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너무 좋아요 - 황주리 에세이
황주리 글, 그림 / 생각의나무 / 2001년 5월
평점 :
품절


사진 작가의 사진들에 붙여진 몇 마디 설명으로 더욱 그 작품이 와 닿듯이, 좋아하는 화가의 그림을 보면서 읽는 그, 혹은 그녀의 글을 읽는 것은 더욱 만족감을 준다.

화가 황 주리의 세번째 산문집.

제목이 주는 이미지와 책 속의 내용이 제법 잘 어우러진다는 생각을 했다.

"날씨가 너무 좋아요." 이 좋은 날씨에 나는 외롭고, 그리고 자유롭습니다 라고 말하는 것 같은.

그녀의 그림은 군더더기 없이 딱 떨어지는, 그러면서도 날카로운 메시지를 준다. 밝은 원색의 그림 속에 판화 같이 정리된 선들. 고정된 화면에서 던져지는 그녀의 묵언의 외침이 마음속으로 동심원을 그리며 울려 퍼지는 느낌을 받아본 적이 있는가.

자유롭지만 외로운, 자유로운 만큼 외로와야 한다는 걸, 나도 수년전에 어렴풋이 깨달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덜 자유롭더라도 난 이런 외로움은 끝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서울과 뉴욕을 오가며, 놓치기 쉬운 순간들을 그림으로 포착하여 남기는 일을 직업으로 하는 화가로서의 삶. 책 속에서 그녀는 외친다 '아! 슬프고 지루하고 행복하고 고통스러운 삶이여' 라고.

검은테 안경 너머 그녀의 그림처럼 군더더기 없는 그녀의 마스크, 그리고 이 책에 실려 있는 여려 점의 '자화상'이라는 제목의 그림들을 다시 한번 찬찬히 넘기며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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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봄, 대청호에 갔다가 산책길에 서 있던 시비.

잘 아는 시인은 아니었음에도, 시가 마음에 닿아 베껴 적을 시간은 없고 해서 카메라에 담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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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탄 진

                                                    

                                                                                                이 덕 영

강이 조용히 빛나고 있었다

강가에 가득한 밀밭 위로

바람이 넘치고 있었다

흰 모래톱에 던지는 돌팔매

하늘 위의 몇마리 새들과

무심한 물결이

빈 가슴에 들어와

어둠을 허물고 있었다

키 큰 밀밭 사이로

지난 밤의 하찮은 불면이

구름처럼 사라져 가는 것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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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6-09-10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찮은 불면~
무심한 물결
정말 시가 가을에 어울리네요

세실 2006-09-10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좋은 시네요.
시는 역시 여운을 남겨야 읽는 맛이 나요~~~ 세번 읽었습니다.

해리포터7 2006-09-10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저두 이시 잘 퍼갈께요..

hnine 2006-09-10 21: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늘바람님 말씀 듣고 보니, 가을에 어울리네요 정말. 그래서 봄에 보고 온 시가 지금 다시 생각났나봐요.
세실님, 대청호가 세실님 계신 곳에서 가깝다고 하셨던가요? 종종 가고픈 곳이어요. 여름밤에 야경도 멋있더라구요.
해리포터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

비자림 2006-09-10 2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맑은 시네요. 저도 얻어 가서 걸어놓겠사와요^^
포근한 밤 되세요^^

hnine 2006-09-11 11: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이 시인 혹시 아시는지요.
오늘, 쌀쌀하긴 하지만 하늘이 맑으네요. 좋은 하루, 좋은 일주일의 시작이 되시길 바랍니다.

비자림 2006-09-11 13: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처음 들어봅니다.
아이들 가을 옷 입혀 유치원 보냈어요. 님도 좋은 하루 되세요.^^

씩씩하니 2006-09-12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무심한 물결이 빈가슴에 들어와,,,,,,,,,,,,빈가슴.........
아 이거였어요,,,이 표현,,,,지금 제 가슴에 대한 넘 적절한,,말 같애요..

hnine 2006-12-18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저희 아이는 어제 겉옷 없이 반팔 원복만 입겠다고 고집부려 결국 그러고 유치원 갔답니다.
하니님, 저도 빈 가슴으로 있어보았으면 좋겠어요. 주위가 무심해 보였으면 좋겠구요. 제가 마음 수양이 아~직도 부족한 탓이겠지요.
 




다린이와 영화를 보고 왔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영화를 보던 시절이 있었는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영화와는 거의 담 쌓고 지냈고, 어쩌다가 보게 되는 영화라면 나는 조금도 흥미가 없더라도 아이를 보여주기 위한 영화들이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모두에게 해당하는 이야기이겠지만.

그런데 이 영화는 아이랑 상관 없이 내가 그냥 보고 싶었었다. 왜그런지 모르지만 그냥. 마침 연령대가 아이들도 볼수 있는 영화라길래 오늘 다린이를 데리고 극장엘 갔다. 여기 이사 와서 극장은 그러고 보니 오늘 처음 갔네~

이야기의 배경이 1969년이다 하핫! 다행히 내가 태어나고 난 후네 ^ ^  쉬운 스토리이지만 혹시 여섯살 아이에게 이해가 빨리 빨리 안될까 싶어 중간에 조금씩 설명을 해주긴 했다. 중간에 어떤 대목에서 질문을 하는 아이의 목소리가 울먹울먹하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다 끝나고 났는데, 눈물이 줄 줄...(참고로 이 영화 그 정도로 최루성 영화는 아니다.) 우는 이유를 물었더니,  뭐라고 웅얼웅얼하는데 뭔 소리인지 잘 못 알아 듣겠다.

엽기적인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충격인지 감동인지 내 안에서 언뜻 구분이 안되는 그런 영화들. 인간의 어둡고 광적인 면을 드러내놓고자 하는 영화들, 나름대로 모두 의미가 있겠으나,

이제는 웬지, 여러가지 면에서 조금 성에 안차더라도, 그냥 이렇게, 충분히 있을수 있는 이런 스토리의 영화가 부담없다. 한때 오랫 동안 마음에 여운이 남는 영화가 좋은 영화였던 적이 있었으나, 이제는 내가 받아들이기에 벅차지 않고, 해피 엔딩으로 결말이 나서 영화가 끝나는 순간 더 이상 내가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그런 영화가 차라리 좋다.

다린이, 이 영화 또 보고 싶단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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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포터7 2006-09-09 1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아이가 감동받았다니 정말 다행이네요..저두 이영화가 해피엔딩으로 끝나서 얼마나 감사하던지요.ㅎㅎㅎ 드라마에선 저렇게 끝나지 안잖아요..

hnine 2006-09-09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리포터님 맞아요. 해피 엔딩이 요즘 드물긴 드문가봐요 그치요?

비자림 2006-09-09 2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님의 심정 공감해요. 저는 지나치게 슬프거나 지나치게 비극적인 것들을 잘 못 본답니다...
다린이랑 즐거운 하루였겠네요^^

hnine 2006-09-10 05: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제일 가깝다는 극장에 가는데도 버스편이 없어서 아깝게 택시를 타느라고, 영화표 보다 택시비로 더 쓴것이 쪼금 속 쓰립니다 ^ ^

세실 2006-09-10 12: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저두 이 영화 보고 싶은데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없어요.
1969년대라~ 제가 2살 때이네요. 담주에나 가야겠습니다.

hnine 2006-09-1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실님, 아이들이 모두 나가고 없다면, 또 혼자만의 여유로운 시간? ㅋㅋ
오늘까지 "아이스 케~~키!" 외치고 다닙니다 저희집 개구장이 ^ ^
 

며칠 서늘하더니 어젠 비도 부슬부슬 내려주고, 오늘은 해가 쨍쨍 나서 이불도 빨아 널 수 있으니, 감사할 계절이다. 어제  오늘 이틀 연달아 새벽에 너무 일찍 눈이 떠져 일어났더니 오늘은 정신이 별로 맑지 못하다. 책상위에 엎드려 잠이 드는 일까지 벌어지다~ 학생 때나 하는 일 아닌가 ^ ^

가을을 더 찐하게 느끼기 위해 올 가을 어딜 한번 가볼까 생각하면서 지난해, 지지난해 가을엔 어딜 갔었지 앨범을 들춰보았다. 어떻게 사진은 남아 있는 것이 없고, 2004년 앨범에서 위의 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수지에 살때 아마 주말 어느 날 아이를 업고 동네 한바퀴 돌고 있는 중인가보다.

요즘 부쩍 반항이 심해진 조~기 조 녀석, 엄마 등에 업혀 있는 쬐그만 녀석. 이제는 아이도 더 무거워졌을뿐 아니라, 이 엄마도 힘에 부쳐 업어주기 힘들다. 그래도 종종 조른다 업어 달라고.

실제로 업어주진 못하지만, 아직은 늘 저 아이를 내 등에 업고 있는 기분이다. 언젠가는 등에서 내려오고 싶어하겠지? 그때는 미련없이 등에서 내려 줘야지.

우연히 TV에서 살림의 여왕이라고 소개되는 어느 분의 프로그램을 보았다. 가정주부, 전업주부라고는 하지만, 역시 자기 일을 똑부러지게 해내는 사람은 따로 있구나 싶었다. '살림, 하찮게 생각지 마세요.' 그분이 그런다. 무슨 일을 하든지, 지금 내가 해야할 역할을 제대로 잘 해내는 것은 중요하다. 스스로 생각할 때 이도 저도 아닌, 아무것도 제대로 하는 것이 없었다 생각이 드는 것 만큼 싫은 것이 없다.

오늘 아침에도 야단맞고 유치원에 간 아들. 어떤 얼굴로 돌아올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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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져 2006-09-07 16: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을 가르고 있는 씩씩한 모자의 모습이 참말 아름답습니다 ^^

씩씩하니 2006-09-07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울 애들 일부러도 업어주는 비교육적인 엄마에요...
이상하게 엎으면 제가 기분이 좋아져서요...
근대...4학년짜린 어느새 뻣뻣이가 되렸어요...
아드님이랑,,바람 쐬는 님...이 참 행복해보여요~

해리포터7 2006-09-07 18: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렇게 업었을때가 언제인지.... 정말 이젠 부럽기까지 하네요...품안의 자식이라고..이제 안을수도 업을 수도 없을 만큼 자랐으니....이제는 정말로 가슴으로 품어야겠지요? 사진이 참 좋습니다..hnine님!

hnine 2006-09-07 1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그날 바람이 좀 불었나봐요. 9월 29일 쯤이면 바람이 저렇게 불까요? 아름답다고 해주시니 쑥스러워요 ^ ^
씩씩하니님, 역시 포근하신 씩씩하니님, 저도 힘을 내서라도 아이가 업어달랄때 좀도 업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해리포터님, 어머, 부러우신가요? ㅋㅋ 안을수도 업을수도 없도록 잘 키우신 포터님이 부럽습니다. 이제 여섯살, 언제 크나 싶을때가 있거든요. 제 친구 아이들은 이미 중학생인데 흑흑

비자림 2006-09-07 2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 참 정겨운 사진이네요. 같은 바람을 느끼며 걸어 가는 엄마와 아이!
아이들은 커가는데 이상하게도 가끔 애들을 업거나 안아주고 싶은 강렬한 충동이 일 때가 많아요. 오늘도 많이 안아 줘야쥐~~~

hnine 2006-09-07 2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 예, 잠 자리에 들때는 아직도 꼭 껴안고 잡니다. 지형이랑 지학이 둘 똑같이 안아주셔야지요? ^ ^

세실 2006-09-08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뭐 저두 어제 규환이 학습지 하다가 등 때렸어요. 힝...눈물이 뚝뚝. 오늘 그 학습지를 끊기로 했습니다. 자는 얼굴 보면 왜 그리 마음이 짠한지.......
저두 가을여행 가고 싶어요.

hnine 2006-09-08 0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세실님, 저도 다린이 오르다 수업 받는데 선생님께 떼 쓰는 것 보고, 수업 끝난 후 다린이와 진지하게 (?) 대화를 한 결과, 다음 주부터 오르다 끊기로 ㅋㅋ
 

리뷰에도 올린 '버림받은 성적표'라는 고등학생들의 시집을 엮은 구 자행님이 이 시집의 후기로 쓰신 글을 읽다가 적어 두었다. 언젠가 도움이 되려나? ^ ^

-시를 잘 쓰려면 순간에 일어나는 마음의 결을 붙잡아 보려고 애를 써야하고, 삶이 보이도록 장면을 환하게 그려 내는 연습을 꾸준히 해야합니다.

-시는 또 지금 막 그 일을 겪는 듯이 써야 합니다.

-또, 시는 말을 아끼면서 써야합니다. 필요없는 말을 버릴줄 알아야 합니다. 시를 다 써 놓고 뺴도 좋은 말은 없는지 다시 살펴야 합니다. 이게 군더더기일까 싶은 구절이 있으면, 그 구절만 가리고 읽어 보세요. 그렇게 읽었을때 시맛이 더 살아나면 그 구절을 아깝다고 생각하지 말고 빼버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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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자림 2006-09-05 2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고 가옵니당^^

hnine 2006-09-06 08: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자림님은 이미 마음 속에 두고 계신 것들이지요? ^ ^
시를 쓰는 마음은 정말 특별한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