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없는 너에게
벌리 도허티 지음, 장영희 옮김 / 창비 / 200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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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저녁을 먹은 후 커피 한 잔 들고 컴퓨터 앞에 앉은 신랑에게 물었다.
 
"자긴 @@이가 이담에 커서 연예인 될거라고 하면 어쩔거야?"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고?"
"무슨 소리긴 @@이가 나~~~중에 곧 죽어도 연예인이 되겠다고 하면 어떻게 할거냐고오~~!!"
"...."
"자긴, 그런 생각 안 해봤어? 한번도??...."
"야!! 그런 생각 해봐야 뻔하지. 니나 내를 봐라. 쟤가 연예인 할 애냐? 성격이??"
"....하긴, 그런가? 엄마 아빠가 모두 말주변 없는데다 카메라는 질색을 하니....음..."
 
울신랑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부모가 모두 사람 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니 그 유전자를 이어받은 아이는 뻔한 거 아닌가?
하지만 혹시...또 알아???
알고보니 잠재성 돌연변이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는 바람에 어느 순간 부모의 기대를 와르르 무너뜨릴지...
 
그래선가??? 나나 신랑은 아이에게 "넌 나중에 뭐가 되고 싶어?" "우리 아들 이담에 의사가 되야지..."하는 식의 기대반 강요반의 얘길 하질 않는다. 
그저 아이가 어른이 되서도, 아니 늙어서까지 평생을 하고도 즐거울 수 있는 뭔가를 찾았으면...한다. 그게 자신의 직업이 되든...취미생활이 되든지간에.
 
하지만 우리의 이런 태도가 과연 올바른건지...의문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 5월 유치원에서 생일잔치를 하면서 그 달에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 '나중에 뭐가 되고 싶은지' 발표를 하라고 했단다.
그런데 너무나도 이쁜 우리 아들은 "나중에 뭐가 될지 모르겠어요. 생각을 아직 많이 안 해봐서..."라고 했다는 거다.
 
띵~~~!!!  순간 머리 속에서 종이 울렸다.   
우리 부부의 우유부단함이 아이에게까지 전염이 된건가?
이거 야단났네, 이 일을 어쩌나... 지금이라도 그럴싸한 장래희망 하나쯤 아이 머리속에 심어줘야 하는 건가? 이 놈 초등학교 들어가서도 이러면 곤란한데...어떡하나...
 
난 지금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상황에 지난 봄과 여름..내내 고민을 했었다.
사실 나의 주된 관심사는 아이가 나중에 커서 뭐가 될지....가 아니었다.
내가 자라던 시절과 모든 면에서 판이하게 달라진 요즘이기에
어떻게하면 아무탈없이, 문제 일으키지 않고 순탄하게 크려나...하는 거였다.
 
그래서 책을 읽을 때도 사춘기를 겪는 아이들을 엿볼 수 있는 것들로 골라서 보곤 했다.
여자로 자란 나로선 죽었다 깨나도 모르는 땀내나는 머슴애들의 세계...를 미리 예방주사를 맞는 기분으로 읽었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정말 읽고 싶지 않았다. 아니, 꼭 읽어야 했다.
10년쯤 지나서 아이가 덜컥 "엄마, 내 여자친구가 글쎄 내 아이를 가졌대. 어쩌지?"
이렇게 나오면 어쩔 것인가....미리 대책을 세워야했다.
 
<이름없는 너에게>  이 책은 십대들의 임신에 대한 얘기다.
영국의 고등학교 졸업반인 크리스와 헬렌은 서로 사랑하는 사이다.
하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헬렌이 임신을 하게 되면서 사랑하던 둘의 사이가 이그러지기 시작한다.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 숨겨져왔던 두 집안 내의 문제가 드러나면서 가족간의 갈등이 한층 고조된다.
 
헬렌은 임신으로 인해 자신의 인생과 ˜?경로가 송두리째 흔들리게 되자 
낙태를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하고 만다. 
그에 비해 크리스는 사랑하던 헬렌이 왜 갑자기 자신에게 점점 마음의 문을 닫으려는지에만 매달린다.  정작 중요한 뱃 속의 아기에 대한 고민은 뒤로 한 채...
 
결국 헬렌은 크리스에게 이별을 고하고 아이를 낳아 혼자 기를 결심을 한다.
그리고 크리스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그제서야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날 병원에서 너를 처음 봤을 때,...난 너에 대해서는 단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는 정말 내게 '이름 없는 존재'였던 것이다....(중략)....헬렌이 옳다. 나는 아직 너나, 헬렌을 위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나 자신을 위한 준비조차도..(286~287)
 
이런 이야기들이 크리스의 회상 속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그 가운데 '이름없는 너에게'로 시작되는 헬렌의 편지가 부분적으로 서로 맞물리면서 진행된다. 
그래서 책을 읽는 사람은 어느 한 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두 사람의 생각을 고스란히 들여다볼 수 있는 셈이다.
아마 십대의 임신...을 소재로 소설이 씌여진다면 대부분 아기의 엄마인 여자를 주된 화자로 내세웠을텐데...그야말로 문학성이 높은 작품이다.
 
사춘기를 맞은 아이가 있다면 시험공부를 접어두고서라도 꼭 읽어보라고 두 손에 쥐어주고 싶다.
그러면서 이걸 강조하겠지...
"있지...이건 어디까지나 영국의 얘기거든...영국은 미혼모에 대한 정책이 잘 되어 있어서 이런 얘기가 가능한거야. 그러니까....."
그럼 아이들은 인상을 한껏 찌푸리겠지. 또 잔소리...하면서...
하지만 어떡하냐...그만큼 중요한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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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란1 2006-09-30 0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동감! 우리 딸이 읽고는 큰 감동이 없답니다. 아직어려서 마음에 와닿지 않는 모양입니다.
 
바티미어스 1부 - 상 - 사마르칸트의 마법 목걸이 바티미어스 3
조나단 스트라우드 지음, 최인자 옮김 / 황금부엉이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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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바티미어스>를 펼쳐 들었을때 화자가 요괴라는 사실에 고무되었습니다. 그가 쏟아내는 걸쭉한 입담도 아주 마음에 들었지요. 그것과 더불어 이 요괴를 부리는 마법사가 열 두살 짜리 꼬마라는 사실도 그렇구요.

이야기는 이 꼬마 마법사가 '무슨 사연이 있길래 <바티미어스>라는 중급 요괴를 불러내어 무시무시한 임무를 맡겼을까'하는 호기심을 유발하면서 출발합니다. 강력한 마법을 지닌 사마르칸트의 마법 목걸이를 훔쳐오라는 것이지요.

<바티미어스>는 자신을 불러낸 마법사가 열두살 짜리 애송이 마법사라는 사실에 분노를 금치 못하지만, 요괴인 자신의 정체성을 잘 알고 주인의 명령을 어길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명령에 충실히 임무를 완수 하지요. 출발은 무척 참 좋았습니다.

바티미어스가 나타니엘의 명령을 완수하기 위해 펼치는 모험들도 아주 박진감 있었구요. 하지만 이 꼬마 마법사가 사이먼 러브레이스와 맞서게 되는 동기가 너무 미흡하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동시에 나타니엘이라는 인물에 대한 애정도 반으로 줄어들더군요.

스승의 손님 마법사들앞에서 건방을 떤 것이 사실인데, 그것에 대해서 자신을 모욕 했다며, 정식 마법사로 등록도 하기전에 일을 저질고야 마는데요. 물론 이 아이가 아직 성숙한 인격을 가지지 못한 어린이인 것이 사실이기는 하지만, 좀 더 정의로운 인물로 묘사됐다면 더욱 흥미있는 이야기 전개가 되지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스승이라는 인물도 그렇죠.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인 나타니엘을 그렇게 배신하다니! 동양적인 사고로는 좀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습니다. 자식이 없는 그들 부부에게는 아들이나 마찬가지인 존재인데 말입니다.

러브레이스가 마법 목걸이를 찾으러 왔을때,나타니엘이 언더우드부인을 구하려는 모습이나 자신이 모든 일을 꾸민 당사자라고 나서며 좀 더 정의롭게 묘사되기는 하지만 주인공에 대한 애정이 확 돌아오지는 않더군요.

한마디로 <반지의 제왕>이나 <해리포터>정도 수준의 환타지는 아니라고 생각됩니다. 다만  <바티미어스>라는 정령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것은 돋보였다고 생각되고, <바티미어스>라는 인물에게 정이 많이가는군요. 투덜거리면서도 끝까지 나타니엘과의 우정을 지켜내는 것도 그렇고. 그렇지만 가볍게 읽기에는 그런데로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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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일 선현경의 신혼여행기 2
선현경, 이우일 지음 / 황금나침반 / 200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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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여행을 일컬어 '핑크빛 신혼여행'이라고 누가 말했던가? 천만의 말씀이다. 나의 신혼여행은 그야말로 고난이었다. 푸켓에 그것도 비가 젤 많이 온다는 계절에 갔다가 비 쫄딱 맞고 감기 걸리질 않나...가이드 따라다니다가 돈만 뜯기고 쇼핑센터에서 쇼핑하지 않는다고 가이드 눈총받고...

이른 아침부터 늦은 밤까지 계속되는 가이드의 행군에 나랑 신랑은 그 호텔 수영장에 발 한번 담궈보지도 못했다.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의 그 유명한 수중 키스신을 찍어볼 거라고 카메라도 특별히 장만했건만..기억나는 건 바나나 보트를 타다 떨어져서 짠 바닷물 마셨던 것, 코끼리 타봤다는 거 정도???

그래선지 신혼여행...아니, 구혼여행이라고 해도 좋다. 결혼 8년, 연애시절의 애틋함이 빛을 바래고 장난꾸러기 혹도 달렸지만 할수만 있다면 다시 신혼여행을 가고 싶다. 이우일, 선현경 그들처럼...

이 책은 그야말로 여행을 어떻게 해야하는지..여행이란 어떤 것인지를 보여준다. 이름난 관광지와 명소를 돌아다니기 보다 그 곳의 문화를 직접 체험하고 현지인과의 교류를 통해 각 나라 사람들의 개성이 어떤지 가늠해볼 수 있게 한다.

다이버가 되기 위해 직접 다이빙을 배운 것하며 설령 길을 잃고 가방을 잃더라도 일단 낯선 땅 낯선 거리로 발을 내딛는 용기...여행하는 틈틈이 이만큼의 기록을 남긴 세심함에 정말 읽는 내내 감탄이 절로 나왔다. 영어란 큰 핸디캡을 갖고 있는 우리 부부였다면 아마 숙소에서 꼼짝도 못하고 있었을 거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이탈리아 카프리란 지방의 타일로 된 그림문패였다. 그냥 이름 석자만 씌여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이 곳 사람들은 자기를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것으로 문패를 대신한다는 것이다. 큰 배의 주인이 사는 집은 큰 범선을 그리고 와인을 제조하는 집에선 와인병과 포도나무를 타일에 그려넣는 것이다. 얼마나 멋진 생각인가.

이렇게 세계 각지를 여행하면서 느낀 많은 경험들이 낙천적인 선현경의 톡톡 튀는 문장과 꼼꼼한 이우일의 그림으로 꽉 채워져 있다. 사실 처음엔 여행기에 사진 한장 없는 게 이상했지만 책을 읽어나갈수록 사진보다 그림이 훨씬 많은 것을 전해준다는 걸 알게 된다. 이우일 특유의 유머 넘치는 그림도 좋았지만 그의 그림에선 보기 드문 세밀화가 특히 더 좋았던 것 같다.

하지만 반양장본으로 된 책이라 그런지 책의 제본이 허술한 듯하다. 부분적으로 갈라져서 낱장이 떨어지고 말았다. 그래서 별 하나를 줄였지만...이럴 때마다 우리나라도 양장본과 반양장본이 함께 출판되었으면...하고 바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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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숲을 거닐다 - 장영희 문학 에세이
장영희 지음 / 샘터사 / 200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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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서고에 꽂힌 이 책을 보고 냉큼 대출받았다.

집에 와서 책을 읽기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책장을 덮어버렸다.

한꺼번에 읽기엔 너무 아까운 책...

반납일을 의식하면서까지 읽고 싶지 않은 책...

내 분신처럼 곁에 두고 싶은 책...이란 생각이 들어서였다.

곧바로 책을 주문하고 내 손에 들어왔지만 서둘러 달려들지 않았다.

책장에 꽂아두고 눈 맞추기만 한참 했다.

언제 어떻게 읽는 게 좋을까...

하루에 조금씩 읽을 수 있는 방법...없나??

고민하다가 나만의 공간을 찾았다.

온전하게 나만이 있을 수 있는 공간...냄새가 걸림돌이긴 했지만...

난 이 책을 그야말로 하루에 조금씩 야금야금 즐길 수 있었다.

장영희 교수님께 죄송할 따름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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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7-27 23: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그 공간이 어딘지 상상이 가는군요. (잘못 상상했나?)
참 재미있고 흐뭇한 책이었지요.

몽당연필 2006-07-28 08: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글샘님...잘못 상상한 게 아닐듯....^^;;;
 
향수 (반양장) -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 Mr. Know 세계문학 20
파트리크 쥐스킨트 지음, 강명순 옮김 / 열린책들 / 200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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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은 두가지 종류가 있다.

범인을 먼저 알려주고 시작하는 것과

범인이 누군지 모르는 상태에서 독자가 추리해나가는 것.

이 소설은 전자에 속한다.

주인공인 그르누이는 출생에서부터 엽기적이다.

생선장수인 엄마가 생선을 파는 도중에 낳아  

생선 내장을 버리는 쓰레기 더미에 파묻힌다니...

거기다 아기 특유의 젖비린내 같은 냄새가 안난다!

그러나 이 아기는 그야말로 천재였다. 냄새에 관한한....

<여인의 향기>인가?

퇴역장교 나오는 알 파치노가 섹시한 탱고춤을 추고

춤을 춘 여인이 무슨 향수를 쓰는지 알아맞히는 장면...

무척 인상적이었다.

물론 그르누이는 그 영화의 알 파치노와는 다르게

향수를 제조하는 방면에 있어서 천재였다.

하지만 그 천재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훌륭한 향수를

만드는데 골몰하면서 살인도 서슴지않는 살인자가 되어 버린다.

천재라고 해서 모두 행복할 수 없다는 진리를 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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