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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2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5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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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선입견도 없고 줄거리도 모르는 상태에서 1권을 읽을 때보다 지금 더 오리무중이다.

알로샤가 수도중인 수도원의 조시마 장로가 죽음을 앞두고 있는 상태에서 1권이 끝났는데, 2권 시작하자마자 조시마 장로가 들려주었다는 얘기를 알로샤가 정리했다는 글이 자그마치100쪽에 걸쳐 진행된다. 조시마 장로가 옛날에 겪었다는 이 얘기들이 이 소설의 주제에 그렇게 중요하고 비중이 있는 것인지, 어떤 중요한 메시지를 가지고 있는 것인지. 본문에도 나왔듯이 온전하지 않고 파편적인 (98쪽) 이 내용은 2권을 다 읽도록 이 소설 자체가 내게는 결국 이렇게 파편적이고 온전하지 않은 채로 밖에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인가 의구심도 들기 시작했다.

살아있는 동안 신앙심 깊고 사람들의 존경을 받아 마지 않던 조시마 장로가 죽은 뒤 시체에서 썩는 냄새가 나고 안나고의 문제를 가지고 신의 존재, 신격화에 대한 소재로 쓰기엔 너무하지 않은가.

미모가 뛰어나다는 것 외에 다른 어떤 매력이 있는지, 3권을 읽기 시작한 지금도 아직 접수가 안되는 여자, 그루셴카. 재산도 재산이지만 결국 이 여자에 대한 쟁탈전과 질투가 이 소설의 중심이 되는 사건이랄 수 있는 살인의 동기를 제공했다는것 맞나? 정말?

2권의 마지막 9편 <예심>에서, 살인자로 지목된 드미트리가 검사의 심문에 대해 우왕좌왕 하면서도 자기의 심경을 토로하는 부분에서는 마치 눈 앞에서 연극을 보고 있는 듯 생생한 느낌으로 몰입해서 읽었다. '이제 재미있으려고 해!' 이러면서.

그런데, 이 리뷰를 쓰면서 보니 지금까지 읽으면서 유일하게 밑줄 그은 부분이 있는데, 앞에서 말한 그 조시마 장로가 남긴 말을 글로 옮겼다는 그 오리무중 내용중에 있다.

지옥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고통이다. (95쪽)

지옥이란,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것에 대한 고통.

더 이상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고통.

의미심장하다.

3권의 100쪽 좀 넘게 읽고 있는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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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6-02-03 18: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읽어야지 읽어야지 하면서 여즉 못 읽었어요. 3권의 100쪽을 넘게 읽으셨다니, 부러워요!!@_@;

hnine 2016-02-03 20:22   좋아요 0 | URL
저도 큰맘 먹고 읽기 시작했는데 아직은 이 유명한 소설 속의 보석을 못찾은 것 같아서 아쉽네요. 하지만 아직 600쪽에 달하는 3권이 남아있으니까요.
moonnight님도 이 책이 읽어야지읽어야지 리스트에 있는 책 중 하나이군요 ^^ 저도 그랬어요. 그래서 큰맘 먹는데 자그마치 50년의 세월이 걸렸나봐요 ㅋㅋ. moonnight님은 아마 저보다는 덜 걸리겠지요.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54
표도르 도스토옙스키 지음, 김연경 옮김 / 민음사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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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1, 2, 3 권중 1권 읽기를 마쳤다.

대강이라도 어떤 내용인지 거의 모르는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다. 이 작품이 다른 작가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만 들어서 알고 있을 뿐.

과연 도스트예프스키는 일생의 마지막 작품인 이 소설 속에서 무엇을 말하고 있을까. 그가 작품을 통해 들려주는 삶에 대한 그 비밀의 메시지를 내가 찾아낼 수 있을까? 오랜 문학 작품을 읽기로 할때는 늘 이런 기대로 설레게 한다.

<죄와 벌>, 아주 오래 전에 읽었고, <가난한 사람들>, 고등학생때 읽었는데 처음엔 그저 두 연인의 편지 주고 받기 내용으로 보여 시시하다 생각했다가 다 읽을 즈음엔 푹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고, 최근에 읽은 건 <지하로부터의 수기>, 이 작품을 읽으면서 재미가 있고 없음을 떠나 그 독특한 내용과 전개 방식에 도스트예프스키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지게 된 것 같다.

의사의 둘째 아들로 태어났고 나중엔 사형 선고까지 받았지만 극적으로 구제되어 유형을 떠났던 사람. 간질과 가난에 시달리면서 작품을 써야했던 사람.

1권을 읽고난 후 소감을 남기기로 했다. 이 느낌이 3권 읽고 난 후에도 변하지 않고 계속 될지, 아니면 앞으로 남은 분량이 적지 않은 만큼 크게 달라질지 그것을 보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서이다. 우선, 거의 600쪽에 달하는 분량을 읽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이야기가 전개될지 잘 모르겠다. 이 작품의 분위기에 대해서도 아직 뭐라고 얘기할 단계가 아닌 듯하다. 다만 분명한 느낌은, 사회적인 문제, 철학적 문제, 심리적 문제 등 그 어떤 문제보다 작가는 신과 종교의 문제에 대해 집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수도사가 되고 싶어하는 막내 아들 알렉세이 카라마조프의 대사를 통해서는 물론이고, 둘째 아들인 이반을 통해서도, 심지어는 탐욕과 이기적인 인물 아버지 표도르를 통해서도 작가는 끊임없이 신의 뜻에 따라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지배하고 있는지, 신은 누구의 편을 들어주고자 하는지, 작가 스스로 묻고 대답하고 또 묻고 대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것에 대해 말하고 있는 알렉세이는 알렉세이를 가장한 도스트예프스키였고 그것에 대해 반론을 펼치는 이반 역시 이반을 가장한 도스트예프스키였다. 어릴 때 버림받고 불안한 삶을 살아가는 장남 드미트리에서도, 방탕한 삶을 살아오며 끊임없이 욕심을 채우고자 하는 아버지의 삶에서도 도스트예프스키의, 그리고 우리 인간의 한 단면을 본다. 글 한줄 한줄에서 작가의 재능이 아니라 그의 고뇌가 읽힌다. 아버지 표도르의 사생아로 나오는 스메르쟈코프는 육체도 정신도 모자란 사람처럼 그려지고 있지만 과연 그는 끝까지 모자란 사람일까?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화자는 누구인지 모르겠다. 작가 자신인지, 아니면 아직 등장하지 않은 제3의 인물인지.

2권으로 넘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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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6-01-17 12: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제 기억에도 굉장한 작품으로 남아 있어요!♥

hnine 2016-01-17 15:14   좋아요 0 | URL
저는 과연 다 읽은 후 어떤 감상을 느낄지 모르겠어요. 굉장한 작품으로 남아있다고 하시니 더 궁금해집니다.
아직 2,3권을 남겨놓고 있는 저를 위해 말씀을 아끼신 것으로 생각되기도 하고요.
2권 읽고 나서도 또 짤막한 감상을 남기려고 해요.

oren 2016-01-17 1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소설을 읽느라 숱한 밤을 지샜던 기억이 나네요. 고등학교 졸업을 얼마 앞두고 꽤나 순진무구한(?) 상태에서 읽었던 터라 `인간과 세상이 참으로 어둡고도 비극적인 측면이 많구나` 싶은 생각이 절실히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누구 말대로 `지옥으로 내려가는` 느낌마저 들 때도 있더라구요...
* * *
도스토옙스키의 생애와 작품은 서로 조응한다. 고통, 폭력, 정서적 위기, 과도한 행동이 생애와 작품에서 똑 같이 등장한다. 그의 장편소설들에서 발견되는 저 강력한 성실성은 저자의 생애를 평생 어둡게 만들었던 불안감에서 흘러나오는 것이다. 독자는 이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도스토옙스키를 읽는다는 것은 곧 지옥으로 내려가는 일이다.

그 소설들은 니체와 프로이트의 사상을 예고했다. 토마스 만, 카뮈, 포크너 같은 러시아 이외 지역의 작가들에게 영향을 주었다. 레닌, 스탈린, 히틀러 등을 연상케 하는 테러 이론과 실천을 극화했다. 도스토옙스키는 20세기가 어떤 일을 당하게 될 것인지 미리 알고 있었던 듯하다. 바로 이런 비극적 인식이 그의 소설에서 매혹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이 기이한 인물을 정확히 묘사하기는 참으로 어렵다. 그의 중심 주제는 신이었다. 신에 대한 탐구, 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는 시도가 그의 스토리의 핵심 요소이다.
- 《평생독서계획》중에서

hnine 2016-01-17 15:19   좋아요 1 | URL
고등학교 졸업을 앞두고 읽으셨으면 일찍 이 작품과 맞대면 하셨군요!
신에 대한 탐구, 신의 존재 증명이 그의 스토리의 핵심 요소였다는 인용해주신 글을 보니 제가 잘못된 방향으로 작품을 보고 있는 건 아니라 안심이 되기도 하네요.
지옥으로 내려가는 느낌...까지 제가 온전히 느낄 수 있을지. 저도 늦게나마 이 작품과 맞대면 해보려고요.

페크pek0501 2016-01-17 15: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권 읽기를 마치신 것 축하드립니다. 저는 이 책, 포기했어요.
<죄와 벌>과 <지하로부터의 수기>는 흥미롭게 읽었고, 앞으로 그의 단편소설을 읽을 생각이랍니다.
방대한 분량엔 이젠 자신이 없군요.

hnine 2016-01-17 17:35   좋아요 0 | URL
읽을 책이 여기 저기 산재해있는데, 읽고 싶은 책부터 읽어도 되지요 뭐, 어디까지나 그냥 순서에서 밀린 것 뿐^^ 자신없으시다니, 저도 읽는걸요.
저도 계획하고 읽기 시작했다기보다 어쩌다가 손이 가서 읽기 시작했답니다. 단편 소설에서 주제와 의미를 찾을 때 전 사실 더 짜릿하더라고요.

nama 2016-01-17 20: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련한 백수시절인 80년대 중반, 세로로 된 책을 읽었지요. 거의 식음을 전폐하다시피 했어요. 가슴을 묵직하게 울렸던 기억만이 가물가물 합니다. 대작을 읽고나면 인생에 좀 도움이 될까, 하면서 읽었던 것 같아요.

hnine 2016-01-18 06:36   좋아요 0 | URL
세월이 참 빨리 가지요? 그럴 때가 있었는데 벌써 삼십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으니까요.
신의 존재나 의미에 대해서 그렇게 심각하게 고민해본 적이 없는 저로서는 도스트예프스키의 고뇌와 탐구에 완전히 푹 빠져들진 못하며 읽고 있어요. 소설 속 인물들이 각기 그들의 개성대로 말하고 행동한다기 보다 모두 작가의 분신으로 움직이고 말하는게 보이는 것 같아서요. 아무튼 계속 읽어가는데 2권은 1권보다는 좀 가볍네요. 480쪽 정도 ^^
 
시인의 교실 벗 교육문고
조향미 지음 / 교육공동체벗 / 201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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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수많은 슬픔 가운데 내 몫의 한 조각 슬픔을 받아들였다"

이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문장인데, 마침 어제 세상을 뜨신 신영복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중 한구절이라고 저자가 인용한 대목이다.

부산에서 십대들에게 문학을 가르치고 있는 교사인 저자는 학생들에게 시를 읽히고 시에 대해 서로 느낌과 생각을 나누는 수업을 해오고 있다. 그렇게 다룬 시와 학생들과 나눈 이야기를 가지고 엮은 책이라고 소개되어 있다.

 

시와 음악과 그림을 자신의 삶 속으로 스며들게 한 사람들은 돈이나 권력이나 명예가 없어도, 주변에 사람들이 많지 않아도 행복하게 자재(自在)할 수 있다. 훨씬 적은 것을 가지고도 훨씬 넉넉하게 살 수 있다. (93쪽)

 

저자 본인이 시를 무척 사랑하는 사람이다.

다음 대목에서 이 책을 쓰게 된 동기를 읽을 수 있다.

나의 경우 시를 읽고 쓰고 가르치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시는 최고의 벗이자 나 자신이었다. 고해인 인생의 큰 복이라 느낀다. 그래서 내가 가르치는 아이들에게도 시의 맛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시험을 치르기 위해서 이해하고 분석하는 데 그치는 시 공부가 아니라 순수하게 시라는 예술의 아름다움에 빠져드는 향유자가 되어 주길 바란다. (94쪽)

 

그래서 학생들과 시를 함께 읽고 생각과 느낌을 나눈 내용이 앞으로 많이 나오겠구나 예상했으나 읽어보니 그보다는 저자의 생각과 느낌이 훨씬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무리였을까? 아이들이 시를 곱씹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할만큼 충분히 생각을 할 수 있게 지도하기란.

시를 사랑하는 저자의 느낌을 싣는 글도 전혀 나쁘지 않다. 하지만 제목과 내용이 꼭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아쉬웠다. 잠깐씩 들어가있는 아이들과 시를 읽고 의견을 나누는 내용에서도 아이들이 그들의 의견을 내놓기 전에 선생님의 느낌과 의견이 제시되고, 이런 것까지 읽어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는 것 같아 아쉬웠다. 잠깐씩 도움이 되는 의견을 던지는 정도라기엔 꽤 강하고 분명하게 본인의 생각을 전달하고 있다는 느낌.

 

책 제목이 책 내용과 약간 엇갈리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책이다.

문학과 예술은 인생의 성찬이라고 저자는 말하는데, 그것은 인생의 성찬이기도 하지만 큰 위로이기도 하다. 살면서 어떤 고비를 넘는걸 도와주는.

교실 속의 아이들이 아직 그것에 깊이 빠져들지 못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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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과 다른 사람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94
세스 노터봄 지음, 지명숙 옮김 / 민음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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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여덟 권의 책들이 기다리고 있는 책꽂이로 가서 나는 하필 이 책을 처음으로 뽑아들었다. 처음 보는 작가이고 책 제목 물론 처음 듣는다. 제목도 무슨 뜻인지 잘 모르겠다. 단지 책 두께가 너무 두껍지 않다는 이유였을까? 이 정도 두께의 책들은 다른 책들도 있었는데.

 

 

 

 

 

열 여섯 살 소년 필립이 1인칭 화자로 나오는 이 작품을 소설이라고 부르기엔 다른 소설들과 너무 뚜렷이 구별된다. 필립은 열살 되던 해 일흔 살 된 알렉산더 삼촌 집을 처음 방문한다. 6년 후 다시 삼촌 집을 방문하는데 이번엔 2년 동안 삼촌과 함께 지내게 된다. 결혼도 하지 않고 큰 집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음악을 듣거나 책을 읽으며 살아가는 삼촌은 필립에게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 주는데 어디까지가 현실이고 어디까지가 허구인지의 그 모호함은 이 삼촌의 이야기부터 이미 시작되고 있던 셈이다. 마침내 필립은 삼촌의 집을 나와 혼자만의 길을 떠나는데, 이 과정에서 만나는 여러 사람들때문에 이 책의 제목 "필립과 다른 사람들" 이 비롯되었다. 우리 말로 옮겨 놓으니, "필립과 그 외의 다른 사람들"이라는 뜻인지, "필립과는 다른 사람들"이라는 뜻인지, 제목만 읽으면 그 뜻이 뚜렷하지 않지만.

뚜렷한 목적이 있는 여행이 아니었다. 필립의 여정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아마도 필립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치나보다 해서, 새로운 사람을 만날때마다 메모까지 하며 읽었는데, 어느 만큼 읽고 나자 내가 잘못 짚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메모를 그만 두었다. 누구를 만났는지는 그닥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아차렸달까. 잉그리트, 재클린, 마반테르, 후작의 어린 딸, 중국인 소녀, 페이, 비비안, 이들은 모두 필립 그 자신의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중국인 소녀를 찾아가는 방랑길이라고는 하지만 필립이 찾고자 한 것은 중국인 소녀라기보다 중국인 소녀로 대변하는 자아 정체성이었던 것이다.

 

청소년이 주인공으로 나오고 무언가를 찾아 길을 떠난다는 구성의 다른 여러 소설들을 떠올려본다. 재미있는, 재미만 있는 소설과 이 작품의 다른 점을 어렴풋하게나마 알 것 같다. 문학적 가치를 위해 스토리텔링에 무엇이 더 들어가야하는지, 문학이라고 말하는 그 범위 속엔 얼마나 다양한 인간의 사고 방식과 사고의 결과가 엉켜 들어가 있는지에 대해서 새삼 깨닫게 된다.

필립은 방랑의 길을 통해 무엇을 배웠을까 결론을 찾고 싶어하는 나의 마무리 지음은 또한 무슨 의미가 있을까. 방랑의 길을 떠난다는 것, 길 위에서 느끼고 생각한 것, 그것이어도 충분하달 수 있을텐데.

아무튼 문제의 중국인 소녀를 만나 짧은 시간을 함께 하면서 필립은 알게 된다. 소녀는 곧 떠날 것이라는 걸.

나는 내가 이 게임에서 패자가 될 거라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알았다. 왜냐하면 내가 그녀를 사랑했기 때문에. (210쪽)

더 사랑하는 사람이 패자가 되는, 사랑이라는 게임.

이어서 중국인 소녀가 필립에게 해주는 말에 밑줄을 그었다.

삶이란 사랑을 위해 마련된 기회라고.

 

이 세상은 지극히 사악하고 절망적이고 비극적이며 파멸 지향적이지만, 바로 그로 말미암아 그토록 경이롭고 연민을 자아내고 그리고 극도로 사랑스럽고 아름답다는 신념을 가질 때에만 비로소 그점을 인지할 수 있게 되리라 믿어. (210쪽)

 

자기를 돌봐주던 유모와 바람이 나서 가출한 아버지가 시내에 집중 투하된 폭탄에 맞아 사망하고, 그 후 재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았던 저자. 나중에 수도원 산하 기숙학교에 보내지지만 적응을 못하고 방탕과 방랑의 시간을 보낸 사람이다. 네덜란드 태생이지만 미국에서 페가수스 상을 수상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책 표지 그림은 에곤 실레의 그림이다. <어떤 소년> 이라는 제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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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12-10 18: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0 19: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stella.K 2015-12-10 1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우, 48권을요? 대단하세요. 앞으로 차곡차곡 읽으시는 거죠?
한 겨울 독에서 김장 김치 꺼내먹는 기분일 것 같아요.
표현이 좀 그런가요? 켁~ㅋㅋ

저도 작가가 처음 듣는다 했는데 `산타아고 가는 길`을 쓴 작가네요.
그책은 검색해봐서 아는데...
h님 이리 쓰시니 관심이 가네요.^^

hnine 2015-12-10 19:37   좋아요 1 | URL
원래 펭귄 클래식 세계문학 시리즈를 모으고 있기에 그걸 사려고 했는데 마침 품절이더라고요.
그래서 민음사에서 나온 것을 봤더니 A, B, C...이렇게 50여권씩 나뉘어 있더군요. 제가 산건 E 시리즈, 48권이랍니다. 제 돈 주고는 못샀고요, 생일선물을 빙자해서 남편으로부터 뜯어냈어요 ㅋㅋ
역시 stella님은 이 작가의 작품을 아시는군요. 맞아요, 산티아고 가는 길을 쓴 작가라는데 작가 자신의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여행과 여행기에 관심이 많았다고해요.

stella.K 2015-12-10 20:02   좋아요 1 | URL
앗, 맞아요. 생일이었군요!
저 보다 조금 뒤에 곧 hnine님 생일이었던 것 같은데...
지났죠? 늦었지만 축하해요.
생일 선물로 대박 선물도 받으시고 부럽습니다.
지금도 행복하시겠어요.^^

hnine 2015-12-10 20:11   좋아요 1 | URL
우헤헤~ 고맙습니다 ^^
나머지 시리즈 A,B,C,D까지 다 사려면 앞으로 네번의 생일을 지내야 한다는...그래도 뭐, 좋아요 ^^

컨디션 2015-12-11 15:00   좋아요 0 | URL
우왕~ hnine 님 생일선물로 책을 받으셨군요. 그것도 이렇게 왕창 ! !ㅎㅎ 남편 분을 얼마나 조르셨는지는 몰라도ㅋㅋ 이런 생일 선물하는 남편, 정말 훈남 그 자체가 아닐까 싶습니당. 정말, 부럽습니당. ^^
말 나온 김에 제 신세를 좀 늘어놓자면, 며칠 전부터 남편 다리-종아리부위-를 하루 십오분 마사지 서비스(?)에 들어갔는데 하루 일당 1000원씩 해서 한달이면 3만원이니까, 그걸로 맘껏(??) 책 사보래요. 치사하게 그 한도 내에서만요. 제가 이런 남자랑 삽니다요.ㅠㅠ 근데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보면 불평할 것도 없어요. 남편 말도 맞으니까요. 사놓고 안본 책들이 얼마나 많으냐고.. 컨디션 너, 하는 꼬라지로 봐선 평생을 봐도 다 못볼 책이다..이러는 데.. 뭐 딱히 변명의 여지가 없더라구요. 흫흑..

hnine 2015-12-11 15:20   좋아요 0 | URL
에궁, 제 남편 훈남 아니고요 ㅠㅠ 하루 세마디 한다는 경상도 남자랍니다. 제가 조르고 졸라서 산거 맞고요. 그래도 사줬으니 오바하면서 고맙다는 말 여러번 하고 있지요.
십오분 마사지 서비스에 1000원은 남편분께서 그냥 하시는 말씀일것이고 아마 그것에 비하지 못할 만큼 고마와하실거예요. 저 처럼 전집 중 일부가 아니라 진짜 전집 전권을 사주실지도. (다른 남편들에겐 이렇게 너그러워지는 우리들 ㅋㅋ)

해피북 2015-12-10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민음사 세계문학전집이 색깔별로 하얀 책장에 꽂혀있는게 정말 탐스럽습니다 ㅎㅎ 그리고 헤르만헤세의 `크눌프`가 떠오르네요^~^

hnine 2015-12-10 19:40   좋아요 1 | URL
저 그책 아직 안읽었답니다 헤세의 크눌프요. 제목이 너무 귀에 익어 마치 읽은 듯 착각하는 책 중 한권이지요.
전집도 아니고 전집의 일부만 구입했는데도 저리 꽂아놓으니 보기는 좋더라고요 ^^ 그래서 번호순도 아니고 책등 색깔별로 꽂아놓고 사진까지 찍고 좋아했답니다.

[그장소] 2015-12-10 20:48   좋아요 0 | URL
저도 이책들을 보고싶은데로 사서 막 읽는 편이거든요..번호상관없이..

[그장소] 2015-12-10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48권을 나란하게 놓음 ㅡ저런 모습이 연출되는군요!
예..쁘..다능!!^^
그리고.축하드려요.생일 을 ~(라이브로..노래아~?)
ㅋㅋㅋ 오늘 목이 쉬어서..내년에...진심 축하드려요 ~^^♡

hnine 2015-12-10 20:31   좋아요 1 | URL
야금야금 읽어보려고요.
생일은 지났지만 어때요, 이렇게 축하해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첫 책으로 위의 책을 읽었고 다음으로 고른 책이 뭔지 아십니까? 자그마치 ˝카라마조프의 형제들˝이랍니다 ㅋㅋ
두툼한 책이 1,2,3 이렇게 세권이지요. 제가 한동안 리뷰를 못올리거나 다른 책 리뷰가 올라오더라도 이해해주세요.

[그장소] 2015-12-10 20:47   좋아요 0 | URL
카라마조프가의 형제들 ㅡ시작을 축하드릴께요.
집중할 시기이니만치 ..기다리죠..얼마든~^^
다녀오셔서..아님 중간에 답답할적에 ..올리셔도
이야기할수있구요~
기대할께요!^^♡♡♡

살리미 2015-12-23 21: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서재 너무 부러워요^^

hnine 2015-12-23 22:15   좋아요 0 | URL
서재 따로 없고 그냥 마루 책꽂이 한부분인걸요.
오로라님 책꽂이 구경도 하고 싶네요 ^^
 
맨해튼의 열한 가지 고독
리처드 예이츠 지음, 윤미성 옮김 / 오퍼스프레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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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한편의 단편집 제목을 이렇게 붙일 수도 있겠구나. 열한가지의 행복, 열한가지의 슬픔, 아니고 열한가지 고독이다. 번역본이 나오면서 원제 앞에 붙은 "맨해튼". 붙이고 읽어보고 떼고 읽어본다. 무슨 차이가 느껴지나? 출판사 쪽에선 맨해튼이라는 지역에 대해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감정을 불러일으키고 싶었던 것일까.

 

1. 잭 오 랜턴 박사- 잭 오 랜턴이란, 할로윈때 아이들이 들고 돌아다니는 호박등을 말한다. 가난, 그리고 사춘기. 인생의 2대 짜증스런 장애물에 대한 이야기이다.

2. 가장 좋은 일- 결혼을 앞둔 남녀가 서로 다른 세계에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결혼은 다름 아닌 그 서로 다른 두 세계의 충돌 현장이니, 화합의 시작이 아니라 충돌의 시작이라고 하는게 더 정확하지 않을까.

3. 조디는 주사위를 던졌다- 설명이 좀 장황하긴 하지만 전달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하게 전달된다. 촌스럽고 덜 세련된 리스 중사가 신념이라고 가지고 있는 것들이 이젠 거의 무시되고 간과되는 시대에 살고 있지만 그래도 되는지, 그렇게 사는게 맞는지 되돌아보게 한다.

4. 아프지 않아- 장기 입원중인 남자의 아내. 그리고 그녀의 비밀. 누가 그녀에게 돌을 던질 수 있으랴.

5. 처벌광- 조직의 "을"에게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월터가 가장 두려워 한 것은 해고되었다는 자체보다 그 사실을 부인을 비롯한 가족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자신의 위치가 아래로 떨어지는 것이 남자에겐 더 두려운 것이다. 눈에 보이는 사실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틀이 더 무서운 법이라는 걸 보여준다.

6. 상어와 씨름하는 남자- 신문사 신입기자 소렐은 자신의 이름을 거는 컬럼을 쓰는 것에 대단한 가치를 두고 일하지만 결국 해고를 당하고, 해고 당한 그를 위해 다른 자리를 추천해주려고 소렐의 집으로 전화를 건 다른 기자 메케이브는 뜻밖의 대답을 듣는다. 남자들 허세 뒤의 슬픈 현실. 허세는 그를 크게 보이게 하는게 아니라 결국 반토막을 내고 만다는 것.

7. 낯선 이와 지내기- 융통성 없고 꽉막힌 여교사 미스 스넬. 그녀는 결코 악의를 갖고 있거나 불성실한 교사가 아님에도 아이들은 그녀를 좋아하지 않는다. 아이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어긋남의 안타까움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 노력에도 불구하고 계속 낯선 관계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낯선 사람과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가 없으니까 말이야, 안 그러니? "(190쪽)

8. B.A.R.맨- 남자들은 모이면 군대얘기라는 건 예나 지금이나, 한국이나 1960년대 미국이다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전직 군인 존 팰런. 한번도 그럴듯하게 뽐낼만한 업적을 이루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그의 잠재의식은 우연한 장소에서 우연한 일에 연루되게 한다. 제목의 B.A.R은 Browning Automatic Rifle의 약자로서 총의 한 기종이라고 한다. 미국 사람들도 설명해주기 전엔 모를 것 같은 약자.

9. 정말 좋은 재즈 피아노- 이것으로써 이 책의 아홉번째 단편을 읽고 나니, 예이츠 이 사람의 단편들은 촌철살인의 핵심을 전달하기엔 2% 부족한 경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단편도 그렇다. 소위 좋은 간판을 가지고, 일정한 직업은 없지만 여러 곳을 옮겨다니며 자유롭게 여행하듯 사는 두 남자 카슨과 켄의 눈에, 칸느의 한 바에서 노래하며 피아노를 치는 시드의 삶은 속물적이고 매춘 행위에 다름 없다. 마지막에 켄이 카슨에게 주먹질을 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 심리적 배경은 무엇일까. 그나마 켄은 시드를 가리켜 재즈 피아니스트의 속물근성이라고 비난했던 그 성격이 사실은 자기에게도 내재해 있음을 깨달은 것은 아닐지. 남을 아는 것보다 자기 자신을 아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10. 옛날이여 가라- 폐결핵 환자 매킨타이어에게 제일 걱정은 자신의 건강이 아니라 가장 역할을 못한다는 것이다.

11. 건설자들- 보잘것 없는 현재라는 조각들을 그러모아 번듯한 미래를 건설하는데 동원되는 것은 자신의 노력과 시간이 전부가 아니었다.

 

열한 가지 이야기 속의 주인공들 공통점은 모두 소시민이라는 것. 그것이 맨하튼이든 시골 구석이든 소시민적 삶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열한편 단편의 다른 주인공, 다른 이야기를 관통하는 주제어라고 작가가 생각한 것이 바로 제목의 "고독"이었다는 것을 발견하며 책을 덮는다.

단편집을 많이 읽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대표적인 단편 소설 작가인 앨리슨 먼로와 얼른 비교해보게 되었다. 제대로 분석, 비교할 능력은 못되지만 어렴풋하게나마 앨리슨 먼로에게 노벨상이 주어졌다는 것이 이상하지 않다고, 다른 사람의 작품을 읽으며 다시 한번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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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슬비 2015-12-09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르는 작가인데, 살짝 hnine님의 글을 읽고, 이 책이 읽고 싶어져서 리뷰는 자세 읽지 않았어요.
왠지 겨울에 읽고 싶어지게 하는 책이네요. 도서관에 검색했더니 있어서 바로 `책배달`신청했어요. ^^

hnine 2015-12-09 05:19   좋아요 0 | URL
저도 처음 들어보는 작가였어요. 저도 다른 분 서재에서 보고 읽게 되었는데 장편과 단편은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그렇겠지만 읽는 사람 입장에서도 많이 다르다는 것을 새삼 느꼈답니다. 짧기 때문에 어떤 작품은 다 읽고 난 후에도 ˝그래서 어쨌다는거지?˝ 이럴 때도 있었어요. 집중을 안하고 읽었다는거죠 ^^
열한편의 단편 속 인물들에서 우리들의 모습이 조금씩 다 보이고 있었어요. 책배달 신청하셨다니 곧 읽어보시겠네요. 어떻게 읽으실지 궁금합니다!

2015-12-09 17: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12-10 08:1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