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더 - 샌프란시스코에서 밴쿠버 섬까지 장인 목수들이 지은 집을 찾아다니다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 3
로이드 칸 지음, 이한중 옮김 / 시골생활(도솔)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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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나의 부러움을 독차지하고 있는 지인이 있다. 지난해에 그의 가족은 가까운 시골에 작은 집을 구입했는데 주말마다 온가족이 모여서 지내고 온다고 한다. 텔레비전도, 컴퓨터도 없는 작은 집에서 아이들은 온 동네를, 산과 들로 쏘다니기 일쑤라고 하는데. 어린 시절부터 시골집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갖고 있었던 나로선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본가의 어른들께서 시골로 가셨으면 하고 은근히 바라지만 문제는 당신들께서 그럴 생각이 전혀 없으시다는 거다. 한적한 시골 마을의 작은 집에 대한 꿈을 접으려고 하던 차에 땅콩집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땅을 매입해서 건물을 짓는데 드는 비용이 생각보다 적다고 해서 책도 출간돼서 읽어봤다. 어른들이 못 가시겠다면 우리가 가지 뭐! 그런데 내가 꿈꾸던 집, 자연을 닮은,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집과는 거리가 있었다. 아들들아. 우짜겠노. 너나 나나 시골집하고는 인연이 없는갑다.




그런 차에 만난 ‘로이드 칸의 셸터 시리즈’의 세 번째인 <빌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마치 오래 전부터 그 곳에 존재했던 것 마냥 더없이 자연스러웠고 감탄사가 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웠다.




저자인 로이드 칸은 이 책을 위해 태평양 연안을 따라 캐나다에 이르는 길을 오랫동안 여행하면서 그 곳의 무수히 많은 빌더들을 만나 그들의 상상력과 장인정신이 녹아든 집을 조사하게 된다. 생태건축이라는 말이 생기기도 전에 그들은 이미 천연재료와 자연을 이용해 건물을 지었는데 놀라운 건 그 모든 작업을 자신들의 손으로 직접 했다는 거였다.




커다란 판형의 책에 수많은 사진과 그림이 빼곡하게 들어찬 책을 보면서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마치 우리의 기와집을 보는 듯 우려한 곡선의 지붕이 인상적이었던 나뭇잎집을 비롯해서 여인의 신체 일부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키는 요가 스튜디오에서는 건물이 살아서 숨쉰다는 걸 느낄 수 있었고 커다란 그루터기를 깎아 만든 문간은 그야말로 마법의 세계로 통하는 문 그 자체였다. 책에는 정말 이런 집도 있나? 싶을 정도로 독특한 모양의 건물도 많았다. 커다랗게 곧게 뻗은 나무에 층층이 계단을 만들어 놓은 이가 있었는데 ‘별들에게로 가는 계단’이라는 이름만큼 낭만적이었다. 그런가하면 집이 마치 볼링공처럼 생긴 둥근 나무집을 나무에 매달아 놓았는데 그곳에서 맞이하는 깊은 밤은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졌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빌더는 고드프리 스티븐스였다. 그의 기묘하고도 절묘한 건물과 수많은 작품들. 보는 순간 입이 쩍 벌어졌다. 그의 삶과 작품에 대해 좀 더 많은 걸 알고 싶었다.




얼마전 100층이 훨씬 넘는 초고층 건물을 짓기 위해 엄청난 공사장비가 투입됐다는 기사를 봤다. 하늘을 찌르듯 우뚝 솟은 건물을 상상해보면 왠지 아찔하다. 그 속에 깃든 인간의 오만함에 소름이 끼친다. 그에 비하면 <빌더>의 건물은 어떤가. 자연을 해치지 않고 그 속에 녹아들어 있는 건물들을 보면서 내내 부러웠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다시 앞으로 돌아가 빌더들을 만났다. 모두들 하나같이 표정이 살아있었다. 자연을 벗삼아 살아가는 이들은 뭔가 달라도 달랐다. 아, 너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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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 스캔들 - 소설보다 재미있는 명화 이야기 명작 스캔들 1
장 프랑수아 셰뇨 지음, 김희경 옮김 / 이숲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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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인가요? 인터넷으로 놀라운 기사를 봤습니다. 이탈리아의 어느 수도원 묘지에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모나리자]의 실제 모델로 추정되는 유해가 발견됐다는 겁니다. 유해의 주인은 부유한 상인의 부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연구팀은 이번에 발굴한 유해의 DNA 분석은 물론 두개골을 토대로 얼굴도 재현하게 되면 모나리자의 신비로운 미소에 대한 수수께끼도 풀 수 있을 거라고 해서 귀추가 됩니다.




그런데 바로 그 모나리자가 도난당했다는 거 아세요? 1911년,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이네요. 어린 아이들까지 다 알만큼 너무나 유명한 그림인 모나리자를  다른 곳도 아닌 루브르 박물관에서 훔치면서 도둑은 너무나 쉽게, 흥분하거나 주저하는 기색조차 보이지 않고 오히려 당당하게 그림을 떼어냈다고 하는군요. 놀랍지 않습니까. 더욱 놀라운 것은 문제의 그림도둑의 이후 행보입니다. 모나리자를 훔쳐서 멀리 달아나 숨는 게 아니라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왔거든요. 왜일까요?




‘소설보다 재미있는 명화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린 <명작 스캔들>에는 바로 이렇게 이름난 명화에 얽힌 갖가지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신성모독으로 법정에 섰다가 아름다운 나신을 드러낸 여인 프리네(배심원 앞의 프리네)와 프락시텔레스의 이야기는 아름다움에 대한 인간의 생각을 엿볼 수 있구요. 광기와 기괴함으로 가득한 지옥의 모습(최후의 심판)과 인간의 욕망과 쾌락을 드러낸(쾌락의 정원)을 그림으로 표현한 히에로니무스 보스. 그의 그림은 한번 보면 악몽을 꿀 것 같았습니다. ‘천지창조’에서 ‘최후의 심판’에 이르기까지 인류의 대서사시를 거대한 그림으로 완성한 미켈란젤로가 그림 속 인물의 차림새 때문에 물의를 일으켰다니 지금으로서는 황당한 일이지만 진정한 예술혼이 무엇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라파엘로가 남긴 여인의 초상화(라 포르나리나)만을 20세기 현대의 과학자들이 그녀가 유방암에 걸렸다는 걸 알아내는 대목이나 얼마전 <카라바조의 비밀>이란 책을 통해 만났던 카라바조. 그의 그림에 등장하는 모델이 다름아닌 카라바조 자신이라는 부분은 무척 놀라웠습니다. 마지막에 소개된 메이헤른이 베르메르의 작품을 위조하는 과정이나 그로 인해 2차 대전 때 벌어진 소동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이외에도 저자는 프란시스코 고야, 폴 세잔, 빈센트 반 고흐, 앙리 마티스, 파블로 피카소,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에 대해 그들이 화가들이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어떤 작품을 남겼는지 알려주는데요. 명화의 색감을 잘 느낄 수 있도록 명화의 컬러사진이 곳곳에 수록되어 있어서 책을 읽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줍니다.




다만 8장에 소개되고 있는 폴 세잔은 다른 화가에 비해 사진이 적게 수록되었다는 점이 무척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그동안 명화라고 하면 왠지 어렵게만 여겼다면 이 책은 낯설고 멀게만 느껴진 명화에 한 걸음 다가서는 계기가 될 거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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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 In the Blue 4
백승선.변혜정 지음 / 쉼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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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핫, 그러잖아도 나올 때가 됐는데...언제 나오나? 했습니다. 뭐나구요? 바로 백승선이 쓰고 변혜정이 쓴 번짐 시리즈입니다. 오렌지빛깔 지붕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행복이 번지는 곳, 크로아티아>를 시작으로 달콤쌈싸름한 초콜릿 향이 그윽한 <달콤함이 번지는 곳 벨기에>에 이어 화려한 장미향이 가득한 <사랑이 번지는 곳 불가리아>까지 백승선과 변혜정이 소개하는 아기자기하고 상큼한 여행에 얼마나 즐거웠는지 모릅니다. 두 명의 저자와는 전혀 알지 못하는 사이지만 그들이 소개하는 곳이라면, 그들이 이끄는 길이라면 틀림없이 추억과 감동을 가득 안고 돌아오는 여행이 될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마치 보증수표 처럼.




이번에 백승선과 변혜정의 시선이 향한 곳은 바로 폴란드입니다.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상징되는 2차 세계대전의 아픔을 간직한 나라 폴란드. 한반도와 비슷한 크기의 나라 폴란드에서 또 어떤 이야기를 만나게 될까요?




가장 먼저 발길이 닿은 곳은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입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에 의해 도시의 80% 이상이 파괴되고 엄청난 인구가 죽음을 당했다는데 그것을 정부와 시민들이 합심해서 다시 복원해냈다고 하는데요. 초반에 소개되는 사진만으로는 영화 [피아니스트]에서 봤던 전쟁의 상흔과는 전혀 상관없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전쟁으로 폐허가 됐던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담긴 엽서를 비교해보면서 순간 전율이 일었어요. 저자처럼 불쑥 누군가에게 폐허가 된 내 모습도 사랑해줄 수 있냐는 엽서를 보내고 싶었답니다.




그리고 쇼팽! [피아노의 숲]이란 만화에서 쇼팽 콩쿠르를 알게 되고 행복한 시간을 가졌는데 바로 그 쇼팽의 심장이 잠든 곳이 이 곳 바르샤바라니. 책의 제목이 ‘선율이 번지는 곳’이란 의미를 알 것 같습니다. 어디선가 울려퍼지는 선율에 몸을 맡기고 무작정 걸다보면 왠지 결국엔 쇼팽 박물관에 다다를 것 기분 좋은 예감이 듭니다.




이후 책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아름다운 도시 토룬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표지에 강변을 끼고 자리한 동화처럼 아름다운 도시가 바로 이곳 토룬이었습니다. 저자가 그렇게나 먹고 싶어했던 ‘진저 브레드’가 특산품인 토룬의 거리를 걷다보면 왠지 중세로 돌아간 듯한 느낌이 들 것 같구요. 이어서 브로츠와프! 곳곳에 자리한 난쟁이 동상들이 자그마치 160여개가 된다고 하는데요. 그 모습들이 어찌나 각양각색인지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언제든 이 난쟁이들을 찾는 여행을 떠나고 싶어질 정도입니다. 200만명이 목숨을 잃은 아픔을 품고 있는 슬픔의 장소 아우슈비츠도 물론 잊지 않고 말입니다.




번짐 시리즈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높았던 걸까요? <선율이 번지는 곳, 폴란드>는 전작에 비해 사진의 배치나 구도, 글의 조합이 왠지 어색하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하지만 여행이란 게 자로 잰 듯 정확하게 진행되지 않는 것처럼 약간의 어색함은 오히려 매력으로 다가옵니다. 언제가 됐든 폴란드에 발길을 닿는 그 날을 꿈꿉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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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카소는 어떤 화가일까? 행복한 미술학교 1
브리타 벵케 지음, 이미옥 옮김 / 북비 / 201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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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엑? 그림이 뭐 이래? 나도 이만큼 그리겠다.’

미술시간이었어요. 교과서에 수록된 그림을 보고 깜짝 놀라다 못해 황당했던 기억이 납니다. 인간의 얼굴과 몸을 나누고 분해해서 제각각으로 그려 넣은, 그림에 서툰 어린 아이가 그린 듯 앞모습과 옆얼굴이 동시에 있는 그림은 기괴하기까지 했습니다. 미술 선생님은 그 그림을 그린 화가가 바로 ‘피카소’라고 하면서 그가 그림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던 게 무엇인지 설명해주셨는데요. 화가라면 누가 봐도 아름답다고 느낄, 감동을 주는 그림을 그려야한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던 제겐 너무나 의외의, 충격적인 경험이었습니다. 그리고 궁금했어요. 피카소를 세계적인 화가로, 그의 그림을 명화로 높이 평가하는 이유가 무언지.




<피카소는 어떤 화가일까?>는 ‘행복한 미술학교’ 시리즈의 첫 번째 책인데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세계적인 화가 파블로 피카소, 그의 삶과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예술사학과 고고학을 전공한 저자 브리타 벤케는 박물관과 학교를 위해 활동하면서 초등학생을 위한 박물관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는데요. <피카소는 어떤 화가일까?> 이 책 역시 저자의 활동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주된 독자층이 성인이 아닌 어린이들이거든요.




저자는 피카소가 어떤 인물이고 어떤 삶을 살았으며 얼마나 위대한 작품을 남겼는지 알려주기 위해 전전긍긍하지 않습니다. 피카소가 어떻게 그림을 그렸는지, 작품에서 무엇을 가장 중점적으로 여겼는지 얘기합니다. 마치 긴장을 풀고 어깨의 힘을 빼고 가벼운 마음으로 얘기를 듣는 기분이라고 할까요? 책 속에 수록된 그림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피카소!’하면 많은 사람들이 손꼽는 작품들(게르니카, 아비뇽의 처녀들, 우는 여인, 꿈 등)이 아니라 그동안 자주 접하지 못한 생소한 그림들이 많습니다.




‘아이들의 그림에는 언제나 배울 게 많다’고 했던 피카소의 말에서처럼 그는 아이들과 자주 그림을 그렸다고 합니다. 책의 앞부분에도 그가 아이들과 함께 그린 그림이 수록되어 있는데요. 어찌보면 간단하고 장난스레 그린 듯, 리듬과 율동이 살아있는 그림을 보면서 피카소가 가장 중요하게 여겼던 게 무엇이었는지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습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는 것. 기존의 틀을 과감하게 벗어나 자신만의 그림을 그리고자 했습니다. 그림을 마치 놀이처럼, 하나의 사물을 바라볼 때도 숨겨진 무언가를 찾아내고 발견하는 시선을 잃지 않았던 거지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책이라 피카소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림’이라면 ‘잘 그린’ 것이 최고라고 여겼는데 그건 잘못된 생각이었어요. 잘 그리고 못 그리고를 떠나서 그림을 놀이처럼, 즐기면서 할 수 있다면 그것이 가장 좋은 그림이고 또 사람들에게 감동도 줄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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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시간을 그리다 - 풍경과 함께 한 스케치 여행
이장희 글.그림 / 지식노마드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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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졸업 후 직장 때문에 3년 조금 넘게 서울에서 지냈습니다. 눈 뜨고도 코 베어간다는 서울에 나 혼자 가겠노라 했다면 부모님께서 반대하셨겠지만 다행히 언니가 서울에 있었어요. 부모님과 떨어져 언니의 자취방에 얹혀살게 된 첫 날, 제일 먼저 한 일은...서울시의 전체와 중심가 부분을 상세하게 그려놓은 지도와 지하철 정액권을 구입하는 거였습니다. 그런 다음 언니는 절 데리고 대학로에 갔습니다. 거리의 분위기며 말투가 제가 살던 곳과 어딘지 모르게 낯설었지만 그곳을 가득 메운 젊음과 활기는 신선한 충격이었어요. 이후로 우리 자매는 경복궁을 비롯해 연인이 걸으면 헤어진다는 덕수궁 돌담길을 걸었고 졸린 눈을 부비며 새벽시장을 찾기도 했는데요. 그런 서울 나들이도 언니가 유학을 떠나면서 중단되고 말아서 얼마나 아쉬웠는지 모릅니다. 




그래선지 <서울의 시간을 그리다>가 출간되었을 때 눈이 번쩍 뜨이는 기분이 들었어요. 오래전 제가 서울에 머물 때와 지금의 모습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언니와 함께 다녔던 곳을 스케치 그림으로 만나면 어떤 기분일까. 느낌이 어떻게 다를까. 정말 가보고 싶었지만 끝내 찾지 못했던 그 곳도 책에 있을까...?




‘한반도 중앙부에 위치한 대한민국의 수도’. ‘정치·경제·산업·사회·문화·교통의 중심지’. ‘아시아경기대회, 서울올림픽경기대회가 개최된 국제적인 대도시’. ‘경제발전과 함께 도시화가 진행되어 거대도시(Megalopolis)가 되고 있다’. 인터넷으로 ‘서울’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문구들입니다. 한마디로 서울은 모든 분야에  걸쳐 ‘최첨단으로 발달한 거대도시’라는 의미인데요. 저자는 좀 다른 시각으로 접근합니다. 서울의 화려하고 세련된 모습보다 서울의 역사를 간직한 곳, 때론 아픔과 슬픔마저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아 그곳의 모습을 그림으로 남겼습니다.




책은 서울, 하면 떠오르는 곳 ‘광화문’을 시작으로 ‘경복궁’ ‘명동’, ‘수진궁’ ‘효자동’ ‘광화문 광장’ ‘종로’ ‘청계천’ ‘우정총국’ ‘정동’ ‘혜화동’ ‘숭례문’ ‘경교장’ ‘딜쿠샤’ ‘인사동’에 이르기까지 모두 열 네 곳의 서울의 모습을 담고 있는데요. 각각의 장소마다 역사와 유래 같은 것들을 스케치 그림과 함께 보여줍니다. 이를테면 경복궁에서 각 건물의 이름과 목적, 의미를 설명한 다음엔 경복궁 내부의 여러 가지 모습들을 마치 스냅사진 찍는 것처럼 부분 부분의 그림을 그린 다음 설명글을 덧붙였는데요. 그 설명글이 정말 절묘합니다. 경복궁 근정전을 수호하는 서수들의 그림에 ‘이런 서수들의 피규어는 왜 나오지 않는 걸까. 모두 다 수집할 용의가 있는데 말이지!’라며 고개를 갸웃거리고 복원된 광화문을 보면서는 예전의 광화문이 자꾸 떠올라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합니다.




사는 곳이 지방이어서 서울에 대해 몰랐던 것들도 새롭게 알게 됐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우체국 중 하나가 우리나라, 그것도 서울에 있는데 개설되어 폐쇄까지, 실제 업무는 불과 20여 일이 안 되는 가장 짧은 기간이라는 '우정총국'을 비롯해서 국내 모빌딩의 디자인이 사실은 일본에 있는 건물의 복사판인데, 그런 건물이 전국에 깔려있다는 것, 1989년 독일이 통일되면서 철거된 베를린 장벽의 일부가 청계천에 설치되어 있으며 광복 이후 안두희에게 암살당하기 전까지 백범 김구 선생이 머물렀던 '경교장'이 그 보존상태에 있어서 너무 초라하다는 대목은 무척이나 안타까웠습니다.




그리고 본문에 미처 수록하지 못한 그림들을 책의 후반부에 모아서 ‘미처 다 담지 못한 풍경들’이라고 담아놓았는데요. 북촌의 어느 골목길에 떨어진 꽃잎이며 고궁의 갖가지 아름드리 문은 너무나 아름다웠습니다. 또 제일 마지막에 ‘바퀴, 바퀴, 바퀴’는 탈것(자동차)홀릭인 작은 아이가 어찌나 좋아하던지...버스며 트럭, 굴삭기들을 자꾸만 가위로 오려달라고 해서 말리느라 진땀을 뺐답니다.




제가 사는 곳의 박물관에서는 해마다 ‘문화제 그리기 대회’를 엽니다. 탑이든, 도자기든, 어떤 것이든 박물관에 전시된 문화재 중에서 자기가 그리고 싶은 것을 택해서 그 앞에 자리를 펴고(작은 공부상을 들고 오는 사람도 있어요) 몇 시간이고 그림을 그리는데요. 중요한 것은 그림을 잘 그리고 못 그리고가 아닌 것 같습니다. 한 장의 그림을 그리기 위해 하나의 문화재를 그렇게 오랫동안 집중해서 바라봤다는 것. 그런 자세, 과정들이 중요한 게 아닐까요? 그리고 바로 그런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문화재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대하는 마음도 달라지겠지요. 오랫동안 바라본 대상일수록 사랑도 싹트는 법이니까 말입니다. 그러고보면 서울의 여러 곳을 수많은 그림으로 남기는 동안 저자는 분명 서울과 사랑에 빠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이지 호사스런 시간이었습니다. 미처 가보지 못했던, 그렇게나 가보고 싶었던 서울을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 그리 흔치 않거든요. 다만 본문의 글자가 너무 작아서 보기가 좀 어려웠어요. 편집상 글의 크기를 조절할 수 없다면 책의 판형을 조금 크게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그 외엔...즐거운 책읽기 시간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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