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가지고 있는 토지는 전 16권으로 된 솔출판사 판본이다. 아마 1994년 토지 완간 기념으로 나온 판본일텐데, 나는 1995년 가을부터 시작해서 10개월에 걸쳐서 느릿느릿 한 권씩 구해서 읽었다. 나에게 토지는 남들보다는 한두 살 늦은 나이에 시작한 군대생활을 견디게 해 주는 힘이었다. 지금도 '토지'를 꺼내 읽던, 내무반의 여러 밤들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토지를 읽으며 군대생활을 했다.

   그런데, 어찌하다 보니 1,2,3권은 지금 어딘가로 사라져 버려서 집에 있는 것은 4권부터이다. 예전에 알라딘 중고장터가 없었을 때, 여러 중고서점에서 1,2,3권을 구하려고 애는 썼으나 전질을 파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이렇게 세 권을 파는 경우가 없어서 지금껏 못 사고 있다가, 이번에 우연히 알라딘 중고장터를 돌아다니다가-생전 중고장터는 기웃거리지도 않던 내가 어쩌다가 들어가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세 권을 샀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아마 내일쯤 도착할 듯.]

 

 

 

 

 

 

 

 

   다른 의미로 이제야 비로소 삶의 어떤 매듭이 풀린 듯하다. 비록 다른 잡다한 일들로 번민해야 할 밤이지만, 오늘은 만사를 제쳐두고 자축해야 할 밤이다. 아름다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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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요일, 여느 토요일과는 다른 토요일! 마음은 이미 제주도로 훌쩍 떠나 있을 것 같은데 이 쪽지가 제대로 읽히려나? 그리고 숙제는……? 대체 어떤 걸 낼 수 있을까? 다음 주에 학교에 오는 날이 하루도 없는데…… 숙제는 할 수 있으려나? 이것저것 생각하다보면 뭔가 가물가물해진다. 그러다가 문득, 내 교무실 책상 뒤 서가에 덩그러니 쌓인 책을 본다. 아직도 둘은 책도 안 챙겨갔다. 그런데, 언제 책을 읽고 숙제를 할까?

   먼저 지난 번 모임이 끝나고 기분은 어떠셨나? 음…… 사실, 난 제법 기분이 좋았다. 무엇이든 도전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활동해야 한다는 동아리 숙제의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용기를 내 준 몇몇 친구들 때문에 말이지. 진짜 그런 용기를 실천해 준 친구들이 무척 사랑스럽고, 자랑스럽고, 예뻐(멋있어) 보였다.

   또한 지난 번 모임에서 나눈 얘기덕분에 우리는 서로에게 한 걸음씩 더 다가간 것 같다. 그날 모임에서 나온 얘기들은 정말 나랑 친한 친구가 아니라면-혹은, 친한 친구라도 해도- 말하기 어려운 내용이었으니까 말이야.

   우리는 누구나 다 겉으로는 괜찮은 척, 강한 척, 아무 문제없는 척하며 살고 있지 않나? 그런데 너희들도 조금씩 느끼겠지만 사실 사는 게 어디 꼭 그렇기만 하나? 물론 정도의 문제겠지만, 항상 괜찮고, 늘 강하고, 전혀 문제없이 사는 사람은 없다는 거, 그냥 그렇게 사는 것처럼 보일 뿐이라는 거 조금씩 느끼고 있을 테지. 단 하나 주의할 점! 나만 불행하고, 아프고, 괴롭다고 착각하지만 않으면, 툭툭 털어낼 수 있는 걸 내 감정에 빠져서 허우적거리지만 않으면 된단다. 그러고 보면 이 잔소리의 결론은 자기를 있는 그대로 들여다본다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이라고 볼 수 있겠네.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응시하는데 무척 유용한 수단이 독서라는 것도 저번 모임에서 얘기했었다. 그치? 사실, 그래서 책 읽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만큼 가치가 있고 의미 있는 일이라고 믿는다.(잔소리는 고질병!)

   철학, 영화를 캐스팅하다,는 조금 늦게 도착해서 이제 막 앞부분을 읽고 있겠지? 어때, 기대했던 대로 재밌는 거야? 아니면 벌써부터 지루해서 실망스러운 건가? 아니면 어려운 개념 때문에 읽는데 고생하고 있나? 음, 고등학교 2학년 정도면 그리 쉽게 읽을 수 있는 수준의 책은 아니고, 좀 어려운 게 당연할 듯하다. 그러니 몇 쪽 읽고 어렵다고 책 덮지 말고, 영화 한 편씩 나눠져 있으니 어려운 부분은 넘기고, 흥미 있는 영화가 나오는 부분이나 읽기 편한 철학의 개념이 소개되어 있는 곳부터 골라 읽어도 좋다.(그렇게 해서 결국은 다 읽어야겠지?)

   이번 모임은 여러 가지로 좀 애매한데 같이 영화를 보고 얘기를 나누려면 숙제 발표할 시간이 없을 것이고-물론 수학여행 때문에 숙제할 시간도 내기 어렵겠지?- 생활나누기도 시간을 내기가 어려울 것 같다.(저번 모임처럼 찬반 토론을 해 보거나, 아주 멋진 생활나누기 숙제를 준비했었는데, 이건 다음에 써 먹어야겠다.)

   숙제는 (늘 똑같아서 평소엔 숙제에 넣지도 않았지만) 1)책 읽은 느낌 말하기. 그냥 모임시간에 퍼뜩 생각난 거 말고 책을 다 읽은 후 덮으면서 들었던 생각이나 느낌을 정리해서 말하기로 하자. 2)책을 읽고 난 다음에 보고 싶은 영화 선정하기. 이 책에 소개된 영화중에서 어떤 영화를 보고 싶은지, 당연한 말이겠지만 그 이유는 무엇인지를 써 오렴. 3)내 인생의 영화 소개하기. 내가 본 영화중에서 친구들이 꼭 봤으면 하는 영화를 골라서 추천 이유 함께 쓰기, 이상 세 가지이다. [이런 멋진 책을 두고 이런 어이없는 숙제를 내 준다니, 이건 죄악이 아닐까?]

   다음 모임은 6월 14일 화요일 9교시야. 장소는 함께 영화 보고 토론할 곳이어야 하니까 적당한 곳을 찾아볼게. 그럼, 모두에게 멋진 토요일이기를……

   모두, 여행, 잘 다녀오길 빈다.


2011년 6월 4일 토요일 아침에, 느티나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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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5월에는 여덟 권의 책을 기웃거렸다. 기웃거렸다,는 건성건성, 대충대충, 얼렁뚱땅, 책장을 넘기는 경우가 많았다는 뜻이다. 내 태도가 문제였지, 다시 생각해 보니 다들 훌륭한 책이고, 내 생각을 다듬는데, 큰 자극을 줄 수 있는 책이다. 그래서 아쉽다. 다시, 읽어 보게 될까?

  

 

 

 

 

 

 

   나는 왜 쓰는가,는 지난 4월에 몽땅 샀던 조지 오웰의 책 중에 한 권이다. 지난 4월에는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을 읽었는데, 비교하면 이 책이 훨씬 더 좋다. 사회주의자였던 오웰이 파시즘과 스탈린식의 공산주의에 대한 비판적 태도도 흥미있고, 스페인 전쟁의 뒷이야기도 어디서 읽었던 내용이었지만 재미있었다. 치열한 문제의식에다가 간결하고 엄정하면서도 쉽게 읽히는 글쓰기라 읽기에도 불편하지 않다. 5월에 읽은 최고의 책이다.

   생각의 좌표,는 지난 동아리 모임 선정책이었다. 애들에게 책을 건네주고 나 역시도 읽은지 너무 오래된 책이라, 이번에 다시 읽었다.(나로서는 무척 드문 일이다.) 몇몇 대목에서는 다시 내 신경을 자극했으나 두 번째라 그런지 아무래도 흥미가 덜했다. 어쩌면 홍세화 선생님의 글은 여기저기에서 무척 편하게 많이 읽었던 탓일까? 이제는 좀 새로운 생각이나 관점이 필요하다고 본다. 물론 아직도 홍세화 선생님의 글이 필요한 사람이 아주 많겠지만.

   나는 여기가 좋다,는 한창훈의 소설집이다. 사실, 지난 금요일(5월 27일)에 한창훈 소설가가 우리 학교에 왔었다. 우리 학교에서 꾸준히 주최하고 있는 '작가초청 강연'에 강사로 왔다. 이번에 강연회에 입장할 수 있는 자격을 이 소설가의 책을 읽고 독후활동(독후감상문, 독서신문, 감상화, 독서UCC 등)을 한 학생들로 제한했다. 나도 작가의 성장소설, 열여섯의 섬, 하나만 달랑 읽었던 터라 이번에 이 소설집을 골라 읽었다.

   최근의 우리나라 소설의 흐름과는 멀찍이 떨어진 듯한 분위기(?)-무엇보다도 서사 중심-의 소설이라 우선 읽는 내내 마음이 편하고, 무엇보다도 악한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갈등 구조도 느긋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었다. 당연히, <여기>는 이 고집스런 소설가의 영감의 원천이자, 지금도 여전한 삶의 근거지인 바다,이다. 바다에서의 삶이 어떤 것인지 가늠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바다가 지긋지긋해서 떠나는 늙은 아내를 보내고도 지켜야 하는 전직 선장의 삶 자체가 아닐까 하는 어림짐작을 해 본다.  

 

 

 

 

 

 

 

   아무도 남을 볼보지 마라, 는 지금 읽고 있는 책이라, 엄밀히 말하면 5월에 읽은 책은 아니다. 그래도 5월부터 읽기 시작했으니 기록은 해 두어야겠다. 엄기호 씨의 책은 이것이 왜 청춘이 아니란 말인가,를 읽은 적이 있다. (사실, 알고 보니 10년 전에 읽었던 포르노, All boys do it! 이라는 책도 엄기호 씨의 책이더라.) 이런 책을 읽으면 항상 드는 의문점은, 이렇게 신자유주의의 문제는 명확한데, 왜 세상은 바뀌지 않는 것일까? 하는 것이다. 엄기호 씨 특유의 현장 리포트 같은 글이라 잘 읽힌다. 이 정도면 고등학생들이 읽어도 괜찮은 책이지 않을까 싶다.

   홍합,은 한창훈의 출제작이다. 이번에 작가한테 직접 들은 얘기인데, 실제로 홍합 공장에서 7년 동안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 그 홍합 공장의 사정이야 뻔한 일일테고, 사실, 이건 소설이 아니라 실화라고 해도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홍합, 을 읽는 내내, 그 힘든 농삿일, 신발공장일, 우유배달, 블럭공장, 합판공장 등 한 평생 일구덩이 속에서만 살았던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홍합 공장에서 일하는 아줌마들의 삶을 읽으면서 '우리 엄마도 공장에서 저렇게 일하고 지냈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아픈 소설이었다.

 

 

 

 

 

 

 

   플라톤의 국가, 정의를 꿈꾸다,는 김해 인문학 대회에서 선정한 주제 도서라는 점에서 골라 읽었다. 그런데 주니어 클래식 시리즈로 나온 책인데도 술술 읽히는 책은 아닌듯. 항상 느끼는 거지만 무슨 대회나 단체의 주제도서는 중고등학생의 능력을 과대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소크라테스와 그의 제자 플라톤, 다시 그의 제자인 아리스토텔레스의 얘기가 이어지는데 반쯤 읽다가 더 읽히지 않아서 일단 접었다. 읽을 기회가 다시 오겠지.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6, 은 예약 주문까지 해서 산 책이다. 무엇보다도 표지 사진이 무척 맘에 들었다. 황매산(모산재)의 영암사지 쌍사자석등! 여러 번 저곳에 다녀왔다. 이미 20년도 전에 한창 답사기 붐이 일었을 때 유홍준 교수가 내가 다니던 대학에서 특강을 했었는데, 저 석등과 돌계단을 두고 경상도 문화의 자존심이자 정수라고 이야기를 했다. 이후에 꾸준히 영암사지를 다녀왔다. 정말 20년 전에는 차를 타고 가도 쉽지 않은 곳이었고 폐사지가 주는 쓸쓸함도 있었는데, 지금은 책에서 소개한 그대로이다. 아무튼 앞에 나오는 서울 편을 제외하고 뒷부분-합천, 거창, 도동서원, 선암사, 부여....-은 다 읽었다. 마음이 심드렁해서 그런가, 지금은 절실한 그 무엇이 나에겐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세계를 뒤흔든 공산당 선언, 은 내가 읽은 세 번째 '공산당 선언'이다. 읽으면 읽을 수록 머리로는 이해가 된다. 더구나 이번 책은 이 선언이 나오게 된 배경이나 이 선언 이후의 전개 과정도 소개하고 있어서 공산당 선언에만 집중했던 다른 책들 보다는 읽기가 더 편했다.  그 당시의 사회 상황이라면 '공산당 선언'은 너무도 당연했다. 과연 지금도 이런 선언이 유효한 것인지, 사회주의자가 아닌 나로서는 회의적이지만, 마르크스가 살았던 시대에는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공감이 컸던 주장이었으리라. 이는 권력의 무자비한 탄압이 실증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아무튼 나에게는 재미있는(?)-좀 가벼운 표현인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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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이 수요일, 지난 번 모임하고 벌써 일주일이 훌쩍! 이번 동아리 책은 이미 나갔으니 재밌게 읽고 있을 거고……이제 이 숙제글만 받아들면 너희들은 한 동안 이 종이 잡고 끙끙대야 할지도 몰라. 어쩌면 이것저것 할 일도 많은데, 이 숙제가 겹쳐서 좀 짜증이 날지도 모르지. 그래도 이렇게 한 고비 한 고비 넘어가다가 어느 순간 뒤돌아보면 어느새 우린 꽤 높은 곳에 올라와 있을 거야. 느리게 천천히, 그렇지만 꾸준히 함께 가자.

   지난 모임에 만들어진 깜짝 이벤트는 무척 감동적이었어. 기획하고 준비하면서부터 애써야 할 마음이 고스란히 읽혔으니까 더욱 그랬지. 이벤트야 지나가고 말 일이지만, 그것을 위해 애쓴 너희들의 마음은 누군가의 마음에 그대로 전해져서 오래 기억에 남는 법이거든. 이런 멋진 친구들에게 내가 보답하는 일은 이 동아리에 조금 더 애정을 쏟는 것이리라 믿고 노력해 보련다. (아마, 심한 잔소리로 표현될 수도 있겠지만……)

   일단, 작년에 강조했던 걸 다시 한 번 떠올려 볼까? 먼저 듣기 얘기를 했었지. 듣기는 모든 훌륭한 대화의 시작이라고! 또 활동 자료를 정리하는 건 미루면 자료가 쌓이고, 쌓이면 이게 무거운 짐처럼 느껴지니까, 다시 미루고…… 악순환이 반복되는 거다. 모임이 끝난 다음날까지 틈을 내서 정리하는 게 즐겁게 동아리 활동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단다.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는 것도 중요하지. 이것도 자기 발전에 아주 큰 영향을 준단다. 이미 독서캠프나 시낭송대회, 활동 보고서 만드는 과정에서 몸으로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나를 위해 용기를 내서 도전해 보는 것, 그게 무엇이든, Why not?[잔소리를 여기까지!]

   이번에 받은 책 ‘연을 쫓는 아이’ 어떻게 읽었나? 무척 흥미진진하지? 그리고 감동도 있고? 아, 성장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어른이 된다는 것 무엇일까? 진정한 용기란 무엇일까?…… 놀라운 반전과 흥미로운 사건들을 따라가다 문득 이런 질문들을 던지는 ‘나’를 발견하지는 않았을까? 질문 하나하나를 곱씹어보면 쉬운 질문이 없을 것 같다만, 이 책을 읽은 우리는 정직하게 나에게 질문을 던져야 할 것 같다. 1. 내가 ‘성장’했구나, 아니면 ‘어른이 되고 있구나, 하고 느낀 적이 있다면 언제 무엇 때문이라고 말할 수 있나? 구체적인 경험을 써 보자. 2. 아미르가 보여 준 ‘용기’처럼 누구에게도 보이기 싫은 상처가 있(었)다면 이번 기회에 정면으로 마주 볼 수 있는 용기를 내 보자.

   <연을 쫓는 아이>는 유년시절의 돌이킬 수 없는 실수로 평생을 죄책감에 실렸던 한 소년이 진심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속죄하는 과정을 통해 용서의 치유력을 보여주는 가슴 뭉클한 성장 소설이다. 소년 아미르로부터 시작된 하산의 비극은 아프가니스탄의 상처 많은 역사와 맞물리면서 점점 더 커지고 끝내 그의 아들 소랍에게까지 고통을 준다. 아미르는 또한 아무에게도(심지어 아내에게도) 말하지 못한 채 평생 동안 하산에 대한 죄책감에 시달린다.

   상처는 감추고 외면할수록 점점 더 깊어져 큰 아픔을 주는 법이다. 상처를 아물게 하려면 그것을 꺼내 보이고 아픔을 인정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아버지의 비밀과 하산의 소식에 망연자실하던 아미르는 소랍을 만나기 위해 카불로 떠나고, 하산에 대한 죄책감을 하산을 꼭 닮은 소랍을 통해 풀어낸다. 그렇게 아미르와 하산은 아미르와 소랍으로 이어지고, 상처 입은 영혼들은 서로를 향한 '용서'와 진심이 담긴 '이해'로 더디지만 조금씩 그 상처를 치유해나간다. 그래서 먹먹하게 이어지는 절망 끝에 피어나는 한 줄기 희망은 더욱 눈시울을 뜨겁게 만든다. 

   생활나누기 시간에는 일명 ‘게임셧다운제도’에 대한 찬반 토론을 해 보려고 한다. 저번에 예비조사를 해 보니 거의 반반이더라. 1시간 동안의 토론을 위해 셧다운제도의 내용을 확인해 보고 자신의 입장을 정한 다음, 토론 발표 내용을 정리해 오길 바란다. 아주 신나는 토론이 되었으면 좋겠어. 기대하고 있을게.

5월 중순, 나날이 더 좋은 날, 느티나무가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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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 23일에 첫 일기를 쓰고, 4월 18-19일에 썼던데, 이번엔 5월 17일이다. 그러고 보니 한달에 한 번 일기를 쓰는 셈이다. 저번 일기를 쓰고 아, 얼른 5월이 왔으면 했는데, 스스륵, 5월이 지나가고 있다. 왜 이렇게 되돌아보면 딱히 한 일이 없을까? 정말, 이러다 죽을 때 내 인생을 되돌아 보아도 아무 것도 한 일이 없는 기분이 드는 거 아닐까 싶다.

   5월 5일 어린이날, 6살 짜리 아들의 아빠가 오후 1시에 잠에서 깼다. 참으로 간 큰 아빠가 아닐 수 없다. 어디라도 가 보자는 눈치를 보내는 아내와 무조건 "놀이공원, 까꿍(실내놀이터), 키즈랜드(경륜장 안의 실내놀이터)"를 외치는 녀석을 꼬드겨서 아파트 근처에서 점심을 먹고 아파트 광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아파트 놀이터에서 놀았다. 처음엔 시큰둥하던 녀석도 자전거를 타는 재미와, 놀이터에서 만난 친구 덕분에 더 조르지도 않고 금방 기분이 좋아졌다. 흠, 난 혼자 아파트 앞 의자에 멍하게 앉아 있다가, 꾸벅꾸벅 졸다가, 초록바람을 맞고 '흐흐'대다가, 가끔씩 녀석이 놀고 있는 모습을 보다가... 제법 높다랗던 해가 훌쩍 강 너머로 질 때까지 그냥, 그냥 있었다.

   5월 10일은 작심하고 녀석이랑 좀 제대로 놀아주려고 결심했는데, 5월 9일부터 제법 큰 비가 왔다. 당연히 밖에는 나가지도 못하고, 집에서 사흘동안 뒹굴었다. '까꿍'에 데려가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녀석이 별로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사실, 얼마 지나지도 않은 지금 생각해 보니 뭘 했는지 딱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집에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놀았기 때문일 것이다. 

   5월 14-15일에는 남해편백자연휴양림을 다녀왔다. 휴양림 들어가는 길에 합천에도 있는 바람흔적 미술관에도 들르고, 나비 생태공원에서도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건 일요일 아침에 편백나무 숲을 걸었던 일. 이런 여유롭고 편안한 시간이 좋다. 오후에는 남해에 널려있는 체험마을을 골라 갯벌체험을 했다. 주로 했던 일은 조개 캐기. 눈썰미가 좋은 사람은 낙지도 잡긴 했지만, 우리 가족은 조개만 열심히 캤다. 근데 점점 놀이가 노동으로 전이되더라.(이 노동 덕분에 세 가족-우리, 처가, 본가-은 오늘 저녁 시원한 조개탕으로 저녁을 먹었다.) 그래도 이렇게 돌아다니기를 좋아하는 거 보면 무엇에 씌인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5월 들어서 나의 과소비 중독증이 또다시 폭발하여 일을 저지르고 난 뒤에 정신을 차리고 보니, 텀블로 두 개랑 읽어야 할 책만 잔뜩 쌓였다. 남들에겐 촌스럽기 그지 없는 텀블러(시중가 15000원)에 꽂혀서-5만원 이상 책을 사면 텀블러를 공짜로 준다- 질렀다. 책이야 나중에 읽어도 읽긴 읽겠지만, 마음을 절제, 해야 했는데 아쉽다. 

   5월 17일, 오늘 아침에는 컴퓨터를 켜고 메일함을 열었더니 생각지도 못한 기쁜 소식이 하나 있었다. 책 사면서 자동으로 이벤트에 응모한 게 덜컥 당첨이 되었다는 내용이었다. 1등 1명, 2등 2명, 3등 3명을 뽑는데 3등으로 뽑혔단다. 왠 횡재냐 싶었다. 선물이... 나중에 오면 '이씨네 이벤트'를 해 볼 예정이다.(이상하게 나는 내기를 하면 꼭 이길 것 같고, 이벤트에 응모하면 항상 당첨될 것 같은 근.자.감이 있다. 실제로는 잘 되지 않으면서도 항상 하기 전에는 그런 기분이 든다.)

   저녁에는 모처럼 2학년 독서토론 모임을 했는데, 녀석들이 나를 또 한번 감동시켰다. 동아리 모임을 기다리고 기다리던 녀석들이라 오늘도 모임은 무척 활기차고 재미있었다. 홍세화 씨의 '생각의 좌표'를 읽고 '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졌나?'라는 주제 아래, '나'의 어떤 생각은 어떤 근거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는지 점검해 봤다. 독서나 토론이 생각의 출처라고 말하는 녀석도 있었지만 의외로 대중매체를 꼽는 친구들도 있었다. 아무튼 폭풍 '수다' 같은 과제 발표와 토론을 했더니 벌써 시간이 후다닥! 동아리 모임은 거의 매번 아쉬운 마음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공부를 아쉬운 마음으로 끝나는 일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래서 나는 이 동아리 활동에 애정이 깊다. 이제 다음 책을 고르고 과제를 내는 일이 남았다. 그래도 기분 좋은 밤이다.  

   기분 좋은 밤의 기분을 더 만끽하려고 늦은 밤 밖에 나왔더니 달이 훤하다. 꼭 달빛 때문만은 아니지만 늦은 밤 혼자 구민운동장을 걷는데 상쾌하다. 그래, 이런 봄날이라면 제법 살만하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든다. 더 욕심 부리지 말고 자족해야 할 듯 하다. 그래, 이 정도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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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이최고야 2011-05-23 23: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삶이 참 평화롭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