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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리를 꿈꾸다
최민자 지음 / 문학사상사 / 2006년 7월
평점 :
절판


어떤 것이 좋은 소설 일까 생각하면 우선 스토리텔링이 떠오른다. 얼마나 재미있게 썼느냐.

그런데 수필이라고 하면 얼른 떠오르는게 없다. 좋은 수필이란 어떤 수필을 말하는지. 주제 의식이 뛰어난 것? 수사력이 뛰어난 것?

최민자라는 이름이 생소한데도 이 책을 읽어보게 된 것은 좋은 수필에 대한 답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해서였다.

책장을 펼치니 다른 분도 아닌 피천득님의 추천의 글이 나온다. 최민자 개인에 대한 추천글이라기 보다 어떤 수필이 좋은 수필인지 여기서부터 귀뜸으로 듣는다.

말들이 들뜨지 아니하고 결이 서로 잘 맞습니다.

문장이 가볍고 경쾌하여 봄날 시냇물 소리처럼 귀가 맑게 트입니다.

아귀가 잘 맞게 짜인 구성은 어디 한 군데도 삐걱거리는 데가 없습니다.

그릇이 아무리 정교해도 내용물이 보잘것없다면 그저 그럴 것입니다.

재미도 있고 아주 알찹니다.

흔들리면서도 중심을 잃지 않는 유연성이 있습니다.

정적이면서도 또한 지적입니다. (피천득님의 추천의 글 중에서)

 

1955년생이니 나보다 연배가 위이고 1998년에 등단하였다고 하니 그녀의 나이 마흔 넘어서였다.

이 책은 그녀의 두번째 수필집이고 2006년 오십에 들어서면서 나왔기 때문인지 나이 들어감에 대한 잔잔하면서 분명한 그녀의 생각이 여기 저기 드러나고 있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비난받지 않는 나이 (79쪽)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비난받는 나이에서 하지 않아도 비난받지 않는 나이로 갈때의 느낌을, 더 젊어서는 짐작이나 했겠는가.

 

지혜로운 길손은 하늘 한구석에 못 박힌 북극성의 별빛만으로 길을 찾지는 않는다.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이나 구름의 이동 모습을 살피며 갈 길을 모색하기도 하는 것이다. (150쪽)

이 역시 나이들어가며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일것이다. 한가지를 가지고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

 

이 책의 마지막 문장도 일관성있다. 이 나이쯤 되어야 할 수 있을 말.

사람이 한평생 도모하는 일이란 달리는 기차 안의 뜀박질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261쪽)

그렇다고 기차 안의 뜀박질을 우습게 볼 일은 아니다. 다만, 어차피 기차 안에서 뛰고 있으니 내가 아무리 빨리 뛰어도 기차의 속도라는게 있을테고 내가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는 있으라는 말 아닐까? 어떤 결과에 대해서 꼭 내가 잘 나서만, 내가 못 나서만은 아니라고.

 

글이 필요없이 길거나 늘어지지 않는다.

문장 내에서 비유와 상징, 수사력이 일단 어느 수준 이상이 된다.

주제에서 벗어나는 산만함이 없다.

아쉬웠던 점이라면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글을 풀어나가는 것은 좋지만 평범을 그 이상의 수준으로 끌어올릴만한 통찰이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

하지만 수필의 본보기를 보여주는 교과서 자격으로는 손색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교과서가 갖는 모범과 한계를 모두 가지고 있다는 것 까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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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7-22 08: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7-22 08: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5-07-22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게 수필은 편안한 기분이 들어 읽는 것을 좋아해요
읽고 싶어지네요^^

오늘도 좋은 하루 되세요^^

hnine 2015-07-22 09:51   좋아요 0 | URL
저도 수필 좋아해요 오래전 중고등학교때부터 그렇게 수필이 좋더라고요. 소설처럼 지어낸 이야기도 좋지만, 수필은 실제 그 저자의 생각과 이야기라서 수필을 읽다 보면 친구가 하나 더 생기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 분의 글도 어휘 선택이라든지 묘사력, 글의 구성 등, 내공이 꽉 차있었어요.

프레이야 2015-07-22 2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저도 님의 리뷰나 페이퍼로 덥석 만난 책들 적지않아요. 오늘 최민자님의 놀라운 수필 또하나를 만났어요. 제목은 길. 하느님의 손도장, 다음으로 놀라운 발상과 통찰이 담겨 있어요. 제가 너무 팬심이 가득한가 몰라도 참 제맘에 들었어요. 기다리고 계신 수필집에서 한번 찾아보시길요^^

hnine 2015-07-27 05:45   좋아요 1 | URL
말씀해주신 수필 꼭 찾아볼께요. 아마 그 부분부터 찾아 읽게 될 것 같아요. 제가 집에 없는 동안 택배온 것이 있는 모양인데 아마 신청한 책일거예요. 가져오지도 못했네요.
좋은 수필을 쓸 수 있다는 것은, 그러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산다는 것도 소중하게 생각되어요.
고맙습니다.

몬스터 2015-07-22 22: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한평생 도모하는 일이란 달리는 기차 안의 뜀박질 같은 것일지도 모른다`...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말이네요. 지금 온통 신경쓰고 있는 이 일도 길게 보면 아무것도 아닐텐데....툭툭 털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제 자신이 미워요. ㅎㅎㅎ 생각만 많고...

hnine 2015-07-27 05:47   좋아요 0 | URL
지금 눈 앞에 닥친 일이 가장 중요하고 크게 보이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지요. 아닐 수도 있다는 것만 알고 있어도 훨씬 마음이 덜 고통스러울 거에요. 보통의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그 정도 아닐까요.
에구구...우리 , 자신을 미워하는 일만은 하지 않도록 해요. 저도 잘 그러는데...^^
 
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어떤 힘든 일을 넘기고 나면 그 이후의 삶은 덤으로 사는 인생이라는 말을 한다. 매일이 휴가 같은 삶을 사는 사람은 하지 않았을 이 말 "남은 날은 전부 휴가", 이 제목에 끌려서 담박에 구입해서 읽게 된 책이다. 일본 소설과 그닥 친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사카 코다로는 국내에도 많은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작가인가본데 나는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모두 다섯 편의 이야기가 묶여 있는데 각 이야기 속의 등장 인물은 서로 겹친다. 한 이야기에는 A와 B가 주인공이라면 그 다음 이야기에서는 B와 C가 주인공, 다음 이야기에서는 A와 C가 주인공, 이런 식이다. 이런 식의 구성이 이제 낯설지 않다. 국내 작가 중 윤영수의 소설이 아마 그 복잡성에서 한 수 위 않았나 싶다.

<남은 날은 전부 휴가>는 이 책의 제목이자 첫 이야기의 제목이다. 이혼날짜를 하루 앞두고 엄마, 아빠, 딸이 둘러 앉아 마무리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앞으로의 생활에 기대와 각오가 서있는 듯한 엄마와 대조적으로 아빠는 앞으로 닥칠 외로움을 걱정하는 눈치이며 딸은 시니컬하다. 이때 아빠의 전화기로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뜬금없는 문자가 오는데 '우리 친구해요. 드라이브도 하고 밥도 먹고'. 스팸 메일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엄마와 딸과 달리 아빠는 친구가 필요하다고 하고 결국 온 가족이 합세하여 문자를 보낸 이 사람과 만나 실제로 밥도 먹고 드라이브도 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하는 60여쪽의 첫번째 이야기 속에 실은 이 책 전체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잠깐씩이라도 다 등장한다. 그래서 다음 이야기를 읽으면서 종종 앞 이야기를 들춰서 어떻게 도입이 되었던가 확인하면서 읽게 된다.

문제의 "남은 날은 전부 휴가"라는 말은 어느 대목에서 처음 나오는가 하면,

위의 가족중 딸이 오카다라는 젋은 남자에게 뭐하는 사람이냐고 묻는다. 오카다는 오늘 막 일을 관둔 참이라고 대답하자 딸은 그럼 백수라는 얘기냐, 그럼 못쓴다고 하자 오카다가 말하기를,

"못쓰지 않아. 내일부터 이제 내 인생의 남은 날은 전부 휴가 같은 거니까. 일종의 바캉스지."

이렇게 별로 대수롭지 않은 대화에서 나오는 구절이다. 오카다의 이 말에 딸이 막상 "나도 그렇게 할까. 남은 날은 전부 휴가."라고 하자 오카다의 짧은 대답, "꿈 깨."

그래, 꿈이지. 보통 사람들에게 그건 꿈 같은 생활일 뿐이다.

 

인물도 사건도, 도입되고 마무리 됨에 있어 개연성 없이 마구 등장, 마구 퇴장 한다 싶은가 하면 또 그렇지 않기도 하다. 다섯 편의 이야기가 맞물려 있기 때문만은 아닌 것 같다. 작가은 우선 재미있는 이야기를 만들려고 했으며 한 인물에 복잡한 심리와 성격을 실어주기 보다는 심중이야 어떠하든 말과 행동을 가볍게 드러내려고 한다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어떻게 보면 장난스럽게, 마치 인생을 장난처럼 사는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때도 있지만 그 누구의 생도 장난은 아니니까.

 

정말 남은 날이 전부 휴가라고 한다면 좋을까? 휴가 이전을 어떻게 살았느냐에 따라 답은 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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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장소] 2015-07-18 0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나,꽃이 너무 근사하게 마른 거있죠!! 진하게 곱네요.
어떤 일에 실패하고,잠시 주춤하였다가 (다시 충전후 일어서기 전의) 그 공백 상태....를 일종의 휴가!
까짓 그동안 나, 수고했으니 토닥토닥~ 그러면서 여유 돌리고 다시 살 의지가 생기면 참 좋겠지만, 현실은
대안없이 삶을 꼭 벼랑까지 내 몰고 난 후에야 아무것도 없이 쫓아내기에..휴가라기엔 당장 배가 고픈 한끼.
휴가 이전에 어찌 살았나..? 우리 다들 치열하게 살았더랬죠. 그랬을 겁니다..그럼요..

hnine 2015-07-19 00:42   좋아요 0 | URL
학교 다닐때 휴가나 방학은 일정에 따라 주어졌지만, 이제는 내가 나에게 줄 수 있어야 하더라고요. 타이밍이 중요하겠지요. 제목에 비해 내용은 가벼웠지만 가볍게 처리하려고 작가가 의도한 듯 했어요.

[그장소] 2015-07-20 07:16   좋아요 0 | URL
작가의 의도적 장치이든, 예술로 승화시킨 미화든, 인간에게 2%의 위로가 필요한 것은 분명한 것이고 더 절실한 예술로 갈 수록 문화가 부흥에 가까울 수록 인간들의 세상은 그만큼 힘들었다..고 ,생각을..해요.
인간이 인간에게 가장 가혹하고 모질어요. 자신이 자신을 못 쉬게도,아주 일할 수 없게도 하는 것처럼요..^^
가볍게 얘기하려고 한건데..갈 수록 처지지...?^^

숲노래 2015-07-18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온 날도 살아갈 날도 모두 아름다운 나날이겠지요~

hnine 2015-07-19 00:42   좋아요 0 | URL
아름답다 받아들인다면요 ^^

몬스터 2015-07-22 2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남은 날이 전부 휴가라 하면 좋을 것 같아요. ㅎㅎ 큰 사건을 고통스럽게 겪어내고 난 후 , 지금부터 삶은 덤이라 생각하고 열심히 살고 있다는 친구 몇몇이 있는데 , 삶 그 자체에 감사하며 , 작은 것에 크게 반응하지 않더라구요. 저는 멀었어요. ㅎㅎ

hnine 2015-07-27 06:01   좋아요 0 | URL
큰 사건을 겪어낸 사람의 모습도 참 다르더라고요. 몬스터님 친구 같은 사람도 있고, 더 활활 타오르는 사람도 있고요.
남은 날이 전부 휴가라는 말, 아무리 생각해도 참 멋있어요.
 
당신은 나의 상처이며 자존심 - 그래도 사랑해야 할 가족과의 관계를 회복하는 법
이나미 지음 / 예담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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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만 하는 것은 쉽다. 생각하는 것을 시행하는 것은 그보다 어렵다. 결단력, 책임감, 용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나머지 반은 또다른 문제이다. 일단 시작한 것을 그대로 유지시켜 나가기란 시작만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가족의 문제에서도 본다.

 

어머니, 왜 냉장고 안에 계세요?

천천히 상하기 위해서란다

너는 , 오래오래 나를 먹을 거잖니?

 

(함성호의 '고요한 재난' 중 본문에 인용된 부분)

 

가족. 그 말 속엔 인간이 최후의 순간 까지 기대고 싶어하는 따뜻함과 절박함이 있는가 하면, 위의 인용문에서 보듯이 따뜻해보이지만 알고 보면 피눈물로 얼룩져있기도 하다. 이 책의 제목도 그런 의미라고 본다, "상처이며 자존심"

저자 이나미는 정신과의사라기 보다는 심리, 정신과 분야의 학자라고 보는게 더 맞을 정도로 인간의 정신 세계와 인간이 몸담고 사는 이 사회에 대해 촉을 세우고 끊임없이 연구하고 글을 써오고 있는 사람이다. 신간 출간 소식을 보면 거의 '묻지마'구입을 하는 대상 중 한 사람인데, 여자의 허물벗기라는 그녀의 초기 에세이를 읽을 때에 비해 이제는 머리카락이 희끗해진 프로필 사진을 보니 세월의 흐름을 느끼겠다.

이 책은 좀 특이한 구성으로, 서로 갈등을 일으키는 두 사람이 서로에게 쓴 편지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이런 구성으의 잇점이라면, 정신과 의사라든지 심리 상담가 등 제3자의 관여 없이도 두 사람의 편지글을 읽고나면 각각의 입장에서 볼때 하나의 관계가 얼마나 다르게 해석될 수 있는지를 독자에게 쉽게 전달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촌철살인 같은 저자의 한마디는 마무리로서 더하고 뺄 것도 없는 요약 정리 역할도 잘 해내고 있다.

 

혼자만 희생했다는 생각은 하지 말자.

자신을 비극의 주인공으로 포장할 시간에 나와 상대방이 함께 존중받으며 사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모색하는 것이 훨씬 더 현실적으로 도움이 된다. (54쪽)

 

우리는 대체로 다른 사람들의 경우는 일반적인 것으로, 자신의 경우는 특수한 상황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리고 나만 특별히 불리한 상황을 뚫고 나가며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위에 인용한 저자의 현실적 조언은 시어머니와 며느리, 자식과 부모, 남편과 아내, 어느 입장에 속하든 나만 고생하고 있다고 생각하며 불행을 한탄하고 있을 시간과 에너지를 좀 더 발전적인 방향으로 돌리라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쉽지 않다. 그러니까 대부분 그렇게 하기 보다는 혼자 신세한탄이나 뒷담화의 형식으로 임시 방편을 삼으며 살고 있는 것이다.

 

가족은 편한 상대인 듯 잘못 오해해서 부정적인 감정을 날것으로 교환하기 십상이다. 그럴 때는 차라리 가족이라고 생각하지 말고 어려운 직장 상사나 동료라고 간주한 다음, 마음속에서 핵심을 정리해 단숨에 얘기하거나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도 방법이다. (88쪽)

사랑을 오래오래 지속시키는 것은 육체적 본능보다는 상대방에 대한 도덕적 책임감, 혹은 상대방의 결점에 대한 관용이다.

부부를 오래 유지시키는 것은 파충류에게도 있는 호르몬이나 유전자가 아니라 결국 전두엽의 자기 반성과 조절 능력, 측두엽의 공감과 소통 능력이다. (172쪽)

 

애정없는 결혼 생활, 사랑보다 의무감으로 살고 있다고요? 그거 이상한거 아니다 어느 정도는.

본인이 카톨릭 신자이기도 하고 미국에서 신학을 따로 공부하기도 했던 저자가 본문중에 인용한 불교 설화 하나를 옮겨오면서 맺기로 하자.

어느 마을에 부처님이 머물게 되었는데 어느 무뢰한이 부처님과 그 제자들에게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했다. 이런 광경을 보고도 부처님이 미동도 하지 않는 모습을 보고 제자가 물어 보았다. 어떻게 그러실 수 있느냐고. 이에 부처님은 제자에게 물었다.

"어느 집을 방문했는데, 주인장이 음식을 내와서 보니까 도저히 먹을 음식이 아니라 사양을 했다. 주인장은 그 먹지 못할 음식을 다시 치워 자기 부엌으로 가지고 갔다. 이 음식은 손님 것이냐? 아니면 주인 것이냐?"

제자들은 그 주인장 것이라 대답을 했다.

"너희에게 욕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너희가 먹지 않겠다고 사양을 한다면 그 욕은 그렇다면 누구 것이냐? 너희 것이냐? 아니면 상대방의 것이냐?"

제자들은 다시 말을 잇지 못했다.

"이미 말한 사람은 그 말을 다 잊어 버렸고, 그 말이 어느 공간에도 존재하지 않는데 여전히 네가 불쾌하다면 그것은 너희들이 그 말을 너희가 먹고 가슴속에 새긴 탓이 아니냐."

허공에서 다 사라진 말들을 내가 다시 꽁꽁 싸서 내 마음에 간직하고 안 하고는 내 몫이란 이야기다. (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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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7-13 08: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8쪽 인용문 특히 공감됩니다. 상처는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서 상대적으로 더 받게 되니‥ 바람 시원한 하루가 될 것 같아요~

hnine 2015-07-13 10:30   좋아요 1 | URL
프레이야님, 제일 편할 수 있는 상대에게 상처도 제일 크게 받을 수 있다는걸 자주 잊고 지내는것 같아요. 가족끼리 그런 말도 못하냐고, 우리 그런 말 잘 하고 듣잖아요 ^^
남편에게는 때로 직장 동료처럼, 자식에게도 떄로는 옆집 아이에게 하듯이, 말을 생각하고 가려서 해야할 것 같아요.
새벽부터 바람이 만만치 않습니다. 하늘은 회색이고요.

해피북 2015-07-13 1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마지막 부처님 말씀 부분이 참 인상적이였습니다 오늘은 저 말씀을 깊이 깊이 생각해보는 하루 보내야겠어요ㅋㅂㅋ,,

hnine 2015-07-13 10:32   좋아요 0 | URL
예전에도 비슷한 글을 읽은 적이 있어요. 다른 사람이 나에게 뭐라고 하든 그건 그 사람 생각이지 내가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코 내것이 아니라고요.
제 마음에 꽁꽁 싸놓고 불편해하는 말들이 없는지 저도 살펴봐야겠어요.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때로는 오래동안 신경 쓰고 기분 나빠하고, 그러며 살고 있어요 ^^

2015-07-13 16: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5-07-13 20:05   좋아요 0 | URL
무슨 일이라도 있으신가요?
어제는 그렇게 덥더니 오늘은 금방 긴팔을 찾아입을 만큼 선선하네요. 우리 사는 일도 이렇지 않을까요.
남으로부터의 상처는 내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된다고 하지만 사실 가족들로부터의 상처는 그게 잘 안되는 것 같아요. 가정을 만들고 그것을 잘 유지시켜 나가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걸 또 확인했답니다.
어느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자주 나오는 구호가 있지요. <삶의 무게 앞에 당당한 당신에게!> 괜찮지 않나요? ^^ 삶의 무게 앞에, 그래서 생긴 나의 상처에 당당할 수 있어요 우리.

2015-07-13 20: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Nussbaum 2015-07-14 23: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기 올리신 책의 인용구보다 hnine님의 소개글이나 설명이 더 와 닿고 쉬이 읽혀지네요. 서재에 마음의 쉼을 얻으러 잠시 들렸습니다. 조만간 마음의 쉼을 더 많이 얻을 시기가 오니, 그땐 좀 더 자주 오겠습니다. ^^

hnine 2015-07-15 14:42   좋아요 0 | URL
몸의 쉼도 중요하지만 마음의 쉼을 갖는다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마음이 쉬고 싶다는 소리는 몸이 쉬고 싶다는 소리보다 더 잘 안들리니까요.
자주 오실거라니 미리 반갑습니다 ^^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세미콜론 툰
김진.낢.필냉이 지음 / 세미콜론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지난 6월에 아이가 일주일동안 몽골에 다녀왔다. 학교에서 몇명 신청자를 받아 선생님 인솔하에 다녀온 여행이었는데 몽골이라는 나라에 그닥 관심이 없던 아이는 처음엔 가지 않겠다고 했었다. 그러다가 우리보다 잘 사는 나라만 보고 다니는 것 보다 이런 나라에도 가봐야 한다는, 남편의 거의 반강제적인 주장에 의해 신청하여 다녀오게 되었는데 사실 그때까지 나도 몽골이라는 나라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그리고 가기 전에 몽골에 대해 더 공부를 해보고 가라고 권하지도 않았다. 필요하다고 생각은 했지만 아무거나 해보라고 권하기도 망설여지는 중2 아니시던가. 대신 여행을 무사히 다 마치고 온 다음 이 책을 골랐다. 여행 가기전 미리 알아보기 위한 책도 좋지만 여행을 막 다녀온 다음 그곳을 소개한 책자를 보면 더 머리에 쏙쏙 들어오지 않을까 해서이다. 이것도 물론 아이에게 읽어보라고 하기 전에 엄마가 읽어보려고 샀다고 했다.

'세 여자의 좌충우돌 몽골 여행'

책 표지의 소개글이다. 좌충우돌 아닌 여행이 있던가. 기혼 여성 한명을 포함한 세 사람이 여행을, 그것도 몽골로 정하고 가기로 의기투합하는 첫 장면부터 마음에 들었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 여행을 못가는 사람은 꼭 상황이 안되어서 라기보다, 안되는 이유를 스스로 여기 저기서 찾고 있는 것 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세 사람 모두 웹툰 또는 애니메이션 작가들이기 때문에 만화 형식으로 되어 있다. 당연히 재미있다. 그리고 꼼꼼한 정보를 주는 것도 허술하지 않다. 여자 셋이 모였으니 꼼꼼함이 세 배가 되었나? 먹는 것, 입는 것, 돈 쓰는 것, 보는 것, 사는 것, 현지에서 어울리는 법, 다녀와서 이 책을 만드는 과정 후기까지.

두툼하지만 다 읽는데 하루를 넘기지 않을거라고 보장한다.

나보다 먼저 가져가서 아이가 다 읽고 가져오는데 걸린 시간도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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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7-06 06: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 살이라도 어릴때~~~맞는말 같아요^^
그나저나 아드님은 몽골 잘다녀왔대요?
이책까지 읽으면 아마도 평생 기억에 남을 듯하네요?그래서 나중에 어른이 되면 한 번더 가지 않을까요?^^

hnine 2015-07-06 07:38   좋아요 0 | URL
예, 한창 MERS가 피크일때라 신청 취소한 학부모님도 계셨는데 저는 그냥 보내버렸어요! 얼굴이 새까매져서 왔더라고요. 날씨가 안맞아 하늘의 별 관찰하는 걸 못한게 좀 아쉬웠대요. 채소가 별로 없어서 거의 고기만 먹고 왔다고 고기를 워낙 좋아하는 식성인데도 집에 돌아오더니 앞으로 일주일 동안은 고기 안먹겠다고 하더라고요 ㅋㅋ

nama 2015-07-06 07: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예전에는 `몽고`라고 배워서 딱히 의식이 없었는데 요즘은 `몽골`이란 단어를 사용하는 걸로 알고 있어요. `몽고`는 좀 격을 낯춘 말이라고 하는 것 같아요.

hnine 2015-07-06 07:44   좋아요 0 | URL
nama님 말씀이 맞아요. `몽골`이 맞는 명칭이라고 아이도 그러더군요. 그런데 제가 익숙치 않아서 그렇게 썼어요. 가서 고쳐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세실 2015-07-06 10: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린 좋은 경험했군요^^
저도 아이들은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나라에 보내고 싶어요. 보림이도 필리핀 다녀오고 한층 성숙했거든요.
좌충우돌 몽골여행...처럼 나이 들기전에 어디로든 떠나야 할텐데.....

hnine 2015-07-06 10:15   좋아요 0 | URL
세실님도 여행 부지런히 다니세요. 나이가 들어가니까 체력보다 우선 하고자 하는 마음의 크기가 자꾸 줄어들더라고요 바람빠지는 풍선처럼 ㅠㅠ
좌충우돌 여행이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아요. 질서정연 몽골 여행, 일목요연 몽골 여행...이런거 재미 없잖아요? ^^

상미 2015-07-06 1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난 네이버 웹툰에서 봤지 ㅎㅎ
필냉이, 김진 서나래 작가 그림 사랑스럽고 완전 좋아해 ~~
김진 - 아랫집 시누이도 재밌어.
다른 작가 작품인데 달콤한 인생, 아는 사람 이야기도 재밌어.
다음 웹툰에는 곱게 자란 자식 추천~~ 근데 보면 맘이 아파서 ....
내가 열심히 웹툰 보는거 보고
남편이 30 년 전에 인터넷이 있었으면
울 마누라랑 아들이랑 동문 되었을거란다 ㅎㅎㅎㅎ

hnine 2015-07-06 12:33   좋아요 0 | URL
네 블로그에 들릴께 ^^
 
Without You, There Is No Us: My Time with the Sons of North Korea's Elite (Hardcover) - My Time With the Sons of North Korea's Elite
Suki Kim / Crown Pub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당신없인 우리도 없습니다

Without you there is no us

마치 연인 사이에 주고 받는 편지 한줄 같은 이 책의 제목은 <통역사>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Suki Kim의 일종의 체험기이다.

Suki Kim은 서울에서 태어났고 13살까지 서울에서 자라다가 625전쟁과 무관하지 않은 가족사를 안고 미국 뉴욕으로 이민을 가서 미국시민이 되어 지금까지 뉴욕에서 살고 있다. 2002년 처음 북한을 방문했는데 그때는 단순히 방문이었지만 북한의 실상을 처음 접하고 나자 마음대로 북한을 드나들지 못하는 대부분의 다른 사람들에게 이곳을 알리고 싶다는 마음이 들어 2011년에는 방문이 아닌 영어 교사의 자격으로 평양과학기술대학 (PUST) 에 가게 된다. 기독교 종파 중 하나인 Evangelical christian (우리말로 어떻게 해석되는지 정확히 모르겠다. 복음주의 기독교?) 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 대학은 북한에서 유수한 출신 성분과 실력을 가진 학생들이 다니고 있는 대학으로 (전원 남학생), 절대 북한에서 선교 활동을 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외부에서 교사들의 유입을 허락받고 있는 곳이다. 교원 모두 무상 교육 봉사. 저자는 이곳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지낸 일년 동안의 기록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단 한달을 여행하고도 흥미진진한 여행기 한권 쯤 뚝딱하고 나오는 요즘 출판 상황을 미루어 볼때 이 책은 일년 이상 방문, 체류하고도 흥미진진한 이야기는 커녕 매우 단조롭고 일상적인 내용뿐이다. 당연한 것이 그곳의 생활이 그랬기 때문이다. 군대를 연상시키는 일사분란한 일정, 인터넷 제한, 학생들과의 대화 주제 제한, 방문 제한, 이런 환경에서 일년이 아니라 그 이상을 산다한들 남에게 재미있게 들려줄만한 어떤 사건도 있을 것 같지 않다. 그래서 읽는 동안 오히려 신뢰감을 가지고 읽을 수 있었다. 억지로 재미요소를 만들어내려고 하거나 과장하려고 한 흔적이 적어도 독자인 내 눈에는 뜨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북한 사회에서 특권층의 자녀들이라고는 하나 그녀는 그곳 대학생들에게서 "군인과 노예 (soldiers and slaves)"의 모습을 연상한다.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는 270명이 정해진 시간에 기상, 운동장에 모여 아침 체조로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엔 심지어 낮잠 자는 시간까지 정해져 있다. 정해진 식사를 하고 정해진 공간에서만 지낼 수 있으며 인터넷 사용이 제한되어 있어 북한 내 인트라넷 외에는 어떤 사이트에도 접근이 자유롭지 않다. 선생님에게 물을 수 있는 질문 내용도 제한되어 있다. 남자에게 복종적인 여자를 최고의 배우자감으로 생각하고 있다, 푸릇푸릇한 20대 남학생들이! 십대부터 미국에서 성장해온 저자의 눈으로 볼때 군인과 노예의 모습으로 보인건 당연하다. 하지만 어떤 부분은 현재 우리 한국의 상황과 겹치는 점이 있어 읽으면서 찔리기도 했다. 말할 때 내 학교, 내 엄마, 내 아빠, 내 나라, 이렇게 말하는 대신 우리 엄마, 우리 학교, 우리 나라, 우리 아빠 라고, "우리"를 붙여 쓰는 습관. 학교 성적이 그 사람의 이후 일생과 운명을 완전히 결판이라도 하듯이 성적이나 업적 성취에 과열되어 있는 현상.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도 보고 놀랄만한 점 아닌지.

하지만 그렇게 꽉 막히고 답답하고 미래가 안보이는 그들의 일상 속에서도 저자는 맘껏 비판만 할 수 없는, 끈끈한 감정과 동포 의식을 느꼈다고 털어놓는다. 왜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상도 할 수 없는 닫힌 삶을 살고 있지만 수천년의 역사를 함께 한 같은 민족, 만난 적도 없고 함께 공유한 이전의 경험이 없음에도 어딘지 통하는 점이 자꾸 발견될때의 신기함. 나 몰라라 할 수 없는 연민. 그들도 마찬가지였다. 저자가 마지막으로 평양을 떠날 때 선생님과 계속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싶어했지만 맘 놓고 물어볼 수도, 알아볼 수도 없어 안타까워하던 그곳 학생들의 모습을 저자는 절대 잊을 수 없을거라고 했다.

 

영어로 쓰여있긴 하지만 내용이 내용인 만큼 읽기에 그리 어렵지 않아서 금방 읽힌다. 더구나 우리 나라에만 있는 우리말 표현을 영어로 어떻게 옮길까 궁금하던 것을 많은 부분에서 저자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넘겨볼 수 있는 기회도 되었다.

읽어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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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7-05 0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인님, 좋은 책 소개 받네요. 고맙습니다. 7월도 다섯째 날, 첫 일요일입네요. 편안한 시간 보내세요.~^^

hnine 2015-07-05 16:25   좋아요 1 | URL
이 책을 신간 소개에서 보았을 때부터 찜 해두었는데 이제서 구입해 읽어보았네요. 이 책에 실린 내용도 Suki Kim 이라는 한 개인의 눈에 비친 모습이라는 제한점이 있을 수 밖에 없지만 비교적 개인적인 감상이나 느낌이 넘치지 않게 쓰려는 솔직함과 절제가 보여 좋았어요. 동시에 우리 사는 모습도 되돌아보는 기회를 주기도 했고요. 정치, 사상, 주의 등을 떠나서라도 우리 사는 모습은 또 얼마나 이해하기 힘든 구석이 많을까요.

감은빛 2015-07-06 1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흥미로워요!
다만 고등학교 이후로 오랫동안 영어로 된 텍스트를 읽어본 기억이 없어서,
과연 이 책을 읽을 수 있을지 의문스럽네요.
일단 찜 해둡니다~

hnine 2015-07-06 18:58   좋아요 0 | URL
감은빛님, 생각보다는 어렵지 않게 읽으실거예요. 일단 우리가 배경지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어떤 단어는 저자가 소리나는대로 옮긴 것도 있어요. 예를 들면 북한의 주체사상은 영역하기가 힘들었던지 그냥 <juche> 이런 식으로 썼더라고요. 이런 책은 우리가 읽어줘야 할 것 같은 그런 마음도 쪼금 작용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