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언제 예술이 되는가 작가수업 1
김형수 지음 / 도서출판 아시아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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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수라는 작가는 전자책으로 다운받아놓고 아직도 다 읽지 못한 소설 <조드>라는 소설로 처음 알게 되었다.

몽골의 테무친의 일대기를 소재로 한, 방대한 양의 방대한 공간적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소설이라거,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구입해서 읽어야겠다는 핑계로 밀어놓고있다가 이 책을 먼저 읽게 되었다.

<삶이 언제 예술이 되는가>라는 제목이 진지하고 다소 무거워보이는데 비해 내용은 꼭 무겁지만은 않았다. 아마 문학을 전공하지 않는 사람도 독자에 포함시켜 이해하기 쉽게 하자는 의도가 있었던 듯 하다.

제목에서 부터 삶과 예술은 서로 다른 분야가 아니라 서로 유기적인 관계에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음을 알 수 있고, 그렇게 평소에 알고 있기도 했는데, 제목을 더 들여다보면 작가가 무슨 말을 하고 싶어하는지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예술이 삶을 소재로 하고 있고, 삶과 분리된 예술은 상상하기 어렵다면 그럼 모든 삶이 예술로써 이야기 될 수 있는가?

어떤 삶을 예술 작품, 특히 문학으로 작품화할수 있으려면 어떤 요소들이 필요한가.

 

문학은 성격 창조를 통해서 인간 문제에 답한다. 성격 창조에 실패한 작품을 문학사적 지평 위에서 논할 수는 없다. 이것이야말로 문학의 인간학적 가치가 아닐 수 없다. 이렇게 살아있는 성격을 그리는게 문학이라는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앞으로 창작 활동에서 숱한 방황을 거듭하게 된다. 어떤 작가가 창조하여 세상에 던진 인간형이 당대 사회의 곤혹과 딜레마를 관통 하는가 그렇지 못 하는가를 묻는 것만큼 중요한 질문은 없다. 다른 요소들의 뛰어남은 그에 비하면 부차적인 것에 불과하다. (68쪽)

이 책에서 제일 중요한 한 대목을 꼽으라면 위에 인용한 부분을 꼽겠다. 문학은 인간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한다. 구체적인 성격 창조 없이 어떻게 삶을 얘기하겠는가.

 

글을 쓴다는 행위가 우리에게 주는 미덕은 무엇일까.

글쓰기가 가지고 있는 가장 놀라운 측면은 글 쓰는 행위 안에 세계를 인식하는 기능이 숨어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어떤 문제를 말로 설명할 때 그것의 맥락을 발견하게 되고, 글로 표현할 때 더 명료하게 아주 현장 검증을 하듯이 이해하게 된다. (74쪽)

글쓰기는 곧 '현장 검증'이라는 명쾌한 비유.

 

그렇다면 예술과 오락의 경계를 짓는 '형상화'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형상화는 예술 언어의 필요조건이다. 형상화의 목적이 성격 창조에 맞춰지면 예술이고, 오락적인 기능만 하고 있으면 예술이 아닌 것이다. (114쪽)

여기서 '형상'이란 바깥으로 드러난 모양을 말하는 것인데, 형상의 반대편에 있는 것은 '추상'이 아니라 '개념'이라고 앞에서 미리 설명해놓았다 (101쪽). 요즘 비어적인 표현으로 '느낌적인 느낌'이라는 말을 종종 듣는데, 이런 느낌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표현하여 드러내는 것을 '형상화'라고 한다고 이해했다. 그런데 형상화한다고 해서 모두 예술이 아니라, 그것의 목적이 성격 창조에 맞춰질때 예술이 된다는 것이다. 조금 어려운 말이다. 형상화하는 방법으로 음악은 소리를 사용하고, 문학은 문자를 이용한다. 문자를 이용해 세계의 형상을 그리고 인간형을 창조하는게 가능해지는 것이다. 그 한 예로서 저자는 송기원의 작품 <월행>을 들어 설명했다. 월행이란 달밤에 걷는 걸 뜻하는데 좌익활동을 하여 온 가족이 몰살당하게 한 사내가 나중에 몰래 성묘를 가는 풍경을 그리고 있는 내용이다. 여기서 작가 송기원은 단 한 글자도 이데올로기적인 냄새를 풍기지 않으면서 그것을 전면적으로 형상화하고 있다.

문학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스토리텔링을 들 수 있는데, 스토리텔링이 전부가 아니라 여기에 성격 창조, 인간형 창조가 들어가야 문학이다. 게임스토리가 문학이 될 수 없는 이유이고, 위에 인용한 오락적 기능만 하고 있는 형상화는 예술이 아니라고 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 외, 짤막하나마 절묘한 비유들이 여기 저기 많았는데, 정서불안이 생기는 것을 서정이라고 한다며, 조금 다듬어서 말하자면 객관 세계에 의하여 환기된 감정, 이것이 바로 서정이라고 한다고 했다. 또한, 서사적 방식이란 단일한 상황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는, 끝없이 변화 발전하는 상황을 연결시켰을 때에만 통하는 전달 방식을 의미한다고 했다. 그래서 서사의 핵심은 '우여곡절'이라고. 그래서 세상사의 곡절들을 잘 읽고 그리는, 또 그것에 실감을 부여할 줄 아는 사람이 서사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했다.

 

이 책과 짝으로 읽을만한 저자의 또다른 책으로 <삶은 어떻게 예술이 되는가>가 있다. 아마도 저자의 소설 <조드>를 마저 읽는게 더 먼저일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며 저자의 그 소설이 매우 여러번 떠올랐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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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18-02-21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감명깊게 읽었어요^^

hnine 2018-02-21 23:43   좋아요 1 | URL
고양이라디오님, 이분 소설 <조드>도 혹시 읽어보셨나요? 전 그 책 읽다가 스케일하며 문체, 서사가 만만히 읽을 수준이 아니기에 읽다가 멈춘 상태라서 이 책도 읽기 전에 좀 망설였었어요. 읽기에 너무 무거운 내용일까봐요. 그런데 아주 이해하기 쉽게 쓰셨더라고요. 비유도 잘 하시면서요. 소설도 혹시 안읽으셨다면 권해드려요. 저도 다시 읽어보려고 해요.

고양이라디오 2018-02-21 23:52   좋아요 0 | URL
전 반대로 이 책을 읽고 <조드>를 접했습니다. 조금 읽다가 다른 책들에 밀려서 보류해둔 상태입니다. 다시 읽어보고 싶으면서도 큰 동기는 생기지 않아서 계속 보류상태입니다ㅎ

같이 다시 읽어볼까요ㅎㅎ?

hnine 2018-02-22 07:21   좋아요 1 | URL
예, 읽다가 말기엔 너무 아까운 소설입니다.
읽고 나면 몽골에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것 같아요.
 

 

 

 

 

 

눈온것도 모르고 자기 전에 한바뀌 휘 돌자고 나갔던 어느 날 밤.

저렇게 하얗게 눈이 덮이도록 나는 그것도 모르고 집안에서 뭐했대...

 

이제 다음 겨울이 올때까지 눈은 또 안오겠지?

 

 

 

 

 

 

 

 

 

지난 주말 오후, 동네 한바퀴 돌고 있는데 앞서 가던 남편이 외친다.

"폭포가 얼었다!"

폭포라고 하기엔 규모가 작지만 떨어지는 물이 얼어있으니 폭포는 폭포이다.

문득 폭포가 어는 과정이 궁금하다.

계속 떨어지고 있는, 움직이는 물이 어는 과정이란 어떨까.

 

 

 

 

 

지금 우리 아파트가 있는 곳에서 조금 나가보면 사람이 사는지 안사는지 모르는 지역이 나온다.

개발 소식이 돌면서 대부분의 주택이 철거되었거나 철거중이고, 그 와중에 보상을 바라고 변변찮게 지어진 가건물, 허물어져 내린 담벽만 남은 집, 생활 쓰레기 더미 등, 분위기가 묘한 곳이다. 

 

어슬렁어슬렁 걸어 지나가다보면 사람은 거의 안보이는데 여기 저기서 개소리만 컹컹 들린다.

내가 지나가는 것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저 개.

저렇게 빤히 바라볼뿐 짖지도 않았다.

 

 

 

 

 

 

한때 어느 꼬마의 단짝이 되어주었을 자전거.

 

 

 

 

 

 

낮은 지붕의 집과 수직으로 뻗은 나무가 마치 좌표의 X축과 Y축을 떠올리게 한다.

그것때문에 찍은 사진은 아니고, 오랜만에 본 연탄을 담기 위해서였다.

하얗게 연소된 연탄.

'전 제 할일 다 했습니다.' 라고 하는 것 같다.

 

 

 

 

 

 

 

 

 

 

아들한테 밥 짓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전기밥솥은 사용하지 않으니 압력밥솥으로.

이런 것도 기념사진이라고 찍고 싶어하는 건 엄마라는 사람밖에 없을 것이다.

 

밥보다 쉬운 우동 끓이는 방법은 아들이 초등학생때 가르쳐주었는데, 그때 우동 포장지에 써있는대로 물의 분량을 보여주느라고 계량컵을 사용해서 보여주었더니, 열여덟살이 된 지금도 아들은 우동 끓일때 꼭 계량컵으로 물을 재서 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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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2-2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도 연탄 떼는 집이 있다는 게 놀랍기도 하고
옛 생각도 나고 그러네요.

아드님한테 밥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셨군요.
잘하셨습니다.
그 정도는 기본으로 알고 있어야죠.^^

hnine 2018-02-21 14:42   좋아요 0 | URL
그럼요, 밥하기는 기본이죠. 남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서요.
기회가 왔을때 바로 가르쳐 주고 싶어서 쌀을 불리는 시간을 생략하고 씻어서 바로 했는데 그래도 밥이 먹을만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불리지 않고 밥해보긴 처음이거든요 (저도 참 고지식~ ^^)
연탄을 오랜만에 보니 반갑기도 하고, 사람들 기억속에서 점점 사라져가는 저 연탄에 의존했던 지난날이 떠오르기도 해서 남편이랑 한참 옛날 이야기를 했답니다. 연탄가스 마시고 동치미 국물 마셨던 추억도 빼놓을 수 없지요 ^^

책읽는나무 2018-02-21 18: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계량컵을 아직도 사용하는 아드님의 모습이 귀엽습니다ㅋㅋ
하지만 지금은 밥도 앉히고!!!!
다 키우셨네요^^
어느 날 지인과 저녁 맞춤 시간에 집에 급히 들어가는데 지인은 이제 중1짜리 아들한테 밥 좀 밥솥에 앉혀 달라고 전화하는 소리에 좀 놀랐던 적 있었어요.
그때 나도 아들 밥 하는걸 가르쳐야겠다고 생각을 했었는데 잊고 있었네요^^

밥이 찰지면서 고슬고슬 맛나 보이네요^^

hnine 2018-02-22 07:24   좋아요 0 | URL
처음에 어떻게 배우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요리는 창의다! (창의력을 키우는데 짱이다) --> 평소 제 주장이랍니다 ^^
요리까지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누가 차려주지 않으면 제대로 한끼 식사도 못하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될것 같아서요.
사진 속의 저 밥은 바로 아들 뱃속으로 다 들어갔기때문에 저는 맛을 못봤지만 보기엔 괜찮아보이죠? ^^

2018-03-06 14: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3-07 2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목이 마이크롭 앤 가솔린 (Microbe and Gasoline) 입니다.

Microbe 라는 건 '미생물'이라는 뜻이지요. 키가 작고 소심한데다가 생김새까지 여자 같은 주인공 다니엘을 놀리느라 부르는 이름이지요.

Gasoline은 우리가 아는 자동차 기름 개솔린인데, 테오에게서 늘 자동차 기름 냄새가 풍긴다고 해서 놀리며 부르는 이름이랍니다.

그러니까 제목<마이크롭 앤 가솔린>은 영화속 두 주인공인 다니엘과 테오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방년 15세된, 아직 어른이 되기전의 어정쩡한 시기를 통과하고 있는 두 소년이지요.

 

2015년에 만들어진 프랑스 영화이고, 우리나라에선 2016년에 개봉했다는데 그때도 관심 영화로 찜해놓았다가 못보고 지나쳤던 기억이 있습니다. 오늘 새벽에 결국 다운받아 보았어요. 제가 유독 요만한 나이의 주인공들이 나오는 영화를 좋아합니다. 역시 이 영화도 제가 찾는 재미, 그러니까 굳이 파도일 필요없이 잔물결 같은 잔잔한 감동이 있고, 그 속에서 지나치기 쉬운 인생의 진실 한 자락을 펼쳐내 일깨워주는 영화였습니다.

 

 

 

 

 

포스터 속의 저 물건(?)은 다니엘과 테오 둘이서 만든, 집처럼 위장이 가능한 49cc짜리 자동차랍니다.

창문도 달고, 그 아래 화분까지 달아놓은 걸 보세요.

이걸 타고 둘은 어디까지 갔을까요. 물리적으로 나아간 거리보다 정신적인 성장의 길이기 더 크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이런 삐딱거림과 좌절, 무모해보이는 도전을 겪어내면서 성장할 수 있다면 그 당시엔 잠시 루저처럼 보일지라도 나중에 나약하고 유리멘탈 어른이 되지 않고 탄탄한 정신 근육을 지난 어른으로 커갈수 있는 바탕이 되지 않을까요.

그렇지 못했고, 그러지 못하고 있는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안타까울 뿐 입니다. 어른들이 그걸 가만 두고 보질 않아요.

 

거짓말하고 집을 나가 연락도 안되어 엄마 속을 그렇게 태우다가 어느 날 아침 천연덕스럽게 집으로 돌아와 식탁에 앉아 아침을 먹고 있는 아들 다니엘을 본 엄마의 반응은 어땠을까요? 혹시 이 영화를 안보신 분들이라면 보기 전에 나라면 어땠을까 한번 상상해보고 영화를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이노무 자식!!!" 하고 등짝부터 한대 쳤을까요? ^^

 

아무리 영화라지만 청소년들의 저런 시기를 민감하게 대처하지 않고 어느 정도의 너그러움과 이해로 받아들여주는 프랑스 사회, 그들의 부모들의 태도로 감상을 마무리하는 걸 보면 저는 어쩔 수 없이 대한민국의 부모된 사람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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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을 이틀 앞두고 당일치기로 강릉에 다녀왔다.

차례를 우리 집에서 모시는 입장에서 추석이나 설 연휴에 장보러 마트가는 것 외에 다른 어딜 간다는 건 꿈도 못 꾸고 살았는데 올림픽이 뭔지,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올림픽인데 당일로라도 보러 갔으면 좋겠다는 아들의 제안때문, 아니 '덕분'이었다.

평창에서 하는 경기는 밤 경기 밖에 표가 없어서 그날로 돌아와야 하는 우리는 강릉 경기장에서 저녁 7시에 하는 여자 스피드 스케이팅 표를 인터넷으로 구입하고 강릉으로 출발.

  

하늘이 잔뜩 흐려있건 말건, 다녀온 다음 날 하루는 앉을 사이 없이 차례 음식 몰아서 해야하건 말건, 일단 명절 연휴에 바깥 바람 쐬러 나간다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기분.

 

 

 

 

 

 

평창 휴게소, 강릉 휴게소 푯말을 보고 감격하는 내 자신이 참 딱하기도 했다. 난 그동안 창살없는 감옥에서라도 살아왔던 건가? 그런 감옥이 있다면 그건 아마 내 손으로 만든 감옥이겠지 라고 생각하니 괜히 더 억울하고 더 한심하고.

나보다 연세 많으신 분들이 하시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여행은 가슴이 떨릴때 해야지 다리가 떨릴때 하면 아무 소용 없다고. 몸이 건강할때, 다니는 것이 힘에 부치지 않을때 하라는 얘기다.

 

 

 

좌석에 앉아서 경기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면서 찍어본 경기장 전경.

 

 

 

 

훌륭하다!

 

 

우리 좌석 옆에 네덜란드 응원단이 많이 와 있었는데, 단체로 감귤색 옷을 입고 있어 눈에 확 띄었다. 등 뒤에 새겨넣은 저 사람이 누굴까 궁금했는데 궁금증은 경기가 시작하면서 바로 풀렸다. 이번에 네덜란드에서 출전하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 선수인데, 강력 우승 후보였나보다. 그런데 경기 중반까진 이 선수가 1위이다가 최종적으론 네덜란드 출신 다른 선수가 올림픽 신기록을 기록하면서 1위를 하고 이 선수는 4위에 그쳤다. 2, 3위는 모두 일본 선수가 차지, 우리 나라에서 출전한 김현영, 박승희 선수도 열심히 했으나 등위에 들지는 못했다. 열심히 해준 우리 선수에게도, 또 우승한 다른 나라 선수에게도 아낌없는 박수와 환호를 보내주었다.

 

 

 

 

 

 

 

트랙을 다 돌고 모든 선수들이 한 바퀴를 더 돌면서 인사를 한다.

그때 찍은 우리 나라 김현영 선수.

 

 

 

 

바깥쪽 트랙을 돌고 있는 선수가 박승희 선수.

 

트랙의 직선 코스와 코너에서 선수의 손놀림, 발 동작 등 몸 자세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이번에 처음 알았다. 왜 그래야 하는지도.

 

 

 

금메달 획득한 네덜란드 선수.

우리가 앉은 좌석이 네덜란드 응원단 좌석과 가까이 있어서 앞에 와서 국기 들고 답례하는 모습을 가까이서 찍을 수 있었다.

 

 

보는 대상이 그 무엇이든 현장에서 직접 보는 것은 기운과 의욕을 덤으로 준다. 잡념과 망상을 잊게 해준다.

 

경기를 다 보고 셔틀을 타고 주차장으로 와 집으로 향하는 시동을 건지 4시간 넘게 달려 집에 도착한 것은 다음 날 새벽 2시.

 

1988년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을 개최할때 나는 대학교 4학년. 온 나라가 올림픽으로 들썩 거렸지만 지금도 그렇지만 그때도 스포츠에 대해 잘 모르고 잘 못하는 나는 별로 즐기지 못했었다. 그저 무사히 잘 끝나기만 바랐던 기억이 있는데 나이 오십이 넘어 본 이번 2018년 올림픽은 잊지 못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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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8-02-18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tv로 본 나와 다르게 현장에서 본 후기를 보니 더 생생하네요!!♥
현장에서 느끼는 기운은 대단할 거 같아요. 감동도 더 크고 찐하게 오래 기억되겠어요. 덕분에 설 준비하는 손길도 즐거웠을 듯...^^

hnine 2018-02-18 11:50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tv로 보는게 더 가까이서 자세히 볼수는 있겠지만 현장에서 받는 그 기(氣)는 따라올 수 없는 것 같아요. 연극, 무대, 시장, 여기에 이제 스포츠 경기장을 더해야겠어요 삶의 의욕이 떨어질때 가보면 좋을 곳으로요.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 최선을 다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딴 생각 할 여지를 안주거든요.

책읽는나무 2018-02-18 14: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직접 가서 보셨다니 부럽습니다^^
열기가!! 열기가!!
더 생생하게 느껴지는 듯 합니다.
모든 경기가 마찬가지지만 정말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경기들이에요.
선수들 다치지 않고 경기 잘 치뤘음 좋겠어요^^

hnine 2018-02-18 19:09   좋아요 0 | URL
직접 눈 앞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정말 오랜만에 보았지요. 우리나라에서 올림픽이 또 언제 열릴지 모르느데 한번 가서 보고 싶다는 아들의 말에 남편이 두말 않고 나서더라고요. 오전에 근무를 마치고 점심도 간단히 먹고 출발했답니다. 자고 오지는 못해도 경기 시작전에 근처 구경이라도 하려고 했는데 바람이 그날 너무 많이 불어서 행사장도 다 폐쇄가 되었지요. 저녁도 경기장내 스낵 코너에서 간신히 요기만 했어요.
참가한 선수들 기록 차이가 대부분 1초 내외더라고요. 그 짧은 시간의 차이로 금메달부터 10위권 까지 차이가 나는 걸 보니 더 안타깝기도 하고 더 대단하기도 하고 그랬어요.
정말 좋은 경험이었어요. 운전하는 남편이 힘들었고 세사람이 움직이느라 티켓 값이 장난 아니었지만요 ^^

서니데이 2018-02-1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강릉 아이스아레나 에서 직접 보셨군요. 부럽습니다.
사진을 보니 선수가 잘 보이는 가까운 쪽에서 관람하신 것 같은데요.
실제로 보고 오셔서 더 좋으셨겠어요.
오늘로 연휴 마지막 날이네요.
즐거운 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18-02-18 19:14   좋아요 1 | URL
아들이 가고 싶다고 안했으면 저나 남편이나 생각도 안했을 일을 벌이고 말았지요 ^^
덕분에 아주 좋은 시간이었답니다. 그것도 명절을 코앞에 두고 말이예요.
이제 연휴 마지막날 밤이 되고 나니, 비로소 본격적인 2018년이 궤도에 오른 느낌이네요. 심기일전! 1월1일 스타트가 좀 미진했다면 진짜 본격적인 출발을 해볼 기회로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경기장에서 보니까 잘못된 출발로 인해 (false start 라고 하더군요) 다시 출발하도록 하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제가 계획해놓은 일들이 대개 3월에 시작하기 때문에 저는 좀 더 여유를 부릴려고요 ^^
서니데이님,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nama 2018-02-18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창살 없는 감옥같은 ‘직장‘이라고 생각했는데요.^^
네덜란드 사람들은 오렌지색을 선호해서 축구팀도 오렌지색을 사용한다나요. 발음이 비슷한 오렌지공인가 하는 실존 인물이 네덜란드 독립에 지대한 공을 세워서 그렇게 됐다고 하는데...여기까지만 알고 있어요.
스포츠는 역시 현장에서 즐겨야 되는가 봐요.
다리가 떨릴 날이 금방 옵니다. 가슴이 떨릴 때 부지런히 다니면 다리가 떨리는 날이 도래해도 덜 억울할가요?

hnine 2018-02-18 19:23   좋아요 0 | URL
직장도 아니고 내 집이 감옥이라는 생각이 들지 몰랐어요. 이제는 맘만 먹으면 언제고 나서면 되는데, 힘들게 뭘 가나, TV로 걸어서 세계속으로 보면 되지...이렇게 게으름 부린 제 탓인데, 같이 가자고 안해주는 남편 원망만 하고 있다니까요 ㅠㅠ
아, 네덜란드 사람들이 오렌지색을 선호하는군요! 몰랐어요. 그것도 처음엔 프랑스 사람들인줄 알았어요. 국기가 비슷해서요. 프랑스 국기가 세로로, 네덜란드 국기는 같은 삼색이 가로로 있다는걸 혼동했지 뭡니까.
nama님 덕분에 제 호기심이 더욱 발동. 검색해보니 Oranje-Nassau가문이라고 나오네요. 스페인으로부터 네덜란드 독립에 공을 세운 가문이라고요. 저는 우연히 이번에 단체복으로 채택한 색이 오렌지색인줄 알았는데 이런 배경이 있는 줄이야!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8-02-18 18: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02-18 19:30   좋아요 0 | URL
아~ 고맙습니다. 평소에도 워낙 오자 만발인 제 페이퍼이긴 하지만 덕분에 금방 고칠 수 있었어요. 이렇게 자세히 읽어주시다니, 고맙기도 하고 감동이네요.
명절 준비 앞두고 지레 기분이 가라앉아 있었어요. 일도 일이지만 친정 아버지 생각도 나고 해서요. 그런데 하루 바람쐬고 오니 금방 기분이 나아지네요. 아들은 하루 정도 묵으면서 더 구경하고 싶어했지만 저는 당일치기로 다녀온것만 해도 어찌나 기분이 좋던지요.
사진은 더 찍긴 했는데 사람들 얼굴이 너무 뚜렷이 나온것들이 많아서 저것만 올렸어요. 그리고 뭐 더 대단한 사진들도 아니고요 ^^
고맙습니다~~
 
아버지의 유산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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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읽은 그의 소설 <에브리맨>도 죽음으로 시작하더니 자전적 에세이라는 이 책도 역시 죽음에 관한 책이다. 우리 나라엔 2017년에 번역되어 소개되었지만 원래 1991년 나온 책이니 나온지 꽤 된 셈이다.

미국의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중 한 사람으로 꼽히는 필립 로스가 1933년생이니까 올해로 여든 넷. 이 책에서 그의 아버지가 죽음을 선고 받은 나이와 비슷한 나이에 이르렀다.

안면마비로 시작된 그의 아버지의 증세는 뇌종양, 그것도 악성 대형 종양으로 밝혀지고 어떤 치료 방법도 별로 낙관적이지 않다는 선고까지 듣게 된다. 살아나도 힘들게 버티는 날들만 남아있을 것이라는.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더욱' 힘들어질 수 도 있으니 희박한 가능성을 가지고서라도 수술을 하겠는지 결정하라는, 의사의 절망적이고 솔직한 소견에도 아버지는 조금이라도 더 살고 싶어하는 마음을 숨기지 않는다.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나빠져가는 몸 상태로 인해, 받아들이기 어려운 현실을 받아들여만 하는 아버지를 찾아간 저자는 방에만 처박혀 있지 말고 같이 산책을 하자고 제안하는데 아버지는 방의 커튼을 다 내린채 괜찮다며 혼자 있고 싶어하는 대목이 나온다.

줄여서 옮겨 본다.

"자, 스웨터를 입고 운동화를 신으세요. 아름다운 날이라 이렇게 안에만 앉아 있을 수는 없어요. 커튼까지 다 내리고 말이에요."

"나는 안에 있어도 괜찮아."

그 순간 나는 아버지에게 네 단어, 그전에는 평생 아버지에게 해본 적이 없는 네 단어를 내뱉었다.

"제가 하라는 대로 하세요."

그것은, 그 네 단어는 먹혔다. 나는 쉰다섯이고 아버지는 여든일곱이 다 되었고, 때는 1988년이다.

"제가 하라는 대로 하세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아버지는 그렇게 한다. 한 시대의 끝이고, 다른 시대의 새벽이다. (94쪽)

필립이 아버지에게 말한 네 단어란 아마도 Do as I say 정도이겠지. please 도 없는 그야말로 명령문.

자식이 부모에게 지시와 명령을 듣던 시기를 살다가 거꾸로 자식이 부모에게 지시를 하는 때, 해야만 하는 때가 온다. 부모가 자식에게 의존해야하는 시기가 왔다는 뜻이다.

혼자 걷기도 힘들어지고 백내장으로 잘 보이지도 않게 된 아버지가 어느 날 아들 집 화장실에 혼자 갔다가 온 화장실 바닥이며 벽, 변기, 수건에까지 똥으로 범벅이 되게 해놓은 것을 아들 필립이 뒤늦게 발견하고 그것을 치우며 필립은 생각한다. 그것이 나의 유산이라고. 돈이 아니라, 어떤 특정 물건이 아니라, 똥이.

유산이란 부모가 남기고 가는 모든 것이다. 원해서 남겨주고 가는 것도 있지만, 원하지 않아도, 받고 싶지 않아도 남겨주고 가는 것, 물려 받게 되는 것들도 모두 포함되는 것이다.

후반부에 오면 역시 생명연장장치 이용에 대한 동의와 관련된 내용이 나온다.

죽음의 시간이 가까와오고 더이상 비참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른 아버지의 얼굴은 움푹 파이고 망가진 가운데 저자는 아버지의 얼굴에 입술을 갖다 대고 간신히 마지막이 될 말을 속삭인다. "아버지, 보내드릴 수 밖에 없겠어요." 라고.

 

나는 진즉부터 이 책이 읽고 싶으면서도 아직도 수시로 밀고 들어오는 슬픔과 아픔 때문에 손에 책을 잡기까지 시간이 꽤 흘러야했는데, 정작 읽어보니 작가는 비교적 감정 표현에 지나치지 않았고 (절제를 잘 했고), 작가도, 그리고 그의 아버지도 바탕에 유머와 재치가 번뜩이는 사람들이어서 책 내용이 너무 어둡고 처지기만 하진 않았던 것 같다.

 

2012년에 이미 이제 더이상 글을 쓰지 않겠다고 선언한 필립 로스.

작가로서, 그동안 써온 작품들로 만족을 하기란 얼마나 쉽지 않았을까. 새로운 걸 더 쓰기보다는 정리하고 회고하며 시간을 보내겠단다.

그동안 살아온 날들로 만족을 하기란 또 얼마나 쉽지 않을까. 어느 시점이 오면 욕심을 줄이고, 가진 것을 내려놓고, 삶을 단순화하며 마무리하겠다는 결심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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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2-13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기가 쉽지는 않겠어요.
가끔 사람은 왜 자식을 낳고자 하는 걸까를 생각해 봅니다.
아무래도 죽을 때 외롭지 말라고 그런 건 아닌가 싶기도 한데
자식의 입장에선 좀 버겁기도 하겠죠?
이런 책 읽으면 남의 얘기 같지 않고 될 수 있으면
저만치 밀어두고 싶기도 해요.

hnine 2018-02-13 19:29   좋아요 1 | URL
자식이 있으면 죽을때 덜 외로울까요? 오히려 더 생에 미련이 남을까요. 저도 아직 안겪어봐서 모르겠네요 ^^
저도 저만치 밀어두고 있었는데 눈에서 멀어져도 머리 속에선 지워지지 않더라고요. 결국 읽고 말았는데 생각만큼 그렇게 무겁진 않았어요 (stella님도 읽으셔도 좋을 듯). 오히려 작가의 나이가 있어서 그런지, 아버지를 보는 아들의 입장이어서 그런지, 생각보다 담담하고 절제도 잘 하고, 절망적인 순간에도 서로 농담도 주고 받는 여유를 보이기도 하고, 그렇더라고요.
필립 로스도 노벨상후보로 매년 거론되는 작가이니만큼 이 사람 작품들도 읽어볼 가치는 있는 것 같아요. 섬세하다기 보다 뭐랄까, 더 폐부를 찌르는 스타일이라고 할까요? 저도 이게 겨우 두권째 읽는 것이라서 잘은 모르겠지만요.

stella.K 2018-02-14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 좋은 작가죠!

서니데이 2018-02-15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즐거운 설연휴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