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1 - 신들의 보물에서 반지전설까지, 시대를 초월한 상상력의 세계
안인희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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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전이었다. 만화로 된 그리스 로마 신화가 출간되면서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특히 당시 초등학생들 사이에선 그 책을 읽지 않으면 친구들과 대화도 안 되고 은근히 따돌림을 받는다고 엄마들이 챙겨준다고까지 했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가 발생지인 그리스를 벗어나 거의 지구 반대편에 있는 우리나라에서까지 붐을 일으킨 셈이다. 혼동되고 외우기 어려운 신의 이름과 복잡하게 얽혀있는 신들의 관계가 그리스 로마 신화를 이해하는 데 걸림돌 같았던 내겐 무척 놀라운 일이었다.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를 읽으려고 손에 들었을 때도 솔직히 우려를 했었다. 이것도 역시 엄청 복잡하겠지? 아마 머리에 쥐가 내릴거야...하지만 그 우려보다 호기심이 훨씬 더 컸다.

내가 알고 있는 북유럽신화란 고작해야 바그너의 오페라, 그것도 내용만 간단하게 아는 정도였지만 마치 내가 가진 퍼즐 한 조각이 퍼즐 전체의 열쇠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리곤 읽어가기 시작했는데 우려했던 것과는 반대로 수월하게 읽을 수 있었다. 내용 역시 난해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물론 1권을 중간 정도 읽을 쯤엔 신들의 이름이나 관계가 잠깐 혼동되기도 했다. 신들의 관계도라도 만들면서 읽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기도 했지만 그야말로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거기엔 두가지 요소, 바로 이 책의 구성과 저자의 세심한 설명이 나와 같은 신화 초보자들도 북유럽 신화를 무리없이 이해하는데 큰 역할을 했다.


1, 2권으로 나눠서 1권엔 신의 생성을 비롯한 신들의 보물과 모험에 대해 얘기하고 2권에선 신의 몰락에 관한 예언과 종말에 관해 다루고 있는데 저자는 그 사건 하나 하나를 무작정 늘어놓는 게 아니었다. 하나의 사건에서 다음 사건으로 넘어가는 그 연결고리를 설명해주기도 하고 독자가 잊거나 혼동하기 쉬운 신의 이름이나 어떤 일을 했었는지 되짚어주기도 했다.


각 사건에 따라 그에 맞는 그림이나 조각 같은 자료사진을 함께 실어서 본문 내용인 신화의 세계와 사건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었다.


<안인희의 북유럽 신화> 이 책을 읽고 느낀 것은 신화란 무조건 어렵고 복잡하기만한 게 아니란 것이다. 아니, 오히려 무척 재미있다는 느낌이었는데 그 중에서 특히 전지전능하고 완벽하지 않은 신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지혜의 신이자 최고신이라 일컫는 오딘은 애꾸눈이고 지혜 그 자체를 상징하는 거인 미미르는 머리뿐이다. 천둥과 풍요의 신으로 인간을 괴롭히는 거인에 맞서 싸우는 토르는 오로지 힘만 세다.


불의 신, 로키는 또 어떤가. 신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거의 모든 사건의 원인제공자이면서 동시에 해결사 노릇을 하는 한마디로 변덕쟁이에 천덕꾸러기 말썽쟁이로 묘사되고 있다.


신들에겐 각자의 신을 상징하는 보물이 있는데 그 보물을 소유하게 되는 과정은 무척 흥미진진했다. 특히 바그너의 오페라 <니벨룽의 반지>로 알려진 안드바리의 보물, 반지 부분에선 이 반지가 혹시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그 절대 반지가 아닐까...추측을 하기도 했다.


사실 내가 미처 몰랐을 뿐이지 북유럽 신화는 우리 주변에 이미 여러 가지 형태와 장르로 존재해왔다는 걸 알았다. 신들의 몰락, 종말로 일컬어지는 ‘라그나뢰크’는 이미 인터넷 게임으로 자리를 잡았고 에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어 있었다. 운명의 여신으로서 인간과 신의 운명의 실을 잣는다는 노르네 여신들은 일본 만화작가의 만화주인공으로 등장하고 있는데 거기서도 역시 여신이며 같은 이름을 쓴다. 단, 독일식 발음이 아닌 울드, 베르단디, 스쿨드..이런 식으로 말이다.


지금까지 내가 신화를 마냥 어렵게만 생각했던 것은 바로 내게 신화의 상상력이 부족했던 게 이유인 것 같다. 신화의 의미를 읽으려고 애쓰는 게 아니라 신의 이름이나 사건의 이유를 따지려고 들었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앞으론 신화 읽는 재미에 폭 빠질 듯하다.


이윤기의 <길 위에서 듣는 그리스로마 신화> 에필로그의 한 대목이 생각난다.

<어른들에게 신화가 중요한 까닭은...신화는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인류의 어린 시절 이야기 같은 것, 인류의 어린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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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3-25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유럽 신화는 저도 한 번도 접한적이 없는데 워밍업으로 좋은 책일것 같네요. 좋은 책 소개 감사해요. ^^
 
탤리즈먼: 이단의 역사
그레이엄 핸콕.로버트 보발 지음, 오성환 옮김 / 까치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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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어나가기 위해선 우선 세가지를 기억해야 한다.

첫째, 탤리즈먼이 무엇인가..하는 것이다. 탤리즈먼은 '의미'를 가진 물체로 사람의 감정이나 행동, 신념 등에 영향력을 가진 물체나 영험이 있는 물체를 말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탤리즈먼'을 이해하기엔 부족하다. 그래서 작가는 한걸음 더 나아가 연인에게 사랑을 고백하려는 청년을 예로 들었다.

촛불만찬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에 연인을 데려간 청년을 상상해보자. 사랑을 충분히 고백한 다음 적절한 순간에 다이아몬드 반지를 담은 작은 상자를 꺼내서 자신의 사랑의 징표로 연인에게 준다고 상상해보자. 여자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그 반지는 그때부터 단순한 반지가 아니다. 반지는 이제 탤리즈먼이다. - 218페이지.

둘째, '이단'에 대한 개념을 알아야 한다. 사전적 의미에 의하면 '이단은 어떤 종교집단의 내부에서 정통교리에 크게 벗어나는 주장에 대하여 정통자측에서 부르는 배타적 호칭'이라고 되어 있다. 이 의미를 제대로 파악해야 그 다음에 전개되는 가톨릭에 의한 이단심문이나 종교재판, 알비 십자군에 의한 십자군전쟁을 올바로 이해할 수 있다.

셋째, 이원론이다. 이 책의 전반에 카타리파와 보고밀파가 주장하는 이원론 신앙이 주로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한마디로 선한 신과 악한 신에 대한 신앙이라고 볼 수 있다. 선한 신의 방사현상인 그리스도는 분명히 사악한 '육신'으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 그래서 그리스도는 태어나거나 십자가에 의한 처형을 받을 수 없었으며 십자가 위에 죽음으로써 우리를 죄에서 구원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즉 카타리파와 보고밀파는 그리스도가 인간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선한 신으로부터 방출된 예수는 사악한 육신 속에 탄생할 수가 없다는 것. 마리아가 그의 어머니라는 주장을 철저히 거부하면서 육신이 아닌 환영으로서 물질차원에 현신했다는 것이다. 십자가와 성상 숭배를 배격할 뿐 아니라 구약성서를 완전히 거부하고 신약성서도 일부만 받아들였다. 결국 자신들이 유일하고 진정한 교회이자 최초 기독교 사회의 직계이며 로마 가톨릭과 동방정교회는 사기꾼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카타리파와 보고밀파의 기원이 어디에 있는지 거슬러 올라간다. 초기 기독교 그노시스파에서 시작해 마니교, 4세기 중엽의 메살리아파, 바울파, 10세기 불가리아의 보고밀파를 거쳐 12,3세기 카타리파가 서유럽으로 퍼져나가는데 이중에 마니교와 바울파는 흔히 비밀종교로 알려져 있다.

카타리파와 보고밀파는 로마교회, 동방정교회와 경쟁하여 점진적으로 정복하려는 계획을 세운다. 유능한 학생을 파리로 보내 공부시켜 그들이 가진 오류와 약점을 보강하여 가톨릭 신앙을 전복하려는 것이었는데 이는 결국 가톨릭에 의해 철저하게 말살된다. 그들에게 의미있는 신전을 파괴하고 수많은 신도들을 화형에 처했으며 그들이 남긴 문헌과 기록을 없애버린다.

그러나 4세기말 이집트에 살았던 정체불명의 이단집단이 그노시스주의 문헌들을 대형토기 항아리에 넣어 땅속에 매장하는데 이것이 1945년 나그함마디 부근에서 한 농부에 의해 기적적으로 발견된다. 또 나그함마디 문서에 의해 그노시스파에 비밀결사와 흡사한 어떤 단체의 존재, '조직'에 대한 언급이 있고 그 조직의 사명 가운데 일부는 '영적인 장소들의 상징으로' 기념 건출물을 짓는 것이었다.

이로 인해 이집트가 주목을 받기 시작하는데 이는 이집트가 세상의 바로 중심에 있는 것으로 설명된다. 즉 자오선이 통과하는 지점 바로 위에 있기에 이집트 전체가 '신전' 특히 '세상의 신전'이라고 언급되는 것이다. 이집트의 많은 '태양 신전들' 가운데 북쪽의 헬리오폴리스와 남쪽의 룩소르-카르나크가 주목받으면서 이런 이집트의 성스러운 도시들이 미래에 건축되거나 재건축되는 도시들을 위한 원형 역할을 했다고 주장한다. 그 예로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 미국의 수도가 포함되고 각 도시들의 중요한 기념 건축물들과 건물들, 때로는 도시 전체의 도로계획이 일련의 비밀계획에 따르고 있다는 것을 여러 장의 사진을 통해 증명해보이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자신들의 생각이 옳다면 현재까지 수백 년동안 발각되지 않고 자신의 존재와 목적을 보존해온 한 조직의 발자취를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이 바로 프리메이슨이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그 조직이 프랑스 혁명과 미국의 독립전쟁에 큰 영향을 끼쳤으며 미국의 벤저민 프랭클린과 조지 워싱턴 같은 주요인물을 움직였다고 한다. 거기다 9.11 테러도 바로 그 프리메이슨의 입김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한다.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은 읽어나가기에 많은 인내력이 필요했다. 내겐 너무나 낯선 기독교의 교리와 대립에 읽는 중간중간 앞의 내용을 점검하면서 읽어야했다.

하지만 그것은 바로 이 책이 독자들을 배려하지 않았다는 뜻이다. 우선 각주가 모두 뒤에 있는데다 거기서 참고가 될만한 내용은 전체의 5% 정도? 나머지 각주는 모두 참고문헌을 알려주는데 그것도 원어로 실려 있어서 별도움이 되지 못했다. 

뿐만 아니라 참고사진이 모두 중간페이지에 있어서 읽는 중간중간 책을 뒤적거려야 했다는 점, 그것도 책의 본문에 사진과의 연결고리, 몇 번 사진을 참고하라는 대목이 없어서 일일이 찾아야한다는 점이 독서의 방해요인으로 작용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큰 단점은 600페이지에 달하는 이 책이 1권으로 제작되었다는 점. 그것도 반양장본이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라. 두꺼운 책을 앞, 뒤, 중간을 뒤적거리면 어떻게 되겠는가. 제본된 책장이 부분적으로 뜯어지고 낱장이 분리되고 말았다. 차라리 그레이엄 핸콕의 <신의 지문>처럼 2권으로 제작되었다면 더 좋았을거란 생각이 든다. 결론적으로 이 책은 일반 대중이 아닌 일부 관심있는 사람들을 위해 쓰여졌다고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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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만큼 행복이 커지는 가족의 심리학 토니 험프리스 박사의 심리학 시리즈 1
토니 험프리스 지음, 윤영삼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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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이 읽는 사람에게 이렇게까지 인내심을 요구하다니.... 읽는 내내 마음이 불편한 책이었습니다. 예전에 <학대받는 아이들>과 스캇 벡 박사의 <아직도 가야할 길>이란 책을 읽을 때보다 몇 배 더 힘겨운 시간들이었습니다. 한 장 한장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지금 자신의 과거, 현재가 투영되어 있고 나아가 미래의 모습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다른 책들처럼 페이지가 쉽게 넘어가지 않았습니다. 한가지 주제가 끝날때마다 책장을 덮어두고 한번 되새겨보는 시간을 가져야한달까....

   이 책을 보면 악순환의 고리를 어떻게 끊을 것인가...하는 것을 생각해보게 됩니다. 흔히 결혼을 앞두고 배우자를 고를때 상대 집안의 가정이 얼마나 화목한가....를 보라고 합니다. 더 확실하게 얘기하자면 시부모될 어른, 장인장모가 될 어른들의 금술이 얼마나 좋은가...를 봐야 하는 거지요. 시어른이든, 장인장모가 될 어른이든 부부관계가 원만하지 못하고 틀어져 있거나 서로에게 무관심, 또는 무시를 할 때 그 자녀들의 성격이나 앞으로의 행보가 드러난다는 거지요.

   난폭하고 폭력적이며 권위적인 남편과 순종적이며 내성적인 아내의 결합에 의해 태어난 자녀는 그 부모의 어느 한 쪽을 닮아간다는 겁니다. 그래서 성인이 되어 결혼을 하더라도 자신의 부모와 같은 성향을 가진 남자든 여자를 만나고 선택한다는 건데요. 이 부분이 얼마나 뜨끔...하던지...더 가슴아픈 사실은 그런 올가미같은 불행이 다시 아이에게 이어진다는 거예요. 부모에게 순종적인 아이는 매사에 고분고분하지만 그 이면에 '내가 이렇게까지 해주면 당신은 날 사랑해줄거야?'하는 마음이, 반항적인 아이에겐 '당신이 나에게 가르친 게 이거잖아'하는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고 하는군요. 결국 부부관계가 왜곡되어 있으면 온전히 아이를 사랑할 수 없다는 거지요.

   또 행여 무의식 중이라도 난폭한 행동한 행동이 나오진 않는지, 아이에게 조건적인 사랑을 하고 있진 않은지 항상 돌아보고 자신뿐 아니라 부부, 가족 전체가 변화해야 한다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우선 가족마다의 욕구는 무엇인지 알아내야 하구요. 감정 표현은 어떻게 해야하는지, 책임의식과 자아의식은 어떻게 심어주고 실현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행동을 다루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은 직접 책을 읽어보는 것이 더 좋을 듯 합니다.

   물론 이 책이 100% 완벽한 해결책이 되진 않습니다. 우선 우리나라가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에 있어서 강경한 대응을 하기 시작한 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 책에서 다뤄지는 내용이나 방법들이 지금 우리에게 고스란히 적용되지 못하는 측면도 있어요. 좀 더 이해하기 쉽도록 예를 들때도 설명보다 좀 산만해지더라도 저자가 직접 상담했던 내용들을 실었더라면 좋았을걸....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그리고 가정의 문제이니만큼 내용이 왠지 중복된다는 느낌도 들었구요.

  저자와 우리나라와 사회분위기가 다르기에 느껴지는 괴리감도 있습니다. 20살이 된 자녀는 내보내야 한다...그래야 스스로 독립성과 책임감을 기를 수 있다...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씌어진 책이기에 부분적으로 지금의 우리에겐 와닿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이 책에서 새로이 느낀 것은 가족의 범위에 시부모나 장인장모, 형제자매는 속하지 않는외부인이라는 사실입니다. 그래서 안정적인 가족을 형성하려면 자신이 나고 자란 가족과 완전히 분리되어야 한다는 거지요. 그렇지 않고 외부인에게 휘둘리거나 정서적으로 분리되지 못한다면 그에 따른 심각한 문제-앞서와 같은-가 발생한다는데요. 지금의 우리가 새겨봐야할 점이 아닌가...생각합니다. 어릴적부터 무조건 부모에게 효도해야한다...고 강요아닌 강요와 압박 속에서 자란 나머지 결혼하고 나서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부모에게 애정과 희생을 강요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양 여겨지도 있는 게 지금의 현실이니까요. 우리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효자와 효녀가 또다른 불행의 시작일수도 있다고 얘기합니다. 

  가슴에 손을 얹고 읽어봐야할 책...이 책은 서두에 들어가기 전에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부모는 자기 아이를 사랑한다. 모든 아이는 자기 부모를 사랑한다. 하지만, 모든 가족이 행복하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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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가야할 길
M. 스콧 펙 지음, 신승철 옮김 / 열음사 / 200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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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나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인생은 고통이라고...나 역시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힘겨운 일이 생길때면 그저 그러려니...시간이 해결해주겠지....하고 넘어간 적도 많았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매일 매일의 일상 속에서 만나는 고통을 정직하게 마주하고 끌어안을 때, 오히려 고통은 줄어든다니....그러고보면 나의 지난 날들 중에서 고통을 회피하려고 해서 오히려 더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가족이나 친구와의 관계에서 생기는 문제를 그저 '좋은 게 좋은 거지 뭐.'하며 대충 해치우려고 했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언성을 높이다 자칫 잘못해서 가족이나 친구 사이에 금이 가진 않을까...겁이 나서였다. 또 누가 나에게 '넌 이런 단점이 있어'하며 자존심을 긁는 얘길 하는 걸 무척 싫어했다. 지금 나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주는 것이 참된 우정이고 친구라는 잘못된 생각을 가졌던 것이다. 사실은 오랫동안 거의 습관처럼 되버린 나의 생활방식이나 가치관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것이 자신 없어서인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참 용기가 없다. 하지만 나의 이런 모습이 아이에게 모델이 된다니 지금부터라도 문제에 직면하는 연습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었다.

사랑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내가 사랑을 이렇게나 잘못 알고 있었단 말인가... 그럼 내가 지금까지 알고 있었던 사랑은 도대체 뭐지? 사랑이 아닌거야?' 이 책의 <사랑>편을 읽는 내내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자꾸 혼동이 됐다. 십자수를 할 때 실을 수시로 풀어주지 않으면 나중엔 실이 서로 꼬여서 커다란 매듭을 만들어 버린다. 그러면 한참을 실과 씨름해서 풀어놓아야 하는데 그렇게 꼬임이 많았던 실은 수를 완성한 후에도 광택이 떨어지는데 이 책을 읽을 때의 내 느낌이 그랬었다.

아침에 자리에서 일어나 깊은 밤 잠들기까지 우리는 하루종일 그야말로 '사랑'속에서 살아간다. 신문에서, 텔레비전에서, 라디오에서, 거리에서....나도 모르는 사람들이 모두들 날 사랑한다고 외쳐댄다. 그게 진정 사랑일까.

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내리는 사랑에 대한 정의와 견해들이 내 곁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나의 감정이나 행동이 정말 '진정한' 사랑이었는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는 계기를 마련해준 것 같다.

당신이 반쯤 정신을 팔면서 짝짜꿍을 한다면, 당신은 반쯤은 정신이 딴 데 가 있는 산만한 아이를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당신의 아이는 당신의 아이가 아니다. 당신 부부 사이에는 빈 공간을 두어라. 당신들 사이에서 하늘의 바람들이 춤추도록 하게 하라. 이 대목을 읽으면서 나는 순간 머리가 아찔해졌다. 자신의 즐거움과 감정만 앞세우면서 나는 과연 상대방의 정신적 성장을 바랬던 걸까, 나의 사소한 행동 하나 하나가 나의 가족, 나의 아이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을까....

사랑은 우리가 알고 있는 연인간의 사랑이 전부는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사랑 역시 성장하는 게 아닐까. 지금의 나는 불과 5,6년 전의 내 모습이 아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부모가 되면서 사랑의 폭이나 깊이가 달라진 것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어떤 부모가 되어야할지 고민하게 하며 더 나아가 삶의 가치를 찾아 끊임없이 노력하게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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