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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은 독해져라 - 흔들리는 당신을 위한 김진애 박사의 인생 10강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4년 7월
평점 :
독하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라는 뜻이라고 저자는 말했고 (53쪽) 나는 내식대로 다시 새긴다. 포기하는 순간까지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라고. '목표를 이룰때까지'가 아니라 '포기하는 순간까지'라고 한 것은, 아무리 해도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포기하는 수 밖에.
독해져보는데 독한 성격이어야만 하는건 아니다. 즉 내가 독하게 뭔가를 해보지 못한 것은 내 성격이 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독해지는 능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키우는 외에 답이 없다고 한다. 여기에 내 개인적인 의견을 보탠다면 일생에 한번 자기 자신에게 독해져보는 경험은 그 시기가 이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학생일때, 미혼일때, 즉 자신에게 몰입하기 좋을 시기면 좋겠다는 뜻이다. 저자는 고2때 경험을 들었다. 공부보다는 일주일에 두권씩 읽어치우는 중독 수준의 책 읽기, 영화보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던 그녀는 고2 겨울방학때 앞으로 1년 동안 오로지 공부만 할거라고 결심을 했다고 한다. 책 끊고, 영화 끊고, TV 끊고, 자기 방의 책상과 교실 책상만 왔다 갔다 하며 세수, 밥, 버스타는 시간 외엔 공부만 하며 1년. 그렇게 하여 원하던 대학, 원하던 과에 들어간 것도 결과이지만 그보다 더 귀한 결과는, 자기가 한 결심을 독하게 지켜나갔다는 것, 그래서 언제든지 필요하면 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는 점이라고 한다.
일생동안 한번도 독하게 뭔가에 몰입해본 경험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목표와 기간을 정해놓고 나 자신을 위하여 독해져보는 것이다. 저자가 그랬듯이 한 번 마음 먹고 끝까지 가본 사람은 그 경험으로 말미암아 다음에 어떤 고비에 다다르거나 어려움에 처했을때 겁먹지 않고 헤쳐나가보고자 하는 자신감을 준다. 이 책의 핵심이랄 수 있는 이런 내용은 주로 1장에서 다 풀어놓았고, 2장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에 대해 썼다. 자기 자신을 다독이는 방법, 가끔은 엉엉 울기도 하고, 나를 위한 작은 사치와 반란을 격려하기도 하고, 결국 일에 빠지면 어느 새 풀려있다는 이야기도 한 끝에 마지막은 '그래도 안되면 포기하라'이다. 안되는 일이 이 세상엔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3장에선 종달새형 올빼미형을 포함해서 삶의 리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4장의 제목은 '할 일이 너무 많다. 어떻게 이 일들을 다 하나?'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다 잘해내기란 어렵고 원래부터 멀티태스킹 타입의 인간이란 없다. 우선 순위 매기기와 일을 제대로 '쳐내기'를 잘 하는 사람이 있을 뿐. '분류하라, 쪼개면 길이 보인다'도 하나의 팁. 5장부터 마지막 10장까지는 나 자신을 읽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나를 읽는 12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라고 했는데, 이 부분은 진로와 직업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에 있는 사람이 읽으면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세상은 나 없어도 잘 돌아가는데, 내가 굳이 살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 있나, 이렇게 허무하고 삶이 하찮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이럴땐 나에게만 있는 일처럼 생각하지 말고 나 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며 인간이란 존재가 이렇게 하찮은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넘어가라고 한다. 이렇게 하찮은 인간에 불과하지만 나라는 존재는 내가 가진 전부이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 나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인간이다. 즉, 내가 없으면 세계도 없다. 이 단순한 진리를 기꺼워하고 즐거워 하자고 (266쪽).
'외롭다. 어디 기댈 사람 좀 없을까?' 9장의 제목인데, 그런 사람을 멀리서 찾거나 없는 사람을 만들려 하지 말고 내 짝, 부모와 자식, 친구를 우선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보라고 하고, 동시에 내 편을 견제하라는 일침도 준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적절한 거리감 두기에 실패하기 쉽고 감정이 개입하기 쉬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정 내편을 찾기 힘들다면? 이 대목에서 클클 웃음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와 고양이를 추천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렇게 온전한 내편이 없다면서 이들이 있기 전 내 인생과 후의 내 인생이 같지 않다고까지 했다.
저자의 행보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10장의 제목 '슬프다. 사람이란 왜 이리 허할까?'는 어쩐지 저자와 잘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늘 에너지 넘치고 하고 싶은 일로 머리와 가슴 속이 꽉 차있어 보이는 이런 사람도 그런 기분을 느낄까 싶어서이다. 이처럼 남들은 나만큼 외롭고 힘들지 않을 거라는, 바로 이런 생각이 우리의 현재를 힘들게 하는 출발점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저자가 어릴 적에 사고로 동생과 언니를 잃었다는 것도 그녀가 쓴 책을 여러 권 읽어오면서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슬픔의 저 밑에는 '고픔'이 있다면서, 깊은 고픔을 느껴보고, 머리가 고플 때 우리는 훌쩍 자란다고, 일으켜 세우는 말 한마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머리가 고픈 사람이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가슴이 고픈 사람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이라면서 가슴이 고플때 우리는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했다.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들춰봤을때, 새벽의 두시간이 내 인생의 골든 타임이라고 썼던 대목을 하필 만나지 않았더라도 이 책을 읽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나 역시 새벽의 두어 시간을 필사적으로 사수하며 살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그 대목이 당장 구매로 이끈 원인이긴 하다.
이 책 역시 매일 새벽 그 시간에 써나갔을 사람을 생각해본다. 이 책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그사람 아닐까 한다. 그의 인생은 이 책을 쓰면서 더 여물고 정돈되었을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