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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되고 싶어! 사계절 아동문고 62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남궁선하 그림, 정현정 옮김 / 사계절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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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낸다는 것은 작가나 어떤 분야의 전문가만이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선입관을 버리는데 일조하는 책이다. 오히려 책을 씀으로써 작가가 되고 전문가에 가까와 지는 것이랄까.
저자인 앤드루 클레먼츠는 교사 출신의 작가로서 그 자신이 고등학생때 직접 지은 시를 본 선생님으로부터 출판해도 되겠다는 칭찬을 받았었다고 한다.
이 책의 주인공 나탈리는 저자처럼 고등학생도 아닌 초등학교 6학년. 아빠가 돌아가신 후 출판사에서 일을 하시는 엄마와 둘이 살면서 글쓰는 것을 아주 좋아하는 여학생이다. 어느 날 나탈리는 자기가 쓴 '거짓말쟁이'라는 글을 친구 조 라이스먼에게 보여주게 되고, 그 글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은 조는 느닷없는 제안을 하게 되는데, 바로 이 글을 책으로 출판하자는 것이다. 그 날로부터 나탈리의 글이 진짜 책으로 출판되어 나오기 까지의 과정, 에피소드를 담고 있는 책이다.
무엇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참 많이 할 나이. 하고 싶은 일이 떠오를 때 마다 곧이어 안되는 이유를 서너가지 씩 떠올리는 대신, 안 될 것 없다, 못할 것 없다는 생각으로 추진력을 실을 수 있는 것은 할 수 있는 것이 더 많을 어른들 보다 오히려 아이들인 것이다.
어릴 때 이렇게 자신이 꿈꾸는 일을 실제로 이루어 본 경험은, 성인이 되어 자기개발서 수십권을 읽는 것보다 훨씬 더 충실한 자신감과 자존감, 긍정적인 마인드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 책의 원제는 The School Story. '학교 이야기' 혹은 '학교에서 일어난 이야기'로 풀이될 수 있겠는데, 며칠 전에 읽은 동일 저자의 책 <프린들 주세요 (Frindle)> 에서 처럼 이상적이라고 할 수 있는 교사상을 보여주는 인물이 나온다. 바로 나탈리와 조와 함께 비밀리에 책 출판 과정을 도와주고 이끌어주는 클레이턴 선생님이다. 어떻게 보면 무모하달지 모르는 아이들의 계획을 안되는 이유를 주루룩 들어가면서 제지부터 시키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생각을 펼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선생님이다. 프린들에서의 그레인저 선생님이 그러했듯이.

이 책의 특이한 점 또 한가지는 이 책의 번역을 우리나라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이 했다는 것인데, 출판사의 의뢰를 받아서 한 것이 아니라 방학 때 읽은 책중 한권을 재미있어서 번역을 해보고 그것을 출판사에 보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못할 것 없는 아이들.
대체로 초등학생이 번역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만큼 매끄러운 문장들이었는데, 딱 한군데, 이해가 안가서 원문이 궁금해진 문장이 하나 있었다. 144쪽의 "걱정 마세요, 엄마. 클레이턴 선생님이랑 조가 생각만큼 포커는 잘 몰라도 다 잘 될 거예요." 라는 부분.

초등학교 5학년 정도 이상이면 읽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특히 글쓰기를 좋아하는 아이라면 더욱 좋아할 것 같다. 참고로, 이 책은 주로 글이 책으로 출판되어 나오기 까지의 과정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지, 책을 쓰는 과정을 자세히 다루고 있지는 않다는 점과, 우리 나라에서는 이 책에서 처럼 책의 출판을 위해 '대리인' 이라는 사람의 역할이 그리 두드러지지 않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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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지 않겠다 창비청소년문학 15
공선옥 지음 / 창비 / 200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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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죽지 않겠다>라는 책의 제목이 단순히 책의 제목으로서만 보여지지 않는 시기를 살면서 읽어본 공선옥의 이 소설집은, '역시 공선옥'이라는 확인도 되었으나 전작 <명랑한 밤길>에는 좀 못미치지 않나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쳐갔다.

야쿠르트 배달원 엄마가 돈이 융통이 안되어 여기 저기 아쉬운 소리를 해가며 통사정 하는 것을 본 주인공은, 학급 공돈을 잠시 맡아 달라는 반장의 부탁으로 보관 중이던 돈의 일부를 엄마 가방에 몰래 넣어 놓는다. 나중에 엄마가 월급을 받으면 다시 채워놓겠다는 심산으로. 하지만 남은 돈 마저 오빠에게 뺏기고, 어쩔 수 없어 반장에게 사실을 털어놓은 후 수치심과 모멸감으로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안개 속을 헤매고 다니던 중, 문득 옆에서 모르는 누군가의 음성, '난 죽지 않는다니까. 내가 누구 좋으라고 죽냐, 죽기를' 하는 소리에 다시 마음을 다잡고 일어선다. 이 책의 처음에 나오는 <나는 죽지 않겠다>의 내용이다.
<일가>를 읽으면서는 다소 내용의 비약이 느껴졌는데, 느닷없이 오촌 당숙이라며 중국에서 주인공의 집으로에 찾아온 아저씨가 집에 머무르는 기간이 기한없이 길어지자 식구들의 불편함이 조금씩 드러나게 되고, 사소한 일로 아빠와 다툰 후 엄마가 가출해버리는 일이 일어나자 아저씨는 무슨 생각에서였는지 홀연히 주인공의 집을 떠난다. 주인공 역시 아저씨의 체류로 인해 불편해하며 아저씨가 떠나가 줄 날을 기다렸긴 하지만, 세월이 흐른 후 문득 그 아저씨 생각에 눈물이 난다는 내용이다.
이 책에서 제일 공선옥 답다고 느껴졌던 글은 <라면은 멋있다> 였다. 공선옥 특유의 자존심, 동정을 구하지 않겠다는 이 악물음이  잘 나타나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슴 아프다는 말 대신 '가슴에서 버저가 울린다'라고 말하면, 굳이 가슴 아프다라는 말을 하지 않아도 되어서 좋다는 주인공은, 웬만큼의 배짱도 있고 자신의 상황을 비극적으로만 몰고 가지 않는 당당함이 있었고, 마음의 여유와 감성을 잃지 않아 남자 친구인 주인공으로 하여금 같이 있으면 자꾸 자신이 착해지는 느낌이 들게 한다는 여자 친구 '연주'는 어쩌면 주인공보다도 더 맘에 드는 캐릭터였다.
<라면은 멋있다>의 주인공이 연속해서 등장하는 <힘센 봉숭아>에서는, 주인공이 월급을 제대로 주지 않는 알바집 아줌마의 깨어진 봉숭아 화분을 사러가는 대목에서 내용의 다소 어색한 비약이 느껴졌고, 십대의 임신이라는 같은 경험을 엄마에 이어 딸도 겪게 되면서 평소 엄마에 대한 미움이 사랑과 동지 의식으로 급전환 한다는 내용의 <울엄마딸>도 다소 싱거웠다.
마지막의 <보리밭의 여우>는 의용군으로 갔던 작은 아버지의 갑작스런 귀향을 서로 쉬쉬하는 식구들과 마을 사람들 속에서 초등학생의 눈으로 본 상황을 그린 이야기이다.

청소년 소설이라고 이름 붙어 출판되긴 했지만, 한번도 그런 생각을 하며 쓴 적이 없다는 작가 후기 중의 한 대목을 읽자니, 청소년기를 훨씬 지난 어른이 되어서도 소위 청소년 소설이라고 하는 것에 여전히 끌리고 있는 이유가 어디 있는지 어렴풋하게 답을 듣는 것 같다. 

내가 아직 온갖 잡다한 지식이라든가 딱딱한 이성의 지배를 받기 전의 상태에서 외부의 자극을 받아들였던 그때의 감성이 어쩌면 지금의 나를 지탱시켜주는 강력한 힘인 것만 같다. 모든 어른들은 청소년 시기의 감성들을 야금야금 빼먹으며 늙어가는 것만 같다. 이글을 쓰면서 나는 그 감정들의 최대치를 기억해내는 특별한 즐거움을 누렸다.

이렇게 쓸 수 있는 저자, 여전히 공선옥은 공선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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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6-18 11: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6-18 12:33   좋아요 0 | URL
흔치 않은 타입이지요. 신경숙과의 차이가 바로 거기 있지 않나 생각해보기도 했습니다. 신경숙은 그냥 오롯이 받아들이면서 상황에 푹 빠지는 수동성을 보이고, 그런 면에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반면, 공선옥은 딛고 일어서겠다는 의지가 도드라지지요. 전 신경숙도 싫어하진 않습니다만, 저에게는 공선옥이 조금 더 매력있네요. ^^

2009-06-18 13: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hnine 2009-06-18 12:36   좋아요 0 | URL
바탕 색을 연노랑으로 바꾸고 나니 푸른 색 지붕과 안어울리잖아요. 그래서 지붕까지 바꿨네요. 서재 이미지 그림은 제가 만든 시나몬 롤 (다린이말로는 달팽이 빵) 맞아요. 저의 빵까지 알아봐주시다니, 감격입니다 ^^
 
프린들 주세요 사계절 중학년문고 2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양혜원 그림, 햇살과나무꾼 옮김 / 사계절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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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제 <Frindle>도 그렇고 번역본 제목 <프린들 주세요>를 봐도 그렇고, 제목의 뜻이 감이 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사람 이름 같지도 않고. 할 수 없다. 읽어보는 수 밖에. 더구나 저자인 앤드루 클레먼츠의 다른 책을 읽고 있던 중이었기에 내친 김에 이 책도 읽어 보기로 했다.
외국 작가의 어린이 책들은 이래서 재미있다. 아이라서 할 수 있을 기발한 생각들, 생각에서 그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실행에 옮기기를 주저하지 않는 기동력. 성인이 되어가면서 서서히 잃어가는 그 호기심과 아이디어의 샘을 다시 보는 재미와 감동이란.
아이의 엉뚱하고도 기발한 생각과 행동을 크게 나무라거나 제재부터 하려들지 않는 주인공 닉의 부모는, 이 책에서 그 점을 따로 강조하지 않은 것을 보더라도 보통의 부모들의 반응이랄 수 있는데, 우리 나라에서라면 아직도 특이한 경우로 소개될 만한 경우에 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레인저 선생님의 모습 역시 눈여겨 볼만 하다. 기존의 룰에만 연연하여 그것에 벗어나는 행동은 모두 일탈 행위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아이디어와 독창성을 끝까지 키워 주려 하는 모습은, 가르쳐주는 대로 따라 오지 않는 학생, 선생님이 교실에서 가르쳐주신 것에 역행하는 생각이나 말을 표현하는 학생들에 대해 과민하게 반응하고 대응하는 선생님의 모습과 대조를 이루어 떠올랐다.
또한가지, 이런 책들을 읽고 나면 꼭 드는 생각,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아이들의 눈으로 다시 세상을 볼 수 있는 것일까. 마치 잠시 아이들의 세계로 돌아갔다가 온 것처럼. 
약간의 갈색이 들어간 흑백 삽화도 재미있다. 번지기 요법인가? 마치 지면위에 곰팡이 (사랑스런 곰팡이라고 부르고 싶은) 가 피어있는 듯한 배경 그림, 책의 내용에 맞게 인쇄된 활자와 사전의 한 페이지, 도시 배경등의 사진을 여기 저기 꼴라쥬로 표현한 것등.
아이가 빌려 온 책을 아침 한나절 먼저 읽고는 아이에게 궁금증을 유발시키는 재미도 보너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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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실 2009-06-17 13: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권장도서목록에 꼭 포함되던데...저도 아직 읽지 못했어요.
맞아요 아이들 세계를 꼭 들어가 본것처럼 잘 쓰는 작가들 있죠.

hnine 2009-06-17 14:00   좋아요 0 | URL
저도 제목이 눈에 많이 익은 책이었어요. 시간 있으실 때 한번 읽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요즘은 경황이 없으셔서 책 읽으실 시간도 마땅히 없으시겠지만요.
 
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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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인기 있는 소설이 반드시 내게도 좋으리란 법은 없다. 올해 초부터 지금까지 이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의 열풍이 대단함에도 굳이 서둘러 읽어볼 생각을 안했던 데에는 그런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미적거리다가 드디어 책이 손에 들어와 읽기 시작한 이 책은, 아무리 기대를 크게 안 했다고는 하나 정말 기대 이상이었다. 나로서는 지금까지 한번도 접해 본 기억이 없는 구성의 글에, 저자 소개글에 있듯이 안정된 문장력, 이야기의 도약이 심하면 심하다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어느 한군데 어색함이 느껴지지 않음, 무엇보다도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 때문에, 그 상상력과 책의 주인공인 '나'가 헤쳐 나가는 행로의 진지함때문에, 정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다. 
사람들마다 싸안고 있는 고민거리들, 그것들을 대신 해결해줄 수 있는 마법이 존재한다면 하는 바램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한번 쯤 해보는 상상이다. 그런 개개인의 주문과 염원을 담아 각종 빵이나 케잌, 쿠키를 제작해주는 곳, 위저드 베이커리. 개인적으로 여러 불행한 경험들을 가지고 있는 '나'가 이 위저드 베이커리와 인연을 맺게 되어, 그곳에서 일어나는 불가사의한 일들을 지켜보게 된다. 이 베이커리의 주인 점장은 사람들의 주문이 담긴 빵을 제작해주면서 한가지 점을 강조하는데, 그것은 바로 결과에 대한 책임은 그 주문자에게 돌아오게 된다는 것이다.
결과에 대한 책임.
형태는 보통의 머랭 쿠키를 닮은, 시간을 되돌랄 수 있게 하는 쿠키 '타임 리와인더'는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구입이 가장 어려운 품목인데, 그 이유에 대한 설명이 참으로 설득력있다. 한 사람이 되돌려 놓은 시간의 결과가 온 지구상의 사람들에게 조금씩 다 돌아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나로 말미암은 일의 결과를 나만 책임지면 되는 것이 아니라, 원치 않는 모든 사람들까지도 함께 나눠 가져야 하기 때문에 웬만해서는 제작이 불가능하다는 설정은, 위의 '결과에 대한 책임'이라는 원칙과 함께 작가가 한참 고심하여 만든 설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의 결말 역시, 뻔한 형식으로 맺지 않고, 읽는 사람의 상상력과 해석에 상당 부분을 남겨 놓은 것도 돋보였다.
책의 뒷 부분에 'Y의 경우', 'N의 경우' 라고 따로 소제목이 붙은 부분은 아마도 바로 앞 부분의 내용에 이어서, 시간을 되돌리는 쿠키를 입에 넣은 경우 (yes의 Y) 와 넣지 않은 경우 (no의 N)를 따로 써놓은 것인가보다. 후기에서 저자가 이 책을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라고 하고 있는 것을 보니 더욱 그렇게 추측하게 된다.

그저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틀릴 확률이 어쩌면 더 많은, 때로는 어이없는 주사위 놀음에 지배받기도 하는. 그래도 그 결과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작가의 상상력에 담긴 고민의 흔적, 깊이를 담고자 노력한 흔적을 발견하며 책을 읽는 재미가 컸다. 비록 이 책은 처음에 기대를 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었으나, 이제 작가의 다음 작품엔 기대를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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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9-06-15 2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잘 읽었습니다.^^

hnine 2009-06-15 21:57   좋아요 0 | URL
전 웬지 '완득이'를 기대만큼 재미있게 못 읽었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은 재미있던데요. 아무나 쓸 수 있는 스토리가 아니라는 생각까지 들면서요.

프레이야 2009-06-16 08:26   좋아요 0 | URL
저랑 같아요. 저도 '완득이'는 다른 사람들 환호성만큼
다가오지 않더라구요. 그저그렇게요..

hnine 2009-06-16 19:00   좋아요 0 | URL
그러셨군요. 미리 기대를 하고 읽어서일까요?

무스탕 2009-06-16 1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득이랑 이 책을 같은사람한테 선물했어요. 물론 시간차는 있지요.
완득이를 재미있게 읽었다고 하던데 이 책도 좋아라 할까요?
나인님 리뷰를 보니 이 책도 맘에 들어 할것 같은데 제가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아서 자신은 없네요.
이 책도 얼른 봐야겠어요 ^^

hnine 2009-06-16 19:05   좋아요 0 | URL
저는 '완득이'보다 이 책이 더 좋았어요.
이 책은 환타지적 요소가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완득이와 구성적인 차이가 있는데, 그러면서도 가볍지 않고 진지했어요.
글쎄요, 읽어보기 전에는 제 자신의 취향도 잘 파악이 안되는지라, 저도 누구에게 책을 선물할 때에는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구요.
 
위험한 책 일루저니스트 illusionist 세계의 작가 4
카를로스 마리아 도밍게스 지음, 조원규 옮김 / 들녘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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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물론 위험할 정도로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이 책의 소개글을 읽고 그 기발한 발상에 이끌려 읽어보게 되었다. 책으로 인해 운명을 달리한 사람들의 얘기로 시작된다. 책과 관련된 사고를 당했거나, 책 속에 지나치게 빠져 지내느라 일상적인 생활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지 않은 사람, 책을 한권이라도 더 모아 쟁여 놓기에 목숨을 건 사람 등등.
이 책에서 화자가 찾아다니는 사람 역시 책과 떨어져 살 수 없었던 사람. 그 사람은 끝내 한번도 책 속에 직접 등장하지는 않은 채 화자인 내가 그를 알고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그에 관한 얘기를 수집하는 형식으로 소개되어 있다. 사람들이 잘 찾지 않는 낯선 바닷가로 혼자 이주하여 책을 벽돌 삼아 시멘트를 짓이겨 집을 짓고 살았다는 이 사람의 결말은?
추리 소설 요소도 갖추고 있다고 책 소개글에서 보았는데, 추리 소설 까지는 아니고라도 읽는 사람의 궁금증을 끝까지 몰고 가고 있기는 하다.
저자는 어떤 이유로 이런 이야기를 구상하게 되었을까.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책은 마음의 양식이요 책 속에 길이 있다고 하는데,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다름아닌 '자기 파괴에 이르는 수단'으로서의 책읽기라니. 책을 너무 사랑하여? 아니면 혹시 이런 것은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책이 아니더라도, 사람이 아닌 다른 어떤 것에 집착할 심리적 상태에 이미 이른 사람이, 어쩌다 선택한 것이 '책'이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저자 역시 책을 업으로 삼고 사는 사람이니 주위에서 책에 지나치게 애정과 집착을 보이는 사람을을 많이 보았을 것이고 (어쩌면 저자 자신이 그런 타입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런 이야기가 떠오르게 된 것은 아닐까 혼자서 추리해본다.

책의 줄거리부터 독특한데다가, 문체가 뭐랄까, 시적(詩的)이라고 해야하나, 어느 부분은 상당히 드라마틱하기도 하고, 또 어느 부분은 감정을 배제시킨 듯 건조한 문체로 쓰여지기도 하여, 보통의 소설을 읽는 기분으로 읽혀지지가 않고, 길지 않은 분량임에도 읽는 동안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고 고백해야겠다. 마치 연극의 대본을 읽고 있는 느낌의 이 책, 안 읽는 것이 덜 위험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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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09-06-13 08: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 마지막 멘트에 구미가 당기는데요.ㅋㅋ

hnine 2009-06-13 22:16   좋아요 0 | URL
독특한 주제, 독특한 필체의 소설임에는 틀림없었습니다. 책을 손에서 놓지 않는 정도의 사람이라면 찔끔하며 읽을만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