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릿밥 남 주시고 잡숫느니 찬 것이며
두둑이 다 입히고 겨울이라 엷은 옷을
솜치마 좋다시더니 보공(補空)되고 말아라.
이 강이 어느 강가, 압록이라 여짜오니
고국 산천이 새로이 설워라고
치마끈 드시려 하자 눈물 벌써 굴러라
설워라 설워라 해도 아들도 딴 몸이라
무덤풀 욱은 오늘 이 '살'부터 있단 말가
빈말로 설운 양함을 뉘라 믿지 마옵소.
(鄭寅普, 1892-?)
<자모사(慈母思)>
어릴 때 아버지께서는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의 흑백 사진을 찍어서 작은 액자에 넣어 놓으셨다. 그 액자의 뒤에는 아버지의 친필로 위의 정 인보의 시를 적은 종이가 붙어 있었다. 나중에 알았다. 그 사진은 나중의 영정 사진 용으로 찍어놓으신 것이라는 걸.
고등학교때였나, 국어 시간에 시조를 배우는데 바로 위의 저 시가 교과서에 나오는 것이다. 어렸을 때부터 뜻은 잘 몰라도 눈에 익숙하던 시조라서 무척 반가왔는데, 선생님으로부터 저 위의 '보공'이란 말의 뜻을 배우고는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자신은 배고픈줄도 추운 줄도 모르고 자식들에게 다 내어주고는, 좋아하며 아끼던 솜치마는 결국 돌아가신 후 보공으로 쓰였다는.
지난 주 부모님을 걱정시켜드리는 일이 있었다. 한 밤중에, 입으신 옷차림 그대로 나이 칠십이 넘으신 두 노인네가 두시간을 걸려 여기 대전까지 내려오셨다. 이 세상에 누가 나를 위해 그 밤중에 그렇게 달려와줄까. 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