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에 방울 같이 생긴 열매는 어제 길에서 주운 프라타너스 열매.

예전엔 참 흔했는데 요즘은 이마저 오랜만에 본 것 같아서 보는 순간 주워서 집에 까지 (서울에서 대전까지) 들고 왔다.

옆에 있던 친구에게 "포플라 열매다!" 라고 했는데

지금 검색해보니 포플라가 아니라 프라타너스.

정정한다고 지금 친구에게 문자보냈다 ㅠㅠ

 

솔방울은 벌써부터 우리 집 식탁 위의 소품으로 자리하던 것.

이제 옆에 친구가 생겼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페크pek0501 2018-04-15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멋지십니다.

hnine 2018-04-15 23:39   좋아요 1 | URL
솔방울에 붙어 있던 씨앗은 벌써 날아갔을테고요, 프라타너스 씨앗은 아마 저 방울 (!) 속에 들었을거라고 남편이 그러네요. 잘라서 속을 보려고 손으로 눌렀더니 딱딱해서 안 열리더라고요. 제가 만만히 봤어요.

[그장소] 2018-04-22 05: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저도 구경만 하고 주워와 본적은 없는데 가까이 보니 귀엽네요~^^ ㅎㅎㅎ

hnine 2018-04-22 10:12   좋아요 1 | URL
‘자세히 보아야 더 예쁘다‘ 뭐 그런거죠 ^^

[그장소] 2018-04-22 10:28   좋아요 0 | URL
네~^^
 
포스트모던 시대의 정신 - 인본주의적 가치의 붕괴와 후기 근대의 디스토피아
신정현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포스트모던 시대란 근대 모더니즘 시대를 지나 현재에 이르기까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를 말한다.

Modernity 를 '근대성'이라고 번역한다면 postmodernity 는 '후기근대성'이라고 번역할 수 있다.

'인본주의적 가치의 붕괴와 후기 근대의 디스토피아'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을 쓰게된 원천이 된 생각에 대해 머리말과 본문 에 다음과 같이 명시되어 있다.

나의 책 <포스트모던 시대의 정신>은 '현대 문명으로 창조되는 그 많은 행복감에도 불구하고 인간은 그 거대한 현대문명으로 왜 행복하지 못한가?'라는 물음에 대해 대답하려는 하나의 노력이다. (5쪽)

 

포스트모던시대를 정의하는 말은 아마 문화비평가의 수 만큼 다양할지 모르겠지만 일반적으로 서구 문화비평가들은 2차 세계대전 이후 '인류가 삶에서 행복을 잃었던' 반세기를 포스트모던 시대 (the postmodern age)'라고 부르고 이 시애에 대한 이념적 태도를 '포스트모더니즘'이라 부른다고 한다. 1,2차에 걸친 세계대전이 그만큼 사람들의 관점과 철학, 세계관을 바꿔놓을 만큼 충격적이었다는 말이 되겠고, 행복을 잃었다고 내린 정의는 지금까지 어떤 주의나 사조로도 극복이 되지 않고 있다. 과학과 문명은 말도 안되는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데 날이 갈수록 불행하고 허무해가는 것은 왜일까. 이제는 그것을 돌아봐야 할 때가 아닌가.
턱없이 광대할 수 있는 주제에 대하여 저자는 서론과 결론 외 다섯개 장으로 나누어 분석하였다.

서론: 포스트모더니즘의 정의를 위하여

서론이면서 이 책 전반에 대한 요약문이라고도 볼 수 있는 장이다. 포스트모던 시대가 오게 된 역사, 문화적 전조들에 대한 설명으로서, 인본주의와 계몽주의 사상이 서구 사상을 지배하게 되면서 신에 집중되었던 가치가 인간 중심으로 바뀌게 되고, 인간의 이성에 대한 믿음이 신에 대한 믿음의 자리를 대신하게 된 시대, 즉 근대에 대한 설명이다. 과학문명의 발달은 다른 어떤 주의나 사상으로도 비교될 수 없을 정도였으나, 결국 그것은 1,2차 세계대전의 참혹함과 비극을 낳았고, 이제 사람들은 계몽주의의 그 지나친 이성 중심 사상에 회의를 갖게 되었고, 계몽주의의 역설을 깨닫게 되었으며, 이것이 포스트모던 시대의 시작이 되었다.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이 출구없는 절대허무를 보여주고 있는 배경이다.

제1장: 포스트모던 문명의 전조들

계몽주의와 이성에 대한 과도한 믿음으로, 계몽주의의 역설과 포스트모더니즘 정신을 낳게 된 전조가 된 이 당시 인간들 마음 속에 들어있던 강박관념을 네가지로 분류해놓았다. 그것은 호기심 콤플렉스에서 비롯된 멈춤장치 없는 앎에의 욕망이 그 하나이고, 자기사랑 콤플렉스와 관련된 자기 파괴적 자기 사랑이 그 두번째. 세번째는 중심지향 콤플렉스인데 한가지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이 경우엔 도구적 이성) 모든 것을 그것에 맞춰 생각하고 삶을 획일화 규격화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문명 콤플렉스와 그로 인해 사람들 사이의 교감지수의 감소를 초래한 일을 들고 있다.

제2장: 포스트모던 문명 속의 디스토피아

근대문명이 가져다준 것은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가 아닐까 하는 생각의 싹은 근대에 이미 시작되었으나 근대에는 그래도 그 속에서 희망을 보았고 다시 유토피아로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찾고자 했다. 그러나 포스트모던 시대에는 이미 되돌이킬 수 없는 문명의 역설을 보았을 뿐 아니라 이것은 어떤 이즘이나 시대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의 본성 자체가 절대허무로 갈 수 밖에 없는, 비극적 존재라고 보는 것이 포스트모던 정신이라는 것이다. 기술문명 속에서 인간은 자유로와졌는가, 보이지 않는 더 큰 부자유로 옭아매게 되었는가 하는 문제, 소비주의가 다른 모든 가치관에 우세하는 사회, 이에 따라 주체적이 아니라 식민화되고 있는 자아를 초래하여 소비형 인간이라는 신종 인간을 탄생시켰다. 디스토피아적 현상들에 대한 일거이다.

제3장: 모더니즘 문학: 계몽의 역설에 대한 깨달음

중심지향 콤플렉스에 대해 1장에서 설명했듯이, 계몽주의에 대한 역설을 어렴풋이나마 자각하기 시작한 것이 여명기의 모더니즘이다. 길잃은 세대들 (the lost generation) 이라는 말이 나왔고, 예이츠, 로런스, 스티븐스, 조이스, 엘리엇, 포크너 등의 많은 모더니즘 문학을 낳았다. 이 장에서는 주로 모더니즘 문학의 예를 들어 포스트모더니즘의 전조가 된 모더니즘을 설명하고 있다.

제4장: 포스트모던 시대의 문화비평가들

개인적으로 제일 읽기 힘들었던 장. 앞의 장에서도 여러 철학가의 사상을 설명하긴 했지만 포스트모던 시대의 문화비평가들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은 쉽지 않다. 이 장에서는 리오타르, 데리다, 라캉, 푸코를 대표적으로 포스트모던 시대의 문화비평가로 들어 그들의 주의를 설명해주고 있는데, 이들은 합리와 과학에 대한 광신적 믿음을 해체하고자 했고, 존재의 본질은 필연이 아니라 우연, 조리가 아니라 부조리, 선이라기 보다 악, 창조와 발전이 아니라 엔트로피, 연속이 아니라 불연속, 확실성이 아니라 불확실성임을 밝혀내고자 하였다.

제5장: 포스트모더니즘 문학: 출구 없는 절대허무

포스트모더니즘 정신과 문학을 나타낸 말로 이 책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용어가 아닌가 한다. 절대허무, 또는 행복의 레시피가 없는 세계.

포스트모더니즘을 대표하는 문학으로 베케트의 부조리극 <고도를 기다리며>, 핀천의 <49호 품목의 경매>,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로웰의 고백시, 보르헤스의 마술적 사실주의를 예로 들어 설명하였다.

결론: 포스트모더니즘이란 무엇인가?

결론으로서의 포스트모더니즘 요약이다. 서구 계몽주의 역사의 가장 큰 태생적 결함을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의 주인공 오이디푸스가 지녔던 인지적 결함에 비유하였다. 계몽주의 역사가 이성에 대한 믿음에의 오만으로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은 오이디푸스의 계몽적 삶이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과 흡사하다는 것이다. 20세기의 역사를 앞에 놓고 현대인들이 창조해낸 기술문명, 소비주의 문명, 세계화 문명 등 그 엄청난 문명에도 불구하고 왜 인간들은 행복하지 못한가에 대한 물음은 문학과 철학과 역사에 있어서의 모더니스트들과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이 감당해야 했던 가장 본질적인 물음이었다고 하면서, 서구 근대에 일어난 계몽의 역설로 인간이 불행하다면 그것을 되돌리거나 멈추게 할 수는 없을까 하는 것이었는데, 포스트모더니스트들은 그것 자체가 의미없음을 보여주었다. 차라리 인간의 삶에 원래부터 내재된 비이성과 부조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절대이성의 탈을 쓰고 전체주의적 권력을 휘두르는 어느 하나의 비이성적 이성에 묶여 살지 않기를 바랐다.

 

이렇게 요약하고 넘어가기엔 이 책의 내용은 매우 광범위하고 예를 들어 설명한 문헌만 해도 방대하다. 영문학을 전공한 저자의 저서이지만 이 책은 문학에 관한 책이 아니라 문화비평서에 가깝다고 생각된다.

각 내용에 적절한, 적절하다못해 절묘하다는 생각마저 드는 인용, 그리고 문학 뿐 아니라 많은 철학 서적이나 문헌들의 인용이 이루어진 것은 이 책의 가장 두드러진 점이자, 나 처럼 전공자가 아닌 사람에게 쉽지 않은 분야지만 몰입하여 읽게 하는 이유라고 생각된다.

아쉬운 점이라면 주관성이 너무 드러나는 기술 방식이라고 하겠는데, 그것은 이것이 인문학 서적이기 때문인지, 수년간 자연과학을 공부했던 사람의 입장에서 읽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근대 이전, 과거 과학 기술의 발달이 덜 이루어졌을 당시 인간의 삶은 그럼 행복했는가? 과학은 감정의 무절제함, 무방향성을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눈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또 하나의 철학을 탄생시키지 않았는가. 과학을 곧 기술, 문명이라고 보는 단순화도 피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기술에 대한 맹신, 맹목적 환상을 품고 그 이면을 보지 못한 인간의 어리석음을 과학 자체에 대한 오류로 보면 안된다는 생각이다.

 

최근 들어 가장 몰입하여 읽은 책이고, 그럴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보는 책이다. 담긴 내용도 내용이지만 잘 정제되고 다듬어진 문장들, 적절하고 절묘한 비유들이 많은 문장들은 읽는 동안의 기쁨을 배가하였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tella.K 2018-04-09 19: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이런 책을 읽으시는군요.
저는 더 이상 이런 딱딱하고 어려운 책은 못 읽을 것 같아요.ㅠ
제가 오직 읽고 싶은 책은 소설이죠.
꽤 오랫동안 소설을 읽지 못했습니다.
읽어도 새발의 피처럼 읽었죠.
안 읽은 책이 너무 많고, 시간은 너무없고 맨날 한숨만 짓고 있습니다.ㅠㅠ

hnine 2018-04-09 19:38   좋아요 0 | URL
딱딱하고 어려울 것 같이 생겼는데 (!), 전혀 그렇지 않았어요. 저도 원래 소설 좋아하는데, 소설이 단지 스토리전달만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속의 의미를 알고 읽으려면 그 시대 정신을 알고 읽어야하겠더라고요.
그리고 정말 많은 문학 작품들이 인용되어 있어서 (소설은 물론) 소설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어 버렸습니다.
stella님도 충분히 읽으실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암만~ ^^

stella.K 2018-04-09 20:26   좋아요 0 | URL
암만~ㅎㅎ
근데 값이 장난이 아니네요. 왤케 비싸데요...?ㅠ

hnine 2018-04-09 22:13   좋아요 0 | URL
좀 비싸죠?

sonar119 2018-04-09 2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행복하세요

hnine 2018-04-09 22:14   좋아요 0 | URL
어이쿠, 감사합니다.
 

 

바로 어제 다녀온 곳 대청호.

내비게이션에 입력하면 집에서 40여분 밖에 안되게 나오는 곳이고,

이번이 처음 가는 것도 아닌데,

역시 이번에도 결국 목적지에 도착한건 집에서 나온지 2시간만이었던 길치 부부.

 

 

 

 

 

 

 

 

 

 

 

 

 

 

 

 

 

 

 

 

 

 

 

 

 

 

 

 

 

 

 

 

 

 

 

 

 

 

 

 

 

 

 

 

 

 

 

 

 

 

 

 

 

 

 

 

 

 

 

 

 

 

 

벚꽃 만발. 목련 반발.

길가에 가로수로 심어진 나무들과는 풍채가 다르다.

한자리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온, 버텨온, 연륜이 느껴져서

그냥 "예쁘다"라는 느낌에서 끝나지 않는다.

사람의 경우에도 오래 살아내고 난 사람에게서 모두 그런 느낌이 풍겨나올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일부러 멋을 부리지 않아도 풍겨나오는 인품, 성품 같은 것 말이다.

가끔 우리는 나무만도 못하다는 생각이 든다.

 

 

 

 

 

 

 

 

눈맞춤하고.

 

 

 

 

 

 

 

식당이 즐비한 가운데 눈에 띄는 카페가 있어서 들어갔다.

 

 

 

 

 

 

저 타이프라이터 옛날에 우리집에 있던 건데, 나에게 익숙한 물건들이 이제 일종의 앤틱이 되어, 인테리어 목적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자 반가움이 급 쓸쓸함으로.

 

 

 

 

 

 

 

 

 

 

 

 

 

정물화와, 그 모델이 된 정물을 함께 전시해놓은 것이 특이해서 찍어보았다.

 

 

 

 

 

 

 

 

 

 

 

 

 

 

 

 

 

 

 

 

 

 

 

 

 

 

 

 

 

생선 별로 좋아하지 않는 아들이 빠진 자리라서 오랜만에 점심으로 "쏘가리 매운탕"을 주문해서 먹었다.

까만 얼룩점이 박힌 물고기 "쏘가리".

이거 조선시대 분청사기에 그려진 물고기 모델이 되기도 했었다고 남편에게 아는 척 하며,

맵다 맵다 하면서도 맛있게 잘 먹다보니,

아들이 대여섯살 되었을때인가, 친정 부모님 모시고 여기 와서 매운탕 먹었던게 생각났다.

매운탕 좋아하셨던 아버지.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5)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세실 2018-04-08 2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청호엔 아직 벚꽃이 있군요.
청주 무심천엔 지난 비에 후두둑 떨어졌어요.
일주일도 채 가지 못하구...
저두 쏘가리 매운탕 안좋아해요.ㅎ

hnine 2018-04-08 23:04   좋아요 0 | URL
벚꽃엔딩 노래를 ˝좀비송˝이라고 한다면서요? ㅋㅋ 없어지지도 않고 해마다 계속 나온다고요.
벚꽃은 사람들의 주목을 두번 받는 것 같아요. 필때 한번, 질때 한번. 복 많은 꽃이죠.
저는 매운탕 잘 먹었었는데 갈수록 맑은 탕 (지리)를 더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저런걸 무슨 맛으로 먹지? 했던 음식을 말이죠. 그런데 어제는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지 맛있었어요.
 

 

 

 

 

 

 

 

 

 

 

 

 

 

 

 

 

 

 

 

 

 

 

 

 

 

 

 

 

 

 

 

 

 

 

 

 

 

 

 

 

 

 

 

 

 

 

 

 

 

 

 

고요에 드난사는 건 나뿐 아니지 싶다 곰비임비 헛발질이나 하면서, 순 흘림체로 물색없이 지저귀어 쌓는 무너밋골 소쩍새도 매한가지다 잘 마른 유기나 마블링이 근사한 꽃등심, 아니면 화려한 진사 때깔로 숨어 지내다가, 생각나면 닻별떼나 희치희치 비치는 어둠끼리도 그렇다

 

 

어차피 개구멍받이로 진배없지만, 고요에 염치불구 드난사는 것 중 상등품은 아무래도 빗소리다 지하철도 시내버스도 끊긴 밤, 후미진 변두리로 변두리로 옮기며 듣는 빗소리다 흰발바닥이나 보이며 놀다가, 쓰러진 자전거 바큇살을 적시고 수유사거리 안마방 찌라시를 적시고 새벽 두 시, 인사불성으로 집을 찾는 취객의 두 어깨를 가만가만 적시는 빗소리다 변두리마다 하루 걸러 이틀 사흘 놋낱같이 놋낱갈이 내리는 빗소리에 귀기울이면

 

 

드난사는 깜냥에 드난밥이나 축내며, 수척한 몸알이 괜시리 또 아프다 쥐뿔도 그리운 게 있을 리 없는데, 웃자랑 고들빼기처럼 허투루로다가 쇠기만 하는

 

 

 

 

=  오 태 환 시 <그 고요에 드난살다> 전문  =

 

 

 

 

 

  • 드난    드나들며 고용살이를 하는 일. ~꾼, 살다, 살이. (출전:도사리와 말모이)
  • 곰비임비    물건이 계속 쌓이거나 일이 계속 일어나는 모양. (출전:도사리와 말모이)
  • 닻별    카시오페아자리 (출전:네이버 국어사전)
  • 희치희치    1. 물건의 바탕이 드문드문 치이거나 미어진 모양. 2. 물건의 반드러운 면이 스쳐서 군데군데 벗어진 모양. (출전:도사리와 말모이)
  • 깜냥    일을 헤아려 해날 만한 능력. 지니고 있는 힘의 정도. (출전:도사리와 말모이)
  • 쇠다    1. 푸성귀 따위가 제철이 지나 잎이나 줄기가 뻣뻣해지다. 2. 제 한도가 지나도 점점 심해지다. 병이 덧나다. 3. 성질이 곧지 않고 비틀어지다. 4. 베어 둔 통나무 따위가 묵어서 나뭇결이 바르지 않게 되다. (출전:도사리와 말모이)

 

 

 

 

 

 

 

 

 

 

 

 

 

 

 

 

 

 

 

 

 

 

2주마다 진행되는 강의 들으러 서울 가는 날이 오늘인줄 알고,

고속버스 표는 어제 이미 예매해놓았고,

오늘 아침 화장도 하고, 옷도 챙겨입고, 가방을 챙기다가 강의 계획표를 보고 알았다. 오늘이 아니라 다음 주 목요일에 강의가 있다는 걸.

다시 옷을 갈아입으며 허탈한 마음에 출근 준비하는 남편에게 얘기했더니,
그 정도면 준수하단다. 자기는 그렇게 해서 서울까지 갔던 적도 있는데 뭘 그러냐고. 지인의 결혼식이라 옷까지 제대로 다 차려입고 갔더니 그 장소에 아무도 없더란다.

 

 

오늘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한다.

드난사는 것중 상등품은 빗소리라고 시인은 말했지만

새벽 두시 아니고 귀기울이지 않으면 빗소리가 잘 들리지도 않는 아파트 4층이지만

오늘 하루 종일 함께 할거라니

너는 오늘 내 친구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서니데이 2018-04-06 17: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손글씨 점점 더 예쁘게 쓰시는 것 같아요.
계속 쓰셔서 예쁜 손글씨 책을 쓰게 되실지도요.^^
오늘 비가 와서 기온이 조금 내려갔어요.
일교차가 큽니다. 감기 조심하시고, 좋은 하루되세요.^^

hnine 2018-04-05 19:09   좋아요 1 | URL
그렇게 봐주시니 고맙습니다.
점점 손글씨 쓸일이 없어지는 세상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서 일부러 저렇게 한번씩 써보게 되어요.
편안한 밤 되세요.

stella.K 2018-04-05 14: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거 웃으면 안 되는데 괜히 웃음이 나네요.
그래도 뭐 비가 h님 친구할 거잖아요.
비 오는 날 멀리 출타하는 것도 좀 부담되기도 하잖아요.
좋게 생각하시길...
음악 틀어놓고 막걸리에 부침개 안주삼아 혼자 무드 잡아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날씨어요.ㅎ

오늘 페이퍼는 마치 선물 받는 것 같네요. h님 육필도 그렇고 안경이...^^

hnine 2018-04-05 19:14   좋아요 0 | URL
웃으셔도 됩니다 ^^
오늘은 정말 하루 종일 비가 오네요. 강아지 산책을 못데리고 나갔더니 제가 현관 쪽으로 발길만 돌려도 뛰어서 좇아옵니다. 제가 나가는줄 알고 따라가려는 거죠.
제가 워낙 집에서 지내는 날이 많다보니 가끔 이렇게 멀리 갈 계획이 잡혀있으면 또 기다려지기도 하더라고요.
서울도 오늘 계속 비오지 않았나요? 이른바 봄비라는건데...
저기 사진 속의 안경은 돋보기랍니다 ㅠㅠ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비극을 연출한다

저기 햄릿이 점잖을 빼며 걷고 있다, 저기엔 리어 왕이,

저기엔 오필리아가, 아니 저기엔 코딜리아가.

그러나, 비극이 마지막 장면까지 이어지려면,

그래서 거대한 무대의 막이 내리기 위해서는,

그들의 연출이 의미 있는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배우는 흐느껴 울며 대사를 망쳐서는 안 된다.

비극의 주인공임에도, 햄릿과 리어는 즐겁다.

두려움을 모두 즐거움으로 바꾸어 버리는 환희,

인간은 누구나 추구하고 찾아내고, 잃어버린다.

소등하라! 하늘은 불타며 머릿속으로 들어오고,

비극은 절정에 이른다, 햄릿이 어슬렁거리고,

리어가 분노를 터뜨리고, 온 세상의 비극이

한꺼번에 막을 내린다 해도, 비극은

단 한 치도, 단 한 온스도 커지지 않는다.

 

 

= 예이츠의 시 <청옥 부조 (Lapis Lazuli)> 중에서 =

 

 

 

 

 

 

 

 

 

 

 

 

 

 

 

 

 

 

 

 

 

 

 

 

 

 

 

이 책 <포스트모던 시대의 정신>에서 위의 예이츠 시에 대한 저자의 해설은 다음과 같다.

 

슬픈 운명의 인간이 자신의 삶 속에서 헤어나기 어려운 어떤 비극과 맞닥뜨릴 때, 울어서 대사를 망쳐 버린다면 비극은 예술로 막을 내릴 수 없을 것이다. 그 속에서의 아픔은 어떤 즐거움 (gaiety)도 주지 못하고, 마냥 아픔만을 주고 끝나게 될 것이다.

존재 속에서의 슬픔은 언제나 그 슬픔을 대하는 방식에 따라 예기치 못한 큰 기쁨을 담고 있게 마련이다.

비극을 맞는 자가 울어서 자신의 대사를 망가뜨리지 않고 자신이 맡은 역을 끝까지 수행해 슬픔 속에 담긴 기쁨을 찾을 때, 비극은 하나의 예술이 되고, 그 예술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비극적 삶의 아름다움을 심미적 방식으로 경험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237, 238쪽)

 

 

'슬픔을 대하는 방식에 따라 예기치 못한 큰 기쁨을 ...'

 

 

이 책을 읽는 동안 다른 어떤 책에도 눈길이 가지 않는다.

빨리 읽기 보다 제대로 읽기.

 

 

 

 


댓글(2)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nama 2018-04-01 14: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을 치는 표현입니다. 짧은 한 줄로도 큰 위로가 됩니다.

hnine 2018-04-01 14:13   좋아요 0 | URL
저 지금 nama님 서재에 다녀오는데...^^
저 문장에 nama님 처럼 공감해주시는 분을 찾고 싶었어요. 누구실까 궁금했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