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부안군 진서면 내소사로 191 내소사'

 

네비게이션에 이렇게 입력하고 2시간 정도 달렸습니다.

來蘇寺. '이곳에 다녀가신 이들 모두 새롭게 소생하라' 는 뜻이라고 합니다.

신라시대 지어졌으나 임진왜란때 모두 불타고, 조선시대 인조때 다시 지어진 절.

본사인 고창 선운사의 말사랍니다.

 

 

 

 

 

 

'능가산내소사'라는 현판을 달고 있는 일주문을 지나면 매표소가 나오고,

매표소 지나면 바로 600m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이 나옵니다.

 

 

 

 

 

 

 

20분정도 걸어요.

 

 

 

 

 

 

 

 

전나무 잎은 이렇게 생겼답니다.

태풍때문에 떨어져있는 나뭇가지가 많았습니다.

뾰족하게 위로 솟아있는 모습이 꼿꼿해보이지만 전나무는 뿌리를 깊게 못내려 보기보다 약해서 강풍에 잘 부러진다고 해요.

구불구불한 소나무가 보기보다 잘 버티는 것과 대조적이지요.

 

 

 

 

 

 

 

 

전나무길과 함께 내소사 들어가는 길은 이 상사화로 유명하지요.

잘 알려진 붉은색 상사화가 아니라 노란색 상사화랍니다.

정확한 이름은 '붉노랑상사화'라고 안내판에 써있더군요. 붉은 빛을 띤 노란색이래요. 꽃색깔은 연한 노란색이지만 직사광선이 강한 곳에서는 꽃이 붉은 빛을 띠게 된대요.

왜 상사화인지는 아시죠?  잎이 다 사라진 다음 꽃이 피어서 잎과 꽃이 만나지 못해 서로 사모하기 때문이라고요.

 

 

 

 

 

내소사의 두번째 문인 천왕문을 지나면 바로 이 느티나무를 만나게 됩니다.

자그마치 1,000년 된 나무랍니다. 100년도 아니고 1,000년이라니.

 

 

 

 

보통 사찰을 대표하는 세개의 문이 첫번째 일주문, 두번째 천왕문, 세번째 불이문인데 내소사에서 불이문에 해당하는 것이 이 봉래루라는 누각이라고 합니다. 불이문(不二門). 속세와 구별되는 부처의 세계에 들어선다는 것을 의미하지요.

 

 

 

 

 

 

봉래루 기둥입니다. 모양, 크기 제각각 돌. 그러면서도 균형 잡고 당당하게 주춧돌 역할을 해내고 있어요. 전 이런게 재미있어서 꼭 사진에 담아옵니다.

 

 

 

 

 

 

 

드디어 대웅보전을 만납니다.

크지 않고 소박해보여요 (정면 3칸, 측면 3칸). 단청이 없어 더 그렇게 보이는지.

쇠못 안쓰고 목재로만 지었답니다.

 

 

 

 

 

 

대웅보전 내부입니다. 가운데 석가모니, 왼쪽이 문수보살, 오른쪽에 보현보살을 모셨습니다.

뒷편의 후불벽화가 '백의관음보살좌상' 이라고 우리 나라에서 가장 큰 백의관음보살상으로 유명하다는데 저는 아무리 봐도 백의(白衣)가 아닌 듯 하여 갸우뚱갸우뚱하다 왔답니다.

천장의 무늬와 조각도 아름답지요.

 

 

 

 

 

 

 

우리 나라 장식무늬의 최고봉이라는 대웅전 꽃문살입니다.

 

 

 

 

 

 

 

 

 

 

 

 

 

 

 

 

 

 

 

 

 

 

 

 

돌아나오는 길.

 

 

 

가을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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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9-19 09: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제일 좋아하는 곳이에요 나인님 ^^ 전주 살 때 열댓번은 갔었는데 이렇게 또 마주하니까 또 달려가고싶네요

hnine 2020-09-20 00:20   좋아요 0 | URL
수연님도 좋아하는 곳이군요. 전주에선 얼마나 걸리는지. 전 전북이니 제가 사는 대전에서 2시간까지 안걸릴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더 걸리더라고요. 저는 종교와 상관없이 절에 가보는걸 좋아하는데 산을 끼고 있다는 것도 좋고, 무엇을 보고 올지 대충은 예상을 하고 갈수 있다는 것이 좋고, 정작 가보면 꼭 그렇지 않고 그 절만의 특색을 발견하는 것도 좋고요. 한국 건축으로서의 절을 관찰해보는 것도 좋아요.
아무리 그래도 수연님처럼 한 절을 그렇게 여러번 가본 곳은 없어요. 내소사가 그런 곳이구나, 다시 보게 되네요.

막시무스 2020-09-19 1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올 봄에 한번 다녀왔었는데 다시 보니 느낌이 새롭내요! 특히 저 느티나무와 창문의 꽃살이 참 아름다웠다는 기억이 새록하니 떠 오릅니다! 즐건 주말되십시요!ㅎ

hnine 2020-09-20 00:37   좋아요 0 | URL
봄에 다녀오셨군요. 봄의 내소사는 어땠을까요. 느티나무와 꽃문살은 저도 내소사 하면 자동적으로 함께 떠오를것 같아요. 입구의 전나무길도 그렇고, 오래된 나무들이 많아서 내소사의 반은 오래된 나무들이 대표한다는 느낌까지 들었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전나무길의 피톤치드를 만끽하지 못한게 아쉬웠으니 적어도 한번은 더 갈 것 같아요.

바람돌이 2020-09-19 1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랫만에 내소사를 보내요. 특히 저 전나무길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곳이예요. 특히 겨울의 저 길은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제가 사는 곳에서는 내소사가 참 먼곳인데 다시 가보고싶네요. 가을의 내소사는 간적이 없었구나 싶어서요

hnine 2020-09-20 00:44   좋아요 0 | URL
겨울의 전나무길, 안가볼수 없겠어요. 초록의 전나무길이 겨울에 눈까지 쌓여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에너지가 좀 남았더라면 내소사 근처의 개암사와 곰소염전도 둘러봤을텐데, 이제 하루에 두탕을 못뛴답니다 ㅠㅠ
내소사 입구에 맛있어보이는 식당들도 많던데 코로나때문에 그냥 패스하고 도시락을 싸가지고 가서 야외에서 먹어야했던 것도 아쉽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을의 내소사, 소박하고 고즈넉했어요. 좋았습니다.

바람돌이 2020-09-20 00:59   좋아요 0 | URL
개암사도 좋지요. 내소사에 비해 더 고즈넉한 분위기죠. 전나무 숲길을 뺀다면 전 개암사를 더 좋아해요. ^^

Falstaff 2020-09-20 10:41   좋아요 0 | URL
불경스런 말씀이지만, 개암사는 무겁더라고요. 절집 전체에서 둔중한 분위기가 속인을 압도해버린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이 기억 역시 30년 쯤 묵은 것이라 지금 하고는 많이 다를 겁니다만.
오랜만에 머리 속에서나마 부안 구경 잘 했습니다.
곰소항에 들러 ˝묵혀서 썩히면 썩힐수록 제 맛이 살아나는, 때론 몰래 맛보소 싶은 그대, 첫사랑처럼 코끝이 싸한 맛, 한때 그대가 살았던 수심 깊은 내 가슴의 바다에서 쏴아아 눈물 끌어올려 내 눈자위를 적시고 바삐 사라지는 가오리과의 홍어˝회 한 점도 자시고 오셨으면 더 좋았겠습니다. ㅎㅎㅎㅎ
따옴표 속의 글은 박백남의 시 <홍어>를 인용했습니다.
 

 

 

한바탕 태풍이 휩쓸고 지나고 난 다음날 산책길.

나뭇가지가 부러져 길을 막고 있는 곳도 있고 (이런 곳은 할 수 없이 돌아서 걸어가야했다)

아직 파란 밤송이들이 길에 마구 떨어져 있었다.

 

 

 

 

 

 

 

 

 

 

 

 

 

아직 새파란 감.

 

 

 

어제 TV에서 보니, 태풍으로 나무에서 떨어져 바닥에 뒹구는 사과들을, 새가 먹고 짐승들이 먹고 상처가 나서 땅바닥에서 부패해가고 있었다

이렇게 부패가 진행되게 그냥 두면 안되고 모두 모아 땅 속에다 매립 처리를 해줘야 부패균이 더 이상 다른 사과들이나 작물들에 퍼지지 않는단다.

땅에 구덩이를 크게 파고 1년 동안 열심히 농사지은 사과들을 무더기로 매립하는 농부님의 얼굴을 차마 볼 수가 없었다.

 

 

 

 

 

 

 

 

길 하나 뒤로 가니 이런 카페가 있다.

자작나무 잔뜩 있던 카페.

 

 

 

 

 

 

 

 

 

 

 

 

 

 

 

 

카페 들어가는 문 위의 캐노피에도 자작나무가 이용되었다.

들어가 앉아보고 싶었지만 구경만 하고 커피는 테이크아웃해왔다.

 

 

 

 

 

 

녹슨 문과 문을 덮고 있는 덩쿨.

 

 

 

 

 

 

 

사흘 전 저녁 산책 하며 알아차렸다.

'이제 여름 끝, 가을 시작이로구나'

 

이번 여름,

짧았다.

코로나 앞에 여름 마저 기 한번 못펴고 지나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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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20-09-16 18: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묘해요. 그렇게 5백년된 나무가 태풍에 부러졌다는데 감은 저렇게 붙어있기도 하니 말여요.
제 방 창문 열면 대나무가 보이는데 그것도 안 쓰러졌어요.

hnine 2020-09-16 19:45   좋아요 0 | URL
500년 되었다는 건 나이가 500살. 많이 늙었죠. 날이 갈수록 버틸 힘도 줄어들거고요.
그에 비하면 감은 아직 젊고 힘도 있겠죠? (슬퍼지려고하네요 ㅠㅠ)
대나무는 속이 비었으니까, 이런 바람에 더 잘 버틸지도 몰라요.
방 창문 열면 대나무가 보이다니, 특이한 배경이네요.

바람돌이 2020-09-16 1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떨어져있는 저 밤송이들이 안타깝네요. 그냥 그런 느낌이 들어요

hnine 2020-09-17 08:56   좋아요 0 | URL
그렇죠? 저대로도 더 익을수 있을지.
세찬 바람에 가차없이 밤송이 떨어지는 장면도 상상해보게 되고, 그런거보며 자연이 푸근하게 감싸안아주는 이미지로써보다 무섭고 예외없다는 경고로도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

페크pek0501 2020-09-17 1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앞에 여름 마저 기 한번 못펴고 지나간 느낌이다˝ .- 정말 그런 듯합니다.



hnine 2020-09-18 21:41   좋아요 0 | URL
이번 여름이 예년에 비해 덜덥긴 했죠.
 
공부란 무엇인가
김영민 지음 / 어크로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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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란 말 참 많이 듣고 자랐고 이제는 공부하란 말 많이 하며 산다. 공부가 좋다면 스스로 하면 되는데 주로 내가 하기보다 남에게 하라고 시킨다. 대상은 대개 자녀. '공부만한 투자가 없다', '평생 공부다', '공부하는 사람 못따라간다', 판에 박힌 잔소리를 할때 보통땐 듣고 마는 자녀가 어느날 "그러는 엄마는 대체 공부가 뭐라고 생각하시는데요?" 라고 되묻는다면 대답할 한마디 근거라도 마련해놓고 있을까? 정말, 공부란 무엇일까.

<아침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에서 명쾌하고 소신있게 강의아닌 강의를 펼쳐주던 저자가 이번엔 공부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으로 무엇을 깨우쳐주려고 하나 기대하며 책장을 열었다.

책을 다 읽고난 소감은, 이런 표현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책을 참 맛있게 읽었다는 느낌이다. 맛은 없지만 몸에 좋다는 음식을 먹었을때와도 다르고, 맛도 없고 몸에도 안좋은 음식을 혹시나 하며 끝까지 먹었을때 느낌도 아니며, 맛은 좋아 다 먹었다만 첨가물 잔뜩 들어 맛을 낸 음식과도 달랐다. 옳은 말이지만 세상에 던지기 어려울수 있는 말, 공부하란 말을 학생들이 아닌 일반인들에게 과감하게 던질 수 있는 소신, 다독가이다보니 판에 박히지 않은 다양한 비유, 지식 충전으로 나이를 거슬러가보자는 자체적 해석, 이런것들이 만들어내는 '맛'인가보다.

 

제대로 공부를 하지 않을 때 충만한 것은 거품같은 공허뿐이다.

생각할수 있는 근력이 없기에, 그 공허를 채우기 위해서 자신의 생각을 대신해줄 강력한 타자를 갈구한다.

장기적인 것, 공적인 것, 엄정한 것을 추구하기 보다는 말초적인 욕망의 충족과 단기적인 이익의 추구와 근거없는 인정욕구가 남발하게 된다. (13쪽)

 

자녀들에게 잔소리하고 싶을때, 다른 사람 일에 참견하고 싶을때 읽어보면 좋을 대목이다. 생각할 수 있는 근력, 생각의 척추기립근, 이런 말은 저자의 책에서 인상적으로 남는 말들 중 하나이다.

 

어떤 신문 기자가 등반가 라인홀트 메스너에게 물은 적이 있다.

"당신이 낭가파르바트 설산을 오르는 것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요?"

메스너는 대답했다. "그렇게 묻는 당신의 인생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그의 대답에는 보통 사람이 쉽게 가지기 어려운 어떤 청춘의 기립근 같은 것이 느껴진다. (87쪽)

 

얼마전에 읽은 메스너가 여기서도 나와 반가왔다.

기립근. 똑바로 설 수 있게 하는 근육, 힘. 메스너의 이 대답은 김영민 교수의 '추석이란 무엇인가'라는 글에 이용된 대답과 비슷한 맥락이다. 추석날 가족들 모인 자리에서 잔소리 하는 어른께 추석이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라고 되물어보라던.

 

공부라고 할때 우리는 곧바로 성실성을 함께 떠올린다. '주기적으로 정해진 일을 하면 기적이 일어난다'고 한 영화감독 타르코프스키의 말은 곧 성실성을 강조한 말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저자는 여기에 한가지를 더 보태어 강조한다. 성실성 더하기 창의성이다. 이제 모범생의 자세로만은 부족하다면서 창의적이 되라고 한다. 창의적이기 위해 용기와 유연성이 중요한 이유는 나이가 들수록 관습적이 되기 쉽기 때문이고, 관습에 의존하게 되는 이유는 관습에 의존할수록 에너지 소비가 덜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창의성은 무에서 유를 탄생시키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다른 두 생각을 연결시킬때 생겨난다는 아시모프의 말을 인용하면서.

예상하다시피 엄청난 독서가이기도 한 저자는 서평을 쓰는 방법에 대해서도 써놓았는데, 서평과 독후감의 차이를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책에 삽입되어 있는 그림들은 내용과 어떤 관련성이 있나 읽으면서 궁금했다. 책 뒷편에 인터뷰 내용을 보니, 아침에 일어나 페이스북에 그림 한장 올리고 자기 전에 음악 링크 올리는 것으로 마무리한다고 한다. 그림은 아마 그렇게 본인 페이스북에 올렸던 그림들을 책에도 포함시킨게 아닌가 싶다.

 

단테의 <신곡> 첫부분이 이렇게 된다며 인용하였다.

"인생을 절반쯤 살았을 무렵, 길을 잃고 어두운 숲에 서있는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 거칠고, 가혹하고, 준엄한 숲이 어떠했는지는 입에 담는 것조차 괴롭고 생각만 해도 몸서리쳐진다. 죽음도 그보다는 덜 쓸 것이다."

 

인생을 절반쯤 살았을 무렵의 나이가 되어 이 대목을 읽으니 이렇게 공감갈 수가 없다. 이 나이 정도 되면 저절로 살아질 줄 알았던 철없던 시절이 있었다.

이 대목이 책 중에 두번이나 나오기에 아직 안읽었지만 집에 갖고는 있는 단테의 신곡을 꺼내다가 위의 대목만 원문으로 읽어보았다.

 

 

 

 

 

그래서, 공부란 무엇이란 말인가.

공부란, 그저 살기만 하지 않는다면 그에 더해지는 모든 활동이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내 생각이다 현재로서 할 수 있는.

계속 고쳐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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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20-09-16 1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감있는 손글씨가 좋아요. ^^
저는 초딩글씨라서 손글씨는 아무데도 못내놔요. ㅎㅎ 저는 요새 그냥 사는게 다 공부겠거니 해요. 그래서 자꾸 관성에 빠지나싶은데 이 책을 읽으면 좀 나아질까요?

hnine 2020-09-16 19:20   좋아요 0 | URL
정감있게 봐주시니 그런가봐요. 고맙습니다. 요즘 손글씨 내놓을일 없잖아요.
(천재는 악필이래요)
이책보다 먼저 나온 <아침엔 죽음을 생각하는 것이 좋다>이 더 낫다고 하신 분들도 많아요. 저는 그책도 좋았고 이 책도 좋았어요. 지금도 아마 다음 책을 쓰고 계실듯해요. 코로나 사회적 거리 두기를 이런 분들은 아주 유익하게 이용하고 계시더라고요.

다락방 2020-09-16 18: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필체 정말 좋아요, 나인님.

hnine 2020-09-16 19:23   좋아요 0 | URL
참고로 저는 <쓰기>라는 교과서와 과목이 있던 때에 초등학교 (국민학교)를 다녔답니다. ㅋㅋ
요즘은 손글씨 쓸일이 예전보다 거의 없지요. 얼마전엔 친구 생일인데 어디 한번 생일 카드를 손으로 써서 우편으로 부쳐볼까 하는 생각도 들더라고요.
필체 좋다고 해주시니 기분 좋아요.

kpio99 2020-09-16 18: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씨 잘 쓰시네요.

hnine 2020-09-16 19:24   좋아요 1 | URL
영어요, 한글이요? ^^ 농담입니다. 잘 쓴다고 해주셔서 고마워요.

수이 2020-09-16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아직 절반 정도 살지 않은 거 같은데 느낌상 딱 절반까지 왔다, 이제 딱 절반 남았다, 정말 말 그대로 딱 중년이로구나 그런 느낌이 들어요. 계속 고쳐나갈 것이다_ 그게 어쩌면 적확한 공부의 정의가 아닐까 싶어요. 이전 책에 비해서 저는 감흥이 좀 덜했는데 다시 읽으면 좀 달라질까 싶어요. 아 그리고 한글도 영어도 진짜 잘 쓰세요! 나인님, 실로 멋져서 한참 보았어요 필체 사진 :)

hnine 2020-09-17 09:02   좋아요 0 | URL
성인이 된 후의 독서는 새로운 지식이나 생각을 알아가기위해서가 아니라 이미 알고 있고 동의하고 있는 것들을 더 공고히 하는데 이용된다는 말 있잖아요. 이미 만들어놓은 벽을 더 탄탄히 만드는거죠. 그러다가 latte가 되어가고, 흑흑. 계속 고쳐나갈 각오를 해야할 것 같아요. 지금 아무리 확실해보이는 사상이나 생각도 다르게 해석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놓을 수 있는 자세를 지키고싶답니다.
글씨체 칭찬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칭찬받고서 으쓱해가지고 앞으로 자주 올리게 생겼어요 ㅋㅋ
 
작가의 뜰 - 소설가 전상국이 들려주는 꽃과 나무, 문학 이야기
전상국 지음 / 샘터사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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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전상국. 내게는 중학생때 TV에서 한국전쟁 특집극 <아베의 가족>을 보고 처음 알게 된 작가이다. 그때만 해도 아직 어렸는지, 죽창으로 양민을 학살하는 장면, 아베라는 인물의 탄생 경위, 이후 아베 가족의 역사가 하나씩 드러날때마다 그 충격이 컸었다. 한국 전쟁이 단순히 잔혹하고 슬픈 역사적 사건으로 이미 지나간 과거가 아니라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돠어 현재까지 고스란히 이어지고 있고 또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는 듯 했다.

저자는 고등학생때 이미 문학상에 입상함으로써 일찍부터 작가로서의 재능을 인정받고 데뷔하였지만 그렇다고 여든의 나이에 이른 지금까지 계속해서 글 쓰는 일만 하며 살지는 않았던 듯 하고 방황의 시기도 겪은 듯 하다. '소설가 전상국이 들려주는 꽃과 나무, 문학 이야기' 라는 설명이 붙은 이 책은 그런 작가의 삶을 되돌아보는 가벼운 자서전 형식이기도 하고 아내와 함께 고향에 내려가 주로 아내 몫인 꽃과 나무, 정원 가꾸기를 옆에서 도와주기도 하고 자연이 보내는 소리를 듣고 그것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내며 살아가는 소소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숲은 녹색 탱크. 사람들은 생활에서 피폐하고 고갈된 에너지를 숲에서 충전받는다. (65쪽)


자연과의 만남은 빼앗기 위해 호시탐탐 상대를 노리고 있는 사람과의 만남과 달리 항상 덧셈이었고 자기 치유의 바이블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인간은 그것을 너무 늦게 깨달을 뿐 이다. 인간이 인간을 대할 때 호시탐탐 상대를 노리듯이 우리 인간은 자연을 대할때도 그렇게 대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 않는지. 이용하는데 눈이 멀어 그것의 소중함과 무서움을 깨닫는 것은 훨씬 나중이다.



설자리를 잃어버린 사람들이

산을 찾아 들어간다

그 산에

너르고 착한 다른 세상 있구나


- 이성부 <산2> - 



서울에서 고등학교 국어교사로 12년을 지내고 그는 강원대학교 교수가 되면서 다시 고향 춘천으로 돌아온다. 춘천은 그가 애정하지 마지않는 요절한 작가 김유정의 고향이기도 하다. 춘천에서 그는 교수직 외에도 많은 일에 의욕을 가지고 관여하는데 주로 김유정과 관련된 일이었다. 김유정을 기리는 문화사업에 관여하기도 하였고 김유정을 기리는 다른 문인들과의 모임을 활성화시켰으며 이들과 힘을 모아 금병산 일대에 금병산예술촌을 만들기도 하였다. 춘천이라는 지역과 김유정에 대한 사랑은 그의 작품 여기 저기에 소재로 쓰이기도 하는데 저서 <김유정>, <춘천 하는 이야기>외에 <유정의 사랑>은 소설, <물매화 사랑>은 그가 좋아하는 들꽃을 위해 쓴 단편소설이라고 한다.


책 속에는 그가 직접 찍은 많은 꽃, 나무의 소박한 사진들이 실려 있다. 멋부리려 하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듯한 사진들이다. 김유정의 대표작중 하나인 <동백꽃>의 동백꽃은 우리가 아는 그 동백꽃이 아니라 노랗게 꽃이 피는 생강나무임을 그의 설명 덕분에 이제사 알았다. 백로가 날개를 펼친듯한 모습의 꽃을 피우는 해오라비난초는 얼마나 아름다운 꽃말을 가졌는가. '꿈에도 만나고 싶다' 란다. 군락을 이룬 노란 기린초. 작고 여린 기린초이지만 한번 쯤 줄기를 싹둑 잘라주는 용기가 있어야 여름날 더 실한 꽃을 볼 수 있다는 대목엔 밑줄을 그었다. 평소에 하얗고 깨끗한 노각나무 꽃을 보며 활짝 피는가 싶으면 어느새 땅에 떨어져 있어 왜 저리 빨리 떨어질까 의문을 갖고 있던 나인데 노각나무를 특히 좋아한다는 작가는 딱 하루만 피었다가 저녁에 툭 떨어지기 때문에 더 아름다운 것인지 모른다고 했다. 


전체적으로 들꽃, 나무, 문학 이야기가 소재이긴 하나 이 세가지가 더 잘 엉켜들었더라면 좋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꽃, 나무, 정원 이야기와 문학 이야기가 별 관련없이, 섞여만 있는 구성에서 크게 업그레이드되진 않았다는 느낌이다.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동안 역시 노년을 정원일에 몰두하며 살아간다는 일본 작가 마루야마 겐지의 수필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 리 없다>를 떠올렸기 때문일까? 정원 생활 기록이라니 이 책 만큼은 조곤조곤 부드러운 글이겠거니 하며 읽기 시작했다가, 정원을 예찬하면서도 어김없이 그의 뚜렷한 철학과 주장이 담긴 글의 힘이 느껴져서 지금도 옆에 두고 종종 들춰보는 책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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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09-08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전상국. 참 진지한 사람입니다. 이 양반이 컴플렉스가 있는데 그것 때문에 생긴 열등감을 어떻게 가려볼까, 싶어서 글을 썼다고 누군가에게 들었습니다. 열등감의 근원은..... 전상국의 트레이드 마크인 대머리도 아니고, 큰 키였답니다. ㅎㅎㅎㅎ
(춘천이 제 처가 동네라서 좀 압니다.)

hnine 2020-09-09 12:49   좋아요 0 | URL
문학하시는 분들이 진지한 분들 많으실것 같아요. 큰 키가 컴플렉스가 될 수도 있군요. 작은 키인 저도 없는 키 컴플렉스를 갖고 계셨다니. 저도 이분 작품은 <아베의 가족>을 TV말고 소설로 다시 한번 읽어본 것 하고 <우상의 눈물> 정도 밖에 없어요. <유정의 사랑> 같은 것은 한번 읽어보고 싶더군요. 소설 속에서 김유정의 연애 사건을 어떻게 그려놓았나 궁금해서요.
춘천, 저는 지금까지 딱 두번 가봤는데 두번 모두 좋은 인상으로 남아있답니다.

페크pek0501 2020-09-14 12: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상국 작가의 소설도 읽었지만 가장 인상적으로 읽은 책은 <당신도 소설을 쓸 수 있다>라는 책이에요.
문학사상사에서 나온 것 같은데 내용이 알찹니다. 책 내용 그대로 따라하면 진짜 소설을 쓸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을 하게
만들어요. 물론 생각일 뿐이지만 말이죠. ㅋ

옆에 두고 종종 들춰보는 책을 만난다는 건 큰 기쁨이죠. 어쩌면 그걸 위해 제가 독서를 하는 것 같기도 합니다. 좋은 책을 발견하기 위해서 말이죠.

hnine 2020-09-15 05:35   좋아요 0 | URL
전상국 작가의 그런 책도 있군요. 저도 찾아서 읽어보겠습니다. 소설을 쓴다는 것은 하나의 세계를 지어내는 것이라는 의미로 생각해서 상당히 매력젹이고 도전해보고 싶은 분야이기도 합니다. 혼자서 재미로 끄적거려보는것과 직업소설가가 되는 것은 다른 차원이지만 말이죠.
전상국 작가는 문학을, 소설을,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걸 책 읽으면서 느꼈답니다.
 

 

 

사아고옹에에에 뱃노오래......”

새로 온 아줌마는 일하면서 늘 노래를 불렀다. 지난번 일하는 언니가 온 지 한 달도 못 되어 나가고 난 후 아빠가 한 고향 분이라며 모시고 온 아줌마였다. 마루 걸레질할 때, 부엌 일 할 때, 빨래 널 때, 당시 국민 학생이던 내가 모르는 노래들을 흥얼거리셨고 나는 호기심으로 귀를 쫑긋하곤 했다.

무슨 노래인지 궁금해서 물어보면 그냥 아는 노래라고만 대답하는 아줌마 얼굴은 웃음을 띄고 있었지만 아줌마가 부르는 노래는 슬픈 느낌이 드는 것들이 많았다.

엄했던 할머니와 엄마에 비해 아줌마는 달랐다. 맛있는 것도 잘 만들어주시고 숙제할 때는 옆에서 연필도 깎아주시고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얘기하면 잘 들어주셨다. 그런 아줌마가 좋아서 나는 일하시는 아줌마를 졸졸 따라다니며 이거 하자 저거 하자 조르기도 했다. 언제부터인가 아줌마가 부르시는 노래는 나도 따라부르게까지 되었다. 그 노래들 제목이 목포의 눈물, 신라의 달밤, 고향초, 나그네 설움 같은, 요즘 말하는 흘러간 노래라는 것은 훨씬 나중에서야 알게 된 일이고 가사 뜻도 모르면서 노래를 흥얼거리는 동안은 아줌마와 일체감을 느껴서인지 기분이 좋았다.

어느 날 내가 그런 노래들을 부르는 것을 엄마가 듣게 되었고 그런 노래를 어디서 배워 부르고 다니냐고 물으셨다. 난 아줌마에게 배웠다고 했다. 사실 아줌마는 내게 일부러 노래를 가르쳐준 적 없다 내가 혼자 따라불렀을 뿐. 엄마는 당장 그런 노래는 애들이 부르는 노래 아니니 부르지 말라고 하셨다. 그 이후로 나는 엄마 있을 땐 노래를 부르지 않게 되었지만 언제부터인가 아줌마 역시 노래를 부르지 않는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렇게 아줌마는 내가 고등학생이 될 때까지 우리 집에 계시면서 우리 집 일을 도와주셨다. 아빠와 고향이 같다는 것 외에 피가 섞인 관계는 아니었지만 아줌마는 우리 가족이나 다름없을 정도로 정이 쌓여갔다.

나중에 어른들이 말씀하시는 걸 들어 알게 되었다. 고향에서 빚을 잔뜩 져서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다 못해 도망치다시피 서울에 무작정 올라오신 아줌마는 가정사도 순탄치 못하여 자식들도 모두 고향 집에 두고 나온 상태였다. 막내 아들은 나와 동갑이었으니 아직 어린 아들 두고 나올때 마음이 어떠셨을까. 당장 어디라도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우리 집에서 급히 일해주실 분을 찾는다는 소식을 건너 건너 듣고 우리 집에 오시게 된 거였다. 고향 집에 두고 온, 아직 어린 막내아들 생각에 자꾸 눈물이 났고 그런 마음을 숨기고 그리움을 달래는 방법으로 노래를 흥얼흥얼 거리셨던 것이다. 눈물을 참는 대신 일부러 얼굴에 웃음을 지어가시며 노래는 부르지만 속은 얼마나 아프셨을까.

몇 년 전 우연히 아줌마 소식을 들었다. 우리 집에서 나가신 후로도 편한 삶이 아니었고 결국 병치레로 노년을 보내시다 돌아가셨다고.

아줌마의 눈물과 한이 담겼던 노래들. 멋모르고 따라불렀던 그 노래들을 지금도 어디서 듣게 되면 나는 그때 그 아줌마 마음도 되었다가 국민학생 꼬마로 돌아갔다가, 또 고향 집에서 엄마를 보고 싶어 했을 그 어린 아들 마음이 되어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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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20-09-07 13: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밌게 쭉~ 빠진 글 잘 읽었습니다.
마지막 문단에 있는 세 줄의 글이 이 글 전체를 더 살려 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제 생각일 뿐입니다. ㅋ

hnine 2020-09-07 15:42   좋아요 0 | URL
제 여동생은 어렸을때 엄마보다 저 아줌마를 더 좋아하고 따랐답니다. 아줌마는 받을줄은 모르고 주기만 하는 분 같았어요. 가족들과 떨어져 고생 많이 하셨으니 말년이라도 편안하게 사셨으면 했는데 그렇지 못했다는 소식에 저희 가족 모두 마음 아파했지요.
늘 아무글 대잔치 써제끼다가 한번 어떤 얘기를 써야겠다 작정하고 써보니 어렵네요 ㅠㅠ
마지막 세줄 없었더라면 그나마 더 모자랄뻔 했어요. 다 읽어주시고 의견도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순오기 2020-09-07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포의 눈물, 나도 모르게 따라 불렀네요~ 그분께 감정이입되니까 눈물도 났어요.
나도 어려서 아버지가 깨알같은 글씨로 쓴 노래책을 보면서 밤마다 불렀던 추억이 있답니다.
지금 임영웅 노래에 빠지게 된 것도 어린날의 그런 추억이 한몫 했을거라 생각되지만...^^

hnine 2020-09-07 19:04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얼마만이십니까, 와락~ 잘 지내셨죠?
목포의 눈물은 요즘도 젊은 가수들에 의해서 많이 리바이벌 되고 있더라고요. 그때는 가사 뜻도 모르고 그냥 따라 불렀는데, 그러면서도 어딘지 슬픈 노래라는 감은 있었어요.
제 아버지도 손수 만드신 노래책 있었는데...^^ 저도 밤에 동생이랑 그 노래책 보며 한곡씩 번갈아 부르기 놀이도 했고요. 그러다가 밤에 잠 안자고 뭐하는 짓이냐고 할머니께 들켜 꾸중도 들었고요. 정말 추억이 몽실몽실 피어오르네요.
자주 못뵈어도 건강하시고, 에너자이저 여사님 닉네임을 잊지 마시길 바랄께요~

감은빛 2020-09-07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옛노래는 왜 이렇게 슬픈지 모르겠어요. 게다가 누가나 인생에서 사연 하나쯤 없는 사람 없으니, 누가나 그 서글픈 노래 한 자락 부르면 괜히 눈시울이......

비 오는 저녁에 이 글을 읽으니 소주 한 잔 마시고 젓가락으로 밥상 두드리면서 한 곡조 뽑오보고 싶네요. ㅎㅎ

hnine 2020-09-08 04:40   좋아요 0 | URL
그 노래들이 나올 시기의 시대상이 그러했고 슬픔과 한은 ‘노래‘로 푼다는, 우리 민족성도 한 몫 하는 것 같고요. 노래 따라 부르다 보면 감정이 쪼금이나마 위로받고 해소되는 것 같지 않나요? 아줌마의 18번은 목포의 눈물, 저의 18번은 고향초였답니다.
젓가락으로 밥상 두드리면서 한 곡조...^^ 정말 오랜만에 들어보는 문구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