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소현 작가의 소설집『실수하는 인간』을 정말 재미있게 읽고 있는데,

세번째 작품인 <너를 닮은 사람>의 마지막 줄이 이렇게 끝나고 있다. 

 

 

 

 

문장이 완결되지 않고 이렇게 끝나니 원작이 그런 것인지, 이 페이지가 파본인지, 알수가 없어 답답하다.

하필 마지막 줄이 이러니 더 궁금한데, 책 제목이 실수하는 인간인 것 처럼 출판사 실수인가요??

 

(혹시 이 책 가지고 계신 분 이 글 보시면 113쪽 확인해주시고 알려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꾸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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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23 09: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8-07-23 1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궁금한사람 2019-06-04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혹시 답을 찾으셨나요? 저도 많이 궁금해서요. ㅠㅠ 잘못 된 건지, 원래 이런 마무리인 건지 혹시 알고 계시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부탁드립니다 ㅠㅠ

hnine 2019-06-04 04:42   좋아요 0 | URL
윗분께서 말씀해주시길 원래 그렇다고 하시네요.
 
유빅 필립 K. 딕 걸작선 11
필립 K. 딕 지음, 김상훈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1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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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K. 딕은 SF에 그닥 관심이 없는 사람이나 그의 작품을 아직 한권도 읽어보지 않은 사람들에게도 귀에 익을 정도로 많이 알려진 이름이 아닐까 한다. 여전히 SF라는 명칭을 쓰는 것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한때 SF소설은 그저 상상으로 쓴, 오지 않은 미래에 대해 꾸며본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다. 그래서 꼭 맞아야할 필요 없고 재미있으면 되는 덜 심각한 소설 쯤으로. 

이제 세상 변하는 속도 자체가 빨라지고, 소설 속에서 예측했던 것들이 눈 앞에서 실현되기까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 시대에 살다보니 SF 소설이 내가 예전에 오해하고 있던 그 SF 소설이 아니라는 것을 조금씩 발견해 가고 있는 중이다.

필립 K. 딕의 이 소설 <유빅>. 제목의 유빅이 뭘까. 사람 이름? 나라? 행성? 새로운 생명체? 기계? 책의 중반까지 가도록 이 유빅의 정체를 정확히 알 수 없다. 뭔지 몰라도 기존에는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어떤 것이라는 짐작뿐.

1992년 6월 5일, 오전 3시 30분 뉴욕 시에 있는 런시터 어소시에이츠의 본사 사무실에 걸린 추적 지도에서 태양계 최고의 텔레파스가 자취를 감췄다.

이 책의 시작은 이렇다. 1992년이라면 2018년을 사는 우리에게는 과거이지만 이 소설이 발표된 것이 1969년이니까 미래의 어느 시점인 것이다. 런시터 어소시에이츠는 반초능력자 파견회사 이름. 미래시대에는 각각 '텔레파스'와 '프리코그'라는 이름의 초능력자와 예지능력자들이 대거 출현하여 이들의 세력이 아무데나, 아무때나 발휘되는 시대이다. 이로 말미암아 사회의 질서가 교란되고 근본까지 흔들릴 위험스런 일도 잦아지자 이들의 능력을 무효화시키는 능력을 가진 반 초능력자들의 조직 또는 회사가 생겨나게 되었고, 이 회사가 일종의 보험사같은 역할로서 사회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일을 수행하게 된다. 또하나 이 소설에서 특이하게 도입된 개념은 반생명체의 존재이다. 즉, 죽기 전 혹은 죽은 지 얼마 안되어 생명체의 모든 기가 빠져나가기 전에 특수 처리함으로써 살아있음과 죽음의 중간상태로 일정기간 보관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 상태에서는 정상적인 생명 활동은 할 수 없고 마치 냉동인간처럼 보존되지만 살아있는 사람의 요청에 의해 불려 나와 소통이 가능하다. 이런 것이 가능하기 때문에 이야기를 읽다 보면 이 사람이 지금 살아있는 사람인지, 아니면 반생명상태에 있던 사람이 어떤 요청에 의해 보존 상태에서 풀려나와 돌아다니고 있는 것인지 알 수 없게 된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고 있는 두 등장인물중 누가 살아 있는 사람이고 누가 반샹명상태에 있는 사람인지, 그들도 몰라서 상대에게 넌 이미 죽었다고 알려주기도 한다. 여기서 나아가 시간퇴행까지 가능해진다는 것을 알게 되면 이야기를 읽어나가는 동안 독자의 궁금증은 페이지를 넘길 수록 더하게 된다.

필립 K. 딕이 이 소설을 발표하고 나서 당시 소련의 천체물리학자 니콜라이 코지레프는 딕을 소련으로 초청하기까지 했고 그가 초청에 응하지 않자 소련 대사관원들이 작가의 집으로 느닷없는 방문을 하기도 했다는 일화가 소개되어 있다.

1969년에 쓰여진 소설이라는게 믿기지 않을 뿐이다. 작가는 과연 제정신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면서 이런 스토리 구상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문까지.

유빅의 정체는 과연 무엇인가. 책의 말미에 가면 유빅이 뭔지에 대해 정의가 나온다. 읽어도 바로 그 개념이 머리 속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일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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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18-07-24 0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립 K. 딕 책에서 단 한권 본 게 이건데, 좀 어렵기도 하더군요 나중에 다른 분이 쓴 글을 보니 이 사람이 약물중독이었다고 합니다 이 책을 보면 그런 게 보이기도 하지요 여기 저기로 옮겨다니는 게... 과학소설이어도 지금과는 아주 다른 세상이지만 거기에는 깊이 생각할 만한 게 있다고 하더군요 저는 많이 못 읽어봤지만... 재미있는 것도 있고 깊은 이야기를 하는 것도 있겠지요


희선

hnine 2018-08-07 18:39   좋아요 0 | URL
답글이 늦어 죄송합니다.
이 작가의 유명도에 비해 저도 이 책이 처음 읽어본 작가의 책이었어요. 그래서 작가의 전작으로 인한 선입견도 없고, 작가 경력에 대해 모르는 상태에서 바로 돌진(!)해서 읽었는데, 너무나 놀라웠답니다. 작가는 도대체 제정신으로 이런 스토리 구상을 할 수 있었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쓴 것은 일종의 극찬이지요. 1969년에 어찌 이런 스토리를 상상해낼수 있었을지. 다른 작품 읽고 실망할까봐 오히려 더 읽기가 주저된답니다.
 
옛 그림이 쉬워지는 미술책 - 박물관과 미술관 가기 전에 읽는 사고뭉치 9
윤철규 지음 / 탐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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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에 저자의 <이것만 알면 옛 그림이 재밌다>는 읽을 때 저자가 글을 참 재미있게 잘 쓰는 사람이라는 걸 눈치 챈바 있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이 책을 재미로만 읽을 수는 없었다.

 

 

 

그럴 수 있을 정도의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면 애초에 이 책을 읽을 필요가 없었을 지도 모른다. 제목에 있는 '이것만 알면'이라는 말에 주목해야 하는데, 경기 규칙을 어느 정도 알아야 운동 경기를 보는 재미가 있듯이 옛 그림도 어느 정도의 기본 지식이 있어야 재미를 느끼며 감상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비록 재미 반 공부 반 이라는 느낌으로 읽었긴 하지만 이 책은 절대 중고책으로 팔아 정리할 수 없는, 소장 도서로서 자격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책이라고 판단, 책꽂이에 고이 모셔두고 있던 중, 서점에 갔다가 저자의 다른 책을 발견하고 또 구입한 것이 이 책 <옛 그림이 쉬워지는 미술책>이다. 

 

 

 

먼저 읽은 책보다 훨씬 읽기 수월하다. 옛그림에 대한 설명을 앞세우기 전에 옛그림에 대한 독자의 관심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 보이는 것은 앞서 읽은 책에 이어 이 책에서도 두드러진다.

 

  • 옛 그림은 무엇을 그렸을까?
  • 옛 그림은 왜 그렸을까?
  • 옛 그림은 누가 그렸을까?

 

우선 이 세 항목을 첫 장에서 간단히라도 분명히 하고 넘어간 점도 마음에 든다.

 

 

 

그림을 본다는 말도 하지만 때로 그림을 읽는다고도 한다. 그것은 단지 그림 감상을 유식하게 표현하기 위한 말이 아니라 그림에 감추어진 내용, 의미, 관련된 일화를 떠올리면서 즐기는 경우를 구별하여 말하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예를 들어 옛 그림 중에 '고사관수도'라는 것이 있는데 여기서 '고사'란 한자로 古事, 즉 '옛 일'을 뜻하는 것으로 주로 중국에서 전해져내려오는 유명한 옛일을 말한다. 중국 고사라면 수없이 많을터이라 그렇다면 그걸 다 알아야 우리 옛 그림을 제대로 볼 수 있으려나 겁 먹을 수도 있겠으나 한국의 옛 그림에 나오는 유명한 고사는 20-30여 가지 남짓이므로 그 정도만 알아도 된다고 안심시키기도 한다.

앞서서 더 자세한 내용의 책을 읽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재미있는 내용으로 지루할 틈 없이 끝까지 간다.

 

  • <몽유도원도>는 왜 명작일까?
  • 중국이나 일본에 비해 조선에는 유난히 초상화가 많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참고로 서양화에서 가장 많이 그려진 것은 예수, 그다음이 성모 마리아이다.)
  • 자화상은 주로 어느 때 어떤 사람이 그리게 될까?
  • 신윤복은 알아도 신가권은 처음 듣는다고요?
  • 김홍도의 인기는 어느 정도였는가?
  • 어디까지가 그림이고 어디까지가 글씨인가?
  • 옛 그림 속에 등장하는 동물, 곤충, 식물의 다양성-쇠똥구리, 매미, 메뚜기, 개구리, 두꺼비, 심지어 고슴도치까지
  • 화조도를 그리는데 필요한 것은 섬세한 솜씨 + '관찰력'

 

 

 

 

다음 장을 넘기는 순간 이제 그만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아니라 계속 읽게 된다.

 

 

다음 그림은 책 속에 인용되어 있는 조선 화가 이인상의 <송하관폭도>인데, 누가 그렸는지, 제목은 뭔지 읽기 전에 그림 속에서 폭포가 떨어지며 만드는 오른쪽 아래 동심원이 눈에 들어왔다.

이런 것도 다 그렸구나 하고.

 

 

 

 

 

 

 

책에는 따로 그 설명이 나와 있지 않아서 내심 기분이 좀 좋기도 했다고 고백해야겠다. 발견하는 재미이다. 맞든 틀리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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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5 12:0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07-16 05:03   좋아요 0 | URL
예전엔 눈길도 안주던 것들에 관심이 가기도 하니 참 알수 없지요. 예전에 그렇게 좋아하던 것에 시들해지기도 하고요. 옛그림은 중학교 미술 시간에 사군자 그리는 법 잠깐 배우면서 관심이 생기긴 했었는데 거기서 더 나아가지 못했는데 근래에 다시 관심이 생겼어요. 아직 왕초보이긴 하지만요. 이런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적격인 책이었답니다.

페크pek0501 2018-07-15 2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술이란 맞고 틀리고가 없지요. 각각 느낀 대로가 정답인 셈이지요. 그 다양성이 예술의 매력.
그래도 알고 싶어서 내가 너무 모르는 것 같아서 저도 한때 미술 관련 서적을 사 볼 때가 있었어요.
그중 화가들에 대해서 인터뷰를 한 책이 인상에 남습니다. 꽤 독특한 생각들이 있었거든요.
화가는 역시 남다른 데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화가가 글쓰기를 배운다면 개성이 넘치는 좋은 글을 쓸 것 같아요.
이미 글을 잘 쓰는 화가가 있지만요.

잘 보고 갑니다. ^^

hnine 2018-07-16 05:17   좋아요 0 | URL
화가로서 글 잘 쓰는 분들이 몇분 떠오르네요. 화가는 아니지만 조각가 안규철 같은 분은 기자 출신이기도 해서 글을 아주 잘 쓰셨어요. 황주리나 김점선 같은 화가들은 이미 이름난 에세이스트 이기도 하고요.
어제 이응노 미술관에 다녀왔는데 그분은 정말 한사람이 아닌 것 처럼 다양한 세계의 그림들을 남기셨더라고요.
 

 

 

 

 

 

 

 

 

 

 

 

 

 

 

 

 

 

 

 

 

 

 

 

 

 

 

 

사진으로 보는 것과 실제 눈 앞에서 보는 것은 느낌이 다르더라.

아주 많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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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8-07-12 18: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이 가물가물해서 그런데 사진속 미륵사지 석탑은 원래 모습(첫번째 두번째 사진)인가요 아님 개보수를 한것인가요??

hnine 2018-07-12 23:21   좋아요 0 | URL
미륵사지에 탑이 세개가 있었대요. 가운데 가장 큰 목탑이 있었는데 그것은 완전히 타버려서 복원이 불가능하고요, 타버린 목탑 양쪽으로 석탑이 두개 있었는데 하나는 훼손된 대로 그나마 남아 있어서 복원중이고 (네번째 사진), 다른 하나는 흔적만 남아서 아예 새로 만들다 시피 한 것이 첫번째 두번째 사진의 석탑이랍니다.
제가 더 친절한 설명을 달았어야 하는데 달랑 사진만 올렸군요. 그래도 관심을 가지고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탑인지 건물인지 모를 정도로 규모가 컸어요.
 
느림보 마음 - 문태준 산문집
문태준 지음 / 마음의숲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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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녀가 누워있다

이렇게 시작하는 시 <가재미>. 문태준 하면 떠오르는 시이다. 1970년 김천 태생. 현재 한국의 대표적 서정시인의 한 사람이라고 할수 있는 그가 낸 산문집 <느림보마음>은 2009년에 처음 출판되었고 2013년 2쇄 출판을 거쳐 올해는 2판이 발행되었다.

산문은 저자의 성격을 어쩌면 시보다 더 직접적으로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것이므로 산문마다 읽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느낌이 다른 재미가 있다. 감성과 느낌으로 충만한 글, 사회에 대한 비판의식이 살아있는 글, 생에 대한 통찰과 의지가 느껴지는 글 등, 사람의 성격이 다양한 것처럼.

문태준 시인의 산문도 짐작하듯이 그가 쓴 시의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자신에 대한 사랑, 인간살이에 대한 사랑이 기본 바탕이 되니 따뜻하다. 애통하지 않으면서 따뜻하다.

책의 첫 페이지 작가의 말에서 그는 느린 마음에 대해 말한다. 살아오면서 내가 사랑했던 시간은 누군가의 말을 가만히 들을 때였고 뒤로 물러설 때였다고. 작은 자연이 되어 자연의 속도로 천천히 걸어갈 때였다고. 너무나 신속하고 더욱 신속하기 위해 애쓰는 세상에서 자연의 속도를 느끼고 딱 그 정도 속도로 걸어가고 싶은 저자의 마음에 금방 동화가 되는 걸 보니 우리는 신속해지기 위해 애쓰며 살고 있으면서도 천천히 가고 싶은 마음도 살아있었나보다. 잘 드러내지 않고 살고 있을 뿐이지. 이렇게 평소에 드러나지 않는 우리의 마음을 드러내보일 수 있는 것이 작가가 하는 일 아닐까. 그 형식이 시이든 산문이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유난히 더웠던 어제, 땀 때문에 고생하지만 여름을 유독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쓴 그의 글이 유난히 더 눈에 들어왔다. 여름은 '자라나는 계절'이기 때문이란다.

여름은 우리에게 일념에 대해 말한다. 한결같은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서, 용기백배한다는 것에 대해서 말한다.

조금의 빈틈도 없는 계절이다. 전국의 선원에서 스님들이 하안거를 하는 모습 같다. 은산철벽을 무너뜨리며 여름은 나아간다. 여름은 헐후하게 하는 일이 없다. (339쪽)

 

하루 가운데 가장 아끼는 시간이 새벽이라고 하는데는 같은 생각을 하고 있는 나로서 반갑기 그지 없다. 아직 식구들이 일어나기 전 홀로 앉아 있는 시간. 도시에 살면서도 이렇게 다양한 새소리를 들을 수 있음에 놀라는 시간. 나와 세상이 맞대면 하고 있는 것 같은 시간. 생각을 하는 시간이 아니라 생각이 비워지는 시간.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운명은 혹시

저녁이나 밤에

무거운 걸음으로

다가올는지 모르겠으나,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그가 본문에 인용한 정현종의 시 <아침>의 일부이다. 운명보다 새기운이 우세한 시간 아침. 아침을 놓치고 사는 일상이란  그래서 아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가 시인이라서 다른 사람의 시를 인용한 부분이 적지 않고, 불교 방송에 적을 두고 있어서인지 옛 스님들의 일화도 종종 나온다. 그러나 과하지 않다. 저자는 무엇이든 과하게 할 사람이 아닐 것 같다.

의식을 깨우고 날 세워 살아야 하는 일이 많은 요즘이지만, 우리 마음 한구석에는 이렇게 따뜻하고 수용적이고 느리게 한숨 돌리게 하는 글이 그만큼 결핍되어 있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며 확인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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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7-11 0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07-11 11:43   좋아요 1 | URL
문태준 시인의 시는 너무 어렵게 쓰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얕은 감성에만 호소하는 것들도 아니라서, 읽어보시라고 권해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stella.K 2018-07-11 1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연수, 김중혁, 문태준이 아삼육겸 트로이카라는데
문태준을 못 읽어봤군요. 언제고 읽어봐야할 텐데...ㅠ

hnine 2018-07-11 21:19   좋아요 0 | URL
세 사람이 초등 동창, 고등 동창으로 엮여있더군요. 그런데 언뜻 보면 세사람 분위기가 많이 다르지 않나요? ^^
글에서 풍기는 문태준 시인은 마음이 참 따뜻한 사람 같아요. 마음이 따뜻해지고 싶으실때 한번 읽어보세요.

페크pek0501 2018-07-15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으면서 저자가 참 따뜻한 사람이구나 싶었고, 또 그런 분이 수필을 써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시적인 문장이 좋아서 눈에 띌 때마다 밑줄을 긋는 재미도 있었어요. 시인은 역시 다르다는 생각이...
생각날 때마다 펼쳐 보고 싶은 책 10위 안에 듭니다. 현재는.

hnine 2018-07-16 05:11   좋아요 0 | URL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느림보마음이라는 제목이 단지 형식적인 제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예전엔 9이면 10까지 채우려고 노력했는데 요즘은 거꾸로 9상태에서 멈춰보는 연습을 하고 있어요. 덜 악착같아지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