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에 강하고 더위에 맥 못춘다 : hnine의 체질이다.

추위에 강한 것은 아마도 예전에, 난방 잘 안되던 집에 살때 저녁 먹으면 바로 석유난로 피우고라도 공부방으로 가도록 했던 엄마의 스파르타 교육방침에 단련된 결과인 것 같다. 요즘도 남편과 나는 히터가지고 싱갱이한다, 나는 끄고, 남편은 다시 키고.

그런데 오늘은 웬지 으슬으슬...그래도 할건 다 했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눈 싸움을 해야한다는 아이 데리고 나가 눈 싸움도 하고, 눈으로 코팅 되다시피한 자동차 유리를 끌개로 박박 긁어가며 아이 태우고 마트 가서 장 잔뜩 봐오고, 주말 보너스 비디오를 빌려야겠다는 아이 성화에 꽁꽁 싸매고 미끄러운 밤길을 걸어 '미녀와 야수' 비디오를 빌려왔다. 오는 길에 어린이도서관에 책도 5권 반납하고 왔다.

낮부터 찜질방이 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귀가 아파서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아이때문에, 절대 물이 귀에 들어가지 않게 하라고 해서, 머리 감길때에도 솜으로 막고 테이프 붙이고 시키는 상황이라 찜질방에 갈 형편이 못되었다. 아이를 두고 어딜 나 혼자 가리 감히.

올 겨울은 이렇게 예년보다 추위를 더 느낀다. 나이? 아님 또 그 만만한 심리적 이유?

이유야 뭐 아무래도 상관없고, 뭘로 나 자신을 따뜻하게 덮힐까 생각중이다. 따뜻한 음악, 따뜻한 커피, 따듯한 글, 따뜻한 아랫목...또 뭐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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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Photo 2005-12-05 05: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마음, 따뜻한 말 한 마디, 따뜻한 아랫배, 그리고... 또 뭐가 있을까나...?

하늘바람 2005-12-05 06: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찜질방 가고파요

세실 2005-12-05 0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따뜻한 담요~ 따뜻한 코코아~ 따뜻한 친구~~~
저도 찜질방 가고 싶어요. 오늘은 오후에 톨게이트에 가서 사랑의 열매 팔아야 해요..ㅠㅠ (성당행사)

Kitty 2005-12-10 01: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랑 체질이 정 반대시네요. 저는 사람들이 열사병으로 쓰러지는 날씨에 쌩쌩하고 기온이 10도 아래로만 내려가도 맨날 웁니다 ^^;;;
어렸을 때 저희 엄마도 난방 잘 안때시고 스파르타로 키우셨는데 (식구들이 모두 추위를 안타요..저만 별종이죠) 저는 집안에서 무스탕입고 장갑끼고 버텼답니다 -_-;;;

hnine 2005-12-10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체질이 정말 저랑 반대시군요.
참을성이 없어진건지, 이젠 무조건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한 곳만 찾아다니게 되네요. 키티님, 처음 뵌것 같은데 반가습니다 ^ ^
 

여기 용인 수지엔 지금에서 눈 다운 눈이 사륵 사륵 오고 있다.

6시쯤 집에 돌아올때만 해도 안 오고 있었는데,

잠깐 들르신 친정 부모님 배웅하러 나가보니 자동차들이 모두 하얀 모자를 덮어쓰고 있다.

아이는 지금 나가서 눈싸움을 해야겠다고 하고,

난 들어와서 베란다 창으로 오는 눈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티격대격하다가 나에게 심한 말 하고 나가서 안 들어오는 남편이 잠깐, 아주 잠깐 생각났고,

Colorado있을때 원없이 보던 눈 (일년중 5,6,7,8, 네 달을 제외하곤 눈구경을 할수 있는 곳이다) 생각도 났다.

학교가는 아침 길, 뒤뚱뒤뚱 하며 가노라면 남편이 학교까지 같이 손잡고 데려다 주곤 했었다 (그때 지금의 아이가 뱃속에 있었다).

이 세상에 변하지 않는게 있을까...

있겠지, 있을거야. 인생 다 살아본 것처럼 단정지으면 안되지...

이제 여기선 Colorado만큼 눈이 많이 자주 오는 일도 없겠지만,

뒤뚱거리며 걷는 눈길을 손잡고 걸어줄 마음이 있을까.

--- (아이가 졸린가보다, 책 읽어달라고 옆에 와서 꼼짝도 안한다) ---

Silent night...Holy night...오늘의 자장가로 불러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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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런스 2005-12-04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마나 콜로라도 계셨었네요. 저 있는 곳에서 비교적 가까운 주에요. 벌써 첫눈이 오다니..앙.. 보고 싶다.

세실 2005-12-04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늦은 시간에 온거군요. 이곳 청주에도 아침에 창밖을 보니 밤새 수북한 눈이 쌓여있어요~~~
제 차 없을때, 그리고 임신했을때 그땐 신랑이 태워다주고, 데리러 오고 한것이 당연하거였는데...오늘 차 못 끌고 간다고 하니 "걸어가. 일부러 운동삼아 걸어가는 사람도 있어" 하네요....애정이 식은 거야....ㅠ

hnine 2005-12-04 12: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싸이런스님, 어디 계신걸까요? 전 Colorado에서 2년 있었어요. 잊지 못할 곳이지요. 겨울되면 각지에서 스키타러 사람들이 밀려오는데, 저는 스키 신발도 한번 못 신어 봤어요.
세실님, 보림이랑 책 많이 읽고 계신가요? 세실님도 아이들의 교육, 장래 문제에 관심이 남다르신것 같아요. 그런 점에 있어서 저보다 훨씬 선배이시니, 나중에 한수 전해 듣겠습니다.

LovePhoto 2005-12-05 05: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정말 쉴 새 없이 함박눈이 펑펑 내리던 콜로라도가 생각나네요.
집 유리문 안쪽엔 항상 뽀얗게 김이 서려 있어서 그림판으로 이용했던 기억이... ^^
 

금요일 오후, 3시간의 자유시간.

영화 엘리자베스타운을 보았다.

개인적인 실패, 실연, 자살시도 직전에 받은 아버지의 부음, 아버지가 심장마비로 죽음을 맞이한 엘리자베스타운으로 가는 주인공 드류 베일러.

하지만 영화가 그리 칙칙한 분위기는 아니다.  드류에게 호감을 보이는 승무원 클레어의 조언대로 자기 자신을 다지는 의미의 여행을 시작하고, 종착지에서 클레어를 다시 재회하는 것으로 끝난다.

소개된대로 로맨틱 코메디라기 보다는, 로드무비라고 이름 붙치고 싶었던 영화.       

재미? 시간가는줄 모르는 재미는 없었다. 하지만 순전히 개인적인 감정이입으로, 그래도 내게는 볼만은 했던 영화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실패와 외로움을 이기지 못해 좌절하고, 또 좌절하고, 또, 또... 그냥 일어서면 되는 것을, 툭툭 털고 일어서버리면 되는 것을. 하하

드류 아버지 추도식장에서 흘러나오는 Moon river 음악이 너무 아름다워, 내 장례식에도 저 음악을 틀어달라고 할까 (원래 다른 곡을 생각해놓은것이 있었으나) 엉뚱한 생각도 잠시 해보고.

길 잘 못찾는 주인공이 켄터키 주 일대를 자동차를 타고 헤매는 장면에서는, 5년전 내가 Colorado에서 예정일보다 2주나 일찍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고, 켄터키에 살던 남동생 내외가 부랴부랴 자동차로 쉬지 않고 달려 내가 있는 병원까지 와준 일도 떠오르고...        

실패는 두려운게 아니야...일어서 다시 시작하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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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vePhoto 2005-11-27 0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확히 스물 세시간 반을 휴게소 들려 볼 일들만 잠깐씩 보면서 쉬지 않고 달려갔었는데.....
그게 벌써 5년 전이군요.....

비로그인 2005-11-29 2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흠 Lovephoto님의 정체를 알게됐군요. hnine님은 콜로라도서 사셨었으면 한국 겨울 추위는 아무것도 아니겠습니다 그려.

hnine 2005-11-30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anci님, 역시 추리력이 대단하십니다, 아니 그것보다도 관심가져주셔서 감사합니다 ^ ^
 
유쾌하게 나이 드는 법 58
로저 로젠블라트 지음, 권진욱 옮김 / 나무생각 / 2002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Rules for aging 이 원제인데,  우리말로는 유쾌하게 나이드는 법이라고 검색이 된다.

aging을 단순히 나이듦이라고 보기보다는, 성숙한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되어가는 과정이라고 보고 싶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일종의 Guide to life, 어느 연령대에 읽어도 의미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리고, 원서 자체도 부담없는 두께에, 58가지 항목이 비교적 군더더기 없이 설명되어 있어, 별로 부담없이 읽을수 있는 책이다.

58가지 항목중 내가 특히 동그라미 쳐놓은 rule들을 소개하자면,

#18 Consult everyone on everything and don;t forget to send ingrating notes.

#21 Male and female conpatibility rules

#38 Push the wheel forward

#40 A long and happy life lasts five minutes

# 42 The unexamined life lasts longer

내 서재의 '내가 만든 생활백서' 란은 처음에 나도 이런 rule을 나름대로 적어보자고 시작했던 것이었다 쑥스럽지만~ 천천히 항목들을 보태나갈 작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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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다린이가 나에게,

다린: "엄마, 나 꿈 꾸었어요!"

나: "그래? 어떤 꿈 꾸었는데?"

다린: "나랑 엄마랑 할머니랑 산엘 갔어요...그런데!  으~응, 유괴범이 쫓아왔어요."

나: "유괴범? 다린이 유괴범이 뭔지 알아?"

다린: "아이들 잡아가는 사람이요."

나: "맞아 맞아,  그런데, 도망갔어?"

다린: "내가 막 도망가다가 산 꼭대기까지 왔지 모에요~" (흥이 났는지 진짜 이 말투로 말한다)

나: "꺄~악, 너 그래서 산에서 떨어졌구나! " (떨어지는 꿈 꾸면 키 크는 꿈이라던데, 은근 기대하며)

다린: "아니요, 갑자기 내가 하늘을 마악 날았어요~ 유괴범이 자기도 날라서 쫓아오려고 하다가 떨어졌어요~" (유괴범은 떨어지고 자기는 날아서 도망갈수 있었다는 얘기이다)

나: "야~ 멋진걸 (유괴범만 키 컸겠군...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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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5-11-24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후훗~ 그럼 유괴범이 키가 크겠군요. (썰렁한 농담..^^;;) 그래도 꿈 속에서 유괴범에게 잡혀서 고생하지 않고-그건 악몽이야..ㅡㅜ- 휘리릭~ 날아 올랐다니 정말 멋지네요. ^^

hnine 2005-11-24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그런데요, 이 녀석이 요즘 워낙 얘기를 꾸며대기를 잘하는지라, 지금 생각하니 어디까지가 진짜 꿈인지 어디서부터가 각색인지 잘 모르겠네요. ㅋㅋ 그래도 진진한척 들어주는 저는 좋은 엄망니지 나쁜 엄마인지...

깍두기 2005-11-24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전에 제가 하늘을 나는 꿈을 꾸었다고 했더니 옆에서 누가 '그거 성적인 의미의 꿈인데?'라고 하더라구요.
에구, 이쁜 아가 얼굴 보고 이 무슨 망발....=3=3=3
에이치나인님, 저랑 옆모습이 비슷하세요^^(미인이시란 얘기죠 ㅎㅎ)

hnine 2005-11-24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푸하하..깍두기님, 정말이요? 이제 다섯살 녀석이 그런 꿈을...음...각색한게 분명해.
옆모습이요, 저거 눈 반쯤 감은겁니다. 다 뜬거 아닙니다~ ㅋㅋ

세실 2005-11-24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호호호. 다린이 꿈속에서 신났겠어요~ 하늘도 날고.....
hnine님의 안타까워하는 심정도 공감합니다~ (조금이라도 키가 컸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 제 아들이 숏다리예요. ㅠㅠ)

세실 2005-11-24 2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hnine님 불혹의 나이 맞으세요? 30대 초반밖에 안보인다는~~~
다린이 헤어 스따일 환상입니다. 잘 생겼네요~~~

hnine 2005-11-24 2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히히...30대 초반, 좋아라~좋아라~ 감사합니다 세실님~

비로그인 2005-11-24 22: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드님이 훤하게 이쁘게도 생겼군요. 아참 hnine님, 이사할 집도 아이 유치원도 잘 정하신 것 축하드려요. 전에 걱정하던 일들이 다 잘 해결되는것 같아 좋습니다.

LovePhoto 2005-11-27 07: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사진 속의 모자가 똑같이 눈을 반쯤씩 감은 건 또 무슨 이유인가요?)
^_____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