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대기 - 택배 상자 하나에 얽힌 수많은 이야기 보리 만화밥 9
이종철 지음 / 보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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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님 100자평을 보고 구입해서 단숨에 읽었다. 리뷰를 미리 보지 않았다면 제목의 뜻을 짐작도 못했을 것이다.

택배에서 상하차 작업을 일컫는 말 '까대기'는 원래 '가대기'라는 우리말에서 왔는데, 가대기란 창고나 부두에서 인부들이 쌀가마니 같은 무거운 짐을 갈고리로 찍어 당겨서 어깨에 메고 나르는 일이나 그 짐을 말한다고 한다 (표준국어대사전).

택배라는 말이 지금처럼 흔히 쓰이지도 않았던 몇십년 전에 비해 이제 우리 생활은 택배 없이 제대로 돌아갈까 싶을 정도로 보편화되어 있다.

저자가 실제로 까대기를 했던 6년간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책이다.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했기 때문인지 내용에 과장이 없고 팩트에 입각했다는 신뢰가 가게 쓰여졌다.

택배가 어떤 과정으로 세분화되어 있고 어떻게 분업화되어 있는지, 중소 택배 업체는 결국 대기업 택배 업체로 잠식되어 갈 수 밖에 구조적인 문제, 택배 종사원의 과로, 임금, 신분 보장에 관한 문제점 등에 대해 충실한 정보 전달의 역할을 해주고 있다. 20대 학생, 휴학생, 취업준비생에서부터 은퇴한 6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택배업에 종사하고 있고 그 대부분은 택배 일로만 생활이 충당되지 않아 투잡을 가지고 있다는 것, 계절, 시기에 따라 주로 어떤 택배 물량이 주를 이루고 각각 어떤 애로점이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이용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택배 만큼 편리한 수단이 없고 이미 길들여 있는 상태이지만 불안정한 고용 시스템과 과중한 노동, 보장되지 않은 일터는 앞으로도 해결되어야 할 문제점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작가가 6년의 고생끝에 이렇게 만화책으로 결실을 맺을 수 있었고 다른 택배 종사원들 역시 어려움 속에서도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이어가는 일을 멈추지 않고 나아가는 모습으로 결말을 맺어준 것은 이 책이 꼭 청소년 독자들을 상대로 나왔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작가 후기에서 그가 전하고 싶다는 말에 결국 박수를 보내고 싶다.

하루하루 피로를 견디며 살아가는 모두에게도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

"모두들 몸도 마음도 파손주의입니다." (283쪽)

 

이 출판사 보리만화밥 시리즈의 다른 책들에도 관심이 가서 흘긋거리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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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ssbaum 2019-08-03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파손주의.

자꾸 그 파손주의라는 말이 마음에 맴도네요. 커피숍이 이렇게나 잘 되는 건, 어쩌면 요즘의 우리 삶이 그렇게 파손의 위험이 있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렇게 다들 모여서 안전함을 확인하는.

hnine 2019-08-05 04:31   좋아요 1 | URL
택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특히 다른 사람들의 물건을 파손 없이 전달하는 일을 수행하기 위해 자신의 몸이 파손될지 모르는 생활을 감수해야한다는 것이 함정인 것 같았어요. 그렇게 한 가족의 생계가 꾸려지고 미래의 꿈을 키우고, 그렇게 살아가는 모습은 단지 택배 종사자만의 모습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네요.

하늘바람 2019-08-05 04: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보고 싶네요

hnine 2019-08-05 04:32   좋아요 1 | URL
그림도 복잡하지 않고 내용도 일관성 있어서 부담없이 보기 딱 좋아요.
한번 읽어보세요. 이 시리즈로 나온 다른 책도 한번 구입해보려고요.

하늘바람 2019-08-05 04:50   좋아요 0 | URL
아 네

시리즈도 있군요

책읽는나무 2019-08-05 08: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hnine님 읽으셨군요?^^

저도 파손주의 문구가 따뜻하게 와 닿았더랬습니다.
저는 다른 책을 통해..아마도 보리 만화밥 중 다른 제목을 검색하며 읽고 싶은 책에 저장해놓으면서 이 제목을 보게 되었던 듯 합니다.제목이 눈에 띄어 외워버렸던지라 도서관을 갔는데 이 책이 제눈앞에 딱 있더라구요.
덕분에 좋은 책을 읽었던 시간들이었습니다.
신인작가인 듯하던데 다음 작품이 기대가 되기도 했구요^^

저는 언제부턴가,택배 신청을 많이 줄이게 됐어요.알라딘책은 어쩔 수 없긴 한대요^^
시간 싸움이라는 직업이라 하여 주로 경비실에 맡기거나 집앞에 놔두고 가시라곤 했는데...이런 게 도움이 되는 것인지???
여튼..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만화였습니다^^
개인적으로 아이 어릴때부터 보리 출판사 책을 참 좋아했었는데 보리 만화밥 시리즈도 왠지 다~~~괜찮을 것 같은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덥겠네요?
무더위 강건하게 보내시길요~^^

hnine 2019-08-05 11:52   좋아요 1 | URL
책읽는 나무님 덕분에 오랜만에 보리출판사와 만날 수 있었고 좋은 책과 만날 수 있었어요. 저도 아이가 큰 이후로 보리출판사와 만날 일이 거의 없었거든요. 그런데 이 시리즈 만화 괜찮네요. 지금 장바구니에 벌써 담긴 책이 있답니다. 마음 같아서는 한번에 다 사고 싶지만 꾹꾹 참고요 ^^
힘든 일 하면서도 이렇게 만화책을 낼 수 있는 작가이니 다음 작도 꼭 내리라고 봅니다.
이 책 구입하면서 책읽는나무님께 thanks to 하려고 했더니 구매자가 아니고 100자평인 경우엔 thanks to 가 안된다고 하더군요 ㅠㅠ
내일까지가 더위의 피크인 것 같아요. 입추도 이번주에 있다니까 위안삼으며 잘 견뎌보아야겠습니다.
감사드려요~~

책읽는나무 2019-08-05 11:57   좋아요 0 | URL
탱스 투~~마음만으로도 감사합니다^^
좋은 책,같이 읽고 얘기 나누는 게 더 좋네요.
 

 

 

 

 

 

 

 

 

 

 

                 =  2019년 7월 28일 (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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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9-07-28 10: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박수!!(짝짝짝짝짝)

hnine 2019-07-28 10:32   좋아요 0 | URL
이보다 훨씬 더 많이 읽으신 분들 많은 곳이지만
그래도 여기 아니면 어디 가서 자랑할까 해서 올려보았어요.
그랬더니 이렇게 박수도 받고 ^^
좋습니다!!

Nussbaum 2019-07-28 1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00편이라니. 일주일에 하나씩 올려도 20년이 걸리는 양이네요 ^^

앞으로도 오래 계셔요 ~

hnine 2019-07-28 12:20   좋아요 1 | URL
첫 리뷰를 올린게 2003년이니까 올해로16년 되었네요.
16년이라고 하는 것보다 1000편 이라고 하니까 숫자가 커서 그런지 더 오래 된 느낌이지요?
앞으로도 오래 계실, 아니, 있을 겁니다 ^^ 얼굴은 몰라도 친구 같은 분들이 이제 많이 생겨서 더 정이 많이 들었어요. 알라딘은 오랫동안, 천천히 사귄 친구 같은 곳이예요.

서니데이 2019-07-28 19: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도 알라딘 서재에 리뷰와 페이퍼를 많이 쓰셨네요.
축하드립니다.^^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hnine 2019-07-28 23:15   좋아요 1 | URL
16년 누적된 숫자이다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중엔 읽었는지 기억에 가물가물한 책도 있고, 인생의 터닝 포인트에 결정적 역할을 해준 책도 있고 그래요.
축하해주셔서 고맙습니다. 하루하루가 모여 기록이 되나봐요.
 
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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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앞서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은 것도 사실은 다락방님 서재에서 본 이 책을 읽기 위한 것이었다. 단행본으로 나오기 전에 여기 저기 투고를 했었다고는 하나 아무래도 저자의 이름을 널리 알린 시작이 되는 책이 <개인주의자 선언>이 아닌가 해서 그것부터 읽어야 할 것 같았다.

저자의 책 중독은 어릴 때부터 시작되었다는 것이 <개인주의자 선언>에서도 언급되었긴 하지만 이 책 <쾌락독서>에서는 본격적으로 저자의 독서 편력에 대한 이야기가 이어진다. 역시 읽고 쓰는 일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닌 저자인지라, 한 쪽도 지루하게 넘어간 곳이 없다고 해도 과장이 아닐 정도로 하루 만에 후루룩 다 읽었다. 더구나 저자의 나이가 나와 아주 큰 차이가 나지 않아서 (나는 85학번, 저자는 88학번) 어린 시절 책 읽기는 물론이고 그 당시 유행하던 책들을 소개하는 부분에서는 얼마나 반갑던지. 비슷한 시대를 살았다고 해서 다 소통이 되는 것은 아닌 것이, 취미와 관심사가 비슷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름방학때 학교와 도서관에서 열리던 여름독서교실, 활자에 굶주려 더 읽을 책이 없으면 잡지, 광고지, 요리책까지 읽어야 했던 것, 몰래 몰래 아버지나 어머니의 책까지 침범해서 읽는 짜릿함, 그 예로 그 당시 미국판 막장 소설이라고 할 수 있는 시드니 쉘던의 소설 <깊은 밤 깊은 곳에>는 나도 그런 경로로 읽었단 말이다. 80년대 대학을 다닌 사람이면 이해할 만한, 이문열을 거쳐야 했던 시절 등. 이렇게 공감대를 형성하며 후련하고 유쾌한 마음으로 읽어가다가 삼국지와 무협지 대목에서 아쉽게도 갈라서야 했다 (저자가 열광했다는 삼국지를 나는 몇번이나 시도하다가 포기했으며 무협지는 시도조차 해본 적이 없다). 저자가 고등학생때 그 반 반장이 야간자율학습에서 빠지겠다고 한 것에 화가 나셔서 국어 담당하셨던 담임선생님께서 앞으로 국어 수업을 거부하겠다고 하셨고 그런 담임 선생님을 대신해 1등이라는 이유로 저자가 대신 수업을 담당해야했는데, 선생님이 가르치실때보다 반 평균 점수가 10점이나 올랐다는 등, 학교에서도 수업보다는 책과 만화 읽는 것을 좋아했고 사법고시 보기전엔 노량진 만화방에 틀어박혀 만화읽기를 즐겼다는 대목등, 나와 공감대가 급 축소되는 대목도 있었다.

책으로 노는 방법은 읽기 외에도 많다. 책 모임을 꾸려 책 수다 떨기, 소셜미디어를 이용해 책으로 잘난 척하기, 책 수집하기, 책을 테마로 여행하기......그런데 그중 끝판왕은 역시 직접 책을 쓰기가 아닐까 싶다. 그렇다. 나는 성공한 덕후인 것이다 (으쓱으쓱)! (178쪽)

격식을 빼고 이렇게 생각하는 바를 솔직하게 써내려갈 수 있는 것은 성격도 성격이지만 일종의 자신감과 소신일 수도 있다고 본다. 겸손을 위해 겸손하려 하지 않았고 모자라는 것을 포장하려고 하지도 않았다. 글을 보면 사람을 평가할 수 있다고, 대개는 이렇게 말하는데 저자는 자기가 글을 써보니 글을 보고 사람을 평가하는 건 속단이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숨기고 싶은 자기 위선과 추악한 치부를 가리고 자기 장점을 어필하여 쓰기 마련이며 인정욕구와 결부되지 않은 표현 욕구란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글을 쓰고 또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글이란 쓰는 이의 내면을 스쳐가는 그 수많은 생각들 중에서 그래도 가장 공감을 받을 만한 조각들의 모음이다. 나는 그래서 책이 좋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커피 두 잔 값으로 타인의 삶 중에서 가장 빛나는 조각들을 엿보는 것이다. 그것도 쓴 사람 본인이 열심히 고르고 고른. (183쪽)

나 역시 지금 다른 사람의 글을 읽고 그 소감을 나의 글로 써내려가고 있다. 글은 그 글을 쓴 사람의 삶 중에서 가장 빛나는 조각들이라니. 지금 이 끄적거림도 내 삶의 빛나는 조각들일 수 있을까 나 자신에게 물어본다.

저자가 책과 함께 좋아하는 것으로 여행을 꼽았는데, 독서를 심각하게 하기 보다 쾌락의 목적으로 한다고 했듯이 여행 역시 숙제가 아니라고 했다. 하루하루를 행복하게 보내는 것이 중요하지, 여행을 무슨 완수해야할 목적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그런데 여행 경력을 보니 다섯살, 일곱살된 어린 딸 둘을 데리고 엄마 없이 유럽 여행을 데리고 떠난 것이나, 인도, 갈라파고스 등을 다녀온 곳이나, 이것도 책으로 쓰면 재미없을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지금 쓰고 있을지도.

책 읽기 좋은 공간으로 찾아낸 곳, 책 읽기 좋은 곳을 찾아 들고 다니기 좋은 의자라고 찾아낸 것을 좀 보시라.

저서 중 <판사유감> 을 손에 넣기 전에 TV 드라마 <미스함무라비>를 오늘 부터 보며 기다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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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ussbaum 2019-07-26 2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리뷰를 보니 어떤 책의 느낌일지 감이 옵니다. ^^

더위에 잘 지내고 계시지요?

hnine 2019-07-26 20:43   좋아요 1 | URL
아, Nussbaum님.
더위에 잘 못지내고 있습니다 ㅠㅠ
Nussbaum님의 시원한 푸른색, 보라색 그림 보면서 마음이라도 시원해지려고요 ^^
이 책 정말 재미있게 읽었어요. 저자가 쓴 극본이라는 TV 드라마를 지금 막 보기 시작했어요. TV와 네플릭스는 책의 강력한 라이벌이고 개미지옥이라고 했는데 그래도 한번 보고 싶어서요.

Nussbaum 2019-07-26 21:03   좋아요 0 | URL
에구 왜 잘 못지내고 계시는지..

방학인지라 저도 넷플릭스랑 Pooq TV 영화 잔뜩 보고 있습니다. 밤이 새는줄도 모르게 보기도 하는데, 그래도 책이 끌릴때가 있긴 하더라구요.

책만의 매력? 이라고 해야 하나 ㅎㅎ

얼른 쾌차하셔요 !!

hnine 2019-07-27 05:34   좋아요 0 | URL
아픈거 아니고요, 제가 워낙 더위에 취약해서 이제 7월이고 아직 한 달 이상 여름이 남았는데 벌써 허덕허덕거리고 있다는 뜻이지요. 너무 엄살을 떨었나요?

다락방 2019-07-26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도 재미있게 읽으셨군요! 두 딸을 데리고 여행한 건 저도 참 인상깊었어요. 정말 어려운 일이었을텐데 말예요. 솔직한 글이라 거부감없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hnine 2019-07-27 05:33   좋아요 0 | URL
요즘 다락방님 서재에서 골라담는 책이 늘어갑니다. 최영미 시인 시집도 그랬고요.
문유석 판사의 책은 심지어 집에 <개인주의자 선언>이 있었는데도 안읽어보고 있었거든요. <쾌락독서>을 읽기 위해 결국 집에 있는 것부터 읽게 되었는데 생각보다 재미있었어요. <쾌락독서>는 그보다 더 가볍게 쓰여진 책인 것 같기도 한데 그래서 한나절에 다 읽어버렸네요.
저자 말에 의하자면 다락방님도 책읽기 재미의 끝판왕을 달성하신 성공한 덕후!! ^^

책읽는나무 2019-07-27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라디오에서 문유석 판사님 초대손님으로 나오셔서 책 소개와 드라마 이야기를 너무나 재미나게 하셔서(입담이 좋으시더라구요^^) 읽어봐야지!찜만 해놓구선 ‘미스 함무라비‘드라마 앞부분 조금 보다가 뭣때문인지?멈춰버렸네요ㅜㅜ
고아라가 참 귀여우면서 진지하게 연기했던 기억이 납니다.성동일 배우도 인상 깊었구요^^
판사라는 직업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도 했었네요...참 드라마를 보셨다면,곳곳에 문유석 판사님 책들 ppl보셨나요?ㅋㅋ
드라마에 등장하는 책들,특히 고아라 판사 개인 책장에 꽂혀 있던 책들과, 페미니즘 책제목 기억하느라 눈이 바빴었어요ㅋㅋ
저도 여름 가기전에 ‘개인주의자 선언‘이랑 ‘쾌락독서‘얼른 읽고 싶네요^^

hnine 2019-07-27 11:59   좋아요 0 | URL
안그래도 말씀도 참 잘하시겠다 짐작이 되더라고요. 전 들어본 적은없지만 책읽는나무님 말씀 들으니 막 상상이 되네요.
드라마는 이제 막 1편 보기 시작해서 ppl 발견 못했는데 앞으로 주목해서 찾아봐야겠네요. 그것도 재미있겠는데요?
이렇게 더운 날엔 집중하기 위해 일부러 노력하지 않아도 되는, 그러면서 촌철살인 같은 이런 책 읽으면 딱 좋은 것 같아요.
이 책도 그렇고, 최근에 본 ‘굿피플‘이라는 TV프로그램, 그리고 요즘 틈틈히 듣고 있는 민법 팟캐스트 등을 통해 저도 법이라는 분야에 대해 조금씩 눈을 떠가고 있는 중이어요. 제가 전혀 관심을 두지 않던 분야였는데 새로 알아가는 재미가 있더라고요.
 
개인주의자 선언 - 판사 문유석의 일상유감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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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이기주의와 자기중심주의를 구분하려고는 한다. 제목 속 개인주의자 라는 말을 보며 이 말 역시 이기주의와 구분하여 사용되어야 할 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백으로부터 시작한다면서 저자 자신의 개인주의적 성향에 대한 편력부터 토로하고 들어가니 이 책의 성격과 글쓴이의 성향이 초반부터 분명해졌다.

'너는 왜 집에 사람 오는 걸 싫어하니?' 나 역시 어릴 때부터 듣던 말이다. '이기적'이라는 말까지 들었을때 나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도 아직 모를 때였다. 그 버릇 (!) 지금까지 개선 못해서 여전히 주류보다 비주류로 살며 집단으로 뭐 하는 것을 기피하는 비사회성 인간에, 외로움을 댓가로 치를 지언정 내 결정대로 밀고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서 얼마나 후련하고 위안이 되었는지.

'개인주의'라는 말은 집단의 화합과 전진을 저해하는 배신자의 가슴에 다는 주홍글씨였다. (25쪽)

혼자 살 수는 없는 세상. 어떤 집단에 일단 속하게 되면 그 속에서 조금이라도 튀는 경향이 보이면 불편해진다. 그 불편함은 한 소리를 내야한다는 그 무언의 억압이 느껴질 때부터 이미 시작된다.

이 획일적 문화는 도대체 어디서부터 유래한 것일까. 일제 강점기를 거쳐 군사 정권 아래서 굳어진 것일까. 아니면 그보다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할까.

어른이 되어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가정이든 학교든 직장이든 우리 사회는 기본적으로 군대를 모델로 조직되어 있다는 것을. (24쪽)

 

훨씬 근대로 내려와 그 원인을 찾아볼 수도 있다. '비동시성의 동시성'이라는 말은 독일 철학자 에른스트 블로흐가 전근대성, 근대성, 탈근대성이 공존하던 1930년대 독일 사회를 규정하기 위해 사용한 개념인데 서로 다른 시대의 특징이 같은 시대에 나타난다는 말이라고 한다. 1980년대 한국사회 역시 그러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고도 성장기의 자본주의, 전체주의적인 군부독재, 전근대적인 가부장제 문화, 그리고 이에 대한 저항 이념인 20세기 초반의 러시아혁명 이론부터 20세기 후반 유럽의 후기 마르크스주의, 심지어 또다른 전체주의인 주체사상까지 혼재했던 것이다.

결핍되어 있던 것은 프랑스대혁명과 미국독립전쟁을 이끌었던 자유주의민주주의, 그리고 그 토대인 합리적 개인주의였다. (104쪽)

 

다수의견이 꼭 최선의 결정은 아니라는 것은 학교 수업 시간에도 배우긴 했다. 저자도 다시 한번 현실적인 예를 들어 상기시키고 있다. 개인주의를 말할때 빠뜨릴 수 없는 사항이기 때문이다. 이거 아니면 다 저거라고 단정, 분류, 대립 구조 확정시키는 '좌우자판기'.

보수, 진보란 보통 정부의 역할, 복지정책, 조세정책 등에 대한 관점의 차이로 구별한다. 그런데 대한민국사회에서 가장 열렬히 대립하는 사항은 실은 이념, 정책이 아니라 어느 대통령을 '사모'하느냐와 애향심 아닐까. 여기에 세대 문제가 결합된다. (206쪽)

 

삼인성호 (三人成虎). 몇몇이 떠들어대면 없는 호랑이도 만들어진다. 몇몇 소수가 그들만의 리그에서 이념투쟁을 벌이는 것을 보다보면 마치 이 사회에서 진짜 심각한 이념대립이 있는 것처럼 착시 현상이 생긴다. 거짓 선지자들에게 인류는 속을 만큼 속았다. '좌우자판기'를 철거해야 하는 이유다. (209쪽)

 

몇군데 줄을 치며 읽긴 했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마지막 몇장을 안남기고 읽은, '강한 책임을 기꺼이 질 수 있는 가치관'에 관한 내용이었다.

과연 강한 책임을 기꺼이 질 수 있는 가치관은 어떻게 배양되는가.

작은 책임부터 부담없이 맡을 수 있어야 한다. 우리 사회는 나서는 걸 죄악시하고 튀지 않아야 한다는 강박 속에 산다. 그럴 수 밖에 없는 것이 누가 뭘 잘했을 때의 칭찬보다 그가 뭐 한 가지 잘못했을 때 그러면 그렇지 하고 달려들어 돌팔매질하는 광기가 훨씬 뜨겁다. 당연히 리스크를 최소화하려면 책임을 맡지 말아야 한다.

무엇을 시도하고 실질적인 일을 만들어내는 사람보다 남의 잘잘못을 지적하고 평가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다. 창작가보다 평론가가 많다고나 할까.

노력이라도 해보는 남을 냉소함으로써 그것도 하지 않는 비루한 자신을 위안한다. 어차피 세상은 바뀌지 않는데 다 쇼일 뿐이라며. (267쪽)

 

진짜 용감한 자는 자기 한계 안에서 현상이라도 일부 바꾸기 위해 자그마한 시도라도 해보는 사람이다.

Anyone can be cynical.

Dare to be an optimist.

(냉소적으로 구는 건 누구나 할 수 있어. 담대하게 낙관주의자가 되라구) (268쪽)

 

쓴소리랍시고 떠드는 입은 많다. 그래야 자기의 똑똑함을 증명할 수 있다는 듯이.

내 한계 안에서, 작은 노력이라도 해볼 용기와 정성이 없다면 최소한 그런 사람을 냉소하지 말기를.

 

합리적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다르다.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나 하나 제대로 잘 챙기며 사는 것도 벅차다는 것이다. 평범해보이는 그것이 얼마나 어렵고 소중한 일이고 일생동안 노력해야할 일인지 안다는 것이다.

집에 돌아가며 생각했다. 한 개인으로 자기 삶을 행복하게 사는 것만도 전쟁같이 힘든 세상이다.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입시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취업 관문에서 살아남기 위해, 결혼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일하며 아이를 키우는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 아이가 다시 이 험한 세상에서 살아남도록 지키기 위해. 그런 개인들이 서로를 보듬어주고 배려해주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또 그렇기에 얼마나 귀한 일인가. (279쪽)

 

제목과, 그리고 초반의 도입과 일관성 있게 맺기에 좋은 마무리 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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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5 00:3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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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5 04:3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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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25 11: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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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시라고 하지만, 아파트 단지 속에서 파묻혀 살고 있긴 하지만, 집에서 조금만 벗어나도 논이 나오고 밭이 나옵니다.

집에서 차로 20분 쯤 갔을 뿐인데 아마도 제 기억으론 지금까지 가까이서 본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가 아닐까 싶은 큰 나무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무 전체를 다 담기 위해서 뒤로 좀 물러나서 사진을 찍어야했어요.

700년 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나무는 2013년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다는데, 높이가 16m, 둘레가 9.2m 라고 안내표지판에 써있습니다. 700년이라. 700년을 한 자리에서 이어온 생명체를 눈 앞에서 보고 있자니,

'나무가 보기에 나는 애기구나 애기.'

라는 생각이 들어 든든한 마음이 생기고 안심도 되고 그랬답니다. 나이들어 자꾸 늙어간다고 툴툴거리던 평소 생각은 잠시 도망갔어요. 

 

우리 나라 오래된 나무들을 보면 느티나무, 소나무, 아니면 은행나무인것 같아서 찾아보니 우리나라에 있는 수령 1,000년 이상된 나무 60여 그루중 25그루가 느티나무랍니다.

 

느티나무 주위엔 배롱나무가 보라색으로 예쁘게 꽃을 피우고 있었고 밤나무, 대추나무, 감나무, 옥수수밭, 포도밭, 가지, 오이, 수박, 참외 등 열매가 열린 밭, 잘자라고 있는 벼 등 많이 많이 구경하고 왔습니다.

 

 

 

 

 

 

 

 

 

 

 

 

 

 

 

 

 

 

 

 

 

 

 

 

 

 

 

 

 

 

 

 

 

 

 

 

 

 

 

 

 

 

 

 

 

 

 

 

 

 

 

 

 

흐리고 습하고 더운 날이었지만, 각자 자기 자리에서 열심히 열매 맺고 자라고 있는 나무들과 70년이 아닌 700년을 한 자리에서 버티고 있는 느티나무를 보고 온 감상으로 가슴이 꽉 채워진 날이기도 했습니다.

 

생명은 치열하고,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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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nd 2019-07-22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정말 좋은 사진들이네요. 느티나무, 감나무, 밤나무, 호두나무, 포도나무, 도라지, 연초록으로 펼쳐진 논과 야산, 이런 사진들 보니까 고향에 돌아온 느낌입니다. 정말 너무 좋습니다.

hnine 2019-07-22 12:04   좋아요 0 | URL
도시에서 나고 자란 제 눈에도 이렇게 푸근하고 든든한 느낌이었는데, 정말 이런 곳을 고향으로 두신 분들이 도시에서 살면 고향 생각이 자주 날 것 같아요. 열매, 과실들이 익어가는 것을 보니 이 더위가 결국 가을을 향해서 갈것임을 상기시켜 주는 것 같아 위안도 되었고요.
함께 느껴주셔서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댓글을 다셨지만 누구신지 알것도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