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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
오사 게렌발 지음, 강희진 옮김 / 우리나비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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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작가인 오사 게렌발의 그래픽노블.

미술을 전공한 그녀의 아홉번째 작품이라는데 나한테는 처음 접하는 작가이고 작품이다.

제목 <그들의 등 뒤에서는 좋은 향기가 난다>에서 그들이란 주인공의 부모를 말한다.

주인공 제니. 그녀가 남편과 함께 곧 태어날 첫아기의 침대를 조립하는 장면으로 첫장이 시작한다. 구닥다리 침대에 난 흠집 자국을 보고 제니는 문득 자기의 어린 시절을 떠올리게 되고 그 생각에 빠져들기 시작, '모든 것은 이렇게 시작되었다'라며 어린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예상하다시피 상처와 치유의 과정 이야기. 식상한 주제가 될 수도 있겠으나 읽어보면 그렇지 않다. 아무리 읽어도 이런 이야기는 그때마다 가슴 어느 한 구석을 꼭 건드리고야 마는건 왜일까.

딱히 나쁜 부모라고는 할 수 없어 보이는 제니의 부모. 먹이고 입히고 키우고 학교 보내 공부 시키고, 아이에게 해주어야할 기본적인 것은 다 해주었음에도 제니로 하여금 이렇게 오랫동안 트라우마로 작용하게 한 것은 부모의 어떤 태도때문일까.

 

 

 

이것이 표지 그림이다. 한 사람의 뒷모습과 두 얼굴이 그려져 있는데 이것은 모두 동일인.

 

제니의 이야기를 듣던 치료사가 다음과 같이 얘기한다.

"얘길 들어보니 정서적 방치라고 알려진 트라우마에 시달려왔던 것 같네요."

정서적 방치.

책 속의 제니가 그랬듯이 나도 이 책에서 처음 들어보는 용어이다.

어릴 때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켜줄 만한 대상이 아무도 없어서, 표면상으로는 안정적인 환경에서 지내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결핍감으로 고통받고 있었던 것이라고 치료사는 설명해준다. 일종의 트라우마라고.

제니는 정서적 방치에 대해 모든 자료를 찾아보며 과거로의 먼 여행을 떠난다. 치료사의 도움과 더불어 그녀는 이제 자기한테 아무 문제가 없었다는 정보를 습득하고, 모든 걸 완전히 다른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즉, 성인이 된 지금의 관점에서 자신의 삶과 자기 스스로를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 것이다.

아, 이거구나. 어릴 때 생긴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이 말이다.

 

결국 희망을 포기했을 때 내게 자유가 돌아왔다.

나는 사고를 받아들였고, 그로 인해 잃었던 모든 것을 감수했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내가 얻은 모든 것들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다. (169쪽)

여기서 희망은 막연한 기대, 저절로 바뀔지도 모른다는 수동적인 바램을 의미한다고 생각된다.

 

 

 

마지막 저자의 글을 통해 그녀는 말한다. 이 책은 그 누가 뭐라해도 자신이 옳다고 믿을 수 있는 권리를 찾기 위해 투쟁하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라고 자부하고, 투쟁은 고통스럽지만 충분히 의미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남을 상대로 한 투쟁이 아닌, 자신의 삶의 의미가 되는 이 투쟁은 삶을 아름답게 만든다고.

 

이번엔 그녀의 다른 작품 <가족의 초상> 주인공 마리를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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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15-10-30 20: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표지그림이‥ 그렇군요. 묘한 느낌이구나 했는데요‥

hnine 2015-10-30 20:46   좋아요 1 | URL
표지그림을 더 자세히 설명하려다가, 안읽으신 분에게 방해가 될까 하여 그만 두었답니다.
저자가 솔직하게 털어놓는군요. 자전적 이야기라고요. 이번 책이 마지막이 되었으면 하는데 시간이 지나고 나면 또 불끈불끈 더 털어놓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난다고요.

프레이야 2015-10-30 20:47   좋아요 1 | URL
그렇군요. 털어놓고싶은 이야기, 다들 나름대로 있겠지만 용기가 있고없고의 문제일 것 같아요.

서니데이 2015-10-31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표지 색상이 단순한데 괜찮네요, hnine 님의 페이퍼 읽고, 미리보기로 앞부분 다시 보았는데, 나중에 기회되면 읽어봐야겠습니다, 전에도 이 책 소개를 읽었지만 아직 못읽었어요,
hnine 님, 내일은 많이 춥다고 해요,
편안한 주말 보내세요^^

hnine 2015-10-31 05:23   좋아요 1 | URL
그래픽노블은 대개 단색인것 같던데요? 전 많이본건 아니라서 잘 모르겠지만요. 저도 알라딘에서 다른 분들 소개를 보고 이 책 구입해서 보게 되었답니다.
이제 슬슬 추워질때가 되었지요. 서니데이님도 편안한 주말 되세요.

서니데이 2015-10-31 07:32   좋아요 0 | URL
본문은 단색이지만, 표지 여백의 청회색이 괜찮아서요^^;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펭귄클래식 20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 레지날드 J. 홀링데일 서문, 홍성광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1월
평점 :
절판


 

 

 

 

 

 

1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단어로 이루어진 간단한 문장이지만 책장을 넘기기 전부터 '차라투스트라'라는 생소한 단어에서 걸렸다. '말했다'라고 한것으로 보아 사람 이름인 같은데, 과연 차라투스트라는 누구일까. 가상의 인물일까, 실제 인물일까. 니체 자신을 일컬어 붙인 이름일까.

답은 중의 해설에서 쉽게 찾아낼 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원래 태양숭배종교인 조로아스터교의 교조 '조로아스터' 독일어 이름이다. 그러나 조로아스터가 선과 , 신과 악마라는 이원론을 주창한데 반해 책에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런 조로아스터의 이원론을 극복하고 일원론을 주창한다. 니체가 스승인 쇼펜하우어와 바그너를 극복했듯이 차라투스트라는 조로아스터를 극복하여 새롭게 변화한 존재이다.

하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남는다. 니체는 자기의 대변인으로서 조로아스터 교조 '차라투스트라' 선택했을까?

 

차라투스트라는 신이 죽었다는 것을 고지하고 뒤에 오는 초인 (위버멘쉬)으로 자리를 대치시킨다.

신이라는 절대적인 존재는 인간으로 하여금 인간으로서 도달할 없는 목표를 던져주고 억누르고 현재를 희생하며 일생을 허비하게 한다. 반면 초인은 건너가는 , 넘어가는 자의 의미를 지니고 있으며 인간의 자유정신이 반영된 존재이다. 스스로 주체적인 입장에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해 나가는 존재이다.

이러한 초인의 존재에 대해 모르는 인간을 향하여 차라투스트라는 여러 가지 상징적인 존재와 장소를 예로들며 설명한다. 1부 22 소제목 붙은 글은 이렇게 차라투스트라가 그의 제자들, 벗들에게 강연한 것을 내용으로 있다. 강연을 마치고 차라투스트라는 제자들을 떠나 산속으로 떠난다.

니체는 인간의 사상의 출발점이자 완결점, 중심점을 모두 ""에게서 구하려고 하였고 그와 동시에 다른 각도에서 극복하려는 노력을 시도하였다는 점에서 다른 철학자들과 달랐다. 결국 신은 인간을 이끄는 존재가 아니라 극복되어야 존재라고 결론, 신의 자리를 대신해 "초인" 존재를 창조해낸다.

신이 요구하는 인간과 초인이 지향하는 인간상을 비교하며 읽는 동안 니체가 말하는 바람직한 인간상을 이해할 있을 것이다. 적어도 니체는 "복종"하는 인간이 아닌, "창조"해나가는 인간을 말하고 싶었다는 1부까지 읽으면서 잡은 나름의 !

참으로 우리가 삶을 사랑하는 것은 삶에 익숙해져서가 아니라 사랑에 익숙해졌기 때문이다. (96)

죽음을 설교하는 자는 영혼의 결핵 환자, 살아있는 . 이들은 병자나 노인, 시체와 마주치면 즉시 "삶은 부정되었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부정된 것은 그들일 뿐이고, 생존의 한쪽 얼굴밖에 보지 못하는 그들의 눈일 뿐이다. 어떤 사람들은 "삶이 고통일 뿐이다"라고 말하는데, 그렇다면 그대들은 그만 살도록 하라! 고통일 뿐인 삶을 그만두도록 하라! (102-103)

 

 

 

2

 

동굴에서 한동안 사람들을 피해 홀로 지내다가 산속으로 귀환하는 차라투스트라.

2부 첫부분을 초인에 대해 다시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일찌기 사람들은 먼바다를 바라보면서 신을 말했다. 하지만 나는 이제 그대들에게 초인을 말하도록 가르치겠다. 신이란 하나의 억측에 불과하므로 나는 억측이 그대의 창조하는 의지보다 멀리 나아가기를 바라지 않는다. 그대들은 하나의 신을 창조할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면 침묵하라! 하지만 그대들은 초인을 창조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157)

신이란 반듯한 것을 모두 구부러지게 만들고, 가만히 서 있는 것을 모두 돌게 하는 사상이다. (158)

창조하는 것, 이것이야말로 고통으로부터의 위대한 구원이며, 삶을 가볍게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창조하는 자가 되려면 뼈를 깎는 고통이 필요하고, 많은 변신이 필요하다. (159)

이제, 신과 인간과 초인의 관계가 더욱 선명하게 머리 속에 자리 잡힌다.

성직자들에게 차라투스트라는 말한다.

누가 그들의 (성직자들) 구세주로부터 그들을 구원해줄 것인가! (165)

구세주로부터 구원해내야 한다는 모순.

, 세상에 동정하는 자들보다 더 어리석은 짓을 하는 자들이 어디 있겠는가? 세상에 동정하는 자들의 어리석음보다 더 커다란 고통을 안겨주는 것이 어디 있겠는가. 아직 자신의 동정심도 극복하지 못하고 사랑하는 자들에게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언젠가 악마가 나에게 이렇게 말한 적이 있었다. “신에게도 지옥이 있는데, 그것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다.” “신은 죽었다. 인간을 동정하는 바람에 신은 죽어버렸다그러므로 동정하지 않도록 주의하라. 모든 위대한 사람은 동정을 넘어선다. 그것은 사랑의 대상조차도 창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164)

다시 그의 제자들, 벗들과 이별하고 혼자 길을 떠나는 차라투스트라.

 

 

 

3

 

3부에서 차라투스트라는 대부분 홀로 있으면서 자기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형식을 하고 있다. 우울하고 강렬하다. 상식과 질서에 반하는, 거침없는 반론이 거침없이 튀어나온다.

인간의 모든 미래가 어떤 자들 때문에 가장 위험한가? 선한 자들과 의로운 자들 때문이 아닌가? “우리는 선하고 의롭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미 알고 있고, 이를 체득하고 있다. 아직 그것을 추구하는 자들에게 화가 있으리라!” 라고 말하고 마음속으로 그렇게 느끼는 자들 때문에.

악한 자들이 아무리 큰 해를 끼친다 하더라도 선한 자들이 끼치는 해가 가장 큰 것이다. 그리고 세계를 비방하는 자들이 아무리 큰 해를 끼친다 하더라도 선한 자들이 끼치는 해가 가장 큰 것이다. (333)

선이 지표가 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무엇을 지표로 살아야 하는가. 여기서 차라투스트라가 말하는 선한 자들이란 에 의해 규정되어 있는, 인간의 의지는 무시된 일방적인 의미의 선을 말한다고 생각된다.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가장 잔인한 짐승이다. (341)

그래서 인간은 인간을 고발하고, 자신을 죄인이니 십자가를 진 자속죄자라 부른다.

3부에서 차라투스트라는 라고 부르면서 계속되는 문답을 나눈다. 즉 차라투스트라 혼자 묻고 답하는 형식이다.

마지막 부분에 이르면 지금까지 얘기한 과 결별하고 영원으로 가려고 한다. 그러면서 , 영원이여, 나는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라는 문장이 되풀이된다. 삶과 결별하고 영원으로 간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3부의 이 마지막 부분이 이 책의 클라이맥스이자 니체의 지적 열정이 최고로 표출된 곳이라고 하고, 초인과 함께 니체의 대표적 사상의 하나인 영원회귀이론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이때 차라투스트라는 완전히 혼자이다.

 

 

4

 

 

원래  3부로 책을 끝낼 생각이었으나 일년 후 니체는 4부를 덧붙인다.

신은 죽었다. 그대들 보다 높은 인간들이여, 이 신이 그대들에게 가장 위험했다. 신이 무덤 속에 눕고 나서야 그대들이 다시 부활했다. 이제야 위대한 정오가 오고, 이제 보다 높은 인간이 주인이 된다. (433,434)

여기서 니체는 초인으로 가기 위한, 일종의 건너가는 자로서 보다 높은 인간이라는 유형을 들고 있다.

4부의 마지막은 차라투스트라의 독백으로 끝난다.

나의 마지막 죄로 남은 것이 무엇이었던가?”

동정이다. 보다 높은 인간들에 대한 동정이다.” (491)

 

니체가 이 책의 집필을 마친 것이 1885년인데, 정신 이상 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한 것이 1888년이었다. 어쩌면 이 책을 쓸 당시 이미 미쳐가고 있었는지도 모르는 일이고 결국 정신이상과 신체마비로 투병하다가 2년 후인 1890년에 생을 마감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생각 한번 하지 않고 일생을 살다 간다, 즉, 니체가 "낙타"에 비유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니체는 혼자의 머릿속에서 이러한 인간이었다가, 신을 이해하여 그에 근접하려 하였다가 신을 비판하였고, 초인을 창조해냄으로써 극복하려 하였다. 그는 어쩌면 인간과 신과 초인을 모두 경험하면서 ,이 많은 상징과 비유 속에 그가 경험한 세계를 설명하려고 몸과 정신이 부서지는 생을 살다 갔는지 모른다. 56년의 생애가 짧지만 길었을 수도.

 

다 읽었다고는 하지만 다시 시작점에 서있는 느낌이다. 마치 그의 영원회귀설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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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리미 2015-10-26 00:3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내셨군요!! 저는 아직 도전하지 못했어요 ㅎㅎ 이진우 교수의 인문학강의를 듣고 니체를 이해해보고 싶어졌긴 한데 엄두가 안나네여^^ 리뷰 잘 읽고 갑니다.

hnine 2015-10-26 06:12   좋아요 2 | URL
고등학교1학년때 국민윤리 시간이라고 있었지요. 그때 수업 시간에 니체에 대한 얘기를 들으면서 처음 관심을 가지게 되었던 것 같아요. 그 때 여러 철학자들에 대해 배웠는데 하필 니체의 초인이라는 개념은 낯설기도 하고 더 알아보고 싶은 호기심도 생기고 그렇더라고요.
그리고 지금에서 겨우 니체의 저서를 처음 읽었으니 수십년이 걸린 것이지요 ^^
조금씩 조금씩, 오래 걸려 읽었어요. 이해가 쉽지 않아 그랬지만 이렇게 한번 읽은 것으로 니체에 대해, 차라투스트라에 대해 뭘 알았다고 할 수 없으니 저도 언젠가 다시 읽어보려고요. 그땐 중단없이, 좀더 집중적으로요.
오로라님처럼 니체를 전공한 분들의 강의를 들어보는 것 정말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해요. 저도 중간중간에 그렇게 들어보기도 했는데 그런 부분은 혼자 고민하는 것보다 이해가 훨씬 빨리 되어 좋더군요.
제대로 정리도 잘 안된 리뷰인데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늘바람 2015-10-26 00: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을 대작을 읽으셨네요.
잘 지내시지요

hnine 2015-10-26 06:00   좋아요 2 | URL
대작인데 그 안에 담긴 의미를 제대로 잘 파악한 것인지, 글쎄요. 그야말로 영혼없이 글자만 읽고 넘어간 부분도 많아요. 그런데 그게 이상한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제 수준에서 그걸 어찌 다 이해하며 읽을 수 있겠어요? ^^
처음 읽은 것으로 이번엔 만족하고 또 언젠가 다시 읽어야겠지요. 그게 언제가 될지, 어떤 계기로 다시 읽게 될지 모르겠지만요.
길지 않은 이 계절엔 오히려 더 맑고 투명하고 따뜻한 책들을 읽어야 하지 않을까 싶은데, 이 책 다음으로 지금 읽고 있는 책은 다행이 좀 더 그런 내용이네요.
좋은 책 많이 읽으시고 이 가을 누리시기 바랍니다.

[그장소] 2015-10-26 0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쓴 줄 알았네요...단 ! 제목만...요 ^^;;;
ㅡ긴 글쓰느라 엄청 애쓰셨는데..실례일까요?ㅡ좋다는 말을 이런 식으로 합니다.

hnine 2015-10-26 06:12   좋아요 1 | URL
뜨문 뜨문 읽느라 오래 걸리기도 했지만, 읽고 나서도 리뷰를 올릴 엄두가 나지 않아 또 오래 끌었어요. 읽으면서 끄적거려놓은 걸 옮기다보니 괜히 리뷰만 길어졌네요. 오자가 수두룩 할텐데 다시 읽어볼 여력도 안생기네요 ^^
이런 내용의 책을 쓰기 까지, 니체가 정신이상을 앓았다는게 그럴 수 있겠다 싶어요. 한 개인의 머리 속으로 이 모든 생각들이 휘몰아칠때마다 어떻게 보통 사람들과 같은 범주의 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을까 생각해요. 너무 비상하고 출중하여 일찍 세상의 인정을 받아 이십대에 대학교수가 된 사람. 이렇게 엄청난 저서들을 남기기까지 오십육년의 생애가 그 개인적으로는 행복했을까...아버지가 목사였으니 신의 존재를 의심없이 받아들이고 삶의 기준 삼아 자랐을텐데 오히려 그것이 신의 존재를 비판하고 의심해보는 계기에 일조하였고, 거기서 나아가 그것을 극복해보려고 결국 초인을 탄생시킨 사람. 니체라는 아무튼 후대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 연구 주제를 남기고 갔네요.
이 책을 언젠가 다시 읽는다면 그땐 어떻게 제가 받아들일지 궁금해요.

[그장소] 2015-10-26 11:44   좋아요 0 | URL
사람이 너무 크면 ㅡ그릇이랄까..그런것 같아요ㅡ
미치지않고..어찌사나 싶은 사람도 보면 있어요.아슬아슬해 보이죠..마지막에 동정이라고 된 부분을 한 참 보면서 지금은 ,전엔 ㅡ바꾸면 싶다가 ㅡ그래 동정 없는 세상 아님...뭔가 .싶어져..
그냥 두었죠..이 방에도 넘치는 그런 박애주의가 있어요. 다시 ㅡ읽는 날이 올겁니다. 그냥..빼 들었다가 읽게되는 날..
^^고생하셨어요.

nama 2015-10-26 07: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전 백수시절에 삼중당문고로 이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기억은 가물가물하지만 가슴이 뻐근하고 통쾌했었어요. `선한 자들이 끼치는 해가 가장 큰 것이다.` `죽음을 설교하는 자는 곧 영혼의 결핵 환자, 살아있는 관. 이들은 병자나 노인, 시체와 마주치면 즉시 ˝삶은 부정되었다!˝라고 말한다`...이제는 이런 말들이 무슨 뜻인지 이해가 됩니다. 어제 요양원에 계신 엄마를 뵈러 갔는데 마침 미사가 시작되었어요.(카톨릭재단 요양원)미사 내용이 온통 음울하고 비통한 게 장례식장에 있는 기분이 들었어요. 아, 이건 아닌데...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잘은 모르지만, 니체 당시에는 이런 카톨릭분위기가 지금보다 훨씬 사람들의 일상을 지배했으리라고 봐요. 살아있는 정신이라면 그냥 모른채 살아갈 수 없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화가 났을 거예요. 화를 내야 하구요.

hnine 2015-10-26 08:57   좋아요 1 | URL
저도 말씀하신 그 부분에 밑줄을 그었네요. <죽음을 설교하는 자에 대하여> 라는 부분이요.
이 책을 제가 20대, 더 말랑말랑한 가슴과 머리를 가졌을 때 읽었더라면 어땠을까 생각을 했답니다. 그때 안읽고 지금에야 읽은 것이 차라리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건 저도 결국 사자보다는 낙타의 삶을 살고 있고 낙타의 삶을 지향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은 니체를 알고 싶다고 해서 이 책부터 읽는 것은 무리라고, 상징과 비유가 넘쳐나서 읽는 사람을 좌절시키는 이 책보다는 다른 책부터 읽고 오히려 마지막으로 차라투스트라를 읽는 것이 낫다고도 하던데, 우리는 니체의 대표작 하면 이 책부터 떠올리니까요.
다 읽었으되 다 읽었다고 말하기 어려운, 또 그렇게 말하고 싶지도 않은 책이네요.
어제 어머니께 다녀오셨으니 지금도 마음이 아직 무거우시겠어요. 더구나 그렇게 무거운 분위기의 미사였다면 말입니다. 바로 전에 읽은 <살아야하는 이유>라는 책으로 다시 생각이 흘러들어가는, 저도 월요일 아침부터 진지, 심각 모드입니다.

stella.K 2015-10-26 10: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니체 붐입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관심 밖이었는데...
사람들이 니체를 읽으려 하는 풍조는 뭘까요?
어쨌거나 이 어려운 책을 정리를 참 잘 하셨네요. 또한 완독을 축하드립니다.

근데 조기 말미에 1990년이 아니라 1890년이겠죠?^^

hnine 2015-10-26 13:42   좋아요 1 | URL
요즘 니체 붐인가요? 워낙 유명한 철학자라서 니체와 그의 저서들은 늘 스테디 셀러로 읽히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특히 더 그런가보군요. 얼마전에 oren님께서 이 책을 아주 자세히 정독하시고 몇 차례에 걸쳐 리뷰 올리신 게 기억나네요. 전 그렇게 꼼꼼히 읽지 못했어요 워낙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아서요. 하지만 이해가 잘 안될걸 예상하고 욕심을 버리고 읽어서 그런지 오히려 읽을만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
말씀해주셔서 오자 고쳤습니다. 감사드려요.
니체를 비롯해서 저 책에 관한 동영상 강의자료가 무척 많이 인터넷에 올라와있는데 저 책 다 읽기 전엔 일부러 자제하고 있다가 리뷰까지 올리고 나서 오늘 오전엔 그거 몇개 찾아보다보니 시간이 훌쩍 가더군요. 읽고나서 들으니 머리에 잘 들어오고요. 요즘은 정말 knowhow가 아니라 knowehere 시대라는 것이 맞는 것 같아요. 자료는 어디나 넘쳐나니까요.

서니데이 2015-10-26 21: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긴 글은 서재로 와서 읽는 것이 더 좋은 것 같아요. 강조하신 부분도 읽을 수 있고요.
위의 분 말씀대로 요즘 사이토 다카시의 책을 비롯해서 니체의 책을 많이 읽는 모양이네요.
hnine님, 편안하고 좋은 하루 되세요.

hnine 2015-10-27 13:56   좋아요 1 | URL
아, 서니데이님은 주로 북플을 이용하시나봐요? 읽으면서 조금씩 메모를 해놓거나 밑줄을 그어놓았더니 다 읽고 리뷰쓰려니 괜히 길어졌네요.
니체의 다른 저서들도 한번 읽어보고 싶은데, 혹자는 그러더군요. 이 책을 가장 나중에 읽어야한다고요. 우리 나라에서 워낙 니체 하면 이 책이 대표작으로 알려져있어서 이해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이 책부터 시작한다고 하는데 다른 책들도 그리 쉬울것 같지는 않아요.

서니데이 2015-10-27 15:38   좋아요 1 | URL
시간에 따라서 서재에서 볼 때도 있고, 북플에서 볼 때도 있어요.
서재 화면에서는 내용 중에서 인용이나 색상의 표시 등을 읽을 수도 있고, 또한 긴 글은 서재 화면이 좋더라구요.

페크pek0501 2015-10-28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 쓰기 어려운 책을 잘 쓰셨네요. 잘 읽고 갑니다. 다시 책을 들춰 보게 만듭니다. ^^

hnine 2015-10-28 14:43   좋아요 0 | URL
오래 걸려 읽고, 리뷰 쓰면서 또 한번 들춰 보고, 댓글 달아주신 것 읽으면서 또 들춰보고 하느라, 책은 다 읽었지만 아직도 책꽂이에 가져다놓지 못하고 책상 위에 두고 있습니다. 또 어느 분이 리뷰 올리신 것을 보면 pek님께서 그러셨듯이 저도 또 들춰보게 되겠지요? ^^
 
살아야 하는 이유 - 불안과 좌절을 넘어서는 생각의 힘
강상중 지음, 송태욱 옮김 / 사계절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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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게임화된 자본주의 발전의 앞날에 등장할 인간 유형으로 베버가 제시한 것

- 문화발전의 마지막 단계에 나타나는 '최후의 인간 (마지막 단계의 인간)'이라 부르고, 이 최후의 인간에 대해 정신 없는 전문인, 가슴 없는 향락인,무(無)인 존재는 일찍이 인간성이 도달해 본 적이 없는 단계에까지 이미 올랐다고 우쭐해할 것이라고 말했다. (33,34쪽)

 

2. 즐거운 일을 상상하면 된다는 식의 일종의 상상력이라는 아편을 투여하는 식의 행복론을 이젠 그냥 내버려둘 수는 없게 되었다. 오히려 고뇌나 수고에 눈을 돌리고 그 의미에 대해 더욱 깊이 파고들어야 비로소 새로운 행복의 형태가 보일거라고 생각한다. (43쪽)

이 책의 의의,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를 생각하는 의의를 여기 이 구절에서 찾는다.

 

3. 자기 의식의 결과는 신경쇠약을 낳는다. 신경쇠약은 20세기가 공유하는 병인지, 학문 등 모든 방면의 사물이 진보하면 동시에 이 진보를 이루지 못한 인간은 한 걸음 한 걸음 퇴락하고 쇠약해진다. (49쪽)

소세키의 메모. 그는1900년 영국에 유학했을 때, 인지, 학문 등 모든 방면의 사물이 진보하면, 즉 인간의 지성이 진보하면 할수록 인간은 쇠약해져 멸망에 이르는 길을 걷게 된다는 아이러니를 깨닫고 고뇌한다. 그럼에도 생각을 멈출 수 없는 심정을 토로한 글이다.

 

4. 자유의 쓸쓸함

근대 이전까지만 해도 자연이나 산이라는 실체를 반영하고 있다고 생각되었던 질서를 관습적으로 따르기만 하면 좋든 나쁘든 인생을 끝까지 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근대 이후의 사람들은 나는 어떤 사람인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살고 있는가, 하는 자아와 관련된 것들을 일일이 스스로 생각하고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안되게 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인간의 자의식이 한없이 비대해져 간 것이다. 근대라는 시대의 각인이 찍힌 인간은 고민하는 인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호모 파티엔스 (고민하는 인간). (51, 55쪽)

 

5. 다섯가지 고민거리-돈, 사랑, 가족, 자아의 돌출, 세계에 대한 절망

소세키-사회의 최소 단위 공동체인 가정'사회 최소 단위 아수라장'으로 파악. 상당히 선구적.

 

6. 익명의 군중

대중-공동체의 성원이 아니라 이름도 없고 얼굴도 없는, 서로 아무런 관계도 없는 익명의 개인들 무리. 이 무리가 힘을 갖는 특이한 현상이 사회현상으로 나타났다. (81쪽)

공동체 vs. 대중

 

7. 진짜 자기를 찾는 일의 양면성

진짜 - authenticity

자신의 진가 (자기다움)를 발휘할 수 있는 특별한 뭔가를 발견하고, 그것에 집중하는 일이 중요하다고 한다.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보다 '자신의 세계'에서 자기답게 사는 것이 훨씬 멋지다는 것. 말하자면 '베스트 원'보다 '온리 원'의 생활 태도인 것이다.

그런데, '진짜 자기를 찾아라' 이것이 때로는 강박관념이 되어 사람을 몰아붙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진정한 내가 아니다', '좀 더 빛나는 진짜 내가 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고통스럽게 뒹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진짜 찾기의 공과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온리 원'이 될 수 없는 나는 살아갈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경우까지 있는 것을 보면 진짜 찾기는 신경을 몹시 피곤하게 하는 일, 절대로 손이 닿지 않는 목표를 저편에 세워 놓고 영원히 그것을 향해 노력하는 '불행한 의식'에 가까운 것인지도 모른다. 소비사회에서, 진짜 찾기 바람이 소비자 단계에 가장 가까운 위치에서 대중화한 것이 '패션'이다. (92, 93쪽)

 

8. 진짜 찾기의 대장 소세키

진짜 찾기의 대장 소세키는 막상 '진짜 자기를 찾아라'라고 하지 않고 반대로 '자신을 잊어라'라고 말한다.

진짜 자기 찾기에 관심있는 사람들, 즉 소세키, 알랭 보통, 버트런드 러셀은 자기를 찾으라는 말을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대신 자기에게만 흥미를 갖지는 말라고 했다. '자기를 찾아라'라고 외치며 우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바로 자본주의이다. (105-107쪽)

 

9. 개인적 공명 (personal resonance)

가족이나 생태 환경, 나아가 폴리스라는 공적 전통이 무너지거나 일소되어 버릴 때 결정적으로 중요한 인간적 선(善). 이것을 우리가 다시 활력이 넘치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개인적 공명이라는 새로운 언어가 필요해진다.

흩어진 개인이 새로운 차원의 신뢰 관계를 구축하기 위한 공통 언어.

 

10. 슈마허 '작은 것이 아름답다' (1973년 출판)

최소한의 자원과 중소 규모의 기술로 파탄없이 지속 가능한 생산 활동을 해나가자고 주장. 당시에는 전 세계가 앞다투어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더 크게를 목표로 하고 있었는데도 그는 일찌감치 그 반대로 가야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11. 과거를 소중히 하는 삶

우리는 보통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고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소극적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기 때문에 앞쪽으로만 시선을 향하고 마는 것인데, 인간에게 정말 귀중한 것은 사실 미래가 아니라 과거가 아닐까. 과거의 축적만이 그 사람의 인생이고 이에 비해 미래라는 것은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은 제로 상태이다. 미래는 어디까지나 아직 없는 것이고 無일수 밖에 없지만 과거는 신도 바꿀 수 없을 만큼 확실한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내 인생'이란 '내 과거'이니, '나는 과거로소이다' 라고 해도 좋다.

미래로, 미래로, 우리가 앞쪽으로만 시선을 향하고 싶어지는 것 또한 시장경제의 특성과 무척 잘 어울린다. 시장경제에서는 소비의 신진대사를 가속하기 위해 철저하게 미래만을 문제 삼기 때문이다. (169쪽)

 

12. 직접 접근형 사회

얼굴도 없고 이름도 없는 불특정 다수의 개인이 마치 원자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지 않고 뿔뿔이 흩어져 군중의 한 사람으로 살고, 아무런 매개도 필요로 하지 않으며 직접 목표와 이어진 세계 (171쪽)

 

13. 인간의 세 가지 가치 (프랑클)

창조, 경험, 태도

이 중 가장 가치가 높은 것은, 태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예시.

인생이란, "인생 쪽에서 던져오는 다양한 물음에 대해 내가 하나하나 답해 가는 것".

인생이 물어오는 것에 대해 계속 대답해 간 사람만이 가혹한 시련을 극복하고 살아남았으며 반대로 도중에 대답하는 것을 그만둔 많은 사람들은 삶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대답한다는 것은 응답하는 것이고 결단하는 것이며 책임을 지는 것이기도 한다. 책임으로 번역되는 responsibility는 응답을 의미하는 response에서 파생한 말이다.

인생의 물음 하나하나에 정확히 '예'라고 대답해가는 것은 결코 낙천적인 선택이 아니라 대단히 무거운 결단이다.

 

14. 과거 낙관론이나 행복론의 한계 

낙관론은 힘으로 통하고 비관론은 허약으로 통한다. 이제 그런 낙관론이나 생복론의 한계가 분명해졌다.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낙관적 인생론이나 행복론을 체로 쳐서 비관론을 받아들이고 죽음이나 불행, 슬픔이나 고통, 비참한 사건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인생을 마음껏 살아가는 길을 보여 주는 것이었다. 이는 바로 "인간이 덧없이 죽을 운명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어디까지나 겸허히 인간적인 것을 긍정한다"는 것이다. 비극적 휴머니즘 (194쪽)

 

 

미래, 희망, 행복론, 낙관주의의 배경과 양면성을 알게 되다. 비관론이 그 틈을 벌리는 것이 아니라 틈을 메꿔주고 완결시켜 줄 가능성이 있음을 발견하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찾아가는 과정, 그 물음을 피하거나 덮지 않고 성실하게 대답해가는 과정, 무겁고 진지할 수 밖에 없는, 그래서 많은 경우 신경쇠약에 빠지기도 하는 그 과정이 곧 살아가는 일이라고, 그렇게 결론을 내려도 될까? 이 또한 되풀이되는 물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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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책 읽는 시간 - 무엇으로도 위로받지 못할 때
니나 상코비치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3월
평점 :
절판


내가 책을 고르게 되는 경로는, 나 스스로 책 소개글을 보고 결정할 때도 있지만 책 소개글로는 별로 끌리지 않았던 책을 나중에 어떤 분의 와닿는 리뷰를 보고 읽기로 결정할 때도 있다. 이 책도 그런 경우이다. 친언니를 암으로 하늘나라로 보낸 후 상심한 저자가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달랜다는 내용이 어찌 보면 새로울 게 없을 수도 있으나 아마 나 개인적인 상황도 한 몫 거들었을지 모른다. 46세 생일을 1일째로 시작하여, 하루 한권씩 읽고 리뷰 올리기. 이것이 저자가 다른 사람과 좀 달랐던 점이라면 다른 점이라고 하겠다. 하버드 로스쿨 출신이라는 저자의 약력도 약력이지만 이 책을 읽다보면 저자의 분명하고 명쾌한 성격이 드러난다. 슬픔. 희열, 그 어떤 감정이든 휘둘리지 않고 결국은 극복해낼 것 같은 성격이랄까. 책을 읽은 취향을 봐도 그렇다. 어려운 책만 읽은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가벼운 책들만 읽은 것도 아니고 적절한 균형을 이루려고 저자 스스로 의도하였고 하루에 한권이라는 목표를 위해 너무 두꺼운 책은 피했다고 한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과 더 진지한 책이 균형을 맞추었고, 최신작 소설이 추리소설의 긴장감의 속도를 조절했으며, 중년이나 생애가 끝날 때에 대한 성찰이 더 젊은 독자들을 위한 문학작품과 조화를 이루었고, 괴기물과 누아르가 회고록과 해설서들을 상쇄했다. 단편소설과 장편소설을 읽었고, 개인적인 글과 과학공상소설을 읽었다. 그 모든 것이 재미있었다. (262쪽)

그 모든 것이 재미있을 수도 있나보다. 모든 것이 재미있다는 것은 특별히 좋아하는 분야가 없다는 의미? 이런 심술맞은 생각도 해보며.

 

책 취향은 곧 그 사람의 성격을 반영하는가? 물론 그렇다고 생각한다. 여기 알라딘 서재에서도 나와 책 취향이 비슷한 분들이 있는가 하면 나와 매우 다른 분도 있다. 하지만 내 경우 그것으로 사람을 가리지는 않는다. 취향이 비슷한 분은 비슷해서 반갑고 다른 분은 오히려 더 관심을 갖고 대하게 된다. 나와 다르니까.

저자의 경우 하루에 책 한권을 읽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는 것을 알고 주위에서 이 책 읽어보라는 권유를 많이 받게 되었고, 권유받은 책이 마음에 들때도 있지만 어떤 때는 전혀 저자의 취향이 아닐 때 그것때문에 친구와 사이가 멀어지는 계기가 된 경험을 얘기한다. 충분히 이해가 되는 상황이다.

책 취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등을 돌릴 것까진 없지만 그것이 곧 성격의 다름을 어느 정도 반영한다는 것은 사실이다. 받아들여야 한다. (131쪽)

저자 성격이 여기서도 드러난다. 명쾌하고 분명한 성격.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 모임에서든지 책에 관한 이야기를 하길 좋아한다. 이것에 대해 일침을 주는 구절이 있어 옮겨본다.

친구들을 만날 때마다 하루에 책 한 권 프로젝트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고 무척 애를 썼지만 이미 알고 있었다. 만찬 자리에서 책에 대해 장광설을 풀어놓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았다. 불쌍하게도 그 자리를 모면할 길이 없어진 상대방을 앞에 두고 대화를 독점하거나 책에 대한 강연장으로 만들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는 말이다. (133쪽)

영국에는 골프맨 에티켓이 있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 그룹 중 한사람이라도 골프에 대해서 모르는 사람이 있다면 골프를 화제로 올리지 않는 예의를 뜻한다고 한다.

 

하루에 한권씩 책을 읽고 리뷰를 쓰는 1년을 보낸 후 저자는 어떤 결론을 얻었을까. 다음 구절에서 나는 그 실마리를 찾는다.

내가 겪었던 사건들이 내 삶의 윤곽을 설정해주었다. 여름날 밤 앞마당 잔디밭에서 하던 피구, 부모님과 떠났던 여행, 언니 덕분에 엉뚱한 버스에서 내렸던 일, 경찰차를 들이받은 일, 사랑에 빠진 모든 시간들, 아이들의 출생, 언니의 죽음 등. 하지만 내 삶의 의미는 결국은 내가 그런 기쁨과 슬픔에 어떻게 반응하는가, 연대와 경험의 빗장을 어떻게 만드는가, 또 제각기 다양한 구불구불한 존재의 길을 가는 동안 어떻게 손을 뻗어 사람들을 돕는가에 따라 결정된다. (277쪽)

이어서 그녀는 말한다. 내게 있어 독서의 한해는 요양원에서 보낸 한 해였다고. 건강하지 못한 분노와 슬픔의 공기에서 격리되어 지낸 1년이었다고.

 

살아가는 동안 슬픔과 상처의 경험을 피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럴 때 책이든, 또는 다른 무엇이든, 자기를 치유하는 방법을 써서 그것으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의지가 필요하다. 다른 사람에게 의지해서 회복할 생각말고 스스로.

 

원제의 제목이 번역본보다 더 맘에 드는데 나만 그런가? <Tolstoy and the purple chair>

 

 

사실 이 책을 읽은 지는 꽤 되었는데 리뷰 올리기를 미루고 있는 중 오늘 저자의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접했다. <혼자 편지 쓰는 시간> 이라는 제목. 이것도 참신한 기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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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5-10-13 15: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131쪽 저도 꽂혔던 내용여요!!!
이런 류의 책에 관한 책을 좋아하는 성향이 제 속 어딘가 있는 것 같아요~
혼자 편지 쓰는 시간도 많이 끌리네요~

hnine 2015-10-13 21:31   좋아요 1 | URL
나와 다른 취향이나 의견을 존중한다면 등 돌릴 일 까지야 없겠지요. 막상 내 취향과 비슷하다고 생각하고 선택한 일 (혹은 사람 ^^)도 겪어보니 완전 그게 아닌 경우도 경험하잖아요?
<혼자 편지 쓰는 시간>도 원제를 그대로 번역하지 않고 전작인 <혼자 책 읽는 시간>과 비슷하게 붙인 것이 재미있어요. 저는 위의 책에서 소개되었던 톨스토이의 <위조 쿠폰>은 꼭 읽어보려고요.

[그장소] 2015-10-13 16: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네요..만족스러운 리뷰입니다.
저는 생각이 많아서 이런 리뷰가 안되는데
그래서 읽을 뿐. ^^
고작 짧게 쓰는 것으로 대신할 뿐인데..
정말..절로..딱 맘에드는 후식까지 끝낸 기분..
후련하달까...이런 감정의 충실함..이 감사..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고맙습니다.
순간 눈물이 핑 돌았어요.
아..진짜..울면 안되는데....

hnine 2015-10-13 21:35   좋아요 1 | URL
그장소님과 제가 이 책 읽고 난 후 감정 코드가 맞았나봐요. 보잘것 없는 리뷰이지만 마음을 후련하게 해드렸다니 저로서는 영광입니다.
짧게 쓰는 느낌이 저는 더 어렵던데요. 저는 짧게 요약하는 재주가 없으니 글이 길어져요.
그장소님도 아마 저자 만큼 책을 많이 읽고 있지 않으신가요?

[그장소] 2015-10-13 21:45   좋아요 0 | URL
양 보다 질..^^ 생각하게 하잖아요.
아무래도!

살리미 2015-10-13 20: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도서관에서 본 기억이 나는데... 그 때 읽어볼 걸 그랬어요. 저자는 46살의 나이를 온전히 책과 함께 보냈군요. 하루 한권이라니 정말 대단하네요. 요양원에서 보낸 한 해! 저도 책이 그런 위로를 준 경험이 있어서 저자의 느낌을 공유해보고 싶어집니다.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hnine 2015-10-13 21:40   좋아요 1 | URL
아이가 넷이나 되는 엄마이면서 하루에 한권씩 책 읽기를 1년 동안 했다는게 대단하지요. 그만큼 절실하기도 했을 것이고 또 저자의 결단력과 추진력도 필요했을 거예요.
책은 가끔 요양원도 되어주고 마중물도 되어 주고 도피처도 되어주고 멘토가 되어주기도 하고요.
혹시 도서관에서 또 보시거든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책 뒤에 저자가 읽은 책 목록이 나오는데 제가 모르는 책이 더 많더군요 ㅠㅠ

해피북 2015-10-14 1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왓. 이 저자의 신간이 나왔군요~^^ 기다리고 있던 참이라 좋은 소식입니다 ㅎ

hnine 2015-10-14 14:02   좋아요 0 | URL
후속작을 기다리고 계셨군요. 하루에 책 한권씩 1년을 읽었는데 이 책 한권만 내고 끝낼수야 없겠지요 ^^ 더구나 요양과 치유를 경험한 후이니 또다른 성찰이 담긴 책이 아닐까 싶어요.

프레이야 2015-10-16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편지 쓰는 시간, 표지 이쁘네요. 책 담아갑니다 나인님 가을하늘이 너무 좋은 계절이에요

hnine 2015-10-17 08:37   좋아요 0 | URL
표지가 동양적이지요? 시집 같기도 하고요.
책 읽으면서 늘 하는 저의 작가 탐구에 의하면 (^^) 저자는 두뇌 명석, 똑부러진 성격 같아요. 저랑 완전 반대 ㅠㅠ
<혼자 편지 쓰는 시간>도 야물딱진 내용일 것으로 예상되네요.
 
악당은 아니지만 지구정복 - 350만원 들고 떠난 141일간의 고군분투 여행기
안시내 지음 / 처음북스 / 201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외국 젊은이들에게는 그리 드문 얘기가 아니지만 아직도 우리 나라엔 흔치 않으니 이렇게 책으로도 나오고 나 같은 사람이 구입해서 읽기도 하는 거다. 스물 두살 대학생 ('그것도 여자대학생'이라고 하면 더 특수한 예가 되려나?)이 온갖 아르바이트를 다 하여 돈을 모아 140여일 동안 대여섯 나라를 여행하면서 쓴 여행기록이다.

스물 두살이면 여행에 대한 호기심, 의욕이 한창일 나이이고, 대학생쯤 되었으면 자기 여행 비용을 자기가 아르바이트 하여 마련하는 것은 당연할 수 있는 얘기인데, 대학생은 고사하고 결혼하여 자기 가정을 꾸리고 살면서도 부모에게 의지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우리 나라의 경우엔 이 당찬 여대생의 경우는 충분히 특별한 예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배경이 그런만큼 이 여행기도 그만큼 알차고 당차고 개성있는 내용일거라 기대하며 읽기 시작했다.

여행한 나라와 도시는, 인도 (함피, 우다이푸르, 조드푸르, 맥그로드 간즈, 바라나시, 푸리), 모로코 (사하라 사막, 페즈, 쉐프사우엔), 스페인 (바르셀로나), 프랑스 (파리), 이탈리아 (트레비소, 베네치아), 이집트 (카이로, 룩소르, 다합) 등이다. 그런데 이게 명확하게 기술되어 있지 않아서 읽는 도중, '어, 언제 이곳으로 이동했지? 언제 프랑스에서 이탈리아로 넘어간거야?' 이러기를 수차례. 앞의 목차에도 나오지 않은 곳이, 그냥 몇줄 Ctrl-V 한 것처럼 삽입되어 있는 부분들 때문에 지금 리뷰를 쓰면서도 다시 되짚어 확인해봐야했다.

이뿐 아니라, 여행기라기 보다는 여행지에서 만난 사람들과의 에피소드가 더 비중이 크다는 생각이 들었고, 개연성없이 마구 튀어나오는 개인사 회상, 시간순서와 거꾸로 기술되어 있는 곳, 등등.

몇년 동안 별러서 한 여행이었다면서 어찌 책을 이렇게 허술하게 내게 되었을까, 아쉬움이 컸다. 여행기간 동안 SNS에 틈틈이 여행기와 정보를 올리며 외로움을 달랬다고 하는데, SNS에 올렸던 글이 바로 책이 되는 것은 아닐텐데 좀 더 다듬고 구성에 신경써서 책으로 냈어야 하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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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5-10-11 07: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순히 여대생들이 자극 받아 떠나고 싶게 하는 책으로 만족해야할까요?

hnine 2015-10-11 14:52   좋아요 0 | URL
저자는 나름 계획도 오래 세우고 저예산으로 알뜰하게 여행을 다녀오느라 할 얘기가 더 다양하고 많았을것 같은데 단지 이 책을 너무 성의 없게 만들었다는게 아쉬웠지요. 출판사 책임도 한 몫 하는 듯 싶고요.

해피북 2015-10-11 09: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저는 요즘 `여행`이란 이름이 붙는 책들은 잘살펴보고 구입하고 있어요. 이 책이 내가 생각하는 여행기(록)인지 아니면 여행담(여행하며 좋았던 일, 사람,장소에 관한 이야기 예로 `헤세에게 가는 길`)을 이야기하는것인지 아니면 언어적 유희(사람과 사람사이의 여행 이나, 그림자여행 같은)로 일상의 여행을 뜻하는지를 보게되는거 같은데 출판사에서 이 부분을 정확히 명시해줘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책들 살펴보면 그러지못한 책이 많아 아쉽더라구요 ㅎ

hnine 2015-10-11 14:57   좋아요 0 | URL
이 책의 저자를 보면 제가 위에도 썼지만 아주 당차고 똘똘한 여대생 같은데 이 책을 너무 급하게, 성의 없이 만든 것 같아 그게 아쉬웠어요. 말씀하신 기준에 의하면 여행기인지 여행담인지 그 구분도 모호해서 일관성도 없고요. 책 한권 급하게 만들어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네요. 책 소개글 보니까 지금은 아프리카 여행중이라네요. 또 책을 낸다면 그 책은 이 책보더 좀 더 잘 꿰어진 구슬이기를 바란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