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졸업후 처음 들어간 직장은 여자보다 남자 머릿수가 훨씬 많은 곳이었다. 동료의 대부분도 남자, 선배도 남자, 상사도 남자.
남자들과 원만하게 지내는 것이 직장 생활을 성공적으로 하는데 매우 필요사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별로 그러지를 못했다.
갓 결혼식 올리고 휴가 후 인사다니는 한 행정 여직원에게 남자 직원들이 한마디씩 던지는 말이
"야...이제 xx 씨도 영낙없는 아줌마네, 아줌마야." 그리고는 아예 이름을 두고 "아줌마!" 하고 큰소리로 불러보며 낄낄거렸다. 그 여직원 얼굴이 빨개져서는 별다른 대꾸를 하지 않았다. 사실 무슨 대꾸를 하랴.
아줌마라고 불린 본인도 가만히 있는데 이 까칠한 신입여직원이 발끈하여 한다는 소리가,
"이봐요, 여기 계신 남자분들, 아줌마에게서 태어나지 않으신 분 있어요? 그런 식으로 놀릴 대상이 아닌것 같은데요."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자기들끼리는 잘 안하는 장난을 우리 부서에 단 한명 여자 직원에게는 종종 했다. 어느 날 모두 함께 나가서 점심을 먹고 들어오는데, 사람들이 자꾸 이 여직원을 쳐다보는 것이다. 나를 쳐다보는지, 옆에 가는 다른 사람 쳐다보는 것을 착각하는 것인지, 찜찜한 기분으로 돌아와서는 마침내 알았다.  부서 남자 직원 하나가 그 여직원 등에 중국집 배달 선전 스티커를 붙여 놓은 것. "어디든지 신속 배달" 이라고 쓰여져 있는. 
그 사람도 그 사람이지만, 모두 알고 있으면서 밖으로 점심 먹으러 나갔다 올때까지 아무도 말 안해준 나머지 남자 직원들이 괘씸했다. 가만히 있으면 다음에 또 비슷한 장난을 칠 것이라는 생각에, 스티커를 붙인 그 사람에게 가서 말했다.
"xx씨, 스물 일곱살씩 되신 분이, 장난은 일곱살짜리 장난을 치시는군요."
------------------------------------------------------------------------------------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 나라 회사든 연구소든, 필요 이상으로 회의를 자주 하고, 오래 한다.
그 날도 각자 하던 실험, 일단 중지 하고 회의를 한다고 모두 모였는데, 1시간이 넘도록 진척 상황은 없고, 쓸데 없는 주제로 시간만 보내고 있었다. 거기다가  회의 시작 부터 선임이 계속 피워대는 담배로, 실내 공기는 더 이상 견디기 힘들 정도가 되어 가고 있었다. 안 되겠다! 까칠 여직원 벌떡 일어나서는 회의실의 창문이란 창문은 모두 열어젖히고 다시 자리로 돌아와 앉았다. 함께 있던 다른 직원들이 더 당황. 선임의 눈치를 살핀다. 그 여직원만 빼놓고.

쓰면서 생각하니, 별로 잘 한 짓 같지는 않다. 그 여직원이 조금만 더 지혜로왔다면 더 바람직한 응수를 했을텐데.

(그 여직원? 물론 '' ^^)
 


댓글(8)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조선인 2007-11-15 10: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왜 여직원은 까칠하기보다 지혜로운 응수를 해야 하죠? 전 그것도 불만이라구요. 까칠까칠, too~

hnine 2007-11-15 11:42   좋아요 0 | URL
하하, 조선인님. 누구의 마음도 상하지 않게 하면서 의사전달을 할수 있다면 그 편이 더 나을 것 같아서요. 그런데 저처럼 많이 모자란 사람은 아직도 자신 없습니다 ^^

홍수맘 2007-11-15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오히려 '왜 저리 대응하지 못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봤어요.
회사의 막내 여직원이었는지라 '좀 아니다' 하고 생각되는 부분도 그냥 웃음으로 --- 속은 쓰리면서 --- 그냥 넘겨버렸던 것 같아요.

hnine 2007-11-16 07:30   좋아요 0 | URL
홍수맘님, 저도 처음 며칠은 그랬지요 ^

마노아 2007-11-17 11: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까칠 여직원 멋져요! 그래봤음 좋겠어요ㅠ.ㅠ

hnine 2007-11-17 13:11   좋아요 0 | URL
ㅋㅋ 마노아님, 저의 직장내 사교관계가 원만치 못한 이유가 되었는 걸요 ^^

미즈행복 2007-11-21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정말 멋지십니다. 배워야겠어요!!! 아울러 딸에게도 전수하고요!!!

hnine 2007-11-21 15:20   좋아요 0 | URL
요즘은 직장내 여성의 비율도 더 높아지고, 아마 저 정도는 아니리라 생각되어요. 더 많이 개선되어야지요.
 

땀을 많이 흘린 사람은 눈물을 적게 흘린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07-11-15 09: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7-11-15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조선인 2007-11-15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요? 전 잘 모르겠어요. 제가 눈물을 흘리는 건 땀에 대한 보답을 바라는 욕심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hnine 2007-11-15 11:03   좋아요 0 | URL
땀과 눈물이 상징하는 것이 사람마다 다른 모양이어요.

마노아 2007-11-17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땀을 더 흘리면 눈물을 적게 흘릴 수 있을까요? 그럼 많이 흘리고 싶은데...

hnine 2007-11-17 13:12   좋아요 0 | URL
마노아님, 빙고~ 바로 그런 뜻이었어요. 고생을 많이 한 사람은 사소한 일로 상처받거나 마음쓰지 않는다잖아요.
 



 

 

 

 

 

 

 

 

 

 



 

 

 

 

 

 

 

 

 

 

 

아래 그림은 아직 미완이다. 점을 더 찍어야 하는데 아이의 방해 공작으로 더 이상 계속할 수가 없었다.

이 페이퍼 제목을 '스케치북'이라고 붙이고 나니, '스케치북'이라는 제목의 에세이집이 생각난다. 저자가 누구였는지 가물가물... 어릴 때 아빠 책상에서 보았는데, 조그만 문고판 크기의 책에, 제목이 '스케치북'이라고 쓰여져 있는 것이다. 들춰 보았더니 그림은 하나도 없고 글씨만 빽빽히 있다. 혼자서 이상하다, 이상하다...스케치북이라면서 뭐 이러냐, 갸우뚱 갸우뚱 했던 기억이 난다 ^^


댓글(6)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홍수맘 2007-11-12 16: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연습 하시는 거세요?
멋져요.^^.

hnine 2007-11-13 13:56   좋아요 0 | URL
사놓은지 한참 된 책 '색연필화 쉽게 하기' 을 오랜만에 펼쳐 봤어요. 그냥 재미로요. 재미있던걸요 ^^

turnleft 2007-11-13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음영 표현이 좋네요. ^^

hnine 2007-11-13 13:59   좋아요 0 | URL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잘해야지~ 두 주먹 불끈! ^^)

미설 2007-11-13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함 해보고 싶네요. 맘만 늘 있는 일 중에 하나에요..

hnine 2007-11-13 21:00   좋아요 0 | URL
미설님, 저도 벼르기를 두어달, 사놓고서 손도 못댄채 두어달, 그런 후에 지난 주 처음 시작해보았답니다. ^^ 색연필이라는 재료는 웬지 쉽게 친해질 것 같아서 이 책부터 샀어요. 시리즈가 여러권 있더군요.
 

몇 안 되는 화분이건만, 한동안 물 주는 것 조차 잊고 지냈다.
물 안 준지 3주는 되었나보다.
오늘 물을 주면서 보니, '천사의 나팔'은 잎이 거의 다  바닥에 떨어져 있었고,
'트리얀'은 안그래도 작은 잎이 다 말라 비틀어져 버렸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번도 꽃을 피운 적 없던 '게발선인장'에 꽃이 피어있다!


 

 

 

 

 

 

 

 



 

 

 

 

 

 

 

 

 

물을 열심히 줄때는 오히려 꽃을 안 피우더니.

주인의 취향에 의해 한집 베란다에 모여있다 뿐이지, 얘들은 모두 다른 특성을 가진 아이들인 것.
나는 그저 물을 똑같이 주고 있었다. 물을 줄 때는 다 같이 주고, 안 줄때는 다 같이 안 주고.
이 게발선인장은 자주 물을 주면 안되는 것이었나보다.

꽃이 저만큼 핀 것도 있고, 다른 잎에는 꽃인지 잎인지 구별 안 될 정도로 이제 막 꽃봉오리가 생기기 시작한 것도 있다.

베란다에서 마루로 들여놓고는, 신기해서 자꾸만 자꾸만 쳐다 보았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실비 2007-11-11 0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이뻐요..
혹시 행운목의꽃을 아시나요?
원래 꽃이 없는데 물도 적게주고 좀 고생하면 꽃을 피운다고 합니다.
물잘줄때 안피고 하신다니 갑자기 행운목의 꽃이 생각이 나네요^^

hnine 2007-11-11 00:49   좋아요 0 | URL
실비님, 예쁘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행운목의 꽃은 말로만 들어봤어요.
행운목도 제 책상위에 놓고 한참 눈 맞추던 식물인데...
실비님 덕분에 다시 생각났네요.
말 못하는 식물에게서, 가끔 말하는 사람에게서보다 더한 찡한 감정을 느낄 때가 있네요.

야클 2007-11-11 12: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네 길고양이들 밥은 자주 주면서 정작 우리집 마당에 있는 나무나 꽃들에겐 물 준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그런데 게발선인장이라니 누가 지었는지 이름 참 잘지었네요. ^^

hnine 2007-11-11 19:20   좋아요 0 | URL
야클님,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시는군요. 나무나 꽃들은, 특히 마당에 있는 것들은 일부러 물을 안 주어도 한동안 잘 버티니까요. 게발선인장, 잎이 꽃게 발 처럼 생겨서 붙은 이름인것 같지요? ^^
 

아이가 올 시간. 빨래를 널다말고 밖으로 난 창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온다! 그런데 어깨가 축 처진게, 평소같으면 촐랑촐랑거리며 들어설텐데, 가방을 질질 끌며 힘없이 천천히 걸어오고 있다. 창을 두드리며 손짓을 하고는 현관문을 열어주었더니, 아이가 들어서자마자 내게 안기며 "나, 울었어요..." 그런다.
-왜??
"5학년 J형아 (아이와 같은 버스를 타고 오는 동네 형이다)가 나를 뒤에서 밀었어요. 그래서 넘어졌어요. 나 이제 그 버스 안타고 다녀야겠어요. 엉 엉..."
- 그랬구나...

그리고는 한동안 아이를 껴안고 있었다. 현관에서, 아이는 신발도 아직 벗지 않은 채로.
조금 있다가,
-이제 좀 마음이 가라앉았어?
"네..."

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더 묻지도 않았다. 요즘 들어 아이는 학교에서도 누가 자기를 괴롭힌다는 말을 자주 한다. 선생님과 면담도 했는데, 실제로 다른 아이들이 괴롭혀서가 아니라, 관심과 애정을 받고 싶은 표현으로 생각된다고 말씀하신다. 아이가 그럴때마다 처음에는 네가 먼저 잘못했다느니, 네가 양보하면 그런 일 없을거라느니, 어른도 하기 힘든 것을 아이에게 참 쉽게도 말했었다.
그런데 이제는 그냥 아이 말을 들어주기만 한다. 거기까지가 내가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머지는 시간이 지나, 아이가 좀 더 학교라는 사회에 적응을 하면서 배워나가리라 생각하면서.
그렇지만 물론 마음이 가뿐하지는 않다.

------------------------------------------------------------------------------------ 

"엄마, 사람은 다 언젠가 죽어요? 그럼, 엄마도 나중에 죽어요?"

- 응, 태어난 것들은 다 언젠가 죽어.

"정말요?"

- 그런데 엄마는 안 죽는 방법을 알아.

"어떻게요?"

- 그건 지금은 비밀이야. 그러니 걱정마.

(네 마음 속에 영원히 살아있을거란다 아이야...)

------------------------------------------------------------------------------------

유태인들은 절대 어린아이들에게 죽음에 대해 환상을 심어주지 않는다고 한다. 죽어서 천국에 간다든지 지옥에 간다든지, 그러기보다는 죽음이란 현상에 대해 처음부터 확실히 사실적으로 얘기해준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오늘 아이 앞에서 그러질 못했다. 물어보는 아이의 표정이 나도 모르게 저렇게 대답을 해버리고 말았다. 그냥 본능적으로 아이를 안심시켜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화가 안되어 누워있었더니, 아이가 책을 한권 들고 온다. 내 옆에 눕는다. 그러더니 책을 읽어주기 시작한다. 그럴 때 자기가 책을 읽어주면 엄마가 좋아한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다. 밤마다 졸려서 헛소리 할 때까지 책을 읽어주던 것이 엊그제 같은데, 이제 아이가 내게 책을 읽어준다.

------------------------------------------------------------------------------------

남편이 들어오는 소리에 깨었다. 아이가 책 읽어주는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든 모양이다. 옆을 보니, 책을 읽어주다가 아이도 그대로 잠이 들어있고.
그때가 11시 쯤인데, 문득 엊그제 아이가 빼빼로 데이에 선생님께 빼빼로 초컬릿을 사다드리고 싶다고 했던 기억이 났다. 토요일에 학교엘 가지 않으니 내일 갖다드려야 하는데, 오늘 사다놓는 것을 깜빡하고 잠이 든 것이다. 그 얘기를 듣고 남편이 두말 않고 현관을 나선다. 잠시 후 남편은 아이를 위해 예쁘게 포장된 빼빼로 초컬릿을 사가지고 들어왔다. 마침 동네 제과점 한 곳이 아직 문을 닫지 않았더란다. 아이 가방에 넣어주었다.




 

 

 

 

 

 

 

(옛날 사진 한장)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하늘바람 2007-11-09 09: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좋은 엄마 아빠 그리고 무척이나 사랑스러운 아이네요. 제가 가서 껴안아주고파요

hnine 2007-11-09 15:42   좋아요 0 | URL
하늘바람님, 우리 아이, 껴안아주셨다 생각할께요. 고맙습니다 ^^

울보 2007-11-09 1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슴한구석이 따스해지네요,
정말 좋은 엄마아빠세요,

hnine 2007-11-09 15:41   좋아요 0 | URL
울보님, 별 얘기 아닌 걸, 그래도 글로 남겨보았어요. 아이들을 키우면서는 얘기 거리가 떨어질 날이 없지요 ^^ 따스하게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비로그인 2007-11-09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가 엄마에게 이야기를 잘 하네요.
저는 제가 무뚝뚝해서인지 잘 털어놓지를 않아요.
이런 글 보면 반성하고 잘 해줘야지 하게 되어요.

hnine 2007-11-10 08:25   좋아요 0 | URL
아이가 하나 있으니, 아이가 하는 말을 다 들어줄수가 있나봅니다. 둘, 셋 되면 아마 그것도 힘들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