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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 혼내지 않고, 혼나지 않아도 되는 반려견 교육서
강형욱 지음 / 동아일보사 / 2014년 5월
평점 :
절판


애완견이라는 말 대신 요즘 반려견이라는 말을 많이 쓴다. 개는 돈을 주고 구입해서 옆에 데려다 놓고 내 즐거움을 얻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내가 다루기 쉽게 훈련해야할 대상도 아니다. 모두 하나의 생명체. 귀하게 태어난 생명체인데 그것이 나를 해치려 하지 않는 이상 마음대로 다뤄도 된다는 권한을 부여받지 않았다.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된다> 제목이 주는 메시지가 강하다.

저자는 이미 청소년 시절부터 반려견 훈련소에서 일을 도와주며 훈련사의 꿈을 키웠다는데 본인은 '훈련'이라는 말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필요하지 않은 훈련으로 개에게 스트레스를 주기보다는 반려견과 보호자가 함께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는 그의 마음이 책 속에 잘 드러나 있다.

이 책에서 돋보이는 점이라면 제목이 던져주는 강한 메시지처럼 글의 소제목에서도 드러난다. 내용이 소제목 속에 잘 드러나면서도 식상하지 않게 정했다는 점. 예를 들면,

-당신이 포기할까봐 두렵습니다

-그냥 화장실만 잘 가게 해주세요 (훈련이 필요한가에 대한 내용)

-반려견에게 자율 급식을 (자율 급식은 사람이 편하기 위해 하는 줄 알았다)

-산책하기는 단순히 함께 걷는 것이 아니다

-아직도 즉벌즉상을 외치는 사람에게

-복종 훈련은 없다

-증상을 문제라 보는 이기적인 시선

 

무엇보다도 마음에 와닿은 구절은 책 표지의 다음 다섯 줄 문장이었다.

누군가를 10시간 넘게 기다린 적 있으세요?

반려견은 당신만을 기다립니다.

하루 종일 당신이 올 때까지요.

특별하게 대하지 않아도 돼요.

그냥 함께 있어주세요.

 

형제 없이 혼자 자라서 그런지 집에서 키우는 개에게 가끔 짓궂게 구는 아이에게도 읽히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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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07-31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요즘 열심히 틈틈이 읽고 있는데요, 나인님,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아주 정확하게 간결하게 잘 얘기해주셨네요. 잘 복귀하셔서 정말 좋아요. 비온뒤 땅이 더 단단해지듯이 더 건강해지신 거라고 생각해도 되겠죠?

hnine 2014-07-31 20:02   좋아요 0 | URL
버들이 사진 잘 보고 있습니다. 제 아이가 무척 키우고 싶어하던 종인데 제가 집이 좁다는 이유로 허락을 안했거든요. 어쩌면 그렇게 순둥순둥하게 생겼는지요.
앞으로 병원을 몇번 더 가야하긴 하지만 이제 괜찮습니다. 염려해주신 덕분에요. 이세상에 자신할건 아무것도 없다 싶어요.
 
삶은 천천히 태어난다 - 우리 시대 명장 11인의 뜨거운 인생
김서령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김서령. 저자 소개에는 칼럼니스트라고 나와 있는데 내가 인터뷰 작가로 알고 있는 몇 안되는 사람 중 한 사람이다. 최상의 텍스트는 '사람'이라는 그녀의 말은 당연하다. 그러지 않고서 인물 인터뷰 글을 그렇게 오래, 잘 쓰기란 불가능했을테니까.

이 책엔 열 한명의 인터뷰 글이 실려있는데 내가 알기로 벌써 이중 두 사람이 세상을 떠났다. 소설가 최인호와 사진작가 최민식. 이 외에 소리꾼 장사익, 시골의사 박경철, 한국화가 박대성, 가나아트 회장 이호재, 목수 이정섭, 건축가 김석철, 광주요대표 조태권, 자곡가 강석희, 서예가 김양동 등이 인터뷰 대상이 된 사람들이다. 사진작가 최민식을 만나서 쓴 글은 그의 사진 만큼이나 가슴을 울렸다. 그가 대단한 독서가에 클래식 음악 전문가였다는 사실도 처음 알았다. 책과 음악. 모두 혼자서 즐기는 취미이다. 상당히 귀한 책들도 많이 가지고 있었다는데, 죽으면 모두 부산대에 기증할거라고 했다니까 지금쯤 모두 부산대 도서관에 자리를 옮겨 있을까. 그림을 그리고 싶었던 그를 사진의 세계로 발 들여놓게 했다는 스타이건의 <인간 가족>, 어떤 책인지 궁금해진다. 1967년 영국의 대표전 사진 연감에 그의 사진이 실릴 정도가 되었지만 국내에서의 대접은 달라진 게 없었다는 것, 사진 찍을 자유는 있었지만 발표할 자유는 없었던 시절, 해외에서 상을 줘도 여권이 안 나와 참석할 수가 없었고, 서양 신부짐의 호의로 어렵게 출판된 사진집이 판매 금지로 묶여버렸다니, 부디 지금은 그 상황이 좀 달라져있기를 바랄 뿐이다. 계룡산 자락의 스승에게 주역을 배우러 찾아갔었다는 시골의사 박경철은 알면 알수록 예전에 알고 있던 것을 모두 깨는 것 같은 사람이다. '천재의 시간은 멈추지 않는다' 라는 인터뷰 제목의 '천재'라는 단어가 종이 위에서 도드라져 보였다. 건축가 김석철을 가리키는 것이다. 그가 그렇게 불릴 정도의 인물인지 나는 그쪽 분야에 문외한이라 잘 모르겠지만 저자가 만난 그의 모습은 매우 당당하고 자신감있어보였다. 작곡가 강석희는 저자와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음악보다는 그림과 시와 건축에 관한 얘기를 종횡무진 풀어냈다고 하는데 영향을 받은 책이라고 하는 것 중에 샤르뎅의 책이 있지 않은가. 내가 읽으면서 이렇게 이해하기 어려운 책은 처음이라며 어렵게 끝까지 읽은 책인 것을. 작곡은 보이지도 않고 의미도 없는 소리들을 모아 질서를 부여하고 형태를 만들어내는 작업이라니, 그가 그림과 건축에 몰두하는 것이 의외는 아니다. 작곡은 신비한 영역이 아니라 논리적이고 수학적이며 기계적이기까지 하다는 그의 말의 어렴풋하지만 이해할수 있을 것 같다. 작곡가로서의 그의 탁월한 능력이 제일이었겠지만 윤이상, 김수근 등, 이미 한 분야에서 거물급 인물들과의 인연도 큰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했다.

여기 실린 인물 중에서 소설가 최인호가 일찍부터 재능을 인정받아 문단에 데뷔했다는 점에서 나머지 사람들과, 그리고 책의 제목과 좀 맞지 않는 것 같은데 그를 제외하고 이 책에 실린 인물들의 공통점이라면 누가 뭐라하든 자기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있다는 것. 누가 인정해주거나 말거나, 돈벌이가 안되어도 뜻을 굽히지 않고, 누가 인정해주지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그게 꼭 인내심으로만 가능한 것일까? 물론 인내심도 중요하겠지만 나는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만큼 그 일에 대한 애정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욕심과 거짓과 눈치의 겹을 벗겨 내야 보이는 그것, 자기가 사랑하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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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4-07-07 05: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에 읽어보지 않은 책이라서, hnine님이 쓰신 글을 읽고, 다시 책 소개를 읽었어요. (책이 품절이더라구요,) 어쩌다 이름을 들어본 분도 있고, 그 사이 먼 나라 사람이 된 분도 계시네요. 몇 년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잘 모르지만 많이 달라져 있는 것들이 요즘은 많다는 걸 느껴요. 잘 읽고 갑니다. 날이 더운데 건강하고 좋은 하루 보내세요. ^^

hnine 2014-07-07 14:46   좋아요 0 | URL
저도 오랫동안 보관함에 두고 있다가 결국 중고책을 구입하여 읽었답니다.
김서령이라는 분, 글을 매끄럽게 잘 쓰세요. 잡지<샘이 깊은 물> 기자 생활을 하셨었다는데 그래서 그런지 어딘가 <샘이 깊은 물> 분위기가 나는 것 같기도 하고요.
서니데이님, 여름은 저에게 쥐약이랍니다 ㅠㅠ 어서 이 여름이 지나갔으면 좋겠어요. 서니데이님도 일신우일신, 잘 지내시기 바랍니다.
 
불편하고 행복하게 1 - 시골 만화 에세이
홍연식 글 그림 / 재미주의 / 2012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정년 퇴직하면 포도 농장을 하고 싶다고 가끔 농담처럼 말하는 남편. 농담처럼 말하긴 해도 그말을 들을 때마다 덜컥 겁이 나곤 했다. 도시를 떠난 생활이 겁나서가 아니라 유유자적하기 좋아하고 움직이는 걸 좋아하지 않는 남편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이다. 이 책은 그래서 나보다 남편 읽힐 목적으로 구입하였다. 책이 도착한 날, 만화책이니 한번 보겠냐고 넌지시 물어보니, 그날로 1, 2권을 다 읽어버린다. 시골로 내려가 사는 것에 대해 그림이 좀 잡히냐고 물었더니 금방 대답을 못한다. 생각 좀 해봐야 할 것 같다고. 그렇다. 이 책은 그러라고 만들어진 책인 것 같다. 도시에서 시골이든, 시골에서 도시로 가는 것이든, 자기가 살던 터전을 떠나 적응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가끔 도시에서 살던 사람들이 시골 가서 농사 지으며 사는 것을 만만하게 생각하는 것 같을 땐 저건 아니다 싶다.

저자는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 속에 내린 결정이었고 실제로 건강, 경제, 학업, 일 등, 어느 것 하나 수월하게 진행되지 않고 어려운 상황은 계속된다. 결혼을 하여 배우자가 있다는 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어려운 시기에 더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겐 힘과 용기가 되기도 한다. 저자에게는 후자의 경우였다고 생각된다. 그림책 공모전을 준비하며 불안한 상황이기는 남편인 저자와 마찬가지였지만 좀 더 현실적이면서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아내. 물론 늘 웃고 산 것은 아니겠지만 두권의 책 여기 저기에서 부부의 애정과 믿음이 느껴졌다. 아내가 한국 안데르센그림책 공모전에 당선되어 상으로 덴마크 여행까지 다녀오고 책이 나온다. 책 제목  <라이카는 말했다> 낯이 익어 검색해보니 그럴 이유가 있었네.

2권 마지막에, 그렇게 눈물, 웃음의 2년을 함께 한 집을 집 주인의 요구로 나와야 하는 장면에선 나도 마음이 찡 했다. 하지만 이렇게 힘든 경험을 했던 저자에게 앞으로 무슨 어려운 일이 있든 헤쳐나가지 못하랴 하는 응원의 마음이 따라왔다.

이 책 출간 후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지고 읽혔으니 이 책을 만들 당시보다 좀 여유있게 창작 활동을 하고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자기가 겪은 것은 있는 그대로, 솔직한 감정으로 책 속에 표현하기가 쉬운 일은 아닐 것 같은데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매력이 있다. 실제로 저자와 그의 아내 사진을 보고서, 책 속에 그림과 많이 닮아서 당연한 사실인데도 재미있었다.

힘든 시간의 경험들이 그의 앞으로의 삶에 보석이 되기를. 누구에게도 그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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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7-07 04: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 님 아저씨가 '포도 농장'을 꿈꾸신다니 즐겁게 잘 나아가시면 좋겠는데,
포도밭은 다른 그 어느 열매보다도
농약을 많이 쓰는 쪽으로 모두 길들었기에
참으로 힘들 수 있어요.

관행 포도밭은 포도나무를 혹사시켜서 10년 동안 열매를 뽑아내어 말려 죽인 뒤
새로운 포도나무를 심는 일을 되풀이한답니다.
포도밭은 한 해에 26번 넘게 농약을 치고요.

<기적의 사과>라는 책과 영화를 아저씨가 한 번 보셔야
농약과 과수원 문제를 어느 만큼 느낄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홍연식 님은 이녁이 하는 일 때문에 서울과 가까운 시골을 찾으셨는데,
서울과 가까운 시골에서는 아무래도 이 만화책에 나오듯이
간접피해(관광객과 이웃 땅임자와 이것저것...)가 많아요.

두 분이 요즈음은 한결 느긋하면서 재미나게
시골살이를 누리시는 듯해요.

hnine 2014-07-07 14:37   좋아요 0 | URL
예, 도움 말씀 감사합니다. 친척 어른 중에 포도 과수원 하시는 분이 계세요. 유기농이라도 농약을 전혀 안쓸 수 없다고 하시더라고요.
함께살기님의 이 책 리뷰도 읽었답니다.
홍연식님과 아내 이민희 작가님, 그리고 귀여운 아들. 행복한 가정을 이루어가실거예요. 아내분의 그림책 <라이카는 말했다>도 발상이 참 좋았어요.

2014-07-07 12: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7 14: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07 16: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07-16 13: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임귀열이 전하는 뉴욕 영어 생중계
임귀열 지음 / 이밥차(그리고책)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맛은 있는데 영양가는 별로 없는 음식이 있는 것 처럼, 재미는 있는데 내용은 부실한 책이 있다. 이 책은 읽는 재미도 있고 내용도 알차다. 이 책이 눈에 들어온 것은 제목때문이 아니라 사실 저자 이름 때문이다. 대학 다닐 때 방학은 물론이고 학기 중에도 영어 특강이 항상 개설되어 있었고 이 책의 저자는 단골 영어 특강 강사였기 때문이다. 한번도 들어볼 기회는 없었지만 당시 같은 대학에 다니던 동생은 저자의 특강을 듣고 너무 재미있고 머리에 쏙쏙 들어오게 강의를 잘한다고 했던 기억이 지금도 또렷하다. 물론 좀 독특한 이름이기도 하고.

이런 제목의 책들을 막상 읽어보면 흔하디 흔한 내용으로 채워진, 얄팍한 책일 경우가 있어 실망스러운 적이 있는데 이 책은 내용은 쉬운 말로 쓰여 있지만 실생활에서 잘못 사용되고 있고 또 그러기 쉬운 영어를 아주 잘 뽑아서 설명을 곁들여놓았다. 짧은 기간에 쓸 수 있을 책은 절대 아니라서 서문을 보니 한국일보에 오래 칼럼을 연재해오고 있으며 그중 백미만 뽑아서 책으로 엮은 것이라고 한다.

새롭게 알게 된 것 몇가지를 적어보자.

 

terms of endearment

'애칭의 방법' 또는 '애정이 담긴 호칭' 이라고 해석된다. sweety, honey, darling 같은 것.

오래 전에 본 영화 중에 이것과 같은 제목의 영화가 있었는데 당시 우리 말로 <애정의 조건>이라고 번역되었었다. 의미에 좀 차이가 있지 않나 싶다.

 

안좋은 영어표현에 붙는 Dutch

영국 사람들이 동양의 어떤 양식이나 문화를 얘기할때 좋은 것에는 Japanese~라고 붙이고, 그렇지 않은 것에는  Chinese~라고 붙여서 말한다는 것을 우연히 알게 되어 기분이 별로 좋지 않았던 기억이 있다. 멋모르고 네덜란드에서 온 친구에게  Dutch pay라는 말을 너희도 쓰냐고 물었는데 그 친구는 아예 그 말 뜻도 모르고 있어서 당황했던 기억도 있다. 영국인들은 안 좋은 일이나 기분 나쁜 사람에게  Dutch라는 말을 붙여 비하한다고.

 

Thank you 에 대한 응답으로 You're welcome 보다는 Any time, No trouble, My pleasure

You're welcome에는 자기 도움이 매우 중요했음을 강조하는 뉘앙스가 있다.

Home page는 각 web site의 첫화면

'우리 홈페이지에 있어요' 라는 말은 '우리  web site에 오시면 있습니다'라는 표현을 잘못 말한 것.

 

I think, I believe, whatever 를 남발하지 않는다

I'll say~ , I understand~ 로 대치해보자.

무슨 말을 하다가도 마지막에 " ~or whatever" 라고 말하는 습관은 아이부터 어른까지 경계대상 1호의 단어이다.

 

power 의 용법

power meal 중요한 업무겸 식사 (식사를 하며 계약을 하고 업무를 이야기 하는 것)

powert nap 낮 시간에 달콤하게 눈을 붙이는 낮잠

 

Do you understand? 라고 말하기 보다는

"Am I clear?" 가 더 예절 바르고 상대방을 배려한 표현

 

 

최고의 영어는 어려운 단어로 복잡하게 말하기 보다는,

쉽고 간편하게 (plain speaking),

또박또박 듣기 좋게 (clearly and pleasantly speaking)말하는 것이라고.

알고는 있지만 실천이 어려운 것이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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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의 각오
마루야마 겐지 지음, 김난주 옮김 / 문학동네 / 1999년 5월
평점 :
품절


개성이 넘치는 시대인 것 같지만 의외로 모두 획일화 되어 가는 것 같은 시대이기도 하다. 타인의 소망을 소망한다는 말 처럼,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고, 내가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살아가는 용기보다는, 다른 사람에 의해 이미 정해져 있는 기준과 소망을 쫓아서, 남들이 보기에 괜찮아 보이는 대로 살고자 하는 안이함이 더 우세해져 가는 것 같다.

그런 점에서 마루야마 겐지 같은 사람은 어쩌면 이 시대와 잘 어울리지 않는 사람인지도 모른다. 역설적으로 사람들의 관심과 애정을 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적어도 '각오'를 하고 살아갈 것 같은 사람. 그 각오가 궁금했다.

과연 이 책은 궁금하던 것들을 충분히 해소시켜 줄 만 했다. 자라난 환경, 우연처럼 시작된 소설 쓰기가 인생에 걸쳐 몰두할 과업이 되기까지의 이야기. 어떻게 몰두하는지, 어떻게 버리고 사는지, 어떻게 욕망하며 사는지, 하고 싶은 일을 위해 어떻게 삶을 단순하게 하는지. 그러면서도 현실이 소설보다 더 재미있다고 말하는 그는 적어도 자기의 각오나 소신으로 '벽'을 만들어 숨어버리는 사람은 아니었다.

젊은 사람은 활자의 세계에 탐닉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직시해야만 한다. 자신의 눈으로, 귀로 온몸으로 현실이 무엇인지를 확인해야 한다. 젊은 시절부터 주위에 언어의 성을 높이 쌓아놓고 그 환상의 테두리 밖으로는 한 걸음도 나서려 하지 않으면서, 세상에 대하여 코멘트를 일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물론 실망스러운 일도 없지 않다. 더럽다고 하면 더럽기 짝이 없는 것이 또한 현실이다. 그러나 그런 현실 속에서 반짝이는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다. 그 발견의 감동이야말로 진정한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246쪽).

 

고독은 역시 피해야 할 것이 아니라, 목적지에 이르기 위해 건너야 할 강 같은 것.

 

무슨 일을 시작하든 우선 고독이라는 강을 건너지 않으면 안 된다. 그 강을 건너기 이전에 토해낸 언어는 모두 넋두리나 주절거림일 따름이다. 그 강을 건너지 않고 제 아무리 거창한 말을 입에 담는다 해도, 무슨 대단한 짓거리를 한다 해도 그것은 결국은 어린애 장난이다. 그 강을 건너면서, 이건 이래서 좋고 저건 저래서 싷다는 가치 평가를 내려선 안 된다. 싫어도 건너야만 한다. 건너편 강기슭을 노려보면서 단숨에 몸을 날리는 수밖에 없다.  그 다음은 강물 속에서 온몸으로 몸부림치면 된다. 그 몸짓은 실로 멋대가리없다. 강기슭에서 바라보는 인간들은 조소를 금치 못할 것이다. 그냥 웃게 내버려둬라. 건너편 기슭에 도달하고 나서 그들에게 웃음으로 되돌려주면 된다 (250쪽).

 

서른 넘으면 절대 건널 수 없다고 말하는 고독의 강. 여기서 '서른'이란, 절대적인 시점을 말한다기 보다 그 전후 시기, 즉 확실한 자기의 길을 찾기 위해 고뇌하는 그 시기를 말하는 것으로 해석한다.

 

청춘이란 달콤한 향기에 취해 천국 같은 나날을 보내는 젊은이들도 많다. 그들이라고 전혀 고뇌가 없는 것은 아니다.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그 강을 건너려 하지 않는다. 가능하면 평생 건너지 않게 되기를 바란다. 그러나 건너지 않으면 불필요한 고뇌가 항상 따라다닌다. 그뿐만이 아니다. 그 고뇌의 횟수와 내용은 오히려 나날이 불어난다. 젊음에 부여된 그칠 줄 모르는 체력과 한결같은 기력은 놀기에 전념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그 강을 끝까지 건너라고 있는 것이다. 언제든 그 강을 건널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커다란 오산이다. 서른을 넘으면 절대로 건널 수 없다. 건너고 싶어도, 이미 체력이 따라오지 않는다. 그 다음은 변명할 말을 찾으며 늙어가든지, 아니면 얕은 개울물에 발이나 담그고 빠진 척하며 즐기는 도리밖에 없다 (251쪽).

 

불안과 고독이야말로 창조하는 자들의 보물이다. 그 보물을 스스로 내동댕이쳤다고 해서 글을 쓸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런 문학은 이미 장난이다 (333쪽).

 

모름지기 소설 속의 인물들은 대개 평범하고 정상적인 생활을 해나가는 사람보다는 어딘가 거기서 벗어난 경우가 많다. 좋은 쪽 보다는 결함있는 쪽으로. 그럼 소설가들은 이런 인물상을 지향하는 것인가. 결함과 불행의 인생을 그리는 것이 소설가가 할 수 있는 전부인가?

결함이 있는 인격을 관리하여 소설로 향하게 하는, 모순된 또하나의 재능을 갖고 있어야 돌파구를 찾지 못해 자살하고 마는 비극을 맞지 않게 된다는 것을 깨달았다 (274쪽).

그는 적어도 자살로 생을 마치진 않겠구나, 안심해도 되겠다.

 

마루야마는 알려져있는 것 처럼 자식 없이 부인과 둘이서 일본의 한 조그만 산 마을에 틀어박혀 살고 있다. 자연 속에서 자기 각오대로 사는 삶.

우리가 자연에서 배워야 할 것은 그 집중력과 지구력이다. 창조적인 일을 하고 조금이나마 나은 작품을 세상에 선보이려 한다면, 단조롭고 평범한 나날을 반복하는 수밖에 없다는 엄연한 사실을 자각해야 할 것이다. 방탕한 생활 속에서 빼어난 작품이 튀어나온다는 식의 신화를 믿는 자가 있다면 그는 분명 바보다. 그런 타입의 예술가라고 해도, 그의 전기를 조사해보면 좋은 작품을 집필중일 때는 보통 사람은 상상하기도 어려울 만큼 진지하고 정직하게 생활했다. 정도에 어긋날 만큼 흐트러진 생활을 했다 해도, 작품을 쓸 때만큼은 명백하게 자립과 독립의 정신을 지니고 있었던 것이다 (335쪽)

 

그의 작품 속에 산, 달, 물 등이 배경 이상의 의미와 상징을 가지고 많이 등장하는 것이 우연이 아니었다.

이 책을 읽으며 그의 심중을 알았으니 이제 아직 읽지 못한 그의 소설로 돌아가 읽기를 계속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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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4-06-21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나면서 단단하게, 그러면서 무척 부드럽게,
한편으로는 외롭지만 즐겁게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마루야마 겐지라는 분이 아닐까
하고 느끼곤 해요.

hnine 2014-06-21 13:14   좋아요 0 | URL
단단하면서 부드럽게, 외롭지만 즐겁게. 저자에 대한 제 느낌도 그러한데, 잘 표현해주셨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