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계장 이야기 - 63세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 우리시대의 논리 27
조정진 지음 / 후마니타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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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임계장. 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줄임말이다. '임시', '계약직', '노인장', 세 단어 따로 봐도 우울하기만 한데 심지어 세 단어가 모였다.「임시 계약직 노인장의 노동 일지」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의 저자는 63세. 처음부터 임시직은 아니었다. 38년간 정규직으로 열심히 일했고 2016년 60세 나이에 퇴직했다. 그에게는 출가한 딸과 대학3학년 아들이 있었는데 이 아들의 진로로 인해 저자의 퇴직후 노후 계획을 변경해야 했다. 아들이 대학 졸업후 취업 대신 전문 대학원에 진학하고 싶어했던 것이다. 대학 졸업후 적어도 3년 더 고액의 학비를 조달해야 되는데 퇴직하기 얼마전 딸의 결혼 비용으로 저축해놓은 돈의 상당한 부분을 이미 소비하였고, 퇴직금은 오래 전에 중간 정산을 통해 미리 받아 집 마련하는데 써서 거의 남아 있지 않는 상태이다. 더구나 신용대출 받은 것도 남아있어 은행으로부터 빚독촉까지 받고 있다. 어쩔 수 없이 임시직이든 뭐든 일을 더 해서 수입을 마련해야 할 상황인 것이다.

60세 (60세 다음에 노인이라고 굳이 붙이고 싶지 않다. 예전의 60세와는 다른데다가 60세에 노인 소리 듣고 싶어하는 60세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나이의 퇴직자가 일할 곳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나마 저자는 직업의 귀천을 따져서 구직을 하진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 예전의 자기 지위를 염두에 두고 일자리를 찾는다면 더욱더 쉽지 않을 것이다. 저자가 임시 계약직 노인장으로서 겨우 찾은 일자리는 다른 말로 '고·다·자'라고 불리는 일인데 고르기도 쉽고, 다루기도 쉽고, 자르기도 쉽다고 해서 붙은 말, 전적으로 고용주의 입장에서 하는 말이다. 이렇게 찾은 첫번째 일자리는 버스터미널, 고속버스 배차원이었다. 하지만 하는 일은 말처럼 한가지 업무가 아니었다. 펀하게 밥 먹을 사이도 보장 못하는 일정을 따라 바삐 일하다가 화물 운반용 손수레에 몸이 걸려 곤두박질 치는 바람에 부상을 입고 병가를 내려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결국 해고 당하고 만다. 다음 일터는 아파트 경비원. 나의 사촌 오빠도 아들 둘 다 키워 결혼까지 시켜 독립시키고도 지금 아파트 경비원으로 일하고 있고, 평소에 아파트 단지 청소, 화단 정리, 쓰레기 분리수거, 주차 단속 등의 일로 늘 바쁘신 경비원 아저씨들을 보며 경비원 업무로 도대체 몇가지를 시키는 것인가 의문을 가지고 있던 터이므로 더 관심을 갖고 읽은 부분이다. 내가 예상하던 것보다 훨씬 더 열악하고 형편없었다. '늙은 소의 하루'라고 저자가 이름 붙인 경비원의 일과표는 두 페이지에 걸쳐 빼곡했다. 실제로 하는 일은 그 이상이라니, 그야말로 아플 사이도 없이 정신 놓고 몸을 움직여야 겨우 하루치 일과를 마치는 일정이었다. 저자는 결국 여기서 또한번의 부상을 당하게 되고 장기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의 처방을 받았으나 허락하지 않는 관리사무소의 처우에 주사와 약물 치료로 버티던 중 정작 해고는 다른 이유로 당하게 된다. 아파트 자치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다. 다음으로 찾은 일자리는 버스터미널이었는데 처음 일자리와 달리 말은 보안요원이었으나 버스의 하차, 주차, 경비에 이르기 까지 살인적인 일과였고 결국 또 버티다 못해 정신을 잃고 쓰러져 해고당한다. 7개월동안 투병생활을 거쳐 지금은 네번째 임계장으로서 주상복합건물 경비원 겸 청소원으로 일하고 있다고 한다. 여기서는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네번째가 n번째로 계속 이어지는 것은 아닐까 불안하다.

최저 임금 인상, 경비업법 위반 처벌 방침 등의 변화가 있는 듯 보이지만 헛점을 더 많이 안고 있는 변화일 뿐이다. 결국 달라지는 것은 없고 임시직, 비정규직의 설자리만 더 좁히는 결과를 낳고 있다. 결국 아파트 주민들의 관리비 부담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대다수가 반대를 한다지만 아파트 주민들이 좀 더 부담을 하더라도 개선의 필요성이 분명이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 인간을 대우하지 않고 이렇게 막 부리면 그 결과는 결국 어디로 갈지 모르는바 아닐텐데, 인권이고 뭐고 입으로만 인권일뿐 눈 앞의 이익 추구가 최우선이다.

이분이 이렇게까지 부상 당하고 치료도 제대로 못받는 처우를 감내하며 일을 계속 해야했던 이유중엔 자녀의 진학 문제가 발단이 되었다. 대학까지 졸업시킨 후에도 이렇게 무리를 해가며까지 자식의 진로를 위해 부모는 희생해야 하는지, 그것도 갑갑했다.

한 가지 문제 뒤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얽혀 있기 마련이라는 것을 알겠지만, 그래서 더 문제 해결을 복잡해보이게 한다고 생각하니 도움이 안된다. 최소한 눈을 들어 내 주위를 좀 둘러볼 수 있어야겠다. 내 문제만 골몰할 것이 아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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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0-10-22 15: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일 큰 문제는 임계장 당사자에게 있지 않을까요.
아들이 대학 졸업하면 요샌 스물여섯. 대학원 학비를 왜 부모가 내주어야 하는지 이해가 좀 덜 갑니다. 넉넉한 가정이라면 그럴 수 있지만 자신이 나가서 험한 일을 하면서, 산재를 당해가며 나이 든 아들의 학비를 내준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취업을 했거나 안 했거나, 난 모르겠으니 이제부터 네가 알아서 살라고 집에서 아이들을 쫓아낸 제 입장에서, 딸 결혼할 때 부모 자산 헐어 과감하게 보태준 것부터 이해가 좀 덜 가네요.
아이들 쫓아내니까 생활의 폭이 갑자기 넓어지는 게 이젠 집에서 아내 찾는 것도 휴대폰 써야 할만큼 널럴하니(여기 휴지 없네. 좀 가져다줄래?), 무척 좋기만 하네요. 아이 장가들 때, 전 현금 3천, 저와 처의 결혼반지, 이렇게만 딱 주고 알아서 하라고 했답니다. 나이 든 사람들도 바뀌어야 해요.
제 생각엔, 임계장 스스로가 불행해지기 위해 노력한 사람입니다.

hnine 2020-10-22 23:44   좋아요 0 | URL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자식이 어른이 되는 시점은 부모가 자식을 놓아주는 때 라고 하지요.
언제까지나 양육하고 관여하려고 하는, 그걸 딱 끊어야 부모도 자식도 모두 자기 갈 길을 제대로 가는 것인데, 부모 입장에선 그게 어려운가봅니다.
자식 입장에서도 부모가 저렇게까지 해가며 자신의 학비를 조달하고 있다는 것을 알면 마음이 편치 않을 것 같아요. 그간 사정을 가족들에게 자세히 알리지 않았었는지 저자가 이 책의 후기에도 썼더라고요. 책의 내용을 알고서 가족들이 너무 마음 아파하지 않기를 바란다고요.
그나저나 Falstaff님 자녀분들 모두 독립시키셨군요. 어려운 일 마치셨습니다.
 

 

 

 

1. 찬실이는 복도 많지

 

  • 2019년 제작, 2020년 개봉
  • 감독, 각본 : 김초희
  • 주연 : 강말금
                                                                          

 

 

 

 

 

 

 

 

우연히 TV에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찬실이라는 이름도 정이 가고, 복이 많지 라는 제목을 보고 이거 영화 대부분은 뜻대로 안되는 얘기가 되겠구나 점친게 맞는지 확인도 해볼겸 보기 시작했는데 어느새 끝까지 꼼짝 않고 다 보게 되었다.

영화 프로듀서로 의욕을 갖고 일을 시작한 찬실 (강말금 역). 하지만 본의 아니게 꿈은 무산되고 당장 먹고 살일이 걱정이다. 산동네 셋집으로 이사를 하고 퉁명스러워보이는 주인집 할머니 (윤여정 역), 비루한 상황에서도 선배를 챙겨주는 후배들, 영화배우 후배의 프랑스어 과외 선생님 (배유람 역) 과 친해지는 과정. 무자극이지만 무감동은 아닌 이야기가 흘러가듯 진행된다.

사는건 복이 있든 없든 해내야하는 것, 버텨내야 하는 것.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도 떠오른다.

 

 

 

 

 

2. 당신의 부탁

 

  • 2017년 제작, 2018년 개봉
  • 감독, 각본 : 이동은
  • 주연 : 임수정, 윤찬영

 

남편을 사고로 잃고 혼자 작은 공부방을 운영하며 무기력하게 근근히 살아가는 효진 (임수정 역)에게 어느 날 시동생이 찾아와 죽은 효진의 남편과 그의 전처 사이의 16살 아들 종욱 (윤찬영 역)을 맡아달라는 부탁을 한다. 오갈데가 없어졌다는 것이다.

자신의 처지와 친구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종욱을 맡아주기로 결정하는 효진.

 

이 영화에서 임수정은 배우 임수정이 아니라 효진 자신이었다.

개인적으로 낳은 엄마, 길러준 엄마의 정의를 뛰어넘어 엄마의 정의를 새롭게 해준 영화.

 

감독 이동은이 201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을 토대로 이 영화의 각본을 썼고, 단행본으로도 나와있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를 시작으로, 독립영화의 맛을 알아가고 있는 중이다.

저예산으로 제작되기 때문인지 자극적인 장면이나 대화, 줄거리 없이 감독은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를 분명히 하는데 실패하지 않는다. 대개 감독이 곧 각본을 쓴 이유이기도 하다.

 

찬실이는 복도 많지는 TV에서 보았고 이후로 넷플릭스에서 독립영화를 검색해서 찾아보고 있는 중인데 별로 많지 않아 유감이다.

위의 당신의 부탁 이후로 본 <용순>, <흔들리는 물결>에 대한 것은 다음에 또 올리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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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20-10-21 19: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신의 부탁은 영화 소개를 본 적 있어요.
페이퍼를 읽으면서 제목은 기억을 못했는데, 간단한 내용소개와 임수정 출연은 생각납니다.
hnine님, 잘 읽었습니다. 좋은 하루 되세요.^^

hnine 2020-10-22 00:15   좋아요 1 | URL
전 아무 정보 없이 그냥 보게 된 영화인데, 기대보다 훨씬 좋았어요. 언제 한번 다시 보고 싶을만큼.
쓸쓸하면서 따뜻하다고 할까요.
 

 

 

 

     ----   대전시 동구 소제동 철도관사촌  ----

 

 

 

 

 

 

 

 

 

대전역 바로 뒷편 동네 소제동.

 

대전은 경부선 철도와 함께 성장한 도시이다.

일제강점기때 철도관사로 100여채의 가옥이 소제동에 지어졌고, 그중 30여채가 현재 남아있다.

 

대전역 동광장 쪽으로 나와 1시간 정도면 충분히 둘러볼수 있을, 크지 않은 지역이다.

빈집도 많았지만 엄연히 아직 주민이 거주하는 동네였다. 그것이 외부인의 눈엔 낡고 오래되고 허접해보인다 할지라도 엄연히 그들에겐 소중한 내 집인것이다. 혹시 방해될까 하여 걸음걸이도 살살, 조용조용, 천천히 둘러보았다.

 

 

 

 

 

 

 

 

 

 

 

관사에는 저렇게 번호가 매겨져 있는데 이 대문은 관사 16호 대문으로 쓰였던 것이고 이 자리엔 카페가 들어서있다.

 

 

 

 

 

 

 

 

 

 

 

 

 

한눈에 봐도 알수 있는 일본 적산 가옥 형태.

일본 가옥 구조를 하고 있지만 짓기는 한국 목수들이 지었다고 한다.

지금은 카페로 쓰이고 있다.

 

 

 

 

 

 

 

 

 

 

 

 

 

 

나무로 지어진 독특한 천장 구조.

요즘은 어딜 가면 천장을 한번씩 보는 습관이 생겼다.

 

 

 

 

 

 

 

새로 지어진 한 카페인데, 예전 그 자리에 있던 가옥을 허물지 않고 안에 그대로 둔 채 바깥에 투명한 벽을 덧지었다.

 

 

 

 

 

 

 

 

 

 

 

 

 

 

 

 

 

 

 

 

엄연히 아직 영업중인 이용원.

이용하는 사람이 적어서 그런지 문에 연락전화번호가 적혀져 있고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곳의 개발 프로젝트 명칭이다.

 

 

 

 

 

 

 

 

 

 

 

 

 

 

 

 

 

 

 

 

 

 

 

 

 

 

 

 

 

 

 

 

 

 

 

 

 

 

 

 

 

 

 

 

 

 

 

 

 

 

 

 

 

 

 

 

 

 

 

 

 

 

 

 

 

 

 

 

 

 

 

 

 

 

 

 

 

 

 

 

 

 

 

 

 

 

 

 

 

 

 

 

 

 

 

 

 

 

 

 

 

 

 

 

 

 

 

 

 

       

 

 

개발과 보존.

다 필요한 일일텐데 어떻게 이해충돌 없이 양립시켜나갈 수 있을지 숙제같은 곳 중 하나인데 과연 어떤 모습으로 변화해갈지

걱정보다 기대를 해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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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책이 있네!'

최근 이웃님 서재에서 보고 얼른 구입한, 너무나 마음에 드는 그림책이다.

 

 

 

 

 

 

 

 

 

 

 

 

 

 

 

 

 

우리나라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민물고기 이야기라는 부제가 붙어 있는 이 책은 자연과학 그림책이면서 동시집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민물에 사는 물고기 240여종 중 35종에 대한 그림과 설명이 동시 형식으로 들어가있다.

 

 

 

 

'빠가사리'라고 더 많이 알려져있는 꼬치동자개는 가슴지느러미로 빠각빠각 크게 소리를 내기때문에 빠가사리라는 별명이 붙게 되었다. 그럼 얘들은 왜 빠각빠각 소리를 내는 것일까? 이유는 본문에 나와있다.

빠각빠각 빠각빠각

소리 무지무지 커서

덩치 큰 붕어도 도망가요

방어목적이라는 뜻이다.

 

 

 

 

 

 

 

 

물고기에 따라 산란과 부화 방법도 참 다르다. 꺽지라는 민물고기는 암컷이 바위 밑에 알을 낳아놓으면 (아마도 다른 물고기로부터 안전한 위치를 찾다보니 바위 밑인 것 같다) 수컷 꺽지가 와서 그 알을 몸으로 덮어 보호해주고 산소를 공급해주어 안썩도록 해준단다. 그럴려면 수컷 자신은 거꾸로 바위에 매달린 형태로 있어야 한다.

이것을 평범한 문장으로 설명해놓는 것보다 리듬있는 시의 형식으로, 다정다감하다는 느낌까지 들어가게 설명해주니 훨씬 재미있고 감정이입이 되어 단순한 지식 전달 목적의 책이 아니라 이야기책 읽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날씬한 금강모치라는 물고기는 금강산 계곡에서 처음 발견되어 금강모치라는 이름을 가지게 되었는데, 입이 크고 먹성이 좋지만 날씬한 비결은  잠시도 쉬지 않고 꼬물꼬물 움직이기 때문이란다.

가늘고 긴 가는돌고기의 몸이 가는 이유는 겁이 많아 숨기 좋아하는 특성으로 미루어 보아 좁은 틈으로 자꾸 숨어서 가늘어졌나보다 라고, 시인의 상상력을 발동시켜 설명을 시도하기도 했다.

어떤 생물이든지 특징이 되는 형태 뒤에는 특정 목적이나 기능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넌지시 가르치고 있는 중이다.

 

그림을 그린 신외근 화가는 서울에서 자랐지만 시골의 자연풍경을 동경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민물고기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민물고기 관련 그림을 그리고 싶어서 조소정 시인에게 제안했더니 시인이 흔쾌히 제안을 받아들여 이후로 5년에 걸쳐 우리나라 방방곡곡 민물고기를 찾아다니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긴 시간과 노력이 들어간 자연관찰 창작물인 셈이다.

이에 걸맞는 동시를 만든 조소정 시인은 자연환경과 생태, 여러 동물에 대해 평소 관심이 많았다는 것이 그녀의 동시 속에 고스란히 드러나있다. 그러지 않고서는 35종의 물고기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자연스럽고 재미있게 만드는 일이 무척 어려웠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여기 수록된 35종의 민물고기들은 모두 천연기념물 아니면 멸종위기에 있는 것들이다. 그림과 설명으로라도 이들과 친숙해져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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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0-10-13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지네요!!! 전 역시 우리나라 하천 재래종 소재로한 동시집 <물고기 병정> 유은경 작품집을 좋아하거든요. 이 책도 챙겨볼게요.

hnine 2020-10-13 12:56   좋아요 1 | URL
정말 다양한 책을 두루두루 읽으시는 유부만두님,
저는 그럼 유은경 작가의 동시집을 챙겨보도록 하겠습니다~ ^^

유부만두 2020-10-13 13:07   좋아요 0 | URL
제가 좀 정신 없죠? ^^

hnine 2020-10-13 13:08   좋아요 1 | URL
정신없다니요. 컨텐츠가 풍부하다고 하셔야 합니다.

유부만두 2020-10-13 13:23   좋아요 0 | URL
아! 감사합니다! 저 중국 음식 역사 읽다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시작했어요;;;

다락방 2020-10-13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이 책을 8살 조카에게 보내줘야겠어요.

hnine 2020-10-13 13:39   좋아요 0 | URL
여동생분이 아마 더 좋아하실지도 몰라요.

다락방 2020-10-13 14:06   좋아요 0 | URL
오 정말 그렇겠어요!! 😍

다락방 2020-10-13 14: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땡투했어요! :)

hnine 2020-10-13 21:58   좋아요 0 | URL
와웅, 감사합니다~ ^^

페크pek0501 2020-10-14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는 발견이군요. 제가 느끼지 못했던 것을 딱 발견하시는 능력, 대단하십니다.
꼼꼼히 잘 읽고 갑니다.

hnine 2020-10-15 05:08   좋아요 1 | URL
페크님 덕분에 좋은 책 알게 되었어요.
만약 저보고 이름도 생소한 민물고기를 주제로 동시를 쓰라면, 그것도 한두편 아니라 35편이나, 얼마나 난감했을까 생각하니 시인의 평소 철학이 어떠했을지 짐작이 되더라고요.
다만 민물고기 특공대라는 시집 제목이 좀 생뚱맞았다고 할까요. 걔들은 특공대와 상관없는, 그저 평화롭게 살아가는 생물들인데 말이죠. 아마 이건 어른의 괜한 노파심이겠지요?
좋은 책 소개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폴링 인 폴
백수린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한 작가의 소설 세권이 몇주만에 내 책꽂이에 나란히 꽂히게 되는 일은 흔치 않았다. 백수린 작가의 <여름의 빌라>, <친애하고 친애하는>, <폴링 인 폴>이 차례대로 꽂혀있는데 이것은 내가 읽은 순서이고  책이 출판된 순서대로 하자면 <폴링 인 폴>, <친애하고 친애하는>, <여름의 빌라> 이렇게 되어야 맞다.

작가 백수린은 1982년생 올해 서른 아홉. 2011년 서른 나이에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으로 등단했으니 올해로 등단 9년째이다. 등단하고도 이름이 아직 알려지지 않은 신예작가들이 적지 않은 것을 생각하면 백수린은 그동안 수상 경력도 많고 대중에게 이름 알리는데에도 성공한 작가에 속하지 않나 싶다.

이 책 <폴링 인 폴 (Falling in Paul)>은 2010년에서 2013년 사이에 발표한 아홉 편의 단편을 모아 2014년에 출간된 단편 소설집이다. 무엇보다도 그녀의 등단작이 실려 있는 책이라니까 올해 발표된 <여름의 빌라>에서의 그녀와 얼마나 같고 얼마나 다른지 알겸 읽게 보고 싶어졌다.

「감자의 실종」에서 실종된 것은 감자라는 물체가 아니라 감자라는 언어였다. 어린이 책이긴 하지만 미국 작가 Andrew Clements의 <Frindle>이 바로 연상되었다. 'frindle'이 무슨 뜻일까 궁금하게 만드는 이 책에서 보면 아이들이 어떤 물체의 이름을 지금까지 알려진 이름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하는 내용이 나온다. 「감자의 실종」에서는 이것이 소통이 불가능해지는 문제로 이어지지만 <Frindle>에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어떤 일의 발단이 꼭 한 방향으로 흘러가서 같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비슷한 소재를 가지고 작가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들수 있다는 것이 이상한 일이 아니라는 것도.

「자전거도둑」이 바로 작가의 2011년 등단작인데, 비슷한 처지의 세여자가 한 공간에서 한 공기를 숨쉬고 살다가 그중 한명이 궤도에서 벗어나려는 듯 싶을 때 다른 두 사람이 느끼는 심리를 그렸다.

사실 이 책을 펼쳐서 제일 먼저 읽은 것은「폴링 인 폴」이었다. 그리고 지금 가장 마음에 드는 작품으로 남는 것도 이 작품이다. 기존 관계에 큰 변화를 일으키게될 결정적이고 도발적인 행동, 그 결과로 관계의 뒤집어짐, 이런 것은 좀처럼 백수린 작가가 시도하는 서사 구조가 아니라고 본다면 이 작품 역시 가능성과 아련함으로 남고 그래서 혹자는 만족스럽지 못할 것이고 혹자는 마음에 들수 있을 것이다.

「부드럽고 그윽하게 그이가 웃음짓네」이 알쏭달쏭한 제목의 단편에는 돌연 베를린으로 유학을 떠난 여자와 베를린으로 그 여자를 찾아가는 남자가 나온다. 베를린이라는 타지, 여자 혼자 유학이라는 설정보다 주목할 것은 그것이 두사람 사이의 이해 능력에 어떻게 변화를 일으켜나가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도 아주 서서히,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아직도 두 사람 사이의 애정은 여전하다고 믿고 있고 달라질 어떤 사건도 없었음에도, 사랑한다는 감정도 예측 가능한 상황에서만 확신할 수 있을 뿐 얼마나 불안정한 감정의 한 상태인지 생각해보게 한다.

「밤의 수족관」은 하나의 에피소드로 끝날 수 있는 일을 촘촘하게 구체적으로 잘 살려 작품화해내는 작가의 역량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는 작품이었다. 과연 잃어버렸다는 아이의 존재는 실재인가 환상인가. 그것은 어쩌면 둘째 문제일 수 있다. 본인마저 아이의 존재를 확신할 수 없게 되고 마는 상황에 이르게 된다는 것은 내 존재도 불확실하게 된다는 것일수 있다.  

「까마귀들이 있는 나무」는 책 뒷편의 해설에서도 특별히 언급하지 않은 작품이다. 백수린 작가 답지 않게 모호한 구성, 모호한 의미전달로 읽혀지기 때문일까? 작품에서 '당신'이라고 지칭하는 대상은 독자, '신인소설가' 또는 '나'라고 지칭하는 것은 작가로 보인다. 작가는 3인칭관찰자가 되어 주인공 '리'의 행적을 그리고 있다. 건설회사에 입사했다가 아프리카로 파견을 나가는 '리'는 그곳에서 '킴'이라는 여자를 만나 함께 살게 되는데, 말이 함께 살기지 쉽게 말하면 얹혀 살기이다. 끝내 관계를 지속하지 못하고 한국으로 돌아온 리는 궁에서 관광안내 가이드 일을 하게 되는데 가이드해줄 팀을 기다리던 중 킴을 연상시키는 모습의 한 여자를 보게 되어 자진으로 가이드를 해주며 그녀를 쫓아다니며 킴과의 일을 회상한다. 킴과의 관계도, 미지의 여자의 정체도, 종잡을 수 없어 혼란을 겪는 과정은 결국 천년된 은행나무를 에워싸고 앉아있는 까마귀떼를 올려다보며 끝나는데, 그것은 마치 작품 속에서 이 소설이 예술적 가치가 있을까 고민하는 것 만큼이나 모호하다.

작가의 2011년 등단작「거짓말 연습」에서 거짓말은 우리가 알고 있는 그 거짓말과는 좀 다를 수 있다. 말 꾸며대기, 나아가 이야기 지어내기라고 확장 해석하는게 맞을 것이다. 동시에 말 꾸며대기나 이야기 지어내기라 거짓말과 본질적으로 뭐가 다른가 되물어볼수도 있겠다. 외국어를 이용해 대화를 하다보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나 적당한 어휘를 찾아내기 어려워 비슷한 언어로 뭉뚱그려 대충의 뜻만 전달하는 수가 있고 이럴때 정작 하고 싶었던 말은 마음의 저 한구석에 찌꺼기처럼 가라앉아 고여있게 된다. 꼭 외국어가 아니어도 있을 수 있는 상황인 것은 작품 속 주인공의 엄마의 경우에 해당된다. 자신의 밝히기 싫은 과거를 자꾸 묻는 사람들에게 언제부터인가 엄마는 살을 붙이고 각색을 하여 말하기 시작한다. 작가는 이런 것을 꼭 부정적으로 보고 있지는 않는 것 같다. 정확한 말로 적절하게 표현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과정을 거칠 수 있는 것이고, 아예 입을 다물고 말을 거부하는 것과는 다른 차원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유령이 출몰할때」는 사실 등단 이전에 1년 먼저 발표되었던 작품이다. 개인적으로 백수린 작가 답지 않게 설정과 서사가 약간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이 없지 않았다.

「꽃 피는 밤이 오면」꽃 피는 봄이 아니라 밤이다. 희망과 재생의 의미로서 봄이 아니라 꽃이 피어봤자 밤이라는 말인가?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했다. 지방대 출신으로 자동차 회사에 근무하던 한 남자가 있다. 의욕을 가지고 시작한 회사 생활이지만 경기 불황과 구조 조정의 압박 속에 일해오던 중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져 실어증에 걸리는 일이 일어난다. 언제 깨어날지 모르는 이 남자를 기다리는 아내가 있다. 형편이 좋아질때까지 아기 갖기도 미루며 동물 다큐멘터리 작가로 일하고 있던 아내이다. 언젠가 남편으로부터 들었던, 억울한 죽음을 당한 남편을 위해 남편 회사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남편 회사 동료 아내를 떠올리며, 작업 중인 다큐멘터리 속 동물들의 고통과 공감에 대한 것을 생각하며, 언젠가 남편의 입술이 달짝여 말이 되어나오게 될 날을 기다린다. 희망도 절망도 없이. 마지막 문장을 '우리는, 괜찮을 것이다'라고 맺고 있지 않는가. 정상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하지 않았다. 괜찮을 것이다라는 말의 뜻을 나는 어떤 결과이든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을 갖기로 한다는 것으로 해석하고 싶다. 희망할 것도 절망할 것도 없다. 희망이나 절망은 한 때의 느낌일 뿐, 그것 자체가 결말은 아니니까.

 

어쩌면 나는 그동안 백수린의 작품들을 통해 희망이나 절망에서 머물지 않는 법을 엿본 것일지 모른다. 희망, 절망, 그런 것들은 거쳐가는 과정이지 결론이나 결말은 아니다. 그래서 작가는 작품 속에서 극단의 절망이나 희망을 말하지 않았고 그렇게 맺지도 않았다. 그것이 작품의 서사적 안정성으로 나타날 수 있었고 그녀 작품을 읽으며 편안할 수 있게 했다. 어떤 문제적 인간이 주인공이든, 그들이 어떤 불합리한 상황 속에 놓이게 되든, 예리하게 포착해낸 상황도 작가는 그것을 교묘하게 안정적으로 이끌어간다. 그것이 다른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히든 그녀 작품이 가지고 있는 특징인 것은 맞는 것 같다.

그녀의 다음 작품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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