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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방
신경숙 지음 / 문학동네 / 199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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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신간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서, 훨씬 이전에 출간된 이 책을 읽었다. <엄마를 부탁해>를 읽고 리뷰를 쓰다가 생각나는 일이 있어서 페이퍼를 쓴 것이 계기가 되어서였다.
'외딴 방'. 장편 소설의 태를 갖춘, 그녀의 자전적 고백이라고 해도 좋을 이 작품에 작가가 가지고 있을 애(愛)와 증(憎)을 짐작할 수 있겠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어느 한 시절, 그것을 공유하는 다른 사람들에 의해 다시 추억하도록 부탁을 받고 쓰게 된 소설이라고 해도 될까.
이 책을 읽기 전에도 그렇게 보였지만, 그녀의 글에서는 어떤 꾀도, 영특함도, 깜짝 놀랄만한 문학적 기교도 보이지 않는다. 극반전으로 읽는 사람을 놀래키는 법도 없으며, 주인공의 극적인 변신이나 돌발 사건도 없다. 견디고, 나서지 않으며, 그래서 어리숙해 보이기까지 하는, 한 진지한 인간이 있을 뿐이다.
낯익은 지명, 낯익은 장소, 낯익은 인물들 때문에 다 읽을 때까지 손에서 놓고 싶지가 않았다.
십대 후반을 보낸 그 외딴 방의 문을 닫아 놓고 지내는 동안 그녀는 한동안 말을 잃었다. 이제는 후련할까. 이제는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바라 볼 수 있을까.
지난 시절을 그리움과 애틋함으로만 추억할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 적어도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우리가 이 생에서 겪어낸 일, 또 앞으로 겪어낼 일들에 놀라지 말라고, 이 세상에는 우리가 쉽게 받아들여 단기 처리 되지 못할 일들이 참으로 많다는 것, 이런 생각들이 스쳐간다.
이 소설을 쓰느라 그 시절을 겪어내는 만큼 힘들었을 그녀에게 공감의 웃음이라도 지어보이고 싶다.
이 책을 알려주신 분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그렇지 않았더라면 모르고 지났을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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웽스북스 2009-01-16 23: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그러니까 저말입니까? (긁적 ^_^)

hnine 2009-01-17 04:33   좋아요 0 | URL
그~렇지요 ^^

순오기 2009-01-17 10: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그 페이퍼 읽고 이 책 읽어야지~ 하고 있어요.
어제 잠깐 책 바꾸러 왔던 아짐이 공교롭게도 이 책 얘기를 하더라고요.^^

hnine 2009-01-17 12:04   좋아요 0 | URL
예전엔 1,2권으로 나뉘어 나왔었나본데, 제가 읽은 것은 합본이어서 꽤 분량이 됨에도 불구하고 지루한지 모르고 읽었어요.
댁에 방문하시는 책 손님들과 이야기 나누는 재미도 있으시겠어요 ^^

2009-01-17 11: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7 1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7 21: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7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1-18 15: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주 올레 여행 - 놀멍 쉬멍 걸으멍
서명숙 지음 / 북하우스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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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책들이 대개 그렇지만, 이 책 역시 400쪽이 넘는 분량임에도 지루할 틈 없이 단숨에 읽혔다. 제주도가 고향인 저자가 산티아고 여행을 하고 돌아온 후 어떤 계기로 인하여 우리 나라에도 그와 같은 걷기 코스를 만들기로 작정을 하고, 여러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 6코스의 걷기 코스를 개척하는 얘기인데 이 책에는 6코스까지 실려 있지만, 현재 11코스까지 진행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제주도라는 우리 땅의 아름다움이 이렇게 새로이 사람들에게 알려질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운 일인가, 또 이 책을 읽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순간부터 제주도 걷기 여행을 꿈꾸게 되었겠나 생각하니, 저자가 참으로 보람있는 일에 자신의 노력과 시간, 열정을 투자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 책은 단순히 제주도 걷기 여행을 소개하는 여행서로만 읽히면 안된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개인적으로 이 책을 더 관심있게 읽었는지도 모른다. 저자는 전문적인 여행가도 아니었고, 처음부터 제주도 여행 코스를 목적으로 하고 일을 시작했던 것도 아니었다. 이 일을 시작하게 되기 까지의 저자의 인생 경험이 바로 이 제주 걷기 여행을 시작할 수 있도록 선행된 또하나의 여행이었음이라고 말하고 싶다. 책에도 밝혀 놓았고, 훨씬 전에 저자가 산티아고 여행에서 돌아온 후 라디오 인터뷰 프로그램에 초대되어 하는 말을 들은 바에 의하면, 기자라는 직업을 수행하며 당장 눈 앞에 떨어진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하루하루 쉴새 없이 달려야 했던 수십년의 세월에 염증을 느끼고, 이게 인생의 전부가 되게 하고 싶지는 않다는 자각. 그것이 출발점 아니었을까. 살다 보면 이렇게 '일단 정지'의 순간이 오게 되나 보다. 회사를 그만 두고, 그녀는 걷는다. 무슨 특별한 목적이 있어서라기 보다, 서울 시내도 좋고, 한강 둔치도 좋고, 집이 있는 곳에서 여의도 까지도 좋고, 그저 걷는다. 그러면서 걷기의 비밀이라고 할만한 것을 알아내었다고 할까?  그녀는 말한다. 걷기는 온몸으로 하는 기도요, 두발로 추구하는 선이었다고. 머리로 해결 안되던 여러 복잡한 생각들이 걸으면서 치유되는 것을 경험한 것이다. 이어서 산티아고 길을 떠나게 되고, 우리 나라에도 이러한, 걸을 수 있는 코스를 만들어보자는 아이디어를 얻게 되어,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서 그칠 수도 있었을텐데 실행에 옮기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고 감히 말할 수 없는 일을 해낸 것이다.
이렇게 길을 터 놓았으니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걸으리라. 그리고 느끼리라. 사람들의 수 만큼이나 다양한 이유를 가지고 길 위에 올라, 조금씩 다른 마음을 하고 돌아오리라.
제주도 여행에 꼭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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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설 2009-01-14 2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도 찜만 하고 있는 책이에요. 저는 국어시간에 기행문 참 좋아하고 지리시간도 참 좋아했는데...요즘은 완전 잊어먹고 살고 있는 듯.. 해요..

hnine 2009-01-15 07:17   좋아요 0 | URL
예전에 좋아하던 것들을 오랜만에 다시 대하면 더 좋아하게 되는 수가 있는 것 같아요. 이 책 읽어보세요. 저도 올 5월에 길을 나서볼까 생각하는데, 장담은 못하지요 ^^

비로그인 2009-01-17 22: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들춰보면 제주로 떠나고 싶지요? 5월에 가면 hnine님을 만날수 있는 건가요?~~~

hnine 2009-01-18 07:39   좋아요 0 | URL
2-3일이 어려우면 일박을 하더라도 올봄에 꼭 한번 다녀오고 싶어요. 가서 제주 바람을 한껏 느껴보고 오면 이후의 날들을 더 잘 버텨낼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을까, 그런 기대를 하게 되네요. Manci님도? ^^
 
마당을 나온 암탉 (반양장) - 아동용 사계절 아동문고 40
황선미 지음, 김환영 그림 / 사계절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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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때 아르바이트로 가르치던 초등학생의 국어 교과서를 무심코 들춰 본적이 있다. 교과서에 실린 글들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얘기들이거나, 지극히 교훈적인 글들, 권선징악의 메시지가 너무 드러나는 글들이라는 선입견을 가지고 있던 내 눈에 들어온 동화 한편이 나의 그런 선입견을 흔들어 놓았다. 초가 지붕위의 박이 자기는 너무나 보잘것 없다고 생각하여 달에게 하소연하는 내용이었는데, 나중에 이 세상 모든 것은 그 나름대로의 역할이 있고 소중하다는 것을 깨우치면서 끝나는, 짧지만 느낌을 주는 글이었는데, 이런 감동이 동화가 가지는 매력이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었다. 

요즘, 무슨 이유인지 다시 동화를 읽어 볼까하는 생각이 들길래 우선 우리 나라 동화를, 동화 작가별로 읽어보기로 했다. 우선 선택한 것이 황선미 작가의 책들. 

현재까지 그녀의 동화들을 다 찾아서 읽은 것은 아니나, 어찌하다 보니 그녀의 대표작이라고 꼽는 이 책을 가장 나중에 읽게 되었다. 읽어보니 이 책이 그녀의 대표작으로 꼽히는 것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가 얼마나 뚜렷한 생각을 가지고 고심하며 썼을지, 다른 작품에서와 비교가 안 된더라고 하면 너무 개인적인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그 정도로 이 작품의 뛰어남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처한 현실에 안주하는 삶과 그것을 벗어나보려고 시도하는 삶. 벗어나보려는 시도의 뒤에는 세상을 바꿔보겠다는 거창한 의도에서가 아니라, 자신의 꿈을 펼쳐보려는 의지가 있다. 이 책에서 암탉 '잎싹'의 꿈은 자신의 알을 품어 병아리가 태어나도록 해보는 것. 잘은 몰라도 삶이란 그런 것이 아닐까. 꿈을 가지고 그 꿈을 이뤄보고자 시도해보려는 노력으로 이루어나갈 그런 것 말이다.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한 것은 이것에서 끝나지 않는다. 평생을 공들인 꿈도 영원이 내것이 될 수는 없다는 것. 잎싹은 자신의 꿈의 실현이나 다름없는 오리 '초록머리'를 다 키워 결국 떠나보내지 않는가? 일생 공을 들이고 사랑을 쏟아부었다고 해서 그 산물이 온전히 내것이라고, 내맘대로 할수 있다고 할 수 없는 것이다. 꿈이나 목표는 그것을 가지고 사는 것, 그 꿈과 목표를 향한 눈빛을 모을 수 있다는 것에 비하면, 나중의 결과물이 어떠하느냐는 훨씬 덜 중요할지 모른다는 것이다.
"한 가지 소망이 있었지. 알을 품어서 병아리의 탄생을 보는 것! 그걸 이루었어. 고달프게 살았지만 참 행복하기도 했어. 소망 때문에 오늘까지 살았던 거야. 이제는 날아가고 싶어. 나도 초록머리처럼 훨훨, 아주 멀리까지 가 보고 싶어!"
잎싹의 마지막 말이기도 한 이 말 속에 잎싹의 삶이 요약되어 있다고 하겠다.

참으로 많은 의미와 상징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울렸듯이 나 또한 그 울림 속에서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할 것 같다. 한동안 덮어놓고 모른체 잊은체 하고 있던 것들이 모조리 들고 일어나는 느낌 속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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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9-01-14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황선미씨의 대표작이고 참 유명한데도 저는 아직 못읽었네요. 우리 아이들이 좀 더 크면 아이들과 같이 읽을까요? ^^

프레이야 2009-01-14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래전 독서지도사 공부를 시작하면서
이 동화를 처음 만났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다시 떠오르네요.
황선미의 글을 참 좋아해요. ^^

hnine 2009-01-14 03:52   좋아요 0 | URL
바람돌이님, 읽어보신다면 저보다 훨씬 훌륭한 리뷰를 써주실 것으로 생각됩니다. 좋은 작품이었어요.

혜경님, 그렇지요? 신선한 '충격'이요. '공감'을 뛰어넘어 충격이었어요.
황선미 작가의 '늘푸른 나의 아버지'에 대한 혜경님 리뷰를 언젠가 읽은 기억이 나네요.

혜덕화 2009-01-14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딸 아이가 초등학교 때 이 책을 읽고 재미있다고 아주 좋아했던 기억이 납니다.
잎싹이라는 말의 느낌도 참 좋아요.
입 안에서 봄 새싹이 돋는 느낌^^

현대 2009-01-14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동화는 백설공주나 신데렐라 정도만 있나보다. 그리고 나면 청소년에 맞는 아동용 글들이 있는거고.. 그렇게 생각했었어요. 아마 제가 그렇게 읽어왔고 그래서 경험을 넘어서지 못하고 무지했던 탓일것 같아요.

이런 동화들이 있다는 걸 얼마전에야 알았는데 한국동화들도 이렇게 좋은책이 많다는건 또 나인님 덕분에 알게 됩니다. 신선한 충격..은 읽어보지 못한 제에게도 왔어요..^^ 나인님의 설명을 읽으니 꿈과 그 꿈을 이루고 나는 과정들의 결과물까지 내것이 아닐 수 있다는 사실을.. 아이들이 지금은 이해할수 없어도 다 자라 어느순간 그 때 그 글들이 기억날 수도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동화도 아이에게 읽어주시지요? 이제 읽어줄 나이는 지났나요? 아이가 엄마에게 편지쓰고 옆에 목련꽃 놔두고 갔었다는 페이퍼를 읽었던 기억이 스치네요. 따뜻한 심성이 있는 아이예요. 나인님이 싹을 틔우고 길러주신걸꺼라 생각됩니다. 날이 너무 춥네요. 건강조심하세요. 나인님.

hnine 2009-01-14 17:10   좋아요 0 | URL
혜덕화님, 초등학생이었던 따님은 어떤 느낌으로 좋아했을까 궁금해지네요.
저자가 작명도 참 잘하는 것 같아요. 잎싹, 초록머리...느낌이 좋은 이름들이지요.

현대인님, 동화라고 하면 너무나 정해진 결론, 하나도 새롭지 않은 소재 등으로, 그저 책장 넘기기에 바쁜 것들이 대부분이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이렇게 훌륭한 작품들이 있네요. 아마 제가 몰라서 그렇지 많을거예요. 보물찾기 하듯이 그런 동화들을 찾아내고 싶어요. 공감해주시니 기쁩니다. 금요일부터는 날이 좀 풀린다지요? 사실 그동안 겨울치고 너무 안 추웠지요 ^^

순오기 2009-01-17 1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디.어~~ 읽으셨군요. ^^ 황선미의 대표작이 확실하죠.
우리 막내는 일곱 살에 이 책을 읽고 또 읽었어요. 뭐를 알고 읽었는지 모르지만~ 아주 감동이라고 했어요.^^ 지금은 중1인데, 그 사이에도 여러번 읽었어요.
광주시내 학부모독서회 토론도서로 가장 많이 선정된 것도 이 책일 듯...우리도 두번이나 했으니까요. 햐~ 이런 동화가 있구나, 감탄했었죠~~ ^^

hnine 2009-01-17 12:11   좋아요 0 | URL
토론감으로 아주 적절한 책이 아닌가 싶어요.
황선미 작가의 이후 작이 이에 못미치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워요.
권해주셔서 감사드려요. 그것도 아주 강력히~ ^^

비로그인 2009-01-17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좋은 책이있는지 몰랐네요. 저도 같이 읽어야겠어요!

hnine 2009-01-18 07:35   좋아요 0 | URL
Manci님은 읽으시면서 저처럼 많이 찔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 저는 읽으면서 정신이 번쩍 나는 것 같은 순간이 몇번 있었거든요.
 
엄마를 부탁해
신경숙 지음 / 창비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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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특정한 누구의 엄마라기 보다는 바로 얼마 전까지 한국의 어머니들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소설이다. 어느 날 서울역 지하철에서 사라진 엄마를 그녀의 아들, 딸들 넷이 찾아보려 애쓰지만 결국 아홉 달이 지나도록 찾지 못하는 것으로 맺는다. 단 하루도 자신을 위해 산 날은 없는 것 처럼 보이는, 자식과 남편 뒷바라지로 평생을 보냈으면서도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생을 살고 있던 엄마가 없어지고 나서야 가족들은 조금씩 엄마라는 존재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는, 어찌 보면 읽기 전에 그 얼개가 훤히 보이는 듯한 내용일 수도 있다. 

읽는 사람마다 다르기야 하겠지만 이 책을 눈물을 흘리며 읽었다는 리뷰를 많이 보았는데, 나는 눈물은 커녕 어찌나 울분이 일던지. 행여 소설 속 엄마와 같은 삶이 단순히 슬프고 동정 받을 이야기 쯤으로만 사람들이 받아들이면 어떻하나 하는 쓸데 없는 걱정까지 했음에야.  

엄마라는 존재는 먹고 싶은 것도 없고, 입고 싶은 것도 없고, 가고 싶은 곳도 없고, 꿈도 없고, 자식이 잘 되면 그게 곧 엄마의 행복이고 성공된 삶이라고, 우리들 마음 속 어느 한 구석에라도 혹시 그런 생각이 숨어있지는 않은가. 그래서 혹시나 자신의 꿈을 찾아서, 자신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작은 몸짓이라도 할라 치면 튀는 사람, 별난 사람처럼 보는 시선을 보낼 준비를 갖추고 있지는 않은가.   

평생 잠시도 쉴새 없이 고단한 삶을 살아내야 했으면서도 결국 자신에게 남은 것은, 지하철역에서 함께 있던 남편 손을 놓침으로써 서울에 사는 아들, 딸과 연락을 취할 방법도 모르고 아홉달 동안 이 세상으로부터의 모든 줄이 끊겨 버리고 마는 무능력자, 바로 그것이란 말인가. 

이렇게 한세상 살다가 눈 감을 때 억울하지 않을까? 정작 우리의 헌신적인 어머니들은 억울해하지 않으실거라고 그렇게 말할 사람이 있을까봐 두렵고 벌써 가슴이 답답해진다. 

'엄마를 부탁해'.
부탁하고 부탁 받아야 하는 존재의 비참함, 끔찍함.
그렇다. 나는 이 책을 비참하고 끔찍한 기분으로 읽었다.
이 땅에 이제 이렇게 사는 어머니들이 더 이상 안 계시기를, 어머니가 되는 순간 여자의 일생은 이렇게 전개되어야 한다는 편견부터 이 세상에서 사라지기를.  

숨이 끊어진 아들의 시신을 안고 슬퍼하는 피에타 상을 보면서 깨우치는 딸의 심정 묘사로 끝맺음으로써, 흐지부지 되기 쉬운 결말이 되지 않게 하였다는 생각이 들었으며, 책 끝의 작가 후기가 참으로 침착하면서 힘이 있고 진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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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09-01-09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전 아직 못 읽어봤는데요 더 궁금해지네요

hnine 2009-01-09 14:33   좋아요 0 | URL
저자의 글을 처음 읽은 것이 제가 고등학교때였어요. 그래서 관심이 가는 작가이기도 하면서도 그녀의 소설을 그리 많이 읽지는 않았지요. 언제 따로 페이퍼에 쓰려고 하는데 그래도 될지 몰라 미루고 있는 중이어요.
이 책 한번 읽어보세요. 요즘 엄청나게 많이 읽히고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요.
 
날마다 뽀끄땡스 문지아이들 93
오채 지음, 오승민 그림 / 문학과지성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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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히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 아님에도 그 책을 골라 읽게 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 책의 경우에 나는 익살스런 제목에서 느껴지는 발랄함 때문이라고 하겠다. 제4회 마해송문학상 수상작이라는데, 책의 배경처럼 실제 어린 시절을 안마도라는 섬에서 보냈다는 올해 스물 아홉된 작가의 말에서 바다 냄새가 철철 넘쳐나고 있었다.
아버지를 여읜 후, 엄마마저 재혼하여 뭍으로 나가고 할머니와 단둘이 살고 있는 민 들레. 전교생이 들레와 진우, 두명 뿐인 밤섬 학교에 어느 날 보라가 전학온다. 들레와 진우, 보라를 중심으로 학교 이야기, 선생님 이야기, 엄마 이야기, 헤어짐의 이야기 등이 구수한 남도 사투리와 함께 엮여져 있다.
엄마나 아빠 중 한 사람의 부재, 새 친구와 친해지기 전의 갈등, 정들자 헤어짐 등은 창작동화에서 참 많이 다뤄지는 이야기이라 새로울 것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어른의 눈이 아니라 글에 등장하는 아이의 나이로 돌아가 만약 내가 이 나이때 이런 상황에서 살게 되었다면 어떻게 대응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자 조금 더 진지해질 수 있었다. 아들을 먼저 잃고 며느리도 재혼하여 손녀를 혼자 키우면서도, 며느리를 가여이 여기고 손녀를 공부시키기 위해 땅콩 농사 짓기에 여념이 없는 따뜻하고 낙천적인 할머니에게 '뽀끄땡스'추기는 생활의 활력소이고 즐거움이었다. 그러면서도 들레에게 말한다, 어떻게 사는 것이 매일 뽀끄땡스 추는 것 같겠냐고.
'같이 살아야 엄마지, 같이 못 사는 엄마가 무슨 엄마여.' 뭍으로 간 엄마를 그리워하는 들레의 볼멘 소리가 들리는 듯 하다.
이 글들이 모두 서울 표준말로 쓰여졌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로, 남도 사투리가 내용과 아주 잘 어우러져 있어 읽는 동안 색다른 즐거움과 유쾌함을 주었다.
초등학교 5~6학년 이상 권장되는 책이라는데 그 연령 대 아이들이 주위에 없는 나로서는, 과연 이 책을 읽고 아이들은 뭐라고 얘기할지, 어떤 느낌일지가 참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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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1-05 02: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뽀끄땡스~ 읽으셨군요.
남도사투리가 제겐 익숙한 일상이랍니다.^^

hnine 2009-01-05 06:45   좋아요 0 | URL
뽀끄땡스, 꼽따...경음이 들어가니 소리가 경쾌해져요.
사투리가 주는 정감이 있는 것 같아요.
이 책은 순오기님 서재에서 제일 먼저 보고 기억해 두었더랬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