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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 만화로 읽는 불멸의 고전 12
호메로스 지음, 이충민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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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을 읽는 것이 정석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겠지만 워낙 대작이고 고전 문체를 하고 있고 분량마저 만만치 않아 읽기에 어려움을 겪을 초심자에게는 만화를 비롯하여 쉽게 풀이된 책, 영화, 설명 자료 등으로 다가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인터넷 서점에서 제공하는 정보는 편하긴 하지만 직접 책장을 들춰가며 구입 여부를 타진하기엔 어느 정도 위험률이 있다. 그런 것을 감안하면 이 책은 어느 정도 성공적인 선택이었다.

오디세이 그 두꺼운 책을 첫장부터 한쪽 한쪽 읽어나가겠다 결심을 하고 시작한 사람 중에 끝까지 중단없이 읽어내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나 처럼 신화나 고전에 약한 사람이라면 읽었다 하더라도 그 내용을  제대로 다 이해하며 읽었다고 자신있게 말하기 어려울 수 있다. 그것이 고전 읽기 전반에 관한 좌절로 이어지지 말라고 이런 류의 책들이 나오고 있나보다. 얼마나 다행인지.

물론 방대한 내용을 5,60쪽 분량으로 요약했으니 그야말로 요약일뿐이고, 이런 고전이나 신화를 읽는 목적이 단순히 그 내용을 파악하는데 있지 않고 그 상징과 의미를 생각하며 해석하는데 참뜻이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것으로 오디세이를 다 알았다고 할수는 없겠지만 전문을 읽기전, 혹은 읽는 도중, 읽은 후라도 나무를 자세히 보느라 지금 어느 숲에 들어와있는지 깜빡 놓치지 않을 수 있게 해준다는게 어딘가.

오디세이는 트로이 전쟁 영웅의 한 사람인 오디세우스가 중심인물로 나오는 이야기. 그는 트로이 전쟁에서 목마를 만들 것을 제안한 바로 그 지략가이다. 거의 10년에 걸친 트로이 전쟁이 그리스의 승리로 끝난 후 오디세우스가 고향 이타카로 돌아기 까지 또다른 10년에 걸친 고난의 여정을 그리고 있다. 이야기는 오디세우스 자신이 그동안 자신이 겪은 모험담을 파이아케스족 연회의 참석자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이런 형식을 "플래시백 (과거회상)" 이라고 한다.- 그가 들려주는 모험담 중에는 로토파고이족의 나라에 상륙하여 그의 동료들이 로터스라는 풀을 먹고 과거 일을 모두 잊어버리게 된 일, 외눈박이 식인 거인족 키클롭스들과의 만남, 세이렌의 유혹 등, 그가 극복해야할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들이었지만 동시에 그가 이 장벽을 넘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요정과 신들의 역할도 있었다.

결말은 물론 오디세우스가 20년만에 고향 이타카에 도착하여 충심으로 그를 기다려온 아내 페넬로페와 상봉하는 것.

오디세이에서 말하고 있는 것은 인간은 신이 알려주는 운명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운명론인가 라는 문제에 대하여, 운명이라는 것은 정해져 있지만 그 운명을 선택하고 그 안에서 길을 모색하는 것은 인간의 몫이라는 것. 이것까지 이 책에서 파악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대략적인 전체 내용을 파악하는데, 그래서 길을 잃지 않도록, 포기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것이 이런 책의 미덕이라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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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나무 2016-10-14 09:4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건 제가 읽어야할 책이로군요^^
저는 처음 몇 장을 읽다가 수많은 사람들의 이름에 기가 눌려 읽다가 중도포기했었군요 쭉 읽지 않음 매번 책을 읽을때마다 헛갈리더라구요?
요런 만화책은 아이와 함께 어른도 같이 읽어보면 괜찮겠어요^^

hnine 2016-10-14 13:44   좋아요 2 | URL
이 책은 만화이긴 해도 아이들을 대상으로 만든 건 아닌 듯 싶어요. 중간중간 오디세우스와 그를 사랑한 여인들이 사랑을 나누는 그림이 종종 나오거든요. 어른이 보기엔 아무것도 아니지만 음...아이들이 보면 당황할수도 있을 것 같아서요 ^^
일리아드나 오디세이, 그리스신화 등을 읽을때, 입에 안붙는 이름, 낯선 문체, 지명때문에, 그리고 이런 고전들이 종종 시간순이 아니라 사건의 중간부터 불쑥 시작하는 수가 있기 때문에 더더욱 혼동되기 쉬운데 이럴때 이런 만화로 시작해서 대략적인 흐름을 머리속에 넣고서 읽으면 좋을 것 같아요.

고양이라디오 2016-10-15 0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로 어려운 주제들을 접하는 것 정말 좋아요^^

hnine 2016-10-15 00:34   좋아요 0 | URL
네~ 이번에 그 유용성을 톡톡이 경험했습니다. 이참에 그리스로마신화도 만화로 다시 한번 복습을 할까 생각 중입니다 ^^
 
나의 여행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김선숙 지음 / 지식과감성#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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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여행에는 사연이 있다. 특히 혼자 떠나는 여행이라면.

20대에 떠나는 여행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의 저자는 40대, 두 아들을 둔 전업주부로 열심히 살아온 여성이다.

건강한줄로만 알고 살아왔는데 어느날 갑자기 자다가 찾아온 몸의 이상. 병원에 가니 의사는 앞으로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의 목록을 열가지도 넘게 알려주었다. 이 저자에겐 이것이 여행을 떠나게 하는 자극제가 되었다. 아들 둘 장성하게 키워놓았고, 남편도 이제 회사에서 중진급으로 자리를 잡았는데 나도 이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아도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으로 버킷리스트를 만들었고 2년 후 남미여행을 떠난다. 2년의 시간동안 그녀는 스페인어도 배우고, 남미여행에 관한 스터디 클럽에도 참여하고, 체력보강을 위해 운동도 열심히 한다. 60일 동안 7개국 여행을 무사히 잘 마치고 돌아온다.

사실 이 책을 읽게 된 경위는 내가 종종 들르는 웹사이트가 있는데 여행과 전혀 상관없이 소소한 일상과 음식 얘기 올리는 사이트에 자주 글을 올려 아이디가 눈에 익은 한 분이 어느 날 여행을 다녀와 책까지 냈다고 스스로 소개를 하신 것을 보고서이다. 그리고 한동안 보관함에 넣어두었다가 이제 구입해서 읽어보게 된 것이다. 여행책을 읽을 때 내 눈은 책속의 글자를 읽고 있지만 머리 속은 참 복잡하다. 저자의 여행 경로를 따라가면서 그 속에 담긴 저자의 기쁨과 슬픔과 보람과 카타르시스 등 여러가지 감정을 함께 읽느라, 또 그 책을 집어든 나의 속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분석해가며.

한동안 여행은 나의 로망이었는데, 그런 줄 알았는데, 요즘 내가 스스로 분석한 결과 (!)는, 내가 바랐던 것은 여행 자체가 아니라 다른데 있었다는 것이다. 아무튼 여행을 한번 다녀오는 것은 책을 몇십권 읽는 것 보다 훨씬 많은 변화와 생각의 전환을 가져다 주고, 배울 것이 많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저자도 말하고 있지 않은가.

"일단 저지르세요. 떠나기 전이 힘들지 막상 한번 떠나면 정말 좋아요"

미사여구로 화려한 문장들도 아니고, 여행 다녀온 친구 얘기 듣는 듯 편안하게 읽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은 이 책에 실린 많은 사진들, 그 속에 인물들도 많이 들어가있는데 저자 자신은 늘 사진에서 쏙 빠지고 다른 사람들 사진만 잔뜩이라는 점이다.

여행기를 쓰면서 자신의 지나온 시간들을 되돌아보며 회고의 글을 덧붙이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에는 그냥 경치를 보면서는 멋있다, 장관이다, 등의 감탄 수준을 넘어가지 않는다. 특별한 경험, 잊지 못할 사건 이랄만한 것도 없다. 그냥 여행기. 그래서 아쉬울수도, 더 좋을 수도 있겠다.

모르는 분이지만, 앞으로 건강하게, 더 많은 곳을 여행하는 행복을 누리시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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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노래 2016-10-11 16: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말 무엇이든 해 보면
참 쉽고 아무것 아니더라구요.
hnine 님 말씀처럼 그분도 hnine 님도 이웃님들도
튼튼한 몸과 마음으로 지내면서
꿈을 이루기를 빌어요.

hnine 2016-10-12 09:04   좋아요 0 | URL
이분도 아마 병원에서 날벼락 같은 얘기를 듣지 않았더라면 여행의 꿈을 더 미루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삶이 유한하다는 것을 우리는 평소에 실감하지 못하고 사니까요.
이분의 용기와 결단력을 배우고 싶어 읽었어요.






2016-10-12 09: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6-10-12 09:27   좋아요 0 | URL
아항, 그러시구나. 바로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6-10-12 09: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6-10-12 09:31   좋아요 0 | URL
원래 제가 실험실에서 키우던 세포주 이름을 따서 fnine이라고 하려고 했는데 그 아이디를 누가 이미 쓰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제 이름 첫 알파벳 h를 넣어서 hnine이라고 지었어요. 서재에서는 에이치나인이라고 읽으시기도 하고 그냥 나인이라고 부르시기도 하고, 저는 둘다 좋아요 ^^

달걀부인 2016-10-12 09: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 에이치나인.. ^^ 자꾸 인사 나누어요. 제가 종종 심심하고 종종 외롭기도 하거든용

hnine 2016-10-12 09:53   좋아요 0 | URL
네~ 네~ ^^

김선숙 2016-10-19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안녕하세요~ 저자입니다^^
제가 자주 가는 싸이트에 님도 회원이셨군요^^
이렇게 서평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단체 사진에 제사진이 몇번 나오는데 실물보다 잘나온 사진을 올려서 못보셨나봐요^^


hnine 2016-10-19 19:25   좋아요 0 | URL
어머나, 반갑습니다 ^^
책 내셨다는 소식 듣고 진즉부터 읽고 싶었는데 이제서야 읽었어요.
어떻게 생기신 분인지 모르다보니까 단체 사진 속에 계셨어도 제가 못알아봤네요 ^^
아무쪼록 건강하셨으면 좋겠고, 또 책도 내셔야죠! 또 사볼꺼니까요 ^^
용기와 긍정적인 마음을 배울 수 있어서 제가 감사드립니다.

김선숙 2016-10-19 2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저도 반가워요~ 이렇게 빨리 댓글이 달리다니 ^^
책을 많이 읽으시나봐요~
다른 책 리뷰도 많이 남기셨네요^^

제 사진 139/140/176/221//245/261 찾아보시고 리뷰내용 살짝 수정해 주시면 무한감사~~
 
영어과학논문 100% 쉽게쓰기 - 간단하고 섬세한 논문작성 지침서
김형순 지음 /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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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과학논문을 쉽게 쓸수 있는 사람이 있을까? 영어를 모국어로 하는 사람일지라도 과학논문을 쓴다는 것은 어쨌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니, 영어를 모국어로 하지 않는 우리 같은 사람이라 할지라도 움츠려 들일이 아닐지도 모른다.

책 제목처럼 쉽게 쓰기보다는 제대로 쓰기 위한 지침서라고 해야 맞을 것이다.

저자 소개를 보니 이런 책을 내기 충분한 이력을 갖추신 분으로 보인다.

간단하고 섬세한 지침서라는 표지소개글처럼 과연 200쪽이 안되는 가벼운 분량에 여러 가지 영어과학논문 쓰기에 필요한 항목들이 알차게 담겨있다. 논문의 형식에서부터 초록, 서론, 방법, 결과, 고찰 등의 각 항목에 들어가야할 내용, 들어가선 안될 내용, 논문 교정에 대한 것, 그리고 요즘 우리나라에선 뒤늦은 감이 있지만 주목을 끌고 있는 출판윤리에 관한 것 까지, 자세하진 않아도 요점이 되는 것들을 잘 추려 담고 있어 도움이 많이 되겠다.

과학, 혹은 의학 논문 쓰기에 관해 아주 자세한 항목까지 담고 있는 매뉴얼 수준의 두툼한 책들이 많이 나와 있고, 궁금한 것을 찾아볼땐 이런 책들을 찾아보는 것이 내가 원하는 답을 얻는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은 대게 영어로 쓰여진 책들이고, 처음 영어과학논문을 쓰는 사람이나 한번 훑어보고 기본을 다지기엔 내용은 간단하더라도 우리말로 되어 있는 이런 책이 더 도움이 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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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리아스 원전으로 읽는 순수고전세계
호메로스 지음, 천병희 옮김 / 도서출판 숲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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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년전에 어떤 읽기 모임에서 한번 다뤘던 책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해 그때는 읽으면서 무슨 말인지, 무슨 얘기를 하고 있는건지 헤매이기만 했을 뿐, 받아들이는 것 보다 놓치는 것이 많았다. 그리고 한동안 밀쳐 놓았다가 올해 다시 읽을 기회가 생겼다, 아니 읽을 기회를 만들었다. 서양고전문학 강의를 듣는데 역시, 첫날 첫 강의가 일리아스였니까.

"노래하소서, 여신이여! 펠레우스의 아들 아킬레우스의 분노를 Rage-Goddess, sing the rage of Peleus's son Achilles"

대서사시 일리아스는 이렇게 시작한다.

그리스와 트로이는 10년째 전쟁을 하고 있는 중. 그런데 그리스 진영에서 가장 뛰어난 장수인 아킬레우스가 아가멤논 왕에게 삐져서 난 이제 전쟁에서 빠지겠다고 해버린 것이다. 아가멤논이 아무리 사정을 해도 아킬레우스는 요지부동. 결국 아킬레우스의 친구 파트로클로스가 아킬레우스 대신 아킬레우스의 투구와 갑옷을 입고 전쟁에 참여한다.

전쟁에 참여한 파트로클로스는 트로이의 맏왕자이자 가장 뛰어난 장수인 헥토르에게 죽임을 당한다. 아킬레우스는 분노하여 트로이의 헥토르를 죽이고, 시신을 끌고 다니며 치욕을 보인다. 트로이의 왕이자 헥토르의 아버지인 프리아모스 왕은 아킬레스를 만나 간청해 간신히 아들 헥토르의 시신을 찾아온다. 그리스와 트로이간의 전쟁은 이날 부터 헥토르 장례를 마치기까지의 10일 동안 휴전한다.

이 휴전 기간동안 프리아모스왕의 딸인 트로이의 공주 폴뤽세나에게 사랑을 느껴 그녀와 혼담을 진행시키기 위해 아폴로 신전으로 가던 아킬레우스는 파리스가 쏜 독화살에 발뒤꿈치 (아킬레우스 건)를 맞고 죽게 된다.

한편 그리스 군에서는 지략가 오디세우스의 계획에 따라 거대한 목마를 만들어 트로이 성 앞에 갖다놓고 소문을 퍼뜨리고, 이 목마를 잘못 해석한 트로이군은 성벽을 허물고 이 목마를 스스로 성 안으로 들여놓는다. 밤이 되어 목마 안에 숨어있던 그리스 군사들이 밖으로 나와 트로이성을 불태우고 트로이는 함락된다. 이것으로 형식상 그리스와 트로이간의 전쟁은 그리스의 승리로 끝난다.

여기까지가 일리아스의 대강의 줄거리이다.

일리아스와 짝을 이루는 <오디세이아>는 이 트로이 전쟁이 끝난 후 부터 시작되는 이야기. 제목처럼 그리스 군의 지략가 오디세우스가 중심이 되는 이야기이다. 그럼 이 책 <일리아스>는 무슨 뜻? 일리온의 노래라는 뜻. 일리온 (Ilion) 은 트로이의 다른 이름이다. 오디세이아의 주인공이 오디세우스라면 일리아스의 주인공은 아킬레우스이다. 두 인물을 비교해놓은 문헌도 많이 나와있다.

 

  • 일리아스의 저자는? - Homer
  • 쟝르는? - Epic poem: Epic이란 민족의 이상과 정신을 일깨워내는 문학을 말한다.
  • 쓰여진 언어 - 고대 그리스어
  • 쓰여진 시기와 배경 무대 - 확실하지 않으나 대개 그리스 본토, 기원전12-13세기로 추정
  • 시점 -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

 

다음은 일리아스 9권에 나오는 한 구절인데, 전쟁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버티는 아킬레우스를 포이닉스와 오디세우스가 찾아가 이리 설득하고 저리 설득하지만 아랑곳 하지 않는 아킬레우스의 거부의 답변이다. 일리아스에서 손꼽히는 rhetoric 중 하나라고 하여 옮겨본다.

 

I say no wealth is worth my life! Not all they claim

was stored in the depths of Troy, that city built on riches,

in the old days of peace before the sons of Achaea came-

not all the gold held fast in the Archer's rocky vaults,

in Phoebus Apollo's house on Pytho's sheer cliffs!

Cattle and fat sheep can all be had for the raiding,

tgripods all for the trading, and tawny-headed stallions.

But a man's life breath cannot come back again-

no raiders in force, no traiding brings it back,

once it slips through a man's clenched teeth.

Mother tells me,

the immortal goddess Thetis with her glistening feet,

that two fates bear me on the day of death.

If I hold out here and I lay siege to Troy,

my journey home is gone, but my glory never dies.

If I voyage back to the fatherland I love,

my pride, my glory dies...

true, but the life that's left me will be long,

the stoke of death will not come on me quickly.

아카이오족의 아들들이 오기 전 그 옛날 평화로운 시절에

번화한 도시 일리오스가 갖고 있었다고 하는 모든 부(富)도,

바위투성이의 퓌토에 자리 잡은 명궁 아폴론의

돌 문턱 안에 쌓여 있는 모든 보물도 내게는 결코

목숨만큼 소중하다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오

소떼와 힘센 작은 가축 떼는 약탈해올 수가 있고

세발솥과 말들의 밤색 머리는 사올 수가 있지만

사람의 목숨은 한번 이빨 울타리 밖으로 나가고 나면

약탈할 수도 구할 수도 없어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 법이오

나의 어머니 은족의 여신 테티스께서 내게 말씀하시기를,

두가지 상반된 죽음의 운명이 나를 죽음의 종말로 인도할

것이라고 하셨소. 내가 이곳에 머물러 트로이아인들의 도시를

포위한다면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막힐 것이나 내 명성은

불멸할 것이오, 하나 내가 사랑하는 고향 땅으로 돌아간다면

나의 높은 명성은 사라질 것이나 내 수명은 길어지고

죽음의 종말이 나를 일찍 찾아오지는 않을 것이오 (420쪽)

 

운명이라는게 정말 존재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운명이 있다고 해도 결국 어느 쪽을 선택하는지는 인간의 몫이다. 아킬레우스는 어머니가 알려준 두가지의 상반된 운명중 오래 수명을 다하지 못하더라도 불멸의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쪽을 택하였다.

 

그리스 신화를 문학보다는 신화로 보는 데 반해 일리아스는 그리스 신화에서 출발하였으나 문학으로서의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근거는, 신화에 수사를 (rhetoric) 더하여 재탄생시켰고, 그럼으로써 읽는 사람들에게 감동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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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문헌
강영숙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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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영숙의 신간 소식을 보자마자 고민할 것도 없이 바로 구매를 해버렸다. 생각해보니 한국 소설을 실로 오랜만에 구입하여 읽어보는 것 같다. 오랜만에 나로 하여금 다시 한국 소설을 읽게 한 작가 강영숙. 이 소설은 나의 그런 기대에 부응했을까?

 

귀향: 歸鄕. 고향으로 돌아감. 여자는 태어나고 자란, 오랜 시간 자기와 함께한 고향에 별로 애착이 없다. 현재 그녀를 사로잡고 있는 것은 단지 짧은 기간 사귀다 헤어진 남자, 그리고 그 상처일뿐. 그 상처는 결국 그녀의 발길을 별 애착 없는 고향으로 돌리게 하는데, 가는 길 만나는 다양한 인간형들은 그동안 그녀가 살아온 행로를 대변한다고 보면, 제목 귀향 역시 중의적 의미를 가진다고 생각된다.

 

폴록: J는 환경운동단체의 인턴사원. K는 환경단체이사. J가 K를 인터뷰하러 간다. 인터뷰 도중 K가 느닷없이 언급하는 폴록의 그림. 그림처럼 이 글의 구성은 구심적이기 보다는 원심적이라는 느낌이다. 폴록의 그림을 인용한 것은 그럴 수 있다 쳐도, 작품의 주제와도 너무 연결이 안되는 제목 아닐까.

 

불치 不治: 이건 또 무슨 얘기란 말인가. 중심도 주제도 모르겠고 앞 뒤 내용의 연결도 잘 안된다. 담배피우는 간호사들 얘기가 이 단편에서 하는 역할은 무엇인가. 제목의 의미도 역시 모르겠고. 읽어나가는 내내 부스러기를 만지는 기분이다. 뭉쳐지지 않는 부스러기.

 

맹지: 눈먼 땅 盲地. 그저그런 목숨들이 발 붙이고 있는 땅의 계급은 맹지. 비싼 돈 주고 하이힐 사서 신고 다니는 땅은 다른가? 맹지에서 붕 떠 사는 듯한 특권층들이 사는 곳. 떠 있다 뿐이지 별볼 일 없는 목숨들이 딛고 사는 땅이나 다를 바 없는 맹지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다.

이모가 먹다 남긴 마카롱 반 조각을 입에 넣었다. 마카롱은 끔찍하게 달았다. 이 맛이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맛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119)

 

해명: 바다 해 울 명. 뭔가 있을 것 같은 제목에 비해 다 읽고도 마음에 남겨지는 것이 없다. 중심 없이 주변 묘사만 어지러울 뿐. 제목마저 내용과 아무 연결이 안된다. 내가 무엇을 놓쳤는지. 사탕을 입에 넣자 갑자기 치통이 느껴져 주저 앉고마는 마지막 장면은, 감춰져 있던 통증을 우연한 단맛이 일깨워 몸 전체를 통째로 주저앉게 만든다는, 삶 전체를 마비시킨다는 상징으로 해석해보지만 이것 역시 나의 억지일지 모른다는 석연치 않음.

 

검은웅덩이: 검은웅덩이는 암울한 정체를, 건물의 벽은 제압, 제한을, 주인공 정연이 지하철에 갇히는 상황은 절실하고 급박한 주인공의 상황을 대변한다. 25년간 몸담은 직장 은퇴후의 삶이 제발 이 작품에서처럼 웅덩이 같이 고여있는 삶으로 이어지지 않기를. 고여있다는 것은 곧 죽음이 아닌가. 어쩌면 정연이 그토록 필사적으로 도망치고 싶어 애쓰는 것은 그래서일 것.

 

가위와 풀: 정유미 실장이 팔걸이의자를 가져오는 순간, 나는 나무보트에 매달린 끈을 가위로 똑 끊었다. 스스로 끊는 것외에는 방법을 몰랐다. (199) 문장이 웬지 섬찟하다. 스스로 끊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이 살다보면 누구에게나 오지 않는가. 제목 가위와 풀에서 풀은 제대로 등장하여 역할을 보여주지 않았다는 생각. 아쉬운 점이기도 하다.

 

크훌: 크훌은 인간의 웃음소리, 아니 탄식의 소리. 작중화자가 말하는 대상 '당신'은 하느님.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신. 현실적인 내용 연결고리가 그나마 탄탄해서 가독성 있고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제목의 개성과 의미, 상징도 살아있다. 너무 다 가질려고 한 것 잘못했습니다 라고 주인공이 탄식하며 우는 장면이 기억에 한동안 남을 것 같다.

 

아무래도 아쉬워 책 뒤의 해설까지 읽어제낀다. 첫마디가 이렇다.

'강영숙은 큰 몸을 지닌 작가다. 그가 쓴 소설들은 단순히 등장인물 몇 사람의 기억이나 경험 혹은 단면에 머무르지 않고 이들이 거주하는 세계에 대한 상념을 한데 끌어들인다 (228)'

강영숙에 대한 해설의 이 말이 맞다면 이 소설집은 그녀의 이런 역량을 충분히 보여주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평론가의 이 말을 아주 부정하고 싶지는 않은 걸 보면 아직 작가에 대한 내 기대는 살아있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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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16-09-17 14: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직 접하지 않은 작가입니다. 단편은 호흡이 짧고, 머리를 써야 해서 쉽지 않네요.ㅎㅎ
비 오는 토요일, 편안한 연휴 보내시나요?

hnine 2016-09-17 15:44   좋아요 0 | URL
호흡이 짧고, 그래서 머리를 써야하고. 단편의 특징을 세실님께서 콕 집어 말씀해주셨네요. 그래서 코드가 잘 맞지 않거나, 아니면 집중해서 작품 속에 빠져 읽지 않으면 놓치고 마는 것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럴때의 허무감이란 ㅠㅠ
기대가 커서 실망도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이 작가에 대한 애정은 아직 건재합니다.
여기도 비가 여름 장마때처럼 오네요~

수이 2016-09-17 16: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기대했던 만큼은 아니라서 좀 아쉬움을 많이 느꼈어요. 그래도 나인님 말씀처럼 실망한 그만큼 기대도 애정도 계속 갖고 가려구요. 강영숙의 다음 작품집.

hnine 2016-09-17 17:53   좋아요 0 | URL
제가 야나님 페이퍼 덕분에 이 책이 출간된걸 알게 되어 반가움의 댓글을 남겼었지요.
그래도 크훌이나 검은웅덩이 같은 글은 공감이 되었어요. 크훌은 단숨에 읽히기도 했고요. 작가와 독자의 적절한 거리 유지, 적절한 코드를 잡아가는 것도 쉽지 않은 것 같지요. 너무 멀어도 안되고 너무 가까와도 좀 그렇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