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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의 최소원칙
도정일 외 지음 / 룩스문디(Lux Mundi) / 2008년 12월
평점 :
이 책은 2007년 경희대학교 교육대학원의 특별강좌로 마련되어 각계 전문가들을 강사로 초빙하여 대담 혹은 강의형식으로 진행된 것을 정리한 것이다. 밑줄을 많이 치면서 읽었다. 정리할 겸 그 중 일부를 요약해서 옮겨보는 것으로 리뷰를 대신할까 한다.
1. 도정일, 무엇을 쓸 것인가
· 글감의 선택
삶의 경험에서 글감을 끌어오라. 글쓰기의 출발점은 ‘나’의 경험이어야 한다.
그러다 보면 자기가 쓴 글이 어떤 중요한 주제에 연결되는 부분이 있음을 발견하게 된다.
· 책과 문학에서 얻는 글쓰기의 자원
책은 생각하는 데 가장 필요한 도구이다. 책을, 글을 읽으면서 우리는 어떤 생각에 접하고 생각을 자극 받고, 자신의 생각을 전개하게 된다. 소설은 직접적으로 논리적이거나 분석적인 질문을 던지지는 않지만, 다 읽고 나면 그 소설이 다루고 있는 큰 질문들이 떠오르고 독자는 그 질문들을 놓고 생각하게 된다.
2. 김훈, 문학적 글쓰기
· 사실과 의견을 정확하게 구분할 줄 알아야 한다. 그것이 분명하지 않으면 글은 과학이 될수 없다.
· 책을 많이 읽는 것이 글을 쓰는데 도움은 되겠으나 더 중요한 것은 세상을 자기의 안목으로 관찰할 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세상이나 인간이나 풍경이나 사태를 자기 나름대로 들여다보는 시선의 독자성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과학적으로 이해하는 인식의 틀이 있어야 한다.
· 인문주의란 의문을 제기할 줄 아는 능력이라고 본다. 현실을 반영할 수 있는 능력, 보편적 가치나 보편적 원리에 대해서 사유할 수 있는 능력이 바로 인문주의이다. 인문학을 전공하는 소수의 우수한 학생을 길러내는 것이 인문주의의 목적이 될 수는 없다. 전공에 관계없이 모든 학생들이 인문적인 사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도록 하는 것이 인문 교육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
3. 박원순, 글쓰기로 아름다운 사회를 디자인하다
· 일, 사업의 활동가로서의 글쓰기를 하는 사람으로서 글이란 그런 활동에서 나오는 하나의 부산물이라고 생각한다. 시민운동가이고 실천가이기 때문에 언제나 실천적 관점에서 현상을 보게 되고, 외국 사례를 보거나 들으면 그날 바로 정리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그 순간에 즉시 쓰면 기억도 생생하다. 뭐든지 보면 그대로 쓰고 정리해버리는 것이 원칙인 ‘즉결처분주의자’
· 명함에 직업을 social designer라고 적어 다닌다고 한다. 세상을 디자인하는 사람이라고.
4. 최재천, 정확성과 경제성과 우아함, 그리고 치열성
· ‘통합’과 ‘융합’과 ‘통섭’을 어떻게 구별할 것인가
통합은 상당히 이질적이고 물리적인 단위들을 그냥 묶는 과정, 융합은 하나 이상의 것이 녹아서 하나 됨이다. 통합이 물리적 합침이라면 융합은 화학적 합침이다. 통섭은 녹아 합쳐진 곳에서 뭔가 새로운 것이 만들어져야 한다는 개념, 즉 생물학적 합침이다.
· 대학에서 직업 교육이 아닌 기초 교육을 지향해야 하는 이유는 기초교육을 제대로 받아서 나간 사람만이 살아가면서 언제든 변신이 가능하기 때문에, 언제든지 새로운 공부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 인문학과 자연과학의 관계
대한민국 인문학자들 중에는 과학이 황폐화시킨 인성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는데, 사실 과학이 진짜로 그랬는지, 그렇다면 그런 얘기를 할 것이 아니라 인성을 회복하는 작업을 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더 이상 21세기에도 인문학이 과학을 멀리하면서 살아남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인문학은 과학하고 떡처럼 들러붙어야 한다. 인문학의 위기라기 보다 사실은 기초학문 전반의 위기의 시대라고 할 수 있다. 모든 학문은 인문학에서 시작해서 인문학으로 마무리 된다고 생각한다. 자연과학은 그 중간에 서 있는 학문이며 방법론이고, 궁극적으로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는 것은 결국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청빈함으로 존재하는 것을 본질로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사회 최고 지성의 위치를, 문학 하시는 분들이 갖고 있으면 과연 우리가 21세기를 살아남을 수 있을까. 이제는 문학뿐 아니라 자연과학 하는 사람, 공학 하는 사람, 디자인 하는 사람 등도 우리 사회의 최고 지성으로 무슨 일이 생겼을 때 국민이 바라볼 수 있는 그래서 그 분이 하시는 말씀을 경청할 수 있는 그런 분위기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5. 민승기, 사이 공간 (in-between)으로서의 글쓰기
투명성, 정확성, 확실성, 이런 가치들이 글쓰기의 미덕으로 이야기되는데, 대립구조적인 방식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애매모호함 으로서의 글쓰기, 사이 공간, 또는 이미지로서의 글쓰기 방식이 있다. 글쓰기의 투명성이나 확실성을 포기하라는 것이 아니라, 투명성이나 확실성이 숨기고 있는, 그러나 완전히 배제할 수 없는 모호함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것이다. 언어를 통해 언어를 넘어서는 부분을 기입하는 글쓰기, 문화가 억압해왔거나 배제해왔던, 문화 속에서 드러날 수 없었던 것을 기입하는 글쓰기, 그래서 억압되고 배제된 것들은 언어를 넘어서는 이미지로 기입된다. 데리다 가 말한 ‘밤의 가시성(nocturnal visibility)’이라고 하는 것은 언어 속에서 언어를 넘어서는 이미지를 뜻한다.
6. 최태욱, y=f(x)로 풀어보는 사회과학 글쓰기
· y란 의문, 사회 현상. 어떤 사회 현상에 대한 의문을 갖고 그것이 무엇인가에 의해 움직여갈 것이므로 변수이다. 이 변수가 어떻게 움직여 갈 것인가에 대한 의문이 사회과학 글쓰기의 시작이다. X는 그 의문을 풀어줄 수 있는 설명변수이다. 의문을 갖고 있던 y라는 사회현상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어떤 x가 y를 설명할 수 있겠느냐, 즉 x가 y를 변화시키는 과정을 풀어가는 것이 사회과학 글쓰기이다.
· 사회과학 글쓰기라는 것이 진리 찾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주장하고 있는 x가 y를 설명하는데 있어 매우 유효한 변수라는 주장을 듣는 사람 혹은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납득하게 하는 작업이라고 본다.
7. 김영하, 존재, 삶, 글쓰기
· 잘 쓰려고 하지 말고 자기 즐거움을 위해서 써라. 글쓰기가 즐겁다면 그것은 글쓰기가 우리를 해방시키기 때문일 것이다. 정말 갑갑하고 괴로울 때 인간을 글을 쓴다. 글쓰기가 가진 이런 해방감이 중요하다. 자기 내면의 억압들, 학생의 경우 부모로부터의 억압, 학교로부터의 억압, 성적인 억압, 이런 것들을 토로하고 폭로하는 과정에서 글쓰기의 진정한 기쁨이 나온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