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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노 홀릭 - SBS 김영욱 PD, 내가 사랑한 피아노 명곡들
김영욱 지음 / 북폴리오 / 2011년 5월
평점 :
품절


개인적인 이야기로 시작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처럼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들이 흔치 않을 때였다.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고 부모님을 몇년을 조르고 졸라 드디어 초등학교 3학년때 동네 피아노교습소에서 피아노를 배우게 되었다. 다섯번 숙제로 쳐와라 하면 열번을 쳐가고, 이 페이지까지 악보를 읽어와라 하면 그 다음이 궁금해서 끝까지 악보를 다 읽어가고, 내 평생 이렇게 자발적으로 뭔가를 배워본 적이 있었나 싶다. 지금도 그렇지만 음악을 전공으로 하는 아이들은 그당시는 유일하게 예능계에만 있었던 지금의 특수중학교에 해당하는 예술중학교 시험을 치뤄야했기 때문에 진로에 대해 일찍 결정을 내려야했다. 내가 감히? 와 동시에 나도 한번? 하는 마음도 있었다. 이런 갈등을 단칼에 결정내려주신 우리 부모님.

'피아노 전공을 하려면 부모의 뒷바라지가 절대적인데 그렇게 해줄 형편이 안되니 피아노는 취미로만 하거라.'

해보고 싶다고 우겨볼까, 그냥 부모님 말씀을 들어야하나, 어린 마음에 갈등을 겪는 중에 피아노 발표회엘 나가게 되었는데 피아노 선생님께서 정해주신 곡을 보니 당시 중학교 언니가 치는걸 몇번 들어서 알고 있는, 나는 언제쯤 저런 곡을 칠까 기다려오던 그 곡이었다. 발표회 시작도 전에 얼마나 뿌듯하고 기분이 좋던지. 내가 얼마나 연습을 열심히 했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렇게 기쁜 마음으로 연습을 하기 시작했음에도 발표회가 다가올 수록 선생님이 요구하는 연습양은 끝이 없었다. 결국 발표회 직전이 되자 내가 그렇게 좋아하던 그 곡은 듣기도 싫고 생각하기도 싫고 악보를 발로 밟아버리고 싶은 경지에까지 이르렀다. 발표회는 무사히 끝났지만 내가 당시 예술중학교 지원을 하지 못하게 된 상황를 합리화 시키려는 무의식도 작용했을지 모를 어떤 결론에 이르렀는데, '피아노를 진심으로 좋아한다면 전공으로 하지 않는 편이 낫겠구나' 하는 것이었다. 겨우 초등학교 5학년짜리가.

 

이 책의 저자는 피아니스트가 아니고 피아노를 전공하여 관련업계에 종사하는 사람도 아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현재 방송국 PD로 일하는 사람이다. 여기까지는 뭐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작가이면서, 치과 의사이면서, 혹은 기업인이면서 음악에 조예가 깊어 이런 책을 내는 경우를 많이 봐왔으니까. 책장을 넘기며 막상 읽기 시작했는데 이건 많은 참고 자료를 옆에 쌓아놓고 편집하여 쓴 책이 아니었다. 오래동안 피아노를 치고 피아노 음악을 들어오면서 자기만의 발견이 있고 자기 나름대로 찾아낸 것들을 아주 아마추어답게 써놓았다. 그런데 그 내용이 어느 전문 서적을 읽을때보다 머리에 들어오고 마음에 들어온다. 억지로 읽히는 문장이 아니라 마치 그의 수다를 들어주는 느낌이랄까? 쓸데 없는 수다가 아니라, 형식은 수다이되 내용은 수다가 아닌.

피아노 못지 않게 아이스크림 홀릭이 틀림없는 그가 모짜르트의 피아노 변주곡, 즉 우리가 '반짝반짝 작은별'이라고 동요로 부르고 있는 멜로디로 시작하는 그 곡을 예로 들어 변주곡을 설명하는데, 주제와 12개의 변주를 어느 아이스크림 전문상점의 각기 다른 아이스크림 맛으로 비유를 해놓았다. 명료하고 단순한 주제는 '바닐라', 물흐름 같은 상큼한 제1변주는 '체리쥬빌레', 펼친 화음이 시원스러우면서도 또박또박한 제3변주는 '초코칩',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맛이 느껴지는 제8변주는 '레인보우샤베트', 기교적이고 화려한 변주가 등장하는 제10변주는 '슈팅스타', 뭐 이런 식.

또 한가지. 소나타곡과 소나타 형식은 다르다는 것과 함께 소나타 형식을 설명하는데 김수희의 '애모'를 예로 들었다. 제시부-발전부-재현부를 악보에 표시까지 해주면서. 대중을 상대로 해야하는 방송 프로그램을 만드는 PD답다고나 할까. 클래식에 대한 거리를 앞으로 당겨주기 위한 시도라고 할까. 그렇다고 해서 이 책에는 대중에게 많이 알려져있는 작곡가와 피아노곡만 그저 설명하는 방식을 달리하여 친절하고 솔직한 방식으로 소개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스카를랏티는 나도 이름만 들어봤지 한번도 주의해서 그의 곡을 들어보거나 알려고 하지 않았던 작곡가이고, 뿔랑 같은 사람은 이름도 처음 들어보았다. 바하의 인벤션이 딱딱하고 기계적인 연습곡으로만 알았지 그것을 이렇게 하나의 작품으로 충분히 발전시킬수 있음을 몰랐다.

더 말이 필요없는 것은, 이 책에 함께 포함되어 있는 한장의 CD이다. 이 책에 예시된 음악들이 열 대여섯곡 서비스로 들어있는 CD이려니 했는데, 앞에 말한 스카를랏티의 피아노곡을 포함해서 모두 '저자가 직접' 연주하여 녹음했다고 한다. 무려 마흔 다섯곡이나.

지금도 쇼팽의 연습곡 전곡 연주에 도전하기 위해 연습중이라는 이 사람. 아마추어들이여, 이 사람을 부러워하라.

 

 

('취미로만 하거라' 는 부모님 말씀을 어찌나 잘 들었는지 나는 대입 학력고사를 보기 전까지, 중간에 한번도 그만 두지 않고 피아노 레슨을 받았다. 오로지 취미로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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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오소리 2014-12-25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지금도잘치시겠어요! 글이 재밌어 다 읽었네요ㅋ

아기오소리 2014-12-25 1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소설을 취미로 써보고 있어요ㅋ 프로소설가가보면 비웃을지몰라도 하고싶던얘기를 죽기전에 꼭 써보자가 목표에요.

hnine 2014-12-25 10:57   좋아요 1 | URL
아기오소리님, 닉네임이 귀여워서 안잊어버릴것 같아요.
취미라는 말에 가볍다는 느낌만 가졌었는데 이 책 읽어보고 그게 아님을 알았어요. 사무치면 병이 된다, 이 책 저자가 외치는 말이지요. 하고 싶은 건 할수만 있다면 하고 살아야지요. 아기오소리님도 아기오소리님만의 소설을 꼭 쓰시기 바랍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드려요.

qualia 2014-12-25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윗글 한달음에 그냥 다 읽었네요.
저렇게 책 한 권 쓰면 그것도 한달음에 확 읽을 수 있을 듯~
hnine 님 글은 정말 잘 읽혀요.
저는 제 글이 너무 늘어지고 덜컹덜컹거려서 불만이에요.
알아도 못 고쳐요.
저는 피아노 근처도 못 가봤는데요.
피아노 연주가 일상인 고귀한 hnine 님, 넘 부러워요~
정말 쌈박한 리뷰글, 정말 잘 읽었네요^^

hnine 2014-12-25 11:00   좋아요 0 | URL
qualia님, 저 책 참 재미있게 읽었어요. 제가 쓴 리뷰는 아무것도 아니지요.
qualia님은 워낙 전문적이고 아무나 댓글 달수 없는, 아무나 감히 쓸 수 없는 글을 쓰시잖아요 ㅠㅠ 저야말로 흉내도 못냅니다.
제 서재에 들러주시고 제가 가끔 처지려고 할때 알고 귀신같이 `업`시켜주시고 가시니 저는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아기오소리 2014-12-25 11: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무치면 병이된다, 와닿네요ㅋ

hnine 2014-12-25 17:07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 병이 되기 전에...^^

무스탕 2014-12-25 1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려서 다니던 국민학교 옆에서 큰 고모가 피아노 교습소를 하셨었죠. 그런데도 전 피아노를 안 배웠어요. 언니는 배웠는데..
요즘 정성이가 피아노를 독학을 하겠다고 난리도 아니에요. 어려서 배울래? 물어볼땐 번번히 싫다고 그러더니 요즘 저를 괴롭혀요. 다른거 괴롭히는게 아니고 전자피아노를 사달라는 거에요 ㅠㅠ
학원은 안다니고 자기가 집에서 혼자 독학으로 하겠다고요. 어휴.. 도대체 어디서 저런 도깨비같은 녀석이 왔는지..
그래서 조금있다 동네 중고 피아노 취급점에 나가보려고요.
아들이 연주해 주는 피아노. 그거 엄마들의 로망인데 말입니다. ㅎㅎㅎ

hnine 2014-12-25 17:11   좋아요 0 | URL
남자 아이들은 그런 면이 있는 것 같아요. 누가 하라고 해서 하기보다는 자기가 하고 싶을땐 하지 말라고 해도 하고야 마는거요. 전자피아노 그거 저도 갖고 싶더라고요. 무엇보다도 밤에도 소음 걱정 없이 맘껏 연주할 수 있고요, 간단한 녹음도 가능하다고 하고요. 가격이 문제인데 중고로 사면 혹시 좀 저렴하게 살수 있지 않을까 생각도 해본답니다. 사시거든 저에게도 정보좀 주세요. 피아노 치는 남자 멋있지요. 이 책에도 그런 얘기가 잠깐 나오더군요. 막상 저자 본인은 그런 효과를 본적이 없다고요 ^^ 저는 정성이 응원해요!

2014-12-25 1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4-12-25 17:15   좋아요 0 | URL
소리를 글로 표현...차원이 다른 두 소통 방식인데 말이어요. 그냥 좋다, 멋있다, 감동이다, 이 정도 밖에 표현 못하는 저에 비할까요. 미술 평론하는 어떤 분의 책에서도 읽었는데 어떤 미술 작품을 보고 그 느낌을 아주 자세하고 세세하게 글로 표현하는 것을 과목으로 배우기도 한다더군요.
CD에 들어있는 곡들은 저자가 녹음도 직접 했다고 하더군요. 방송국 PD라서 가능했을까요? 곡 중엔 다 같이 돌자 동네 한바퀴, 이 동요를 두가지 버전으로 연주한 것도 들어 있어요.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

yamoo 2014-12-25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엣지나인님~ 이 글도 멋지군요! 소개해주신 저 책을 꼭 봐보겠어요! 불끈~

hnine 2014-12-25 17:18   좋아요 0 | URL
ㅋㅋ 평소에 잊고 있다가 yamoo님이 불러주시는 엣지나인이라는 호칭을 들으면 재미있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해서 혼자 키들거리게 돼요 ^^
2011년에 나온 책인데 이제 알게 되어 읽었네요. 공유하는 경험담도 있고, 글을 솔직하게, 눈치 안보고 쓴 느낌이 나서 더 좋았답니다.

보물선 2014-12-25 16: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cd가 좋나요? ...땡긴다요...

hnine 2014-12-25 17:20   좋아요 1 | URL
보물선님, CD의 음악들이 프로 피아니스트들이 친것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크게 뒤쳐지지도 않아요. 오히려 시대를 막론하고 이것 저것 연주하여 챙겨넣은 CD라서 아마추어 냄새가 폴폴 나기도 하고, 그래서 더 특색있어 좋았어요. 글도 재미있게 썼고요. 조금 개구장이 분위기도 난다고 할까요? ^^

해피북 2014-12-26 07: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참 멋진 책같아요 ㅎ 저두 아이스크림 좋아하는데 문제는 좋아하는 것만 먹어서 저 특별한 맛을 느낄려면 아이스크림부터 먹어봐야겠어요^^ 함께 들어있는 시디도 들어보고 싶구 참 호기심 가득한 책이네요^^

hnine 2014-12-26 08:22   좋아요 1 | URL
저도 아이스크림 좋아하는데 저렇게 여러가지 종류를 먹어보진 못했어요. 위에 적은것 외에도 책에는 더 많이 나와있답니다 ^^ 그래서 저자가 아이스크림을 보통 좋아하는게 아니라고 짐작을 했지요.
아이스크림은 저 사람이 이미 했으니 저는 제가 좋아하는 다른 무엇과 저렇게 비유를 해볼까 생각해보았는데, 단일 품목으로 저렇게 종류가 많은것이 쉽게 떠오르지 않더라고요 ㅠㅠ
책, 재미있습니다. 기회가 되면 한번 읽어보세요~ ^^

김영욱피디 2015-01-30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핀오프로 팟캐스트도 방송중입니다.
함 들러주세요

hnine 2015-01-30 00:04   좋아요 0 | URL
하하 PD님, 제가 거길 안들렀을리 있나요? ^^
이베리아 여행기 다음편 기다리고 있어요.

clavis 2016-01-23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피아노 그만둔 이유랑 똑같네요^^아마여 영원하라^^

hnine 2016-01-23 18:37   좋아요 1 | URL
다시 시작하지 않으셨나요?
저도 가끔 집에서 시간 날때 쳐보곤 하는데 악기연주도 엄연히 일종의 테크닉인지라 규칙적으로 연습하지 않는한 실력은 제자리, 아니 제자리도 아니고 자꾸 퇴보하더군요.
clavis님, 반갑습니다~ ^^

clavis 2016-01-23 2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다시 시작하고 있어요
진지한 아마가 되기위해서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니까요!불끈

반갑고 고맙습니다^^
 
한 번은 독해져라 - 흔들리는 당신을 위한 김진애 박사의 인생 10강
김진애 지음 / 다산북스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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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일까. '유혹에 넘어가지 않는다'라는 뜻이라고 저자는 말했고 (53쪽)  나는 내식대로 다시 새긴다. 포기하는 순간까지 몰입하고 최선을 다하라는 것이라고. '목표를 이룰때까지'가 아니라 '포기하는 순간까지'라고 한 것은, 아무리 해도 안되는 일이 있다는 것도 인정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런 일은 포기하는 수 밖에.

독해져보는데 독한 성격이어야만 하는건 아니다. 즉 내가 독하게 뭔가를 해보지 못한 것은 내 성격이 독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저자에 의하면 독해지는 능력은 타고 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키우는 외에 답이 없다고 한다. 여기에 내 개인적인 의견을 보탠다면 일생에 한번 자기 자신에게 독해져보는 경험은 그 시기가 이르면 더 좋을 것 같다는 것이다. 학생일때, 미혼일때, 즉 자신에게 몰입하기 좋을 시기면 좋겠다는 뜻이다. 저자는 고2때 경험을 들었다. 공부보다는 일주일에 두권씩 읽어치우는 중독 수준의 책 읽기, 영화보기를 좋아하는 아이였던 그녀는 고2 겨울방학때 앞으로 1년 동안 오로지 공부만 할거라고 결심을 했다고 한다. 책 끊고, 영화 끊고, TV 끊고, 자기 방의 책상과 교실 책상만 왔다 갔다 하며 세수, 밥, 버스타는 시간 외엔 공부만 하며 1년. 그렇게 하여 원하던 대학, 원하던 과에 들어간 것도 결과이지만 그보다 더 귀한 결과는, 자기가 한 결심을 독하게 지켜나갔다는 것, 그래서 언제든지 필요하면 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었다는 점이라고 한다.

일생동안 한번도 독하게 뭔가에 몰입해본 경험이 없다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목표와 기간을 정해놓고 나 자신을 위하여 독해져보는 것이다. 저자가 그랬듯이 한 번 마음 먹고 끝까지 가본 사람은 그 경험으로 말미암아 다음에 어떤 고비에 다다르거나 어려움에 처했을때 겁먹지 않고 헤쳐나가보고자 하는 자신감을 준다. 이 책의 핵심이랄 수 있는 이런 내용은 주로 1장에서 다 풀어놓았고, 2장엔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에 대해 썼다. 자기 자신을 다독이는 방법, 가끔은 엉엉 울기도 하고, 나를 위한 작은 사치와 반란을 격려하기도 하고, 결국 일에 빠지면 어느 새 풀려있다는 이야기도 한 끝에 마지막은 '그래도 안되면 포기하라'이다. 안되는 일이 이 세상엔 분명히 있기 때문이다. 3장에선 종달새형 올빼미형을 포함해서 삶의 리듬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4장의 제목은 '할 일이 너무 많다. 어떻게 이 일들을 다 하나?' 한번에 여러 가지 일을 다 잘해내기란 어렵고 원래부터 멀티태스킹 타입의 인간이란 없다. 우선 순위 매기기와 일을 제대로 '쳐내기'를 잘 하는 사람이 있을 뿐. '분류하라, 쪼개면 길이 보인다'도 하나의 팁. 5장부터 마지막 10장까지는 나 자신을 읽는 것에 대한 내용이다. 나를 읽는 12가지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라고 했는데, 이 부분은 진로와 직업을 결정해야 하는 시기에 있는 사람이 읽으면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세상은 나 없어도 잘 돌아가는데, 내가 굳이 살아야 할 이유는 어디에 있나, 이렇게 허무하고 삶이 하찮다는 생각이 들때가 있다. 이럴땐 나에게만 있는 일처럼 생각하지 말고 나 뿐 아니라 누구에게도 해당되는 말이며 인간이란 존재가 이렇게 하찮은 존재라는 걸 인정하고 넘어가라고 한다. 이렇게 하찮은 인간에 불과하지만 나라는 존재는 내가 가진 전부이자 오직 하나밖에 없는 존재, 나에게는 처음이자 마지막인 인간이다. 즉, 내가 없으면 세계도 없다. 이 단순한 진리를 기꺼워하고 즐거워 하자고 (266쪽).

'외롭다. 어디 기댈 사람 좀 없을까?' 9장의 제목인데, 그런 사람을 멀리서 찾거나 없는 사람을 만들려 하지 말고 내 짝, 부모와 자식, 친구를 우선 내편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보라고 하고, 동시에 내 편을 견제하라는 일침도 준다. 가까운 사이일수록 적절한 거리감 두기에 실패하기 쉽고 감정이 개입하기 쉬워 상처를 주고 상처를 받기 쉽기 때문이다. 정 내편을 찾기 힘들다면? 이 대목에서 클클 웃음으로 동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개와 고양이를 추천했기 때문이다. 세상에 이렇게 온전한  내편이 없다면서 이들이 있기 전 내 인생과 후의 내 인생이 같지 않다고까지 했다.

저자의 행보를 잘 아는 사람으로서 10장의 제목 '슬프다. 사람이란 왜 이리 허할까?'는 어쩐지 저자와 잘 어울리지 않아 보였다. 늘 에너지 넘치고 하고 싶은 일로 머리와 가슴 속이 꽉 차있어 보이는 이런 사람도 그런 기분을 느낄까 싶어서이다. 이처럼 남들은 나만큼 외롭고 힘들지 않을 거라는, 바로 이런 생각이 우리의 현재를 힘들게 하는 출발점일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저자가 어릴 적에 사고로 동생과 언니를 잃었다는 것도 그녀가 쓴 책을 여러 권 읽어오면서도 이번에 처음 알았다. 슬픔의 저 밑에는 '고픔'이 있다면서, 깊은 고픔을 느껴보고, 머리가 고플 때 우리는 훌쩍 자란다고, 일으켜 세우는 말 한마디. 그녀의 트레이드 마크이다. 머리가 고픈 사람이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가슴이 고픈 사람은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람이라면서 가슴이 고플때 우리는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했다.

서점에서 이 책을 처음 들춰봤을때, 새벽의 두시간이 내 인생의 골든 타임이라고 썼던 대목을 하필 만나지 않았더라도 이 책을 읽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나 역시 새벽의 두어 시간을 필사적으로 사수하며 살고자 하는 사람으로서 그 대목이 당장 구매로 이끈 원인이긴 하다.

이 책 역시 매일 새벽 그 시간에 써나갔을 사람을 생각해본다. 이 책의 최대 수혜자는 바로 그사람 아닐까 한다. 그의 인생은 이 책을 쓰면서 더 여물고 정돈되었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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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4-12-13 21: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이가 들면서 그저 스트레스 받지않고 즐겁게 살자고 다짐하는데 이런 생각도 게으름의 자기 합리화? 문득 드는 생각입니다.
새벽의 두시간이 골든 타임이라....

hnine 2014-12-14 10:10   좋아요 0 | URL
늘 긴장하는 것도, 늘 느슨한 것도 바람직하지 않고, 효율적인 것은 긴장할때와 느슨할때를 잘 조율할 수 있어야 하는 것 같아요. 저자도 인생 전체를 독하게 살라는 것이 아니라 한번은 독하게 살으라고 했듯이요.
세실님의 골든 타임은 언제일까 궁금해지는데요? 저는 솔직히 새벽에 일어나긴 하지만 골든 타임이라고 할만큼 값지게 쓰진 못해요. 그냥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시간을 즐길 뿐이지요.

nama 2014-12-14 08: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딸에게 바라고 있는 것이 `한 번은 독해져라`인데...이 책 읽히면 도움이 되겠지요?

hnine 2014-12-14 10:17   좋아요 0 | URL
nama님께서도 이미 알고 계셨군요. 사는 동안 한번은 독해져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요.
위에도 썼지만 스스로 결심하고 그것을 지켜내기 위해 독해져보는 경험은 그것 자체가 하나의 성취감이 되고 자신감을 준다고 하네요. 전적으로 동감해요. 김진애님의 책은 저 개인적으로도 청소년들 마음에 쏙쏙 들어올 것 같다는 생각이어요. 이분의 ˝사람으로 자라기˝라는 책은 특히 더 좋아요.

아무개 2014-12-15 1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김진애가 쓰는 인간의 조건>이란 책이 있는데
전~~~~혀 읽히지가 않더라구요.
그래서 계속 책장 구석에 있는데, 왠지 나인 님께서 쓰신 리뷰를 읽고 나니
다시 읽어 보고 싶어지네요.
<한번은 독해져라>도 물론이구요.

독해져라는게 아마도 몰입하란 이야기겠지요?
정해진 기간에 목표를 가지고 오로지 그것만을 위해 돌진!
그런 몰입후의 성취감은 쉽게 얻어지는것도 아니지만,
그만큼 큰 경험이 되는거 같더라구요.

새해는 무언가 좀 현실적인 몰입할수 있을만한 일을 만들어 봐야겠어요.
이김에 새해계획을 ....^^

hnine 2014-12-15 14:15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그책 저에게 파세요 ㅋㅋ 제가 안읽은 책인데 어떤 내용이기에 아무개님 책상 공간만 차지하고 있는지 보고 싶어져요 (저도 참...여러 가지 이유로 책 읽을 동기를 만들지요? ㅋㅋ)
전 20대 후반이던가 아무튼 장래에 대해 머리속이 거의 엉킨 실타래 같을 때 저자의 책을 처음 읽었는데 뭐 이런 사람이 다 있나 싶었어요. 나랑은 완전히 다른 세계 같아서 이 사람 사고 방식, 행동 방식을 좀 가져다 쓰고 싶어지더라고요. 첫인상이 좋으면 이후에 그게 참 오래 가더군요.
새해 계획 저도 슬슬 구체화 시켜보려고 하는데 당장 오늘 계획한 일들을 오늘 다 마무리 못할 것 같아 허덕이는 중입니다. 아마 새해 계획도 딱 한줄 오늘 할일에 최선을 다하자, 이렇게 되는게 아닐지 모르겠어요 ㅠㅠ
 
크로이체르 소나타 (반양장) 펭귄클래식 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기주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8년 5월
평점 :
절판


 

음악 제목이 책 제목인 경우가 앙드레 지드의 전원 교향악 말고 또 있나 잠시 생각해보았는데 당장 떠오르는게 없다. 적어도 톨스토이의 이 책은 제목을 보고 베토벤의 크로이체르 소나타에서 연상되는 서정적인 내용을 예상하면 읽으면서 당황스러울지 모르겠다. 실제 톨스토이의 작품에 <크로이체르 소나타>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는 작품 내용 중 어떤 결정적 순간에 이 곡이 연주되고 있었다는 것 외에 다른 이유는 없다.

 

이 책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작가의 삶을 다시 살펴보게 된다. 소설의 형식을 하고 있지만 주장에 가까울 정도로 작가가 말하고 싶은게 작품 내내 확실하게 느껴져서, 그의 삶과 작품이 많이 연관되어 있을거라는 생각을 떨칠 수 없기 때문이다.

 1828년 러시아에서 태어난 톨스토이는 대학을 중퇴하고 술 마시고 창녀촌을 드나들며 방탕한 생활을 하면서 병을 얻고 빚까지 진다. 군대에 있던 형의 영향일까, 견습생으로 군대에 들어간 그는 크림 전쟁이 일어나자 참전하기도 한다. 이후, 물려받은 영지에 농민을 위한 학교를 세우고 가르치기 위해 교육에 관한 공부를 하기도 하고 결혼도 한다. 아내와의 사이에 모두 열 세명의 아이가 태어나지만 그중 다섯은 어릴 때 죽는다. 이 책에 실린 <가정의 행복> 및 이후 <전쟁과 평화>, <안나 카레니나>등의 책이 우여곡절 끝에 출판이 되고 그동안 톨스토이는 죽음과 종교의 문제에 빠지기도 하여 경작을 주고 있는 영지에 기근이 들자 좌절하여 자살의 유혹을 느끼기도 한다. 한때 주색잡기와 도박에 빠져 살던 그는 60세에 이르면 정반대로 육류와 알콜, 담배를 거부하는 금욕의 생활을 하기도 한다. 유대인 학살에 항의, 세익스피어 작품에 대한 신랄한 비판, 사형제도 반대 등에 목소리를 높이며 말년에 이르면서 톨스토이는 아내와 사이가 극도로 나빠지고 결국 집을 나오고, 집을 나오고 열흘 후 철도역에서 사망한다. 이 책에 실린 <악마>, <신부 세르게이>는 그의 사후에 발표된 작품이다. 그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교류를 한 작가로는 투르게네프, 체홉 등이 있다.

 

생의 한때를 한쪽 극으로 치닫는 시기를 보낸 사람은 때로 그 정반대쪽 극으로 삶의 방향을 급변시키는 것으로 나머지 삶을 살기도 한다. 톨스토이도 그랬던 것으로 보이며 그의 이런 삶은 이 책에 실린 네 작품에서도 드러난다. <악마>에 나오는 유부녀 농민 애인 스테파니다는 톨스토이가 실제로 결혼 전에 시작하여 결혼할 때까지 4년간 관계를 가져오던 농민 여자 '악시나'의 반영이며 그는 이런 내용이 적힌 자신의 일기장을 당시 어린 신부였던 아내에게 강요해서 읽히기도 했다고 한다. 작품속에도 자신의 그동안 불륜을 배우자에게 고백하는 대목, 또는 배우자로부터 고백을 받고 흥분하는 대목들이 나온다. 이 책의 해설에 보면 톨스토이는 단지 자전적인 내용으로만 작품을 구성할만큼 단순하진 않았다고 하지만 아무튼 자기가 겪은 일들이 작품의 소재로서 여기 저기 이용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제목이 아무래도 러시아 대문호의 소설 제목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가정의 행복>이나 화자의 입을 통해 당시 톨스토이가 결혼과 성, 도덕, 관능적 사랑, 정신적 사랑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작품 <크로이체르 소나타>도 마찬가지, 일관되게 흐르는 작가의 생각이 있다. 남자의 관능적 사랑과 욕구는 진정한 사랑과는 다르다는 것인데 그와 동시에 남자의 이런 욕구는 대부분의 경우 통제 불능, 어쩔 수 없이 거치게 되는 과정이라는 것을 주인공들을 통해 보여준다. 결국은 그것이 파멸로 이르게 한다는 것으로 결말을 맺고 있으니 어찌 보면 딜레마가 아닐 수 없다.  욕망은 어쩔 수 없이 생겨나는 것이지만 그것을 절제하지 못하는 삶은 결국 파국으로 맺게 된다는 구태의연한 가르침이 결론인가? 이런 가르침을 받고자 이 책을 읽기로 한 것이 아니었기에 읽는 내내 당황스러움과 실망을 감출 수 없었다. 에세이도 아닌 소설이 지나치게 자기고백적인데다가, 결국은 그가 숱한 경험을 통해 깨달은 것을, 아직 깨우치지 못했다고 여겼을까 싶은 독자들에게 가르치는 느낌이라니. 그가 만약 가출하여 철도역에서 사망하지 않고 더 살았더라면 그는 신부가 되었을까? 그래서 이 책 속 작품인 <신부 세르게이>같은 삶을 살았을까? 그랬을지도 모른다. 신부 세르게이는 이 극과 저 극 사이, 넓은 스펙트럼의 인생을 살아온 톨스토이가 궁극에 꿈꾼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네 편중 이 작품을 책의 마지막에 넣은 편집자의 예리함도 짚고 넘어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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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14-12-10 1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난번 어느 페이퍼에서, 책장이 잘 안넘어간다던 바로 그 책이군요. 이게 장편이 아니고 4개의 단편들로 이루어진 소설이라는 것에 모티브(?)를 얻어 리뷰를 작성하신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책소개도 풍부하고 톨스토이의 생애를 집약적으로 너무 잘 설명해주신 것 같아 아, 역시 hnine님..이다...

hnine 2014-12-10 14:07   좋아요 0 | URL
예! 책장이 잘 안넘어간다던 책들 중 하나랍니다. 드디어 다 읽긴 읽었는데 초반의 인상이 끝까지 일관성있게 가더군요 ㅠㅠ 책이 꽤 두께가 있는 편이어서 네 작품이 들어있긴 하지만 네편 모두 단편이라고 하기엔 분량이 길어요. 방탕의 세월을 보냈던 톨스토이가 다른 남자들과 다른 점이 있다면 그것에 대해 무척 고뇌를 많이 했고, 생각을 많이 했고, 이렇게 작품에까지 끌어내었다는 점 같아요. 결론까지 작가가 다 내려서 읽는 독자는 할일이 없게 만들었다는게 제일 실망스러운 점이었어요. 유명한 작가의 작품에 대해 감히 이렇게 말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요. 방탕의 결말은 톨스토이가 말하듯 타락 아니면 종교인건가,그것은 지금도 생각중이네요.
언젠가 EBS에서 어느 여자 고대 교수님이 톨스토이의 인생과 문학에 대해 며칠에 걸쳐 특강을 하셨는데 그때는 건성으로 봤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그때 그 교수님이 열변을 토하시던 것이 토막토막 떠오르곤 했답니다.

아무개 2014-12-10 15: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백만년동안 보관함에 잠자고 있는 책인데 왠지 보관함에서 버려질듯한 ^^::::

극과 극은 통한다니 욕망과 금욕. 그 끝어딘가 마주닿은 부분이 톨스토이에게 분명히 있었겠죠?
보통 사람들은 보통의 욕망과 보통의 금욕적인 생활을 하기 때문에
닿을수 없는 뭐 그런 극과 극의 끝...

hnine 2014-12-10 16:58   좋아요 0 | URL
제가 듣기론 이 책에 실린 네편중 세편이 영화로도 만들어졌다는 것 같아요. 톨스토이의 인생론을 먼저 읽었는데, 그땐 톨스토이에 대해 잘 몰랐어요. 이렇게 많은 경험 끝에 쓰여진 인생론이라는걸요. 이 책을 읽으면서 그의 일대기를 보니 참 평탄한 삶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극과 극은 통한다는 말을 아무개님 덕분에 오랜만에 다시 생각해봐요. 극과 극의 중간쯤 어디에 사는 우리 보통 사람은, 보통 사람이 누릴 수 있는 안정 속에 살게 되겠지요.
 
영어 스피킹 기적의 영단어 100 - 예일대 졸업생들이 뽑은 ‘내가 받은 예일 최고의 강의’
윌리엄 A. 반스 지음, 허유진 옮김 / 로그인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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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엔 영어 스피킹이라고 되어 있지만, 말하기에서 이 정도 어휘를 사용할 정도라면 그건  네이티브 중에도 흔하지 않을 수준인것이고, 이메일에만 쓸 수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고른 책이다. 우리 말을 할때도 한가지 의미로 꼭 같은 단어만 사용하는 사람이 있고 다양한 어휘로 다양한 느낌의 표현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 어떤 언어이든 자기의 뜻을 상대방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은 확실히 나에게 큰 자산이 된다.

이 책은 요즘 유행하는 첨단어, 신조어를 소개하기 위한 책이 아니다. 비즈니스 커뮤니케이션을 목적으로 하는, 즉 친구끼리 주고 받는 대화나 글이라기 보다는 좀 더 공식적이고 사무적인 대화나 글에 사용하면 좋을 단어들과 그 예가 소개되어 있다.

두어 페이지만 넘겨보면 tell 대신 share라는 제목의 글이 나온다. tell 과 share라. 평소에 이 두 단어가 이렇게 연결되리라는 것을 짐작이나 했던가. 당신의 생각을 말씀해주세요. 이런 말을 하고 싶다면 일단 입에선, 혹은 자판위에서 손가락은  Please tell me...하고 나갈 것이다. 이 책에서 가르쳐준 문장은 Please share your ideas with us. 이다. 와, 우리말은 아니지만 벌써 느낌이 다르다. 상대방과 벌써 한울타리에 있는 느낌, 완곡하지만 더 간절한 느낌. 상호 소통의 느낌으로 말할때는 tell 대신 share를 써보라는 것이 저자의 팁이다. 반대로 상대방에게 뭔가를 지적해주고 싶을때, 정중하지만 분명하게 그 의사를 전달하려면 Let me say...이렇게 하지 말고, I'd like to note...라고, 즉 say 대신 note를 쓴다. 어떤 점을 정확히 찾아내었을땐 discover라고 하기 보다 pinpoint라고 해보자. 규모를 줄여야할때  decrease보다 downsize를 쓰면 부정적인 어감을 완화할 수 있다. 이해한다라는 뜻의 understand에서 한단계 나아가 grasp라고 하면 이해하려고 노력했다는 의미가 포함된다. 자신을 다듬어 향상시킬때는 improve대신 sharpen을, 대놓고 말하는 say대신 signal을 동사로 쓰면 넌지시 비춘다는 의미가 포함된다. 급격히 떨어질때는 fall대신 plunge를.

대화에서 이런 단어들이 상황에 적절하게 튀어나오기란 내 실력으론 언감생심이고, 난 그저 손이 닿을 거리에 이 책을 늘 꽂아두고 이메일 쓸때나 간단한 문서 작성할때 들춰보며 참고하려고 한다. 그런 목적으로도 충분히 알차고 좋은 책이다. 우리가 결국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는건 말 아니면 글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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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2-08 22: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4-12-09 07:02   좋아요 0 | URL
이책 자체도 그리 어렵지 않아요. 특별히 이해를 필요로 한다거나 한번 이해가 안되면 다음으로 진행이 안된다거나, 전혀 그렇지 않기 때문에 한번 주루룩 읽은 후엔 자주 들춰봐서 최소한 어디에 어떤 단어의 예가 나와있었는지 기억하고 필요할때 찾아서 활용할 수 있으면 그걸로도 만족스러울것 같아요.

nama 2014-12-09 07: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 소개 고마워요. 구입해서 읽고 참고해야겠네요.

hnine 2014-12-09 09:43   좋아요 0 | URL
nama님, 이 책 소장해놓고 계속 참고할만 하더라고요.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이상,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알게 되지는 않을 단어의 쓰임새가 꽤 알차게 소개되어 있어요. 실제 많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식상하지 않고 격식있으면서 분명하게 표현하는 방법이랄까요. 추천해드릴만 합니다.

아무개 2014-12-09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어다..영어다..영어다..영어...다아............
ㅠ..ㅠ

hnine 2014-12-09 09:46   좋아요 0 | URL
아무개님, 영어에 관한 책이긴 한데 영어보다는 한글이 훨씬 많은 책이어요 ^^ 그리고 별로 어려운 내용이 아니고 우리가 평소에 친하게 지내지 않던 단어의 활용도가 얼마나 넓은지 보여주는 책이랍니다. 처음부터 꼼꼼히 읽지 않아도 되고 아무데나 펴서 봐도 상관없고요.

다락방 2014-12-10 08: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항상 영어를 잘하고 싶다는 생각만 가지고 어떠한 노력도 하지 않는 저에게 이 책은 꽤 유용할 것 같아요. 물론 들춰보느냐 아니냐..는 제 의지의 문제겠지만 말입니다. 저도 책장에 꽂아둘래요!

hnine 2014-12-10 09:40   좋아요 0 | URL
싫지만 인정하고 마는 것이, `정복하지 않으면 정복당한다`는 말 같아요. 모국어가 아닌 이상 영어를 정복할 수야 없겠지만 피하면 계속 따라다니며 괴롭힐(!)테니까 아예 맞대면을 하는게 당당하지 않을까 싶네요. 이 책 제가 기꺼이 추천해드립니다 ^^

2014-12-15 13: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4-12-15 14: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데이지 밀러 펭귄클래식 27
헨리 제임스 지음, 최인자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이런 경우 어떻게 리뷰를 써야할지 난감하다.

줄거리는 아주 단순하다. 미국 상류 출신 청년 윈터본이 스위스의 친척 아주머니를 방문한 길에, 역시 미국 출신이며 유럽을 여행중인 미모의 아가씨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청년은 매우 상류 출신 다운 인물이었고, 청년이 한눈에 반한 이 아가씨는 청년의 친척 아주머니 표현을 빌자면 천박하고 경우 없고 예의도 모르는, 그저 미모가 전부인 자유분방한 미국 아가씨, 바로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데이지 밀러'이다. 그녀도 윈터본이 싫지 않았지만 윈터본이 그녀를 만족시킬만큼 적극적으로 구애를 하지 않자 요즘말로 밀고당기기를 벌인다. 여기에 자연스럽게 등장해주어야 하는 제3의 인물. 이탈리아의 미남 청년 조바넬리가 바로 그 제3의 인물로 등장하여 데이지 밀러와 가깝게 지내며 윈터본에게는 불안과 고민을, 데이지 밀러에게는 윈터본을 자극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결국 데이지 밀러와 윈터본은 사랑의 감정을 맘껏 표현하지 못한 채 뜻하지 않은 이별, 영원한 이별을 하게 된다.

해설을 읽어보니 굉장하다. 헨리 제임스라는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는데 이 작품이 헨리 제임스의 대표작이고, 가장 많이 읽힌 작품이란다. 정말? '유럽으로 대표되는 구세계와 미국으로 대표되는 신세계의 문화적 충돌과 갈등을 훌륭하게 극화했다'는 것을 물론 감도 못 잡았을뿐더러, 지금도 이 소설이 그렇게까지 의미를 붙일만한지 잘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내 생각이다.

이 작품이 재미없었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구성이 복잡하지 않고 사건 보다 인물 묘사 중심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었다. 1800년대 작품인데도 등장 인물들의 대화가 식상하거나 고리타분하지않고 꽤 재치있고 위트 있어 재미를 더해주었다. 인물들로 하여금 직접 그들의 생각을 말로 드러내게 하기보다는 비유, 둘러말하기, 상대의 심중을 타진하기 위한 화살 같은 말들을 주고 받게 하는 대목들이, 톡톡 튀는 느낌을 주었다. 발표되었을 당시엔 상당히 튀는 작품이 아니었을까 짐작된다 이렇게 단순한 줄거리임에도.

역시 남자들은 그나마 직설적으로 자기 생각을 표현하는데 반해 여자들은 예나 지금이나 자기 느낌이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하는 예가 드물다. 데이지 밀러의 자유분방하고 가볍고 정숙하지 못한 성격을 좋지 않게 말하는 비평도 많았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 헨리 제임스는 '천진난만'과 '순수함'으로 작품속 여자의 특성을 정리하여 답변했다고 한다. 자유분방 대 천진난만이라.

다른 분들의 리뷰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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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4-10-27 1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제목이 데이지라서 공감을 하나 더합니다^^

hnine 2014-10-27 18:41   좋아요 0 | URL
바느질하는 데이지...^^ 위대한 개츠비의 여주인공 이름도 데이지였죠. 실제로 헨리 제임스가 이 여자 이름을 짓기 위해 꽤 고심했대요. 서니데이님도 언제 한번 써해주세요. 왜 바느질하는 데이지라고 지으셨는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