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곳을 고쳐주는 영작문
조형묵 지음 / 경문사(경문북스)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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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놓고서 가끔 생각날때마다 조금씩, 찔끔찔끔 해오다보니 별로 어렵거나 두꺼운 책도 아닌데 끝날 줄을 모르길래, 2017년 다 가기 전에 해치운다 작정하고 연말 며칠 동안 집중적으로 끝내 버렸다.

전체 74장으로 되어 있는데 어디서부터 시작해도 사실 상관없고, 제목이 말해주듯이 문장에서 틀린 곳이 어디인지 찾아내는 문제와 답, 왜 틀렸는지 간략한 설명, 길지 않은 문장의 영작 문제 몇개로 한 장이 이루어져 있다. 완벽하게 맞추지 않아도, 제시하는 답과 아주 딴소리 처럼 써놓아도 그리 기분나쁘지 않고 (답이 되는 문장이 꼭 하나라는 법은 없을테니까 하는 생각으로 ^^) 부담없는 구성이 맘에 들어, 구입할때도 그래서였고 보는 내내 그점이 강점인 책이다.

 

문장이 꼭 길어야 어려운게 아니다.

예를 들어 어제 푼 문제 중에 이런게 있었다.

 

그녀는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춤을 추고 있다.

She is dancing with the piano.

 

우리말을 영어로 옮긴 것인데 바르지 않은 부분을 고치는 문제이다.

답은?

 

She is dancing to the piano.

그녀가 피아노를 부등켜 안고 함께 춤을 춘게 아니라 피아노 반주에 맞추어 춤을 춘것이니까.

 

'놀랄만한' 이라고 할때 suprising, amazing만 떠올리지 말고, remarkable, marked 도 좀 쓸 줄 알았으면.

'익숙하다' 라고 할때 familiar with 만 떠올리지 말고 accustomed to 도 좀 쓸 줄 알았으면.

폭등하다 라고 할때 increase 에서 더 이상 아무것도 안 떠올라 답답해하는 데서 벗어나 rise, soar, skyrocket 같은 단어 (순서대로 정도가 강함) 도 쓸 줄 알았으면. 더불어 반대의 뜻으로 fall, plunge, plummet 같은 단어도 쓸 줄 알았으면 좋겠지만 내 실력에서 이 수준까지 바라는 것은 좀 과욕인 것 같기도 하다 (^^).

 

참고로 이런 단어 공부에 도움이 되었던 다음과 같은 책도 있었다.

 

 

 

이건 단어 중심으로 되어 있는 책인데 항상 쓰는 단어만 쓰지 않고 시야를 넓혀주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다.

 

 

아주 어렵지 않은 단어 공부 용으로 벌써부터 사놓고 기다리는 책이 이미 있다.

 

 

 

 

이건 또 시작하면 얼마나 오래 붙잡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되도록 집중적으로 해야지 마음은 먹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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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01-01 21: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피아노를 안고 춤을 추려면 힘들겠네요.
영어는 점점 더 자신이 없어지는데, 그래서 공부를 안하게 되나봐요.
hnine님, 새해 첫날 잘 보내셨나요.
좋은 저녁시간 보내세요.^^

hnine 2018-01-02 05:28   좋아요 1 | URL
피아노를 안고 춤을 추려면, 많이 힘들겠지요 ^^
영어는 그냥 부담없이, 재미로 한다 생각해야 오히려 더 들여다보게 되는 것 같아요. 저야 무슨 시험을 볼것도 아니고 그야말로 부담없이, 재미로 하는게 맞긴 하지만요.
새해 첫날 저는 아침으로 떡국을 준비해서 먹도록 하고 (아들과 남편) 함께 아버지 산소 다녀왔네요. 눈이 녹지 않아 미끄러질까봐 조심 조심 걸어올라갔다 왔습니다.
1월1일은 어제였지만 매일 새로 시작한다는 기분으로 아침을 맞이하고 싶어요.

카스피 2018-01-01 23: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영어책은 항상 사놓고도 다 본 책이 없는것 같아요ㅜ.ㅜ hnine님 무술년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hnine 2018-01-02 05:31   좋아요 1 | URL
카스피님, 일부러 들러서 인사나눠주시니 고맙습니다.
올해는 카스피님 컴퓨터 말썽 안부리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 감기 몸살도 걸리지 않으셨으면 좋겠고요.
영어는 그냥 재미 삼아 조금씩 보고 있는 수준이예요. 그래서 한권 사면 2-3년씩 걸려 끝내는 경우가 많답니다 (저 위의 책도 그랬고요 ^^).
올해 좋은 일 많으시길 바랍니다~~
 
산 자에게
마루야마 겐지 지음, 강소영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12월
평점 :
절판


신간인줄 알고 덥석 샀는데 2001년 출간된 <산자의 길>의 개정판이란다. 출판사와 번역자가 바뀌어 2017년 12월에 새로 나온 것. 뭐, 어떠랴. 안 읽은 책이라면.

1943년생이니까 올해 저자 나이 75세. 이 책은 그가 56세때 쓴 자전적 에세이이다. 거의 20년이 지났으니 그동안 가치관이나 생각에 충분히 변화가 있을수도 있는 기간이겠지만 그런 변화도 이 시기의 생각을 거쳐서 일어난 일이니 마루야마 겐지에게 관심이 있는 나로서는 여전히 읽을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 에세이를 쓰게 된 동기를 책의 뒷부분에서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최근에 와서 문득 이런 생각이 마음 속을 스치기도 한다. 과연 나는 가진 능력을 마음껏 다 쓸수 있는 인생을 선택한 것일까. 사실은 가장 편한 길을 걸어온 것이 아닐까.

혹 그런 의문에 대한 답을 찾아낼지도 몰라서 다음 소설에 돌입하기 전에, 자전적이면서 제대로 된 자서전과는 다른, 더구나 실수로라도 고백을 지향하거나 하지 않는 이 에세이를 쓰기로 했던 것이다. (273, 274)

그는 과연 이 에세이를 쓰면서 그 답을 찾아냈을까?

 

 

 

 

마루야마 겐지의 소설 <달에 울다>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그 이전의 어떤 소설을 읽을 때와도 같지 않았다. 비슷하지도 않았다. 눈은 글자를 읽고 있지만 머리 속에서는 늘 그림이 한장씩 펼쳐져 있었다. 일체의 군더더기를 배제하고, 직접적인 감정 묘사를 절제한 문장들. 그럼에도 읽는 사람의 마음에 이는 파문은 넓고 깊었다. 평소 소설을 나만큼 즐겨 읽지 않는 사람인줄 알면서도 남편에게도 읽어보기를 권한 소설이 지금까지 딱 2권 있는데 이 책이 그중 한권이 되었다.

 

 

그 다음으로 읽은 것이 <여름의 흐름>.

 

 

 

 무선회사를 다니던 그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쓴 소설이자 문학계 신인상과 아쿠타가와상을 안겨주어 그로 하여금 곧 문을 닫을 위기에 있던 회사를 그만 두고 나와 소설가로 전향하게 만든 책이다. 첫 소설임에도 먼저 읽은 <달에 울다>에서 느꼈던 그의 문체 스타일이 이미 살아 있었고 내용도 그에 못지 않았다. 두권을 읽고 나니 작가에 대한 관심이 증폭, 그의 에세이 세권을 내리 읽었다.

 

 

 

 

그래서 자전적 에세이임을 표방하고 있는 이 책 <산 자에게>는 자연스럽게 중복되는 내용이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동안 그가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쩌다가 소설을 쓰게 되었고 어떤 생각으로 쓰고 있는지에 대하여. 하지만 이 책에서 가장 구체적이고 시간순서에 따라 기술하고 있는 것 같다.

쉽게 읽는 사람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글을 지양하고 지극히 냉정한 방식으로 쓰고자하는 그의 문학관은 아이러니하게도 평생 문학에 빠져 살았던 아버지에 대한 '반감'에 서 비롯되었고 이런 그의 생각은 아버지의 임종의 순간에도, 돌아가시고 난 후에도 변함이 없다고 했다. '문학의 핵, 슬픔·기쁨·분노' (256-261)에서 그는 문학의 핵을 이루는 가장 큰 요인으로 분노, 슬픔, 기쁨을 들었고 이중 하나만 빠져도 문학은 성립하지 않는다고 했다.

사춘기에 싹튼 유치한 감수성에만 기대어 그 유일한 무기가 황산에 잠긴 못처럼 금세 녹아버리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나잇살이나 먹은 어른이 언제까지나 계속 글을 쓰는 것은 정말이지 꼴사납다. '소년의 마음을 잃어버리지 않는 어른'이라는 형용을 찬사라고 믿는 자가 많은 것 같은데 그것은 당치도 않은 착각이다. 실은 최대의 모욕적인 말이다.

감상이라는 것은 자립의 길을 지향해 누구에게서도 엉덩이를 까이지 않는, 어머니를 대신할 강한 여자에게 기대지 않는, 어떤 권위에도 박해에도 굴하지 않는 어른의 길을 지향했을 때에 비로서 길러지는 것이다. 그것은 또한 예술에 한정되지 않는다. 어떤 세계에서도 마지막에 그 인간의 진위를 가르는 유일무이한 절대적 척도이다. (258, 259)

 

이 책이 제목이 <산 자에게>인것과 관련된 대목은 다음과 같다. 지극히 마루야마 겐지 다운 생각이다.

물에 빠지지도 않았는데 그런 척을 해서 타인의 애정을 확인하는짓을 되풀이하는 것은 산 자가 아니다. 죽은 자 이하이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내 힘으로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 자야말로 참된 산 자이다. (261)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내 힘으로 어떻게든 하려고 하는자. 그래도 안될 때가 있지 않을까? 그럴 땐 어떻게 해야하나.

 

본문에서 이렇게 강하게 주장하던 그이지만 이 책의 마지막 마치는 글에서는 다소 누그러진 경향을 나타내기도 한다. 아니, 누그러짐이라기 보다 생각의 전환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그의 표현에 의하면 시골에서 정원 가꾸기, 초목 기르기를 시작하면서 (그의 에세이 <그렇지 않다면 석양이 이토록 아름다울리 없다>에 잘 나타나있다) 오랜 기간 그를 칭칭 얽어매왔던 과격한 생각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한다.

단지 살아만 있는 듯이 밖에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야말로, 단지 살아있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산 자가 아닐까 하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아찔할 만큼 큰 목표를 정해 그것을 위해 온갖것을 희생하고, 일사불란하게 돌진해가는 인간이야말로 가장 죽은 자에 가까운 산 자가 아닐까 하고 그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280)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은 이처럼 계속 바뀌는 것. 살아있는 한. 살아있으니까.

현재의 내 생각이 절대적이라고 과신하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 에세이를 쓰게 된 동기라고 했던 문제의 그 답을 그는 과연 이 책을 쓰면서 찾아내었을까?

이 책을 쓰면서 찾아냈다기 보다는, 살아있는 다른 것들 즉 초목과 정원 일을 해보면서 오히려 더 산다는 것에 대한 생각이 정리되어 가는 걸 느낀 것은 아닐까 짐작해본다.

 

소설가는 꿈도 꾸지 않던 시절부터 그를 그토록 열광시킨 소설이며 이 책에서 가장 여러번 언급되는 소설이 있었으니 바로 <백경>이다. 나에게 넘사벽인 책 <백경>. 부끄럽게도 축약본으로만 읽고는 축약본도 너무 좋더라고 리뷰에 쓴 책.

언젠가 꼭 제대로 다시 읽어야 할 이유가 마루야마 겐지 덕분에 또 보태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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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12-30 08: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 님의 유익한 페이퍼가 오늘아침 저에게 선물입니다. 마루아먀 겐지를 제대로 읽어봐야지 하며 담아가요. 멋진 새해 맞이하시길.

hnine 2017-12-30 18:59   좋아요 1 | URL
이사람의 소설도 읽어보시고 에세이도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은데 감히 말씀드리자면 특히 글을 쓰시는 분들께 더욱 자극이 될 만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집단 생활과 구속이 싫어서 결혼은 했으되 자식도 두지 않은 사람이랍니다. 그 강단과 뚜렷한 주관이 노년이 되면서 정원과 초목을 가꾸면서 생각이 조금씩 변해가는 것을 보는 것도 인상적이었어요.
새해도 건강하시고 건필하세요~~

stella.K 2017-12-30 13: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 <소설가의 각오>를 읽은 적이 있지요.
정말 좋았는데 그후 다른 책에 밀려 그의 책을 읽지 못했습니다.
저 개인적으론 하루키 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는데
마루야마 겐지는 정말 아는 사람만 아는 것 같아요.
h님의 리뷰를 읽으니 읽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솟네요.
언제쯤 읽게 되려는지...

h님, 올해도 우리 사느라 수고 많았죠?
전 이렇게 10년 넘게 h님과 댓글을 주고 받지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내년에도 우리 변함없이 교신하고 살아요.ㅋ
새해 더욱 건강하고 행복하길 빕니다.
새해 복 많아 받아요!!!

hnine 2018-12-16 09:23   좋아요 0 | URL
하루키와 마루야마 겐지의 공통점은 둘다 운동광이라는 것이래요 ^^
이 책 금방 읽어요. 이 사람 책은 오래 걸릴 수가 없을 것 같지 않나요?
올해 우리 사느라 수고 많았어요 맞아요 ^^ 사는게 어떤 특별한 업적이 있어야 제대로 사는게 아니라, 특별한 업적 없이도 꿋꿋이 사는게 제대로 사는 거라고 생각해요.
새해 복 많이 받으라고 해주신 stella님, 고맙습니다.
우리 오래 오래 친구해요~ 복 많이 받으시고요.

서니데이 2017-12-30 1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루야마 겐지네요. 개정판이 출간된 모양이네요.

hnine님, 새해인사 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야기와 인사 나누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제 내일을 지나면 새해가 됩니다.
새해에는 건강하고 좋은 날들, 기분 좋은 순간과 행운이 함께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즐거운 주말, 그리고 희망가득한 새해 맞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hnine 2017-12-30 19:10   좋아요 1 | URL
이 작가도 제가 별 망설임없이 구입해서 보는 사람 중 하나예요. 그런 사람이 몇 있거든요.
최근에 쓴 글이 아니라는게 좀 아쉽긴하지만 그래도 그 성격은 (^^) 그대로더군요.
지금은 칠순이 넘었을텐데 근작이 또 나왔으면 좋겠어요 소설이든 에세이든.
서니데이님이 언니라는 분께 쓰는 편지글 형식으로 글을 올리실때 생각이 나네요.
내년에도 목표를 향해 열심히, 정진하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최선을 다하고 나면 결과가 어떻든 여한이 없는 것 같아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알렉산더 지라드 (Alexander GIRARD, 1907-1993)

 

 

미국 모던 디자이너로 유명한 사람이라는데, 이름을 알고 일부러 보러간 전시는 아니었다. 디자인 관련 일을 하는 것도 아니고 디자인을 공부해본 적도 없는 보통 사람이지만 이름을 들어 아는 사람이 아니라 할지라도 전시를 보고서 후회한 적은 없다는 지금까지의 경험을 믿고 13,000원을 투자.

 

미국 뉴욕에서 미국인 어머니와 프랑스계 이탈리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났다. 세살때 피렌체로 이주하여 유년기를 보내다가 10살때 영국 베드포드 모던학교라는 기숙학교로 보내진다. 어린 나이에 가족과 떨어져 학교를 다니는 동안 외로움을 달래는 방법으로 어린 지라드가 택한 방법은 자기만의 고유한 문자, 상징, 스탬프, 깃발등을 디자인하여 '파이프 공화국'이라는 가상의 나라를 세운 것. 이때의 작품들이 이번 전시에 포함되어 있는데 어릴 때부터 디자인 쪽의 능력을 타고 났구나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아버지와 할아버지에게 보내는 편지에도 자기가 만든 문자와 상징을 이용하여 편지를 보냈다고 하는데, 이것보다 한술 더 뜨는 사람은 역시 같은 문자와 상징을 이용하여 답장을 보냈다고 하는 할아버지와 아버지이다.

 

런던 AA 건축학교를 나온후 (나는 몰랐는데 남편 말에 의하면 지금도 있는, 유명한 건축학교라고 함) 뉴욕대학교에서 더 공부한 후에야 미국에서 '공인된 건축가'라고 스스로 부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렇게 건축가로 시작한 그의 커리어는 1936년 결혼 후 미시간 주 디트로이트, 그로스 포인트 (Gross Point) 로 이주하여 인테리어 디자인 회사인 토마스 A. 에슬링에서 일하게 되면서 디자이너 쪽으로 전환되기 시작하고 1949년 디트로이트 미술관의 큐레이터및 아트 디렉터로 고용되면서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

 

1952년엔 허만 밀러 (Herman Miller)사의 텍스타일 디자인 디렉터로 근무하기 시작하면서 이 회사의 대표 상품들을 만드는데 큰 기여를 하는데 특히 텍스타일 디자인, 패턴 디자인에 대표적인 작품을 많이 남겨 그를 텍스타일 디자이너로 알려지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1953년엔 두 딸과 함께 뉴멕시코 산타페로 이주, 1993년 세상을 떠나기까지 살았다. 사망후 그의 작품들은 비트라 디자인 미술관 (Vitra Design Museum) 에 유산 위탁되었다.

국내 최초 전시인 이번 전시에는 이 미술관의 소장품 700여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역시 전시장 내부에선 거의 모든 사진 촬영 금지 ㅠㅠ

대신 도슨트 졸졸 따라다니며 열심히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았다.

틀린 것 찾아내는데 남다른 특기라도 있는건지. 마리 로랑생 전시에 이어 여기서도 16번과 17번 두 판넬의 설명이 뒤바뀌어 있기에 도슨트에게 알려주었더니, 자기도 전시 시작하고서 발견했다고 한다.

 

 

 

 

 

 

 

전시장 입구 한쪽 벽면 장식.

여기서도 그의 특징적인 패턴주의를 엿볼 수 있다.

건축으로 시작한 그는 특별한 건축 이론을 펴진 않았지만 실용성만 강조하기 보다는 여기에 정신성도 추구하는 철학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각국의 문자로 패턴화한 작품인데, 그 유명한 베어 브릭 토이중에 지라드의 이 패턴이 들어가있는 것이 있다.

 

 

 

 

 

 

 

 

 

지라드는 엄청나게 정리 정돈을 잘하는 것으로 유명한 사람.

책꽂이 정리해놓은 것 좀 보시길. 가까이 보면 각 박스에 라벨도 얼마나 꼼꼼히 해놓았는지.

 

 

 

 

 

 

 

 

 

 

 

 

 

 

 

자기 작품에 대한 설명을 이렇게 꼼꼼하게, 구체적으로 적어놓았다.

디자인은 그냥 감각이나 직관으로만 하는 것이 아니었다.

 

 

 

 

 

 

 

텍스타일 디자인과 인테리어 디자인을 한눈에 보여주는 방.

 

 

 

 

 

 

어릴 때부터 자기만의 문자를 만들고 놓았다더니, 디자인에서도 문자와 기호가, 숫자가 패턴화되어 있다.

 

 

 

 

 

 

 

 

 

 

Folk art에도 관심이 많았던 그는 태양이나 나무, 민속 상징등을 디자인에 많이 응용하였다.

 

 

 

 

 

 

 

 

 

 

 

 

 

 

 

 

 

 

 

테이블 상판 그림.

 

 

 

 

 

 

목각 인형들.

 

 

 

 

 

 

가운데 저 그림을 보고 이응노 미술관에서 본 이응노의 문자 응용 판화 작품이 떠올랐다.

진짜 비슷!

이응노는 주로 먹색으로 한자를 이용하였지만 발상이 비슷하다.

 

 

 

 

 

 

(위의 두 작품이 이응노 화백의 작품. 비슷하지 않나요?)

 

 

 

마리 로랑생 전시를 보고 알렉산더 지라드 전시까지 보고났는데, 다리가 좀 아플 줄 알았는데 전혀.

집에 돌아와서 전시 본걸 재잘재잘 떠들어도 리액션 별로 없는 것에 실망하면서부터 갑자기 다리가 아프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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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7-12-29 15: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번달 무민원화전 보러 갔다가 줄이 너무 길어 열차시간 때문에 포기하고 돌아온 적이 있어요. 전시장 꼼꼼히 두 개나 보면 다리 아플 만한데 나인 님은 초집중하여 보셨나 봐요. 리액션은 여기서 드립니다 ㅎㅎ

hnine 2017-12-29 22:03   좋아요 1 | URL
저 날은 크리스마스 다음 날이라서 그런지 전시장에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더라고요. 널널하게 구경 잘 하고 왔어요.
전시를 보는 것은 저처럼 운동도 잘못하고 사회성도 별로인 사람들에게 가장 소극적이면서도 적성에 맞는 취미 같아요.
리액션 감사합니다. 남편은 원래 그랬고, 아들도 어릴땐 같이 재잘재잘 잘 해주더니 이제 컸다고 남편과 비슷해져가네요 ㅠㅠ
 

 

고등학교 1학년 미술시간. 완성시킨 그림을 책상위에 쭉 펼쳐 놓고 검사를 받고 있었는데, 우리반 어떤 아이의 완성된 그림을 보고 미술 선생님께서는 네 그림은 마리 로랑생 그림을 닮았다고 하셨다. 밝고 아름다운 색채의 그 아이 그림은 내가 보아도 미술책에 나와있는 화가의 그림을 닮아 있었다.

그런데 미술 선생님의 그 말씀에 그 아이는 상당히 기분 나빠하는 것이다. 미술 교과서에도 소개된 화가의 그림을 닮았다는데 잘 그렸다는 뜻 아닌가? 그때 나는 그 친구가 왜 기분 나빠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오래전 고등학교때 기억을 떠올리며 전시장을 찾았다

 

마리 로랑생

프랑스 파리의 벨에포크 시절을 대표하는 화가이며 "미라보 다리"라는 시로 유명한 시인 기욤 아뽈리네르의 연인이기도 했던 여자.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12월 9일에 시작한 마리 로랑생 전시는 우리 나라에서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도착해보니 도슨트 설명 시간을 한참 놓쳤는데, 전시장 내부에서는 사진도 거의 못찍게 해서 전시장 내부 설명을 노트에 적어오는 수 밖에 없었다.

 

 

 

어떤 건 그림까지 (^^)

 

 

 

 

<세 명의 젊은 여인들> 캔버스에 유화

(유일하게 사진 촬영이 허락되었던 작품)

 

 

 

 

 

 

 

 

다른 작품들은 전시장을 나와 기념품 샵에 걸린 포스터나 액자를 찍는 수 밖에.

위의 그림 역시 자화상.

 

 

 

 

 

 

 

<책 읽는 여인> 1913

기억해두고 싶어 전시장 내에서 노트에 대충 스케치해왔던 그림인데 전시 보고 나오니 전시장 기념품샵에 액자가 걸려 있어 사진 찍을 수 있었다.

 

 

 

 

마리 로랑생의 자화상이 여러 작품 있었는데 그 중 하나이다.

표정이 매혹적이다.

 

 

 

 

 

 

 

 

 

 

 

 

▼ 다음은 전시상에서 노트해온 마리 로랑생에 대한 것들  ▼

 

 

 

마리 로랑생 (1883-1956)

 

 

 

 

1. 청춘 시대

 

미혼모의 딸로 태어났다. 아버지는 기혼자이자 부유한 정치인.

어릴 때부터 정신적 갈등을 겪으며 자랐으며 교사가 되기를 원했던 엄마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미술가의 길로 들어선다.

 

"매일이 결투하는 것 같았다"

"나는 스무살이었다. 당시의 나는 슬프고 못생기고 하여튼 아무런 희망도 없었다"

 

1905년 당시 파리 화가들의 공동 작업실이었던 아틀리에 '세탁선 (Bateau-lavoir: 아틀리에 이름이 재미있다)에서 피카소, 아폴리네르, 장 콕토, 모딜리아니 등을 만나고 그들의 영향을 받는다.

 

 

2. 열애시대

 

세탁선에서 피카소의 소개로 만나게 된 시인 기욤 아플리네르와 사랑에 빠지면서 마리 로랑생의 작품은 서서히 그 스타일을 드러나게 된다. 하지만 1911년 루브르 박물관의 "모나리자 도난사건"의 범인으로 아폴리네르가 연루되면서 이들의 사랑은 식어간다.

31세때 처음으로 파리에서 개인전.

이 당시 유럽 화단의 주류였던 야수파, 입체파의 영향 속에서 자신만의 특색인 여성스러움, 우아함, 서정적 화풍을 지켜나갔다.

 

"나는 아주 슬펐습니다. 그래서인지 나는 검은색과 흰색이 주조를 이룬 그림을 그렸습니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분홍색과 푸른색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3. 망명시대

 

 

파리에 유학중이던 독일인 남작이자 화가 오토 폰 뷔체와 결혼한다.

제1차 세계대전 발발하고 스페인에 망명한다.

남편과 결국 파국을 맞이하고 고독감과 비애에 빠진다.

 

"내가 다른 화가들과 동떨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아마도 그들이 모두 남자들이어서일지 모른다.

남자들이란 내게 풀기 어려운 문제와 같다"

 

마드리드에 머물면서 고야의 영향을 받는다.

그녀는 화가이지만 시를 발표하기도 했다.

 

 

잊혀진 여인 (진정제)

 

 

 

지루하다고 하기 보다 슬퍼요

슬프다기 보다불행해요

불행하기 보다 병들었어요

병들었다기 보다

버림받았어요

버림받았다기 볻

나 홀로

나 홀로라기 보다

쫓겨났어요

쫓겨났다기 보다

죽어있어요

죽었다기 보다

잊혀졌어요

 

 

잊혀진다는 것은 여자에게 있어 비극의 절정인가보다. 고독보다도, 죽음보다도.

 

38세 나이에 과거의 연인 아폴리네르는 마리 로랑생에게 마지막 전보를 보내고 사망한다.

 

 

4. 열정의 시대 1920

 

 

남편과 이혼후 겨우 국적 회복. 망명시대를 끝내고 1921년 정식으로 파리로 돌아온다.

망명시대의 음울함 사라지고 화풍에 변화가 오는데 아름답고 밝은 색채에 퇴폐적 분위기마저 풍기게 된다.

아름다운 파스텔 컬러 등장. 현재 많은 사람이 마리 로랑생의 화풍으로 인식하게 된 감미로운 작품이 자리잡는 시대이다.

이때는 마리 로랑생에게 자신의 초상화를 의뢰하는 것이 유행일 정도로 많은 초상화 제작을 의뢰받았는데

코코샤넬의 초상, 헬레나 루빈슈타인의 초상 등이 유명하다.

 

<코코샤넬의 초상>

 

발레 의상 디자인으로 코코 샤넬과 처음 만난 마리 로랑생은 동갑내기로 친분을 다졌다.

마리 로랑생은 코코샤넬의 초상을 부탁받아 그렸는데, 완성된 초상화를 본 코코 샤넬로부터 너무 나약하게 묘사했다는 이유로 작품 인수를 거절당하고 수정해달라는 요구를 받지만 마리 로랑생은 수정을 거부한다.

이번 전시엔 오지 못했지만 자료 화면에서 보니 너무나 마리 로랑생 다운, 아름다운 초상이었으나 동시에 코코샤넬이 나약하게 묘사되었다고 불만을 가진 이유도 수긍이 가는 그림이었다. 의뢰자는 거부했지만 지금까지도 마리 로랑생의 대표적인 초상화로 알려져 있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우아함은 콘트라스트의 미묘함에서 시작된다"

 

발레 <암사슴들>

프랑시스 풀랑크가 작곡하고 디아길레프가 감독, 장 콕토가 구성한 발레 <암사슴들>의 무대와 의상, 장식 디자인을 담당하여 커다란 성공을 거두었고 마리 로랑생의 명성을 드높이는데 기여하여 서머셋 모옴을 비롯한 영국에서도 많은 추종자를 거느리게 되었다. 

발레 <춘희>

 

 

5. 다양한 콜라보레이션

 

20권이 넘는 책의 일러스트를 그렸다.

앙드레 지드 <사랑에 대한 시도>,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이 책 아래 Kathering Mansfield 작품이라고 이름 붙어 있어서 안내하시는 분께 말씀드렸다), 캐서린 맨스필드 <가든파티> 등이 그 예이다.

 

훗날 많은 예술가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의 예로서 코코샤넬의 수석디자이너였던 칼 라커펠트가 2012년 F/W 오트쿠튀르에서 마리 로랑생 작품에서 영감을 얻은 의상을 발표하였고, 니나 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기욤 알리는 2017년 F/W 레디 투 웨어에서 마리 로랑생의 작품이 프린트된 작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6. 성숙의 시대

 

이 시기 대공황이라는 사회적 분위기에 맞서는 듯 마리 로랑생의 작품은 더욱 화려해지고 관능적 스타일로 발전해 자신만의 세계를 구축한다. 이런 마리 로랑생의 고립은 하녀로 들어와 점차 주인 노릇을 하며 그녀를 주변인들로부터 격리시켰던 '수잔 모로'의 영향도 컸다.

 

"고독은 하나의 왕국입니다"

 

1956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73세. 한 손엔 장미, 다른 한 손엔 한때 연인이었던 아폴리네르의 편지 한통이 들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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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리 로랑생의 그림을 닮았다는 말에 기분 나빠했던 고등학교때 그 친구는 대학 졸업후 결혼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가서 지금은 연락도 주고 받은지 오래 되었다.

코코 샤넬이 자기를 그린 초상화를 마음에 안들어 했던 그 이유처럼 미술 선생님의 말씀을 자기 그림이 나약해보인다는 뜻으로 알아들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밝고 화사한 색채로 그린 것이 어딘지 가벼워보인다는 뜻으로 알아들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상당히 앞서가던 친구이다.

 

 

 

마리 로랑생 전시를 본 후 두 층 올라가서 알렉산더 지라드 전시도 보고 왔다. 이건 다른 페이퍼로 올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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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7-12-27 15: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부지런 하십니다.
어제 저도 친구와 약속이 있어 외출을 했는데
꽤 춥더군요.
전시회 있는 건 알고 있었는데, 어딘가 모르게 피카소스러우면서도
또 다른 분위기라 관심이 가더군요.^^

hnine 2017-12-27 15:51   좋아요 0 | URL
예, 춥더라고요. 제 아이 일 때문에 서울 갈일이 있었어요. 간 김에 보고 싶던 전시를 보고 온거죠.
피카소스럽다고 보신게 맞아요. 그 시대가 워낙 입체파가 주름 잡던 시대이기도 했고, 마리 로랑생 그림에서도 어딘가 그런 느낌이 나지요.
분홍색과 회색, 초록, 검은색. 아주 특이한 색채의 세계를 구축해서, 처음 보는 그림일지라도 색깔을 보면 마리 로랑생 그림 아닌가? 하게 만드는 그림 세계를 갖고 있는 화가랍니다.

프레이야 2017-12-27 16: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고픈 전시 다녀오셨네요. 친구분은 누구의 그림을 닮았다는 말 자체가 싫었던 모양입니다. 특히 자화상 멋지군요.

hnine 2017-12-28 21:05   좋아요 0 | URL
제가 특별히 좋아하고 있던 화가는 아니었어요. 그런데 늘 그렇듯이 전시를 보고 나면, 그 화가를 더 알고 나면 이전보다 더 좋아하게 되더군요. 마리 로랑생도 그렇고요. 마리 로랑생은 풍경이나 정물보다 특히 인물 그림이 많아요 그것도 남자보다는 완전 여성 편향적. 어릴 때부터 정신적 갈등을 겪고 어머니의 극심한 반대를 무릅쓰고 개인사적으로도 아픔이 많았던 사람이라는 티가 그림에서는 별로 안 나타나는 것도 특이하다고 생각했답니다.
제 친구는 아주 모범생에 속하는 친구였어요. 저랑 달리 그림도 잘 그리고 체육도 잘하고...결혼하고도 한동안 연락이 되었었는데 지금은 저의 무심함으로 연락이 끊긴지 오래 되었네요.

qualia 2017-12-27 17: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956년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난다. 73세. 한 손엔 장미, 다른 한 손엔 한때 연인이었던 아폴리네르의 편지 한통이 들려 있었다.
·····················
정말 가슴 저리네요. 자신의 자화상처럼 마리 로랑생(Marie Laurencin)은 정말 고독한 여성이었네요. 좀 엉뚱한 얘기일지 몰라도 저는 인간의 이런 속성은 인공지능과 로봇은 결코 지니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도 한 손엔 장미, 다른 한 손에 한때 연인이었던 아폴리네르의 편지 한 통을 쥔 채 고독에 몸부림치거나 죽어갈 수 있을까요? 고독과 같은 절절한 감정이나 그리움과 같은 애끓는 감정이 한낱 신경세포들의 발화 패턴이나 디지털적 계산(computation)에 불과한 것일까요? 그렇게 주장하는 물리주의자·기능주의자·강인공지능주의자들조차 복잡미묘한 감정의 지배를 받는 나약한 인간 존재일 뿐이죠. 발화 패턴이나 컴퓨테이션으로 인간 감정을 설명할 수 있다고 해도 그 설명자의 마음 속엔 끝내 설명되지 않은 진한 감정의 흔적들이 남아 있을 겁니다.

한데 미술 선생님한테서 그림이 마리 로랑생 그림을 닮았다고 칭찬받고 기분 나빠했다는 hnine 님 친구분은 분명히 그 까닭이 있을 거예요. 예컨대 칭찬에 반응하는 방법이 서툴러서였을지도 모릅니다. 청소년기 때는 칭찬을 받고도 (속은 은근 기분 좋지만) 정반대로 표출하는 경우가 있어요. 이건 의도적으로 그렇게 반응하는 것이 아니라 속마음과는 정반대로 반응하는 청소년기 특유의 반응 기제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혹은 그 친구분과 미술 선생님 사이에 개재된 어떤 사적 감정 때문에 그런 뜻밖의 기분 나쁜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겠죠. 혹은 친구분이 미술 선생님의 칭찬을 공치사로 생각했을 가능성도 있을 겁니다. 자존심이 무척 세거나 자기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는 독자파적 기질이 일찍부터 농후했던 친구분이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혹은 이런 말씀은 드리기가 좀 껄끄럽지만, hnine 님께서 친구분이 기분 나빠하는 것으로 봤다는 것은 일종의 지각·감각·인지 상의 오류였을지도 모릅니다. 즉 그 친구분 표정이 실제로는 내심 기뻐하는 마음을 드러내는 것이었는데 당시 분위기나 여러 환경적 요인 때문에 지각·감각·인지 상의 오류가 빚어져 잘못 판단했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런 얘기들은 너무나 흔하게 교양 심리학이나 뇌과학 책에 널려 있는 얘기라 새로울 것도 없지만 꽤 설득력이 있기도 한 얘기죠. ㅎㅎㅎ 아무튼 hnine 님 윗글은 흥미로운 생각거리를 줘요. 해서 함 상투적인 상상을 해봤습니다.

hnine 2017-12-28 21:11   좋아요 0 | URL
그런 인공지능이 나온다면 정말...휴...인간을 완벽하게 대체 가능하겠군요. 아닐까요? 그런 감성까지 갖춘 인공지능이라면 오히려 나을까요?
저는 칭찬해주면 일단은 헤벌레~ 좋아하기만 해서 친구의 내면 심리는 생각도 못해봤어요. 미술선생님도 좀 특이하신 분이었는데, 학생을 모르는 상태에서도 그림만 보고도 그 학생의 성격을 아주 잘 알아맞추셨거든요. 친구는 아마 그림을 보고 미술 선생님이 그 친구 내면을 꿰뚫어보았다고 생각했을까요? 그래서 기분 나빠했는지도 모르고, qualia님 말씀처럼 내심으로는 기뻤을지도 모르고요. 수십년전 일이네요. 그걸 아직 기억하고 있는 제 심리는 또 뭔지... 저의 별스럽지 않은 글로도 상상의 나래를 펴주시는 qualia님도 멋지시고요! ^^
 
엄마의 자존감 공부 - 천 번을 미안해도 나는 엄마다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인기 강사인만큼 안티 층이 많은 것도 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분이 내는 책은 거의 다 읽어오고 있다. 어찌되었든 읽어서 내게 득이 된다는 뜻이다. 대중 앞에서 말로 내용을 전달하는 직업을 가진 사람인만큼 책도 막힘없이 술술 읽힌다. 이 책 역시 반나절 만에 다 읽었는데 그만큼 쉽게 쓰여지기도 했고 빨려드는 내용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리뷰 제목으로도 썼지만 이보다 더 쉽게, 이보다 더 피부에 와닿게 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그 전달력은 대단하다. 그 내용이 자식 교육에 관한 것이든, 여성의 꿈의 실현에 관한 것이든, 이 사람은 적어도 열번 쓰러져도 일어날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절대 쓰러지지 않을 사람이 아니라 쓰러져도 일어날 사람. 그런 자생 능력이 있는 사람. 어떻게 말하면 독한 사람.

 

'너 하나만 잘되면 된다'는 얘기는 너 혼자 온 가족의 꿈을 짊어지라는 얘기다. 그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지고 절대 실패해서도, 비뚤어져서도 안 되며, 엄마가 정해준 길만 가라는 얘기다. (82)

 

"엄마, 밀라노 꼭 가. 내가 보기엔 50대가 꿈꾸기에 제일 좋은 나이야. 나 봐봐. 20대 청춘이면 뭘 하냐고. 돈도 없지, 결정권도 없지, 경험도 없지. 근데 엄마 봐봐. 벌어놓은 돈도 있지, 공부하겠다면 말릴 사람도 없지, 꿈꾸기 좋은 환경을 다 만들어놨잖아. 늦었다는 생각만 안 하면 다 할 수 있는데 왜 안해?" (109)

 

10을 바라면 당연힌 아이가 변한 게 안 보인다. 그런데 0.1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보면 아주 사소한 변화라도 알아챌 수 있다. 그리고 아이도 내 부모가 0.1에 감사한다는 걸 느끼다. 그래서 사춘기 아이에 대한 계산법은 달라야 한다. 0.1씩 모아서 100을 만들기. (120)

 

"웬 트라우마? 엄마는 네가 그 말을 안썼으면 좋겠어."

"왜?"

"실패를 무서워하게 만드는 말이니까. 엄마는 실패를 어떻게 보는지 알아? 10에서 2모자란 성공. 실패했다는 건 8까지는 노력해서 왔다는거야. 그러니까 거기까지 온 너 자신이 얼마나 대견하니. 그리고 그 8은 어디 없어지는게 아냐. 네 몸에 그대로 저장돼 있어." (170)

 

"원래 꿈은 노동인거야." (188)

 

자신의 꿈에 허술한 청춘 (209)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엄마라는 건 힘든 일이긴 했지만, 최선을 다해 살라는 명령이자,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소중한 기회였다. 세상에서 나를 사람 만들어준 역할, 나를 성장시켜준 최고의 기회였던 엄마. 나는 오늘도 내가 엄마라는 사실에 감사한다. (245)

 

나 자신을 아이들의 '24시 편의점'으로 방치해선 안 된다. 더 이상 시간 없다는 핑계로 내 자신감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249)

 

계획된 일정만 있어도 사람은 성장한답니다. (260)

 

인생의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는 건 정해져 있지 않다. 마침내 이 일을 할 수 있는 '지금 이 순간'이 내게는 가장 좋은 시간이다. (279)

 

살다 보면 순간의 성취보다 훨씬 더 소중한 삶의 근원을 위해 멈춰야 할 때가 온다. 그런데 거기에 굳이 '포기'라는 단어를 붙일 필요가 있을까. '용기 있는 선택'이라고 불러야지. (294)

 

내가 자식을 키우기만 하는게 아니라, 자식으로 인하여 내가 자란다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진리이다. 내 기준으로 내 자식을 내맘에 드는 인간으로 만들고자, 그것이 최고의 부모 역할이라고 믿는 부모들이 많다. 그것이 자식의 인생 뿐 아니라 부모의 인생에도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것. 그것이 부모가 할 첫번째 자각이자 마지막 자각이라고 생각한다. 그만큼 기본이고, 그만큼 어렵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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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7-12-25 2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24시 편의점... 기발하네요.
이제 뭐하고 살까. 고민중입니다.
직장은 계속 다니면서 할 수 있는 일..제가 좀 소심해요^^

hnine 2017-12-25 22:29   좋아요 0 | URL
세실님은 하실 일이 너무나 많을 것 같은데요? ^^
저는 전공과 상관없이 그동안 공부하고 싶었던 것들 하나하나 배워보려고요.
저 책의 저자는 지금도 강의 준비하는 것 외에 운동과 어학 공부를 매일 규칙적으로 하고 있다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