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여름, 1년 예정으로 미국에 가기 직전에 목공 기초과정을 배울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곳에 가서 필요한 것을 이것저것 만들어 보았는데, 역시 책과 관련된 것들을 자꾸 만들게 되더라구요.

무얼 만들 때는 잡념도 없어지고, 시간은 왜그리 빨리 가는지! 

이번 글에는 우리 아들들이 모델로 등장합니다. ^^



==> 첨으로 만든 탁자입니다. 그냥 배운 대로만 만들었습니다. 보기는 이래도 공부 책상, 작업대, 심지어 식탁으로 수고가 많았던 탁자입니다.

 



==> 정리함입니다.  MDF판으로 뚜껑 없는 정육면체를 만든 것입니다. 앞면의 도안은 아메리칸 인디언들이 돌에 새긴 벽화에서 따왔습니다. 

 


==>  집안의 지저분한 것들을 담아둔 코너입니다. 응접실 한쪽 창가인데, 자투리 목재로 아랫 부분의 수납장을 만들고, 그 위에 정리함을 올려놓았습니다. 이 두 가지 외에는 죄다 빈 종이박스나 우유팩을 사용했고, 그 지저분함을 꽃무늬 천으로 덮었습니다. 가운데 있는 한과 바구니는, 그 안쪽 면을 한지공예로 만들었는데, 돌아올 때 너무나 고마웠던 교포에게 주었습니다.

==> 식탁 한쪽에 올려두었던 서류정리함입니다. 정리안되어 정신없기는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입니다. 학교 숙제하다가 밥 먹으려면 책들을 마땅히 치울 곳이 없어 만들었습니다.

==> 크크... 저의 회심작! 독서테이블입니다. 의자 폭에 맞추어 테이블의 폭을 정했구요, 바퀴가 달려서 이동이 가능하구요, 이동하는 데 무겁지 않게 하기 위해서 측면에 문양을 파냈습니다. 그리고 목재도 가능한 얇은 걸 썼구요. 테이블은 상하 2단으로 되어 있는데, 아랫 부분은 2중으로 되어 있어서  당기면 자판 테이블처럼 앞으로 당겨집니다. 윗부분은 책을 올려놓는 부분이 독서대처럼 기울기가 조절이 됩니다.

==> 책을 읽지 않을 경우에는 한쪽 벽에 붙여 놓습니다.

==> 제가 고안한 쿠션 독서대입니다.  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을 때, 책을 들고 읽자니 팔이 아프고, 그렇지 않으면 목이 아프거나 자세가 나빠집니다. 그리고 메모를 겸할 때면 무언가 단단한 받침이 있으면 좋겠구요...  그래서 궁리를 하게 되었는데요.. 오른쪽 초록색 형태의 테이블(?)은  기성품도 있습니다. 자알 찾아보면 어디선가 팝니다. 이 기존 형태의 테이블에 독서대의 기능을 추가해서 왼쪽의 갈색 쿠션 독서대를 만들었습니다. 


작은애가 모델이 되어 시범을 보이고 있습니다. 아래는 쿠션을 만들고, 윗면은 목재를 이용해서 만든 후에 목재 가장자리에 구멍을 낸 후 바느질 혹은 단추, 찍찍이 등을 이용해서 쿠션과 붙입니다. 간단히 하려면 쿠션을 먼저 사고, 그 크기에 맞추어 목재를 만들면 될겁니다.

그저 책을 편하게 읽으려고 이리저리 궁리를 해서 만들었는데, 쿠션 독서대나 독서 테이블의 단점을 발견했습니다.

문제는 너무 편한 자세가 되어버려서 책을 오래 읽지 못하고 잠들어버리게 된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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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3-12-02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지금까지 가을산님이 만드신 작품들에도 감탄을 했었는데.. 이번 작품은 아이디어 및 그 완성도에서 정말 놀라움을 금치 못하겠군요... 너무 멋져요.
다른 것보다.. 독서 테이블과 독서 쿠션 너무 탐나네요...

sooninara 2003-12-03 00: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요,,독서 테이블도 멋지고...목공소 하나 내시죠..
작품이 너무 훌륭합니다..정리함의 인디언 문양도 특이하고 멋지네요..
어떻게 독서쿠션 하나 얻을수 없을까요??? 불쌍한 눈빛의 수니나라..
책읽으려면 누워서 책들고 읽게되서 여기저기 쑤시는데...

가을산 2003-12-03 00: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장담 할 수는 없지만... 노력해보도록 할게요... (소문내지 말기...)
지금 만들고 있는 책장과 파일 정리함과 애들 퀼트 이불 끝내구요...

ceylontea 2003-12-03 09: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윽.. 퀼...퀼트까지 하시나요? 정말 부지런하시고... 대단하시네요..
여태까지의 솜씨로 훌륭할 것 같은데... 완성작 꼭 올려주세요.
앗... 저도 독서쿠션.. ☆.☆

2003-12-03 10: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배바위 2003-12-03 15: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나다가 가을산님의 독서테이블을 보고 감탄을 넘어서서 경악을 금치 못했습니다. 아... 정말 대단합니다. 훗날 책박물관에 전시해도 되겠습니다..

明卵 2003-12-06 0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테이블과 독서쿠션!
알맞은 재료, 기능성, 구조, 창의성, 심미성에 사랑과 관찰력이 더해진 정말 멋진 작품입니다!
어쩐지 감동이 물밀듯 밀려오네요;_;

sooninara 2003-12-08 2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명란님의 품평 또한 훌륭합니다^^

조선인 2004-04-26 08: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독서테이블 가지고 싶네요. 전 만들 능력이 안 되니 어디 파는 곳이라도... 흑... 있을 턱이 없겠지요 ㅠ.ㅠ

비로그인 2004-05-22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보통은 책상에 앉아 책을 읽는 편이지만, 잠 들기 전, 엎드려서 책을 읽기도 해요.
님의 서재에서 이 독서 테이블을 보고, 욕심과 필요성을 주체할 수 없어 예쁜 독서대를 물색 중이랍니다. 가능하다면 앤틱 느낌이 나는, 독서 테이블을 사고 싶은데...두 번의 가구점 발걸음에 헛탕만 치고 왔어요...ㅠㅠ 그래도 포기하지 꿋꿋하게...저와 동거동락을 같이할 독서테이블을 찾아 또 집을 나서렵니당... ^^*

메시지 2004-07-24 16: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특허내세요. 이런 아이디어는 존중되어야합니다. 부럽습니다. 특히 독서테이블과 독서대는 찬탄할 수밖에 없네요.

보물창고 2005-12-28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헐.. 하도 기가막혀서... 서재타고타고 왔답니다..
아니 작품도 작품이구요..애도 참 이쁘네요..
감탄 + 감탄.. ^^
 

아래 사진은 제가 만든 책갈피들입니다.


 

 

 

 

 

 

 

 

 

시중에 파는 책갈피들은 주로 클립 형식으로 종이에 끼우게 되어 있는데요, 이런 책갈피를 만드는 사람들은 정작 책갈피를 잘 쓰지 않는 사람들인 것 같아요. 클립형 책갈피는 꼭 끼워 두었던 쪽의 종이를 찢어지고 구겨지게 만들어요. (아~~ 새삼스래 열받으려 하네요. )

그래서 맘에 드는 그림이나 사진을 그냥 오려서 책갈피로 쓰기도 하고, 때로는 그것을 코팅해서 쓰기도 했습니다. 위 그림의 1번 옆의 세 개의 책갈피가 이런 형식으로 만든 것들입니다.

2번을 보시면 Read!라고 쓰인 것은 엽서인데, 만화 주인공들이 각자 책을 읽는 그림으로, 제가 좋아하는 엽서입니다. 게다가 주인공들이 적당하게 자리잡고 있어서 엽서 하나로 4개의 책갈피를 만들 수 있었답니다.

그런데, 책을 읽다 보면 책갈피도 있어야겠고, 메모하거나 줄칠 필기구도 있어야 하고, 가끔은 쿠션같은 것을 받치고 읽기도 해서 챙겨야 할 것들이 꽤이 있습니다.

제가 구차니즘 신도인지라 책 읽다가 연필 찾아 헤메는 게 너무 싫어서 연필을 그냥 책갈피로 쓰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모두들 느끼다시피,  연필이나 볼펜은 책갈피로 하기에는 너무 두껍지요? 그래서 연필의 나무부분을 칼로 심이 노출되지 않을 정도로만 얇게 잘라내서 사용했습니다. 3, 4, 5번이 이런 형태의 연필 책갈피입니다.

이건 3번의 확대 사진입니다. 계룡산에서 엄지손가락 굵기의 관광기념 연필을 사서 얇게 깎아낸 후, 문양을 새겼습니다. 이 문양을 찾다가 한지공예를 알게 되었답니다.

이때만 해도 첨이라 문양을 커터칼로 음각을 해서 색연필과 우리 간호사의 분홍색 매니큐어로 문양을 칠하고, 그 위에 순간 접착제를 발랐답니다. 그래도 자꾸 때가 타서 투명 매니큐어를 덧칠해보고, 나중에 다시 문방구에서 산 '니스'로 칠을 했습니다. 덕분에, 자세히 보면 때가 꼬질꼬질합니다.

매니큐어와 순간접착제와 니스를 다 써본 소감은,

매니큐어: 안좋다, 마른 후에 부스러지고, 때가 잘 탄다.

니스: 문방구에서 판다, 단점은 붓 신나 등의 장비가 필요하다. (그냥 병에 담갔다 꺼내기만 한다면 필요 없지만...) 평소에 목공이나 공예를 안하는 사람은 연필 하나 칠하려고 니스 한병을 사는 것은 낭비일 것이다.

순간 접착제: GOOD! 왠만한 집이나 사무실에 구비되어 있을 것이다. 마르기도 빨리 마르고, 마른 후에 단단하게 굳어서 연필을 얇게 깎아서 부러질 위험을 상쇄한다. 마른 후 니스와 같이 유치한 광택이 나지도 않는다. 단점은 연필에 칠할 때 손가락이 붙지 않게 해야 하고, 일반 접착용도보다 많은 양의 접착제가 필요하다. 그리고 말리는 과정의 냄새가 아주 고약하다.  '순간'에 잘 굳지 않으면 입김을 조금 불어주면 도움이 된다고 한다. 순간 접착제가 반응을 일으키는데 공기중의 물 분자가 필요한데, 입김의 습기가 이 반응을 촉진한다는 썰을 어느 목공 책에서 본 적이 있다.

이 문양을 새기면서, 혹시 도장 파는 칼로 문양을 새기면 나을까 해서 도장 파는 도구 세트를 20000원 주고 사봤는데, 도장파는 칼은 도장만 잘파지지, 일반 나무는 나뭇 결때문에 잘 파지지 않습니다.  ㅜㅡ 

4번 그림은 색연필을 같은 방법으로 해서 뒤에 구멍을 뚫거나 홈을 파서 실을 동여맨 것입니다.  한쪽 끝을 7번 그림처럼 책의 맨 뒷장에 테이프로 붙이면 잃어버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5번의 독사진입니다. 이처럼 몽당연필을 사용하면 좋습니다. 이것은 좀 용도를 바꾼 것인데, 실의 반대쪽 끝에 자석을 달았습니다.

자석과 나무 조각(손잡이 부분)을 글루건으로 붙이고, 여기에 실을 묶습니다. 이걸 냉장고에 붙여놓고, 다른 자석으로 붙여놓은 메모지에 필요한 메모를  하면 상당히 편리합니다.

 

 

 


아니면, 왼쪽 사진같이 지우개, 연필, 편지봉투 개봉칼 등에 자석에 붙여 자석이 붙는 보드판 혹은 냉장고 문에 붙여도 좋습니다.

 

 

 

6번은 연필이 아닌 볼펜입니다. 볼펜 심을 얇은 MDF 합판에 홈을 판 곳에 붙여서 만든 것입니다. 그런데, MDF는 3mm는 너무 얇아서 홈을 파기 위태위태하고, 6mm는 너무 두꺼운 단점이 있습니다. (MDF는 3mm간격으로 두께가 생산됩니다.)

그래서 시도해 본 것이, 1번과 같이 코팅한 종이 두 겹 사이에 볼펜을 붙이는 것입니다. 사진에는 없습니다. 이것도 글루건, 순간접착제, 오공본드, 고무 본드, 심지어 스테이플러까지 써봤는데, 깨끗하고 내구성 있게 만들기가 의외로 어렵더라구요. 그래서 퇴출되었습니다.

가장 만족스러웠던 것은 볼펜심 + 아무것도 넣지 않고 코팅한 비닐 한장으로 형태를 유지하고, 가죽으로 양쪽을 감싼 것이었습니다. (안쓰는 헌 가방의 인조가죽 쪼가리도 됩니다.) 볼펜심을 글루건으로 코팅지에 붙이고, 가죽은 고무본드로 붙이고, 혹시 본드가 가장자리에 베어나오면 다 마른 후 칼로 얇게 잘라내면 됩니다. 이것 역시 실물이 없는데, 만든 것을 누구에게 선물했답니다.

7번은 가장 최근에 만든 책갈피입니다. 3번과 비슷해 보이는데, 이건 얇게 자른 소나무 판재 두개에 홈을 파서 연필심을 가운데 넣고 접착한 후, 모양을 깎아서 락커로 마무리한겁니다.  3번에 비해 많이 번거로운데, 장점은 책갈피의 모양과 폭의 선택에 좀 더 여유가 생긴다는 것이고, 단점은 나무가 연필 재료인 향나무보다 단단해서 연필 깎을 때 좀 힘들다는 것입니다. 또, 요즘은 국립공원 등에서 엄지손가락 굵기의 연필을 팔지 않더라구요. 대신 지름 4cm정도 되는 연필을 파는데, 이건 속의 연필심도 덩달아 두꺼워서 책갈피를 만들 수 없으니 사지 마세요.

그런데 이런 것이 벌써 상품화 된 것이 있답니다. 미국 Barns and Nobles에서 산 것인데, 중국제입니다.

 

 

그래도 전 제가 만든게 더 애착이 가는구만요...  나중에 북까페 할 때 만들어서 팔아먹으려고 했는데, 장사 밑천을 공개해 버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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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oninara 2003-11-28 11: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발명왕 가을산님..나중에 아르바이트라도 시켜주세요..그리고 아무리 생각해도 가을산님 전생은 '장인'입니다

가을산 2003-11-28 1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뇨... 그게 아니라 '혼자놀기'가 취미라는거죠... ^^

늙은 개 책방 2003-12-01 15: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홋~~ 21세기 장영실이시다!!!
 

색지공예는 우연히 접하게 되었습니다. 무얼 만들 때 쓸 문양을 찾아 인터넷을 뒤지다 보니 색지공예 전문가들의 홈페이지에 들르게 되었고, 그 홈페이지들에 만드는 법이 아주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더라구요. 홈페이지의 설명과, 인터넷 서점을 통해 색지공예에 관한 책 한권을 읽은 뒤, 실전에 도전했습니다.

종이 사고, 쌀가루로 풀을 쑤고, 새 컷터 칼 준비하고, 만들 것 계획 세우고, 그 크기에 맞게 문양 복사하고, 문양대로 종이를 잘라내고, 풀로 붙여서 말린 후 락커칠을 한다. 

--- 설명은 참 쉬운 것 같은데 독학으로 하자니 만만치 않더라구요.  

한번은 어떤 홈피 게시판 Q&A에 '풀에 본드를 섞으면 좋다는데 어쩌구... ' 하는 것을 보고 쌀풀을 쑨 것에다가 플라스틱 붙이는 본드를 섞어서 사용했답니다. 근데, 본드라는 것이 플라스틱 본드가 아니라, 목공용 본드를 말한다는 것은 한참 후에나 알았답니다.

공예품을 만들든 안만들든, 여러 가지 문양을 감상하는 자체로도 재미있었습니다.

참! 이때 첨으로 '니스'와 '락커'의 차이를 알게 되었답니다. '니스'는 광이 너무 나고, 강도가 약하고, 건조 시간도 더 길어서 요즘은 공예품이나 가구용으로는 거의 쓰이지 않구요, 락커를 쓰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락커 중에서도 광택이 나는 것, 광택이 없는 것, 중간인 것으로 나뉘고, 또 성분에 따라 우레탄 락커 등이 있다는 것을 안 것은 또 한참 지나서였습니다.

이렇게 해서 연필꽂이나 정리함, 책갈피 등을 만들었는데, 이것들도 다 남들 주어버리고, 만드는 데 사용했던 도안들만 남아 있네요. 이럴 줄 알았으면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아래는 남아 있는 도안들 사진입니다.


색지도안

어떤 것은 도안을 복사한 것이고, 어떤 것은 도안대로 잘라낸 색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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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3-11-27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 사진이라도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그래도 어딘가에서 사랑을 받고 있을테니 너무 서운해하지 마세요.. 오히려... 못 본 제가 더 아쉽네요.

비로그인 2004-05-13 1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색지 공예도 하셨었군요.
그 느낌이 좋아서 저도 도예와 함께 배우고 싶은 것 중에 하나랍니다.
그건그렇고, 저도 실론티 님이랑 같은 생각이네요..도안을 보는 것도 좋지만 완성품 몇 가지라고 구경하고 싶어지는 맘 굴뚝같아요...아, 그리고 왼쪽 맨 위의 화조 도안, 너무 맘에 듭니다~
 

몇 년 전, 누군가가 십자수를 놓는 것을 보니 그림이 예쁘고 실도 알록달록하고 재미있어 보여서 당시 대전시내에 거의 유일했던 십자수 집에 갔습니다. 그때 막 십자수가 유행하기 시작하던 때라 십자수집은 손님이 바글바글했습니다.

종업원들도 워낙 바빠서 생초보인 저에게 기초를 차근차근 가르쳐줄 시간이 없었습니다. 제가 집어든 그림을 보고는 '첨 하시는 분은 그런 거 할 수 없어요!' 싹 무시하는거에요!  

'십자수가 뭐 별거냐!' 오기가 발동해서 그냥 그 도안과 실을 사들고 나왔습니다. 어찌어찌 그 도안을 완성하고는 잠시 뿌듯했었는데,  도안 몇 개를 더 하고 나서야 첫 작품의 엉성함이 눈에 띄기 시작했답니다.

 어쨌든, 그때부터 십자수 하는 사람들이 대개 그렇듯이, 쿠션, 방석, 액자, 열쇠고리 등등 만들어서는 그냥 아는사람들에게 다 나누어주고, 남아있는 것은 아래 그림의 액자 두 개 뿐입니다.


십자수

하나는 1999년에, 또하나는 2000년에 완성하고는 그만 십자수에서 손을 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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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3-11-27 1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ㅋㅋ 저도 처음부터 어려운 것으로 시작을 했다지요... 음.. 그게 아직 완성이 안된채로 회사 사무실 서랍장에 쳐박혀 있다더군요... 실의 색수가 거의 30개 전후였던 것 같아요... 그리고 그 다음에는 신랑이 하도 쫄라서 자동차에 핸드폰 전화번호 알려주는 미니 쿠션을 만들었죠.. 그건 완성... 신랑 몰래 만들었다가 발렌타인데이때 뻐기면서 주고.. 기고만장해서... 화이트데이에 목걸이 선물을 받아냈답니다.. ^^

sooninara 2003-11-27 16: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십자수도 예쁘지만..벽지가 너무 튀네요..보통 감각이 아닌신듯...

가을산 2003-11-27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십자수가 저자리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지적을 자주 받아요. --;; 그래도 달리 걸 데도 없어서 꿋꿋이 버티고 있어요.
 

어려서 조각그림 맞추기를 해본 기억은 누구나 있을 것입니다. 대부분 20-50쪽 정도의 만화 주인공 그림이 대부분입니다.

중고생때는 500-1500쪽 짜리 퍼즐을 부모님이 사오시면, 한구석 상에 펴놓고 오가면서 가족들이 같이 맞추었습니다. 주로 풍경화나 명화 그림이었어요.

첫째를 낳고 1년을 집에서 쉬는데, 누군가가 5000쪽 짜리 세계지도 퍼즐을 선물했습니다. 전체 그림을 반으로 나누어서 2500쪽씩 포장이 되어 있었는데, 그 반이 교잣상만한 크기였습니다. 2500쪽 하나를 다 맞출 때쯤 되니 우리 큰애가 뽈뽈 기어와서 상 위에 있는 퍼즐조각들을 흩어놓기 시작했습니다. 안되겠다 싶어 훗날을 기약하고 그림의 반만 풀칠해서 보관하고, 나머지는 박스에 담았습니다. 나머지 반쪽은 둘째가 퍼즐을 흩어놓지 않을 정도로 자란 후인, 지난 1999년 경 맞추었습니다. 아래 사진이 그 퍼즐 사진입니다.


puzzle5000

몇 해 전에 puzzle master라고, 그림 파일을 jigsaw puzzle로 만들어주는 프로그램을 구해서 심심할 때 맞추곤 했는데, 조각 수를 4개부터 5000개까지 마음대로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당시만 해도 디지털 카메라가 많이 보급되지 않아 멋있는 그림을 찾기도 쉽지 않고, 해상도도 좋지 않아 곧 싫증이 났습니다.

잠시 미국에 있었을 때는 여행을 가면 여행 기념으로 아들 한명은 뱃지, 또 한명은 열쇠고리, 그리고 우리 부부는 그 지방의 500쪽짜리 풍경사진 퍼즐을 사는 것이 관행이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산 퍼즐은 제가 본 중 가장 큰, 12000쪽 짜리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의 신과 아담이 나오는 그림인데, 이건 엄두가 안나서 고이 모셔놓고만 있습니다. 정작 맞추어도 걸어놓을 만한 벽도 없구요... 생각해 보세요, 텅빈 하늘색 하늘이 몇천 조각, 흰 구름이 몇천조각인데.. 암담합니다. (사실 남편에겐 비밀인데, 고집부려 산 걸 후회하고 있어요. ㅜㅡ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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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3-11-27 1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가을산님도.. 무엇인든지 시작하실때 큰맘 먹고 최고급과정부터 하시는군요... 그런데 성공해내시니 그것이 더 대단하시네요... 퍼즐 너무 멋집니다.

가을산 2003-11-27 12: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햇수로 치자면 거의 10년 걸려 맞춘건데요... ^^;;

sooninara 2003-11-27 16: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생에 멋진 장인이었을겁니다...가을산님은...

ceylontea 2003-11-28 0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 저도 아직 미완성 십자수.. 과연 10년안에 완성할까요?

비로그인 2004-05-13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존경스럽습니다...성질이 급한 전....퍼즐이라~ -.-;
지도를 원체 좋아하는 저로선 근데, 심히 탐이나는 퍼즐이네요...엄두가 나질 않습니다만....^^