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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격적 우주와 인간 에너지
삐에르 떼이야르 드 샤르댕 지음, 이문희 옮김 / 분도출판사 / 2013년 4월
평점 :
작년 이맘때, 평소에 한번 만나보고 싶던 한 정신과 전문의 선생님을 만난 자리에서, 샤르뎅 신부의 책을 한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그렇게 저자의 이름을 메모해놓고 1년여만에 읽게 된 책이다.
제목부터 얼른 의미가 와닿지 않더니 한권 끝까지 다 읽도록 이해하기 어려움은 계속 되었다.
저자인 샤르뎅은 1881년 프랑스 출생으로 30세에 신부가 되기까지 신학, 지질학, 고생물학 등을 공부했다. 지질학과 고생물학 박사학위를 받고 중국에 파견되어 20년 이상 연구에 몰두, 베이징원인 화석을 발굴하기도 했다. 지질학과 고생물학의 발전 속에 함축된 인간의 의미에 대해 알고자 하였고 과학적 진화론을 신학에 도입, 과학과 종교의 조화를 꾀하고자 하였다.
과학과 종교라는 문제는 답이 없는 문제이기 때문에 자유로운 주제이기도 하고 그 반대이기도 하다. 과학이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대신, 과학과 종교는 각자 그 영역을 따로 갖는다고만 생각하고 있는데 종교란 과학과 달라서 이 세상 모든 것을 종교 안에서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는 것 같다. 자연과학자이면서 종교인이기도 한 샤르뎅은 과연 이 두 분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을지. 그래서 우주의 미래를 예시하는 차원까지 끌어올려 종교와 과학 두 진영 어디로부터도 내몰리지 않고 오히려 그리스도교 신학계로부터 예언자적 신학자로 추앙받고 있는지 궁금했다.
하지만 그런 기대감은 바로 무너지기 시작했으니 한 문장 한 문장이 무척 이해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사고가 시작되면서 인간은 정신과 물질의 공존과 대립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복수성과 단일성, 이것은 모든 물리학과 철학과 종교의 문제다. 오늘날 우리는 해법을 모색하고 있다. 그것은 문제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아는 데서 출발한다. 인격화의 흐름에서 보면 복수성과 단일성에는 대립점이 없다. 다면 양면이 있을 뿐이다. 운동하는 실재에 두 방향이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정신과 물질은 각각 고정시켜서 실현 불가능한 추상적 개념 형태로 상징화할 때 상호 모순된다. 순수 복수성과 순수 단일성은 사물과 본성처럼 서로 뗄려야 뗄 수 없고 어느 것 하나도 다른 하나 없이는 존재할 수 없다. 그 하나는 본질적으로 다른 하나와의 종합을 통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어떤 정신도 (神마저도) 다수의 결합 없는 구성은 존재하지 않고 존재할 수도 없다. 정신과 물질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정신이 되는 물질이 있을 뿐이다. 세계에는 정신과 물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신-물질이 있다. (18-19쪽)
서로 모순된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본질적으로는 어느 것 하나도 다른 하나 없이 존재할 수 없는 의존적인 것이라는 생각은 노자의 도덕경에서도 읽은 것 같다. 정신과 물질, 따로 보지 않고 서로 연계된 개념으로 보아 '정신-물질' 이라고 표시하였다.
사람들이 쉽게 혼동하는데 정신적 사랑과 우정은 전혀 다르다. 얘욕이나 정신적 사랑은 본성상 다른 존재를 배제하거나 접근하는 존재의 수를 제한하며 양면성을 보인다. 우정은 구조적으로 다수에 공개되어 있고, 이 다수는 증가한다. (51쪽)
정신적 사랑과 우정의 차이는 대상의 수의 차이!
인간 에너지라는 것은 인간 활동의 영향으로 증가된 우주 에너지의 실제 증가분을 말한다.
'인간화된 에너지'의 기본 상태는 육체 에너지, 제어된 에너지, 정신화된 에너지라는 세 형태다.
1. 육체 에너지는 지상의 완만한 생물학적 진화로 우리살과 신경에 점차 축적되고 조화를 이루게 된 놀라운 '자연 기계'인 육체 안에 있다.
2. 제어된 에너지는 인간의 지체가 주변의 물리적 힘을 교묘하게 지배하여 '인공적 기계'의 도움으로 얻은 에너지다.
3. 정신화된 에너지는 우리의 자유로운 활동 안에 있는 지성과 감성과 의지를 형성하는 것이다. 이 에너지는 실체를 명확히 알 수 없으나, 사물들과 반성적이고 열정적으로 관계 맺기 때문에 실재하는 것이다.
이 세 형태의 에너지는 각기 별개의 것처럼 보이나 사실 그 사이에 경계를 설정하기란 어렵다. 베르그송의 지적대로, 자연적인 것과 인공적인 것의 구별도 관습에 의한 것일 때가 많다.
육체에 생기를 주는 힘은 어디서 오며 세계 전체와 밀접한 연관을 맺는 힘은 어디서 오는가? (75-77쪽)
쪼개고 구분하여 더 개념이 명확해지는 경우도 있지만 (환원주의), 그래서 많은 학문들이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만, 그러한 방식으로 갈 수 있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다. 근래 '통합', '통섭' 등의 말이 떠오르고 있는 것이 그런 이유에서 아닌지.
인격 보존의 법칙
인격 보존의 법칙은 우주 안에서 정신의 상승은 비가역적 현상이라는 것이다. 의식의 새로운 정상은 한 번 도달하면 다시 내려오는 법이 없다. 생명이 물질에서 나왔으므로 우주는 '생명을 없앨 수' 없다. 사고도 생명에서 나오므로 '비인간화'할 수 없다. 전체로 보아 의식은 진전하되 후퇴할 수는 없다. (139쪽)
다른 것보다 우선 '생명이 물질에서 나왔으므로'라는 구절에 주목한다. 신학자로서 이렇게 당당히 말할 수 있다니. 정신과 물질을 따로 보지 않았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열심히 읽었으나 반도 이해하지 못했다. 따라서 위의 별점 세개는 엉터리다. 별점 표시를 안하면 리뷰로 등록이 안되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