랄랄라 하우스
김영하 지음 / 마음산책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동생이 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김영하의 '검은꽃'이 실린 무슨 문학상 수상집이 책꽂이에 한동안 꽂혀있었던 기억이 있는데 읽은 기억은 없다.

김애란의 '달려라 애비' 리뷰에 어느 분이 김영하의 '랄랄라하우스'를 언급하셨길래, 좋아하는 작품과 연결지어졌다는 이유로 한번 읽어보리라 생각했었다.

재미있다. 오늘 속리산까지 가고 오는 차 안에서 거의 다 읽을수 있었던 것은, 우선 재미가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심각하지 않은 주제라도, 글 쓰는 재주가 있구나 생각하며 읽었다. 읽으면서, 운전하는 남편에게 간간히 말을 시켰다

"소호 (SOHO)가 무엇의 약자인 줄 알아? 뉴욕의 소호랑 런던의 소호가, 그 어원이 다르군."

" 디스토피아, 라고 알아? 유토피아의 상대적인 개념인가?"

"이미지를 지배하는 자가 세계를 지배한다는 예언...이라는 말이 나오는 걸 보니, 이런 말이 예전부터 있었군 그래 (요즘 정치는 이미지 정치라고 말했던 것이 생각나서)."

묻는 말에만 대꾸하던 남편이 나중엔 무슨 책을 읽는데 그런 것들이 나오냐고 묻는다.

책은 Free Talk, 사진첩, 방명록, 이렇게 세 파트로 구성되어 있는데, 작가의 생각 꼭지들 Free Talk 부분에는 작가의 재기 발랄함, 엉뚱함, 경영학 전공자가 소설가로 나서게 될 수 있었던 특유의 예리함이 드러나 있어 재미있었지만, 그 뒤 사진첩에 실린 사진들과 그에 대한 작가의 짧은 설명들도 좋았다. '...허무주의를 조장하는 분분한 벚꽃잎들 때문에 벚꽃금지법이 필요한 게 아닌가 하는 헛된 망상을 하기도 했습니다...' 연못에 떨어진 벚꽃잎 사진 밑의 글이다. 고등학교 3학년때, 허무주의내지는 감상주의를 조장한다는 이유로'음악금지령'을 스스로에게 내렸던 기억을 불러 일으켰다. 책의 맨 뒤, 음악 선곡 리스트에서 내가 좋아하는 가수와 곡들이 몇 개 눈에 띄어 책장을 덮으면서도 기분이 좋았던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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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클 2006-06-25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난 꼭 재미있는 알라딘페이퍼 읽는 기분이었는데. ^^

hnine 2006-06-26 05: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 야클님, '알라딘하우스' 우리가 매일 읽고 있는. ^ ^
 

스캇펙의 창가의 침대를 막 읽기 시작했을 때 우연찮게 지나던 길에 들른 도서관에서 김영하의 랄랄라 하우스비롯한 세권의 책을 빌려오게 되어, 반납기한이 있는 그 책들부터 읽어야겠다고 우선 랄랄라 하우스를 어제부터 재미있게 읽고 있던 중, 조금아까 택배가 왔다고 해서 나가보았더니 생전 처음으로 서평단 모집에 뽑히게 된 선현경 이우일의 신혼여행기 와있다. 생각보다 두툼한 책이 1,2 로 두 권. 책장을 들춰보다가 맨 처음 나라가 영국 이길래 점심 먹으며 영국편 읽어 제치다. 재미있다. 1996년 10월에 결혼하고 떠난 신혼 여행이라니까, 내가 영국에 가서 머물던 해 아닌가? 그래서 그런지 더 빨리 읽게 되었다. 다닌 곳들을 보니 프라하도 있던데, 이건 남편이 보면 또 좋아하겠지. 프라하에 몇 달 머물며 스튜디오 작업을 했던 남편은 프라하 얘기만 나오면 회상에 젖은 표정을 하며 얼마나 아는 체를 하는지. 나도 데리고 언제 한번 가야 한다면서 (이 소리는 우리가 처음 만나던 날부터 했었기 때문에, 이제는 그런 말 해도 들은 척도 안한다).

 

좋다. 집에 있으며 보내는 세번째 날. 먹고, 책 읽고, 아이랑 놀고, 싸우고 ^ ^

남편 말로는 아이가 요즘 더 행복해 보인다고.

그것 만으로도 나 역시 50%는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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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6-06-23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집에 계시다니..쉬시는중??
전 저책 서평단 탈락했어요^^ 저분들 참 재미있게 사는것 같던데..

비자림 2006-06-23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엄마가 집에 있으면 아이들은 무지하게 행복해 하고 든든해 하지요.
집안일 조금만 하시고 마음껏 하고 싶은 일 하세요.^^

hnine 2006-06-23 1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sooninara님, 예. 자체 방학입니다 . 책, 다 읽은 후 빌려드릴까요? ^ ^
비자림님, 방금 저녁때 먹을 오징어 괜히 손대기 시작해서 껍질 벗겨 손질해놓는다고 부엌 싱크대 한바탕 난리 치고 수습하고 들어왔습니다. 집안일도 아무나 하는 것 아니지요 그렇지요? ^ ^ 언제 신성동 오실 일 있으면 저희 집에도 한번 놀러오세요.

sooninara 2006-06-23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택배비가 비싸서..ㅠ.ㅠ
자체 방학이라니 좋은일이죠? 아이가 정말 좋아하겠네요.^^

세실 2006-06-23 13: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hnine님 자체 방학이라니...부럽습니다.ㅠㅠ
아이들이 참 좋아하겠어요...

씩씩하니 2006-06-23 13: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자체방학!!!ㅋㅋㅋ 넘 좋으셨겠어요,,무엇보다 엄마의 훈기가 집에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하는 아이들이 보이는 것 같아요....

야클 2006-06-23 14: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절판되어 구하기 힘들던 책인데.... 다시 나왔군요. 멋진 리뷰 기대할게요. ^^

hnine 2006-06-23 22: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사실 방학이 얼마나 길어질지 저도 모르겠네요. 새로 가시는 곳은 어떤 곳인지, 거기서도 아마 빛을 발하실겁니다.
씩씩하니님, 제가 너무 긍정적으로 표현했나봐요.당장은 엄마가 집에 있으니 좋겠지만, 아마 일하는 엄마를 원하는 시기도 오겠지요 언젠가는? ^ ^
야클님, 왜 10년전 여행기가 이제 나왔나 했더니, 예전에 나왔던 책이군요. 에구, 무식, 창피~ ^ ^
 
나쁜 여자가 성공한다
우테 에하르트 지음, 홍미정 옮김 / 글담출판 / 2004년 5월
평점 :
절판


여자의 본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여자는 여자의 타고난 본성을 ‘극복’할 수 있어야만 남자들과 동등하게 일하는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다니. 아이를 낳아 키우는 모성 본능과 나 자신보다는 남의 입장부터 생각하는 이타성, 그런 것들이 여자의 제일 핵심적인 본성인가. 남 앞에서 나의 주장을 들이밀고, 강력하게 ‘주장’하고, 우선 내가 하고 싶은 일에 집중하고, 다른 사람에 대한 배려보다는 다른 사람의 능력을 적당히 이용할 줄도 알아야하는, 일의 세계에는 본성부터 어긋난다는 말인가.

마지막 책장을 덮으며 회의가 일었다. 저자 우테 에어하르트의 말은 하나도 틀리지 않았다. 오히려, 일을 하는 여성이라면 누구나 내 얘기라고 여길만큼 날카롭게 잘 지적했고, 그래선 안된다고 얘기하고 있다. 그런데 왜 이리 가슴이 답답한가. 어릴때부터 주입되어온 여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관습과 편견에 의해 갖게 된 의존성, 소극성, 무조건 양보, 피해 의식, 이런 것들로부터의 벗어남이, 여전히 변치 않는 사회의 제도와 삶의 양식 (결혼, 육아 등) 이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에서 얼마나 가능하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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씩씩하니 2006-06-22 1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었드랬는대...ㅎㅎ
전 인간의 본성은 있으나 여성의 본성을 운운하는건 맞지 않다는 생각을 가끔 해요...
그저 툭하면 남자와 여자로만 세상을 나누려는 그릇된 세상 속에서 정말 어떻게 살아야할지..저도 늘 회의에 빠지곤합니다,,,

hnine 2006-06-22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씩씩하니님도 이 책 읽으셨군요.
'나쁜남자가 성공한다', 뭐 이런 책은 나오지 않는데 말이예요.
읽으면서는 무릎을 치며 한수 전수 받는 느낌이었는데, 막상 다 읽고나니 마음이 답답하네요.
 

      독일이든 한국이든 우리 여자들은 공통적인 딜레마에서 벗어날 수 없나보다.  '착한 여자는 하늘나라로 가지만 나쁜 여자는 어디로든 간다'   어디로든,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간다는 뜻이다. 이 책의 첫 장에 있는 '나쁜 여자 어록'에서 옮겨본다.

*남녀평등은 두 가지 이유때문에 방해받는다. 하나는 권리를 나누려 하지 않는 남성들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권리를 요구하지 않는 여성들 때문이다.

*자기 수입이 없어도 안전한 삶을 꾸려갈 수 있다고 믿는 여성들은 노예로서의 토대를 단단히 준비한 셈이다.

*여성들이 남녀 평등을 진지하게 생각한다면 독립적인 여성만이 남성들과 동등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여성을 억누르는 이 한 마디, 여성은 일을 해도 되고 남자는 일을 해야만 한다.

*여성들은 누군가가 자신에게 감사하기를 은근히 바랄 것이  아니라 오히려 적절한 대가를 요구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자기 능력에 대한 불신때문에 여자는 누국가를 자기 곁에 붙잡아 두는데 모든 에너지를 써야 한다고 믿는다.

*나쁜 여자는 자신의 공격성을 에너지의 원천으로 삼는다. 다른 사람들과 결별하면 했지 자기 자신과는 절대로 헤어지지 않는다.

"당근을 주지 않아도 열심히 죽을 힘을 다해서 뛰는 말에게 어느 주인이 당근을 주겠어." 며칠 전에 직장을 그만 두며 남편에게 내가 한 말이었다. 나는 위의 어록 중 찔리지 않는 말이 하나도 없다.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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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6-21 22: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직장을 그만 두셨다 함은 님 얘기이신가요???
아직도 우리 사회는 여성들에게 현모양처의 이미지를 총체적으로 주입하고 여성 자신들조차 자아실현에의 욕구나 자신의 권리에 대한 자각이 참 미흡한 것 같아요. 좋은 책 만나셨네요.

hnine 2006-06-22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비자림님. 작은 결정은 잘 못내리면서, 막상 큰 결정들에서는 예상외의 결단력을 보이는지라...

2006-06-22 22: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해리포터7 2006-06-28 1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첫번째 어록의 말에 공감하고 두번째 어록이 저를 비참하게 합니다. 그렇게 생각해야 할까요.?

hnine 2006-06-28 14: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비참해지시다니요. 저자의 생각이지요.
 
최씨부부의 어처구니 있는 아파트살이
최순덕.최종덕 지음 / 당대 / 200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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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보님의 리뷰를  읽고 당장 구입해서, 하루만에 다 읽었다.

무슨 대단한 얘기가 아닐 수도 있다. 최순덕, 최종덕, 이름도 비슷한 두 부부가 아이들 키우며 살아가는 얘기이다. 그런데 이 부부가 내가 보기엔 예사 부부가 아니라서, 요란하지 않으면서도 멋을 아는 사람들이란 말이다. 자신의 삶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손수 가꾸며 살아갈 엄두를 낼 수 있는 용기와 철학이 있는 사람.


메주? 직접 한번 우리 손으로 담가보자, 오디오 스피커? 부품사다가 한번 조립해볼까? 오징어젓, 포구에 나가 오징어 사다가 집에서 한번 만들어 보자, 독학으로 즐기며 배워보는 피아노, 거실의 가구를 싹 없애고 맞춰 짜 넣은 책꽂이로 벽면을 채워 서재를 만들고, 생명의 잔치라고 저자가 말한 텃밭 가꾸기 등등. 당연히 안하고 살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들을 이들 부부는 한번 해보자 라고 달려드는 것이다. 이런 것들을 착수하기 위한 정보의 상당 부분을 이들은 장터의 할머니들로부터 얘기 나누면서 얻고 있다니, 사람 사는 맛도 전해지고.


각박해져가고, 남의 기준과 눈을 의식하지 않을수 없도록 돌아가는 세상에서, 이들이 스스로 찾아낸 새로운 삶의 문법은, 첫째, 일상의 권위를 없애고, 둘째, 남이 하자는 대로 혹은 관행이라는 핑계를 대면서 무조건 따라하지 않고, 셋째, 획일적으로 주어진 것에서 벗어나서 나에게 맞는 것을 찾아서 스스로 만들어가자고 마음 먹으며, 넷째, 우리 마음에 맞고 우리가 즐겁고 기꺼이 할 수 있는 삶을 살아보자는 것이라고 한다.


삶의 용기를 버리지는 말자고 한다, 용기를 내시라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면서 살아보자고.

지금 내게 하는 말로 듣겠다 생각하며 아쉽게 책장을 닫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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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6-15 18: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읽어보고 프네요

hnine 2006-06-16 05: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좋아하실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