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그네 오늘의 일본문학 2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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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슴도치, 공중그네, 장인의 가발, 3루수, 그리고 여류작가.

이 책에 실려있는 다섯 편의 제목이다. 이미 익히 들어온 이 책에 대한 평에다가, 다섯 편의 제목을 훑어보고 내 멋대로 미리 가졌던 '감'은 틀리지 않았다.

외부를 향해 날을 세워 자신을 방어하는 고슴도치의 속성,

매달려 있는 불안감을 속성으로 하는 공중그네,

감추고 싶어하는 부분을 덮어주는 가발,

최전선에서 물러나 있는 3루수,

그리고 끊임없는 경쟁의식과 완벽주의에 시달리는 '여류'작가.

이들 모두의 공통점은 바로 '강박증'.

겉으로 나타내 보이고 싶지 않은 감정들이 더 이상 제어가 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른 사람들이다, 바로 나이고 당신이다.

강박증은 증상으로  나타날 뿐, 원인을 찾아 들어가려면 아주 객관적인 관찰과 되돌아봄이 필요하다. 그래서 자신의 강박증을 스스로 알아내기란 어려운 법. '이라부' 는 정신과 의사이지만 어쩌면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볼때 또다른 종류의 정신의학적 증세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될 만큼 특이한 사람. 요즘 얼마나 새로운 신조어의 병명이 많던가. 이라부의 역할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발생 원인만 다를 뿐 자신이 일종의 강박증 증세를 가지고 있음을 알려주고, 억누르고 있던 욕망이나 감정을 억지로라도 분출하도록 유도하는 일이고, 이 책에서 이라부는 그 역할을 아주 탁월하게 해낸다.

우리가 강박증으로부터 조금이라도 자유로울수 있는 방법은? 이라부라는 가상의 인물을, 나의 분신으로 마음 한구석에 키우는 것, 그래서 가끔 그로 하여금 나의 억눌린 자아를 분출하도록 유도하게 만드는 것.

이 작가가 이 책을 왜 썼을까, 무슨 의도로 썼을까 하는데 집중하며 읽느라 막상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읽으면서 배를 잡고 웃는 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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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6-16 21: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남편과의 각별한 인연이 있는 곳, 공주 마곡사.

나는 결혼 전에 한번, 또 2년 전 아이를 유모차에 태우고 두번째 방문을 해본 적 있다.

어제, 나로서는 세번째 마곡사를 찾았다 남편, 아이 데리고. 이젠 집에서 1시간이면 도착하는 거리.

도착해서는 옛날에 남편 단골집이었다는 태화식당에서 산채정식을 점심으로 먹고 (이 시점에서 자기는 배불러서 밥 안먹겠다고 하는 아이를 한번 야단 치고),

이번엔 대웅전보다 영은암, 백련암, 샘골 등을 찾아서 걸어 돌아다녔다. 예전엔 여기로 길이 있었는데 어쩌구 하는 남편의 말이 믿기 어려울 정도로 길은 많이 달라져 있었다.

여름 같은 찌는 햇빛, 아카시아, 찔레꽃 향기를 내내 맡으며, 아마 어제 제일 많이 본 풀 중의 하나일 '애기똥풀' 에 왜 그런 이름이 붙었는지 학교 다닐 때 식물분류학 시간에 배운대로 아이에게 얘기도 해주고.

남편이 아이에게 아빠 어릴 때는 저 아카시아 꽃을 따서 먹었었다고 하자, 밥을 안 먹고 꽃을 따 먹었냐고 한다. "아니, 밥도 먹었지." 하자, 아이가 "아하~ 밥 먹고 디저트로 먹은거구나." 한다. 밥 이외의 음식은 밥을 잘 먹었을 경우 디저트로만 먹을수 있다고, 군것질 하고 끼니를 소홀히 못하게 하려고 내가 평소에 그랬더니 하는 말인가보다. 그러면 자기는 오늘 아카시아 꽃을 밥 대신 먹어야겠다고 장난을 친다. 아까 길에서 구운 알밤을 사달라고 하는걸 내가 다린이는 오늘 점심 밥을 잘 안 먹었으므로 디저트도 없다고 했더니 하는 말이다. 요즘 아주 몸장난에 말장난까지 늘어가지고.

암자들을 둘러보고 오는 길에 마곡사 초입의 계곡에서 신발 벗고 신나게 놀면서 땀을 식혔다. 물속의 바위 사이를 깡총깡총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위험하다고 못하게 하려는 남편을 내가 말렸다.

입구에 얼레빗 파는 곳에 들어갔는데 거기서 파는 빗을 꼭 사야겠다고 떼를 쓰는거다 아이가. 꼭 필요하다면서. 결국 제일 작은 나무로 만든 빗을 하나 사주었더니, 손에 들고 다니며 걸으면서도 계속 머리에 수시로 빗질을 하는 모습이란...

마무리는 역시 동네 대중탕에 가서 목욕하는 것으로 하고, 밖에서 저녁 먹고 들어가자는 남편 달래서 집에 와서 후다닥 저녁 해 먹고, 배부르다고 저녁 산책까지. 계속 업어달라는 아이를 또 야단 쳐가며...

그렇게 우리의 일요일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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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5-22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곡사 다녀오셨군요~~~
절로 들어가는 내내 이어지는 주변 풍경이 참 멋지지요.

hnine 2006-05-22 1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 세실님.
그런데 남편은 예전에 비해 너무 많이 상업화 되었다고 하더군요. 옛날 같은 분위기가 안난다면서.

호랑녀 2006-05-22 14: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작년 봄에 마곡사 처음 가봤는데 참 좋더군요. 올해도 가야지 하면서 시간만 흐르네요 ^^

싸이런스 2006-05-22 16: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치나인님은 참 따뜻하고 편안해요! 주말 여행 축하드려요!

hnine 2006-05-22 1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랑녀님, 1시간밖에 안 걸려요. 계곡에 제가 빗 파는 집에서 산 카드를 두고 왔는데 가시거든 바위위에 아직도 있나 좀 봐주세요 ^ ^

싸이런스님, 아니랍니다. 윗글에도 보세요 그새 아이를 야단치기를 두번씩이나. 화도 잘 내고 야단도 잘 치는, 변덕이 죽 끓는 듯하는 아줌마랍니다. 하지만 이렇게 토닥토닥, 울리고 울고 하는 가족이 있다는걸, 전 혼자 지내보고서 아주 감사하게 생각한답니다.
 

잠결에도 비가 오는 것 같은 느낌에 평소보다 좀 일찍 잠이 깨었다.

소리로 알았을까 아니면 습도로 감지되었을까.

마루로 나와보니 보슬보슬 내리고 있는 비.

보슬보슬보슬보슬...

지금 오후로 넘어가는 이 시간에도 아주 조금씩 계속 내리고 있다.

화창한 주말이 되려나

아침부터 몇번을 감정이 위로 끓어올랐다가

간신히 가라앉을만하면 다시 끓어오르고

그러기를 두어 차례

점심 먹고 앉아서 남은 시간, 노래 들으며 (앙드레 가농 음악을 듣고 싶었는데 김 윤아의 노래를 들었다) 마음을 진정시킨다

어떤 사람이 어떤 성격, 성향을 가지게 된데에는 다 그럴 만한 배경과 상황이 있겠지

여러 가지 요인이 만들어낸 결과이려니

나도 내 성격에 대해서 과히 자부 못하는데

악한 사람 아니라면 그냥 너그럽게 보아 넘기자, 저 사람 잘못이 아니야, 보아 넘기자...이러고 있다

공식적으로나마 주5일제가 시행되고 있는 기관에서,  노골적으로 토요일에 나와서 일하라고,

그런 지시 받는게 싫을 뿐이야 이 나이에. 토요일에 나와서도 해야할 일의 분량인지, 일의 성격상 그러한지, 그렇게 시급을 다투는 일인지, 그건 내가 알아서 결정할 일인데 말이다

자~ 1시 하고도 5분.

일어나서 일하자!

아이가 엄마 가지라고 준, 책상 위의 알록달록 샤프 펜슬을 보고서 한번 씽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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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이름은김삼순 2006-05-19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사는 곳은 비는 그쳤는데 날은 어두컴컴,,아주 찌뿌둥하답니다;;ㅎ

하늘바람 2006-05-19 1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샤프펜슬 탐나요. ^^ 여긴 아직 비 안오는데

치유 2006-05-19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싱긋~~!

물만두 2006-05-19 14: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기도 비 안와요~

세실 2006-05-19 14: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정에서보다 직장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는 직장인들.
그 안에서 충분히 행복하고 즐거울 권리가 있는데 다들 소중한 것을 모르고 사는 것 같습니다. 겸손과 배려! 이 둘만 지켜진다해도 지금보다 10배는 행복하겠죠?

hnine 2006-05-19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내이름은 김삼순님, 여기 대전도 이제 비가 그친 듯 합니다 현재 시간 4시 5분 ^ ^

하늘바람님, 샤프 펜슬, 제 아이 방문 교사 선생님께서 주신 것인데요, 글쎄 여자들 쓰는 것 같다고 엄마가 써야한다는거예요 . 여섯살 남자 아이가, 벌써 여자꺼 남자꺼 가릴려고 하네요.
배꽃님, 사소한 것 가지고 기운 차리는, 우리 이름은 '엄마'! 맞지요? ^ ^
물만두님, 오늘 비, 으흠...괜찮은 분위기였어요. 하루 이상 오지 않는한, 비 오는거 이제 개의치 않게 되었어요.
세실님, 제가 그동안 지나치게 겸손하고 그 분 입장만 배려했나, 오만방자한 생각까지 해보고 있습니다 ㅋㅋ

싸이런스 2006-05-19 1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휴 어떤 나쁜 넘이 에치나인님을 열받게 했단 말입니까! 나빠요 그분!

hnine 2006-05-19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 제 편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흑 흑 ...
 

<아직도 가야할 길>에 인용된 칼릴 지브란의 '결혼'에 대한 글이다.

 

그러나 당신 부부 사이에는 빈 공간을 두어서,

당신들 사이에서 하늘의 바람들이 춤추도록 하게 하라.

서로 사랑하라. 그러나 서로 포개어지지는 말라.

당신 부부 영혼들의 해변 사이에는 저 움직이는 바다가 오히려 있도록 하라.

각각의 잔을 채워라. 그러나 한 개의 잔으로 마시지는 말라.

서로 당신의 빵을 주어라. 그러나 같은 덩어리의 빵을 먹지는 말라.

함께 노래하고 춤추며 즐거워하라. 그러나 각각 홀로 있어라.

현악기의 줄들이 같은 음악을 울릴지라도 서로 떨어져 홀로 있듯이.

당신 마음을 주어라. 그러나 상대방 고유의 세계 속으로는 침범하지 말라.

생명의 손길만이 당신의 심장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함께 서라. 그러나 너무 가까이 붙어 서지는 말아라.

사원의 기둥들은 떨어져 있어야 하며,

떡갈나무와 사이프러스 나무는

서로의 그늘 속에서는 자랄 수 없기 때문이다.

 

부부는 일심동체가 아닌 '이심이체'라고 말하고 있지 않나?

인생은 어차피 혼자 가는 것. 내 짐을 신이 아닌 이상 다른 한 인간이 함께 지워 주길 바라지 말라.

의식의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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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6-05-17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우리 부부는 이 원칙을 지키고 있습니다~
좋게 말하면 사생활 존중, 그냥 말하면 따로 국밥. ㅋㅋㅋ

비자림 2006-05-17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은 글, 퍼 갈게요. 감사합니다.

hnine 2006-05-18 11: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멋진 부부시네요.

비자림님, 어려워요...저한테는.하지만 해볼랍니다.

씩씩하니 2006-06-16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희 부부에게 사생활 존중은 없어요,엎어지고 퍼지고 막 엉켜요...
십심이체 쯤은 되는대...일심동체 흉내내며 살려니......으휴.,,,한숨만...쩝~

hnine 2006-06-16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씩씩하니님 부부도 매력있는데요. 저희는 서로 등돌리고 말안하기 선수, 제일 안 좋은 case 이지요.

해리포터7 2006-06-28 12: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부부란 하나이면서 둘임을 인정하라는 뜻이군요..저두 그게 잘 안됩니다.^^님의 서재에선 제가 생각하던것과 반대되는 글들이 많아서요..제가 좀 배워야 할까봐요..의식의 전환!

kangjuk 2006-08-15 1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서정윤, 홀로서기-
 

직장 다니는 사람으로서, 다 때려 치울까보다~ 한번 맘속으로 안 외쳐본사람 있으랴마는.

난 그럴 때마다 맘 속으로 외치는 것 뿐 아니라 하는 짓이 또 한가지 있다.

여기 저기 내가 몸 담고 있던 기관들에 연락해서 경력 증명서 내지는 졸업 증명서, 이런거 신청해놓는거다.  마치 금방 어디 다른 곳으로 직장을 옮길 사람 마냥. 이거 이번 주 안으로 꼭 필요하다고 오바까지 해가면서 ㅋㅋ.

경험상, 이런 것들 막상 필요할 때 신청하려면, 금방 되지 않더라. 이럴 때 미리미리 해두는게 낫지 흠흠.

오늘도 무려 세군데 연락해서, 한군데는 인터넷으로 다운 받아 증명서 받아 놓았고, 또 한군데는 빠른 우편으로 보내준다고 하고, 또 한군데는 진짜 급하다고 엄살 메일 띄어 놓았고. 에구~ 재미있어라 ㅋㅋ

물론 이 증명서들 당장 어디 쓸 계획이 있는건 아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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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6-05-16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는 귀찮아서 못해요.. 막상 필요해도 이런 것들 신청하고 전화하고 그러는 것 엄청 싫어해서리.. ㅋㅋ

호랑녀 2006-05-16 18: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여기 직장 다니기 시작한 지 몇달 안 되신 거 아녔어요?
저는... 어디 원서 넣을까 말까 망설이면서 서류 신청해요. 그리고 그 전에 서류가 도착하면 운명이다 생각하고 원서 넣어요 ^^

hnine 2006-05-16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eylontea님, 저도 막상 필요할땐 귀찮은데 이렇게 기분풀이용으로 하면 덜 귀찮더라구요 ^ ^

호랑녀님, 옙! 여기 다닌지 이제 네달 되었습니다! ㅋㅋ

sooninara 2006-05-16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달만에..ㅋㅋ
저는 전업주부로 있다보니 이력서 넣을 서류가 뭔지도 몰라요.ㅠ.ㅠ

조선인 2006-05-16 21: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주로 이력서를 갱신해요. ㅎㅎㅎ

비자림 2006-05-16 2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네요. 전 현재 몸 담고 있는 곳이 힘들어서 에이 확 그런 생각이 불끈불끈 들어도 능력이 없어 주저앉고 말아요. 대안으로 생각해 내는 게 어린이 서점? 헌책방? 책 대여점? 이런 식인데 사업은 못할 것 같아 아마도 퇴직 후에 도서관 봉사 활동을 하든지 어린이도서관을 건립(오, 말하고 보니 너무 꿈이 크군요)하든지 그 정도 될 것 같아요. 아니 알라딘에서 알바하고 있을 지도..호호

hnine 2006-05-16 2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선인님, 전 갱신할 꺼리가 없어요 흑~

비자림님, 퇴직후 자원 봉사하시는 분들 저도 도서관에서 많이 뵈었어요. 주로 도서 정리를 하고 계시던데요. 전 퇴직후, 선생님 초빙해서 놀이방 차리는게 꿈인데 ^ ^ 어린이 도서관도 정말 좋은 생각이신데요. 그 때까지 대전에 살고 계실까요?

비자림 2006-05-16 2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마 서울이나 제주에서 살 가능성이 높을 듯 하지만 뭐 hnine님이 여기 계시면 한 번 다시 고려해 볼 수도..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