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 고른 말 - 카피라이터·만화가·시인 홍인혜의 언어생활
홍인혜 지음 / 미디어창비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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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저자가 루나파크라는 홈페이지를 웹에 연재할때, 그때가 벌써 몇년 전인지 기억도 못하겠지만, 그때부터 이미 자주 들락거리며 그녀의 만화로 쓴 일종의 일기를 즐겨 보곤 했다. 




그 당시 광고회사 카피라이터는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 꽤 인기있는 희망 직종이었고 지금도 있는지 모르겠지만 TBWA나 LG Ad 같은 광고회사는 그 대표적인 회사였다. 그 중 한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있던 그녀는 그림 전공자가 아니면서도 만화를 어찌나 단순 깔끔하고 요점 정리 잘 한 요약서처럼 그리던지, 카피라이터는 만화를 그려도 어딘가 다르구나 생각했었다. 이후 그녀가 그린 만화를 엮어 책으로도 내었고 ('루나 파크 옷걸이 통신'), 회사에 휴직계를 내고 혼자 영국으로 떠나 단기 체류한 이야기를 쓴 책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도 재미있게 읽었었다. 

최근에 그녀가 유퀴즈라는 방송 프로그램에도 나오고 시인으로 등단도 했다는 것을 알게 되며 반가웠다. 그리고 예전 생각이 나서 최근에 출간한 이 책을 읽어보게 되었다.

'카피라이터, 만화가, 시인 홍인혜의 언어 생활'이라고 소개되어 있는 이 책은 그녀의 일상과 생각을 담은 가벼운 에세이라고 볼수 있다. 


불투명한 우리는 말을 통해 겨우 투명해진다. (7쪽)

그러기 위해서

말을 고르고 고른다. 거르고 거른다. 벼리고 벼린다. (7쪽)


"얘들이 새내기면 우린 이제 헌내기야?"

"아니지. 우리는 정든내기지." (31쪽)


"쟤는 참 생각 없이 밝아." (38쪽) 

고 있던 눈물이 누군가 픽 던진 이 말을 듣자마자 쏟아져 나왔다는 저자의 말이 단박에 공감이 되었다. 생각이 없는게 아니라 생각을 몇번 돌려 가까스로 눈물 대신 웃고 있는 중인데.


카피라이터도 다른 사람의 카피에 감동받기도 한다. 지하철에서 본 다음과 같은 카메라 광고 문구가 멋져서 걸음을 멈춘 적이 있다고 했다.

"기록은 기억을 지배한다. " (237쪽)

'나는 기록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이건 내가 가끔 일기장에 끄적거리는 문장인데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행복이란 걱정과 불안이 해결된 완전무결한 상태일 것만 같았다. 그래서 나의 행복은 언제나 강박 속에 유예되었다. 모든 것이 완결된 상태가 한 번도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일 오늘을 버티며 나를 살게 할 작은 만족들을 수집했다. 잠도 자지 않고 쉴 시간도 아끼며 걷고 또 걸어 물결치는 오아시스에 당도하면 마음껏 행복해하겠다는 계획은 허상이었다. 

낙원은 멀고 심지어 없을 수도 있다. 아득한 환상에 기대기보다 사막 중간에 있는 작은 샘이나 선인장 그늘에서 작은 행복을 드문드문 발견하는 것이 내가 살 길이었다. 그것을 인정한 순간 나의 강박도 헐거워졌다. (310쪽)


나이들어 가는 과정을, 헐거워가는 과정이라고 비유하여 그녀는 또 생각을, 말을, 고르고, 거르고, 벼리고 있었다.

만약 그녀가, 루나가, 나와 한 공간에 함께 지낼 기회가 있었다면 아마 좋은 친구가 되지 않았을까, 그녀의 만화나 글을 볼때마다 한번씩 해보는 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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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위의 남작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07
이탈로 칼비노 지음, 이현경 옮김 / 민음사 / 200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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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일러 잔뜩)


아무렇지도 않게 듣던 노래 '그것만이 내 세상'이 어느 날 문득 심상치 않게 들렸다. 내 세상. 다른 사람의 기준에 맞춰가며 사느라 억눌렸던 나의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방식대로 살아가기로 하는 순간 이제부턴 이전에 존재하지 않던 새로운 세상이 시작된다. 외로움과 불편함을 댓가로, 남들의 시선과 구설수를 불사하고, 내 세상을 살 용기가 있는 사람. 흔치 않다.


이탈로 칼비노. 태어나기는 1923년 쿠바에서 태어났지만 세살때 이탈리아로 이주하였으니 쿠바에서의 기억은 거의 없을지도 모른다. 이후로 줄곧 이탈리아에서 교육받고 이탈리아에서 문학을 시작하였으며 1985년 이탈리아에서 생을 마감하고 지금까지, 현대 이탈리아 소설을 말할때 빠지지 않는 소설가로서 사랑받는 작가로 자리매김하였다.


이 소설에는 남작의 작위를 가지고 있는 권위적인 아버지, 장군의 딸인 덕에 여장군이라는 별칭이 따라다니는 엄마, 열두살 형과 누나, 그리고 여덟살 아이로 이루어진 가족이 나온다. 이중 가장 어린 여덟살 남자 아이가 화자인 '나'가 되어 이야기가 시작된다. 

여느때와 다름없이 온가족이 둘러앉아 식사를 하는 자리. 아버지로부터 싫어하는 달팽이 요리를 먹을 것을 계속 강요당한 코지모형은 식당을 박차고 나가 집 밖의 나무 위로 올라가버린다. 그리고사 앞으로 나무에서 절대 내려가지 않겠다고 했고, 그렇게 형의 나무위에서의 생활이 시작된다. 열두살 소년이 하는 말을 동생인 나를 비롯하여 가족 누구도 심각하게 듣지 않는다. 처음에는.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형은 나무 위에 머물며 집에 들어오지 않는다. 집에 들어오기는 커녕 평소 이 

가족과 사이가 좋지 않아 왕래를 하지 않던 옆집 딸 비올라가 형이 머물던 나무에 그네를 타다가 만나 둘이 서로 호감을 가지며 친구가 된다. 

나는 나무위에 있는 형이 필요한 물건을 갖다주는 방법으로 형을 도와주고 형은 나무들의 특성을 이용하여 나무 사이를 옮겨다니며 점차 나무 위의 생활에 적응해간다. 식구들은 코지모가 얼마 못버티고 내려올줄 알았던 처음의 생각이 틀렸음을  알게 된다.


나무 위에서 보낸 처음 그 며칠 동안 코지모 형은 특별한 목적이나 계획은 없었지만 자신의 왕국을 제대로 알고 소유하고자 하는 강렬한 바람만은 가지고 있었다. 형은 마지막 경계선까지 자신의 왕국을 탐험하고 싶어했고 그 왕국이 형에게 어떤 가능성을 제공해 줄 수 있을지 연구하고 싶었으며 나무 한 그루 한 그루, 나뭇가지 하나하나를 통해 그 왕국을 발견하고 싶어 했다. (80쪽)


나무 위로 올라가서 친구가 된 옆집 소녀 비올라는 때가 되어 집을 떠나 기숙사로 가고 나무 위에서 그걸 보며 코지모형은 속상해 울음을 떠뜨린다. 

코지모형은 점차 나무들의 종류에 따라 어떤 때 어떻게 이용하는게 좋은지 구별할수 있게 되고, 땅에서와 다른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직감을 갖춰 간다. 필요한 지식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끔 집에 왕래하는 신부님을 나무 위로 불러들여 수업을 받기도 한다. 

나무 위에는 코지모형만 사는게 아니었다. 물론 코지모형처럼 땅위로는 절대 내려오지 않고 나무 위에서만 사는 것은 아니지만 과일 좀도둑, 산적이 있었는데 산적 잔 데이 브루기와는 친분이 생기기도 하고, 책읽기를 좋아하는 잔데이부루기의 영향으로 형도 독서하는 시간이 점차 늘어가면서 다방면의 지식을 쌓아가고 새로운 생각을 하기도 하며 책의 저자, 학자들과 편지를 나누기도 하는 등, 자신의 생각과 세계를 발전시켜 나간다. 


결국 항상 가까이에 있는 잔 데이 브루기때문에 코지모 형에게 독서는 소일거리가 아니라 중요한 근심거리, 하루의 목표가 되어버렸다. 책을 다루고 그것들을 평가하고 구입하고 그 책에서 점점 더 많은 지식과 새로운 지식을 알아내면서. 잔 데이 브루기를 위해 책을 읽고, 또 자신의 필요 때문에 독서를 하다 보니 코지모 형에게는 독서와 인간 지식에 대한 열정이 생겨나게 되었다. 형은 하루 종일 읽고 싶은 책만 읽었고 밤에도 램프의 불빛 아래서 계속 책을 읽었다. (160쪽)


한편 마을에 화재가 발생했을때는 나무위에서 구경만 하는 대신, 마을 사람들과 협조하고 단체를 지휘, 명령, 통솔하는 법을 배운다. 아버지는 나이가 들어가고, 큰아들이 나무 위에서 쉽게 내려오지 않을 것을 감지하고 본인이 나무 위의 아들을 방문하여, 자신의 남작 지위를 상징하는 남작의 검을 물려준다. 

한집에서 가족처럼 함께 살던 삼촌이 해적에게 죽음을 당하고 그동안 삼촌이 해적과 내통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고 충격을 받아 횡설수설하는 일이 잦아진 형은 이후로 이야기하는 취미를 갖게 되어, 사실과 허구를 왔다 갔따 하며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빠져든다. 사람들로부터 나무 위에서 사는 사람이 형 뿐 아니라 또 있다는 말을 들은 형은 그들을 찾아 가기도 하는데 거기서 스페인에서 추방당해 온 우르슬라라는 여자를 만나 연인이 된다. 추방령이 해제되어 그녀도 고국으로 돌아가 또한번의 이별을 맞게 되고, 그동안 아버지도 어머니도 세상을 떠난다.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 어느 정치적 단체도 자기에게 맞지 않는 것을 경험하고 자기의 이상대로 새로운 규율을 만들고 새로운 단체를 만들기 위한 책을 직접 쓰기도 하지만 아무도 주목을 하지 않는다. 오스트리아, 러시아, 그리고 프랑스 사이에 전쟁이 일어나고 프랑스 공화군이 나폴레옹 황제군으로 바뀌는 등, 사는 곳이 나폴레옹의 통치하에 들어가는 시기에 나는 나무 위에서 홀로 지내는 형을 부러워한다. 형은 어느 편에 들거나 공격하지 않으며 폭정에서 민중을 도와주는 일만 하며 지낼 뿐이다. 


나는 이 19세기, 출발도 좋지 않았고 계속 나빠지기만 하는 이 세기가 우리에게 무엇을 가져다줄 것인지 알 수 없다. 왕정복고의 그림자가 전 유럽에 드리워졌다. 모든 개혁자들-자코뱅 당이든 나폴레옹 지지자이든-은 패배했다. 절대주의와 예수회가 영역을 장악했다. 젊은이들의 이상과 빛과 18세기의 희망은 모두 재가 되었다. (369쪽)


내게 세상이 변했음을 알려준 것은 오스트리아-러시아 군의 도착도 피에몬테로의 합병도 새로운 세금이나 내가 아는 다른 그 어떤 일도 아니었다. 바로 창문을 열고 저 나무 위에 균형 있게 앉아있는 형을 다시는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370쪽)


"형님, 형님도 벌써 예순다섯이 넘었어요. 어떻게 계속 나무 위에 있을 수 있어요? 형님이 말하고 싶어했던 것은 이제 다 말했어요. 우린 다 이해했다고요. 형님은 정말 강한 정신력을 가진 분이에요. 이제 내려와도 돼요. 바다에서 인생을 다 보낸 사람도 배에서 내릴 때가 있는 법이에요." (371쪽)


동생은 형이 곧 죽음을 맞이하게 될 것을 알고 나무에서 내려올 것을 권유하는 대목이다. 과연 형은 어떻게 반응할까. 그는 어떻게 최후를 맞이할까. 아마 여기까지 읽은 어떤 독자도 예상못할 방식으로 그는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소설을 끝난다. 


이탈로 칼비노는 (1) 어떤 의도로 이 소설을 썼을까. (2) 코지모를 통해 그는 어떤 인간형을 나타내고자 했을까. 

1. 칼비노는 1923년 태어나 1985년까지 살았었고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것은 18세기 말에서 19세기 초이다. 동시대를 배경으로 하지는 않았지만 과거의 정치, 사회적으로 불안하고 혼란스럽고 변화가 많던 시기를 소환하여 그가 살던 시대를 다시 되짚어 보고자 했다.

2. 여러 주의, 이즘이 나타났다 사라지고 그만큼 개인의 판단이 어렵고 대중 속에서 개인의 위치와 기준을 잡기가 어려운 시기에 어떤 의식을 가지고 살아야 하고, 대중과 어떤 관계를 맺고 살아야할지, 코지모란 인간형을 통해 그려보고자 했다. 


코지모는 결코 보통의 삶을 평범하게 살아간 사람이 아니다. 남에게 해를 끼치며 살지 않았지만 이상한 사람, 독특한 사람, 미친 사람이라는 수군거림을 벗어날수 없었다. 지금의 우리 역시 남의 시선과 나의 생각 사이에서 끊임없이 왔다갔다 하며 산다. 하지만 코지모 같은 결정을 내리진 못한다. 그러면서 하염없이 나만의 세상을 꿈꾼다. 다른 사람의 기준과 지시에서 자유로운 삶을, 이상대로 살 수는 없을까 하고. 자유는 댓가를 치루지 않고 그냥 오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결코 나무 위로 올라가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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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것들
앤드루 포터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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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것 치고 변하지 않는 것은 없다. 변하지 않는 상태란 이미 생명력이 사라진 상태.

인간 역시 살아있는 존재이니 외형적인 변화와 더불어 마음 상태, 감정, 기억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정신적인 것도 변해간다. 외형적인 것은 눈에 금방 띄니까 모르고 지나칠 수 없고, 그래서 현대 의학 기술의 힘을 빌어 그 속도를 늦춰보려 하기도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의 변화는 모른채 살다가 어느 날 어느 순간 문득 그동안의 변화를 깨닫게 되는 수가 많다. 

사라진 것들. The Disappeared. 언제 어떻게 사라졌는지 모른다. 사라지고 나서야 그런 것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사는 동안 축복일까 저주일까.

저자 앤드루 포터는 작가라는 능력으로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소소한 일들을 모아 '사라진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소설화 하였다.

1972년 미국 펜실베니아주 출생. 영문학과 예술학을 전공하였다. 2008년에 낸 첫 소설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이 우리 나라에서도 큰 인기를 끈데 이어 2023년에 나온 두번째 단편집 <사라진 것들>도 역시 대중적 인기를 모으는데 성공. 나 역시 오래전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괜찮게 읽었던 기억으로 <사라진 것들>도 읽어보게 되었다.


열다섯 편의 단편은 어떻게 보면 다 비슷하다. 동일인들이라 해도 큰 무리가 없을 주인공 부부가 나오고, 텍사스가 배경이 되며 직업이 비슷하고 성격이 비슷하다. 아주 젊지도, 그렇다고 늙지도 않은 40대. 꿈과 성공을 향해 치닫는 노력으로 매진했던 2, 30대에서 살짝 비껴나 자기의 위치를 되돌아보는 중년의 시기이다. 잃어버린 꿈과 자유를 자각하게 되고 앞으로의 날들에 대한 희망보다는 불안이 더 커짐을 느끼는 시기. 제목의 사라진 것들이란 다름 아닌 젊은 시절 가졌던 원래의 꿈과 자유 같은 것을 말하는 것 같다.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사라진 자리에 대신 들어와 있는 것도 있을 것이다. 그것을 알아차리는데는 또다른 시간과 연륜이 필요하리라.

첫번째 단편 <오스틴>은 텍사스의 도시명. 오스틴에서의 오랜만의 친구들 모임을 통해 단절되었던 과거가 갑자기 현재로 소환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과거의 나는 어디로 갔을까. 그리고 현재 나의 생활은 만족스러운가.

자고 있는 아이들의 방을 둘러 보며 이 정도면 안정된 생활이고 이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마지막 문단처럼 과거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깜짝 놀라는, 그 다른 삶이 살짝 윙크를 보내는 때가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거야, 친구? 너 어디로 간거야? 라고.

네쪽 짜리 짧은 단편 <담배>에서는 한동안 끊었던 담배를 다시 피워 보았을때, 그때 피는 담배의 맛은 이미 예전에 맛보는 담배의 맛이 아니라는 간단한 에피소드로써 상실감을 얘기하였다.

배경속에 등장하는 사물중 하나를 들어 단편의 제목으로 삼은 <넝쿨식물>에서 넝쿨식물은 집주인이자 화가인 라이어널의 스튜디오가 있는 안마당을 덮고 있던 식물이자, 더 중요하게는 그 스튜디오에서 일어났을 (일어났으리라 짐작되는) 일들을 가리키고 있다.

기원하는 것이 있을때 자신이 진짜로 기원하는 대상이 아닌 물성에 대치하는 심리가 사람에게는 있다. 구체적이지 않고 현실적이 아닌 기원일때 사람들이 차선으로 취하는 방식임을 보여주는 작품 <라임>.

<첼로>는 첼로를 연주하고 가르치는 아내의 손가락에 이상이 생겨 직업은 물론 자아마저 흔들려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남편이 이야기이다. 남편의 감정이 직접 드러나지 않게 묘사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라인백><히메나>는 세사람으로 구성된 관계에 대한 이야기이다.  셋 중 한사람이 빠지고 나서야 그동안 셋 사이의 관계가 제대로 파악되거나 (히메나), 한 사람의 부재하에 남은 두 사람의 관계도 불안전해진다 (라인백). 

<숨을 쉬어>에서는 어린 아들을 둔 부부가 등장하기도 한다. 아이 키우는 부모는 늘 그것만은 아니길 바라는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곤 한다. 아이의 상태를 과거 자신의 어떤 실수와 관련지어 분석하는 것은 부모가 된 이상 끊이지 않는 작업이다. 

<실루엣>은 여기 실린 작품들중 꽤 긴 단편이지만 본문 중에 '실루엣'이라는 단어는 딱 한번 나온다. 왜 제목이 '실루엣'일까 의문이 들었다가, 이 작품의 제목이 실루엣이 아니라 '오해'라든지 '질투'라든지 하는, 내용과 더 관련있어 보이는 단어로 제목을 삼았다면 이 작품의 의미는 훅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뚜렷한 확신이 없는 상태에서 불확실하게라도 확신을 만들어두고 싶은 인간 심리를 가리키는 말로 해석된다. 경계나 윤곽선이 되지 못하고 실루엣으로 존재하는 인간 심리랄까. 

<알라모의 영웅들>이란 작품에서 '알라모의 영웅들'이란 신혼부부의 사이를 메꾸어주던, 일종의 지루함 방지, 시간 때우기 수단이 되어준 게임 이름이다. 이것이 있어야 했던 사이는 이 게임의 부재와 함께 끝이 난다. 이렇게 관계를 상징하는 제목들의 예는 <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여기서 '벌'은 누가봐도 시험적 별거를 막 시작한 나와 아내 사이의 갈등을 의미함을 알수 있다. 

<포솔레>같은 작품을 읽고 나면 소설가에겐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이야깃거리화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읽어가면서 내게도 비슷한 경험이 떠올라 읽어나감과 동시에 나만의 이야기를 따라 만들어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다. 


사라진 것들은 정말 사라졌을까? 

사라졌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아직도 우리의 마음 한켠에서 언젠가 소환되기를 기다리며 여전히 존재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사라졌다고 하고 싶지 않은 바램에서 그렇게 돌려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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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5-2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을 읽고 저도 팬이 된 작가예요. 특히 그 표제작은 참 좋았어요. 책 읽어 주는 팟캐스트로 여러 번 반복해 들었을 정도로 좋았답니다. 다른 단편들도 괜찮았어요.
이 책은 아직 구매하지 않았어요. 이제 신중해져야겠단 생각이라서. 집에 못 읽은 책이 많아서요.
˝소설가에겐 어떤 특별한 이야기를 지어내는 능력이라기 보다는, 평범한 일상을 이야깃거리화하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이에 저도 동감입니다..^^

hnine 2024-05-29 02:21   좋아요 1 | URL
저는 <빛과 물질에 관한 이론>은 도서관에서 대출해서 읽고 이번에 <사라진 것들>은 구입해서 읽었어요.
옆에 쌓여있는 책 읽으시고 천천히 읽으세요. 단편모음집인데 마치 한 사람의 일기인양 비슷한 목소리, 비슷한 여운을 주는 단편들이라서 더 묘하게 빠져 읽게 되더라고요.
재미있는 소설이 되려면 소재가 참신해야하고, 이 세상에 없던 얘기이면 더 좋고, 뛰어난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누구나 평범하다고 지나치는 것을 자기만의 눈으로 보통 사람들이 지나친 것들 보아내는 능력이 돋보이는 사람일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 능력은 선천적으로 타고나기 보다 후천적으로 갖춰가는 능력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으로 비즈니스 - 나의 삶과 일을 성장시키는 도구로서의 책
앨리슨 존스 지음, 김민희 옮김 / 유유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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옮긴이도 우리말 제목을 정할때 비즈니스라는 말이 들어가지 않도록 하려고 애써보았다고 한다. 혹시나 거부감을 일으킬까봐서이다. 원제에도 Business 라는 말이 들어간다. 우리 말 제목보다 더 강렬하게 비즈니스라는 말을 강조하는 것 같은 이 책의 원제는 This book means business. 부제가 이런 염려를 좀 덜어주려나? '나의 삶과 일을 성장시키는 도구로서의 책'을 부제로 하고 있다.

그림을 많이 보다보면 어느 날엔가 나도 한번 그려보고 싶은 생각이 들고고, 음악을 많이 듣다보면 나도 노래나 연주를 해보고 싶듯이, 책 읽기를 오랫동안 해오다 보면 나도 한번 책을 써볼까 하는 생각을 잠깐이라도 하게 되는 수가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출판계에서 오래 일해온 경험, 그리고 팟캐스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작가들을 인터뷰한 과정에서 얻은 팁을 바탕으로, 자신의 책을 쓰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도움이 될 지침과 아이디어를 모아 이 책을 엮었다.

1부와 2부로 나누어, 1부에서는 책이 나오기 전 단계, 즉 책을 읽고 구상하는 단계에서 필요한 사항들을 담았고, 2부에서 본격책쓰기에 대해 얘기한다. 

다음은 1부 내용 중 스스로 성장하는 법 중에 나오는 내용이다.

*다채롭고 풍성하게 읽기-관심분야만 읽지 않는다

*빠르게 읽기-출판사 소개글, 저자소개, 목차

*책과 대화하기-메모하며 읽기. 노트를 반으로 갈라 왼쪽엔 책의 내용, 오른쪽엔 나의 의견, 아이디어

*글쓰기로 성찰하기- 글쓰기가 우리를 변하게 한다. 말하기에도 변화가 온다. 

       "훌륭한 생각이 좋은 글을 쓰게 하는게 아니라 글쓰기가 더 나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세스 고딘-

*프리라이팅-빠르게, 그대로, 정확하게, 쉽게. 책을 쓰게 하는 원동력이 된다.

*모닝페이지

*내 삶의 의미와 흥미 파헤치기

*너 자신을 알라- 나는 어떤 유형의 작가인가, 외향성과 내향성의 구분은 어디에서 에너지를 얻느냐에 따라 갈라진다.


비전만으로 전략을 짤 순 없다. 계획이라는 차에 타야만 목표에 닿을 수 있다. 비전은 좋은 시작점이다. 하지만 비전을 이루는 방법도 알아야한다. 어떤 강점과 기회가 나를 비전을 향해 나아가도록 이끌어 줄까? 약점을 극복하고 위기를 관리할 방법은 무엇일까? 경쟁자와 나를 차별화할 방법은 무엇일까? 어떤 사람들에게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제품이나 서비스를 어떤 방식으로 편집해 포트폴리오를 만들까?

쓰레기를 입력하면 쓰레기가 출력된다. (garbage in, garbage out)

좋은 독서를 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 (good reading in, good writing out)

창의성이란 연결성 없어 보이는 것을 연결하고 기존 지식에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새로운 통찰을 융합하는 능력이다,



2부는 본격 책쓰기에 관한 내용이다.


*명확하게 정리하는 법

 - 그림, IP, 기획서, 제목, 간결하게 요약하기, 분량 정하기, 책의 구조짜기, 브레인스토밍, 골격구축, 작업용 목차짜기

*이제는 쓸 시간

 -연구자료 정리하기

       -스크랩북 (오려내어 수집) 만들기

       -온라인에서 정리하기- 에버노트, 구글문서도구, 트렐로, 핀터레스트 (웹사이트, 이미지 수집), 블로그, 스크리브너

 -글쓰기 습관 만들기

      -나만의 공간 찾기

      -기존습관에 끼워넣기-마치 양치질처럼

      -연속달리기-매일 반복되는 활동에는 의지가 필요없다

 -작가의 벽넘기- 빈화면을 마주했을때 느끼는 무력감과 공허감에서 벗어나는 방법

 -함께 쓰기

 -말로 풀어내기-음성녹음앱 사용

 -소리내어 읽기

 -스스로에게 보상하기

 -집필용 플레이리스트 (음악) 만들기

 -슬라이드 문서 활용하기


정말 깨알팁이다. 

그 외에도 글쓰기를 돕는 비밀도구로서 타이머, 적절한 은유 시도하기, 이메일 잘 쓰기등을 추천하였다.

책이 나온 후 홍보차 다니는 강연은 나만이 할 수 있는 시그니처 강연으로 삼고, 메모를 해가지고 가서 강연 중 커닝할 생각은 꿈에도 하지 말라고 한다. 시그니처 강연이라면 프리젠테이션이 아니라 퍼포먼스라고 생각하라고. 이건 책 홍보를 위한 강연이든 아니든, 본인이 강연자가 되었을때 꿀팁인 것 같다.

자기 책을 내기로 마음 먹었다면 본격 책 쓰기에 앞서 이 책 1부 내용인 나에 대해 잘 파악하기 위한 단계에서 충분한 발판을 다져야 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책 쓰기 위한 단계이기도 하고, 책을 쓰면서 얻는 것이기도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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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4-04-14 18: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훌륭한 생각이 좋은 글을 쓰게 하는게 아니라 글쓰기가 더 나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세스 고딘-
이 말이 맞는 이유는 글을 쓰다 보면 글이 새 글을 불러 와요. 생각이 가지처럼 뻗어나가죠.

hnine 2024-04-16 18:52   좋아요 0 | URL
페크님은 투고도 해오셨으니 더 잘 아시겠어요.
책을 읽고나서 감동에 그치지 않고 나름대로 이렇게 리뷰를 남기는 것도 다 그런 이유때문 같아요. 생각을 정리하여 쓰는 과정에서 그 생각이 더 여물고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요.

얄라알라 2024-04-16 0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hnine의 정리력^^ 덕분에 넘 좋은데요 액기스를 꼭꼭 모아서 먹여주시니 꼭꼭 씹어 양분 삼자!!^^

˝garbage in, garbage out˝ 이 충고는 엄청 자극적입니다 ㅎ^^:; 뜨끔

hnine 2024-04-16 18:55   좋아요 0 | URL
리뷰를 쓸때 이렇게 정리해두면 나중에 기억하기에도 좋고 눈에 잘 들어오는데 아무래도 제 소감보다는 정리 목적의 기록으로 남는 것 같아 리뷰 쓸때마다 갈등이 생기곤 합니다. 그래도 이런 책은 이렇게 정리해두는 편이 아무래도 좋을 것 같아서요. 도움이 되셨다면 좋겠습니다. 하이드님 서재에서 보고 저도 읽었는데 그야말로 깨알팁이 많더라고요. 두께도 별로 두껍지 않아 금방 읽고요.
garbage in, garbage out 이란 말은 요즘 chatGPT의 헛점을 얘기할때도 많이 쓰는 말이더군요 ^^
 
일상이 고고학, 나 혼자 백자 여행 일상이 고고학 시리즈 10
황윤 지음 / 책읽는고양이 / 2023년 5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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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리움박물관에서 조선 백자 기획전이 열릴때 전시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적이 있다. 그때 학교에 계신 교수님도 아니고 일반 도슨트도 아니신 듯한 분이 전시를 보러온 사람들을 직접 인솔하며 전시장의 전시품을 하나 하나 설명해주었다. 우리 나라 백자에 대해 전문가급 지식으로, 재미있게 설명을 잘 해주어 그날 아주 흡족한 마음으로 전시 관람을 할 수 있었다. 전시 설명을 마치며 본인이 작성했다는 전시탐방기 소책자를 보여주기에 전시장 직원에게 저 책자를 얻을 수 있는지 물어봤더니 배포용으로 나와있는게 없지만 QR code 를 찍으면 화일로 다운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해서 상당한 분량의 원고를 다운받아 집에 와서 찬찬히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 이후 그분의 백자 이야기가 책으로 출판되어 나왔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이 책이다.

책에 실린 저자 소개이다.

'작가. 소장 역사학자이자 박물관을 사랑하는 남자. 혼자 박물관과 유적지를 찾아 감상하고 고증하고 공부하는 것이 즐겁다.' 도자기에 대한 관심은 군대 제대 직후 운명처럼 인사동을 다니다가 골동 가게에 있던 여러 도자기에 흠뻑 빠지면서 부터였고 국립중앙박물관이 용산으로 이전한 이후 2005년부터는 도자기 공부를 위해 거의 매주 방문하였으며 이어서 한, 중, 일 여러 박물관을 다니며 수많은 도자기를 감상하는 수준까지 올라 2010년에 <중국 청화자기>라는 책을 처음 출판하기도 했다고 한다. 중앙박물관 3층에 가면 조선의 백자 뿐 아니라 한, 중, 일 도자기를 함께 구경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 국내 대부분의 박물관들이 우리 나라 도자기만 전시하는 상황을 볼때 특별한 공간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책 역시 조선의 백자 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의 백자에 대한 비교 설명도 포함하고 있다.


조선도자기는 앞으로 달성해야 할 분명한 목표가 생겼다. 명나라 황제가 사용하는 최상의 백자 수준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명나라 번왕이 사용한 수준까지는 달성하여 조선을 통치하는 왕의 권위를 높여야만 했으니까. 이를 위해서는 당연히 기존의 백자와 격을 달리하는 질 높은 백자를 생산해야만 했다. (94, '조선과 명나라')


한반도의 백자 인기는 조선 왕실에서 특별한 관심을 보이며 시작되었다. 특히 왕실에 필요한 고급 백자를 매번 명나라에서 구하는 것이 아닌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직접 생산하고자 노력하면서 관요가 설립되었고, 그렇게 경기도 광주에 관요가 도입되었다. (115, '백자를 얻으려는 노력')


조선 후기부터 유독 소중화 (小中華) 의식이 강하게 발현된다. 명나라 다음가는 문명국인 조선이 오랑캐가 황제가 된 시대 (청)를 대신하여 중화의 적통을 이어간다는 정신이 바로 그것. 지금보면 국력이 크게 꺾인 시대의 정신 승리에 가까운 모습으로 느껴질지 모르나 당시 조선인들에게 소중화의식은 매우 진지했다. 아무래도 이런 자존감마저 무너진다면 견디기 힘든 시기였나보다. 이에 따라 도자기 역시 중국 영향에 따른 디자인이 많이 보이던 조선 전기와 달리 한동안 조선만의 개성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17세기 철화백자, 17세기말~18세기 초반 달항아리가 등장한 배경도 바로 이런 분위기가 한몫했다. 명나라와 달리 의도적으로 청나라를 오랑캐의 나라로 인식하면서 이들 문화 역시 배격하고자 노력한 분위기가 만든 결과물이었다. (155, '철화용준')


일제 강점기 시절에는 과연 한반도 도자기 문화가 어떠했는가. 일제 강점기 시절 부산에는 '일본경질도기'라는 회가가 설립되었다. 이는 조선총독부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일본 기업인이 투자하여 만든 것으로 이때 근대 기술을 바탕으로 기계를 이용한 산업 도자기를 생산하였다. 일제 강점기가 끝날 무렵 남한 내 지어진 공장 중 약 85%를 일본인이 소유하고 있었다. 일본인 소유의 2700여개의 공장들은 일본이 전쟁에서 패한 후 미국에 의해 대부분 남한 정부로 빠르게 이전된다. 그리고 남한 정부는 이를 정치에 끈이 있는 거물 한국인에게 분배하여 나눠주었다. (222, '일제 강점기와 독립 이후 도자기')


에필로그에서 저자는 이 책의 마무리로서 말한다. 

결국 조선백자는 세계 도자기 흐름을 기준으로 본다면 국내용으로서 그것도 15세기 후반에서 16세기 전반까지 전성기를 잠시 찍고 17세기 이후로는 세계적 경쟁력을 갖추지 못한 채 이어지던 산업이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박물관을 방문하면 중국, 일본 전시실은 그들의 도자기로 가득 전시되고 있건만 한국 전시실은 대부분 빈곤한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 이는 17~19세기까지 조선백자가 질뿐만 아니라 절대적 생산량 또한 중국과 일본의 상대가 되지 못한 데다가 유럽 중동 등으로 백자를 수출한 경험도 없었기 때문이다.

조선 후반기처럼 기술자를 제대로 대우하지 않고 주변국의 상황을 면밀히 파악하지 않으며 상업과 기술을 함께 발전시키려는 사회적 노력이 부족하다면 한반도의 미래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은 언제든 일어날 수 있겠다. (234, 에필로그)


지난 역사를 되돌아보며 부진함의 원인을 알았다면 거기에서 그치면 안될 것이다. 지난 주 어느 박물관 대학 강의에서 강의하신 분의 말씀에 따르면 최근엔 해외에서도 한국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진 것을 방문할때 피부로 느낄 수 있겠더라고. 어느 나라의 문화가 우수하냐 보다는 어떤 다른 특징과 개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 문화만의 고유성과 멋은 어디 있는지 발견하고자 하는 안목이 필요하고 저자와 같이 어느 정도 자유롭게 역사를 연구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도움이 되리라 생각한다.

조선 백자라 하면 달항아리만 얼른 떠오르고 마는 사람들에게 어렵지 않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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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4-04-03 14: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작년 영국박물관에 갔을 때 중국관에 전시된 도자기에 한참 머물렀던 기억이 나네요.
저는, 백자보다는 청자가 더 좋은데 미술 작품도 시대나 역사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이 책 읽고 싶네요^^

hnine 2024-04-04 02:03   좋아요 2 | URL
영국박물관 중국관, 눈이 휘둥그래지지요. 저도 그랬고, 우리 나라랑 비교하고 그랬답니다.
우리 나라에서 국보급 유물들은 그와 거의 흡사한 형태의 유물들이 중국이나 일본에서도 발견된 것을 보고 실망하기도 하고 그랬고요.
이 책 아주 쉽게, 말하듯이 쓰여있어서 읽기 어렵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