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너를 본다 미드나잇 스릴러
클레어 맥킨토시 지음, 공민희 옮김 / 나무의철학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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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의 티 정도일 수도 있고 이런 류위 추리소설에서 더 결정적인 헛점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중에 드러나는 범인의 범죄 동기가 그리 설득력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는 것. 470여쪽에 걸친 사건의 진행과 추적과정에 비해 범인(들)이 그런 사건을 일으키게 한 동기가 너무 미약하거나 간단하게 처리되었다.

실제 경찰로 오랜 기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작가 답게 사건 묘사는 매우 구체적이고 실감난다. 들은대로 쓴것이 아니라 겪어서 아는 바를 썼다는 느낌이 들도록. 사건 전개도 짜임새있다. 용의자가 여러번 바뀌면서 읽는 동안 긴장감과 궁금증의 끈을 놓지 않게 하는 매력도 있다. 두툼한 책의 마지막 장을 향해가면서, 앞에 말했듯이 범인의 범죄동기가 너무 약하고 막연하다고 아쉬워하며, 기승전 단계에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던 한 인물의 역할은 제대로 마무리 되지 않고 이야기가 끝나나보다고 또 하나의 결점으로 꼽으려던 마음을 싹 뒤집은 마지막 페이지란. 

빠져드는 매력까지는 아니었지만 요즘 하는 말로 평타라고 할까. 한번쯤 읽어볼만한 추리소설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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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다니시다가 이꽃 (↓) 많이 보시죠?

 

 

 

 

 

 

 

 

 

 

 

 

 

 

 

 

 

 

 

 

 

 

<큰금계국> 이랍니다.

 

(보통 '금계국'이라고 부르는데 금계국은 조금 다르게 생겼고 우리가 흔히 보는 이 꽃의 정확한 이름은 <큰금계국>입니다.)

 

 

 

 

 

 

 

금계국 옆에 같이 피어있는 얘는 <샤스타데이지>

 

 

 

 

 

 

 

 

 

 

 

 

이 나무 이름 아시는분??

 

<마로니에>랍니다.

노래 가사에도 나오는 그 마로니에요.

우리말로는 <서양 칠엽수>. 잎이 일곱개씩 붙어 있어요.

 

 

 

 

 

 

 

 

 

뭐니뭐니 해도 여름하면 <장미>죠.

저희 아파트 담벼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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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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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까지 만들어져 나오고 한참 지난 후인 이제 이 소설을 읽었다. 역시 답답한 역사였고, 역시 소설가 김훈이었다.

명나라를 받들어모시고 있던 조선은, 명나라를 제치고 오랑캐 (후금)가 세운 신흥강국 청나라를 명나라와 동시에 인정할 수 없다는 분위기였고, 이것이 괘씸하기도 하거니와 명나라에 대한 자국의 위상을 떨치고 싶었던 청나라 군대가 조선땅을 침범해 들어오는 사태를 맞는다. 이에 대해 청나라 군대에 맞서 제대로 싸워 이땅에서 쫓아내는 액션을 취하기 보다는 조용히 돌아가주기를 바라며 강화도로 피신해갈 생각을 한 조선. 그나마 강화도 가는 길마저 청나라 군대에 의해 위태로와지자 강화도 대신 들어간게 남한산성이다. 1636년 12월 14일에서 1637년 2월 2일까지의 일이다.

나라를 살리기 위해 청나라를 인정하고 요구를 들어줘야 한다는 주화파와 (최명길), 죽으면 죽었지 오랑캐 나라 청나라에게 굴욕을 당할 수 없다는 척화파 (김상헌) 사이에서, 우유부단하고 결정장애의 왕 인조는 고민만 하고 정작 모든 중대한 결정은 대신들의 몫으로 넘겨버린다. 마지막 청나라 황제의 최후통첩에 대한 답신마저 직접 못쓰고 여러 대신들에게 나눠주며 써오라고 명령하는 대목에서는 그 극을 보여준다.

기존 세력국과 신흥 강국 사이에서 눈치보고, 패싱당한것 아닌가 뒤에서만 말 삼기 좋아하는게 어쩌면 지난 역사이기만 할까. 이 소설을 읽은 독자라면 아마 공통적으로 느낀 점 아닐까 한다. 그래도 치욕이건 굴욕이건 살아남았다는 것, 끊이지 않고 연명해오고 있다는 것, 이것도 저력이면 저력이라고 해야할지.

소설의 내용이야 이미 알려진 역사 이야기이니 기승전결 궁금해하며 읽는 긴장감은 없었지만 김훈의 문장력은 그 긴장감을 대신하고도 남았다. 그 유명한 "꽃이 피었다"와 "꽃은 피었다"의 차이. 이 책의 앞에서 작가의 말 끝에도 그는 역시

2007년 4월

다시 봄이 오는 남한산성에서

김훈은 쓰다

라고 썼다.

그냥 "봄이 오는" 이 아니라, "다시 봄이 오는" 이라고, "김훈이 쓰다" 가 아니라, "김훈 쓰다"라고.

이 소설에서도 그는 과연 문장에 목숨을 건 작가 같았다. 이런 문장을 쓰는 작가가 앞으로 또 나올까 싶을 정도로 공들인 문장들. 대놓고 멋부림을 자제하고, 은근히 발견되길 바라며 부리는 멋. 감정을 억누른 듯한 문장들.

그런데 그게 가끔은 드러나게 보이는 곳이 눈에 띄었으니, 그때는 차라리 평범한 문장보다 더 눈살이 찌푸려진것도 사실이라고 고백해야겠다. 이것도 일종의 작가가 빠질수 있는 매너리즘이 아닐까.

반전 필수 스토리 아니면 복잡한 인간 심리가 소설의 반은 먹고 들어가는게 유행 같은 요즘 소설 중에서, 오랜만에 읽는 맛이 있고 멋이 깊은 소설을 읽었다. 오랜만이라는게 유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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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27 08: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05-27 11:15   좋아요 2 | URL
그렇군요. 절대로 머리 속에 번쩍 하고 떠오르는 문장들은 아니라는게 눈에 보여요. 오래동안 고심하고, 어떻게 하면 더 멋지고, 격 있고, 절색의 문장을 쓸 수 있을까 고심한 흔적. 아마 그것도 일종의 작가 고유의 멋내기 방식이겠지요?
 
붉은 낙엽
토머스 H. 쿡 지음, 장은재 옮김 / 고려원북스 / 201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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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인 토마스 쿡이 이미 여러 편의 추리소설을 낸 작가이고 각종 추리문학상 후보에 단골로 오르고 있는 작가라지만, 적어도 이 소설은 추리 소설이라기 보다 범죄 소설, 가족 심리를 주제로 한 소설이라고 보고 싶다. 추리 소설이라고 보기엔 긴박감이 덜 하고, 범인을 찾아내고 범죄 동기를 밝혀나가는데 이야기가 집중되기 보다, 사건은 그 계기를 제공할 뿐 얼룩진 가족간 상처를 얘기하는데 더 할애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사진 스튜디오를 경영하는 남자 에릭과 전문대학 강사로 나가는 아내 메러디스, 중학생 아들 키이스, 이렇게 세 식구가 사는 집이 있다. 중학생 아들 키이스가 이웃집 여자 아이 에이미를 베이비시팅 해주고 온 날 밤 이 여자 아이가 실종되는 사건이 일어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소심하고 나약하며 자긍심 부족한 사춘기 아들은 당연히 의심대상 1호. 부모와 함께 형사들의 조사를 받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고 동네 사람들로부터도 드러나게 드러나지 않게 받는 눈총을 의식하는 생활이 시작된다. 실종된 여자 아이의 아버지로부터의 의심과 분노표현의 수위도 날로 더해간다.

남자는 아들이 범인이 아니기를 바라면서도 의심하기 시작한다. '아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의심한다. 그날 베이비시팅하러 키이스를 이웃집까지 차로 태워다준 사람은 남자의 형이었는데, 남자는 어릴 때부터의 기억을 되살리며 형 워렌을 의심한다. 부인의 평소와 다른 행동과 말을 떠올리며 아내의 부정을 의심한다. 예전에 아버지가 자기 어머니에게 했던 비열한 행동의 배후를 의심한다.

의심은 산(acid)이다.  그게 내가 아는 한 가지다. 산은 물건의 매끄럽게 반짝이는 표면을 먹어 치우고 지워지지 않는 흔적을 남긴다. (114쪽)

그렇다. 기왕에 산에 비교하자면 약산이 아니라 강산이다. 황산이나 염산 같은.

의심이 어디까지 뚫고 들어가는지를 이 소설은 보여준다. 그게 의심의 대상뿐 아니라 자신에게도 어떤 상처가 되어 돌아오는지.

물론 모든 의심에는 의심할만한 근거가 존재한다. 그러나 증명은 되지 않은 상태임을 잘 알면서도 일단 의심하기 시작하면 생각을 거기에 고정시키고, 남이 모르는 어떤 사실을 자기의 예리함으로 알아내고 있는 중이라고 단정한다. 이 대상이 가족일때, 그 가족의 행과 불행은 방향이 정해진다고 본다.

책의 제목이 '붉은 낙엽'인 것은, 이 집 입구에 있는 단풍나무의 낙엽이 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남자가 그것이 피가 고인 웅덩이인지 아니면 그냥 흩어져 있는 붉는 낙엽인지 분간할 수 없었다는 구절에서 알 수 있다.

 

이 소설이 지루할 틈 없이 읽히는 페이지 터너임은 부인하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이번 주 이동진의 <빨간 책방>에서 얘기하는 만큼 대단하고 소름끼치고 독창적인 소설은 아니었다는 생각이다. 아니, 미리 그런 얘기를 듣지 않고 읽었더라면 그랬을지도.

가족은 의심의 대상이어서는 안된다. 끝까지 믿어주는 대상이어야지.

나만 몰랐다고, 깜쪽같이 속았다고 가슴을 치는 편이, 가족중 무고한 누군가의 가슴에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내는 것보다 차라리 낫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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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 걸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사이언스 걸스
호프 자렌 지음, 김희정 옮김 / 알마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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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과학자이면서 문학적 재능까지 보이는 사람을 본다. 물론 과학을 하는 사람도 그 결과를 내보이는 것은 글을 통해서 이기 때문에 글을 논리적으로 잘 써야하지만 내가 말하는 것은 문학적인 글을 말하는 것이다. 절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과학적 사고 방식과 문학적 사고 방식이 같지는 않다. 엊그제 서양문학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는 "얼음이 녹으면 _________" 이라는 문장을 예로 드시며 빈칸에 들어갈 말로서 "봄이 올 것이다"가 먼저 떠오르는지,"물이 될 것이다"가 떠오르는지 물으셨다. 어느게 맞느냐가 아니라 어느 문구가 먼저 떠오르냐 하는 것이다. 이 책의 저자 Hope Jahren 같은 사람은 아마 두가지를 다 떠올리는 사람일 것이다.

우선, 책이 아주 술술 읽혀 굳이 집중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도 끝까지 갈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 소개를 처음 보았을때 관심이 가면서도 금방 읽고 싶은 마음이 굳이 들지 않았던 것은 아마도 전공은 다르지만 저자처럼 나도 17년 동안, 중간에 아이 낳고서 쉰 3주를 제외하고 랩 생활을 쭈욱 해왔던 경험이 있어서 일 것이다. 저자와 나의 나이 차도 크지 않으니 더욱 그랬을지도.

이런 표현이 뭐하지만 소위 잘 나가는 분야, 즉 돈과 연결이 금방되는 분야라기 보다 그야말로 기초 과학 분야를 연구하는 학자로서의 고충이 책 전반에 잘 드러나 있다. 미국의 모든 과학자에게 일생동안 제일 해결해야할 문제가 뭐냐고 물어보라, 연구하고 있는 분야의 결론을 찾아내는 문제가 아니라 바로 당장 해결해야할 연구비, 즉 돈이라고 할 거라고 저자는 말한다. 사실이다. 우리 나라 각 연구소나 대학의 연구자들은 더 그렇다. 그러니 그 분야를 정말로 좋아하고, 과학이 직업이라기 보다 생활이고 삶 그 자체로 느껴지는 사람 아니라면 기초과학 분야의 연구는 스트레스의 연속일 수 있다.

현존하는, 또는 현존하지 않지만 화석으로 남아있는 식물에 대한 각종 측정치를 통해 식물 각 종간의 비교 분석,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차이가 생존과 절멸의 차이를 낳았는지, 어떤 특정 습성이 어떤 특정 환경에 살아남기 적합하게 한 것인지, 그런 특화된 생장 습성을 만들어온 그 식물의 역사는 어떠했는지, 그야말로 호기심을 느낄 주제는 무궁무진하다. 문제는 이것이 당장 돈이 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장 수익성으로 연결되지 않는다해도 이런 기초적인 연구 결과가 없이 더 크고 높은 탑을 쌓아올릴 수 있겠는가. 그것이 기초 과학의 역할이고 의미일것이다.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는 나무를 연구하며 지구생물의 역사를 가늠하고 증명하는 일, 저자가 말했듯이 호기심이 이끌지 않고는 평생 나의 일로 하기 쉽지 않다. 움직이지 않는다고 해서 인간보다 하등할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지만 식물들이 우리 인간들보다 훨씬 독립적이고 때로는 영리하다는 것을 대부분 사람들은 잘 모른다. 우리가 이용하는 모든 에너지는 직접이든 간접이든 식물이 태양만 있으면 만들어낸 영양분에서 온것이라는 것을. 식물을 독립영양생물이라고 하지 인간을 독립영양생물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을 (인간을 비롯한 동물은 종속영양생물이다).

저자가 수십년 어려운 조건에서도 연구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나가는데는 과학적 호기심이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천 외에 눈에 보이는, 실질적인 동반자가 있었으니 바로 책에 등장하는 빌이라는 동반자이다. 남편이 아니라.

이란성쌍둥이라고 까지 저자가 말하는 그는 대학 시절 만나서 이후의 모든 시간을 저자와 함께 해온 사람이다. 이런 책을 쓰라고 부추긴 사람도 빌이었다고 한다.

과학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평범하고 눈에 띄지 않을 수 있는 주제를 이렇게 끈기있는 노력과 정성으로, 최대한 비전문적인 용어를 써가며 설명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저자는 자기의 일을 사랑하는 만큼 이런 일도 귀찮아하지 않은 듯 하다. 군데 군데 기가 막힌 비유도 종종 발견했다. 식물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피하고 싶은 환경 조건을 피해나올 수 없다. 대신 어떻게 대처하여 살아남기 위한 노력을 하는가에 대해 설명한 부분이 있다 (274쪽). 식물은 우리처럼 공간을 이동하면서 여행하지 않기 때문에 눈 속에서 사는 식물들에게 겨울은 '여행'이라고 비유하면서, 긴 겨울 여행에 대비하기 위해 나무들이 거치는 '경화'과정을 설명하였다. 생존에 필요한 물이 세포 속에서 얼지 않게 하기 위해 식물이 자기 몸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지능과 지혜는 뇌가 있어야만 가능한가? 지능 없이, 생존에 대한 본능만으로 식물이 수천만년을 거쳐 습득해온 방법, 그리고 지능, 호기심, 과학이라는 수단을 통해 그것을 알아내는 인간. 거기서 과학에 대한 희열이 있고 보람이 있어야 하는데. 읽다보니 어쩔수없이 한탄도 하게 된다. 요즘의 과학 교육은 다 틀렸어 하고.

책의 서문에 있듯이, 더 만져 보고 배우고 이름을 알아갈수록 세상과 내가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에 더 즐겁고 자신감이 자라났다는 헬렌 켈러의 말은 과학자에게도 통한다. 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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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7 13: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05-17 18:38   좋아요 0 | URL
그런 선진국에서조차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우리 나라 연구자들의 상황은 더하지요. 결과를 빨리 내야 하고, 예상한 결과여야 하고.
앞으로 기초과학을 하는 인구가 계속 줄어들지 않을까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