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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로 유럽 도시 읽기 - 건축가 동생과 책벌레 누나 33일간 1800km 자전거 여행을 떠나다
이용수 지음, 이정은 사진 / 페이퍼스토리 / 2014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기혼의 남동생과 기혼의 누나가 함께 자전거로 유럽 4개국, 1800km를 33일 동안 자전거로 다니면서 관심있는 건축물 답사를 한 기록이다.
글을 쓴 이용수는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건축 설계일을 하고 있었고 사진을 찍은 누나 이정은은 건축과 무관한 직장인. 체력과 마인드를 고려할때 함께 여행하기에 좋을거라 생각하고 동생이 자전거 여행을 제안했다고 한다. 그때부터 자전거를 배우기 시작, 한달여 기간 맹연습을 거쳐 중고 자전거를 20만원 주고 구입해 떠났다니 체력과 마인드가 여행에 적합한 것 맞는 것 같다.
하지만 여행기를 읽어보니 자전거로 여행을 다니는 것이 아무나 할 일은 아닌 것 같다. 길이 좋고 날씨 좋아도 하루 평균 70km를 달리기가 쉽지 않을텐데 비 오고 오르막길의 연속이고 체력 소모도 많은 과정이다보니 나중에 보람은 있겠지만 역시 세상에 그냥 얻어지는 것은 없는 것 같다.
순전히 여행과 휴가를 목적으로 떠난 일정은 아니고 출판사와 약속이 있었다니까 여정 계획이 어느 정도 세워져 있었을 것이다.
![](https://image.aladin.co.kr/Community/paper/2019/0813/pimg_7149951632270689.jpg)
책제목만으로는 이러한 여행 목적이 드러나있지 않지만 읽어보면 들러볼만한 건축물 중심으로 일정이 짜여져 있고 그 건축물을 설계한 건축가, 그 나라와 도시의 건축물 특징, 경향에 대한 내용이 많다. 많은 건축물과 건축가가 등장하고 이들이 우리 나라에 설계한 건물들도 소개를 해놓았다. 이 중엔 이름을 들어본 건축가들도 있지만 (도미니크 페로, 르 코르뷔지에, 이오밍 페이, 렌초 피아노,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 마리오 보타, 렘 콜하스, 노먼 포스터, 리차드 마이어 등)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리트벨트, 장 누벨, 요 코에넨, 벤 반 베르켈, 헤르조그 & 드 뫼롱 등). 또한 저자가 들른 유럽 4개국의 도시들은 관광지로 익숙한 곳도 있지만 이름조차 처음 들어보는 조그마한 마을도 있었는데 저자가 주로 건축물 위주로 찾아다녔기 때문이다. 들른 건축물들 중에는 건축가보다 더 생소한 것들이 많았다. 아마 내가 유럽의 많은 곳을 다녀보지 않았기 때문이기도 하고 비전공자이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건축가들이 꼭 세계적으로 큰 도시의 큰 건축물만 설계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는 유명한 건축가들 소개를 하면서 이들이 우리 나라에 설계한 건물들을 예로 들어놓은 것만 봐도 그랬다. 이 건물들 중에는 공공 건물 (동대문 플라자) 도 있지만 학교 건물도 있고 (이화여대 ECC, 서울대학교 미술관) 리암 미술관은 세 건축가들이 각기 맡아서 설계를 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들이 갔던 프랑스, 네덜란드, 스위스, 독일의 여러 도시들은 각각의 역사와 상황, 환경에 맞게 도시와 건축의 방향을 설계해왔는데 우리 나라는 효율성과 유행은 몰라도 그 지역의 역사와 내력을 무시하고 개발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세상을 신이 만들었다면 네덜란드는 네덜란드 인이 만들었다고 할만큼 환경을 극복해가며 국토를 일군 역사를 가지고 있는 네덜란드라서 그런지 효율성을 고려하여 실로담, 슈뢰더 주택 등 조립식 스페이스 형태의 주거시설이 발달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고 독일의 프라이부르크는 환경 보전에 특화된 도시 같았다.
현대적으로 설계된 건축물 사이에 수백년된 건물이 버젓이 버티고 있는 모습은 런던을 여행할때 목격한 바이지만 그것은 런던만의 경우는 아니었다. 건축계의 노벨상이라고 할 수 있는 프리츠커상을 일본 건축가들만 해도 여럿 받았는데 왜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안나오고 있는지, 그것도 아쉽다.
건축물은 사람이 들어가서 살고 일하는 건물 자체의 의미도 있지만 이제는 그 도시와 그 나라의 랜드마크가 되어 그곳을 방문해야할 이유가 되고 그곳에 오래 오래 살아남으며, 그것을 설계한 건축가에게는 알게 모르게 아티스트의 자격이 부여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매력적이다.
이 책은 여행기의 성격도 분명 있지만 건축 답사에 관심있는 사람이 보면 더욱 반가울 책이다.
500쪽에 이르는 두께이지만 생각보다 금방 읽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