
조용하고 차분한 느낌. 조금은 쓸쓸한 느낌

마지막에 소개해 주신 시도 여운이 많이 남네요.
목덜미에 가만히 얹은 손에 대해
그 고단했을 하루에 대해 잠시 생각해봐야겠어요.

hnine 2017-12-22 05:42   좋아요 0 | URL
어떤 공간을 채우고 있던 것들이 빠져 나간 후에 보면 몇배는 더 쓸쓸해 보이고 텅 비었다는 것이 어떤 느낌인지 실감이 나는 것 같아요. 올 한해는 다 소모되어 가고 있지만 저 공간처럼 텅빈 채 남아있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고 싶네요. 나름대로 채우려고 노력하며 살았다고요. 얼마나 값진 것으로 채워졌는지 모르겠지만 그건 둘째 문제이고 조용하나마 나름대로는 발버둥이고 안간힘이었다고 스스로 위로 하고 싶은 시간입니다.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
임영태 지음 / 마음서재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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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태 작가의 <아홉번째 집 두번째 대문>을 읽은 것이 7년 전이었는데 그 후로 작가의 후속작이 없었나보다. 이번에 나온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이 7년만의 신작 소설이라고 하는 것을 보니.

겨우 한 작품 읽었으면서도 이번에 새로운 소설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보자마자 망설임없이 구입을 한 것은 그만큼 깊은 인상으로 남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쓸쓸함이 묻어나오던, 아내 잃은 남자의 혼자 버티며 사는 삶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번 소설 <지극히 사소한, 지독히 아득한>도 역시 그러할까? 두 소설의 공통점은 손에 잡자 마자 단숨에 읽힌다는 점이다.

200쪽이 조금 넘는 분량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간결한 문장과 과하지 않은 미사여구, 등장 인물의 단촐함, 사건 사고 역시 거의 전무, 이런 점들 때문이기도 하다.

아내와 생계의 터전을 찾아 연고지 없는 작은 읍으로 이사온 주인공은 야간 시간대에 GS25에서, 아내는 낮 시간에 CU에서 각각 편의점 근무를 하며 산다 (덕분에 이 책을 읽고 나면 편의점의 일상을 아주 구체적으로 알게 된다.) 인생을 그냥 돈이나 벌며 시간 낭비 하기 보다는 뭔가 뜻있고 멋진 자기만의 흔적을 남겨야겠다며 발명에 전념하며 보낸 시간들. 아내는 그런 남편에게 불만없이 혼자 생계를 담당하다시피 하며 살았다. 그렇게 50대가 되기까지 내집없이 살다가 경제적 한계에 부딪히고 마는 시점이 왔고 어쩔 수 없이 발명의 꿈을 접고 싸게 내놓은 집을 대출받아 겨우 구입하여 내려오게 된 것. 다행히 두 사람 사이는 나쁘지 않고 서로 갈등보다는 연민을 품으며 다독다독 살아가는 일상의 얘기이다.

편의점을 배경으로 한 소설들이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 책에서도 주인공은 손님들을 혼자 관찰하고 추측하는 재미를 만끽한다. 누구와 공유할 수 없는 느낌이고 경험이니 쓸쓸해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그래서 더 흥미있을 것 같기도 하다.

특별히 두드러지는 장점이나 결점을 지닌 인간이 아닌, 평범한 한 중년 부부의 살아가는 모습. 아주 넉넉하지는 않으나 당장 생계가 걱정될 정도는 아니고, 흥분할 만한 계획이나 기대를 걸고 사는 치열한 삶이라기 보다 매일 성실하게 자기 임무를 완수하며 살아가는 주인공 부부의 일상이, 독자로 하여금 편안함을 주기도 하지만 이것이 어떤 서사를 지닌 소설이라고 할때 다소 밋밋해보이기도 한게 사실이다. 평이하게 흘러가는 이야기 속에서도 작가가 강한 메시지를 남기는 경우도 있으나 이 소설의 경우 책 뒷표지의 도움말 처럼 '살아가는 일에 대한 통렬한 성찰을 담은 소설'이라고 까지 보긴 어렵다는 것이 내 소감이다. 그런 것이 다 살아가는 일 아니겠나 하고 맺기엔 말 놀음 같다.

 

그러고 보니 제목 속에 있구나 '지극히 사소한'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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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7-12-06 15: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여긴 어제 눈이 내려서 바깥에는 눈이 남아있어요.
이 책에 대한 hnine님의 리뷰를 읽으면서, cu편의점과 gs편의점의 차이를 이 책을 읽으면 알 수 있을지, 조금 궁금해졌어요.
집 가까이에 두 회사의 편의점이 있거든요. 대부분의 우리는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잠깐 머물지만, 편의점이 직장인 분들은 많은 시간을 우리와는 다른 방향에서 보고 계시니까 또 다를 것 같은 생각도 들고요.
요즘 감기 유행이라고 해요.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수요일 보내세요.^^

hnine 2017-12-06 16:47   좋아요 1 | URL
이 책에서 주인공이 일하는 곳은 GS25라서 주로 GS25 얘기라고 봐야할 것 같은데 CU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편의점에서 하는 일이 생각보다 훨씬 많더라고요. 이 작가 분명히 편의점에서 일해봤나보다 생각이 들 정도로 상세하게 써놓았어요 ^^
여기도 새벽부터 눈이 왔어요. 지금 저녁 장 보러 마트 다녀왔는데 미끄러질까봐 조심조심 다녀왔네요. 나이 들어 삐끗하면 잘 안 낫는다고 해서... ^^
 
빌러비드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16
토니 모리슨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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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읽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에 대한 다른 분들 리뷰를 훑어보다가, 언더그라운드 레일로드 이 작품도 좋지만 아무래도 토니 모리슨의 작품을 능가하진 못한다는 어느 분의 리뷰를 보고 토니 모리슨의 작품을 읽어봐야겠다는 동기가 충분히 차올랐다. 더구나 고등학생 아들이 학교 수업 시간에 이 책을 함께 읽고 있다는 말을 듣고 잘되었다 싶어 읽어보게 되었다.

인상으로 사람을 짐작할 것은 못되지만 토니 모리슨의 사진만 봐도 나는 어떤 카리스마를 느끼곤 했다. 진지하고 깊이있고 함부로 접근하지 못할 것 같은 거장의 모습이랄까. 그래서 그녀의 소설을 처음 읽으면서도 약간은 긴장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그런 기운이 괜한 것이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읽으면 읽을수록 드는 것이다.

한 개인의 경험이라고 해도 끔찍한데 흑인 노예의 삶은 대물림 된다. 나 하나로써도 저주 받은 것 같은 삶이,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내 자식에게도 되풀이 될 것이라는 것보다 절망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그것이 얼마나 두려웠으면 죽느니만 못하다고 생각하여 세서는 그런 일을 저지르게 되었을까. 그것이 그녀의 일생동안 어떤 결과를 가져오리란 걸 그녀도 몰랐을 것이고, 읽는 독자도 모르며 한동안 읽었을 것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쓴 소설이라고는 하지만 작가의 머리속은 작품을 구상하고 쓰는 동안 얼마나 복잡하게 얽히고 섥혀 있어야 했을까. 아니, 작가 스스로 얼마나 여러 사람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야 하는 것일까 다시 한번 감탄하게 된다. 더구나 의식보다 더 끝을 알수 없는 무의식의 세계, 인간의 양심, 보통의 인간으로서 짐작할 수 없었던 인간의 다른 면을 드러내 보여주는 작가의 능력 등이 여지없이 증명되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1873년 오하이오주 신시내티 블루스톤 로드 124번지. 할머니 베이비 석스, 엄마 세스, 딸 덴버가 한집에서 살고 있었다. 집안의 기둥 역할을 하던 할머니가 세상을 뜨고 얼마 안되어 남편의 친구이자 예전에 켄터키에서 함께 노예로 일했던 남자 폴디가 세스를 찾아 이 집을 찾아온다. 그리고 또 한사람, 정체 모를 한 사람이 나타나는데 그녀의 이름 빌러비드.

이 책의 첫문장은 다음과 같다.

"124번지는 한이 서린 곳이었다."

다음 문장은,

"갓난아이의 독기가 집안 가득했다."

갓난아이의 '독기'라니.

기억하기 싫을 정도로 아픈 기억이 그 한도를 지나칠때, 그것이 한 개인도 아니고 인간의 역사를 이룰때 어떻게 되어 인간 앞에 모습을 드러내고 흔적을 남기는가. 인간이 인간에게 저지르고 행한 일들을 보며 인간은 과연 무엇을 위해 사는가 생각해보게 된다. 죽었으나 죽지 못한 영혼, 살았으나 죽은 이의 그늘 아래 살아 죽었는지 살았는지 모르고 하루하루를 버티는 삶, 그래도 다시 앞을 향해 나아가는 용기를 보여주는 젊은 세대. 토니 모리슨은 삼대에 걸친 얘기를 통해 결국 그래도 나아가라고, 피하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인간이 같은 인간에게 저지르는 죄를 단죄하는 것은 신도 아니고 바로 그 인간인지도 모른다.

다 읽고 고등학생 아들과 얘기를 했다. 이 소설의 세서의 입장이 이해가 되더냐고. 아들의 말, 이해가 된다면서 자기라도 그랬을 것이라고 한다. 요즘도 가끔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도저히 구제될 수 없다고, 희망이 없다고 판단한 엄마가 자식들을 데리고 세상을 떠나는 뉴스 기사를 보곤 하는데 그것도 그럼 이해가 되냐고 했더니 그것과 비교가 안된다고 그런다. 나무마다 죽은이의 시신 (시신의 일부)이 무슨 열매처럼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흐뭇해하고 아름답다고 까지 하는 상황에서 자기 자식을 키우고 결국 같은 죽음을 당하게 하느니 그 아기가 아직 무엇을 느끼고 깨닫기 전에 그 경험을 안하게 해주자는 부모의 마음이라면서.

그래, 네 말이 옳은지도 모르겠다.

제목과 내용의 관계가 흔히 그렇듯이 빌러비드라는 제목이 참 아이러니하기만 하다.

마지막 결말에서 작가의 메시지를 전달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다 읽은 후에도 한동안 무거운 마음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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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2-04 2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아드님이 벌써 고등학생이어요?
그러고 보니 그렇겠네요. 청년이에요.ㅎㅎ
세월 참 빨라요.^^

hnine 2017-12-04 22:23   좋아요 0 | URL
자라는 모습을 줄곧 봐온 엄마 눈에도 얘가 언제 이렇게 자랐지 싶답니다.
어릴 땐 그렇게 조잘조잘 얘기도 잘 하더니 지금은 제가 열마디 하면 겨우 한마디 할까 말까 해요.
그래도 이젠 책도 같이 읽을 수 있고 대화가 될 때가 있으니 감사하지요.
맞습니다, 세월 참 빨라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