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예산 추사 고택은 추사 김정희가 태어나서 여덟살때 서울 큰아버지 댁으로 양자로 가기까지 자라던 곳이다.

고택 건물은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만 그 안에 있는 그림 한장은 국보 180호. 바로 세한도이다.

옆에는 추사기념관 건물도 따로 지어져 있다.

바로 위의 사진은 추사기념관에 그의 글씨가 새겨져 있는 연필통이 있길래 그 밑둥을 찍은 것이다.

 

추사고택은 들어가자 마자 사랑채,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면 안채, 더 들어가면 그를 모시는 사당 이렇게 세부분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건물이 주춧돌로부터 충분한 높이를 두고 세워져 있고, 너른 마당, 화려하지 않고 차분한 느낌때문에 몇백년 전 건물임에도 친근하고 또 오고 싶어지는, 편안한 느낌을 주는 곳이다. 그래서 나도 두번째 오지 않았나. 이번엔 기와를 유심히 보긴 했다.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도 있고 봉황, 도깨비도 새겨져 있는, 우리 나라 특유의 기와.

기와만 모아서 박물관을 만드셨다는 분 생각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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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수덕사에 다녀왔다.

나도 이번이 처음 방문은 아니고

워낙 다 알만한 건물들이기 때문에

사진만 올린다.

수덕사 입구 <수덕사 선(禪) 미술관>은 예전 방문때엔 없었던 것 같은데,

이응노 작품들이 주 소장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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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8-03-02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옛날에 문인들 자주 머물렀다던 수덕여관을 다녀오셨군요.
타임머신이 있으면 이곳을 한 번 들러보고 싶어요.ㅠ

hnine 2018-03-02 13:54   좋아요 0 | URL
수덕사에 들어가기 전에 미술관이 먼저 나오고, 수덕여관이 먼저 나오거든요.
다 들러보기 좋은 곳이랍니다.
아래에서 네번째 사진 수덕사 대웅전은 우리 나라 대표적인 목조건물중 하나라고 하고, 대웅전 측면 사진 (아래에서 두번째)은 우리 나라 고건축 양식에 많이 예시되는 사진이기도 해요.
종교와 무관하게 저는 절집 보러 다니는걸 좋아합니다 ^^
 

 

 

 

 

 

 

 

 

 

 

 

 

 

 

무쇠 같은 꿈을 단념시킬 수는 없어서

구멍난 속옷 하나밖에 없는 커다란 여행가방처럼

종자로 쓸 녹두자루 하나밖에 아무것도 없는 뒤주처럼

그믐 달빛만 잠깐 가슴에 걸렸다 빠져나가는 동그란 문고리처럼

나는 공허한 장식을 안팎으로 빛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모두 외롭다는 것은 알았어도

밥을 먹고, 걸음을 걷고, 산을 보곤 하는 것이 모두 외롭다는 것은 알았어도

저 빈 잔디밭을 굴러가는 비닐봉지같이

비닐봉지를 밀고 가는 바람같이 외로운 줄은 알았어도

알았어도

다시 외로운,

새로 모종한 들깨처럼 풀없이 흔들리는

외로운 삶

 

 

은하수야 새털구름아 어디만큼 가느냐

배거번드 (vagabond) 처럼 함께 흐르고 싶다

만돌린처럼 외로운 삶

고드름처럼 외로운 삶

 

 

 

 

= 장석남 시 <자화상> 전문 =

 

 

 

 

 

 

 

 

 

 

 

 

(서른 넷에 이런 시를 쓰다니

사람 마음이 꼭 생물학적인 나이대로 익어가는 것은 아닌가보다.

 

첫째연 굵은 글씨체 부분은 시인 자신을 비유했다고 생각되어 표시해본 것이다.

저 구절을 위해 시인은 언어의 바다 속을 짧지 않은 시간 헤엄쳐 다니지 않았을까?

여행가방. 그 안엔 속옷만 그것도 구멍난 속옷만 들어있는, 텅 비다시피 한 가방이고,

뒤주. 쌀이 가득 들어있는 뒤주가 아니라 밑천 종자로 쓸 녹두만 겨우 들어있는 뒤주이고,

문고리. 안이 비어있어 형체없는 달빛만 가끔 잠시 (겨우 그믐에만) 지나가고 마는 문고리이다.

 

단념시키지 못할 무쇠같은 꽃이

사람들 마음속 저마다 있을텐데

잊고 사는 경우가 대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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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비알 흙이

노랗게 말라 있다

겨우내 얼었다 녹았다 푸석푸석 들떠 있다

 

저 밭의 마른 겉흙이

올봄 갈아엎어져 속흙이 되는 동안

낯을 주고 익힌 환한 기억

땅속에서 조금씩

잊는 동안

 

축축한 너를,

캄캄한 너를,

나는 사랑이라고 불러야 하나

슬픔이라고 불러야 하나

 

 

 

= 고영민 시 <내가 갈아엎기 전의 봄 흙에게> 전문 =

 

 

 

 

 

 

(흙을 갈아엎는 일을 두고 이런 여릿하고 따뜻한 생각을 할수 있다는 것도 감동적인데,

생각에서 그치지 않고 이렇게 글자로 형상화시킬 수 있다는 것은 부럽기 그지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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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2-24 18: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가 편안하고 읽기 좋은 느낌이예요.^^
hnine님, 즐거운 주말 보내세요.^^

hnine 2018-02-25 07:36   좋아요 1 | URL
언젠가 고영민 시인의 시를 올렸더니 아는 분이라시며 댓글을 달아주셨던 알라디너분 생각이 나네요. 지금은 뜸하셔서 더 생각이 나요.
시인들은 보통 사람들이 갖고 있지 않은 눈이 또 하나 있는 것 같아요.
 

 

 

 

 

 

 

 

 

 

사흘 밤낮 꼬박 시를 쓰고 나서야 밥솥에 쌀을 안치고

김 모락모락 나는 밥솥을 바라보았다는 시인의 후기를 밥보다 먼저 떠 넣는다.

절망 없이 시를 만나고 눈물없는 연애를 꿈꾸고 기도 없이 천국에 이르려는 자의 얼굴이 호마이카 밥상에 비친다.

허기 없이 밥 먹은 지 사십 년 가까우니 나는 수십 마지기 논 하나 삼켜버린 셈이다.

앉은뱅이 밥상아, 아무래도 나는 잘못 살아왔다. 네 앞에서 끼니때마다 무릎 꿇는 게 아니었다.

가뭄 든 논바닥보다 더 가리가리 속을 쩍쩍 가르고서야 너를 만나야겠다.

안 되면 쟁기질로 생땅이라도 갈아엎고서 네 앞에 앉아야겠다.

우리 다시 생각해 봐 잠시 헤어져서 지내봐 … 간절함도 없이 너무 오래 사랑했잖아, 우리.

 

 

= 김해민 시 <절교선언> 전문 =

 

 

 

 

( 더 딱 달라붙기 위해 하는 절교선언이구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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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2-22 23: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트가 알라딘 다이어리 데일리 네요. 처음에는 줄 노트에 쓰신 줄 알았어요. 저도 이렇게 글씨를 잘 쓸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hnine님 좋은하루되세요.^^

hnine 2018-02-23 06:41   좋아요 1 | URL
쓰지 않은 해 지난 다이어리가 몇권 남아있어서 써보았어요.
음식을 꼭꼭 씹어 먹듯이, 꼭꼭 새기고 싶은 글은 입 대신 손으로 꼭꼭 눌러써보고 싶어져서요.
글씨는 써니데이님이 저보다 훨~씬 예쁘게 쓰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