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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 안에 고인 침묵 바깥바람 9
최윤정 지음 / 바람의아이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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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청소년 책을 주로 내는 출판사 "바람의 아이들' 대표 최윤정. 그녀의 두번째 산문집이다.

이보다 먼저 나온 산문집 <양파이야기> (이후 "우호적 무관심"으로 제목 바꾸어 재출간됨)를 읽었었는데, 불문학을 전공하고 프랑스로 유학을 떠날 때까지도 어린이, 청소년 문학, 더구나 출판사 운영은 생각지도 않던 그녀가 한국에 돌아와 뜻하지 않았던 일을 시작하기 까지 과정, 그리고 그녀의 속내를 읽어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런 궁금증은 첫 산문집에서 다소 해소를 했기 때문일까. 이번 산문집에은 재미가 덜했다. 산문집을 재미로 읽는 것은 아니지만 마음을 탁! 치고 지나가는, 산문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별한 구절이나 페이지를 찾지 못하며 페이지가 넘어가고 있었다.

 

프랑스 작가 프루스트는 '작가에게 상상이란 없다. 단지 기억만으로 글을 쓴다'고 얘기했다. 개인적인 체험에 대한 기억뿐 아니라 책이나 영화, 문화 전반에 대한 기억을 토대로 글을 쓴다는 것이다. 프루스트의 말이 상당히 맞다고 생각한다. 특히 인터넷이 발달해 정보를 쉽게 접할 수 있는 요즘엔 더더욱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작가란 집단적인 기억을 조금 더 어루만져서 작품을 쓰는 게 아닐까 생각한다. -43쪽, 프랑스 현대문학의 거장 르 클로지오가 한국에 왔을 때 모 신문에 실린 기사 중-

 

동화 써서 먹고살수 있냐는 질문부터 던지며 머뭇머뭇 다가오는 신인 작가들에게 저자가 해주고 싶었던 말은 '돈을 벌려면 돈을 벌 수 있는일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세상에는 동화를 쓰는 일보다 돈을 더 많이 벌 수 있는 일은 얼마든지 있다' 라고 한다. 하지만 그 말을 당당하게 하지 못한단다. 출판사를 경영한 이래로 출판이 불황이 아니라는 말을 한번도 들어 본 적이 없고, 출판계 사정은 앞으로도 계속 나아질 것 같지 않지만 그래도 글 쓰고 책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은, 사람들 마음 속에 또렷이 빛나야 할 것은 여러개의 별이 아니라 딱 하나의 별이기 때문이란다. 자기 안에 또렷이 빛나는 별을 가진 작가를 기다리며, 쉽게 흐릿해지는 어린이문학 판의 별들을 애석해했다. '저 하늘의 수많은 별들'이란 소제목의 이글 (44-46쪽)을 이 책에 실린 글중 제일 마음에 들었던 글로 꼽고서 보니 책머리글 제목도 '가슴엔 별 하나', 일맥상통하는 내용이었다.

 

저자와 각별한 친분이 있는 프랑스의 작가이며 나도 좋아하는 작가인 수지 모건스턴에 대해 말하기를 수지 모건스턴은 항상 독자들을 웃으면서 깨닫게 해준다고. 어른을 대상으로 한 소설과 어린이, 청소년 문학의 차이점이 여기에 있지 않나 생각된다.

 

시가 밥 먹여 주지는 않지만 배고픔을 잊게 해 준다. 그림은 외로움을 달래 준다. 음악은 적막함을 덜어 준다. 그것들은 직업이 아닌 경우에 특별히 더 그렇다. 아마추어리즘이 그래서 귀하다. 다만 스노비즘과 아마추어리즘의 경계를 구별하기가 쉽지 않다는 문제가 있다. (166쪽)

 

시, 그림, 음악의 비유보다 뒤 문장의 스노비즘과 아마추어리즘에 대한 언급은 미처 생각해보지 않았던 점을 짚었기에 옮겨둔다. 그리고 새삼 깨닫는다. 오랜만에 들어보는 스노비즘이라는 단어가 사실은 요즘 여기서 저기서 팽배해가고 있음을.

260쪽에는 '워커 홀릭'과 '딜레땅띠즘'에 대해서 잠깐 언급을 해놓았다. 그 사이에는 무엇이 있을까. 그녀가 썼듯이 인간의 삶이란 95%가 습관으로 유지된다는 것이 그 답이 될까? 거의 습관의 경지까지 올랐을때 워커 홀릭이라고 할 수 있지만, 즐거움과 보람은 딜레땅띠즘이 더 많이 느낀다는 것?

 

파리 시내를 돌아다녀 보면 하루에도 몇 번씩 마주치는 성난 인간들이 있는데 술에 취한 것도 아니면서 혼자서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거나 찻길 한복판으로 걸어 가거나 지나가는 사람에게 말을 걸고 대답 없다고 화를 낸다고 한다. 이들의 공통점은 너무 외로워 보인다는 것. 그렇게 외로운 인간들이 파리에 널렸단다. 외로움에 지쳐서 병든 영혼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런 외로움이 안으로 안으로 파고드는 병이 되는게 아니라 공격적이 된다는 점이다. 나를 이렇게 외롭게 만든 세상을 용서하지 않겠다는 듯이 뱉어 내는 적의에 찬 말들......그리고 더 신기한 것은 공격적인 것은 오로지 말, 그 말을 하는 눈빛과 제스처일 뿐 실제로 그들 중 아무도 지나가는 사람들을 해치거나 위협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하나같이 말들이 유창하다는 점이다. (265쪽)

 

아, 나는 왜 이 구절에 밑줄을 그었을까.

 

비록 밋밋한 문장이 될지언정 과장하고 필여없는 미사여구를 사용은 자제하겠다는 저자의 생각이, 책을 다 읽을 무렵 보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전반적으로 심심한 내용의 책이라는 생각이 조금씩 바뀌어 갔다.

 

리뷰 제목 '고지식한 원칙주의자'는 저자가 본문 중에서 자기 자신을 일컬은 말이다. 이때 원칙은 남이 정한 원칙이 아니라 저자 자신이 정한 원칙일 것이고, 가슴 속에 또렷이 빛나는 별로 간직하고 있는 그것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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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09-09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번째산문집 나왔군요. 좋아하는분입니다. 물론 글과 그녀가 번역해 내는 그림책들만으로도요. 265쪽 인용문이 무척 와닿네요.

hnine 2015-09-09 09:10   좋아요 0 | URL
허겁지겁 오자 고치고 있던 중에 다녀가 주셨네요 ^^
이분 글을 읽어보면 어떤 성격의 사람인지 금방 파악이 되질 않아요. 강단있고 대범해보이는데 소심하고 세심해보이기도 하고요.
265쪽 인용한 글을 읽으며 인간의 외로움이라는 것이 인간의 행동과 삶의 방식을 조종하는 커다란 포텐셜이 된다는 것을 다시 확인했어요.
(헤세 전시회 다녀오신 글 읽으며 참 좋았습니다. 가고 싶었는데 못가고 지나겠구나 하고 있던 중이었어요. 요즘 서재에 잘 못들어오고 글도 잘 못남기고 있어요 ㅠㅠ)

다락방 2015-09-09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지 모건스턴 이라는 작가에 대해 알게 되네요. 웃으면서 깨닫게 해준다니, 몹시 궁금해지는 작갑니다. 검색해서 저도 한 번 읽어봐야겠어요.

hnine 2015-09-09 13:51   좋아요 0 | URL
강추입니다!
웃으면서 깨닫게 하려면 일단 감정에 휘둘리지 않아야 하고, 머리가 좋아야 할테고요, 대상을 꼭 깨우치게 하리라는 욕심이 없어야 할 것 같아요. 자식을 키우다 보면 이것이 얼마나 고단수인지 하루에도 몇번씩 절감하지요 ㅠㅠ
 
손바닥 수필
최민자 지음 / 연암서가 / 201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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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얼마 전에 저자의 수필 <꼬리를 꿈꾸다>를 읽었다. 그 책만 읽고는 뭐라고 판단이 서지 않아 한권 더 읽기로 하고 고른 책이다.

'손바닥 수필이라니 제목도 소박하여라' 하며 읽기 시작했고 저자도 그런 뜻으로 붙인 제목인지 모르겠으나, 다 읽고 난 후에는 과연 손바닥이 의미하는 것이 언뜻 떠올리듯이 작고 소박한게 전부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 정도로 저자의 글솜씨는 수려했다.

빚잔치를 하듯 원고 정리를 한다. 떠나지 못하고 맴돌던 흔적 초라하다. 부지런히 걸었지만 제자리만 돈 것 같다. 되레 뒷걸음만 쳤는지도 모르겠다.

덧없이 떠내려가는 시간 속에서 가까스로 움켜 올린 몇 낱의 쉼표들. 서성이던 시간의 포스트 잇 같은 짧은 글들을 주로 엮었다. 문학의 사회적 사명 같은 것을 따로 염두에 두지 않는, 내 글쓰기는 자폐적이다. 세상을 돌아보는 일보다 나를 버팅기는 일이 절실했다. 내게 있어 글쓰기란 일상의 틈새를 비집고 호시탐탐 가격해 들어오는, 정체불명의 허무에 대한 전면전 같은 것이다. 글도 삶도 손바닥 크기를 넘지 못했다. 쓸쓸한 일이다.

제 입에서 나온 실로 제 몸을 가두는 누에처럼, 목숨의 진수를 뽑아 고치를 짓고 그 속에 깊숙이 숨어버리고 싶었다. 고치를 짓고 나를 가두지 않으면 나는 그저 벌레일 뿐 아무 것도 아니므로. 컴컴한 굴속에 틀어박혀 나비의 환에 젖은 일이 달달했다. 살아보니 알겠다. 벌레는 나비가 되기 위해 사는 것만은 아니라는사실을.

다시, 내 안의 나를 뒤집어 햇살 아래 펼쳐 놓는다. 안이 바깥을 낳는 기묘한 분만, 글도 삶도 그것 아닌가. 숨기와 찾기, 감춤과 드러남이 결국 하나다.

저자의 서문 전문이다. 이 짧은 글만 읽어도 그녀의 글 성격을 눈치채는데 충분하지 않은지.

 

달동네 가풀막에 길 한 마리 엎드려 운다. 승천하는 길을 위한 조등 하나. 하늘가 별자리로 나지막이 걸린다. (25쪽)

이런 구절은 시(詩)에 못지 않다. 이런 문장 한줄을 위해 저자는 얼마나 고심하고 고치고를 반복했을까. 실을 뽑아 고치를 자아내는 누에처럼.

 

글 제목이 "?와 ! 사이"이다. 읽어보니, 인생 뭐 있어? 로 시작하여 인생 뭐......있어!로 맺는다. 물음표와 느낌표, 그 두 부호 사이의 여정이 곧 삶인지도 모르겠다고.

 

고무신, 덧신, 털신, 나막신......

발싸개의 이름이 왜 신인지 알겠다. 존재의 가장 밑바닥에서 존재의 무게를 떠받치며 겸허히 동행해주는 그를 신이라 불러도 틀리지 않으리. (32쪽, "신")

 

헐어내고 싶어도 헐어낼 수 없는 벽. 내게도 그런 벽이 있다. 지붕을 떠받히고 구조물의 하중을 견디어 주는 그 벽을 헐면 집 전체가 무너져 내리거나 생존의 위협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런데 나는 그것이 존재를 지탱하고 기둥이고 버팀목이라는 사실을 자주 잊고, 내 삶의 전용면적이 그 두께만큼 줄어들었다는 불평만을 호들갑스럽게 과장하며 어살을 부리곤 한다. (171쪽 "내력벽")

 

은유와 상징이 돋보이는 글이 많다. 너무 많아 어느 구절을 옮겨 볼까 결정을 못할 정도로.

어려운 말은 없지만 우리가 평소에 잘 쓰지 않는 아름다운 우리말 어휘들이 숨은 그림처럼 박혀 있다. 숨은 보석처럼 박혀 있다.

조그맣게 소리 내어 읽다보면 운율이 느껴진다. 저자가 분명히 의식하고 그렇게 썼으리라. 시에만 운율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문장에도 운율을 살리면 훨씬 읽는 맛이 있고 군더더기를 버릴 수 있는 효과도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책을 덮고 생각한다.

글을 잘 쓰기 위해서, 이런 사유와 통찰이 담긴 나만의 글을 쓰기 위해서, 글 쓰는 연습보다 우선 할 일은 잘 사는 일, 잘 살아내는 일이라고. 누에가 실을 뽑아 고치를 짓듯이, 정성을 다하여.

 

손바닥.

손바닥의 크기는 작지만 그것으로 눈을 가리면 온 세상을 가릴 수 있다. 손바닥은 결코 작지 않다. 하나의 세계로 나아가는 문이다. 통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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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8-11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손바닥으로도 가리면 다 안 보이지만,
손바닥을 펼치면 그야말로 모든 길이 다 트이면서 열리고...
그러겠네요..

hnine 2015-08-11 08:56   좋아요 0 | URL
작고 눈여겨 보지 않던 것에 큰 뜻이 있는 경우가 있더라고요.
손. 어쩌면 얼굴보다 더 정직한게 사람의 손 같기도 해요. 성형도 안되고요 ^^
글 한편 한편, 잘 다듬어진 옥석 같았습니다. 갈고 닦는 동안 저자는 힘들었겠지요. 정성들여 글을 써보고 싶을때 마다 한번씩 꺼내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은 수필집이었습니다.

페크pek0501 2015-08-13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 쓰는 연습보다 우선 할 일은 잘 사는 일, 잘 살아내는 일이라고. ˝
- 요즘 제가 이걸 절실히 느낍니다.

hnine 2015-08-14 04:48   좋아요 0 | URL
모든 글이 그런 것 같지만 수필은 특히 자기 자신이 그대로 드러나는, 그대로 드러내는 글이기 때문에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좋은 글감은 잘 살아낸 인생에서 우러나오는 것 같아요. 억지로 우려내어지는 데는 한계가 있는 것 같고요. 잘 살아낸다는 것은 행복하기만 한 인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쩌면 더 많이, 잘 견뎌낸 인생이 아닐까...그렇게 생각하면 살다가 고비가 느껴질 때 거꾸로 힘을 낼 수 있기도 하겠고요.

늘 생각은 잘 합니다 이렇게...^^
 
산에 가면 산나물 들에 가면 들나물 - 어린이를 위한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 지식은 내 친구 8
오현식 글.사진, 박은지 그림 / 논장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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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 밖을 나서면 산 아니면 들이었던 시절에, 여기 저기 도처에 라는 뜻으로 산에 들에란 말을 썼던것 같다. 요즘은 마음 먹고 일부러 가야 산과 들을 볼 수 있는 도시 생활자가 많으니 제목이 저자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사는 곳도 도시이긴 하지만 도심지는 아니고 아직도 아파트 단지 주변에 빈 땅들이 많고 낮은 봉우리를 따라 산책로가 있어 따라 걷다보면 이름 모를 풀들이 갈때마다 다른 모습을 하고 맞아주기도 한다.

이 책을 쓴 오현식이라는 분은 식물을 전공하지도 않았고 원래 식물에 관심이 많은 것도 아니었다고 한다. 행정학을 전공하여 기자로 활동했는데 그가 기자로 활동한 신문사가 농민신문사였다는 것이 이유였다면 이유였을까. 우리 땅 우리 농산물을 취재하느라 산과 들로 다닐 기회가 생기다보니 나물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관심이 생겨났고 보기에 억세고 거칠어보이는 나물을 어떻게 먹게 되었을까, 왜 어떤 것은 먹고 어떤 것은 먹지 않을까 궁금해졌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고 일부러 나물을 조사하고 취재하러 다니기 시작했다. 직접 나물을 찾아내고, 자라는 과정, 꽃과 잎 등을 하나하나 찍으며 정리여 보물같은 결과물로 태어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어린이를 위한 산나물 들나물 대백과"라고 출판사에서 붙여준 듯 작은 부제가 붙어 있긴 하지만 어린이만 보기엔 아까운 책이다. 내가 아는 나물은 여기에 다 나온듯. 사실 아는 나물이름보다 나물로 먹을 수 있는 식물인지 모르고 있던 것들이 더 많았다. 고들빼기, 냉이, 수리취, 전호, 참취, 곰취, 민들레 까지는 나물로 먹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는데 화살나무, 음나무, 우산나물 등은 나물로 먹는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고 음나무나 우산나물은 그게 어떻게 생긴 것인지도 처음 알았다. 화살나무는 잎을 먹고, 우산나물과 비슷하게 생긴 것으로 삿갓나물이 있는데 이것은 독이 있어서 먹으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한다. 이름에 나물이 붙어 있다고 해서 다 먹을 수 있는 것으로 착각하면 안되고, 산에 들에 있는 풀, 식물들이 모두 식용은 아니라는 점을 명심해야한다.

곤드레나물로 잘 알려져있는 식물의 원래 이름은 고려엉겅퀴. 곤드레라는 재미있는 이름으로 더 알려지게 된 것은 잎사귀가 바람에 이리저리 흔들리는 모습이 꼭 술에 취한 사람의 몸짓과 비슷해서라는 말도 있고, 먹을 것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던 보릿고개 시절에 곤드레를 뜯어 보리나 옥수수 알갱이를 섞어 밥을 해 배불리 먹고 식곤증에 축 늘어진 모습을 빗대서 곤드레라는 이름을 붙였다는 말도 있다. 나물들 이름엔 사연이 깃들어있는 것들이 많아 재미있다.

 

전체 250여쪽이니 아주 두꺼운 편은 아니라 할지라도 대백과의 자격이 충분하다고 보고 싶은 데에는, 저작권에 걸릴 염려가 없는, 저자가 직접 찍은 다양한 사진들로 채워져 있고, 음식으로만 먹는지 약용으로도 쓰이는지, 이름의 유래, 먹는 부분이 잎인지 뿌리인지, 간단한 요리법, 몇 kcal, 어떤 영양성분이 몇 g 들어있다는 정보까지 나와있다는 것이다.

내용을 서술하는 방식도 전혀 딱딱하지 않다. 마치 앞에 어린 친구들을 모아놓고 설명해주시는 숲해설가 선생님 말투 같다고 할까. 저자 소개를 보니 이분 월간 어린이잡지의 편집장까지 지내셔서 어린이와 즐겁게 소통하기 위해 노력하신다고.

무엇보다도 저자가 직접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땀과 발로 이 책의 한쪽 한쪽이 채워져나갔다는 생각을 하니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더 애정이 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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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8-10 13: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건 제가 봐야하는 책이로군요?^^
식물이나 꽃 나물이름들은 돌아서면 잊어먹습니다ㅜ

hnine 2015-08-10 13:38   좋아요 1 | URL
일단 오늘 밥상엔 어떤 나물을 올릴까부터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요즘은 계절 상관없이 나오는 나물들이 많으니까요. 취나물, 비름나물, 방풍나물을 후보로 올려놓습니다. 제가 나물 만드는 방법은 종류에 상관없이 거의 같답니다. 다듬어서 데쳐서 마늘, 소금으로 간하기. 나중에 참기름 한 방울! ^^

책읽는나무 2015-08-10 16:13   좋아요 0 | URL
저랑 나물반찬 만드는 방법이 똑같네요ㅋㅋ^^
근데 전 나물반찬들이 맛이 안나요ㅜ 특히 취나물이나 비름나물같은 나물들은 정말 맛이 안나더라구요?
아마도 손맛이란게 있는 것같아요
나인님의 나물반찬은 향긋하고 맛날 것같아요^^

hnine 2015-08-10 19:45   좋아요 0 | URL
나물 반찬 잘 만들줄 알면 그야말로 요리의 한 경지에 오른거 아닐까요? 그래서 전 기대하지 않고 그냥 되는대로 만들어요. 그런데 실수로 양념을 좀 과하게 넣었다 싶은 날 오히려 식구들이 이번 나물은 맛있다고 하더라고요. 제 취향은 아닌데 식구들은 그게 더 맛있나봐요. 책 읽는 나무님도 한번 양념을 팍팍 써보시면 어떨가요? ^^ 모험이지요.

숲노래 2015-08-10 14: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골에서 살거나
시골에서 나고 자란 사람하고 다르게
여러모로 재미난 눈썰미로 나물을 이야기하는 책이로구나 싶네요.
아이들한테 이런 이야기책을 들려줄 수 있다니
참으로 반가우면서 고마운 일이에요.

도시에서 사는 아이들도,
시골서 사는 아이들도,
이러한 책을 길동무로 삼을 수 있기를 빌어요~

hnine 2015-08-10 19:46   좋아요 0 | URL
이 책 보면서 안그래도 숲노래님 올리시는 밥상 사진 떠올렸네요 ^^

nama 2015-08-11 08: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화살나무, 음나무, 우산나물- 다 먹어봤지요. 그중 나물중의 나물은 음나무순이 아닐까 싶어요. 저희집 냉장고에는 지금도 아껴가며 먹고 있는 음나무순이 한켠에 숨어 있습지요.^^

hnine 2015-08-11 09:00   좋아요 0 | URL
어머나...정말 먹는거 맞군요! ^^
화살나무 이름은 예전에 제가 사진 올린거 보고 nama님께서 알려주신 것 같은데, 그건 잎을 먹는다고 하더라고요.
갑자기 못먹어 본 나물을 하나씩 찾아 무슨 맛인지 만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생기네요. 일단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네요.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 - 섬세한 생물학자의 비범한 일상관찰기
후쿠오카 신이치 지음, 송서휘 옮김 / 서해문집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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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후쿠오카 신이지의 책은 <생물과 무생물 사이>, <모자란 남자들>, <친절한 생물학>에 이서 이 책이 세번째이다.

읽은 순서대로인데 맨처음 읽은 <생물과 무생물 사이>과 <모자란 남자들>은 비교적 전문성이 있고 책 한권을 관통하는 주제가 있었으며, <친절한 생물학>과 이번에 읽은 <사람이라는 딱한 생물>은 제목에서 보이듯이 신문이나 잡지 같은 매체에 연재했던 짧은 글들을 모아놓은 책이라 주제가 다양하고 가벼운 필체이다.

생물학을 전공한 생물학자의 관심은 실험실이나 연구실에만 머물 수 없게 한다. 궁극적으로 "생명"에 대한 관심을 연구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인간의 삶, 인간 또는 다른 동식물이 모여 사는 사회, 생명을 바라보는 서로 다른 가치관, 윤리, 자연, 등등에 관심의 폭이 넓어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1장에서는 주로 자신이 어떤 경유로 생물학을 공부하게 되었는가, 생물학자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 쓰고 있다.

생물학자란 본래 자연을 분해하는 사람이 아닌,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 (내추럴리스트)이어야하기 때문입니다. (25쪽)

장수풍뎅이에 대해, 고사리의 생활사에 대해 이론적으로 잘 알고 있는 아이가 막상 장수풍뎅이를 보고 무서워 하고 고사리가 자라고 있는 것을 한번도 본적 없다는 건 문제가 있다.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느껴지는 그 경이감과 생명에 대한 느낌은 책으로만 얻을 수 있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을, 생명을 보고 신기하고 알고 싶고 궁금해하는 마음이 없이 하는 생물학이란 그냥 하나의 과목에 지나지 않는다.

 

하등한 생물이건 고등한 생물이건 필사적으로 애쓰는 것이 바로 자손을 남기는 문제이다. 자기 종의 대가 끊기지 않게, 그리고 되도록 우수한 형질을 후대에 남기려는 노력은 진화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한 개체가 죽는다고 해서 죽는다고 할 수 없다면 그건 그 개체의 DNA은 계속 후대에 일정 부분 남겨지기 때문이다. 즉, 완전히 이 세상에서 그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오로지 분열에 의해서 번식하는 단세포 동물에게는 죽음이 없다는 94쪽의 말은 틀린 말이 아니다.

 

유전 법칙이 알려진 것은 그리 오래전 일이 아니다. 멘델의 유전 법칙이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게 19세기 일이니 말이다. 요즘은 후성유전학이라는 것이 더 관심을 받고 있다. 어떤 유전자를 물려 받았다고 해도 그 유전자의 특징이 나타날 수도 있고 평생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니까 겉으로 보기엔 마치 그 유전자를 물려받지 않은 것 처럼 살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그런 일이 가능할까. 유전자 스위치가 있어서 스위치가 켜지지 않는한 그 유전자는 있으나 마나. 이 스위치의 ON OFF, 또는 스위치가 켜지는 타이밍, 이런 것들이 타고난 유전자의 발현 방식을 조절하게 된다는 것이 "후성유전학"이다 (229쪽)

 

110쪽의 "아담은 이브로부터 만들어졌다" 라는 글은 이전 저서 <모자란 남자들>을 읽었기 때문에 어떤 내용일지 짐작이 갔다. 발생과정을 통해 볼 수 있는 현상이다. 남녀 성별은 이미 수정란에서 결정되어 있지만 이후 발생과정에서 수정란은 처음 몇주 동안은 여성을 만드는 프로그램으로 진행된다는 것이다. 그대로 쭉 가면 여성이 되는 것이고 옆길로 빠지면 남성화가 진행된다는 것. 더 설명하자면 복잡하므로 패스.

 

잡지식 구성이라서 이 얘기 저 얘기 다소 산만하다 여겨지기도 했으나, 대신 한 주제를 쭉 끌고 가지 않아 혹자에게는 지루하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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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5-08-10 1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이 보면, 사람한테도 `죽음이 없다`고 할 수 있지 싶어요.
몸은 스러져도 마음이 남아서 고이 흐르고,
수많은 책마다 `슬기로운 넋`이 언제까지나 살아서 흐르니까요..

hnine 2015-08-10 13:35   좋아요 0 | URL
그럴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리하라의 음식 과학 - 혀가 호강하고 뇌가 섹시해지는 음식 과학의 세계
이은희 지음 / 살림Friends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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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번 밝힌 바 있지만 나는 하리하라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는 과학저술가 이은희의 오랜 팬이다. 그녀가 어떤 대단한 주제에 대한 책을 써서가 아니고, 그녀만의 독특한 주관을 담은 책을 쓰기 때문이 아니다. 내가 그녀가 내는 책을 묻지도 않고 구입해서 읽게 된데는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독자라 할지라도 과학에 대해 그녀만큼 쉽고 정확하게 설명을 하는 사람이 드물기 때문이다. 어떤 정보를 쉬우면서 동시에 정확하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 주제에 대해 아주 기본부터 꿰고 있지 않으면 안되는 일이다.

2015년 6월에 나왔으니 최근작인 것 같은데 역시 출간 소식을 보자마자 구입하여 읽었다.

과학은 현실, 레알이며, 현재 진행형이다. 즉, 우리 몸 안에서, 그리고 몸 밖에서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 현상에 대한 원리 원칙인 것이다. 그중에서 매일 우리가 먹고 사는 음식에 대한 과학만큼 누구에게나 피부로 와닿는 주제도 없을 것이다.

음식의 종류가 한두가지가 아닌데 어떻게 구성을 잡을까 고민을 했으리라. 그녀가 (혹은 편집자가) 이 책에서 택한 방식은 1월에서 12월까지 열두장으로 나눠서 그 달에 들어있는 명절과 절기, 그리고 그때 먹는 음식 중심으로 구성하였다.

 

1월, 설날과 떡국; 쌀과 포도당의 관계

-포도당, 녹말, 셀룰로오스의 구조와 특징

-인절미와 가래떡의 차이 (멥쌀과 찹쌀의 차이를 이렇게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2월, 대보름과 부럼; 현대인의 수퍼푸드 견과

-포화지방산과 불포화지방산의 구조와 특징

-좋은 기름과 나쁜 기름, 좋은 콜레스테롤과 나쁜 콜레스테롤에 대한 오해

 

3월, 머슴날과 콩음식; 콩이 선사하는 단백질 만찬

-콩이 왜 훌륭한 단백질인가를 알려면 우리에게 왜 질소가 필요한지를 알아야한다

-박테리아가 아니라면 콩이 단백질 만찬이 될 수 있었을까

-이제 현대는 질소 부족이 아니라 질소 과잉의 시대

 

4월, 한식과 찬밥; 차가운 음식 속에 숨은 보존의 법칙

-식은 밥이 아니라 식힌 밥, 심지어는 얼리기까지

 

5월, 단오와 수리취떡; 식물의 화학무기 알칼로이드

-박테리아에 항생물질이 있다면 식물에게는 알칼로이드가 있다.

 

6월, 유두와 유두면; 밀가루와 글루텐

-밀가루가 가루일때와 반죽일때, 무엇이 다른가

-쌀가루로 빵을 만들지 않는 이유

-밀가루는 건강에 나쁜가?

 

7월, 삼복더위와 삼계탕; 보양식

-단백질에 대한 일반 상식

 

8월, 백중과 감자전; 감자가 구황식물이 되기까지

-열량뿐 아니라 영양소까지 골고루

 

9월, 한가위와 햇과일; 번식을 위한 과일의 미션 임파서블

-과일의 색

-에틸렌

 

10월, 중양절과 국화주; 술의 비밀

-알콜발효

 

11월, 입동과 김치; 김치는 과학이다?

-익기 시작한 김치와 묵은지사이엔 영양가 차이가 있다

-김치에 웬 유산균?

 

12월, 동지와 타락죽; 우유, 먹느냐 마느냐

-우유 자체는 완전식품일지 몰라도 우유가 생산되는 과정은 문제가 있다

 

어떤 절기는 이 책에서 처음 들어보는 것도 있고, 예시로 든 음식 중에서도 아직 먹어보지 못한 것도 있다. 하지만 대상이 무엇이든 그녀의 설명은 더할 나위 없이 명쾌하고 분명하다.

각 장 뒤에는 간단한 음식의 레시피도 포함시켰는데 개인적으로 이건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 여기 실린 레시피가 그녀 고유의 레시피도 아닐터이고, 또하나는 음식에 대한 과학책이지 요리책은 아니라는 최소한의 선을 흐려놓는 결과를 주는 것 같아서이다. 물론 오히려 그래서 더 좋았다는 독자도 있을 것이다.

 

생활, 영화, 문학, 의학, 질병에 이어서 음식 관련 과학책까지 내었으니, 다음엔 또 어떤 주제의 책을 낼 것인지, 궁금하고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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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5-08-09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에 대한 과학책을 냈군요??
흥미롭습니다!!^^

hnine 2015-08-09 20:19   좋아요 0 | URL
읽어보세요. 재미나요~ ^^

moonnight 2015-08-09 2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몰랐던 작가인데 덕분에 알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보관함에 넣었어요.^^

hnine 2015-08-09 22:34   좋아요 0 | URL
하리하라로 검색해보면 여러 권 나올거예요. 하리하라의 과학블로그라는 책이 아마 처음이 아니었다 생각하는데 어느 책을 읽어도 참 재미있게 잘 썼어요. 과학과 일상 생활이 서로 별개가 아니라는 예도 잘 찾아내고 설명도 잘 했고요.
기회 되시면 한번 읽어보세요.

nama 2015-08-10 06: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보 하나 얻고 갑니다.

hnine 2015-08-10 07:04   좋아요 0 | URL
저자의 책이 나오는 족족 따라 읽어가고 있는 사이 벌써 아이 셋의 엄마가 되어 있더라고요.
7, 8월 내용은 채워넣느라 고심을 해서 고른 주제 같고, 그 외 다른 내용들은 다 좋았어요.

yurim1201 2015-08-17 1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도 이책을 읽으려고 책을 주문했는데 이책에서 부패와 발효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나요???

hnine 2015-08-17 19:38   좋아요 0 | URL
예! 나옵니다.

yurim1201 2015-08-17 20: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 감사합니다!! 제가 부패와 발효에대해서 적어야되는데 구체적으로 어떤게 나오는지 가르쳐주실 수 있으신가요?
빨리 써서 내야하는데 책이 안오네요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