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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기민기 달고나 만화방
김한조 지음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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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으로 만화를 구입한게 얼마만인가.

어떤 내용인지 살펴보기 전에 우선 단순하고 눈이 편안한 그림들이 마음에 들었다. 따라그려보고 싶은 생각도 들게 하고, 내가 좋아하는 찰리 브라운과도 어딘지 닮은 모습. 내용을 보니 모습 뿐 아니라 민구의 성격도 찰리 브라운과 닮은 구석이 있다.

 

 

 

 

 

제목이 <밍기민기>인 것은 민기의 친구 정우의 어린 여동생 은정이가 민기를 부를때 '밍기'라고 부르기 때문이다.

친구들과 놀고 싶어도 모두 학원가고 텅빈 놀이터. 초등학생때는 학교만 잘 다녀주어도 기특하다고 할만한 시대는 이제 영영 가버렸는가. 유모차 타고 있는 아기를 보고 아기가 부러워진 민기는 혼자 아기 흉내를 내어본다.

 

 

 

 

 

 

어른 뺨치게 맹랑한 꼬마가 나오지 않는다. 아직 아이 같고, 어른들로부터 때묻지 않은 아이들 같은 아이들이 나온다.

한 시간이면 충분히 다 보는 분량이지만 그 아이들을 보며 쓰윽 웃는 어른이 나말고도 있을거라 생각한다. 하루 종일 웃을 일 없는, 그런 날이 계속 되던 어느 겨울, 오랜 만에 입꼬리가 올라가며 마음이 따뜻해지는 어른이 분명 있을거라 생각한다.

사계절 출판사의 이 만화 시리즈 이름도 "달고나 만화방"

조만간 달고나 만화방에서 다른 만화도 한권 뽑아들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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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크pek0501 2019-01-19 22: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화 보니까 만화방에 한번 가고 싶단 생각이 드네요. 가서 맘에 드는 만화책을 뽑아 읽고 싶군요.
최근 아이들이 함께 가자고 했는데 저는 안 간다고 하고 둘만 갔다오게 했어요. 따라가 볼 걸 그랬습니다.
예전에 티브이로 둘리, 라는 만화 좋아했고 짱구, 라는 만화 좋아했는데. 짱구는 순진하지 않아서 더 웃겼어요.
만화책을 보면 다시 옛날의 나로 돌아가서 읽게 될까요? 궁금합니다.

hnine 2019-01-19 22:40   좋아요 1 | URL
어릴 땐 만화 없어서 못읽었었죠. 그런데 저의 만화사랑은 중학교때 캔디를 마지막으로 끝났다 싶어요. 더이상 만화가 재밌지 않더라고요.
요즘은 이렇게 가끔 제손으로 만화를 구입하기도 하는데, 어릴때의 그 재미는 아니고 아마도 어릴때 추억용으로, 또는 마음의 위로 삼기가 목적인것 같아요. 어릴때 오로지 재미있다는 이유로 만화에 빠져들던 그 순수한 마음은 이제 없어졌나봐요. 이 만화를 보면 저기 저 꼬마 밍기를 꼭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대사증후군 - 제대로 알고 확실히 예방하는 법
오상우 지음 / 청림Life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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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으로 많이 봐서 저자의 이름과 얼굴이 익숙하다.  

기억해두고 싶은 몇가지들에 밑줄을 긋고 옮겨보았다.

 

1. 대사증후군의 5가지 진단기준

 

혈압, 복부비만 (허리둘레), 혈당, 중성지방, HDL콜레스테롤

 

이 다섯개 중 이상이면 대사증후군으로 진단

 

2. 당지수GI는 무엇의 약자이고 숫자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Glycemic index, 음식이 순간적으로 혈당을 상승시키는 정도를 수치로 계량화 한 것

포도당이나 흰빵이 혈당을 상승시키는 정도를 기준으로 한 상대치

 

3. 대사증후군 치료의 시작은

 

복부비만부터 시작

 

4. 한국인 비만의 원인

 

      • 빨리 먹는 습관
      • 음주와 흡연
      • 수면부족, 활동부족, 스트레스

        즉, 생활습관

 

5. 만성염증

 

      • 혈액 속 염증 촉진 물질: 사이토카인 (cytokine: TNF-α, Interleukin-6)
      • 위험한 이유: 혈액 속에 높은 농도로 존재하다가 혈관 벽에 염증을 일으켜 동맥경화 악화, 인슐린저항성 유발, 협심증, 심근경색증, 뇌졸중 등 심뇌혈관 질환 위험 증가, 발생된 암 더욱 증식, 전이 유도
      • 건강검진에서 보는 방법: 혈액내 hs-CRP (high sensitivity C-reactive protein) 측정

 

획기적인 주장이나 의견, 방법을 제시한 책이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는, 이미 많이 들어서 무감각해졌을 수도 있는 기본적인 것들이 결국 정말 중요한 것임을 강조하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혹은 제한된 일부 그룹에서 효과를 본 결과나 방법을 들어 독자의 관심을 끌려고 하지 않았다. 대신 과학적, 의학적으로 이미 충분히 증명되어 근거를 의심하지 않아도 되는 사실들만 이야기하였다. 그래서 새로울 게 없기도 하지만 신뢰가 간다.

결론은 이미 예측된 것이다. 생활 습관의 문제라는 것.

안 지키는 사람에게 습관은 참 무서운 것이다.

 

 

의문 1: 폐경 후 비만 여성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식사 조절만 실시한 군에서 나타나지 않은  염증 지표 감소 효과가 식사 조절과 운동을 함께 시행한 군에서는 나타났다고 했다. 이 결과로 운동이 식사 조절보다 더 효과적으로 염증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는데, 운동의 효과는 식사 조절이 있는 전제 하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선식사 조절 없이 운동만 시행한 그룹도 실험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본다.

 

의문 2: 식습관에 따른 대사증후군 구성요소의 발생 위험 비교를 나타낸 표에서 (219쪽) ↑↓ 이렇게 위 아래 화살표가 함께 있는 기호의 의미가 무엇인지 불분명하다. 본문중에도 따로 설명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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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16 14: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9-01-16 19:35   좋아요 0 | URL
저도 빨리 먹는 편이었는데 그건 어렸을때 동생들이랑 먹는거 경쟁하느라고 시작한 버릇이었던 것 같아요 ㅋㅋ
어른이 된 다음에는 빨리 먹는 다른 사람 모습을 보니 별로 안좋아보이기도 했고 건강 챙기느라 일부러 천천히 먹으려고 하지요.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면 저도 모르게 빨리 먹는답니다.
방금 전 제 아들도 저녁 차려준 후 잠깐 세탁기 돌리고 왔더니 벌써 다 먹었다고 일어서네요.
알고 보면 빨리 먹는게 꼭 효용성과 관련있는 것 같지도 않은데 말입니다.
 
데어데블 : 본 어게인 시공그래픽노블
프랭크 밀러 지음, 데이비드 마추켈리 그림, 최원서 옮김 / 시공사(만화)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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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어도 읽는 분야의 책만 읽고 안 읽는 분야는 건드리지 않게 되나보다. 남편도 아는 데어데블을 나는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그것도 나온지 꽤 오래된, 고전적인 만화이고 이미 영화와 드라마로도 제작되어 이미 널리 알려진 마블 코믹스를 대표하는 캐릭터라는데 말이다. 이건 바람직하지 못하다. 새롭고 낯설지만 도전해보자고 시도한 그래픽 노블이다.

일본 애니메이션이 스토리 중심인 반면 미국 애니메이션은 히어로 중심이라더니, 데어데블에서 그 히어로 역할을 하는 것이 데어데블, 본명은 맷 머독이다.

 

데어데블의 역사로 말하자면 1964년으로 올라가도 한참 거슬러 올라간다. 무려 내가 태어나기도 전 <데어데블 1권>이라는 제목으로 처음 세상에 나왔다. 당시 잠깐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그 성공이 그리 오래가진 못하다가 1987년 저자인 프랭크 밀러가 다른 코믹스 시리즈, 즉 스파이더맨 시리즈에서 악당으로 활약하는 인물 하나를 빌려다가 다시 쓰게 되면서 다시 인기를 얻게 된다.  바로 이 책에서 악당 '킹핀'으로 나오는 인물이다. 히어로 캐릭터가 있으면 그에 대적할만한 악당 캐릭터가 있어야 하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사실. 조무래기 범죄자들만 상대해서는 히어로라고 할 수 없으니까 말이다. 이로써 데어데블의 인기가 다시 올라가게 되고 2003년에는 벤 에플렉 주연으로 영화화되었고 2015년에 넷플릭스에서 드라마로 제작하였다. 영화가 흥행에 별로 성공하지 못한 반면 드라마는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간단하게 줄거리를 보자면, 불운한 복서 출신 아버지는 엄마 없이 키운 아들 맷 머독이 변호사로 성공하기를 바라고 뒷바라지해온다. 하지만 갱단에게 죽음을 당하고, 맷 머독은 방사능 노출이라는 불의의 사고로 시력을 잃게 된다. 하지만 눈을 잃은 대신 다른 감각이 특별하게 예민해지는 결과를 초래하여 낮에는 변호사로, 밤에는 데어데블이 되어 범죄자 퇴치하는 일을 하는 정의의 용사가 되는 삶을 산다. 이런 데어데블의 활동으로 막대한 손해를 보고 있는 악당 킹핀은 이런 데어데블을 저지하기 위해 맞붙게 된다. 어찌 보면 판에 박힌 플롯인데 이게 그렇게 인기라니. 이 책의 마지막이 결코 마지막이라고 할 수 없음이 본어게인이라는 제목에서 다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전세계적으로 데어데블 마니아들이 있다고 하지만 어딘가엔 나처럼 재미는 있지만 그 정도로 몰입할 정도 아닌 사람도 있다는 것을 조심조심 말해본다. 아무튼 나도 이제 모르지 않게 되었다 데어데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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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9-01-09 14: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몰랐는데요.
하지만 저나 h님도 역시 이 꽈는 아닌 것 같습니다.
덕분에 그냥 알아만 두겠습니다.ㅎ

hnine 2019-01-09 22:21   좋아요 1 | URL
저는 그래픽노블 읽는 것이 너무 어려워요 ㅠㅠ 글만 있던지 그림만 있던지 하면 좋은데, 글이랑 그림이랑 다 쫓아가며 보는게 그렇게 힘들수가 없어요. 만화 좋아하시는 분들이 보시면 웃으시겠지요.
그리고 그림으로 내용이 대체될때가 많으니 글만 읽고 넘어가려면 이해가 또 잘 안되네요. 다시 돌아가서 보곤 한답니다.
그런데 이 데어데블이말이죠, 다크나이트, 어벤져스 같은 영화 계보의 거의 선두 격에 있기 때문에 알아두긴 해야할 것 같더라고요.

목나무 2019-01-09 16: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몰랐어요. 영화도 만화도 순정 순정한 것들만 좋아하다보니...ㅎㅎㅎ
앞으로도 저 역시 이런 취향은 갖지 못할 듯 하지만 어쨌든 에이치나인님 덕분에 데어데블을 쫌 알게 되었네요. ^^

hnine 2019-01-09 22:26   좋아요 0 | URL
저도 순정순정파 ^^
그리고 내용이 너무 포맷에 맞춰 진행되는 경우엔 저의 흥미를 아주 많이 끌어당기진 못하더라고요.
그리고 영화라면 모를까 그림이 들어가있는 만화의 경우엔 우리가 일본 만화에 더 길들여져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어요. 제가 위에도 썼지만 미국 만화와 일본 만화는 아주 다른 장르처럼 여겨질 정도로 다른 것 같아요. 미국 만화는 순정순정과는 거리가 멀어도 너무 먼...그래도 평소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을 가끔은 건드려보는 것도 좋은 것 같으니 설해목님도 어디 한번 도전해보시면? ^^
 
토지 14 - 4부 2권 박경리 대하소설 토지 (마로니에북스) 14
박경리 지음 / 마로니에북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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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권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일제 강점기.

길상의 출옥이 가까와지자 사람들은 막연히 과거 김환의 자리를 길상이 대신할 것을 기대한다. 서희가 500석 지기 땅을 길노인에게 자금으로 내놓았다는 것도 그렇게 기대하게 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편 시부모 봉양 잘 하는 본처 기성댁을 버젓이 고향에 두고 서울에서 첩살이 하고 있는 아들 두만이 아무리 타일러도 말을 듣지 앉자 이평 노인은 뜻밖의 처방을 내놓는다. 가진 전답을 기성댁에게 물려주겠노라고 선포한 것이다. 이에 두만은 불같이 화를 내며 화풀이로 아내 기성댁을 가차없이 폭행한다. 아들 두만의 폭행으로 퉁퉁 부은 며느리의 얼굴을 보며 우는 두만 모친, 그리고 그런 시어머니를 오히려 위로하는 기성댁. 이 내용의 장은 제목이 <어머니와 아들>이었다.

 

'마침내'라고 해야하나 '결국'이라고 해야하나. 전권인 13권에서 조용하와 이혼한 임명희는 동창이자 친구이기도 한 길여옥을 여수로 찾아 간다. 길여옥 역시 결혼에 실패하고 혼자 살며 전도사로 활동하는 상황. 임명희와 길여옥, 두 여자가 나누는 대화를 통해 이 당시 고등교육 혜택을 받은 여성의 사고 방식을 엿볼 수 있다. 두 여자의 앞으로의 행보가 어떻게 이어질지 예상해보게 하였다. 결혼과 별개의 길을 걸어, 어쩌면 그보다 훨씬 만족하며 살아가는 길로 이어질 것인가.

 

아들 석이의 두 아이 (성환, 남희)와 큰딸 순연 (귀남네) 가족까지 한집에 데리고 살아야 하는 성환 할머니 집에 어느 날 작은 딸 복연이 방문한다. 대우 받으며 살아야 할 나이에 자식, 손자 뒤치닥거리 하며 사는 것으로 보이는 어미 편을 든답시고 복연은 언니 순연에게 싫은 소리를 하고 형부에게 눈치를 준다. 그렇게 복작거리면서도 결국은 온 가족이 둘러 앉아 보리 섞인 밥이나마 함께 먹는 장면에서, 가난과 아픔과 갈등을 이고 지고 하루 하루 버텨나가는 서민들의 모습이 보여 가슴 찡하게 한다. 가족이라는 것은, 피붙이라는 것은, 이렇게 병도 주고 약이 되기도 하는구나 하는 생각으로.

 

조용하, 조찬하, 제문식, 오가타 이렇게 넷이 나누는 대화를 통해 당시 정세에 대한 지식인들의 생각을 읽게 해주는데 (274쪽), 토지에는 이런 식으로 당시 정세와 사회 변화, 다양한 계층의 사고 방식의 변화, 나아가 그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등장인물의 긴 대화를 통해 나타내는 부분이 자주 나온다. 4부에서 역시 이런 방식이 자주 이용되는 것 같다.

친일귀족 아버지를 둔, 사립학교 교장인 조용하는 임명희의 남편이기도 했고 조찬하의 형이기도 하다. 일본인이지만 세계주의자라 자처하는 오가타는 민족을 떠나 조선의 입장에 서서 사회 활동에 가담하기도 한 사람이다. 일본에는 민족주의라기보다 군국주의와 황도주의 (皇道主義)의 뿌리가 깊게 자리하고 있다는 말, 전쟁은 큰나라만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없는 쪽이 있는 쪽에 대해 사생결단하며 생존의 신장책으로 감행하는 경우가 있는데 일본이 여기에 속한다는 말은 조용하의 친구이자 오른팔 노릇을 하고 있는 제문식의 당당한 의견이었다.

 

남녀동등주의라는 말이 처음 언급되기도 한다. 조용하가 유인실에게 '당신은 남녀동등주의자냐'고 묻는 대목에서이다. 유인실은 항일의식이 강한 신여성인데 선배언니가 한 말에 자기 의견을 덧붙여 말하는 즉슨 (248) 여자를 소유물로, 단지 아이 낳는 존재로 비하하여 말하는 남자들은 남자로서 자신 없고 열등감에 사로잡혀 여자의 존재야말로 그들 자부심의 마지막 보루로 여기는 거라며 남성제일주의, 남녀동등주의는 남성 여성의 구별에서 제기되는 것이기보다 인간성의 문제라고 말한다. 약자니까 나보다 약한자가 있어주기를 바라는 심리, 즉 주체가 약자라는 전제하에 출발하는 것이라는 말인데 여기서 약자는 남자를 가리키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 남성 여성 구별의 관점이 아니라 인간성 차원에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본 유인실의 견해는 작가의 견해이기도 한 것일까.

유인실을 좋아하는 오가타는 자신이 일본인이라는 것에 괴로와하는데 통영에 내려온 인실과 오가타가 오랜만에 둘만 있는 기회에 나눈 대화라는 것이, 인실의 대일본성토였다. 여기서 작가는 또한번 인실의 입을 빌어 작가의 생각을 한껏 풀어놓는다. 장장 20여쪽에 달하는 분량이다. 이 부분을 쓰는데 작가는 얼마나 다양한 방면으로 식견을 모아 쏟아 부어야 했을까. 특히 조선 미술에 대한 야나기의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하는 대목은 두드러진다. 야나기는 알다시피 조선의 미술 연구를 그당시 조선 사람보다 더 열심히 깊이있게 하여 체계화 하는데 공헌했던 사람이다.

유인실이 말하기로 조선에서는 조선예술의 예찬자 야나기에게 박수를 보내고 감사 감격하며 그런 자신을 애국자로 착각하여 또 감격하는데, 이것은 치사하다면서 야나기는 조선의 예술은 참담한 민족수난이 빚은 쓸쓸하고 비애에 젖은 아름다움이라고 했지만 그것은 전적으로 틀린 말이라는 것이다. 조선의 예술은 생명이 내포된 힘의 예술이기 때문이다 (380쪽).

이어서 조선의 농민들은 결코 무지하지 않다는 주장도 한다.

조선의 농민들은 선비정신의 토양이에요. 또 선비정신의 씨앗이 뿌려진 대지이구요. 양반계급이 학문을 독점하고 있었지만, 하여 무학(無學)이지만 무식(無識)은 아닌 거예요. 그들은 가난하지만 예절이 스스로의 존엄을 지탱한다는 것을 알구요. 조선 백성들이 일본인을 향해 즐겨 쓰는 말 중에 상놈이란 말이 있어요. 그것은 신분을 말함이 아닙니다. 예절을 모른다, 사람의 도리를 모른다는 뜻입니다. (384쪽)

 

남보다 더 배웠다고 해서 위만 향하여 살 길을 찾으려 하기 보다, 오히려 아래층이라고 여겼던 사람들의 역할과 진면목을 확장하여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부럽다.

똑부러진 유인실의 말에 오가타가 변변한 대꾸를 못한 것은 연인 유인실의 마음을 거스르고 싶지 않은 이유만은 아니었으리라.

 

토지가 왜 토지이겠는가. 사람들의 이야기이면서 역사이면서, 한 시대를 관통하는 문화와 사고방식과 그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행동 방식이 그야말로 너른 토지 처럼 펼쳐진다. 너무나 많은 것들이 들어가 있는 이 소설을 제대로 잘 읽고나 있는지 의심이 드는데 쓰는 사람은 어떠했을까. 일생이 그저 <토지>가 전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한, 박경리 작가 딸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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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19-01-04 01: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새해 복많이 받으세요*^^*

hnine 2019-01-04 04:34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카스피님도 올해 건강하세요.

페크pek0501 2019-01-07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벌써 14입니까? 대단하십니다.
저는 600쪽이 넘는 책 하나 가지고 언제부터 읽을까 재고 있어요. 그걸 읽으려면 다른 병행하는 책들을 다 읽고 나서
시작해야 할 것 같아서요. 좋은 독서, 하고 계십니다. 저도 뒤따라가겠습니다. 그러나 천천히... ㅋ
좋은 하루 되시길 바랍니다.

hnine 2019-01-07 22:23   좋아요 0 | URL
한권의 쪽수가 그리 많지 않아서 다행이어요.
어떻게 하다보니 14권까지 왔는데, 다음 권으로 바로 이어질 정도로 흥미진진 정도는 아니라서 읽다가 중간에 다른 책도 보다가, 그러고 있어요. 되도록 집중해서 쭉 읽는게 좋겠지만 그렇게는 안되네요.
지금도 다음 권 들어가기 전에 다른 책 읽고 있는 중이랍니다 ^^

달리는돼지 2019-04-02 0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진짜 멋진 리뷰입니다 감탄했어요

hnine 2019-04-04 21:50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꾸벅~
 
대위의 딸 펭귄클래식 29
알렉산드르 세르게비치 푸시킨 지음, 심지은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웅진)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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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라고 시작하는 시로 유명한 푸시킨이 남긴 소설 중 제일 잘 알려진 것이 이 <대위의 딸>이 아닐까 한다. 실제로 초등학생용 세계명작전집에도 포함되었던 기억이 있으니까.

푸시킨은 1799년 모스크바에서 귀족가문 출신 군인이었던 아버지와 에티오피아 왕족 출신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즉, 푸시킨은 반은 아프리카 혈통) 왕실귀족학교에서 교육받는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자유로운 생활과 친목을 다지며 시인의 기질을 키워오던 그는 스무살 갓넘어 발표한 시가 당국의 검열에 걸리는 바람에 유배생활을 하게 된다. 이렇게 시작된 검열은 모스크바로 호송되어 시인으로 인정받고 창작 생활을 해나가는 동안에도 계속되어 사망할 때까지도 검열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유배기간 동안의 경험과 새로운 창작의 비전에 눈을 뜬 그는 러시아 민중의 삶과 지방의 삶을 담아 문학 비평, 역사 연구, 저널리즘, 희극, 소설 등으로 작품 세계를 넓힌다. 역사에 대한 관심에서 비롯된 푸가쵸프 반란에 대한 연구는 이 소설 <대위의 딸>을 쓰게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이런 그가 1837년 단테스 남작에게 결투를 신청하여 싸우다가 치명상을 입어 사망하는데 38세라는 이른 나이였다.

소설보다 시로 먼저 출발했고 시인으로서 먼저 인정받았던 푸시킨이지만 이 소설 <대위의 딸>은 러시아 문학사와 문화사에 큰 의의를 가지는 것으로 인정받고 있다. 러시아 근대 장편소설의 효시이자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 강>으로 이어지는 역사소설의 근원지 역할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솔직하게 말하면 이점은 작품 해설을 찬찬히 읽어보고 알게 된 사실일 뿐, 읽는 동안엔 그만한 의미를 찾아내지 못했다. 이유는,

1. 주인공 표트르가 미로노프 대위의 딸인 마리야를 좋아하게 되는 과정이 너무 갑작스럽다. 한눈에 반할 수 있는 것이 남녀 사이라지만 무관심에서 호감으로 변하는 상황이라는게 좀 억지스러워보였다. 상대방의 매력을 표트르 자신의 감정과 눈으로 찾아냈다기 보다 제3자인 시바브린의 오해로 엮어진 관계 같은 느낌이 들었다.

2. 표트르가 모시던 미로노프 대위는 물론 그 아내까지 잔인하고 포악한 푸가쵸프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고, 미로노프 대위를 모시던 표트르 역시 교수대에 올라가 처형되려는 찰라 푸가초프가 표트르를 알아보고 극적으로 처형에서 면하게 해준다. 일전에 서로가 누군지 모르던 시절 표트르가 푸가초프에게 적선하듯이 주었던 토끼가죽 외투와 포도주 한잔 때문이었다. 이후로 표트르가 푸가초프와 노선을 같이 하거나 도움을 준것도 아닌데 마지막까지 푸가초프가 표트르를 모든 제재와 탄압에서 예외대상으로 선처를 베풀어줌으로써 이야기가 해피엔딩으로 무사히 진행될 수 있게 해준다. 스스로 황제라 칭하며 포악하고 무자비한 살인을 서슴치 않는 무법자 같은 푸가초프가 말이다.

3. 주인공 표트르는 매우 평범한, 너무나 평범한 인물이다. 갈등을 뛰어넘고 극복해나가는 캐릭터와는 거리가 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뇌하고 난관을 헤쳐가는 인물이라고 보기엔 부족해보인다는 것이다. 이 표트르라는 인물의 성격을 짚어보자면 도의에 크게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 잔머리를 굴리지 않는다는 것, 의리를 저버리는 일을 도모하지 않는다는것 등을 들수 있는데 그런 성격이 이야기 속에서 크게 두드러지거나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볼 정도는 아니다. 정치적 혼란의 시기 속에서 목숨을 보존하고 사랑하는 여인을 무사히 지켜서 결혼까지 가기까지 주인공의 어떤 결정적인 역할이나 모험을 통해서라기 보다는 상황이 그에게 유리하도록 잘 흘러준 덕이 더 커보인다. 따지자면 오히려 그의 충복 사벨리치의 행동이 더 용감하고 결단력있어 보인다. 물론 자기의 의무가 표토르를 안전하게 지키는 것이라고 굳게 믿는데서 나온 행동이지만 말이다.

20대부터 죽을때까지 계속 검열의 눈길을 피해야했던 푸시킨으로서, 자기의 생각을 맘놓고 직설적으로 소설 속에 표현하기 보다는 이렇게 저렇게 포장하고 둘러서 표현해야했다는 것이 작품 해설에서 읽은 내용이고 이해가 간다. 푸시킨은 주인공을 앞세운 소설보다는 역사적인 사건을 소설 형식을 통해 보여주는 형식을 택한 것일까? 그럴만큼 그 당시 러시아는 안팎으로 몹시 불안했던 시기를 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예카테리나 여제와 푸가초프는 실제 인물이고 푸가초프의 반란 역시 실제로 있었던 사건이다.

시대가 아무리 혼란스럽고 불안하더라도 선의를 지키며 살라는 것을 주제로 본다면 얼추 그의 유명한 시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하지 말라'와 일맥상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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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니데이 2018-12-19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hnine님, 서재의 달인 선정되신 것 축하드립니다.
올해도 좋은 이웃 되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따뜻하고 좋은 연말 보내세요.^^

hnine 2018-12-20 05:27   좋아요 1 | URL
서재 시작한지 오래되긴 했지만 서재의 달인 선정에 대해선 그냥 덤덤해요. 저보다 열심히 활동하신 분들 중에 안되신 분들도 계시고,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보다 서니데이님 좋은 이웃이었다는 말씀이 더 기분 좋습니다.
연말이자 또 새로운 해의 시작이 코앞에 왔어요. 웃어야 할지 울어야할지 ^^

2018-12-19 22: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18-12-20 05:28   좋아요 1 | URL
액자에도 걸려있고 노트 표지에도, 책받침에도, 편지지 그림에도...단골 문장이었죠. 출처가 어딘지도 모르면서 눈에 익었어요 ㅋㅋ
아, 말씀하신 것 처럼 어느새 그 문장이 눈이 아니라 마음으로 들어오는 나이가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