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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사장 장만호
김옥숙 지음 / 새움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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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어떻게 보일지 모르지만 엄연한 장편 소설이다. 나 역시 제목이 재미있어서 더 들여다보게 되었는데 전태일 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했다는 저자 김 옥숙이라는 이름도 낯설다. 1968년생. 작가 자신이 남편과 함께 식당을 경영한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하니 현장감이 있겠다는 기대, 사람들의 이러구 저러구 삶이 실제로 진행되는 현장에서 길어올려진 이야기일테니 나의 축 처진 삶도 기운 내기를 바라는 기대, 이 책을 읽게 된 동기이다.

많이 배우고 가지진 못했지만 노동 운동에 뜻을 두고 부인, 딸을 둔 가정의 가장으로 열심히 살던 장만호씨. 어느 날 레미콘에 다리가 깔리는 교통사고를 당하여 죽을 뻔 하다 살아나 1년 동안 병원 신세를 진 후 더 이상 하던 노동일을 할 수 없게 되자 생계의 수단으로 돼지갈비집을 시작한다. 식당 경험 전혀 없이 1인분 2,500원, 테이블 스무개가 전부인 돼지갈비집을 공단 가까이에서 시작하여 나중엔 체인점으로까지 확장해가며 승승장구 해가는 이야기, 사업이 확장됨에 따라 원래 갖고 있던 노동 운동의 꿈을 접목시켜 노동자들을 돕기 위한 비영리재단을 만들려는 시도, 그리고 좌절의 이야기들이 조목조목 잘 엮여서 300쪽 넘는 당당한 장편으로 만들어져 있다.

예상하다시피 술술 읽히는 이야기라서 지루하지 않게 끝까지 후딱 읽을 수 있었다. 노동운동 출신 장만호가 돼지갈비집을 성공적으로 일으키기 까지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끝까지 양심을 속이는 일 없이 정당하고 정상적인 경로로 갈 수 있었던 것이 다행스럽고 해피 엔딩 같지만 어떤 시각에서는 장만호가 그동안 몸과 마음을 쏟아왔던 노동자 인권이니, 노동 운동이니 하는 것들이 결국 무용하다는 것인가 비판적일 수도 있을 것을, 작가는 이야기의 초심, 그리고 주인공의 초심을 마무리에 잘 연결지음으로써 그런 비판의 여지에서 잘 벗어나고 있다.

이야기도 적당히 재미있고, 구성도 산만한 편 아니고, 문장도 부자연스런데 없이 잘 흘러가는데, 좌절, 일어섬, 성공, 배신 등의 흐름이 새로운 맛과 발견이 있다고 하기는 어렵고 훈훈한 한편의 드라마를 보는 정도에서 그치는 것이 아쉽다.

이런 소재 소설의 어려움이자 한계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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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다니네
조용호 지음 / 민음사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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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유정 작가가 초대손님으로 나온 그 방송을 듣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 책을 못 만났을 것이고 조 용호 라는 작가가 누군지도 여전히 모르고 있을 것이다. 정 유정 작가가 히말라야 여행을 가면서 배낭 속에 딱 한권의 책을 들고 갔는데 그게 바로 조 용호의 책이었다고.

'조 용호? 누구지? 처음 듣는 이름인데.'

왜 그 사람의 책을 들고 갔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그녀는, 좋아하는 작가이기 때문에, 그리고 자기는 도저히 쓸 수 없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기 때문에 라고 대답했다. 정 유정 작가 자신이 도저히 쓸 수 없는 소설이란 어떤 소설일까?

일곱 편의 짧은 소설이 들어 있는 이 책의 표지. 빛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물결 사진에서 쓸쓸함이 느껴진다. 맞다, 그때 정 유정 작가가 자기는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쓸쓸하고 진지한 글을 쓰는 작가라고 그를 소개했던 것 같다.

모란무늬코끼리향로. 제목에 원래 이렇게 띄어쓰기 없이 되어 있다. 수년 전 배가 침몰한 자리에서 침선 전문 낚싯배를 타고 낚시를 하던 남자가 물고기 대신 건져 올린 향로. 모란무늬가 새겨져 있는 코끼리 모양의 향로에 일부만 남아 있는 글귀를 보고 궁금증을 가지게 된 남자는 배가 침몰했던 당시의 신문 기사를 찾아들어가 그 향로의 주인을 찾아내고, 향로에 얽힌 사연과 일부만 남아있는 글귀의 완전한 글귀를 알게 된다.

베인테 아뇨스는 망자를 보내는 이야기.

별이 빛나는 밤에는 한국에 노동자로 왔다가 한국에서 세상을 떠난 한 몽고 남자의 부음과 유해를 전달하러 몽고로 가서 그 미망인을 만나는 이야기.

떠다니네는 혼자 호주로 어학연수를 보냈던 어린 아들을 사고로 잃고 아내와도 점점 거리가 멀어져서 아내로부터 결국 이혼 제의를 받게 된 남자의 이야기이다. 어쩔 수 없는 심정으로 혼자 동남아 여행을 훌쩍 떠나온 남자는 맹그로브 씨앗이 바다를 몇 개월이나 떠다니다가 싹을 틔운다는 얘기를 듣고 인간 역시 죽을 때까지 떠다니는 숙명을 가지고 태어난다는 생각을 한다.

신천옹. 앨버트로스라고도 하는 이 새 역시 붙박이가 아닌 떠다니는 삶을 상징하고 있다. 이 단편의 끝은 교묘하게 앞의 '베인테 아뇨스'와 연결되어 있음을 이 책을 읽는 다른 독자들도 눈치챘을까?

푸른바다거북과 놀다를 읽으며 처음 알았다. 동물들도 자살하는 경우가 있음을.

달과 오벨리스크는 현실과 과거, 그리고 상상이 뒤섞여 이국적인 배경과 더불어 운명적인 관계라는 것이 과연 있긴 한가 여운을 남기게 한다.

일곱 편의 단편이 어떻게 보면 다 하나로 읽혀질 정도로 비슷한 분위기이다. 중년 남성이 주인공. 한 자리에 머물지 못하는 삶.

과장 없는 문장이고 무척 서정적이다.

이 봄날 어울릴 소설인지는 모르겠으나, 서정적인 것이 쓸쓸할 수 밖에 없는 예시를 제대로 느껴보기에 충분한 소설들이다.

무엇보다도, 읽은 후 금방 손과 마음에서 떠날 이야기들이 아닌 듯 하니 그 여운이 남아있는 한, 쓸쓸함과 그리움에 젖어 지낼 각오가 읽기 전에 필요하다고 해둘까.

오랜만에 제대로 된, 완성도 있는 소설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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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2 12: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4-02 14: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순오기 2015-04-03 0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대로 된 책읽기를 못하고 있어...읽고 싶은 마음만 커져요. 님 리뷰도 좋고 정유정 작가가 좋아한다니 보고 싶네요.^^

hnine 2015-04-03 07:28   좋아요 0 | URL
순오기님, 출퇴근을 하셔야하니 평소에 비해 마음껏 책을 못읽으셔서 책 갈증이 심하시겠지만 저는 출퇴근하지 않고 시간이 있음에도 마음에 여유가 없어 책을 못읽는 날이 많답니다.
이 소설은 참 잘 쓰여진 소설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정유정 작가가 이 작가를 부러워한 이유가 이해되어요.
언제 시간 나실때 한번 읽어보세요.
바쁘신 틈에 들러주셔서 고맙습니다. 비가 추적추적 오는 아침인데 저는 비를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이번 비는 오랜만에 땅이 해갈할 수 있는 비라니까 다행이지요.
모쪼록 건강하세요.
 
길 위의 식사 - 2012년 제27회 소월시문학상 작품집
이재무 지음 / 문학사상사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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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시집을 읽고 난 후엔 마이리뷰 카테고리가 아닌 마이페이퍼의 "詩 shop" 카테고리에 느낌을 적고 있었다.

이 책의 경우엔 시집이라고만 할 수 없고 책의 약 삼분의 일 정도가 이 시인의 시에 대한 평론으로 채워있기 때문에, 그리고 평론까지 구석구석 다 읽었기에 마이리뷰에 당당히 쓰기로 한다.

시인의 여러 권의 시집중 어느 것을 사서 읽어볼까 하다가 제일 두툼해보이는 이 책을 골랐다.

이재무 시인은 2012년 소월시문학상을 수상하였고 이 책은 소월시문학상을 받은 시인의 수상작 및 그동안 발표한 시 가운데 가려 뽑은 대표 작품을 모아 엮은 시선집으로 2012년 문학사상에서 나온 것이다.

우선 소월시문학상을 안겨준 시는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길 위의 식사>라는 시인데 간결하며 군더더기가 없는 시이다.

그가 시에서 의미했던 길 위의 식사는 요즘은 오히려 간편하게 먹기 위한 수단이 되어 가고 있는 것 같아, 시인으로 하여금 이 시를 쓰도록 한 그 쓸쓸한 마음이 요즘 사람들에겐 그대로 전달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쓸 데 없는 걱정까지 해보았다.

그의 시는 대체로 쓸쓸하고 외롭다. 그 쓸쓸함과 외로움의 끝, 울음은 이미 지나 웃음으로 자신을 일으켜 세워보려는 안간힘 같은 시이다.

 

 

늦여름 밤과 새벽 사이

불면의 방에 찾아온

낯익은 주검들과 나란히 누웠습니다

설움은 창밖 풀벌레 몇이서

실컷 울어주었습니다

아니, 그들이, 사시사철

김장 끝난 텃밭에

남겨진 배추뿌리 같던 생

풀벌레가 춥다 춥다 울었습니다

다 잊은 줄 알고

더는 아니 울 줄 알고

내일만 바라 살았었는데

오늘 까닭 없이 잠 안 오고

그들 또한 불쑥 몸 내밀어

저렇듯 풀벌레가 서럽습니다

아내와 동무 몰래 서럽습니다

 

('풀벌레 울음 2' 전문)

 

잠 안 오는 밤, 불쑥 찾아든 풀벌레에 감정이입이 되었나보다. 풀벌레 우는 소리에 시인 자신의 서러움을 얹어서 함께 울었나보다.

김장 끝난 텃밭에 남겨진 배추뿌리 같은 생이라니. 그런 생이라니.

 

둥글둥글한 돌 하나 꺼내 들여다본다

물속에서는 단색이더니 햇빛에 비추어보니

여러 빛 몸에 두르고 있다

이리 보고 저리 보아도

둥글납작한 것이 두루두루 원만한 인상이다

젊은 날 나는 이웃의 선의,

반짝이는 것들을 믿지 않았으며

모난 상에 정이 더 가서 애착을 부리곤 했다

처음부터 둥근 상이 어디 흔턴가

각진 성정 다스려오는 동안

그가 울었을 어둠 속 눈물 헤아려본다

돌 안에는 우리 모르는 물의 깊이가 새겨져 있다

얼마나 많은 물이 그를 다녀갔을까

단단한 돌은 물이 만든 것,

돌을 만나 물이 소리를 내고

물을 만나 돌은 제 설움 크게 울었을 것이다

단호하나 구족한 돌 물속에 도로 내려놓으며

신발끈을 고쳐맨다

 

('물속의 돌' 전문)

 

물 속에서 돌 하나 집어 드는건 누구나 한번 쯤 해보는 일 아닌가.

그런데 이 사람, 물 속에서 돌 하나 집어 들었다가  물끄러미 내려보고,

물끄러미 내려보는데서조차 그치지 못하고 돌과 그 돌이 나온 물의 관계를 생각한다.

돌이 울었을 어둠 속 눈물을 헤아리는 시인의 그 마음을 나는 헤아려본다.

 

내가 생각하는 이재무 시인의 최고의 시는 <엄니>와 <재식이>인데, 이 두 편의 시는 그에게 어떤 상을 안겨주지는 않았지만 그를 지금의 시인의 자리에 있게 한 시가 아닌가 생각하기 때문이다. <엄니>는 48세라는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난 시인의 어머니에 대한 통곡의 시이며 <재식이>는 31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시인의 연년생 동생이다.

 

그냥 눈으로 읽는걸로 모자라 연필로 밑줄 그으며 읽고 그걸로도 모자라 시인의 시강좌까지 온라인으로 듣고 있는 중이다.

그의 시들이 대체로 쓸쓸하고 외롭긴 하지만 읽으면서 불안하지 않았던 이유는, 소매로 눈물을 훔칠 망정 시인은 가던 길을 꿋꿋하게 걸어왔다는 것, 앞으로도 걸어갈 것이라는 게 그의 시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윗시의 마지막 줄 처럼 신발끈을 다시 고쳐매는, 그런 믿음이 절실했던 때라서 더 좋았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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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4-02 00: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04-02 01:01   좋아요 0 | URL
더는 아니 울 줄 알았다가 다시 울게 되는 거,
더는 아니 웃을 줄 알았다가 다시 웃게 되는 거,
그런게 인생인가봐요.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점에선 허무하고,
기대하지 않던 일이 생기기도 한다는 점에선 버텨볼만하고,
뭐 그런거요.
시인으로 태어난다는 것은 별로 축복할만한 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처음으로 해보았어요. 결국 시로 풀어내는 것은 마음 속 울음이니까요.

달걀부인 2015-04-02 0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분주한 아침에 너무 근사한 시선물이네요. 잘읽고갑니다.

hnine 2015-04-02 08:33   좋아요 0 | URL
마음에 드시나요? 선물이라 말씀해주시니 쑥스럽고 감사합니다. 좋은 시가 많은데 아쉽지만 두 편만 올렸습니다 좀 덜 알려진 것으로요.

숲노래 2015-04-02 07: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을 차분히 돌아보면서
시 한 줄 곰곰이 되새겨 봅니다.
고맙습니다.

hnine 2015-04-02 08:36   좋아요 0 | URL
이 시인의 시강의를 들어보니 한줄 한줄 다 이유가 있더군요. 시 한줄 한줄을 그냥 들은 풍월로, 많이 들어 익숙하니 그냥 나오는대로 쓰지 않으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해요. 그럴때 시인의 진심이 읽는 사람에게도 통하고 또 마음에 울림을 주는가봐요.

icaru 2015-04-02 10: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발 다시 고쳐 매는 믿음... 저또한 그런 믿음이 필요한 시기가 아닌가.. 하네요~ ^--^ ;;

남겨진 배추 뿌리 같던 생...

아,, 그래도 과거형이네요..같던...

아예 밭임자가 수확하기를 포기한 김장철 지난 시기에 남겨진 배추들 보다는야...

같은 생각을 하는 저는 어흥...

hnine 2015-04-02 15:05   좋아요 0 | URL
수확되는 배추 보다 남겨진 배추 뿌리에 눈길이 더 가고 더 오래 보게 되는 때가 오더군요 살다보니 ^^
풀벌레 우는 소리에서 시작하여, 남겨진 배추뿌리 같던 생이 서글퍼 그렇게 운다고 생각한 시인의 해석까지의 거리는, 보통의 우리가 흉내내기에 얼마나 먼 거리일까요.
 
약탈이 시작됐다 창비청소년문학 28
최인석 지음 / 창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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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인석. 그가 1953년생이고 2010년에 이 책이 나왔으니 저자 나이 50대 후반에 쓴 청소년장편소설이다. 그러지 말라는 법은 없지만 중년 후반의 남자 작가가 청소년소설을 냈다니 어떤 내용일까 궁금했다.

읽어보니 청소년대상이라지만 내용의 수위가 만만치 않다. 열일곱 여고생과 서른 다섯 담임선생님의 교제, 술집 여주인인 친구 엄마의 벗은 몸을 보고 연정을 품는 고등학생 성준, 가출과 무단결석 끝에 고등학교 졸업도 포기하고 석수장이가 되기로 결심하는 용태, 학생과 원조교제를 했다는 누명을 쓰고 파면당하는 교사. 청소년이라고 해서 우리 사회의 이런 저런 모습이 비껴가진 않는다. 오히려 방어벽이 튼튼하지 않은 탓에 더 고스란히 노출되고 더 직접적으로 반응할 수도 있다. 보통 청소년소설에서 한두 가지 정도 다룸직한 사건들을 다 벌여보자 작가가 작심하고 쓴 듯한 서사 덕분에 책장은 술술 넘어간다. 하지만 다 읽고 나서 마음에 남는게 별로 없다. 이 책에서만 보여주는 특별한 주제, 혹은 작가의 의도가 전달되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은 어떻게 어떻게 제자리를 찾아간다는 결말. 그래도 그나마 결말이 부자연스러울만큼 갑작스럽지 않게 느껴진 건 연륜있는 작가의 노련한 문장력 때문이지 노련한 구성, 개연성 때문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3인칭 시점으로 쓰여있지만 읽다 보면 술집을 하는 친구 엄마를 좋아하는 고등학생 성준에게 작가가 가장 깊이 자신의 과거를 이입한 것 같은 느낌을 받는다.

상습적으로 약탈이 일어나고 있는 시내 한복판 상가 장면으로 다시 돌아와 이야기를 끝맺은 것은, 이런 약탈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있는 우리 사회 현실, 우리가 맞닥뜨리고 살아가야 하는 세상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한다. 그렇게 보면 이 책의 제목도 그렇게 연결이 되긴 하지만 많이 아쉽다. 너무나 많은 책들이, 아니 굳이 책이 아니더라도 뉴스에서 신문에서 보고 들어 새로울게 없는 이야기들이 한데 모여있는데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는 생각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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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3-20 06: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작가의 상상과 경험을 바탕으로 좋은 작품을 집필해도 결국은 무엇을 얘기하는지 주제 전달이 문제로군요.

hnine 2015-03-20 06:40   좋아요 1 | URL
앗, 순오기님. 아침 일찍 들러주셨네요. 창비문고는 순오기님께서도 애정하시는 책들이지요? ^^
우리 나라 청소년소설들을 보면 어딘가 좀, 2% 아쉬움이랄까, 그런 작품들이 많은 것 같아요. 왜일까요. 청소년소설을 애정하는 또한사람으로서 느낌이랍니다.
주말이네요. 오늘 하루 잘 지내시고 주말엔 푸욱~ 쉬셔요.

숲노래 2015-03-20 09: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신문이나 방송에서 흔히 떠도는 이야기까지
어린이문학이나 청소년문학에서
왜 다루어야 하는가를
저도 늘 생각해 봅니다.

굳이 그 사건과 사고를 다루어야 한다면
슬기롭게 바라보는 눈길로
사랑으로 녹일 수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이렇게 삭이지 못한 채
그저 무턱대고 아이들한테 숙제처럼 떠넘기는 글이
너무 많이 나돈다고 느껴요...

hnine 2015-03-20 12:49   좋아요 0 | URL
함께살기님께서 제가 하고 싶은 말을 저보다 더 정확하게 적어주셨네요.
저자 나름대로 생각을 삭여 얻은 어떤 목소리가 들리길 바랐어요.

하늘바람 2015-03-20 11: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머리속에 남는 그 무언가.
좀 찔려요
그게 참 엄청 숙제거든요

hnine 2015-03-20 12:49   좋아요 1 | URL
어렵고 또 필요한 숙제이겠지요.
그냥 서사만 있는 이야기에서 사람들 마음에 남는 이야기 사이에는 그만한 작가의 땀과 시간이 들어가있는 것 같아요.

stella.K 2015-03-20 11: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주 오래 전에 이 선생님한테서 잠깐 강의를 들은 적이 있는데
어찌나 무섭던지..ㅋㅋ
그만큼 자기 세계가 확고 한 분 같긴 했어요.^^

hnine 2015-03-20 12:51   좋아요 0 | URL
와, stella님 이분 강의도 들으셨군요. 무섭다는 말씀이 의외로 들리지는 않아요 어쩐지 그럴것도 같다는 짐작이 들거든요 ^^ 작가에게 자기 세계가 확고하다는 것은 좋은 면도 있고 한계점이 되기도 하고 그럴 것 같네요.
그건 그렇고 stella님이 소설을 쓰신다면 어떤 색깔의 소설이 될까요? 이런 청소년소설보다 저는 웬지 역사소설같은 좀 진지하고 무게 있는 소설이 떠오르네요.

2015-03-20 1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3-20 1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동화의 윤리 -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서
유영진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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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의 상상력과 동화>라는 그의 첫 평론집을 읽으면서 공감하고, 감탄하고, 밑줄치던 기억이 아직 생생한데 두번째 평론집이 나왔다. '사라진 아이들을 찾아서'가 부제. 아이들이 어디로 사라졌다는 말인가, 궁금해할 독자보다는 짐작하는 독자가 더 많으리라 본다. 아이다운 아이가 없다. 너무나 세상을 빨리 배우고 생존하는 방법을 주입받고 뒤지지 않게 달려야 하는 아이들에게 더 이상 우리가 아는 그 아이들다움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런 아이들을 대상으로 우리가 아는 그 동화를 읽힌다는 것은 과연 의미가 있을까? 그저 아이들을 책임지고 있는 부모나 선생님으로써 할 일을 하고 있다는 자기 만족을 위한 헛짓아닐까? 아이들을 키우고 가르치는 부모, 선생님, 또는 어린이 책을 쓰거나 관련 일을 하는 분들은 고민이 많다. 가장 힘든 주체는 어쩌면 아이들 당사자일지 모른다.

 

저자는 왜 윤리라는 말을 제목에 내세웠을까?

 

동화는 이야기이다. 동화가 이야기라는 점에서 동화는 아이들이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계와 적절한 관계를 맺는 데 특정한 역할을 할 수 있으리라는 가정을 해볼 수 있다.

그런데 동화책의 구매자인 부모의 요구는 사회적 적응을 통한 '중산층 되기'논리로 기울어지기 쉽다. 이런 기존 질서로의 편입은 문학의 윤리가 아니다. 문학의 윤리는 기존 가치관을 뒤집고 의심하며 고착화된 언어를 흔들어놓는 것이다. (14쪽)

 

윤리는, 기존 가치관을 잣대삼아 답습하려는 것이 아니라, 기존 가치관을 뒤집고 의심하는 것. 문학의 윤리는 언어를 수단으로 하여 기존 가치관 속에 고착화되지 않도록 흔들어놓는 것.

 

오늘날 요구되는 동화의 윤리 중 하나는 현실을 유지시키는 부모의 환상, 즉 성공 신화를 깨뜨려 그 이면을 보여주는 것이다. 환상은 현실보다 더 현실적이어서 현실을 유지하는 강력한 장치로 작동한다. 그래서 이 환상을 깨는 일은 말처럼 쉽지 않다.

객관적 상황보다 주관적 의지를 강조하는 것,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것, 서사 속에서 주변 상황은 달라진 게 하나도 없는데 나만 달라졌다고 하는 것, 즉 사회적 문제의 극복 없이 개인의 의지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입지전적 인물의 형상화는 성공 신화로 함몰될 위험을 안고 있다. (23쪽)

 

이제 저자가 무엇을 말하려 하는지 더 확실해졌다.

인용한 이 글들이 나와있는 첫 꼭지글 제목이 동화의 윤리-성공 신화의 폐기이다.

 

동화가 소설과 다른 점은 과연 무엇일까?

갈수록 차이가 없어져간다는 것이 그동안 나의 느낌이었고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점이기도 하다. 하지만 차이가 없어져간다는 것이지 같다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여전히 동화가 소설과 구별되는 점은 있을 것이다. 아마도 다음과 같은 것이 아닐까 한다.

 

동화 장르는 현실에 대한 비극적 인식보다는 낭만적 인식을 저변에 깔고 있다. '동화'라는 체로 현실을 한번 흔들고 나면 현실성, 계몽성과 함께 꼭 낭만성이 남는다. 이 체의 문제는, 낭만성과 함께 현실순응주의라는 자갈들을 필연적으로 남긴다는 것이다. (48쪽)

 

비록 현실이 비극적이라 할지라도 비극적 현실을 그리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낭만적 시각을 완전히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 이유는 말할 것도 없이 읽는 대상을 생각해서이다.

 

유은실의 그간 작품과 약간 비껴간 듯한 작품 <일수의 탄생>을 예로 들면서 나온 다음 문장은 청소년이든 어린이든 그들을 대상으로 이야기를 쓸때 그들의 심리나 행동에 대해 판단하고 가르친다는 입장에서 쓰기보다는 그들 속으로 들어가서 그런 주인공을 내세워 쓰는 편을 지향한다는 저자의 의도를 읽었다. 유은실의 작품은 아직 읽지 못했지만 그것을 해석하는 이 책 저자의 다음 문장이 마음을 치고 지나간다.

 

치유의 힘을 가진 자는 신처럼 완벽한 존재가 아니라 오히려 질병의 소유자이거나 깊이 앓았던 자인 것이다. (51쪽)

 

동화와 더불어 1990년대 이후로 하나의 쟝르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한국 청소년소설은 여전히 삐약거리는 병아리 단계이고 어른들이 읽는 소설과 본질적으로 어떻게 다른지 동화보다 더 혼돈스럽다. 나야 그저 읽는 사람의 입장이고 세 분야 모두에 순위를 매길 수 없는 애정과 관심을 갖고 있다보니 동화, 청소년소설, (어른이 읽는)소설의 구분을 꼭 해야하는지 마땅치 않지만 그건 내 생각이고.

현재 동화에서 나타나는 세가지 흐름을 다음과 같이 정리하였다.

 

세가지 흐름 (132쪽)

첫째, 동화의 소설화 경향

둘째, 동화와 청소년소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

셋째, 동화와 판타지, SF, 호러, 추리 등 여러 장르문학과의 결합

 

동화와 청소년소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현상을 설명하면서 저자는 요즘 우리나라 초등학교 6학년 정도면 웬만한 청소년소설은 읽고 소화할 수 있다고 했다.  문학의 윤리에서 설명했듯이 청소년소설의 당면 과제 역시 '문학이란 무엇인가' 라는 근본적 질문을 바탕으로, 청소년들을 학습-기계화하고 정체성 확립을 방해하는 사회구조적 문제들을 파헤쳐나가는 것(115쪽)이라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청소년소설인 이금이 작가의 <청춘기담> 에 대한 서평에서 저자는 단편과 장편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한 사람이 있다. 그는 문득 혹은 느닷없는 사건으로 무언가 삶이 어그러졌다는 것을 깨닫는다. 더이상 이전과 같이 살 수는 없다. 이제는 망가지고 훼손된 것을 회복하거나 봉합하기 위해 분투한다. 이 모든 과정을 그린 것이 장편소설이다.

단편소설은 이와 다르다. 단편은 그가 '내 삶이 무언가 어긋난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순간, 익숙했던 모든 게 낯설어져 이전과 같이 살 수 없다는 깨달음이 번쩍하는 순간 끝이 난다. 그래서 좋은 단편을 다 읽고 나면 가슴에서 뭔가 툭 하고 떨어지거나, 쩍 하고 갈라지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다. (224쪽)

 

평론집이고, 평론가이니, 더 어려운 용어로 설명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더 어렵고 전문적인 용어로 설명한다고 해서 이보다 더 명쾌하고 전달력 있었으리란 보장은 없다. 이 문장만 그런 것이 아니라 이 책 전체가 그렇다. 어렵고 모호할 수 있는 이야기를 가능한 가장 쉽고 기본적인 언어로 묘사할 수 있는 능력, 나는 그것을 그사람의 어떤 분야에서의 능력, 혹은 실력이라고 본다.

 

이틀 걸려 다 읽고나니, 다 읽어냈다는 후련함보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뭔가 더 읽고 싶은 마음이랄까?

한번 더 읽을 날이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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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3-14 15: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03-14 21:14   좋아요 0 | URL
우리 이미 어린이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거쳐왔다고 생각하는데 이런 책을 읽다보면 거쳐온건 맞지만 끝나진 않아서 아직도 어느 구석에 남아있다는 생각이 드는거예요.
하지만 어른이 되어서 어린이와 청소년책을 쓰거나 평한다는게 쉬운 일은 아닐텐데, 그래서 뜬금없는 방향으로 글이 흐르기 쉬울텐데 이책 저자는 현장에서 어린이들을 매일 대하고 있기 때문인지 전혀 그렇지가 않아요. 냉철하나 이해안되는 부분 없게 쓰여진, 아주 맘에 쏙 드는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